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는 달콤하게 웃었다. “맞아 죽는다고 해도 기꺼이 그럴게요.”"…"옆에 있는 민정아는 상황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난 줄곧 내가 제일 뻔뻔한 사람인 줄 알고 있었어. 항상 내가 제일 천박하고 선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인식이 좀 달라진것 같네. 어쩐지 사람들이 항상 연예계를 나쁘게 생각하고 있더라.”“다들 더럽다고, 선이라는 게 없다고 하면서 각종 욕을 하더라고.”“사람이 이렇게까지 뻔뻔해질 수가 있는 거였구나!”“스폰서 하나 잡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이렇게까지 내려놓는 거야?”“미루나, 당신 그래도 스타잖아!”“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아? 남 뒤 핥아주는 거랑 다름없어!”“입에서 나는 악취가 저 멀리 십리 밖에서도 맡아지겠다!”민정아가 무지막지한 여자이긴 했다.그녀의 욕은 엄청 날카로웠다.하지만 미루나도 무척이나 뻔뻔했다. 민정아가 이렇게 욕하는 데 그녀는 여전히 웃으며 민정아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민정아가 그녀의 생명의 은인인 것처럼 말이다.민정아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패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준명을 쳐다보았다. “준명 오빠! 선희 부모님이 오빠를 얼마나 아껴 줬는데요! 줄곧 아들처럼 오빠를 대해줬잖아요! 그 사람들 역겹게 안 하면 안 돼요? 몇 년 더 살게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 말에 서준명은 처량한 웃음을 지으며 민정아를 쳐다보았다. “엄선희랑 사이가 그렇게 좋으면서, 엄선희 부모님을 그렇게 자주 보러 가면서 왜 아직도 모르는 거예요. 엄선희 부모님이 항상 우리 앞에서 굳세고 담담하게 행동하긴 했지만, 그들이 속으로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었는지 알아요?”“정아는 몰라요.”“그들의 아픔과, 그들의 슬픔은 한 번도 밖으로 분출한 적이 없어서요.”“하지만 그렇게 참다가 병에 걸리게 될지도 몰라요.”“그러니까 오빠 말은…” 민정아는 미루나를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여자를 엄선희 부모님의 감정을 분출하는 쓰레기통으로 만들겠다
엄선희 부모의 감정 분출, 기왕 하기로 한 거 할 거면 무조건 제대로 해야 했다.민정아는 매서운 눈빛으로 미루나를 쳐다보더니, 이모와 이모부에게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서준명의 부모도 더 이상 미루나에게 눈길 하나 주고 싶지 않았다. 너무 귀찮았기에 두 사람은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서준명도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미루나를 쳐다보았다. “일단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상처 다 나으면, 그때 장인어른 장모님한테 데려다줄게요.”“네.” 그 말에 미루나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서준명을 쳐다보았다.잠시 멈칫하던 그녀는 이내 서준명에게 물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잘 해줘요?”“…”잘해준다고?이게 잘해주는 거라고?미루나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해 주는 거죠. 고마워요.”서준명은 힘겹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한참을 진정한 후에야 겨우 미루나를 발로 차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있었다. “가요.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미루나를 병원에 데려다 준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챙겨준 후에야 병원을 나섰다.그는 미루나에게 간병인을 구해 주었고, 약도 제일 좋은 걸 챙겨줬으며, 모든 것을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미루나의 얼굴은 단 일초도 더 보고 싶지 않았다.보기만 해도 역겨웠다.역겹기도 하고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미루나에 대한 죄책감이었다.미루나가 그를 위해 빨래를 하고, 그의 몸을 닦아 주는 모습과 그가 잔인하게 발로 그녀의 갈비뼈를 두 개나 부러뜨린 모습이 겹쳐지며 서준명으로 하여금 미루나에 대한 깊은 죄책감을 들게 했다.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미루나의 불쌍한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래서 그는 그녀 옆에 있고 싶지 않아 혼자 병원을 나섰다.하지만 병원을 나서자마자 그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도련님, 미루나 씨를 받아들이신 건가요??”“꺼져요!”하지만 기자도 쉽게 기회를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도련님, 아침에 미루나 씨를 집에서 데
기자는 서준명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게…”“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죠. 나 서준명은 단 한 번도 누구를 스폰한 적 없습니다!” 서준명은 매정하게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그는 기자의 입을 통해 모든 남성 사람들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서준명이 실수로 연예계에 들어서 그들의 자본이 되긴 했지만, 그건 모두 아내가 그리워서 그랬던 것이었다. 아내의 친구가 연예계에서 성과를 이루고 싶어 하는 모습에 손 내밀어 그를 도와준 것이었다.하지만, 서준명은 평생 그 누구의 스폰도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주연, 조연, 그리고 엑스트라 등등의 여배우들도 자기에게 다가오지 않길 바랬다. 미루나 한 명으로도 충분했다.이렇게 미루나가 먼저 품 안에 들어왔으니, 이제 그는 평생 미루나를 자신의 화살받이로 쓸 생각이였다. 서준명은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그는 미루나가 혼자서 모든 결과를 감당하게 했다.인터뷰는 끝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남성의 모든 플랫폼에 소식이 전해졌다.인터넷에는 온통 두 가지의 이야기 뿐이었다.미루나는 드디어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안티가 더 많았다.게다가 인기가 많아진 것 때문에 더 좋은 스폰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마치 서준명이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미 대놓고 미루나에게 스폰해주지 않을 거라고 말을 했다.‘미루나가 굳이 매달리겠다는데, 내가 왜 오는 여자를 막아?’맞다. 오는 여자를 막을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미루나는 이 일에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다.‘여자가 가지고 놀아달라고 다가오는데 안 놀 이유가 뭐가 있어? 질릴 때까지 갖고 논다고 해도, 난 여전히 너에게 그 어떤 이득도 못 보게 할 거야. 내 덕, 못 보게 할 거야!’‘비록 내가 공개적으로 우리 둘 사이를 인정하긴 했지만 넌 나에게서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할 거야!’이것이 바로 여배우의 가장 슬픈 점이었다.모두가 미루나가 서준명의 애인이 되
이 세상에는 안티가 더 많은 스타들 중엔 미루나가 있다. 미루나는 아이를 둘이나 키워야 했고,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그저 받아들여야 했다. 친구의 사랑도 받지 못했고 그 동시에 모든 사람의 질타까지 참아내며 살아야 했다. 조금이라도 유명한 여배우라면 너무 악랄하거나, 변태라고 느껴질 정도로 악독한 역할을 받지 않았다. 이번 생 그녀는 그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지금부터, 남은 삶 동안 미루나는 이렇게까지 밖에 살지 못할 수도 있다.하지만 엄선희는 달랐다. 항상 사람의 호감을 사고, 부모님이 건강하고, 아껴주는 오빠와 친구가 있고, 그리고 남편이 감싸주었다. 하지만 엄선희는 죽었다. 엄선희는 현재 친구들과 남편의 마음속에 살고 있었다.세상에 살아있는 건 바로 미루나였다.미루나는 눈이 시릴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러 온 간호사도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꼴 좋네요!”그리고는 우악스럽게 미루나의 상처를 검사하더니 이내 병실을 나섰다.미루나는 병원에서 혼자 10일이나 버틴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10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서준명도 오지 않았다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쁜 일이 하나 있었다.그건 바로 그녀가 이제 엄마 아빠를 보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준명이 그랬었다. 상처가 다 나으면 그녀를 데리고 엄선희의 부모님을 보러 가겠다고.드디어 진짜로, 얼굴 마주하며 엄마 아빠를 볼 수 있게 된다.그들은 아마 그녀를 때리고 욕할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그녀는 그저 무척이나 기뻤다.미루나는 자신의 짐을 간단하게 정리하고는 혼자 병원을 나섰다. 그녀는 택시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그곳은 낡은 공장을 개조한 월세 집이었다. 방문은 무척이나 간단하고 허름했고 월세도 무척이나 저렴했다.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루나보다 어렸다. 모두 매일 몇만 원밖에 못 벌면서 촬영장에서 주는 밥이나 먹는 엑스트라들이었다.공장 대문으로 들어서는 미루나
미루나의 고개는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아빠는 한 번도 감히 그녀에게 손찌검한 적이 없었다.눈물범벅인 나금희의 얼굴에 미루나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해요. 죄송합니다.”그녀는 나금희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나금희보다 더 심하게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단지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기에 이 날을 아주 오랫동안 갈망하고 고대했었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욕하고 때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왜 이렇게 빨리 엄마 아빠가 날 찾아온 거지?이유를 몰랐던 미루나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그녀의 말에 나금희의 울음은 더욱 심해졌다. “미안하다는 말이 무슨 소용인데! 너 왜 이렇게 악랄해! 매일 우리 동네를 서성이며 오랫동안 우리를 지켜봤지!”“너, 우리 딸이 세상에서 사라졌기만을 바라고 있지?”“대체 우리 딸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 건데!”“왜 우리 딸을 이렇게까지나 빨아먹는 건데?”“저… 그런 적 없어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친 엄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미루나는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없다고?” 그 말에 나금희가 미루나를 째려보았다. “그런적 없는데 여기저기 내 딸 대신 우리를 보살피겠다고 소문을 내? 그런적 없는데 왜 맨날 우리 사위한테 찾아가서 온갖 정성을 다하냐고!”“천박한 년…”“왜 아직도 안 죽고 살아있는 거야.”나금희는 평생 성실하고 교양이 넘치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치 미친년처럼 미루나를 욕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미 미루나를 여러 번이나 봤었다. 미루나는 항상 그녀의 동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처음에 염선의가 이 여자를 조심하라고 말 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미루나가 정말 서준명에게 질척대는 뻔뻔한 여자일 줄은 몰랐다.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서준명은 엄선희를 찾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가 재
”다들 와서 좀 봐 봐. 이 여자는 아주 악독한 불륜녀라고.” 사실 나금희는 어렸을 때부터 누구에게도 욕을 한 적이 없다.그녀는 누구와도 다투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그녀가 화를 내고 분노로 가득 차 있어도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루나가 불륜녀라는 한 마디뿐이었다. 나금희만 욕을 할 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엄위민도 쓴소리를 내뱉을 줄 몰랐고, 아내가 큰 소리로 욕을 할 때 그는 옆에서 아내를 부축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는 이미 두 부부에게 있어서 가장 화를 잘 분출해 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딸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만 머리를 감싸 안고 침실 침대에 앉아 괴로워했을 뿐, 누군가 그들을 찾아오면 두 부부는 항상 억지로 웃어 보이곤 했다. 신세희와 민정아, 그리고 염선희가 두 부부의 집에 찾아갈 때마다 그들의 항상 매우 착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했기에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부부가 얼마나 마음이 무너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이 평소에 표현을 잘 안 했기에 얼마나 딸을 그리워하는지 아무도 그들의 심정을 알지 못했다. "딸아, 내 딸, 우리 사랑스러운 선희야,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엄마를 두고 떠나지 말렴. 우리도 데리고 가지 그랬어, 내 딸, 우리 선희.” 엄선희..."나금희는 결국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누구라도 그 노부부의 모습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애처로웠다.비록 미루나가 의도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고, 그녀의 진짜 목적이 부모님과 가까워지고 그들의 흰 머리카락을 만져보는 것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도 미루나의 편은 없었고, 그들은 모두 나금희의 감정에 동요되어 눈을 부릅뜨고 미루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 미루나는 정말 짜증 나기 그지없었고, 극도로 사악한 여자일 뿐이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미루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 순간 미루나는 마침내 서준명이 한 말을 이해했고, 두 노인이
미루나의 말은 마치 미친 사람의 잠꼬대와 같았고, 그녀가 이 말을 하자마자 엄위민과 나금희, 서준명은 더욱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서준명은 짜증난다는 듯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신……다시, 다시 한번 말해봐요!” 서준명이 말을 마치자마자 나금희는 미루나를 밀어냈다. "이 망할 여자가, 감히 우리 집안에 빌붙어 먹으려고 해? 뻔뻔하게 우리 선희라고 하다니, 우리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친 게 따로 없군!” 나금희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고, 엄위민도 미루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거들었다."빌어먹을 여자 같으니라고! 내 아내가 당신 때문에 화병이라도 걸린다면 난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난 이미 살 만큼 살았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내가 사람 하나 못 죽일 것 같아?!” 그러자 미루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제가 어떻게 당신들의 딸일 수 있겠어요?” 그녀는 나금희와 엄위민, 서준명에게서 조금 더 떨어졌다. 그녀는 지금 매우 절망적이었고, 이 도시로 돌아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그녀는 오빠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부모님이 항상 그녀를 그리워했고 그녀의 친구들도 모두 그녀를 잊지 않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자매처럼 가까운 두 명의 친구는 그녀가 실종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신의 부모님을 잘 돌보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는 친 오빠가 아니라 사촌 오빠였지만, 그는 수년 동안 그녀를 찾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그녀 하나를 찾기 위해 전국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그녀가 평생 사랑했던 유일한 연인,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를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시부모님도 모두 자신을 친딸처럼 대해 주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아꼈다. 하지만 신은 너무나도 공평했고, 그녀가 받은 사랑만큼 또 그녀에게 고통을 겪게 했다. 그들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정작 자신은 증명할 수 없
혈액형이 바뀌어도 유전자는 변하지 않아요. 그러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안 될까요? 부탁드려요.”"너... 뭐라고 했어?" 울다 기절할 뻔한 나금희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유전자…검사를 해주세요…”미루나가 겁에 질려 말했다.나금희, 엄위민, 서준명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 중 누구도 미루나가 유전자 검사를 요청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처음에 미루나가 그들의 딸이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그녀가 막무가내이고 밑도 끝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루나가 하고 싶은 일은 유전자 검사였다. 세 사람은 멍하니 미루나를 바라만 보았고, 근처에 있던 구경꾼들도 모두 화들짝 놀랐다.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전개란 말이지? 미루나가…그들의 친딸인 건가? 정말 서준명의 아내인 엄선희라고?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이지? 고인이 된 서준명의 아내는 매우 아름답고 세련되었으며, 또한 사랑스럽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그들 앞에 있는 이 여성이 어떻게 엄선희일 수 있다는 거지? 만약 그녀가 정말 엄선희라면 그녀의 부모님이 정말 딸을 못 알아봤을까?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루나는 여전히 목이 쉰 채로 말을 꺼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는 걸 좋아해서 학업 성적도 별로 좋지 않았고, 대학도 열심히 다니지 않아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건설회사에서 사무직으로만 일할 수 있었어요. 이 사무직도…제 오빠가 소개해 준 거죠. 제 오빠는 친 오빠가 아니라, 사촌 오빠이고, 이름은 엄선우예요.” “너……”나금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넋을 잃었고, 엄위민도 놀란 눈치였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늘 게으른 편이었어요. 그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엄마가 항상 저를 잘 챙겨 주셔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죠. 그래서 일을 시작했을 때 월급을 한 번도 부모님께 드리지 않았지만 매달 쓰기에 항상 부족했어요. 제 가정 형편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평범한 가정이었기 때문에 매우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살았지만 특별히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