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기서 장사한 지가 몇 년인데, 예정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 인터넷에서 헛소리하는 게 분명해요, 다 거짓말이에요."하예정은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오해받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심효진이 나서서 최선을 다해 해명하고 있었다.그녀는 당시 하씨 집안 사람들이 하예정 자매에게 어떻게 굴었는지 전부 다 이야기했다.그런 뒤 하씨 집안 할머니가 병을 앓은 뒤, 하씨 집안에서 하예정에게 모든 병원비를 내라고 요구하며 하예정에게 사촌 형제들의 왕복 차비와, 기름값 같은 것을 요구한 일들을 죄다 털어놓았다.하예정의 인품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나름 경쟁 업체인 다른 서점의 사장님도 하예정이 불효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앞뒤 사정을 다 알게 된 그들은 분노에 차 욕설을 퍼부으며 하나같이 당장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에게 해명하겠다고 나섰다.이대로 하씨 집안 사람들의 뜻대로 되게 둘 수는 없었다.염치없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하씨 집안같이 수치를 모르는 집안은 또 처음이었다.이건 그저 하예정 자매가 부모를 잃었다고 괴롭히는것 밖에 더 된단 말인가?전태윤이 온 것을 본 심효진은 무언가를 적고 있는 하예정을 툭툭 쳤다. 이 일이 벌어진 뒤로 하예정은 휴대폰을 끈 적도, 번호를 바꾸지도 않았다. 다만 전화가 와도 아는 사람만 받을 뿐, 모르는 번호는 절대로 받지 않았다.가끔 네티즌들이 하예정에게 충고하는 투의 문자를 한가득 보냈지만 하예정은 하나도 확인하지 않았다.하예정은 몹시 냉정하게 종이에 반격 계획을 적고 있었다."예정아, 너희 집 그이 왔어."친구에게 문제가 생기자 곧바로 달려온 전태윤에 심효진은 호감이 확 올라갔다.비록 초고속 결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임감은 있는 남편이었다.하예정이 심효진의 말에 고개를 들자 정말로 진중한 걸음으로 들어오는 전태윤이 보였다.이내, 그는 하예정이 있는 테이블 앞에 섰다.심효진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우선 하예정의 상태부터 살펴본 전태윤은 하예정이 아주
잠시 침묵한 하예정은 이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카운터를 나가 친구에게 말했다. "효진아, 나 잠깐 나갔다 올 건데 가게 좀 부탁할게. 그리고 조금 있으면 우리 언니가 올 텐데,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 좀 해줘.""알겠어."심효진은 하예정에게 몇 마디 당부를 건넨 뒤 전태윤과 함께 가게를 나서는 하예정을 배웅했다.전태윤의 차에 탄 하예정은 그를 향해 물었다. "전태윤 씨, 언론 쪽에 아는 사람 있어요?""있어, 도움이 필요한 거야?"하예정이 대답했다. "제가 이번에 고향에 가는 이유는, 삼촌들이 지내는 집을 찍기 위해서예요. 만약 제삼자가 입증해준다면 더 설득력이 있겠죠. 문제는 제가 지금 그 삼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할머니, 할아버지는 지금 당시 하예정의 부모가 지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두 어르신이 지내고 있는 모습도 찍을 생각이었다.조금씩 반박을 하려면 그래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지금 인터넷에서 어떻게 자신을 욕하고, 자신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당분간은 불길이 좀 타오르게 둘 생각이었다.지금 그 댓글 알바들은 물타기를 하며 네티즌들이 두 자매를 점점 더 거세게 비난하도록 여론을 몰고 있었다. 그러니 상황이 반전되었을 때, 이용당한 것을 깨달은 네티즌들은 더욱더 분노하며 하씨 집안 사람들을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그들이 지금 어떻게 자신에게 대하면, 그녀는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다."친구에게 당신 사촌들의 직업과 수입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부탁해 볼게. 이제 당신은 그 사람들 현재 거주 상황을 찍고 나면 돌아가서 당시에 벌어졌던 일들을 전부 다 적어. 만약 필력이 부족할 것 같으면 대필할 사람도 구해줄게. 당신은 그저 진술만 해주면 돼.""고마워요, 대필은 필요 없어요. 제가 직접 글을 쓸 필요도 없고요. 저희 언니에게 일기를 쓰는 버릇이 있는데 당시에 벌어졌던 일들을 전부 다 일기장에 적었대요. 일기장이 아직까지
하예정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서로 헤어지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요. 저희는 초고속 결혼이니 서로 감정도 없고 결혼한 지도 이제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기꺼이 이 일에 저와 함께 해줘서 전 아주 감사해요."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이 미칠 게 분명했다."제 언니와 형부는 오랜 친구 사이인 데다 오래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했고 아들도 있죠. 그런데 저희 두 자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데다 안 좋은 뉴스라는 걸 알게 된 뒤로 형부의 태도는 아주 안 좋아요."전태윤은 잠시 침묵했다. "예정아, 당신 형부 같은 남자와 모든 남자를 비교하지 마, 그건 다른 남자들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사람마다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그는 그저 하예진을 향한 주형인의 감정이 변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동서로써, 그것도 제대로 그 자리매김을 하지도 못한 사람으로서는 증거도 없이 함부로 주형인이 불륜을 저지른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직감적으로 주형형인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하긴."언니의 혼인 생활은 하예정으로 하여금 사랑과 결혼에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그녀의 남자는 나름 지낼만한 남자였다. 비록 가끔은 전태윤의 방식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 전태윤은 그래도 믿음직했다.갑자기 친구가 그녀를 놀리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왕 전태윤과 반년간의 계약을 맺었는데 왜 그 반년 동안 부부의 감정을 키워보려 하지 않는 거야?'"앞에 휴게소 있어, 화장실 다녀올래? 차에 기름도 좀 채워야 할 것 같아.""그래요."하예정은 아무런 의견도 없었다.차는 몇 분 정도 더 나아갔다. 휴게소 안으로 차를 운전한 전태윤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부부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전태윤은 화장실로 가 손만 씻은 뒤 다시 차로 돌아와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정남과 통화 연결이 되자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소정남, 무
"물론, 선보고 초고속 결혼을 하려는 거면 하루 정도는 더 봐줄 수 있어."소정남은 상사 겸 친구의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자신을 나쁜 길로 인도하려 하다니!꿈 깨라지!전태윤이 초고속 결혼을 한 건 다 그의 할머니가 강요한 것이었다.하예정을 마음에 둔 전씨 가문 할머니는 그녀를 좋아하다 못해 귀한 손자의 혼사도 희생시켰다.소정남에게 지시를 한 뒤 전태윤은 다시 차에서 내려 먹을 것을 사러 갔다. 하예정이 차로 돌아왔을 때 그는 사 온 먹거리들을 하예정에게 주며 말했다. "왔다 갔다 하는 데에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우선 먹고 있어. 별거 아닌 일로 괜히 배곯지 말고.""태윤 씨는 먹었어요?"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했다. 그는 그저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만 간단하게 배를 채웠다. 배 불리 먹으려고 해도 이런 간식들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기왕 먹었다고 하니 하예정도 더 사양하지는 않았다.이어서 전태윤이 운전하는 동안 하예정은 배를 채웠다.하씨 집안이 사는 마을은 관성 시내와는 고속도로를 타고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하예정은 거의 십 년간 이 마을에 돌아가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매끼리 방학마다 돌아오긴 했었지만 매번 돌아갈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인상을 쓰고 밥도 주지 않아, 두 사람은 스스로 장을 보고 밥을 해야 했다.그뿐만이 아니라 나중 가서는 심지어 두 사람의 물건들을 죄다 버린 뒤, 두 사람이 지내는 방에 땔감과 잡동사니를 가득 채워 넣은 탓에 두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도 지낼 곳 하나 없었다.부모님 두 분이 다 돌아가신 터라 할머니 할아버지는 혈연으로 따지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들을 키우기는커녕, 부모님이 남긴 방을 강제로 점거한 뒤 그들을 쫓아내고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두 자매는 아직 어려 마을에 아무런 입지가 없어, 사람들은 비록 두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긴 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기지는 못했다.두 사람의 할머니는 몹시 억척스러운 면이 있어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면 사흘 밤낮을 이어갈 수
하예정은 빠르게 눈물을 닦았다. 아주머니를 본 하예정은 이내 상대방을 알아봤다. "경옥 이모 맞아요?"그녀는 하예정의 어머니가 살아있을 적,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친척 이모였다."맞아, 돌아온 거니?"경옥은 하예정에게 몹시 친근했다. "우리 집에 가서 차라도 할래?"경옥은 집을 흘깃 보다 하예정에게 말했다. "네 할머니가 아프다는 얘기는 들었어. 시내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한다고 네 할아버지며 친척들이 떠들썩하게 네 할머니를 시내로 모시고 갔어. 다들 차를 몰고 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 할머니 데리고 축하주 마시러 가는 줄 알겠더라.""평소에는 그렇게 잘해주는 꼴을 못 봤어. 그러다 네 할머니가 아프니까 열정적으로 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지."경옥은 인터넷을 하지 않아,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은 모르고 있었다.게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도 고작 몇 시간 되지 않아 누구나 다 알 정도로 퍼지지도 않았다."경옥 이모, 그 사람들 평소에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잘 신경 쓰지 않아요?""그냥 명절 때 과일이나 좀 사 들고 찾아오는 게 다야. 네 할아버지에게는 퇴직금이 있는 데다 그때 네 부모 돈을 대부분 나눠 가져서, 두 분 다 걱정할 것 없이 잘 지냈지. 듣기로 적금이 5, 6천만 원은 된다더라."경옥은 또 마을 안의 자가 별장을 가리키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저 건물들 다 네 친척 삼촌들 거야. 저 몇 집은 우리 마을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들이야. 네 할아버지는 평소에 자기 아들과 손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얘기하는 게 취미셨어.""만약 당시에… 이분은 네 남자친구니?"경옥은 하예정의 친척 삼촌들이 지금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는 건 다 두 어르신이 당시에 부모 잃은 어린 손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배상금의 절반을 가져간 뒤 다시 다른 아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돈이 있고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지금 잘 나갈 수 있었다.지금 하예정의 친척 중에 재산이 억이 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그런데 하예정
"당시에 네 부모님의 배상금을 절반 나눠주면 너희 두 자매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돈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그때 그렇게 얘기했잖니. 게다가, 너희 할머니에게 자식이 얼만데, 뭐가 됐든 너희 자매가 그 돈을 낼 처지는 못 돼.""넌 그저 너희 부모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 배상금을 나눠가지고 너희 두 자매는 내팽개친 채 그 집이며 땅이며 밭이며 다 빼앗고 너희들이 부모님 묘지에 성묘도 못 하게 한 것만 생각해.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 조금도 없어."경옥은 하예정의 어머니와 친한 탓에 그때 당시의 일을 당연히 다 알고 있었다.당시에 하예정의 친척들은 돈을 나눠 가진 뒤, 그녀의 부모가 나이가 마흔도 되기 전에 비명횡사한 것이 재수 없다고, 아픈 척을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뒷일들을 돕지 않으려고 했다.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촌장이 그들을 전부 한바탕 혼쭐을 냈고, 마을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니 그제야 찾아와 뒷일을 마무리했었다."그러니까 말이야. 다들 정말 너무했어."하예정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몇몇 사람들이 경옥의 집으로 찾아왔다. 하예정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부 마을에 없으니 다들 무서울 것이 없어, 그때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다들 쉬지 않고 한 마디씩 보탰다.그 말들에는 하예정 자매를 향한 동정이 가득했다.전태윤은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전부 녹음했다.그런 뒤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그들에게 방금 전에 나눴던 대화를 증거로 내세워 반박을 진행할 거라고 말했다.전태윤이 녹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왠지 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빠져나갈 길이 없자 그들은 기왕 하씨 집안 사람들에게 밉보인 마당에, 하예정을 도와 좋은 일 한 번 하기로 마음먹었다.그리하여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하씨 집안 사람들이 당시에 하예정 자매에게 못되게 군 일화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전태윤은 그것을 반박할 때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전부 기록했다.그와 동시에, 관성 시 대학 병원 입원 병동의 한
"그 애들 인터넷에 해명을 하지는 않겠지?"하 영감이 물었다.그는 인터넷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도 큰 손자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글이 사실이 아닌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은 알았다. 그는 두 손녀가 해명하고 나면, 결국에 돈도 못 받고 체면도 깎일까 걱정됐다."걔네 말을 누가 믿어요. 제가 고용한 그 많은 댓글 알바들이 지금 물타기를 하면서 계속 폭로하고 있는데요. 걔네들은 나타나기만 하면 분노한 네티즌들에게 죽도록 욕먹을 거예요."하 영감이 말했다. "지명아, 너 네 할머니 전화로 하예정에게 만약 계속 욕먹고 싶지 않으면 돈 보내라고 다시 전화해 보거라. 하예진은 시집갔으니 아마 돈이 별로 없을 게다. 그러니까 하예정을 꽉 물어, 그 애 보고 돈 내라고 해!""하예정 더러 1억을 보내면 그 무슨 글 같은 거 지워준다고 말해.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신세를 망쳐서 시집도 못 가게 될 거라고 말이야.""할아버지, 저희는 먼저 연락하지 말고 그쪽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려야 해요. 그래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죠."하지명은 실시간 검색어로 두 사촌 동생이 먼저 자신에게 연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잠시 고민하던 하 영감에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누가 먼저 나서면 누가 지는 게임이었다.하 영감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너희들이 쓴 사진을 보니까 사람들이 못 알아볼 것 같더구나, 벌써 십 년도 더 된 사진이지 않으냐. 전에 하예진을 찾아갔을 때 보니까 그 계집애 점점 더 그 애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더구나. 하예정은 오히려 걔 아빠를 닮고."하지명은 답답해하며 말했다.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진이에요. 다 크고 나서는 우리랑 연락을 하는데 어디서 사진을 얻어오겠어요?"자라는 여자애는 변화무쌍하다더니, 다 큰 두 사촌 동생은 변화가 꽤 컸다."이거 순위 왜 떨어졌어."하지명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걸 발견했다. 몇 분에 한 번 새로고침 할 때마다 순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순위
전태윤은 묵묵히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넸다.수많은 사람들이 하예정에게 쉴 새 없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 덕에 하예정 휴대폰은 배터리가 닳아버렸고, 하예정도 드디어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하예정을 걱정하는 사람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누구예요?""할머니."하예정은 얼른 휴대폰을 받았다."할머니.""예정아, 할머니 쪽에 이제 인터넷이 돼서 네가 문제가 생긴 걸 이제야 알았어. 어떡하니? 내가 도와줄 게 있니? 필요한 게 있으면 태윤이에게 뭐든 얘기하렴. 직장에서 오래 구른 애라 지인들 대부분이 어디 회사 대표이고 그래. 이런 일을 처리하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 일 거야.""너도 미안해할 필요 없어. 너희 둘은 부부이지 않니, 그 녀석이 만약 이렇게 사소한 일도 안 도와준다고 하면, 그 녀석이 돌아오거든 내가 아주 혼쭐을 내마."전씨 가문 할머니는 확실히 이 일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실시간 검색어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또 전태윤과 상소현의 스캔들에 밀려 이제는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내려온 탓에 미디어 쪽 사람들의 공유로만 조회수를 벌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었다.게다가 전씨 가문 할머니는 둘째 손자에게서 자신의 귀한 손자며느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 할머니도 이건 사소한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그래도 태윤 씨 오늘 하루종일 제 옆에 있어주면서 적잖은 도움을 줬어요."그 말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 그래도 양심과 책임감은 있구나."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속으로 하예정에게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의 손자는 계속 하예정을 도와 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분명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건 감정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전태윤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하예정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하예정은 전태윤의 차가운 겉모습 안에 세
이날 저녁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돌아오는 날은 일요일이었다.휴식날인데 우빈이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우빈이는 일어난 후 곧장 하예정이 자는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두드렸다. 전태윤이 안에서 방문을 열어주었다.“이모부, 이모 일어났어요? 들어가서 이모랑 같이 놀래요.”전태윤은 숨을 깊게 들이쉰 후 꼬맹이와 화내지 말자고 스스로 가슴을 달래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우빈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좀 더 자지? 평소에 어린이집 가야 하는 날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더니 쉬는 날만 되면 아주 일찍 일어나더라.”우빈이가 입을 뾰족이 내밀면서 말했다.“이모부, 나는 한 번 깨어나면 더는 못 자요. 나랑 놀아 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심심해요. 이모 찾아와서 노는 수밖에 없어요.”현재 우빈이는 시 중심에 자리 잡은 전태윤의 개인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 서원 리조트에 있을 때는 그나마 함께 놀아 주는 어린이들이 있었기에 이모를 귀찮게 굴지 않았다.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두 팔로 우빈이를 부쩍 들어 품에 안으면서 말했다.“이모는 아직도 자고 있어. 이모부가 우빈이랑 같이 놀아 줄게. 뭐 놀까?”“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집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면 좋지 않을까?”우빈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싫어요. 혼자 놀면 재미가 없어요. 이모부는 장난감도 안 놀 거잖아요.”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알았어. 이모부랑 같이 아침 조깅하러 나갈까? 이모부가 가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올 테니 얌전하게 기다려야 해?”그는 우빈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서 내려놓으면서 목소리를 낮추어 신신당부했다.“침실에 들어가서 이모를 깨우면 안 돼. 알았지? 이모부가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전태윤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서 먼저 운동복 바지부터 바꿔 입고 우빈이가 그사이에 침실에 들어가서 하예정을 깨울까 봐 걱정되어 웃옷을 입으면서 밖으로 나왔다.우빈이가 조용하게 제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야 전태윤은 안도의
윤미라는 아들 노동명이 무서웠다.“알았어. 꾸준히 재활 치료할 거야. 네가 돌아올 때면 내가 2~3m나 걸을 수 있을지도 몰라. 참, 언제 돌아올 거야?”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대답했다.“설까지 있을 계획에요. 설날이 되면 제가 돌아갈게요.”“그렇게 오래 있겠다고? 우빈이는 어쩌려고?”“예정이가 돌봐주기 때문에 괜찮아요. 제가 보고 싶을 때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우빈이 보러 가주세요. 시간이 없으면 제부한테 부탁해서 우빈이를 저한테 데려오라고 하는 수밖에 없고요.”하예진은 점점 더 바빠질 것이다.당분간 아들 우빈과 함께할 시간이 적을 것이다.“우빈이가 태어날 때부터 예정이가 곁에서 보살펴서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설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요.”“사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그래!”노동명이 한 마디 내뱉었다.우빈이는 핑계일 뿐, 사실 노동명이 그녀가 그리웠다.시간이 그토록 오래 걸리면 노동명은 자신이 하예진이 무척 보고싶을 것으로 예상했다.전화도 하고 영상통화도 할 수 있지만 그리움의 고통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우빈은 어려서부터 녀석을 키워준 하예정이 있어서 하예진이 곁에 없다고 해도 바로 적응할 수 있지만 노동명은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요즘 그는 매일 하예진을 보는 것에 익숙했다.“예진아, 네가 보고 싶을 때마다 내가 혼자 널 보러 가도 돼? 걱정하지 마. 우리 집에 개인 비행기가 있어서 내가 그 비행기를 타고 경호원들과 함께 가면 돼. 경호원들이 날 돌봐줄 거야. 네가 일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거고. 널 보러 갈 뿐이야. 너랑 밥 먹고 얘기도 하면서 말이야. 내가 주말마다 널 보러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올게. 나도 출근해야 하니까.”하예진은 마음이 따듯해졌다.“그럼 주말에 우빈이도 데리고 오세요.”“난 너와 단둘이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우빈이 녀석도 데리고 가야 해?”하예진은 얼굴이 빨개졌고 이내 웃으면서 대답했다.“동명 씨가 혼자 온 걸 알게 되면 우빈이가 삐질걸
“앞으로 더는 허튼 생각 하지 말아요. 저는 단 한 번도 동명 씨를 싫어한 적이 없어요. 제가 돼지처럼 뚱뚱하고 못생겼을 때도 동명 씨는 저를 싫어하지 않았던 것처럼요.”노동명은 급히 끼어들었다.“넌 못생기지 않았어. 전혀! 예전에 통통할 때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거든. 복스러워 보였어.”“못생긴 거 맞아요. 저는 거울만 봐도 뚱뚱한 제가 너무 싫었어요.”바보 같은 짓은 한 번만 하면 충분했다. 하예진은 다시는 예전처럼 폭식하지 않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살을 빼기 전에 하예진은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지방간뿐만 아니라 요산 수치도 높았다.체중 감량 후 요산뿐만 아니라 지방간 수치도 모두 많이 좋아졌다.“하예진아, 우빈한테 장난감도 사주고 옷도 사줬는데 나한테는 뭐 사준 거 없어?”노동명이 화제를 바꾸어 질투하기 시작했다.“동명 씨는 부족한 게 없잖아요. 우빈이는 아이라서 너무 빨리 커요. 해마다 새 옷을 사줘야 하지만 동명 씨는 이젠 다 큰 성인이라 작년의 옷을 올해에도 입을 수 있잖아요. 돌아가게 되면 강성의 특산 제품을 가져다드릴게요.”노동명은 서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우빈이는 크면 남의 집 남편으로 되어 우빈의 아내가 그를 걱정하고 보살피게 될걸. 결국, 내가 영원히 네 곁에 있을 텐데 나를 더 관심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도 새 옷 사줘. 네가 사준 옷이면 난 다 좋아.”하예진은 하예정에게 거의 선물을 주지 않았다.지난번 하예진은 재혼하고 싶지 않다며 노동명의 감정을 거절했다.그러나 지금, 하예진이 시집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나 다름없다. 모두의 눈에는 두 사람이 연인으로 보였다.노동명도 자연스레 하예진의 남편 역할을 하고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진의 여생을 함께하려고 한다.하예정이 끝까지 노동명에게 시집가지 않더라도, 그가 여전히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지금처럼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고 남은 인생을 그녀와 함께할 것이다.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선물을 너무 받고 싶었다. 가격을 따지
이윤미가 말을 꺼냈다.“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헤어스타일을 바꿨을 뿐이에요. 사람들을 몰래 예진 씨를 따르라고 한 것은 감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뒤를 따라가서 예진 씨의 몸매를 익히게 하려고 그런 거예요. 앞으로 예진 씨가 변장하더라도 그녀의 몸매에 대한 인상으로 분장한 예진 씨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예진 씨와 만날 때마다 예진 씨의 안전을 반드시 책임져야 하니까요.”“만약 그녀가 저를 만나러 오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하예정 일행은 아마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리고 예진 씨가 강성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몰래 그녀를 도와주세요. 그저 우리 엄마와 그 늙은 남자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도와주면 돼요.”이윤미가 말하는 늙은 남자는 정군호가 아닌 이은화의 특별 비서였다.방윤림은 예의 갖추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아가씨, 밤이 점점 깊어지는데 얼른 돌아가세요.”이윤미는 한숨을 쉬었다.“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 집에는 따뜻함이 없어요. 서로 다투고 경쟁하고 눈치 보면서... 좋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방윤림은 말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랐다.주인의 집안이 어떤 상황인지 일개 비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이윤미는 곧 방윤림과 함께 떠났다.한 시간 후.하루 호텔로 돌아온 하예진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한 뒤 가발을 쓰고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이윤미가 선물한 인간 얼굴 가죽을 쓰기 아까웠다.그렇게 전업적인 도구는 가장 필요한 곳에 써야 낭비하지 않는다.하루 호텔은 전호영이 강성에서 소유하고 있는 호텔 본점이다. 하예진이 분장한 이유는 전호영에게 폐를 끼치게 하고 싶지 않을 뿐, 그를 경계하려는 목적이 아니었기에 그 가죽을 쓸 필요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묵고 있던 룸으로 돌아와 방문을 잠근 뒤에야 휴대전화를 꺼내 노동명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노동명이 전화를 받았다.“동명 씨,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주무세요?
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부부 사이에 한쪽이 바람을 피우면 금방 금이 생기게 되는 법이죠. 이혼을 안 했어도 서로 고된 삶을 살 테니,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저의 전남편도 바람을 피우고 저를 폭행하여 이혼했잖아요. 한번이 있으면 두 번, 세 번이 있을 수 있으니 그들이 고치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이혼하면 죽는 것도 아닌데.”이윤미가 말을 이었다.“우리 아버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아버지는 자신이 이혼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아시거든요. 정씨 집안의 친척들도 우리 가문에서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할걸요. 어쩌면 전에 받은 혜택들도 전부 토해내야 할지도 몰라요. 어쨌든 요즘 우리 가문은 편안할 날이 없어요. 저는 왠지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이은화의 모진 마음으로는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이경혜가 하예진을 강성으로 빨리 오게 한 것은 아마도 이씨 가문이 요즘 혼란스러워 이은화가 하예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하예진이 그 틈을 타 사업을 일으킬 수 있고 옛날 사고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었다.이 기회를 잡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민심을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하예진은 비록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고 강성에서도 사업이 없지만,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서 있다. 그리고 하예진의 외할머니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였다. 이씨 가문의 친척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다.“예진 씨, 비행기를 몇 시간 타고 방금 도착하셔서 힘드실 텐데 얼른 가서 쉬세요. 일이 있으면 그 번호로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하예진이 관심하며 물었다.“저랑 같이 안 갈실래요?”이윤미는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여기 좀 더 있고 싶어요. 마음도 추스를 겸 조용히 있고 싶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도 엉망진창이에요.”“그
수십 년이 지난 탓으로 법률조차도 이은화의 사형을 선고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이윤미는 적어도 그녀가 큰이모의 후손에게 주인 자리를 돌려줄 수 있었다.그녀는 이씨 가문을 떠나 자신의 회사로 돌아가 생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이윤미는 이런 원한과 복수에 관한 일을 멀리하고 싶었고 그녀의 소소한 삶을 더 좋아했다.이은화가 옛날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윤미는 이은화가 그 해에 정말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믿었다.단지 가주 자리의 권력을 탐내는 것뿐만이 아닌 사랑 때문에 벌인 짓일 수도 있다.이은화는 지금 70세이고 정군호와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며 아들딸도 네 명이나 낳았다.하지만 이은화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그 능력이 뛰어난 남자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은숙의 특별 비서일 것이다.“제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제 행동으로 제가 우리 엄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게요.”하예진은 한참 동안 이윤미를 바라보며 웃었다.“윤미 씨의 진지한 얼굴은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요. 당신 엄마가 보신다면 눈에 거슬릴지도 모르지만요. 이씨 가문의 상황은 어때요? 윤미 씨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가 이 대표님께 붙잡혔다고 들었는데. 요 며칠 동안 윤미 씨 아버지는 모습조차 내놓지 않는다면서요.”하예진은 이은화와 정군호의 일을 알고 있었다.강성에서 이 불륜 사건은 빅뉴스였다.평소에 정군호랑 같이 다니던 늙은 남자들은 대부분 정군호에게 동정심을 품었다. 이은화가 정군호를 너무 엄하게 관리하여 그에게 자유로울 틈도 주지 않고 용돈도 적게 준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사이좋은 부부 사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작은 일에 얽매이게 되면 감정이 깨지기도 한다.여자들은 대부분 이은화의 편을 들었다. 이은화가 남편을 관리하는 것이 좀 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군호가 만약 이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닌 이은화에게 이혼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정군호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우리 엄마가 예진 씨가 오신 것을 알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는데. 조심하세요. 아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제가 다 알려드릴게요. 제가 모르는 일은 할 수 없지만요.”하예진은 웃음을 거두며 한참 동안 이윤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윤미 씨, 우리 만난 적 있잖아요. 저도 윤미 씨가 정의롭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대표님 결국 윤미 씨와 피가 섞인 모녀지간인데, 저는 윤미 씨가 이 대표님과 맞서지 못한다고 생각해요.”이윤미의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글쎄요. 우리 두 사람은 모녀 맞아요. 저를 저의 어머니와 같은 편에 서지 말라고 하면 제가 분명 스트레스도 받고 또 엄청나게 큰 용기도 필요하겠죠. 예진 씨가 저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예진 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마음이 너무 독하세요. 해본 말이 아니에요. 예진 씨가 여전히 저를 경계하면 저도 더는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여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맞서게 되면 저를 찾아오셔도 돼요.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사실 저와 엄마는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어요. 저는 엄마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스무 살이 넘었거든요. 윤정이가 아직 이씨 가문에 남겨졌고 여전히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제가 저의 엄마와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이 친 모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아요.”“만약 당신들이 없다면 제 생각에는 제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짊어지고 리더가 되어 우리 가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을 거예요.”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규정을 수정하고 싶었다.그렇게 딱딱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비록 대가가 좀 클 수도 있지만, 이씨 가문을 더 멀리, 더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수정하고 싶었다.이윤미는 명함 한 장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은 제 다른 전화번호에요. 아는 사람이 적으니 무슨
“그럼 안전에 유의하시고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저에게 전화하세요.”방윤림이 이윤미에게 당부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항상 방 비서에게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암살을 당하더라도 이윤미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추었다.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자라지 못하고 일찍이 양어머니의 학대를 받아 죽었을 것이다.방윤림과의 통화를 마친 이윤미는 곧바로 약속 장소로 차를 몰았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하예진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누군가의 차가 오는 것을 보더니 창문을 조금 눌렀고 이윤미가 하예진의 차 옆에 주차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선글라스를 먼저 벗은 이윤미는 얼굴의 가죽을 벗어 던져 본모습을 드러냈고 차에서 내려 하예진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하예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어떻게 저인 것을 알았어요? 두렵지 않아요?”“지금 이 시각에, 또 이렇게 외진 곳에 주변에 주택도 없는데 겁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이 밤에 이런 곳으로 오지 못할걸요. 그리고 저기에 묘지도 있는데 이런 곳에 예진 씨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하예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윤미가 온 후에야 약속 장소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발견했다.하예진도 한참 후에야 차를 세울 곳을 찾아 이윤미가 오기를 기다렸다.지금 그녀들이 주차한 곳은 방윤림이 그녀들에게 준 주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져 있었다.“묘지에서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어요. 만약 제가 알았더라면 아마 혼자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귀신이 무서워서요.”이윤미도 웃었다.“귀신이 뭐가 무서워요? 사람이 더 무섭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예진 씨 분장 기술도 꽤 좋네요. 제가 제 부하들을 하루 호텔 입구에 보내 예진 씨를 기다리게 했거든요. 여기로 오시는 길에 예진 씨를 몰래 보호하라고 지시했는데 예진 씨가 나오는 것을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곧 하예진은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왔다.하예진은 방윤림이 그녀에게 준 그 주소대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를 몰았다.노동명이 전화했다.하예진은 차의 속도를 늦춘 다음 노동명의 전화를 받았다.“동명 씨, 저 지금 나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고 해요. 지금 운전 중이니 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요.”“알았어. 운전 조심하고.”“네.”하예진은 하예정과 달리 천천히 차를 몰았다.다행히 하예정이 시내에 살고 있어서 차를 빨리 몰지 못했다. 만약 차가 적은 외진 곳으로 가게 되면 하예정은 비행기를 운전하는 것처럼 매우 빨리 몰 것이다. 전태윤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가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 하예정이 운전대조차 잡지 못하게 할 것이다.차를 몰고 있는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동명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하예진이 변장하고 남몰래 혼자 차를 몰고 이윤미를 만나러 간 것을 알면 노동명은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올지도 모른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있어서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방윤림이 준 그 주소는 가까운 곳이 아닌 꽤 외진 곳에 있었기에 내비게이션에는 차로 한 시간 이상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하예진이 차를 몰고 호텔을 나서자 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물었다.“예진 씨 나오는 거 봤어요?”방윤림이 대답했다.“제가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쪽지를 보냈으니 바로 떠날 겁니다. 하예진 씨가 방금 관성에서 왔기 때문에 낯선 곳이고 차량도 없으니 택시를 탈 것 같습니다. 아가씨도 출발하시면 됩니다. 하예진 씨가 곧 약속 장소로 갈 겁니다.”방윤림은 하예진을 만난 적 있었는데 하예진이 대담하고 세심하다고 추측했다. 하예진이 강성으로 온 목적이 이씨 가문과 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방윤림은 하예진이 이씨 가문 때문에 강성으로 왔으니, 이윤미가 만나자고 하면 반드시 만나러 갈 것으로 생각했다.“사람을 시켜 예진 씨를 은밀히 보호하라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