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90화

작가: 고능비
혹시 이윤정이 창문과 커튼을 일부러 열어두어 사람들이 보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몰래 하는 게 무슨 복수란 말인가? 모두가 알아야만 이씨 가문을 향한 진정한 복수가 되지 않을까?

“엄마, 식사를 아직 안 하셨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어요? 저도 안 먹었어요. 저랑 같이 먹어요.”

이윤미는 맞은편에 앉았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엿 하나를 건넸다.

“엄마, 엿장수 엿 샀어요. 드셔 보세요. 솜사탕은 한 개만 샀는데, 벌써 먹었어요. 그건 못 드려요.”

이은화는 딸이 내민 엿을 보다가 손에 들린 솜사탕을 힐끗 바라보았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분홍색이었다.

딸은 이제 스물을 넘겨 곧 서른인데, 아직도 이런 걸 좋아하다니.

다른 사람이야 뭘 먹든 말든 관심 없었지만 딸은 이씨 가문의 후계자다.

“왜 이런 걸 사 먹었니?”

집사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며 눈살을 찌푸리자 이윤미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릴 때, 남들이 먹는 걸 보고 부러웠어요. 엄청 맛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도 이런 솜사탕을 자주 볼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계속 못 먹었죠. 그런데 오늘 오후 놀이공원에서 딱 보이길래 사 먹어 봤어요.”

이은화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딸은 타고난 천재였다. 그런데 이윤정의 친아버지 때문에 고작 솜사탕 하나도 제대로 못 먹고 남들 것만 부러워해야 했던 걸까?

이은화는 스무 해가 넘도록 이윤정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결국 자신의 남편과 얽혔고 이제는 아들까지 유혹해 복수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미치자 이윤정에 대한 증오는 더욱 깊어졌다.

그럼에도 딸이 내민 것을 받아 들고 물었다.

“솜사탕, 맛있었니?”

이윤미는 커다란 한입을 베어 물었다. 그 바람에 솜사탕 조각이 입가에 묻고 하얀 설탕 결정이 얼굴에 달라붙었다.

“어휴, 너 좀 봐. 얼굴이 엉망이 되었잖아.”

이은화는 혀를 차며 휴지를 건넸다.

“고양이 얼굴 같네.”

이윤미는 쿡쿡 웃으며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너무 달아서 맛없어요.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1화

    “네 작은 이모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나날이 흐려지더니 결국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그렇게 가문의 모든 짐을 내가 지게 됐지.”이윤미는 어머니가 큰이모와 작은이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어머니 자매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걸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어머니의 표정이 이토록 복잡한 걸 보면 큰이모와 작은이모의 죽음이 어머니의 손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기에 굳이 묻지 않았다.묻는다 한들 어머니가 대답해 줄 리 없었다.오히려 화를 내며 친딸인 자신조차 믿지 않는다며 꾸짖을 것이다.“엄마, 큰이모랑 작은이모 사진 있어요?”이윤미는 엿사탕을 천천히 씹으며 자연스레 물었다.“엄마가 예전에 하예진은 큰이모랑 많이 닮았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전 큰이모 사진을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닮았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외손녀가 외할머니를 닮으면 얼마나 닮을 수 있겠나 깊었어요.”이은화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예전엔 사진이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다 망가져서 결국 버렸어. 지금은 내 손에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하예진은 큰이모를 좀 더 닮았어. 하예진은 아무래도 어머니를 많이 빼닮은 것 같아. 그 애 엄마도 어릴 때 큰언니랑 많이 닮았었거든. 경혜는 아버지를 닮기도 했지만 어머니를 더 많이 닮았어. 경혜를 보면 옛날 언니 모습이 떠오르더라. 말투며 행동, 심지어 목소리까지도 말이야.”잠시 말을 멈춘 이은화는 창밖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만약 큰언니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이경혜가 앉아 있었겠지. 그랬다면 우리 이씨 그룹도 전성기를 유지했을 거야. 난 큰언니나 이경혜만큼 뛰어나지 못해.”이은화는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작은조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두 딸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그 아이들도 뛰어나긴 하지만, 얼마나 능력이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그때, 이은화는 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2화

    이윤미가 다시 사진을 집어 들려 하자, 이은화가 단호하게 말했다.“너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그런 사진들 보지 마. 눈만 버려.”“저 곧 서른이에요. 봐도 괜찮아요. 하지만 솜사탕이랑 사탕 엿은 다 먹고 볼게요. 혹시 토할 수도 있으니까.”이은화는 말문이 막혔다.“엄마, 저 방금 힐끗 봤는데, 사진이 이렇게 선명하게 찍힌 걸 보니 이윤정이 일부러 그런 것 같아요. 창문을 열어두고 누군가 몰래 찍도록 한 거죠. 아마도 엄마가 자기 뒤를 캘 거라는 걸 예상하고 일부러 선명하게 찍히게 만든 거 아닐까요?”이윤미는 이은화의 반응을 살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진짜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죄다 꽁꽁 숨기잖아요. 이윤정은 일부러 들키려고 한 거예요. 왜냐하면 복수하고 싶으니까. 만약 몰래 했다면 엄마는 절대 알 수 없었을 거예요.”이은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의든 아니든, 이런 짓을 벌였으니 용서할 수 없어. 네 아버지는 아직도 이윤정을 잊지 못하시는 것 같구나.”이은화는 분노에 차 말했다.“나는 이윤정이 이런 사람이 될 줄 몰랐어. 스무 해 넘게 아끼고 사랑했는데... 예전엔 이윤정이 내 친딸이 아니란 걸 모르고 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어. 물론, 나랑 닮은 구석이 별로 없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키웠는데 늘 기대에 못 미쳐서 나는 내가 물려준 유전자가 문제라고만 생각했어. 우리 집안 여자들은 다 영리하고 능력이 뛰어나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가짜였던 거야.”이은화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했다.“처음부터 내쫓아야 했어. 우리 집에 둬선 안 됐어. 엄마가 잘못했어.”이윤미가 조용히 말했다.“엄마가 그렇게 하신 것도 이해해요. 어쨌든 20년 넘게 키우셨잖아요. 하루아침에 모녀의 정이 사라질 수는 없죠.”“윤미야, 엄마가 그동안 너한테 겉으로 잘해주지 못했어. 엄마 많이 원망했니?”이윤미는 솜사탕을 반쯤 먹다 말고 입가에 묻은 설탕을 손등으로 쓱 닦았다. 이은화는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3화

    이윤정과 정군호의 일 이후로, 이은화는 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예전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에 칠십 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였고 오십 대 중반이라 해도 손색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치 팔십이 넘은 노인처럼 보였다.이윤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부모의 결혼 생활에 대해 함부로 입을 뗄 수 없었다.“네 아버지는 내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했어. 맞아, 나는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긴 했지만 바람을 피운 적은 없어. 그건 다 과거의 일이야.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기 마련이잖아? 네 아버지도 이씨 가문에 들어오기 전에 곁에 여자가 끊이지 않았어. 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해. 이씨 가문에 들어온 후, 나는 단 한 번도 아버지의 과거를 들추지 않았어. 그런데 감히 내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하는 거야.”이윤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엄마, 엄마 마음속에 있는 그분, 분명 엄청난 분이겠죠?”“정말 뛰어난 사람이야. 네 아버지보다 백 배는 뛰어나. 엄마가 며칠 후에 먼 여행을 떠나는데, 만나러 간다던 옛 친구가 바로 엄마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이야.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나는데, 아직도 날 기억할지 모르겠어. 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남아 있는 감정으로 보면 그 남자는 이은화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큰언니만 있을 테니까.하지만 남아 있는 증오로 본다면 이은화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그는 기억할 것이다. 그를 살아 있게 만든 것은 이은화에 대한 깊은 증오심이었으니까.“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가주님, 큰 사모님이 돌아오셨습니다.”서재 밖에서 집사가 말하자 이은화는 딸에게 말했다.“윤미야, 너는 먼저 나가거라. 아직 밥 안 먹었다면 아래층에 내려가서 먹고 와. 엄마가 부르기 전까지는 들어오지 말고.”“엄마, 너무 화내지 마세요. 몸 상하면 안 돼요.”이윤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4화

    이윤미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조윤을 바라보며 알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조윤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사진? 누구의 사진일까?’“형수님, 빨리 들어가세요. 어머니가 기다리시겠어요.”이윤미는 조용히 재촉하며 자리를 떴다.조윤은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부딪쳐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무서워도 자신을 잡아먹지는 않을 것이다.조윤은 조용히 서재로 들어갔다.들어서자 바닥에 사진들이 흩어져 있었고 위엄 있는 시어머니는 책상에 앉아 손에 사탕 엿을 들고 조용히 먹고 있었다.조윤은 순간 당황했다. 위엄 넘치는 시어머니가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사탕 엿을 먹고 있다니. 아마도 작은 시누이가 사다 준 것이 분명했다.이은화는 며느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마지막 사탕을 다 먹고 나서 태연하게 말했다.“바닥에 있는 사진들 모두 주워.”“네, 어머님.”큰며느리는 서둘러 다가가 들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놓고 몸을 굽혀 바닥에 떨어진 사진들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사진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줍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고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조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분노가 치솟았다.사진 속 인물은 남편 정일범과 작은 시누이 이윤정이었다. 아니, 이제는 작은 시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여자였다. 이미 시어머니에게 쫓겨난 몸이니 그냥 막된 여자일 뿐이었다.“어머님!”조윤은 화가 치밀어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들을 책상 위에 내던졌다.“어머님, 일범 씨랑 저 막된 여자를 보세요. 둘이...”조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남편이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과거, 남편이 외도했을 때, 시어머니에게 들켜 크게 혼난 후 관계를 정리했다고 믿었다.조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외도쯤은 참을 수 있었다.무엇보다도 그녀는 이씨 가문 큰며느리 자리를 절대 다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5화

    무엇보다 시부모님은 이윤정을 지나치게 아끼고 사랑했고 심지어 이윤미보다 훨씬 더 잘해주었다.이씨 가문에 시집와서 큰며느리가 된다는 것은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시어머니가 이윤정을 그토록 아꼈으니 조윤은 마음속으로 불편해도 겉으로는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됐어.”이은화는 며느리의 말을 끊어 버렸다.“이 일은 네 잘못이 아니다. 내가 예전에 이윤정을 너무 아꼈어.”이 큰 저택에서는 모두가 이은화의 눈치를 보며 행동했다. 잘못이 있다면 그건 먼저 이은화의 잘못이었다.조윤은 조용히 말했다.“어머님은 윤정이가 가짜라는 걸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아끼신 거잖아요. 저도 엄마가 된 사람이고 딸이 하나뿐이라,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요.”이은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아이들은 학교까지 잘 바래다줬어?”그녀는 손주들을 무척 아꼈다.사실, 이윤미가 처음 돌아왔을 때는 손녀를 키울 생각도 했었다. 처음엔 그녀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이씨 가문에서는 가주에게 딸이 없으면 손녀를 돌봐야했다. 가주 자리를 다른 친척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였다.“네, 다 잘 도착했어요.”“아이들 성적은 어때?”조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중, 중간 정도예요.”이은화는 며느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조윤은 깜짝 놀라 서둘러 덧붙였다.“아이들 성적은 뛰어나진 않지만 머리는 똑똑해요. 절대 멍청한 애들이 아니에요.”이은화는 한숨을 쉬었다.“아들이 바람피웠으니, 난 네 편에 있기로 했다. 네가 뭘 하든, 어떻게 화내든, 난 네 편이야.”그녀는 다시 아들의 외도 이야기를 꺼냈다.손주들이 여러 명 있지만 모두 성적이 썩 좋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키우려 했던 장손녀조차 마찬가지였다.아마도 역대 가주들이 딸을 낳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아들도 후손이고 손녀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아들들은 딸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고 손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맙습니다, 어머님.”시어머니의 지지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6화

    “네 큰오빠한테 따지러 찾아가야지. 개도 못 고치는 버릇이라잖아.”조윤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이윤미에게 대답했다.화가 난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순식간에 거실을 지나 본채를 벗어났다.이윤미는 곧장 밖에서 차가 출발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조윤이 정말로 큰오빠 찾으러 나간 것이다.이윤미는 음식을 위층으로 가져가 어머니께 드린 후, 핑계를 대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조윤을 따라간 이유는 그녀가 화가 나서 무슨 짓을 저지를까 봐 걱정해서가 아니었다.만약 큰오빠와 이윤정이 손을 잡고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라면 형수가 손해를 볼 게 뻔했기 때문이다.그때, 방윤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아가씨, 어디 가세요?”방윤림은 이윤미가 외출한 것을 알고 전화를 걸어 목적지를 물었다.“형수님이 불륜 현장을 잡으러 갔어요. 혹시 손해 볼까 봐 따라가서 도와주려고요.”방윤림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구경하러 가는 거 아니에요?”“구경도 하고 형수님도 도와야죠.”“이렇게 재미있는 일이라면 저도 참여하고 싶네요.”“방 비서님은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의 비서가 근처에 있어요.”방윤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선배가 있다니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아가씨, 조심하세요. 다치지 마세요.”“걱정하지 마세요. 저 싸움 꽤 잘해요.”방윤림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진짜 고수를 만나보지 못했죠? 그런 사람을 만나면 한 방에 쓰러질 수도 있어요.”“운전 중이라서, 그만 끊을게요.”싸움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 들통나자 이윤미는 운전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명지 빌리지에 도착했다.조윤은 도착하자마자 잠시 멈춰 서서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화가 난 채로 나왔기에 남편이 산 집이 몇 동 몇 층인지 묻지 않았던 것이다.명지 빌리지는 꽤 넓은 아파트 단지였기에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웅웅웅.”조윤이 길을 헤매던 중, 휴대폰이 울렸고 가방에서 꺼내 보니 낯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7화

    조윤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이윤정의 뺨을 후려쳤다.퍽!선명한 손자국과 함께 이윤정의 입가에서 피가 맺혔다.하지만 조윤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방을 휘둘러 이윤정을 계속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더러운 년! 감히 내 남편을 유혹해? 염치없는 년, 더러운 년!”이윤정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둘은 뒤엉켜 난투극을 벌이게 되었다.두 여자의 시끄러운 싸움에 일요일 저녁 집에 있던 옆집 사람들도 소란을 듣고 하나둘씩 나왔다.하지만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말리지 못했다.조윤이 이윤정의 얇은 잠옷을 찢어버리면서 고함을 지르자 사람들은 이제가 눈치를 챘다.“이 더러운 년! 내 남편을 유혹해? 찢어 버릴 거야!”아내가 내연녀를 잡으러 온 상황임이 명확해지자 구경꾼들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샤워를 마친 정일범이 소란을 듣고 뛰쳐나왔고 난장판이 된 거실 한가운데 두 여자가 서로 머리채를 잡고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뛰어들어 이윤정의 위에 있는 아내를 발로 차버렸다.방심하던 조윤은 남편에게 발로 차여 바닥에 나뒹굴었고 등에서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다.이윤정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윤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겼고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조윤의 양쪽 볼이 얼얼해지더니 눈앞이 아득해졌다.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남편이 내연녀를 도왔다는 사실이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조윤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이윤정의 이마를 머리로 들이받았다.이윤정이 비명을 지르며 움찔하자 조윤은 다시 그녀 위에 올라타 두 손으로 목을 꽉 움켜쥐었다.그녀의 손아귀에서 이윤정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정일범이 다시 아내를 발로 찼다.하지만 조윤은 손을 놓지 않았고 남편의 발길질을 버티며 더욱 세게 이윤정의 목을 조였다.“놔! 죽이려는 거야?”정일범이 소리치며 아내를 붙잡고 잡아당겼다.이윤정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정일범은 필사적으로 아내의 손을 끌어당겼고 그제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098화

    앞으로 정일범이 누구와 함께 있든, 조윤과는 상관없었다.이씨 가문의 큰며느리 자리도 이제 누구에게 가든,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단 하나. 살아남는 것이었다.“큰오빠,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이윤미는 정일범을 차갑게 꾸짖었다.“형수님을 거의 죽일 뻔했잖아!”“오빠가 그 여자랑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집에서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이윤미는 허리를 숙여 조윤의 가방을 집어 들어 안에 있는 사진 한 뭉치를 꺼내 정일범에게 던졌다.그러고는 조윤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형수님, 우리 돌아가요. 이 사람 같지도 않은 짐승들은 어머니께 맡기죠.”“윤미야...”바닥에서 사진을 집어 든 정일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고개를 들어보니, 동생은 이미 조윤을 데리고 떠났고 이곳에 더 이상 오래 머물러선 안 될 것 같았다.정일범은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허둥지둥 뛰쳐나왔다.이윤미는 기절한 이윤정을 남겨둔 채,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고 정일범 역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떠났다.심지어 방문조차 닫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결국, 이웃 중 한 명이 나서서 이윤정을 위해 방문을 닫아 주며 드라마는 끝났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다음 날, 사람들은 전날 밤에 불륜 현장에서 들킨 내연녀가 16층에서 뛰어내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 높이에서 떨어져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기에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머리가 깨지고 바닥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이 현장을 본 이윤정의 어머니와 두 오빠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며 오열했다.사람들은 그녀의 어머니와 오빠들이 조윤의 전화를 받고 이윤정이 망신스러운 짓을 했다는 걸 알고 밤새도록 고향에서 달려왔다고 했다.밤늦게 도착한 모자는 번갈아 가며 그녀를 심하게 꾸짖었다.불륜남의 아내한테 뚜들겨 맞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를 당한 것이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고, 어머니와 오빠들에게까

최신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7화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6화

    도아영이 홀로 관성까지 찾아온 것도 전이혁을 위해서였다.관성에서 그녀의 안전은 그의 책임이다.앞으로 도아영과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 후보였다. 혹여 도아영이 관성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씨 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은 물론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를 혼쭐 내실 것이 분명했다.전이혁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전화를 받자 전이혁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형, 오늘은 형의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 자도 돼?”“안방만 빼고 다른 방은 마음대로 써.”전태윤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안방 사용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이곳에 머무를 때면 항상 안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고마워. 형.”“도아영 씨는 괜찮아?”“심하게 취해서 토하다가 물 달라고 하길래... 떠날 수 없어서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고. 새벽에 아영 씨를 룸으로 데려다준 후 떠날 계획이야. 같이 묵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달라붙을까 봐 겁이 나.”전태윤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도아영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아. 그분 명성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전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형,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이고 할머니의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으셨지. 도아영 씨와 함께 지내보니 나랑 잘 맞는 것 같긴 한데... 왠지 그 ‘여우’랑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하단 말이야.”“‘여우’라고?”“내 꿈에 자꾸 등장하는 그 여자 말이야. 별명이 ‘여우 같은 여자’거든. 화장을 잘하는 건지... 본명도, 고향도, 행적도 전혀 알 수가 없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서 나도 자꾸 정복하고 싶어져.”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분이 혹시 만성의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연관 있는 거 아니야?”만성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모연정의 사촌 형수이자 A시 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데 그녀도 이중생활로 유명한 인물이다.허씨 가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5화

    “네.”우빈이는 전태윤의 말을 믿으며 다시 물었다.“이모부, 그 모기는 어디 갔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우빈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빈은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날아갔어. 이모부가 조금 늦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그래요?”우빈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하예정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일하러 가야 해. 우리도 집에 가자. 이모부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야지.”우빈은 바로 그의 작은 손을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잘 가요!”“집에 가서 빨리 쉬고 이모의 말도 잘 듣고. 이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말 잘 들으면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로 가서 용정이랑 놀게 해줄게.”우빈은 급히 약속했다.“절대로 이모 귀찮게 안 하고 말 잘 들을게요.”“여보, 빨리 일하러 가요. 우리도 갈게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일하러 가라고 재촉한 뒤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사랑하는 아내를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비로소 자신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전이혁과 도아영의 일에 대해서 전태윤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도아영이 취하면 전이혁이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줄 것이니까.전이혁은 도아영을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겨 준 뒤 편안한 자세로 눕혔다. 그리고 그가 떠나려던 참에 도아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으로 토해버렸다.전이혁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바닥과 침대를 모두 더럽혔다. 그는 이 광경을 보자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흠... 전이혁도 토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코와 입을 가린 채로 나왔다.도아영은 시원하게 토한 뒤 다시 침대에 철썩 누워버렸다.전이혁은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가 구토물을 보지 않으려 애썼고 최대한 빨리 도아영을 일으켜 안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4화

    도아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나라에 들어가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취했네. 내일 아침이면 정말 고생할 텐데.”전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아영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체념했는지 그녀를 안아 들어 로얄 스위트룸 나섰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참! 난 도아영 씨가 어느 룸에 묵고 있는지 모르는데.'그는 걸음을 멈추고 도아영을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형수님, 도아영 씨가 묵고 계신 룸 번호를 아세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관성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요. 아영이가 취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알아볼게요.”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영의 룸 번호를 알아봐 줘요. 취했대요. 이혁 도련님이 아영이를 모셔다드리려고 하는데 룸 번호를 몰라서.”전태윤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하예정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우빈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가 이내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전이혁과의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알아봤어요?”“내가 이혁한테 이미 알려줬어.”전태윤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까 내가 물어볼 때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내가 바람피우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 동생이 도아영 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내가 대신 물어보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어.”하예정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남편의 팔을 다정하게 끌며 달콤하게 웃었다.“설명했으면 그만이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 감정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걸요. 제가 의심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다음부턴 이런 일 나에게 시키지 마. 이혁의 일은 이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나도 예전엔 아무 도움 없이 오직 내 진심과 깊은 정으로 너의 마음을 얻었는데.”“알았어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3화

    전이혁은 침묵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요? 전이혁 씨는 그분을 보호하려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안심하세요. 저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을 뿐이에요. 수작 부릴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못해요. 남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고. 제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한 건 처음이라서 한번 도전해 보는 거예요. 다른 남자였다면 그냥 양보했을 거예요.”도아영이 눈여겨본 건 전이혁이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이혁의 뒤에 있는 전씨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전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은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사상이 모두 개방적이어서 후손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심지어 반대한다고 해도 다른 집안 어르신들처럼 억지로 가로막지는 않았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특히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고 한번 정한 인연과 결혼은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이런 남자들이 흔치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결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하여 도아영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정말 안 된다면 그건 그녀와 전씨 가문의 인연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애초에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도아영은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다.전이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우’의 이름을 몰랐으니까. 마음의 절반을 뺏긴 주제에 정작 상대방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니...도아영은 그가 연적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전이혁 씨가 그녀를 보호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누가 저 도아영을 이길 수 있는지. 근데 괜찮아요. 언젠가는 제 연적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그녀는 전이혁에게 잔을 들며 말했다.“전이혁 씨, 자! 우리 한잔하죠.”전이혁은 잔을 들고일어나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 그리고 도아영이 단숨에 그 술을 들이마시는 걸 지켜보았다.도아영은 더 이상 전이혁과 사랑에 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2화

    도아영은 요즘도 이런 식으로 자식들의 혼사를 정하는 어르신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요즘은 연애와 결혼이 자유로운 시대인데 아직도 자식들의 혼사를 결정해 주는 집안이 있다고?’도아영은 곧바로 자기 집 안 어르신들을 떠올리더니 다시 묵묵히 조금 전의 의문을 거두어들였다.재벌 가문에서는 많은 혼사가 부모님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대부분 어른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곤 한다.그들에게는 결혼의 자유가 많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익뿐이었다. 두 가문 사이에서 이루어진 혼인으로 인해 두 회사에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주느냐가 가장 관건이었다.“그럼 전이혁 씨 할머니께서 왜 저를 선택하셨어요? 저는 할머니를 본 적도 없는데.”도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녀는 전씨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아마 봤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도아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알아본 뒤에야 전이혁의 미래 아내로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전이혁에게 건네주며 도아영에게 구애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아직도 자주 돌아다니시니까. 우리가 감당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죠. 다행히 할머니의 건강은 좋으시고 관리도 잘 되어서 겉으로 보기엔 예순 정도로 보이세요.“전이혁도 할머니가 어떻게 도아영을 선택하셨는지 모른다.도아영만 궁금한 게 아니라 고현과 여운초도 전씨 할머니께서 언제 그녀들을 눈여겨보셨는지 궁금해했었다.“그래서 저를 알게 되었고 저를 쫓아다녔던 거예요? 전이혁 씨가 저에게 한 행동이 애정 공세가 아니라고 하면 당신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죠?”전이혁은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인정해요. 제가 당신에게 구애했다는 것을.”전이혁은 도아영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든 면에서 그와 잘 어울렸으니까.하지만...“그런데 왜 한동안 사라지고 저를 무시했어요? 일부러 관심을 끌려는 작전이었던 거예요?”전이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1화

    전이혁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너무 늦었다.그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자리에 앉아서 몸만 돌려 옆에 앉은 도아영을 돌아보았다. 전이혁의 깊고 검은 눈빛은 도아영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게 했다.이때 도아영은 몸을 굽혀 천천히 전이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전이혁은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아영이 어떤 향수를 뿌리는지는 몰랐지만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너무 좋았다.“전이혁 씨.”도아영은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말해봐요, 듣고 있어요.”그도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대답했다.“제가 한 가지만 물을게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저를 대하는 거예요? 저에게 잘해주는 게 저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예요? 저에게 애정 공세를 하면서 왜 또 저를 무시하는 거죠?”전이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한 가지 물음보다 더 많이 물어본 것 같은데.”잠시 침묵이 흐른 뒤로 전이혁이 말을 이었다.“저도 제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면 도아영 씨는 저를 나쁜 놈이라고 욕할 거죠?”그는 그녀에게 구애하고 싶었다.전이혁은 도아영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할머니의 눈썰미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없었다면 전이혁은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도아영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당당함, 대담무쌍함, 의협심, 기발한 성격, 고요할 때의 차분함과 활발할 때의 성격은 전이혁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던 것이다.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그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바로 그 ‘여우 같은 여자' 말이다. 도아영 같은 재벌가 따님이 아니라.도아영의 아름다운 눈이 반짝이며 전이혁이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할 것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전이혁을 내려다보았다.전이혁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순간 도아영의 동작과 표정이 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0화

    “예정 언니, 벌써 다 드셨어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리가 좀 빨리 먹는 편이긴 하지. 평일엔 일이 바빠서 먹는 시간도 쪼개 써야 하다 보니 빨리 먹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도아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정은 우빈의 손을 잡고 남편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로얄 스위트룸을 빠져나왔고 거기에 문을 닫아주는 센스까지 보였다.전태윤은 경호원들에게도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지시했다.전이혁과 도아영은 이 모든 것이 하예정이 그들에게 특별히 남겨준 기회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로얄 스위트룸 안에는 전이혁과 도아영만 남았다.도아영은 와인잔을 들어 우아하게 음미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전이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역시 피할 수 없었군.'전이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도아영 씨,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도아영은 대답 대신 잔을 기울이며 그를 바라만 보았다.‘정말 잘생겼어...'그녀는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실제로 본 전태윤도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지만 지나치게 차가운 인상에, 인사할 때 잠깐 마주친 뒤로는 도아영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오직 하예정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아내 바보'라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전태윤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달리 전이혁은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전태윤 앞에서 전이혁은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단둘이 있을 때면 전이혁의 우수함이 빛을 발했다. 그는 도아영이 만난 남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였다.전이혁이 잘해줄 때면 도아영은 그에게 정말 빠져들 것만 같았지만 그녀를 소홀히 대할 때면 화가 치밀어 주먹으로 그를 한 대 패주고 싶을 지경이다.‘내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애완견이야?'마음 내키면 그녀와 잠시 놀아주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리는 그의 태도에 도아영은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전이혁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전이혁 씨, 왜 자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99화

    하예정은 두 사람 사이의 암투를 모른 척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좋은 술 두 병 시킵니다. 저는 임신 중이라 못 마셔요. 우리 배 속의 아기 건강 생각해서라도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하거든요. 태윤 씨도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혁 도련님이 도아영 씨랑 같이 마실 수밖에 없네요. 도련님, 아영 씨를 잘 모셔야 해요. 저와 태윤 씨가 있으니 도련님이 취해도 괜찮아요. 저희가 책임질게요.”하예정은 도아영에게 윙크했다. 도아영은 슬쩍 OK라는 사인을 보내며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하예정은 그제야 도아영의 주량이 꽤 괜찮음을 눈치채고 안심했다. 하예정은 도아영이 전이혁에게 꼬치꼬치 캐묻다가 술에 취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인데 도아영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니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술과 여러ㅓ 요리가 나오자 도아영은 직접 전이혁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자! 전이혁 씨, 건배하죠.”전이혁은 잔을 받지 않고 오히려 도아영의 잔을 가져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도아영 씨, 공복에는 술에 취하기 쉬워요. 이 술은 독해서 마실 땐 괜찮다가도 나중에 훅 가버릴 수 있어요. 먼저 요리들을 좀 드시고 또 국물도 한 그릇 드세요.”그 말과 함께 전이혁은 도아영에게 국물을 떠주었다.“국물부터 드셔보세요.”도아영은 평소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전이혁이 떠준 거라 예의상 한 수저 떠먹었다.“하 대표님, 이 국물이 정말 맛있네요. 저 원래 국물을 잘 안 마시는데 이 국물은 진짜 맛있어요.”“그럼 많이 드세요. 우리 집은 항상 식사 때 국물을 준비하는 게 습관이에요.”하예정은 우빈에게도 국물을 떠주며 물었다. 식습관은 바꾸게 하기 어려운 법이다.도아영은 관성의 사람이 아니라서 관성의 식습관과 달랐다.국물을 마시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국물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니 그 국물이 정말로 맛있었던 모양이다.“몇 살이에요? 동갑인 것 같은데.”“하 대표님이랑 같은 해에 태어났어요. 제 생일은 연말이라 하 대표님보다 몇 개월 어려요.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