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건 태양이라는 남자는 운성 일대의 불량배였고, 예전에 신세희가 감옥에 가기 전과 후의 오점은 모두 태양이 조작한 것이다.임 씨 집안과 태양이 협력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번에는 임서아가 아예 큰일을 내려고 한다.원래 부석경과의 결혼을 앞두고 임 씨 집안은 신세희의 목숨을 노리지 않았다, 첫째는 큰 문제를 일으키면 결혼에 지장을 줄까 봐서였고 또 다른 이유는 임서아가 직접 신세희에게 그녀가 지금 얻는 모든 행복은 신세희의 몸으로 바꿔 얻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 너무 화가 나 신세희를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 임서아는 그렇게 많이 관여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신세희가 죽기를 원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한편, 태양은 입을 열어 20억을 요구했고 임서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태양! 너 너무 돈에 눈이 먼 것 아니니?”그러자 태양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제가 처리하길 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압니다. 저는 그녀를 깨끗하게 처리해 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매우 고통스럽게 보낼 거고요. 그래야 누님의 한을 풀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원한다면 제가 그녀를 괴롭히는 걸 직접 보여 드릴 수도 있지요. 이 정도 가격이면 가치가 있지 않겠어요?"임서아는 그의 말에 바로 동의했다.“그래! 20억, 콜!"비록 이 액수가 임 씨 집안에게 적지 않은 액수였지만, 임서아는 머지않아 부소경과 결혼하여 부씨 집안의 안방 주인이 될 것을 생각하면 20 억은 돈도 아니라고 생각했다.태양과 계약을 맺고, 임서아는 혼자 냉소했다."신세희! 원래 너의 것이어야 할 모든 것은 내 거야! 너는 이미 네 임무를 완수했으니 지옥에나 떨어지라고!”임서아는 악의에 찬 눈빛으로 루원 중식당을 돌아보고는 재빨리 떠났으며, 루원 중식당 쪽에서 신세희는 마침 하숙민의 휠체어를 밀고 나왔다."어머니, 오늘 집에 와서 묵을 수 있어요?"신세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어봐야 했다.하숙민의 병은 매우 심각해서 결혼식에 와도 의료진과 함께 했고, 의사는
그녀가 어떻게 그의 침실에 있을 수 있지?부소경의 눈동자에는 피에 굶주린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그녀와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그는 부 어르신 부태성의 긴급 전화를 받고 돌아갔다.부 어르신은 올해 96세로 부 씨 권력자 자리에서 물러난 지 거의 40년이 지났지만, 어르신은 부씨 집안에서 여전히 권위 있는 존재였고, 임금과도 같았다.한 달 전, 부소경이 F그룹을 장악하고 모든 복병을 제거했을 때, 부 어르신은 그에게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경아, 네가 모든 방해를 제거했으니 남이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해치지. 만약 네하 할아버지 말을 지킨다면, 난 앞으로 절대 네 일을 묻지 않으마."부태성은 반강제로 그에게 간청했고, 부소경은 냉담한 표정을 짧게 "네."라며 대답했다.F그룹을 집권을 한 두달이나 지났는데 어르신은 그에게 한 번도 묻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그와 신세희의 약혼식이 끝나자마자 어머니를 병원에 채 모셔다 드리기도 전에 어르신이 그를 불러냈다.부소경은 어르신이 그의 결혼 소식을 들어서 부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고택에 도착해서 보니 둘째 고모댁의 사촌동생인 조의찬이 어르신께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경아, 넌 분명 다시는 남아있는 사람들을 제거하지 않겠다고 나와 약속하지 않았니."부 어르신이 말했다.이 서출의 손자가 얼마나 악랄한 사람인지 부태성은 두 달 전에 이미 본 적이 있다."넷째 형님......전 정말 그 여자가 형님 여자인지 몰랐어요. 그 사람이 누더기 옷을 입고 공사장에서 벽돌을 옮기는 걸 보고는 시골의 가엾은 처녀인 줄 알았는데......제발 절 용서해 주시겠습니까?"조의찬은 두 다리를 덜덜 떨고 이빨을 꽉 깨물며 혀도 제대로 피지 못했다.외할아버지를 방패 삼는다 해도 부소경이 당장 여기서 그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부소경의 여자를 상대로 그런 몰상식한 생각을 하다니, 그야말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부소경은 조의찬을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의찬아, 앞으로 고모부와 고모를 도와 회사를
“똑바로 들어요!” 남자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내 방에 또 쳐들어오면 죽여 버릴 거예요!”그녀는 길 잃은 사슴처럼 눈을 깜빡이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몸을 돌려 침대 맡 서랍에서 청록색 팔찌를 들고, 신세희를 들어 안고 나갔다. 그리고 신세희의 방에 그녀를 내려놓고 팔찌를 채워줬다. “내일 이거 차고 우리 엄마 만나러 가면 좋아하실 거예요.”“아… 알겠어요.” 그녀는 가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남자는 뒤돌아 나갔다.신세희는 그제서야 빠르게 방문을 닫았고, 방문에 기대어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골랐다.그녀는 자신이 지옥문에 갔다 온 것 같았다.별 일이 없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혼자서 평정심을 되찾은 뒤 그녀는 유리구두를 벗고 간단하게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내일은 출근 첫 날이기 때문에 꼭 컨디션 조절을 해야만 했다.다음 날. 신세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병실에 하씨 아주머니를 보러 갔다. 그녀는 일부러 팔찌를 착용했고 쑥스럼을 탔다.하씨 아주머니는 역시 그 팔찌를 보고 기뻐했다.신세희는 그녀와 잠깐만 대화를 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어머님, 제가 오늘 출근해야 돼서 오래 못 있을 것 같아요, 저녁에 다시 올게요.”“세희야, 이제 겨우 신혼 2틀째인데 출근해도 되겠어?” 하씨 아주머니 이해가 안돼서 물었다.신세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머님이 저한테 결혼을 서두르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이제 막 일자리를 찾았고, 마침 일도 제가 좋아하는 건축 디자인이에요. 제 꿈인 거 아셨잖아요.”“알겠어. 좋아하는 일 찾아서 축하해. 얼른 가 봐. 퇴근하고 나한테 오는 거 잊지 말고.” 하숙민은 그녀를 아끼는 말투로 말했다.신세희는 순조롭게 새 회사에 출근을 했다.그녀는 일터에 도착한 뒤 디자인 부서의 직원이 그녀에게 자리를 배치해주었고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실질적으로 일터에 오니 그녀는 엉망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기뻐했다.그녀가 받는 건 디자이너 보조 수준의 월급이었고 일반인들보다 많이 받았다. 이곳에서 1
신세희는 차갑게 웃으며 임서아를 노려봤다. 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떻단 말인가?그녀는 임씨 집안에서 그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걸 진즉에 눈치챘다. 기껏해야 임씨 집안에서 제거하고 싶은 경쟁 대상일 터였다. 그러나 대놓고 사람을 죽일 순 없으니 그녀더러 그 남자의 마지막 가는 길이나 배웅하라고 보낸 것이겠지. 설령 그 남자가 정말 죽었더라도 그건 방종한 생활을 한 그의 업보이리라. “궁금하지 않아.”“너...”임서아는 다시 한번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그래도 들어야 할 거야. 내가 여기서 모든 진실을 밝힐 테니까. 그래야 네가 미련없이 죽어버릴 거 아냐. 궁금하지 않니? 네가 왜 임씨 집안에서 8년이나 얹혀살아야 했는지, 우리 엄마랑 내가 왜 그렇게 너를 미워하는지. 단지 네가 우리 집안에 빌붙어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신세희,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아니나 다를까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임서아를 쳐다봤다.그녀도 줄곧 궁금하긴 했었다. 엄마는 왜 12살 때 그녀를 임씨 집안에 보냈을까, 임씨 집안에서는 왜 그녀를 거둬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그동안 그녀를 괴롭히고 멸시했을까? 게다가 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밀까지... 신세희는 간절히 알고 싶었다.광기 어린 눈으로 신세희를 쳐다보던 임서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왜냐하면 넌 원래...”쾅-거센 소리와 함께 창고의 문이 뜯겨나갔다.이윽고 전신 무장을 하고 손에 연장을 챙긴 수많은 사람이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가운데는 검은색 코트를 입은 남성이 고고하게 서 있었다.“부... 소경 오빠?”임서아는 놀라서 낯빛이 시퍼레졌다.부소경이 데려온 무리는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신세희를 납치한 무능한 건달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바닥을 구르며 울부짖는 소리가 창고에 울려 퍼졌다.그곳에서 유일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이는 혼비백산한 임서아밖에 없었다.부소경은 신세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표정한 얼굴로 기둥에 묶인 신세희를 응시했다. 창백하게 질린
신세희는 하얗게 질린 채 부소경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부소경의 잔인함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벌을 받아 마땅한 이들이었다. 동정할 필요도 없는 인간들이었다.자신이야말로 하마터면 임서아에게 고문당하다 죽을 뻔하지 않았는가!부소경의 어깨에 기댔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임서아를 바라보는 신세희의 눈빛이 퍽 억울해 보였다.병원으로 실려 간 신세희는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의사가 담담하게 말했다.“인대가 좀 늘어나긴 했지만, 다른 곳은 이상 없습니다.”신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포와 긴장으로 거세게 요동치던 심장도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납치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다. ‘아주머니는 무사하실까?’“소경 씨, 구해줘서 고마워요. 아주머니는... 괜찮으세요?”신세희는 고마움을 담아 인사했다.“괜찮을 리가!”“아주머니께서 왜... 무슨 일인데요?”“중환자실에 계셔.”그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하숙민은 그동안 신세희의 보살핌에 익숙해졌었다. 신세희가 갑자기 사라지자 하숙민의 몸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허약한 몸인데 더는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처음에 부소경은 팔찌를 얻은 신세희가 그걸 판 돈으로 도망친 줄 알았다. 그래서 신세희를 잡으면 그녀를 아주 갈기갈기 찢어버릴 심산이었다. 그런데 임서아에게 납치되었을 줄이야.“아주머니께선... 아직 무사하신 거죠? 네?”신세희는 벌벌 떨며 부소경의 손을 잡았다.“제발, 제발 아주머니를 뵙게 해줘요. 당장 가서 뵈어야겠어요.”부소경은 그녀를 중환자실 앞에 데려다주었다. 유리를 통해 온몸에 기계를 주렁주렁 매단 하숙민이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의식불명의 상태였다.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녀에겐 이제 가족이 없었다. 하숙민은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온기였다. 그러나 하숙민도 그녀를 이토록 소중하게 여길 줄은 미처 몰랐다. 어떻게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바로 몸 상
"어머니, 죄송해요."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하숙민의 이불 끝을 적셨다. 신세희는 울어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신입이라 며칠 출장 가라는 직장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했어요. 제때 찾아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내 몸이 점점 안 좋아져서 그런 것을."하숙민은 아직도 몸에 기계를 잔뜩 달고 있었다. 그런 자기 모습을 본 그녀가 쓰게 웃었다."이젠 눈을 감으면 다시 뜰 수나 있을지 걱정되는구나...""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떠나시면 안 돼요. 어머니가 없으면 저는 혼자예요. 이 세상에 더는 제 가족이 없단 말이에요."신세희는 하숙민의 곁에 엎드려 목이 찢어지도록 오열했다.방금 구조된 몸이지만 신세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병원에 남아 하숙민을 간호했다. 손수 몸을 닦아주고 머리를 감겨주고 손톱을 깎아주기도 했다. 창백하던 하숙민의 안색이 좋아지기 시작했다.신세희의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오히려 친아들인 부소경은 할 일이 없어졌다. 그저 조용히 옆에서 가짜 고부가 웃고 떠드는 모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밤이 되어 하숙민이 잠든 것을 보고서야 신세희는 부소경과 함께 그들의 저택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 신세희는 녹색 팔찌를 내밀었다."이렇게 귀중한 물건은 당신한테 돌려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병원으로 가는 길에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팔찌를 다시 건네줬었다. 신세희를 빤히 쳐다본 부소경은 팔찌를 받지 않은 채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그쪽한테 주는 게 아니야. 그걸로 내 어머니를 안심시키라고 그러는 거지."신세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도 당신이 내게 비싼 물건을 줄 거라는 착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요."부소경 덕분에 구출된 신세희는 부쩍 그에게 말을 많이 건넸다."부소경 씨, 저와 아주머니가 처음 만났을 때요, 아주머니가 먼저 다가오셨어요. 제가 어리고 불쌍하다며 보살펴주시다가 점점 친해지게 된 거예요. 나중에 아주머니가 몸이 많이 안 좋으셨을 때 무리한 일을 하
"비가 오나?"부소경이 발코니 앞으로 다가갔다. 정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한 여인이 무릎을 꿇은 채 비를 맞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우산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빠, 오빠... 정말로 내려오셨네요."임서아의 입술은 추위에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무릎걸음으로 부소경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오빠, 제 말을 한 번만 들어주세요. 듣고 나서 절 때려도 좋고 아무래도 좋아요. 제발 한 번만 해명할 기회를 주세요."비굴하고 비천한 그녀를 보며 부소경은 구역질이 치밀었다. 차라리 어제 자비를 베풀지 말걸.그녀가 몸을 바쳐 자신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자신이 F그룹을 손에 거머쥐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망설임 없이 발길질을 했을 것이다.그러나 임서아에 대한 혐오감은 날따라 늘어나고 있었다.자신을 구해주었던 그날 밤처럼 조용하고 절박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2개월 뒤에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그녀는 매번 그를 화나게 했다.부소경이 떠날 의사가 없는 걸 확인한 임서아는 아예 그의 발밑에 엎드렸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이 간절하게 그를 쳐다봤다."오빠는 몰랐죠? 사실 나는 오빠가 해외로 쫓겨났을 때부터 오빠를 좋아했어요. 그렇지만 오빠는 큰일을 할 사람이니까, 가문의 모든 권력을 얻기 전까진 누군가와 교제할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그래서 전 조용히 기다렸어요. 오빠를 도와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제게 오빠를 구할 기회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제 몸으로 오빠를 구했어요. 하지만 오빠와 결혼하겠다는 꿈은 꾸지도 않았어요. 오빠에게 비하면 저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니까요.""그렇지만... 오빠가 2개월 뒤에 저와 결혼하겠다면서요. 근데 어떻게 신세희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요? 대체 누가 이런 걸 견딜 수나 있겠어요. 오빠를 너무 사랑해요. 오빠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건 정말 못 참겠
부태성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명령과 부탁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소경아, 그 여자와 엮인 건 네 어미 소원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나와 네 할미가 간단한 집안 모임을 준비했다. 이번 주말에 남성과 서울 명문 집안의 적령기 여자아이들도 연회에 참석할 것이니...""안 갑니다."어르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은 매몰차게 거절했다.부태성의 목소리가 어르듯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소경아, 아직 끊지는 말거라. 이 할아비 얘기는 끝까지 들어다오.""......""소경아?""듣고 있습니다.""우리 부씨 가문의 사업에 관해선 내 참견하지 않는다만, 이 할아비 나이가 올해 아흔여섯이란다. 넌 내가 손주며느리와 손자 구경도 못 해보고 눈을 감으면 좋겠더냐? 물론 연회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설령 아니라고 해도 강요하진 않으마."부태성은 거의 간청하고 있었다.부소경은 여전히 비를 맞고 있는 임서아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그가 임서아에게 말했다."주말 가족 모임에서 할아버님을 뵈어야겠으니 잘 준비해 둬."임서아의 눈이 기대로 반짝거렸다."오빠, 방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저랑 같이 가족 모임에...""그래. 가족 모임에 가서 어르신들을 뵙자고."여전히 무표정한 부소경이 말했다.그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가문 사이 이익 관계에 따른 결혼을 하지도 않을 거고 명문가 아가씨와 눈이 맞는 일도 없을 것이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는 임서아를 자신의 유일한 반려로 맞이할 계획이었다. 사랑의 감정은 없지만, 책임은 존재했다. 부소경은 제 어머니에게 평생 아무런 명분도 주지 않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다. 그는 자신과 밤을 보낸 이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임서아를 평생 함께할 사람으로 정했으니 차라리 그녀를 어르신들께 소개해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연회에 참석한 여자들의 헛된 꿈을 부숴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오빠의 가족을 뵙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