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침묵한 하예정은 이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카운터를 나가 친구에게 말했다. "효진아, 나 잠깐 나갔다 올 건데 가게 좀 부탁할게. 그리고 조금 있으면 우리 언니가 올 텐데,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 좀 해줘.""알겠어."심효진은 하예정에게 몇 마디 당부를 건넨 뒤 전태윤과 함께 가게를 나서는 하예정을 배웅했다.전태윤의 차에 탄 하예정은 그를 향해 물었다. "전태윤 씨, 언론 쪽에 아는 사람 있어요?""있어, 도움이 필요한 거야?"하예정이 대답했다. "제가 이번에 고향에 가는 이유는, 삼촌들이 지내는 집을 찍기 위해서예요. 만약 제삼자가 입증해준다면 더 설득력이 있겠죠. 문제는 제가 지금 그 삼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할머니, 할아버지는 지금 당시 하예정의 부모가 지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두 어르신이 지내고 있는 모습도 찍을 생각이었다.조금씩 반박을 하려면 그래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지금 인터넷에서 어떻게 자신을 욕하고, 자신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당분간은 불길이 좀 타오르게 둘 생각이었다.지금 그 댓글 알바들은 물타기를 하며 네티즌들이 두 자매를 점점 더 거세게 비난하도록 여론을 몰고 있었다. 그러니 상황이 반전되었을 때, 이용당한 것을 깨달은 네티즌들은 더욱더 분노하며 하씨 집안 사람들을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그들이 지금 어떻게 자신에게 대하면, 그녀는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다."친구에게 당신 사촌들의 직업과 수입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부탁해 볼게. 이제 당신은 그 사람들 현재 거주 상황을 찍고 나면 돌아가서 당시에 벌어졌던 일들을 전부 다 적어. 만약 필력이 부족할 것 같으면 대필할 사람도 구해줄게. 당신은 그저 진술만 해주면 돼.""고마워요, 대필은 필요 없어요. 제가 직접 글을 쓸 필요도 없고요. 저희 언니에게 일기를 쓰는 버릇이 있는데 당시에 벌어졌던 일들을 전부 다 일기장에 적었대요. 일기장이 아직까지
하예정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서로 헤어지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요. 저희는 초고속 결혼이니 서로 감정도 없고 결혼한 지도 이제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기꺼이 이 일에 저와 함께 해줘서 전 아주 감사해요."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이 미칠 게 분명했다."제 언니와 형부는 오랜 친구 사이인 데다 오래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했고 아들도 있죠. 그런데 저희 두 자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데다 안 좋은 뉴스라는 걸 알게 된 뒤로 형부의 태도는 아주 안 좋아요."전태윤은 잠시 침묵했다. "예정아, 당신 형부 같은 남자와 모든 남자를 비교하지 마, 그건 다른 남자들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사람마다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그는 그저 하예진을 향한 주형인의 감정이 변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동서로써, 그것도 제대로 그 자리매김을 하지도 못한 사람으로서는 증거도 없이 함부로 주형인이 불륜을 저지른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직감적으로 주형형인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하긴."언니의 혼인 생활은 하예정으로 하여금 사랑과 결혼에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그녀의 남자는 나름 지낼만한 남자였다. 비록 가끔은 전태윤의 방식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 전태윤은 그래도 믿음직했다.갑자기 친구가 그녀를 놀리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왕 전태윤과 반년간의 계약을 맺었는데 왜 그 반년 동안 부부의 감정을 키워보려 하지 않는 거야?'"앞에 휴게소 있어, 화장실 다녀올래? 차에 기름도 좀 채워야 할 것 같아.""그래요."하예정은 아무런 의견도 없었다.차는 몇 분 정도 더 나아갔다. 휴게소 안으로 차를 운전한 전태윤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부부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전태윤은 화장실로 가 손만 씻은 뒤 다시 차로 돌아와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정남과 통화 연결이 되자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소정남, 무
"물론, 선보고 초고속 결혼을 하려는 거면 하루 정도는 더 봐줄 수 있어."소정남은 상사 겸 친구의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자신을 나쁜 길로 인도하려 하다니!꿈 깨라지!전태윤이 초고속 결혼을 한 건 다 그의 할머니가 강요한 것이었다.하예정을 마음에 둔 전씨 가문 할머니는 그녀를 좋아하다 못해 귀한 손자의 혼사도 희생시켰다.소정남에게 지시를 한 뒤 전태윤은 다시 차에서 내려 먹을 것을 사러 갔다. 하예정이 차로 돌아왔을 때 그는 사 온 먹거리들을 하예정에게 주며 말했다. "왔다 갔다 하는 데에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우선 먹고 있어. 별거 아닌 일로 괜히 배곯지 말고.""태윤 씨는 먹었어요?"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했다. 그는 그저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만 간단하게 배를 채웠다. 배 불리 먹으려고 해도 이런 간식들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기왕 먹었다고 하니 하예정도 더 사양하지는 않았다.이어서 전태윤이 운전하는 동안 하예정은 배를 채웠다.하씨 집안이 사는 마을은 관성 시내와는 고속도로를 타고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하예정은 거의 십 년간 이 마을에 돌아가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매끼리 방학마다 돌아오긴 했었지만 매번 돌아갈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인상을 쓰고 밥도 주지 않아, 두 사람은 스스로 장을 보고 밥을 해야 했다.그뿐만이 아니라 나중 가서는 심지어 두 사람의 물건들을 죄다 버린 뒤, 두 사람이 지내는 방에 땔감과 잡동사니를 가득 채워 넣은 탓에 두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도 지낼 곳 하나 없었다.부모님 두 분이 다 돌아가신 터라 할머니 할아버지는 혈연으로 따지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들을 키우기는커녕, 부모님이 남긴 방을 강제로 점거한 뒤 그들을 쫓아내고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두 자매는 아직 어려 마을에 아무런 입지가 없어, 사람들은 비록 두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긴 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기지는 못했다.두 사람의 할머니는 몹시 억척스러운 면이 있어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면 사흘 밤낮을 이어갈 수
하예정은 빠르게 눈물을 닦았다. 아주머니를 본 하예정은 이내 상대방을 알아봤다. "경옥 이모 맞아요?"그녀는 하예정의 어머니가 살아있을 적,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친척 이모였다."맞아, 돌아온 거니?"경옥은 하예정에게 몹시 친근했다. "우리 집에 가서 차라도 할래?"경옥은 집을 흘깃 보다 하예정에게 말했다. "네 할머니가 아프다는 얘기는 들었어. 시내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한다고 네 할아버지며 친척들이 떠들썩하게 네 할머니를 시내로 모시고 갔어. 다들 차를 몰고 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 할머니 데리고 축하주 마시러 가는 줄 알겠더라.""평소에는 그렇게 잘해주는 꼴을 못 봤어. 그러다 네 할머니가 아프니까 열정적으로 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지."경옥은 인터넷을 하지 않아,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은 모르고 있었다.게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도 고작 몇 시간 되지 않아 누구나 다 알 정도로 퍼지지도 않았다."경옥 이모, 그 사람들 평소에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잘 신경 쓰지 않아요?""그냥 명절 때 과일이나 좀 사 들고 찾아오는 게 다야. 네 할아버지에게는 퇴직금이 있는 데다 그때 네 부모 돈을 대부분 나눠 가져서, 두 분 다 걱정할 것 없이 잘 지냈지. 듣기로 적금이 5, 6천만 원은 된다더라."경옥은 또 마을 안의 자가 별장을 가리키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저 건물들 다 네 친척 삼촌들 거야. 저 몇 집은 우리 마을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들이야. 네 할아버지는 평소에 자기 아들과 손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얘기하는 게 취미셨어.""만약 당시에… 이분은 네 남자친구니?"경옥은 하예정의 친척 삼촌들이 지금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는 건 다 두 어르신이 당시에 부모 잃은 어린 손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배상금의 절반을 가져간 뒤 다시 다른 아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돈이 있고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지금 잘 나갈 수 있었다.지금 하예정의 친척 중에 재산이 억이 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그런데 하예정
"당시에 네 부모님의 배상금을 절반 나눠주면 너희 두 자매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돈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그때 그렇게 얘기했잖니. 게다가, 너희 할머니에게 자식이 얼만데, 뭐가 됐든 너희 자매가 그 돈을 낼 처지는 못 돼.""넌 그저 너희 부모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 배상금을 나눠가지고 너희 두 자매는 내팽개친 채 그 집이며 땅이며 밭이며 다 빼앗고 너희들이 부모님 묘지에 성묘도 못 하게 한 것만 생각해.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 조금도 없어."경옥은 하예정의 어머니와 친한 탓에 그때 당시의 일을 당연히 다 알고 있었다.당시에 하예정의 친척들은 돈을 나눠 가진 뒤, 그녀의 부모가 나이가 마흔도 되기 전에 비명횡사한 것이 재수 없다고, 아픈 척을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뒷일들을 돕지 않으려고 했다.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촌장이 그들을 전부 한바탕 혼쭐을 냈고, 마을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니 그제야 찾아와 뒷일을 마무리했었다."그러니까 말이야. 다들 정말 너무했어."하예정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몇몇 사람들이 경옥의 집으로 찾아왔다. 하예정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부 마을에 없으니 다들 무서울 것이 없어, 그때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다들 쉬지 않고 한 마디씩 보탰다.그 말들에는 하예정 자매를 향한 동정이 가득했다.전태윤은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전부 녹음했다.그런 뒤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그들에게 방금 전에 나눴던 대화를 증거로 내세워 반박을 진행할 거라고 말했다.전태윤이 녹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왠지 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빠져나갈 길이 없자 그들은 기왕 하씨 집안 사람들에게 밉보인 마당에, 하예정을 도와 좋은 일 한 번 하기로 마음먹었다.그리하여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하씨 집안 사람들이 당시에 하예정 자매에게 못되게 군 일화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전태윤은 그것을 반박할 때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전부 기록했다.그와 동시에, 관성 시 대학 병원 입원 병동의 한
"그 애들 인터넷에 해명을 하지는 않겠지?"하 영감이 물었다.그는 인터넷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도 큰 손자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글이 사실이 아닌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은 알았다. 그는 두 손녀가 해명하고 나면, 결국에 돈도 못 받고 체면도 깎일까 걱정됐다."걔네 말을 누가 믿어요. 제가 고용한 그 많은 댓글 알바들이 지금 물타기를 하면서 계속 폭로하고 있는데요. 걔네들은 나타나기만 하면 분노한 네티즌들에게 죽도록 욕먹을 거예요."하 영감이 말했다. "지명아, 너 네 할머니 전화로 하예정에게 만약 계속 욕먹고 싶지 않으면 돈 보내라고 다시 전화해 보거라. 하예진은 시집갔으니 아마 돈이 별로 없을 게다. 그러니까 하예정을 꽉 물어, 그 애 보고 돈 내라고 해!""하예정 더러 1억을 보내면 그 무슨 글 같은 거 지워준다고 말해.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신세를 망쳐서 시집도 못 가게 될 거라고 말이야.""할아버지, 저희는 먼저 연락하지 말고 그쪽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려야 해요. 그래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죠."하지명은 실시간 검색어로 두 사촌 동생이 먼저 자신에게 연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잠시 고민하던 하 영감에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누가 먼저 나서면 누가 지는 게임이었다.하 영감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너희들이 쓴 사진을 보니까 사람들이 못 알아볼 것 같더구나, 벌써 십 년도 더 된 사진이지 않으냐. 전에 하예진을 찾아갔을 때 보니까 그 계집애 점점 더 그 애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더구나. 하예정은 오히려 걔 아빠를 닮고."하지명은 답답해하며 말했다.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진이에요. 다 크고 나서는 우리랑 연락을 하는데 어디서 사진을 얻어오겠어요?"자라는 여자애는 변화무쌍하다더니, 다 큰 두 사촌 동생은 변화가 꽤 컸다."이거 순위 왜 떨어졌어."하지명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걸 발견했다. 몇 분에 한 번 새로고침 할 때마다 순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순위
전태윤은 묵묵히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넸다.수많은 사람들이 하예정에게 쉴 새 없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 덕에 하예정 휴대폰은 배터리가 닳아버렸고, 하예정도 드디어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하예정을 걱정하는 사람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누구예요?""할머니."하예정은 얼른 휴대폰을 받았다."할머니.""예정아, 할머니 쪽에 이제 인터넷이 돼서 네가 문제가 생긴 걸 이제야 알았어. 어떡하니? 내가 도와줄 게 있니? 필요한 게 있으면 태윤이에게 뭐든 얘기하렴. 직장에서 오래 구른 애라 지인들 대부분이 어디 회사 대표이고 그래. 이런 일을 처리하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 일 거야.""너도 미안해할 필요 없어. 너희 둘은 부부이지 않니, 그 녀석이 만약 이렇게 사소한 일도 안 도와준다고 하면, 그 녀석이 돌아오거든 내가 아주 혼쭐을 내마."전씨 가문 할머니는 확실히 이 일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실시간 검색어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또 전태윤과 상소현의 스캔들에 밀려 이제는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내려온 탓에 미디어 쪽 사람들의 공유로만 조회수를 벌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었다.게다가 전씨 가문 할머니는 둘째 손자에게서 자신의 귀한 손자며느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 할머니도 이건 사소한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그래도 태윤 씨 오늘 하루종일 제 옆에 있어주면서 적잖은 도움을 줬어요."그 말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 그래도 양심과 책임감은 있구나."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속으로 하예정에게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의 손자는 계속 하예정을 도와 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분명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건 감정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전태윤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하예정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하예정은 전태윤의 차가운 겉모습 안에 세
하예진이 말했다. "후기에는 착한 네티즌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는 이미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에서도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적혀 있었어.""네티즌들은 우리를 엄청 심하게 욕하고 있어. 우리 보고 양심도 없다고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힘들게 우리를 키웠는데 이제 잘나간다고 노인에게 효도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어르신이 병을 앓고 입원했는데 병문안 한 번 가지 않는 우리를 매정하다고 하면서 어르신들을 실망시키고 하늘에 있는 부모님도 실망시켰다고 하고 있어."집에서 하루 종일 댓글들을 살펴본 하예진은 보면 볼수록 분통이 터졌다.부모님까지 언급하니 그녀는 원망이 더욱더 커졌다.부모님은 살아계실 때 친척 삼촌들보다 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효도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 자매에게 어떻게 대했던가?"언니, 그 악플러들이 뭐라고 하는지 볼 필요 없어.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가 본대로만 생각하면서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있어. 스스로 정의롭고 착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장기 말로 이용당하며 무고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있는 건 모르고 있지."인터넷에 떠도는 일들에는 반전이 자주 생겼다.하예정은 그런 일들을 많이 봤었다.그때 전태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예정아, 당신 할머니는 네티즌의 도움을 받아 입원한 게 아니야. 스스로 가서 접수하고 수납하고 입원한 뒤 수술 준비하고 있어.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는 다 지어낸 이야기야."두 자매는 그를 쳐다봤다.전태윤이 해명했다. "당신과 같이 고향에 갔을 때, 휴게소에서 우리 회사와 협력하고 있는 한 대표님께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었어. 그분이 나에게 당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해줬어. 당신 친척 삼촌들과 사촌 동생은 병원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서 지내고 있고. 그 사람들 이러는 건 다 돈을 뜯어내려고 몰아붙이고 있는 거야."하늘은 정말로 무심했다. 그런 집안이 다들 떵떵거리며 잘 나가게 하다니.돈은 있었지만 양심은 사라지고 없었다.15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
장월은 자연스럽게 비서 자리를 이어받아 노동명을 대표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다.두 명의 비서는 묵묵히 두 대표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 대표님, 제가 할게요. 밀지 않으셔도 되세요.”노동명은 장월이 그를 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휠체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월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힘을 별로 쓰지 않았어요. 노 대표님이 스스로 조종해서 나갔어요.”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화려한 장신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던 그녀는 오늘 여성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었으며 평소에 묶었던 머리를 풀어 늘어뜨렸다.오늘 그녀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착용했던 눈부신 장신구를 꺼내 착용했다. 정교한 화장을 한 그녀는 마치 20대 소녀처럼 보였다.그녀가 서른이 넘고 아홉 살 아들을 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없었다.아침에 외출할 때 아들은 그녀가 오늘 예쁘다고 칭찬했다.이렇게 차려입은 그녀를 본 시부모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장월은 시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어젯밤 시부모가 한 말을 그녀는 모두 마음에 새겨들었다.그녀가 몰래 오랜 시간을 관찰했지만 오직 노동명만이 그녀의 조건에 맞았다.그녀는 공공연히 노동명과 하예진사이의 내연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기고 그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다.노동명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그녀는 내연녀라고 욕을 먹더라도 하예진과 공평하게 경쟁할 것이다.만약 노동명이 단순히 그녀를 사업 협력 파트너로 여겨 좋아하는 거라면 그녀는 단념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끼어드는 내연녀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노동명을 포기하면 그녀는 앞으로 재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회사를 잘 운영하고 아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살 것이다. 그 후 아들이 자라서 후계자가 되면 그녀는 은퇴해서 친구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했다.가끔 마음이 복잡해지면 견우 가게 가서 소비하면 된다.연애도 결혼도 감정도 없다.장월이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신경 쓰지 마, 너희는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고난을 겪었을 뿐이야. 폭풍우가 지나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처형이 지금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결혼 전 처형은 직장에서 잘나갔지만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사회와 몇 년이나 단절됐어. 이혼하고 스스로 창업한 시간도 길지 않아. 현재 이씨 그룹을 경쟁 상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경험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야. 이씨 그룹의 책임자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그들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우리 처형은 회사 운영에 전념하려고 서둘러서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일 거야.”친구의 말을 듣고 노동명이 말했다.“너의 말이 맞아. 예진이는 지금 스트레스가 많을 거야.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어. 예진이 뒤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일 먼저 뛰어갈 거야.”“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묵묵히 그들 모자를 지켜주며 예진이가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거야.”그는 하예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노동명과 함께 있어도 하예진에게는 압박이 컸다.사람들은 그녀가 동생 때문에 노동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으며 또 그녀가 무슨 수를 써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른다고 했다.그가 그녀를 도와 각종 구설을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녀의 귀에도 전해졌다.그녀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이다.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니 네가 너무 예민했어. 너랑 처형이 잘 지내야만 누군가 처형에게 고백할 때 너는 연적을 물리칠 수 있고, 누가 처형에게서 너를 빼앗으려 할 때 처형이 나설 필요도 없이 네가 먼저 그 여성과 거리를 둘 거야.”스무 살 넘어서도 노동명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이제 곧 마흔이 된 그는 한층 더 성숙하고 진중해져서 각종 미녀를 만나도 쉽게 유혹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명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그는 커피를 마신 후 전태윤에
만약 노동명이 시간이 없다면 그의 세 형들은 시간을 내서 그를 도와 회사 일을 처리해 줬다. 그가 마음 편히 재활 운동을 하고 아내를 쫓을 수 있도록 말이다.“알았어요,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하예진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비서가 노크하고 하예진에게 고객이 오셨다고 말했다.그녀는 직접 그 고객을 접대하러 가야 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과 통화를 마친 노동명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손에 꽉 잡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전태윤은 자신의 커피잔을 들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친구에게 돌렸다.정신을 차린 노동명은 친구와 눈길이 마주쳤다.“왜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데?”핸드폰을 내려놓고 노동명은 웃으면서 전태윤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레 그에게 질문했다.“넋이 나가 있어.”“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예진이를 쫓아다니면서 내가 아무리 진심을 표현해도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또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모두 거절했어.”“교통사고가 난후 나는 예진이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왕래를 끊으려고 했어. 그러나 우리 엄마는 오히려 예진이에게 나를 돌봐달라고 부탁했어...예진이가 나를 돌봐주어서 다시 희망을 품게 됐어.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오늘날까지 힘들게 걸어왔어.”“다리를 잃고 나서야 우리 엄마는 예진이를 받아들이셨어. 나와 예진이를 더 이상 반대하시지도 않아.”“한동안 예진이는 내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나와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나는 그때 예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언제 완쾌할지도 모르고 예진이도 바쁘니 완쾌된 후 다시 보려고 했어.”“지금은 혼인신고를 한 후 결혼하고 싶은데 예진이가 허락하지 않아.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항상 동기화되지 않고 의견 차이가 있는 같아.”전태윤은 그들의 인연이 아직 깊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노동명에게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이렇게 김새는 말을 할 수 없
“혼인신고 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그냥 당신이 시간 내서 돌아오면 돼.”노동명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자고 고집했다.합법적인 부부가 되면 하예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노동명도 임자가 생기면 그를 좋아하고 있는 여자들도 그에게서 멀리 떨어질 것이다.“동명 씨, 이일은 제가 시간 나면 다시 말해요. 그동안 다시 잘 생각해 봐요.”“결혼은 일생의 중대한 문제예요.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저는 또 한 번 이혼한 여자라 두 번째 결혼은 신중해야 해요.”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 꿈 때문에 걱정되어서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난번 실패한 결혼이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현실에는 연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하예진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기에 그녀는 꿈만으로도 그가 결혼을 배신할까 봐 걱정되어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래, 당신이 시간 나면 우리 다시 얘기해. 우빈이가 곧 겨울방학이야, 방학하면 우빈이 데리고 당신에게 갈게.”그러자 전태윤이 끼어들며 말했다.“어제 우빈이가 겨울방학 되면 이모와 함께 예진 리조트에서 가서 용정이랑 놀겠다고 말했어, 이모가 우빈에게 강성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우빈이가 강성이 춥다고 했어.”“우리 처형이 설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꼬마는 안 간다고 했어,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어.”노동명이 말했다.“...우빈이가 나한테는 말한 적이 없어.”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너와 함께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너에게 말해 뭐해?”전태윤은 주우빈의 이모부이다. 주우빈의 감정 저울은 아직 그에게 기울어있었다. 노동명은 지금 주우빈에게 아저씨일 뿐 아직 계부가 아니었다.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진은 전화로 말했다.“연말에 회사마다 바쁠 거예요. 동명 씨도 올 필요 없어요. 먼저 회사 일을 잘 처리해야만 연말을 잘 보낼 수 있어요. 회사
“꾸준히 재활 운동을 해서 반드시 정상적으로 회복할게. 당신의 부담이 되지 않을거야. 언제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약속하지는 못하지만, 자동 휠체어로 바꿔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에 나를 돌봐주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먼저 혼인 신고부터 하고 내가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결혼식 하자.”노동명은 하예진이 첫 번째 실패한 결혼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그를 빼앗길까 봐 걱정할 수 있다고 말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그가 하예진과 혼인신고를 한다면 누구도 그를 뺏을 수 없다.그는 비정한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른여섯 살까지 장가를 못 갔을 리 없다.모처럼 마음을 움직이면 그것은 평생이다.그의 마음속에는 하예진 이외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었다.다른 사람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오려고 해도 설 곳조차도 없다.한동안 하예진은 결혼식을 다시 하지 않고 노동명과 혼인신고만 해서 합법적인 부부가 되고 싶었다.그녀는 재혼인 데다가 부잣집에 시집가기에 다른 사람의 질투와 미움을 살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조용히 혼인 신고만 하고 싶었다.그러나 친정의 모든 식구와 여동생 그리고 큰이모 식구들을 포함하여 모두 승낙하지 않았다.노동명과 노씨 가문도 동의하지 않았다.하예정도 하예진에게 재혼이면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다.재혼이라도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다. 사람을 도둑질한 것도 아니고 내연녀도 아닌데 화려한 결혼식을 하지 말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하예정은 언니와 노동명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서 모두가 언니의 행복을 지켜봐 주기를 바랐다.노씨 가문 네 번째 도련님인 노동명은 초혼인데 어떻게 결혼식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노씨 가문에서는 하예진에게 넷째 도련님인 노동명을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소정남과 심효진, 전태윤과 하예정 못지않은 성대한 결혼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결혼식 문제를 막론하고 노동명의 마음을 받아들였던 하예진이였기에 그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결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자신이
노동명은 한참 침묵하다 말했다.“비록 누구나 다 꿈꾸긴 한다만 예전에 이런 꿈을 꾸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잖아, 어젯밤에 이런 꿈을 꾼 건 자기 전에 혹시 우리 관계를 생각하다 걱정이라도 된 거야?”“아니면 누군가 당신 앞에서 뭐라고 말해서 생각이 많아져 그런 꿈을 꾼 거야?”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리가요. 누가 그럴 사람 있어요? 제가 관성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동명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제가 관성으로 돌아가야 저를 찾아올 수 있죠.”“그냥 우연히 그런 꿈을 꾸어서 동명 씨에게 말한 거예요. 당신에게서 답을 듣고 싶기도 해서요. 혹시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여자의 마음을 훔치지 않았나요?”전태윤은 장 대표가 그에게 생각이 있다는 걸 하예정이 의심하고 있다고 노동명에게 말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더 말할 리가 없었다.증거가 없이 동생에게 폐를 끼칠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동생의 직감을 믿었다. 아마도 장 대표는 노동명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노동명이 모를 뿐이다.하예정은 그 장 대표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들이 한 명 있다고 말했다. 아들은 대략 8, 9세쯤 되었을 것이고 남편은 외아들이었다. 남편이 죽은 후 시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아들은 어렸다고 했다.친척들과 회사를 나누지 않기 위해 장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이 남긴 모든 사업을 인수하여 몇 년의 시간을 들여 겨우 안정시켰다. 사람들은 지금 그녀를 여장부라 부른다.여자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시부모님도 돌보며 사업도 해야 하기에 그녀의 스트레스와 피로는 짐작할 수 있다. 남자를 찾아 동반자로 삼아 의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장 대표의 시댁도 부유한 가문이었기에 재산이 많았다. 그녀는 새로운 사람을 찾고 싶어도 그 남자가 자신의 재산을 노릴까 봐 걱정했다.그녀가 인품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며 가정 배경도 비슷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녀의 재산을 노리지 않을 것이다.관성에는 장 대표의 조건에 부합되는 잘생기고 능력이
“내가 주홍인도 아니고, 밖에 아무리 예진이 보다 좋은 여자가 있어도 나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나는 예진이를 인정했기에 예진이 아니면 그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잠시 후 노동명은 친구에게 물었다.“태윤아, 내가 일찍 너의 처형과 혼인신고 할까? 예전에는 예진이가 나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내가 장애인이 된 것 같아서 예진이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회복되기 전 혼인신고도 하고 싶지 않았어.”“이것 때문에 예진이가 자신감이 없어져서 내가 딴마음을 품었다고 의심하는 건 아닐까? 나는 내가 회복하지 못하면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예진이에게 부담이 될까 봐 두려워.”“이혼 후 예진이는 혼자서 우빈이를 키우면서 사는 것도 힘든데, 나 같은 장애인까지 합치면 더 힘들 거야. 나는 예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부담은 주기 싫어.”노동명은 전태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전태윤은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커피를 마신 후 그는 노동명에게 말했다.“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 처형이 바쁘니 시간 나면 직접 물어봐. 그냥 꿈일 뿐이니 상세하게 캐묻지는 마.”“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밤마다 꿈꿔. 예정이가 꿈에서 귀여운 딸을 낳았어, 내가 딸을 안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어...여러 번이나 예정이가 나를 깨워서, 나에게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렇게 행복하게 웃냐고 물어볼 때도 있어.”노동명이 말했다.“...남자의 직감으로 볼 때, 예진이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누군가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일부러 예진이 앞에서 헛소리한 것 같아.”하예정은 장 대표가 노동명에게 생각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을 뿐 증거는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 장 대표와 노동명은 가까이 지내지 않았기에 이런 말을 함부로 그에게 말할 수 없었다.그의 아내가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이라고 오해받을까 봐 전태윤은 죽어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누가 우리 처형 앞에서 네 험담을 하겠어? 동명아, 내 생각엔 네가 생각이 많은
하예진이 꿈꾸었다고 말했을 뿐인데 노동명은 그녀의 꿈 때문에 회사에 가는 걸 포기하고 친구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으러 전씨 그룹으로 달려왔다.노동명은 친구가 웃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하예진이 이유 없이 그런 꿈을 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꿈도 생각에 따른다고 했다.‘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길래 예진이는 그런 꿈을 꾸었을까?”“우린 오랜 친구야, 할 말 있으면 말해. 친구 사이에 못 할 말이 뭐가 있어?”전태윤은 일어나서 책상을 벗어난 후 노동명에게 물었다.“커피 마실래? 차 마실래? 아니면 따뜻한 물 마실래?”“커피 한 잔 줘.”“다용도실에 아마도 커피 있을 거야, 한번 보고 없으면 따뜻한 물 줄게.”전태윤은 다용도실에 들어갔다.잠시 후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들고나왔다.“커피 있어. 너 하잔, 나 한잔.”전태윤은 커피 한잔을 친구 앞에 놓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은 후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우리 처형이랑 관련된 일이야?”사업상의 일이었다면 그에게 전화로 말하고 급해서 직접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전태윤은 처형이 아내에게서 장 대표의 일을 전해 듣고 노동명에게 무엇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찾아왔을 것으로 추측했다.노동명은 전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넌 알고 있었어, 체제가 예진에게 뭐라고 말했어?”“자매가 매일 전화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아도 내용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나도 몰라.”전태윤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우리 처형이 너에게 뭐라고 했는데?”노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열어 하예진이 보낸 메시지를 전태윤에게 보여줬다.메시지를 본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진이는 이런 꿈을 꾼 적이 없어. 처제가 예진이에게 뭐라고 해서 이런 꿈을 꾼 게 틀림없어. 처제가 예진에게 내 험담을 한 게 아닐까? 평소에 처제는 나를 보면 동명 오빠라고 부르면서 나에게 잘해줬는데 나 몰래 예진이 앞에서 내 험담을 해.”전태윤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