임서아는 부소경이 자신을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누가 바늘로 찌르는 듯 심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프고 부끄럽고 화가 났다.한편으로 또 그런 부소경이 무섭기도 했다.막 가식적으로 애교를 부리려는 그때 부소경이 뚝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임서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왜 그래 서아야?” 허영이 허겁지겁 달려와 그녀에게 물었다.“엄마… 부소경이… 결혼 얘기하러 오기 싫데. 혹시… 뭐 알아버린 거 아닐까?”임서아는 놀랐는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내가 신세희인척하는 거 들켜버린 거 아닐까? 엄마 어떡해? 부소경 사람을 숨 쉬듯이 죽인다던데… 나 너무 무서워… 흑흑”허영과 임지강도 놀랐는지 그대로 얼어버렸다.오후 내내, 온 가족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인이 그들에게 다가와 보고 할 때까지 말이다. “사모님, 신세희가 찾아왔어요. 사진 가지러 왔다고 하는데.”“꺼지라고 해!” 임서아는 쌓여있는 분노를 신세희에게 풀기 시작했다.그녀는 두려움에 떠느라 어제 신세희에게 했던 말을 잠시 잊고 있었다.임서아는 신세희 앞에서 자신이 부소경과 꽁냥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신세희 마음이 불편하게!부소경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잠깐만! 내가 가서 말할게!” 임서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어갔다.오후 내내 울어서 그런지 임서아는 눈은 팅팅 부어 있었고 머리도 무척이나 난잡했다. 그녀는 거울도 보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창년! 몸이나 파는 계집년! 한번만 더 찾아와서 우리 집 더럽혀봐! 너 환영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당장 꺼져!” 임서아가 악독하게 말했다.신세희는 냉소했다. “임서아, 난 그냥 우리 엄마 사진 가지러 온거야!”“꺼져! 꺼져! 나가 죽어! 지금 당장 꺼져!” 임서아는 아무 맥락 없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신세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그녀는 위 아래로 임서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그녀는 임서아가 아무 이유없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
부소경도 경악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신세희의 몸에는 아무것도 걸쳐있지 않았다. 방금 목욕을 끝내서인지 그녀의 피부에서 핑크빛이 돌고 있었다. 촉촉이 젖은 단발머리는 어지럽게 헝클어져 있었고 손바닥만 한 얼굴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그녀는 그렇게 나체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황급히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나약해 보였다.부소경도 많은 옷을 걸치고 있지는 않았다.힘차고 곧은 근육에 구릿빛 피부, 넓은 어깨와 얇은 허리, 강철처럼 팽팽한 오른팔에는 눈을 사로잡는 흉터가 나 있었다. 그의 몸은 부소경의 남성적인 패기와 압박감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었다.부소경의 흉터를 본 신세희는 깜짝 놀랐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의 심장이 복잡하게 뛰고 있었다.그녀는 낱낱이 드러난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그녀는 다급하게 자신의 몸을 가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려도 다 가려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전전긍긍해 하며 가운을 가지려 앞으로 손을 뻗었다.그녀의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당신… 당신 안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요? 당신이… 어떻게 왔어요?” 그녀의 입술은 덜덜 떨렸고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드디어 가운을 손에 잡아 겨우 몸에 걸쳤다. 하지만 가운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었다.신세희는 그제야 자신이 입은 가운이 남자용 가운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척이나 크고 길었다.그녀는 아무렇게 가운을 몸에 감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긴장하면 일이 더 꼬인다는 말이 있던가? 바닥에 끌리는 가운을 밟아버린 그녀는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아…” 신세희는 또 한 번 비명을 질렀다.부소경은 팔을 들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덕분에 그녀는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남자는 가볍게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놀란 신세희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놓아줘요… 흑흑.”그 소리에 부소경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젠장!” 그는 작게 욕
신세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부소경처럼 우수한 벤츠남한테 여자친구가 부족할 리가 없지. 부소경이 나랑 결혼하는 이유는 곧 돌아가실 어머니에게 여한을 남겨주지 않기 위해서일 뿐이야.부소경의 여자친구가 임서아 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삶은 항상 그녀를 불행 속으로 밀어 넣었다.그녀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은 점점 행복해지고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는데… 그녀는 앞길도 망가져 버렸고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도 그 사람의 이름이 뭐인지도 알지 못했다.짚신처럼 짝이 딱 맞는 두 사람을 보니 신세희는 마음이 불편해졌다.아무래도 내 앞에서 남자친구 자랑하려고 날 집으로 부른 것 같아. 엄마 사진 가지러 오라는 건 전부 다 핑계고 말이야.그녀는 쓸쓸한 마음을 감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처럼 흠 있는 여자가 어디 가서 잘난 떡두꺼비 사위를 얻어오겠어?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이야. 집에 손님이 있었네. 그럼 더 이상 방해 안 할게. 우리 엄마 사진이나 좀 줄래? 바로 갈게.”그녀는 부소경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부소경의 얼굴에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임씨 저택에 찾아오고 싶지 않았다. 단지 임서아가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는 사실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 찾아온 것이었다.여기서 신세희를 마주치다니, 부소경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서로 모르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임지강과 허영의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역시 신세희는 모르고 있었다. 그날 같이 밤을 보낸 남자가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룻밤 사시에 남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가 됐다는 사실을.임서아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신세희를 뭐라하기 시작했다. “신세희, 내 남자친구 오자마자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내 체면은 살려줘야지. 내 남자친구가 오해하겠다. 우리 집이 너한테 뭐 못 해줬다고 말이야.”신세희는 고개를 돌렸고 같은 시각 임서아는 부소경에게 뭐라 말하고 있었다. “소경오빠는 모르죠? 우리가 쟤를
신세희는 그대로 얼어버렸다.자신을 모욕하는 임서아의 말에 신세희는 그녀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이성을 차려야 했다.손을 대기 시작하면 싸움은 격렬해질 것이다, 신세희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다치게 되는 게 두려웠다.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왜 이쪽에 관심이라도 있어?”“쯧!” 임서아는 만족한 듯 웃었다. “난 그냥 네 몸 상태가 걱정돼서 한 말이야. 이상한 병이나 달고 다니지 마! 우리 집 공기 더러워지니까!”“그럼 왜 날 초대했어? 남아서 밥까지 먹으라고 하고 말이야. 난 또 그쪽에 관심 있는 줄 알았네.”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같은 시각, 부소경은 차갑고 음침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부소경은 차키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소경 오빠, 화 난 거예요…” 임서아가 그런 그를 쫓아 나섰다.“한 번이라도 더 이런 여자랑 친하게 지내기만 해! 보상금 몇 푼 쥐여주며 결혼도 없던 일로 할 테니까!” 부소경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알았어요. 소경 오빠, 이런 여자 때문에 화내지 말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소경 오빠, 내가 데려다줄게요…” 임서아는 비틀거리며 그를 쫓아갔다.“재수 없는 년! 너 일부러 서아 약혼자 쫓아낸 거지! 얼른 꺼져! 나가 죽어!” 허영은 신세희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신세희는 자리를 떠나려고 발걸음을 돌렸다.“거기서!” 허영이 악독하게 그녀를 불러세웠다.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허영을 쳐다보았다. “?”“내일 집으로 천 만원 들고 와!”“내가 왜요?” 신세희가 흥분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우리가 널 8년이나 키워줬으니까! 딱 천만 원이야. 너한테 사기치는 거 아니야.” 허영은 알고 있었다. 신세희에게는 백만 원도 없다는 사실을.임서아는 신세희를 궁지로 내몰 생각이었다.임지강도 허영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뭐라고?”부소경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천만 원 달라고요! 그러면 다시는 임 씨 집안을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신세희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평정심을 유지했다.부소경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났고, 그녀는 정말 기어오를 줄 아는 여자였다.“어제 나한테 다시는 돈 달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그는 비웃듯이 그녀에게 물었다.“당신은 나처럼 오점이 있는 데다가, 당신이랑 밀당까지 한 여자가 약속 따위를 지킬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그녀 또한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부소경은 말이 없었고, 하마터면 그녀가 얼마나 뻔뻔한지 잊을 뻔했다.그는 그녀를 향해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너는 내가 널 지옥에서 건져내고도 다시 들여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신세희는 부소정과 진지하게 겨룬다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하지만 그녀는 무조건 천만 원을 받아내야 했고, 엄마의 무덤을 다른 사람이 파게 놔둘 수는 없었다.“아뇨, 당신이 날 죽이는 건 개미 새끼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죠.”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쓸쓸하게 웃어 보였고, 말을 마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어딜 가는 거야?”부소경이 그녀를 부르며 물었다.“나한테 물어볼 권리 없잖아요?”그녀가 대답했고, 부소경은 그녀를 다그치듯 말했다.“내가 잊었네, 서아가 넌 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내가 경고하는데, 나와의 계약기간 동안에는 더러운 거래 같은 건 일절 금지야, 그렇지 않으면……”“그렇지 않으면? 뭐!”신세희는 순간 폭발했다.“내가 당신한테 빚졌어? 내가 별의별 궁리를 다해서 당신 재물을 훔치려고 했다고 당신이 말한 거잖아요? 내가 먼저 당신을 찾지도 않았다고. 나는 그냥 감옥에서 당신 어머니에게 은혜를 입어서 그에 보답하고 싶어서 당신과의 거래를 승낙했을 뿐이에요.”“그게 다예요! 방금 감옥에서 나왔고 어렵게 구한 일은 하루만 있으면 월급을 받는데, 당신 때문에 다 망쳤어. 당장 버스 탈 돈도 없는데 뭘 갖
이 소식을 들은 신세희는 순간 마음이 쓰라렸다.분명 그녀와 부소경은 부부지만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게다가 하필이면 부소경이 약혼하는 사람이 그녀의 원수라니.그렇다, 임서아는 그녀의 원수다!신세희는 아직도 자신의 엄마의 사인도 몰라 조사하고 싶었지만 집에 돌아갈 여비도 없을뿐더러 뱃속에는 아이까지 품고 있다.그녀는 지금 참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허영은 임지강 앞으로 다가가 흥분한 듯 임지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강아, 그 말이 진짜야? 부소경이 정말로 임서아와 약혼식을 올린다고? 먼저 두 집안의 부모님을 만나는 게 아니라? 부소경의 조부와 아버지가 서아가 입양된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아 하시는 게 맞니?"'입양'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신세희는 더욱 가슴이 쓰라렸다.똑같이 임 씨 집안에서 양녀로 키워진 둘이었지만, 임서아는 2살에 들어와서 임지강과 허영 두 부부에게 보탬이 되는 존재로 여겨졌고, 12살에 이곳에 입양된 외지 아이는 8년 동안 개돼지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어떻게 임서아의 팔자가 이렇게 좋을 수 있지? 신세희는 암담하게 밖으로 걸어갔다."거기 서!"허영은 신세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1억!"이라고 외쳤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임지강은 경악을 하며 허영에게 말했다."우린 저 애를 8년을 키웠어. 밥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고 대학 입시까지 지원해 줬는데, 게다가 이제는 죽을 병 걸린 엄마까지 챙겨줘야 하니, 이 모든 돈이 그냥 나온 줄 알아?"허영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임지강을 바라보았다."임지강, 너 잊지 마......""뭘 잊지 말라는 거야! 넌 쟤가 신 씨인 걸 잊지 마, 저 애는 임 씨 집안사람이 아니라고!"허영은 임지강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고, 그는 갑자기 말이 없었다.신세희는 마음이 시꺼먼 두 부부의 연기를 보며 구역질이 났고, 겉으로는 담담하게 그들에게 말했다."1억 원은 이미 당신들한테 줬어요! 만약 당신들이 우리 엄마 무덤을 판다면 나는 임씨 집 대문 앞에 부딪혀 죽을 거예요
신세희의 침실은 매우 어수선했다.문을 들어서자 커다란 뱀가죽 파우치가 열려 있었고, 마치 노점상을 차린 것처럼 뱀가죽 파우치 안은 옷가지들이 뒤엉켜 있었고, 침대 위에도 옷들이 널려 있었다.부소경이 자세히 보자 이 옷들은 매우 싸거나 낡아서 걸레짝 같았다.방 안이 이토록 어지럽혀져 있자, 설마 신세희가 1억 원을 가지고 도망이라도 친 건지 의심이 들었다.부소경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문을 닫은 뒤 차 키를 들고 곧장 하숙민이 있는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하지만 신세희는 병원에 있지 않았고, 부소경은 휴대폰을 꺼내 신세희의 전화번호를 눌렀다.그를 속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를 속이는 것은 부소경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일이었다.그때가 되면 그는 운성을 피로 물들여서라도 신세희를 찾을 것이다!신호음이 한 번 울린 뒤 신세희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약간 흥분된 말투로 말했다.“부소경 씨, 저 오늘 아직 하 씨 아주머니한테 가지 않았어요. 밖에 일이 좀 있어서 조금만 있으면 으면 곧 다시 돌아갈 거예요.”“어디야!”부소경은 화를 최대한 억누르며 물었다.“나는……운성 서남 근교의 한 공사장에서……”신세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두 시간 내로 병원 부근에 있는 루원 중식당을 와. 신세희! 내가 너한테 1억을 줬다고 해서 내가 마음씨가 착하다고 생각하지 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와의 계약 기간 동안 네 가장 큰 임무는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루원 중식당 맞죠, 두 시간 안에 꼭 갈게요!”신세희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녀는 지금 한 공사현장에서 철근 굵기 문제를 검사하고 있었고, 이것이 그녀가 지원한 회사의 마지막 면접 문제였다.신세희는 어젯밤 3시까지 밑그림을 그렸고, 두 시간밖에 못 자고 일어나 옷을 골랐는데, 고르고 골라도 단정한 옷을 찾을 수 없었다.결국 마지막으로 낡은 8부 검정 스커트와 흰색 셔츠를
신세희는 멍해졌다.이제서야 오늘은 부소경과 임서아의 약혼식이라는 걸 생각해냈다.엊그제 신세희는 임씨 집에 돈을 갚으러 갔을 때 임지강한테 들었던 얘기였다.눈을 들어 임서아의 옷차림을 보았고, 그녀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었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하고, 머리 위에는 화관이 씌어 있었다.임서아의 모습은 마치 선녀가 세상에 내려온 것만 같았고, 그녀야말로 오늘의 주인공이었다.하지만 신세희 그녀는, 여기서 뭐 하는 거지?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니 흰 셔츠에는 벽돌 가루가 묻어 있었고, 검은 치마에는 보풀이 일었다.나는 여기에 밥을 먹으러 온 건가? 부소경은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그와 임서아의 약혼식이 그녀와 무슨 상관이길래, 왜 그녀를 이곳에 해서 망신을 당하게 하는 걸까?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신세희는 담담하면서도 애처롭게 임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내가 여길 뭣하러 왔지?”“너, 신세희! 정말 뻔뻔해! 오늘은 나랑 부소경과의 약혼식이라고! 네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는데, 도대체 몇 명의 남자들이랑 뒹굴다가 와서 오자마자 재수 없게 구는 거야! 당장 꺼져버려!”임서아는 신세희를 갈기갈기 찢을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다!그녀가 부소경과 약혼식을 올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부소경은 떠벌리는 것을 싫어하기에 줄곧 그녀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고, 이 약혼식도 부소경은 임 씨 집안에 알리지 않고 아버지가 직접 알아낸 것이었다.다행히 임 씨 집안에는 재산이 많았기에 하루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고, 임서아는 웨딩드레스와 액세서리를 주문했다.허영의 드레스와 임지강의 양복은 모두 천만 원단위의 사치품이었다.임 씨 네는 절친한 친구들까지도 약혼식에 초대했다.약혼식 같은 경사는 아물 조용하게 치러도 친한 친구 두서너 명 정도는 초대해야지 않겠는가.허영은 대문에서 몇몇 절친한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부 씨네 집안은 운성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부소경 도련님은 매우 겸손한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