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가득하던 엄선우의 표정이 더욱 심상치 않아졌다.“준명 씨가 집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어.”그는 핸드폰을 걸어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서준명은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술집은 그와 엄선희 두 사람만 알고 있는 곳이었다.엄선희와 서준명이 첫 키스를 나눈 곳이기도 했다. 남자의 갑작스러운 키스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줬고 바로 이 위의 스위트룸에서 엄선희를 서준명의 여자로 만들었던 것이다,그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엄선희가 빨간 토마토처럼 부끄러워했던 모습을.그녀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다. 처음에는 흐느끼다가 나중에는 낑낑거리다가 또 나중에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안은 채 헝클어진 머리를 그의 목에 기대며 선포했다.“준명 씨, 준명 씨는 앞으로 내 거야! 내 거라고!”서준명이 웃으며 말했다.“당돌하네요!”엄선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네, 저 당돌해요!”“아까 낑낑거릴 때는 당돌한 모습이 하나도 없던 데요!”서준명이 피식거리며 비웃었다.“미워요! 비웃지 마세요, 준명 씨는 그럴 권리 없어요, 앞으로 저만 준명 씨를 비웃을 수 있어요, 준명 씨는 뭐든 제 말을 들어야 하고 돈을 벌어 꽃을 사줘야 하고요, 밥도 해먹여야 해요, 옷도 씻어주고, 그리고...”“그리고 침대에서...”“준... 준명 씨 왜 이렇게 나빠요!”엄선희의 볼은 또다시 새빨개져서 토마토가 되어있었다.“선희 씨야말로 나쁜 사람이에요, 작은 악마!”서준명은 사랑 가득한 목소리로 엄선희를 불렀다.지금 이 순간,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서준명은 술병을 끌어안고 부드럽게 웃으며 소리 질렀다.“작은 악마, 작은 악마, 작은 악마...”이렇게 외치던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다 큰 성인 남자가 술집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슬프기 그지없었다.“내가 바로 당신의 작은 악마에요, 저 좀 봐요, 준명 씨, 내가 바로 작은 악마잖아요.”마주 앉아있던 여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고 그녀는 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잠들었는지 얼마나 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깨어났을 때 해는 밝았고 바깥의 햇빛은 따뜻할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자 허름한 단층집이었다.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둘러보니 작은 집이었지만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크기만 작을 뿐.하지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침대 옆 캐비닛에는 신선한 꽃이 놓여 있어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꽃들을 보며 몇 초 동안 정신을 차리던 서준명은 갑자기 무언가 깨닫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아무것도 안 입었잖아!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머리를 제외한 모든 곳이 알몸이었다.어떡해!순간, 서준명의 뇌는 정지하는 것 같았다.이때 문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미루나는 물 한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서준명을 보며 그녀는 잠깐 당황해하더니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쉬어있었다.“일어났어요? 머리는 안 아파요? 따뜻한 물 좀 받아왔어요,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씻겨드릴게요.”서준명은 말문이 막혔다.“......”서준명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미루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수건을 쥐어짰다. 그러고는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자연스러운 손길로 서준명의 이마를 닦아주었다.서준명은 침묵에 잠겼다.“......”그는 벙어리가 된 것만 같았고 그저 멍 때리기만 했다! 할 줄 아는 게 멍 때리는 것 밖에 없었다!그는 심지어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미루나는 그의 이마며 얼굴이나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게 서준명을 보살폈다. 얼굴까지 닦은 뒤 그녀는 한 손으로 서준명의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닦아주었다.그는 몸이 건장한 남자였기에 겨드랑이 밑의 땀샘이 발달해있었다. 그의 겨드랑이를 닦아줄 때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지만 여전히 열심히 닦아주었다.그다음은 가슴과 등을 닦아주었다.그러고는 이불을 젖혀 그의 아래 몸을 닦았다.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난 아내가 있어! 내 아내가 죽었더라도 나는 아내와 저승에 함께 갈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당신은 왜 이렇게 비천해? 왜 이렇게 비천하냐고! 내가 당신이랑 자고 나면 데리고 살면서 보호해 주고 애인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죽어버려!”서준명은 발을 드니 또 발길질을 하고 싶었다.그냥 죽여버릴까?이 빌어먹을 여자를 발로 차서 죽여버리고 나면 그는 자수를 할 생각이었다, 즉시 사형을 집행했으면 하는 바였다.그렇게 되며 그도 해방이니까!발을 드는 순간,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루나야, 안에 있어? 너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그러는데 괜찮아? 무슨 일인데 그래, 괜찮아?”여자의 목소리였다.미루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괜... 해영 언니, 저... 저 괜찮아요, 세숫대야가 떨어진 소리예요, 전 괜찮으니 들어올 필요 없어요. 제가 지금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조금 불편하거든요.”“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나 불러, 난 아침 좀 먹고 올게.”“네, 해영 언니, 고마워요.”미루나는 힘겹게 문틈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다. 옆집 이웃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허약한 눈빛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서씨 도련님, 저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저는 도련님을 정말 사랑해요,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는걸요. 지금 저를 때려죽인다 해도 저는 기뻐요, 정말 정말 기뻐요. 서씨 도련님은 제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모를 거예요, 도련님은 모르겠지만 저는 맞아죽어도 도련님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화를 내지 마세요, 그러면 몸이 상해요.”미루나는 서준명의 발을 향해 기어가더니 그의 발을 끌어안았다.그녀가 서준명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평생 모신 신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서준명은 말문이 막혔다.“......”“당신 혹시 마조히스트야?”그는 이미 화가 많이 나있었다.“아니에요, 도련님, 저는 진짜 도련님을 사랑하는 것뿐이에요.”“하지만 난 내 아내만 사랑해, 내 아내만 사랑한
미루나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아프지도 않고 정말 괜찮아요.”서준명은 미루나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 그녀에게 손이 닿으려던 순간 자신이 옷을 입지 않았다는 걸 발견한 그는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화가 나 방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개자식! 나쁜 놈! 서준명 너는 정말 개자식이야!”그의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이, 이렇게 자해하지 말아요, 준명 씨. 준명 씨, 자해하면 안 돼요,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해요.”미루나는 서준명의 다리를 껴안고 애원했다.더 이상 주먹을 휘두르지 않자 그녀는 황급히 말했다.“저... 제가 나가서 옷을 가져다 드릴 게요, 나가서...”그녀는 일어나고 싶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문 손잡이를 한참 동안이나 잡아당겨서야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서도 잊지 않고 고개를 돌려 서준명을 바라보며 웃었다.“도련님... 일단 침대에 누우세요, 얼른 누워서 이불도 덮어요.”서준명은 침묵에 잠겼다.“......”그는 정말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이 여자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미루나는 기어서 밖으로 나가 벽을 짚고 조금씩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밖에 넣어놓은 옷을 가지러 갔다.양복, 정장 바지, 셔츠, 넥타이, 그리고 속옷.서준명은 어젯밤 토해서 괜찮은 옷이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서준명을 침대에 눕히고 힘들어 바닥에 앉아서는 그를 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저를 그렇게 그리워한다면서 왜 아직도 살이 안 빠진 거예요, 당신을 부축하는 건 여전히 힘드네요! 하마터면 손목이 부러질 뻔했어요, 당신이야말로 양심도 없는 사람이지!”말을 이어가던 미루나는 갑자기 서준명이 누워있는 침대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준명 씨, 당신이... 당신이 나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여자와 재혼해서 잘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저도 이렇게까지 당신을 그리워하고 매달리지 않아도 됐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서준명의 모습에 미루다는 그만 참지 못하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이불로 자기의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당신, 아직도 입에서 피 나요!” 그의 말투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별일 아니에요.” 미루나는 연거푸 말을 쏟아내더니, 잠시 멈칫했다. 곧이어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날 믿어 줘요. 어제는 그냥 준명 씨 옷만 바꿔줬을 뿐이에요. 나,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취했는데 무슨 짓을 하겠어요. 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준명 씨를 더럽히지 않았어요.”“알아요!” 그 말에 서준명은 차갑게 말했다. “아니라면 당신도 이렇게 살아있지 못했을 거예요!”“헤헤헤.” 미루나가 웃었다.서준명은 빠르게 옷을 입더니 허리를 숙여 미루나를 단번에 안아 올렸다.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미루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러지 말아요.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나… 준명 씨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지금쯤이면 사람들도 다 출근했을 거예요. 9시 넘도록 기다렸다가 사람들 없을 때 그때 나가요. 그럼 아무도 못 볼 거예요.”그 말에 서준명은 조금 멍해졌다. “내 걱정도 할 줄 아네요?”“당연하죠. 난 꼭 준명 씨를 위해 살거예요. 준명 씨를 아껴주고, 사랑하고, 준명 씨 목숨을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예요.” 미루나가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에 서준명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일은 내 잘못이에요. 어제 내가 술집에서 취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당신 집에 올 일은 없었을 텐데. 다 내 잘못이에요. 내 잘못이니 마땅히 책임을 져야겠죠.”“당신 갈비뼈 부러진 것도 내가 책임질게요.”“대신 분명히 말할게요. 우리는 가능성 없어요.”“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내가 당신이랑 잠자리를 가진다고 해
의사는 대충 상황을 알아챘다. 아마 가정폭력과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남자의 태도는 무척이나 거만스러웠고, 심지어는 여자를 엄청 싫어하고 있었다. 그와 달리 여자는 무척이나 미천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남자에게 맞으면서도 그를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아마 여자가 남자의 돈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남자가 이렇게 끈질긴 여자를 만나게 된 것도, 그런 남자에게 맞는 여자도 다 똑같다 사람을 구하고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책임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것 외에는 그도 더 이상 신경 쓸 수가 없었다.의사들은 모두 입으로 그들에게 신경을 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에서 벗어나자, 그들은 다시 활기차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미루나라는 여자, 배우에다 지금 인기도 좀 있는 것 같더라. 그러니까 돈 많은 남자 하나 물어서 신분 상승하겠다는 생각을 하지.”“인기는 무슨 인기? 조연급인가?”“참나! 조연급은 무슨! 엑스트라보다 조금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든, 드라마든 저 여자가 나오는 장면은 조금 밖에 안돼. 일 년에 몇억씩 버는 인기 배우랑 비교도 안 될 정도지. 대신, 알아보는 사람이 좀 있기는 해.”“그래서, 저런 사람도 남성의 유명한 도련님을 꼬셔보려고 한다는 거야?”“그럴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물었다는 거지. 반쯤 죽을 정도로 맞으면 어때? 대신 의미가 있잖아. 이제부터 서준명이 평생 저 여자의 스폰서가 돼줄 거야.”“이런 관계가 과연 오래갈까? 평생이라니! 서준명이 한 달 만에 바로 차버릴 수도 있어. 못생겼잖아! 정말이지, 못생긴 사람이 이상한 짓을 더 많이 한다니까!”“에이, 네가 몰라서 그래. 서준명은 다른 사람이랑 달라. 서준명이 저 여자를 때린 이유도 분명, 저 여자가 서준명을 속였기 때문일 거야. 게다가 서준명, 한 번도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어. 태도도 엄격하고, 술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지도 않았어. 죽어서 그렇지, 서준명 아내도 있었어.” “죽은 아내를 엄청 사랑했지.
엄선우는 서준명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상황이 아닌 이상 그가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아무리 서준명이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해도 그가 예쁘지도 않은 여자를, 그것도 배우자를 찾을 리는 없었다. 서씨 집안이 서준명이 재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남성에 있는 여자들은 그에게 우르르 몰려들 것이고, 그는 그중에서 골라가며 결혼을 할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알아. 나도 다 알아. 그냥 내 딸이 너무 불쌍해서 그래. 선희는 진짜 어디에 있을까? 다시 만날 수 있긴 한 걸까?” 나금희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녀는 상대방까지 마음 아프게 울기 시작했다. “서준명!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옆에 있던 민정아가 책상을 내리치더니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정아야, 어디 가려고!” 신세희가 그녀를 뒤따랐다.“서준명 다리 부러뜨리려고!”“서준명, 네 사촌 오빠야!”“네 사촌 오빠이기도 해. 지금 서준명 편 드는 거야? 나는 그런 사촌 오빠 둔 적 없어. 사촌 오빠라고 해도 네 사촌 오빠겠지! 나랑 아무 상관도 없다고!” 민정아는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신세희의 말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미친년.” 신세희는 뒤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민정이는 이미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집을 나서더니, 차를 몰아 서준명의 집으로 달려갔다.차는 서씨 저택에 도착했고, 민정아는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려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를 맞이하고 있는 사람은 서씨 집안 집사였다.“아가씨, 이모님 보러 오셨나요?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사모님이 아가씨 보고 싶어 하셨어요. 얼마 전에 아이들이 입을 옷도 샀는걸요! 어머, 근데 아가씨 왜 그러세요? 왜 이렇게 화가 많이 나셨어요.” 말을 이어 나가던 집사도 민정아 얼굴에 담긴 분노를 보고는 멈칫했다.“서준명 지금 어디 있어! 내가 그 개새끼 죽여버릴 거야!”“저… 지금… 아가씨는 사모님을 욕 하시고 있는 거예요. 사모님은 아가씨 이모님이예요.”“이놈의 입!” 화
”아…” 미루나의 갈비뼈가 붙자마자 그녀는 다시 민정아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말았고, 또 다시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려 민정아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애써 표정을 유지했다.“아가씨, 날 왜 차는 거예요..?”“뻔뻔한 너를 죽여버리려고! 어떻게 감히 집까지 찾아와! 이 집 여주인 버젓이 있는 거 알아? 여주인 있는 거 아냐고!”“나쁜년! 당장 꺼져!”“안 꺼지면, 오늘 서준명 이 개새끼 얼굴도 망쳐버릴 거야!”“이제 어떻게 반반한 얼굴로 꼬실 수 있나 한번 보자!”“저기, 아가씨. 왜 아직도 아가씨가 욕 하고 있는 사람이 이모님이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거예요…!” 도무지 민정아의 욕설을 참을 수 없었는지, 집사가 결국 입을 열었다.발길질을 당해 바닥에 누워있던 미루나도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정아는 여전했다.강산은 변해도 사람은 안 변한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시간이 몇 년인데, 정아는 아직도 그들의 우정을 기억하고 엄선희 대신 정의를 구현하러 집까지 찾아오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감동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미루나는 몸을 돌리더니, 민정아 앞으로 기어갔다. 그녀는 단번에 민정아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정… 아가씨, 준명 씨 사촌 동생 맞죠? 저기… 아가씨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난 이 집 여주인 자리를 뺏지 않을 거예요.”“나…”“나는 그냥…”“그냥은 무슨 그냥! 생각하지 마! 그냥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지금 당장 꺼져! 꺼지라고!” 민정아가 무척이나 포악하게 말했다.“정아야!” 그때 이모가 민정아의 이름을 불렀다.그 말에 민정아는 바로 눈물을 흘렸다. “이모! 아시잖아요. 선희 실종될 때, 뱃속에 이 집 아이를 가지고 있었어요! 다 아시면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실 수 있어요?”“선희 부모님에게는 자식이 선희 하나밖에 없어요!”“선희 행방이 아직도 이렇게 묘연한데...”“선희는 두 분을 화나게 한적 한 번도 없잖아요.”“그렇게나 착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