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영 씨, 또 저를 몰래 찍으면 휴대전화를 부숴버릴 거예요.”문득 고현이 경고하는 말이 들려왔다.전호영 고현을 찍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현이 씨, 왜 열심히 일하지 않으세요? 제가 몰래 사진을 찍는 것조차 알고 있다니. 혹시 현이 씨도 제가 신경 쓰이고 저를 훔쳐보는 거 아니에요?”고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호영 씨가 저보다 더 잘생겼어요? 제가 왜 저보다 못생긴 호영 씨를 훔쳐보겠어요?”전호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전호영은 남자 중에서 잘생긴 편이지만, 남자 분장한 고현에 비하면 그녀만큼 잘생기지는 않았다.“만약 현이 씨가 여성 옷으로 갈아입고 긴 머리를 기르면 그야말로 경국지색일걸요. 아마 너무 아름다워서 제가 눈길조차 떼지 못할 거예요.”고현이 말을 잇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가 말을 꺼내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몇 분 동안 앉아 있다가 바로 일어나서 그녀의 책상 앞에 앉으며 물었다.“뭐 드실래요? 커피 마실래요?”“지금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이 안 와요.”고현은 일반적으로 아침에 회사에 도착하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곤 했다. 그러나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점심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업무를 처리했다.“제 사무실에는 간식이 없어요.”고현이 한마디 덧붙였다.그녀는 어렸을 때 간식을 무척 좋아했지만, 어른이 되어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주변의 성공한 남자들이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뒤로 더 남자답게 살기 위해 간식 먹는 습관을 끊어버렸다.“제가 사드린 간식은요?”“고빈에게 줬어요.”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고빈 씨는 남자인데도 간식을 좋아해요? 왜 고현 씨에게 남겨주지도 않고...”고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빈은 아마 그 간식들을 회사 직원들에게 나눠주거나 그의 아름다운 여성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을 가능성이 컸다.고빈은 모든 여성 지인들에게 무척 잘해주었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들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녀들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며 딴마음
“그러면 고현 씨도 저에게 쉽게 돌을 던질 수 있잖아요. 제 이마에 피가 나도 저는 상관없어요. 제가 만약 입원하게 되면 현이 씨가 저를 책임지셔야 할 테니까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양아치 짓 좀 그만 해요!”전호영은 헤헤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현이 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안 보여요?”“네네네... 보이네요!”전호영은 웃기만 했다.“제 맞은편에 앉지 말고 멀리 앉으세요. 저는 일해야 해요.”고현은 자기 맞은편에 앉은 전호영을 내쫓았지만, 그 남자는 수다쟁이여서 쉽게 화제를 찾아 그녀를 끌어들였다. 설령 전호영이 조용히 앉아 있다고 해도 여전히 고현에게 방해될 것이다.전호영은 항상 희귀한 보물을 보듯 그녀를 빤히 쳐다보기 때문이다..“소리 안 낼게요. 현이 씨 업무를 방해 안 할게요.”“호영 씨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것도 저를 방해하는 거나 다름없거든요.”전호영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물었다.“사실 현이 씨도 저를 사랑하죠? 얼굴이 두껍지 못해서 승인하기 싫은 거죠? 보세요. 제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데 현이 씨 기분과 업무에 영향 줄 수 있잖아요. 현이 씨는 분명 제가 매우 신경이 쓰이고 저의 행동을 항상 주시하고 있는걸요.”고현은 그를 노려보면서 또 경고했다.“멀리 가지 않으면 제가 전화를 걸어 경비원에게 호영 씨를 내쫓으라고 할 거예요. 앞으로 절대로 고씨 그룹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거예요!”“너무 가혹한 거 아니에요? 멀리 꺼질게요. 얼른 업무나 처리해요. 저는 고빈 씨를 찾아 허풍 좀 떨어야겠어요. 20분 뒤에 바로 데리러 올게요.”전호영은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자리를 떠났다.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던 전호영은 다시 되돌아오더니 책상을 에돌아 고현에게 가까이 가더니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고현은 발로 걷어 차버리고 싶었지만, 전호영은 이미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가버렸다.고현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눈빛으로 전호영을 매섭게 쏘아보았다.전호영이 대표 사무실을 떠나자 고현은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해
고현은 아직 여자의 신분을 회복할 계획이 없었다.“아직 화려한 프러포즈는 하지 않았어요.”전호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고빈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저는 호영 씨가 청혼한 줄 알았잖아요. 이렇게 큰일을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나 했는데 제대로 청혼하지 않았군요. 그럼 언제쯤 우리 형한테 청혼할 거예요? 꼭 성대하게 청혼해야 해요. 사람 많은 곳을 골라서 프러포즈도 하세요. 그러면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호영 씨한테 시집가라고 소리칠지도 모르니까요.”전호영이 공개적으로 화려하게 청혼하는 것을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분명 많은 사람이 구경하러 모여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고현을 전호영에게 시집가라고 응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오히려 전호영을 욕하거나 심지어 달걀을 뿌리는 사람들, 그리고 전호영에게 두 사람이 국내에서 합법적인 부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고현이 여자의 신분을 회복하지 않는 한 전호영의 청혼은 모두의 축복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전호영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현이 씨가 저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면 저는 분명 성대하게 그녀에게 청혼할 거예요. 그리고 화려한 약혼식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거고요. 저는 모든 것들을 전부 고현 씨에게 주어 그녀를 조금도 섭섭하게 만들지 않을 겁니다.”“저는 호영 씨를 믿어요! 호영 씨는 정말 우리 누나한테 진심이네요. 그런데 우리 누나가 호영 씨에 대한 마음은 그렇게 깊지 못한 것 같은데 아직도 더 노력하셔야겠네요.”고빈은 싱글벙글 웃으며 전호영을 격려했다.전호영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저는 늘 노력하고 있어요. 내년에 고현 씨가 저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게 된다 해도 저는 아주 기쁜걸요.”고빈은 또 전호영을 위로했다.“사실 호영 씨는 너무 대단하세요. 호영 씨와 저의 누나가 겨우 몇 개월밖에 지내지 못했는데도 이미 우리 누나의 마음을 움직였잖아요. 우리 누나가 고씨 그룹을 맡고 나서 많은 젊은 인재들을 만났지만, 누구도 우리 누나의 마음
전호영은 미래의 처남을 노려보며 꾸지람했다.“어쩐지 고빈 씨와 제가 이토록 대화가 잘 통하더라니, 우리 둘 다 같은 사람이었네요. 파렴치하고 뻔뻔하잖아요.”고빈은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었다.전호영은 고빈을 그대로 두고 떠나버렸다.고씨 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누가 관리할지는 고씨 가문의 일이다. 전호영은 지금 고씨 가문의 사위가 아니지만, 설령 고씨 가문의 사위가 되더라도 이런 일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았다.전호영은 다른 사람들이 그가 고씨 가문의 돈 때문에 장가왔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사실 전호영은 고씨 가문의 재산에 일도 관심 없는 사람이다. 고씨 가문은 강성에서 재력 순위가 앞자리를 차지할 만큼 막강한 재벌가이지만 전씨 그룹보다는 여전히 차이가 났다.고현이 일을 마치자마자 전호영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현이 씨, 일 끝났죠? 가요, 밥 먹으러 가요.”전호영은 성큼성큼 다가와 웃으며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처리했던 서류들을 가지런히 쌓아둔 후 인터폰을 눌러 비서에게 들어오라고 알렸다. 비서는 곧 그 서류들을 가져갔고 고현은 그제야 일어나서 의자에서 일어났다.전호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고현이 바로 거절했다.“회사에서 제 손을 잡지 마세요.”“우리 두 사람이 서로 사귀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손 잡는 게 뭐 어때서요?”전호영은 투덜댔지만, 고현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다시 손을 거두어들였다.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밖으로 걸어갔다.10분 후.차 여러 대가 고씨 그룹을 떠났다.공항에서 돌아온 이은화는 전호영 일행보다 몇 분 일찍 하루 호텔에 도착했다.이은화는 차에서 몇 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내렸다.“대표님.”경호원들은 이은화 뒤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이은화가 왜 목적지를 바꾸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이은화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두 사람은 나를 따라 들어가고 다른
그러자 이은화가 대답했다.“실례합니다만, 정군호 씨 계신가요?”“누구야? 누가 날 찾아왔어?”정군호는 금방 목욕하고 마침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오면서 물었다.입구에 서 있는 아내를 본 정군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자신이 눈이 어두워진 줄 알고 서둘러 자신의 눈을 닦고 다시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은화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자기야, 자기를 찾고 있는데?”그 강윤지는 몸을 돌려 정군호의 물음에 대답했다.사실 강윤지는 마음속으로 정군호의 아내임을 어느 정도 눈치챘다.그러나 강윤지는 상관없었다.강윤지는 얼마나 많은 아내가 그녀를 찾아와 난리를 피웠는지 모른다. 그녀는 상류사회의 남자를 찾지 않는 한 그녀의 배후에 있는 우두머리 남자 친구에게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강윤지의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너무 많아 아마도 그녀의 존재조차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그녀의 용돈을 끊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그 우두머리의 여자 친구라는 명분을 걸고 다닐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을 속여 자신이 그 우두머리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중 하나라고 속이면 아무도 그녀를 심하게 괴롭히지 않았다.“여... 여보, 언제 돌아왔어?”정군호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더듬거리며 이은화에게 물었다.그의 수건을 들고 있는 손은 저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며칠 더 지나야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나? 왜 지금 여기에 나타났지?’정군호는 바람을 피우다가 아내에게 딱 걸렸다.이은화의 성격을 알고 있는 정군호는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다가 정군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더니 강윤지를 가리키며 거짓말하기 시작했다.“여보, 이 여자가 날 꼬셨어. 날 꼬셨단 말이야.”“어이! 영감탱이! 당신이 날 좋아한다면서 나에게 매일 귀한 선물을 주면서 밥도 사주고 온갖 비위를 맞춰주며 용돈도 줬잖아. 뻔뻔하게 날 쫓아다니다가 내가 이제 놀아주니까 뭐? 내가 당신 꼬드겼다고? 난 잘
이은화는 정군호에게 뺨을 연달아 때렸다. 정군호의 얼굴은 금세 시퍼렇게 멍들고 코가 퉁퉁 부어올랐으며 그의 입가뿐만 아니라 코에서도 피가 철철 흘렀다.그는 감히 반격하지 못하고 아내의 노여움을 견뎌내고 있었다.이은화가 동작을 멈추자 정군호는 이은화의 손을 잡고 안쓰러운 얼굴로 물었다.“여보, 손 많이 아파요? 힘들어요? 제가 불어드릴게요.”이은화는 정군호를 발로 걷어차면서 그는 땅에 넘어지고 말았다.“두 사람 얼른 데려가.”이은화는 두 명의 경호원에게 두 사람을 데려가 계속해서 벌하라고 차갑게 지시했다.이은화는 감히 그녀를 배반한 사람을 쉽게 용서하지 않았다.경호원들 즉시 방으로 들어가 강윤지를 끌고 이은화를 따라갔다.정군호는 경호원들이 끌 필요 없이 스스로 땅에서 일어나 순순히 이은화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사정했다.정군호는 그가 강윤지에게 속아 넘어갔다면서, 절대로 그가 먼저 강윤지를 꼬드긴 것이 아니라면서, 호텔에서 많이 소비한 것이 아니라면서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이은화는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여전히 앞으로 걸어갔고 그와 동시에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자식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들이라고 지시했다.정군호가 감히 그녀를 배신한 것은 그의 손에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돈이 있어야 그렇게 젊고 파렴치한 천한 여자를 속일 수 있었다.겉으로는 정군호의 매달 용돈은 적지 않았지만, 이은화는 줄곧 남편의 용돈을 10만 원 이상 준 적이 없었다. 지금 정군호가 하루 호텔과 같은 고급 호텔에 가서 소비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이은화의 자식들이 정군호에게 도움을 준 덕일 것이다.이은화는 어떤 효자가 정군호를 이렇게 효도하는지 알고 싶었다.이은화가 집사에게 아들딸들을 집으로 돌아오라고 지시한 말을 듣던 정군호는 얼굴빛이 다시 어둡게 변했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이은화가 미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감히 겉으로 악담을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했다.두 명의 경호원에게 끌려가던 강윤지는 처음에는 얌전하게 경호원들에게 끌려가다가 1층으로 내려가자 기회를 엿보
강윤지가 경호원에게 잡히자 이은화는 강윤지를 힘껏 때리기 시작했고 강윤지의 얼굴은 퉁퉁 부어 조금 전의 아름다웠던 미모는 온데간데없어졌다.“여보.”정군호는 이은화가 사람을 때려죽일까 봐, 한동안 자신과 바람을 피운 강윤지가 걱정되어 이은화의 손을 잡아끌었다.그러자 이은화는 화를 정군호에게 풀기 시작했다.이은화는 바로 몸을 돌려 정군호의 뺨을 때렸다.구경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이은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을 붙잡고 폭행했다.이때 그 광경을 구경하던 전호영이 나섰다.“이 대표님.”전호영은 굵고 낮은 목소리로 이은화를 불렀다.남편에게 주먹질하고 걷어차던 이은화는 그제야 동작을 멈추었다.이은화는 고개를 돌려 자기를 부르는 사람을 바라보았고 그 사람이 전호영임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남편을 때리다가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면서 인사했다.“호영 씨군요.”“네, 제가 조금 전에 돌아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기는 저희 하루 호텔이에요. 제 구역에서 사람을 죽이면 안 되시잖아요. 저의 하루 호텔의 명성에 영향을 끼치면 저희도 곤란해요.”이은화는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그녀는 바람피우는 남편과 강윤지를 때릴 때는 정말 가차 없이 때렸다.사람들은 정군호를 몰랐지만, 조금 전에 강윤지가 싸우면서 정군호가 이은화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폭로했기에 지금 구경꾼들은 모두 정군호가 이씨 가문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정군호가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이고 바람을 피우다가 이은화한테 딱 잡혔다. 그리고 이은화에게 호텔 입구에서,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한바탕 맞았기에 그의 체면도 완전히 구겨졌다.전호영은 정군호가 이은화를 무척 미워할 것이라고 속으로 짐작했다.이은화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리고는 전호영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전 대표님.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여기가 하루 호텔이라는 것조차도 잊어버렸어요. 지금 바로 사람을 데리고 떠나겠어요. 하루 호텔을 더럽히면 안 되죠.”얼굴이 시퍼렇고 코가 퉁퉁 부은 채로 낭패한 모습을
정군호가 이은화에게 끌려간 후, 심하게 얻어맞은 강윤지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강윤지가 남의 가정을 망친 내연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녀가 남에게 맞았다고 동정하지 않았다.강윤지는 힘겹게 일어나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그 늙은 정군호가 이씨 가문의 가주 남편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정군호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윤지는 예전처럼 우두머리를 내세워 자신을 보호했었는데 이번에 아무런 소용도 없을 줄은 몰랐다. 결국, 그녀는 이은화에 의해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맞고 말았다.전호영은 고현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전호영이 고현에게 물었다.“볼거리 재미있었죠?”그들은 단지 이은화보다 몇 분 늦게 호텔에 도착했다.이은화가 호텔 룸에 들어가서 정군호와 강윤지를 잡았을 때 전호영은 고현을 데리고 현장에 가지 않고 일 층 휴게실 소파에 잠시 앉아 있었다.강윤지가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이 볼거리는 아마 볼 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정말 재미있었어요.”고현이 대답했다.“은밀하게 처리했죠? 이 대표님한테 들키면 안 돼요. 이 대표님 곁에 특별비서가 있어요. 이씨 가문의 가주 옆에 배정되는 특별비서인데 그들은 가주한테 가장 충실하고 능력도 엄청나게 뛰어나거든요. 이 대표님의 많은 일은 아마 그 특별비서가 도와서 기획하고 안배하는 경우가 많아요.”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이 일은 저 혼자 추진한 것은 아니에요. 윤미 씨가 뒤에서 이 일을 꾸몄어요. 정군호 씨 내연녀도 윤미 씨가 선택해 정군호와 우연히 마주치게 하여 서로한테 깊이 빠져들게 한 거예요.”“물론 이 대표님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할 거예요. 이 일은 우연처럼 꾸며졌기에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을 전혀 알아챌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대표님이 윤미 씨가 꾸민 일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무척
여운초는 여천우의 몫을 탐내지 않았다.여운초가 쥐고 있는 것은 여씨 가문의 대동맥이다.“우리 어머니도 나에게 말했어. 신경 쓰지 마. 그 여자가 너를 욕하면 입을 틀어막고 쫓아내.”전이진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여천우를 제외한 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 전부 증오했다.그가 사랑하는 아내의 친척들은 하예정 고향의 “일품” 친척들과 한판 붙어도 될 만큼 형편없는 사람들이다.하예정 고향의 친척들이 하예정에게 화해를 하고 싶어도 이제 기회가 없다. 그녀는 진작부터 그 친척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매달 받아온 집세 돈만 하 영감에게 생활비로 주었다.아주 가끔은 소비 돈을 조금 주겠지만 말이다.하 영감과 화해한 것도 어쩌면 하예정이 그녀의 아버지께 효도를 다 한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여운초는 그녀의 친척들과 화해할 수 없다.여운초는 웃으며 여의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운별은 생각이 깊지 못한 사람이야. 자기 엄마를 찾아가 돈을 요구할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두 고모가 운별이를 부추겨서 한 짓일 거야. 돈을 가지게 되면 별문제 없겠지만 돈을 못 가지게 되면 또 내 명성을 손상할 게 뻔해. 명성이 좋든 나쁘든 뭐가 상관있겠어? 내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텐데.”여운초는 수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몇 번이고 죽을뻔했기에 진작 명성의 좋고 나쁨에 여의치 않았다.전이진은 여운초와 결혼할 때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전이진이 그녀의 과거를 싫어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었다. 만약 전이진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여운초도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대표님들에게 전화를 몇 통 걸었어. 사촌 오빠들은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도 없이 쉴 수 있어서 좋을걸. 그리고 두 고모의 청소부 일도 취소했어. 앞으로 나가서 쓰레기통이나 뚜지면서 살아야 할 거야.”여운초는 두 고모가 청소부로 일하는 외 나가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돈을 벌어 삶에 보태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이진도 말을 이었다.“나도 전화할게.
전이진은 차 문을 열고 여운초를 부축해 태웠다.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지만 먼 거리를 또렷하게 보지는 못했기에 전이진은 여전히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하며 돌보고 있었다.그녀가 외출할 때는 항상 경호원들이 동행했으며 전이진이 여운초 곁에 있을 때만 경호원들이 잠시 쉴 수 있었다.이전의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전이진은 여전히 아찔했다.그때 큰형수님이 그녀를 우연히 발견해 구해주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 사건 이후 전이진은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무자비하게 응징하며 그들의 사업을 모두 망하게 만들었다.그들은 파산했고 빚을 지게 되어 고급 차와 주택을 팔아 빚을 갚아야 했다.현재 두 집안은 셋방에서 살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고 한때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던 그들에게 이는 엄청난 추락이었다.여운초는 남편에게 말했다.“맞아. 아버님과 어머님은 정말 잘해주셔. 집안 모든 분들이 나를 특별히 아껴주시는 것 같아. 작은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어머니, 큰어머니 모두 너무 좋은 분들이야. 그분들 덕분에 가족의 온기와 부모님의 사랑이 어떤 건지 느낄 수 있었어.”전씨 가문의 따뜻한 배려는 여운초가 과거에 겪었던 차가운 가정과는 완전히 달랐다.친부모 중에서도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사람은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뿐이었다.친어머니는 여운초에게 모성애를 주기는커녕 여운별과 여천우만을 자식으로 여기고 여운초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더구나 친어머니는 딸을 해치려는 끔찍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그 결과 여운초는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매일 약을 복용하며 눈과 몸을 치료해야 했다.세상에 어느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불임으로 만들려 할까? 하지만 여운초의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전이진은 몸을 숙여 그녀의 안전벨트를 채워주며 얼굴에 입 맞추고 웃었다.“당신은 우리가 평생 아껴줄 공주님이니까.”전이진의 가족들 역시 여운초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그녀를 몹시 안타까워
여운초는 지금이라도 전화 한 통이면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사람들을 관성에서 일자리도 찾지 못하게 하고 쫓아낼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여운별 역시 그들에게 부추김을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닫고 자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운별 같은 사람은 사회의 혹독한 경험을 통해서만 성숙해질 수 있고 옳고 그름을 깨달을 수 있었다.물론, 여운초는 동생이 변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여운별의 가치관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아래 잘못 형성되었고 이를 고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동생이 얌전히만 있다면 여운초는 그녀를 완전히 내치려 하지 않았다.다만, 여운별이 여전히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운초도 더 이상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었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자매애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그저 남동생 여천우가 둘째 누나인 여운별에게 의리를 지키는 편이라 여운초가 동생을 어느 정도 봐주고 있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여운별이 자신의 인내심을 끝내 소진한다면 그때는 여천우가 그녀를 위해 좋은 소리를 한다 해도 더 이상 봐줄 수는 없을 것이다.명해은이 단호히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 혹시라도 엄마가 나서야 한다면 언제든 말해. 우리는 이미 한 가족이잖니. 내 며느리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누가 감히 내 며느리를 괴롭히면, 내가 그들에게 후회라는 단어가 뭔지 똑똑히 알려줄 것이야.”여운초는 시어머니의 말에 감동했다.“어머님 같은 좋은 시어머니가 있는데 누가 감히 저를 괴롭히겠어요? 다들 저한테 아첨하느라 바쁠 텐데요.”명해은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의 아첨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우리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그러면서 화제를 바꾸며 명해은이 말했다.“운초야, 오늘 일 마치고 빨리 들어오려무나. 내가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준비하라고 할게.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네, 그렇게 할게요.”명해은은 따뜻한 말투로 덧붙였다.“그럼 일 봐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여운초
명해은이 말했다.“돈을 주지 않았어. 사돈아가씨가 일부러 와서 소란을 피우며 네 명성을 망치려는 걸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내가 밖으로 나가서 만났어.”“한 번 돈을 주면 이제 돈이 없을 때마다 와서 또 달라고 할 게 뻔하잖니. 그래서 돈을 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어.”명해은은 그런 일에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네 동생이 너를 욕하는 말이 너무 심해서 두어 마디 듣고는 사람을 시켜 그녀의 입을 막고 끌어내 버렸어. 다시는 별장 입구에서 떠들지 못하게 말이야.”“그래도 네 동생이니 너희 관계가 어떻든 간에, 사돈아가씨가 집까지 와서 돈을 요구한 건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하는 거야.”“운초야, 난 단지 네게 알려주려는 거지 너를 탓하려는 게 아니니 마음에 두지 마라. 그 모녀가 예전에 너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개를 풀어 그녀를 물게 하지 않은 것도 체면을 봐준 거야.”명해은은 며느리가 자신이 화가 난 걸로 오해할까 봐 급히 설명했다.그녀는 여운별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며 자기 며느리의 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운별이 별장 입구까지 와서 돈을 요구하고 여운초를 욕한 데에 화가 났지만 며느리가 이 일을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전한 것이다.여운초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어머님, 알아요. 저도 어머님을 탓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동생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할 정도죠.”“동생에게 돈을 주지 않은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한 번 돈을 주면 걔는 우리를 착취하려 들 거예요. 성인이 돼서 손발이 멀쩡한 데 돈이 필요하면 자기가 벌어야죠. 다음에 또 찾아오면,어머님이 기르시는 강아지를 풀어서 그녀를 겁주시면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여운초는 동생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찾아올 때마다 여운초는 집사에게 맹견을 풀게 했고 그러면 여운별은 토끼처럼 빠르게 도망쳤다.여운별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독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겉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해 보이지만 사실은 강인한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겉모습은 온화하고 사람을 속일 만큼 평온해 보였지만 속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운초야, 퇴근했어? 바쁘지는 않니? 힘들지 않아?”“오후에 꽃집에서 새로 들어온 꽃가지 손질을 했어요. 바쁘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았어요.”여운초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머님, 혹시 또 몸에 좋은 음식 하시고 저를 부르신 거 아니에요?”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과거에 겪었던 고생을 안타까워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그녀의 건강을 챙겨주곤 했다.그리고 매번 며느리를 볼 때마다 친정이 며느리에게 얼마나 냉정하고 잔인했는지에 대해 분개하곤 했다.“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식이라도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낳은 자식인데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게 대할 수 있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상처를 줄 수 있단 말이야.”명해은은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내게도 딸이 있었다면 금지옥엽으로 아끼고 사랑했을 텐데.”하지만 여씨 가문은 좋은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오히려 학대와 냉대 끝에 여운초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다행히 정겨울 의사의 도움으로 그녀의 시력이 회복될 수 있었다.만약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빛을 완전히 잃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이다.“엄마가 맛있는 거 해놨어. 너랑 이진이가 시간이 있으면 집에 와서 먹고 가렴. 오늘 밤 자고 내일 아침에 시내로 돌아가도 괜찮잖니.”명해은은 웃으며 말했다.“온다면 엄마가 너 좋아하는 요리를 더 준비하라고 부엌에 얘기할게.”“좋아요.”여운초는 시어머니가 직접 전화를 한 만큼 그녀의 체면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부부가 한번 들르면 될 일이었다.시내에서 별장까지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라 다음 날 아침에 아침 식사를 하고 돌아가도 충분했다.전이진은 회사에서 자유롭게 일했기에 오전에 출근하지 않아도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여운초는 더 말할 필요 없었다.현
“예정 씨, 정말 부러워요. 결혼하신 지 오래되어도 아주버님과 여전히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네요.”현재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눈앞의 물건을 조금씩 볼 수 있게 되었고 하예정을 위해 장미 꽃다발을 직접 고르고 포장해 주고 있었다.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도련님 부부도 사이가 좋잖아요. 우리를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그리고 덧붙였다.“나는 태윤 씨랑 결혼한 지 오래된 것 같지 않아요. 마치 방금 혼인신고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에요.”여운초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니죠. 아직 몇십 년이 된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두 분은 몇십 년이 지나도 첫사랑처럼 변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포장을 마친 꽃다발을 하예정에게 건넸고 하예정은 꽃값을 결제했다.여운초는 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하예정은 꽃다발이 전태윤에게 줄 선물이라며 돈을 받지 않으면 마치 여운초가 선물한 것처럼 느껴질 거라고 말했다.결국 여운초는 할 수 없이 돈을 받았다.“운초 씨, 나 이제 회사에 가야 해요. 주말에 도련님이랑 같이 집에 와서 식사하세요. 내가 맛있는 걸 해줄게요.”하예정은 꽃다발을 안고 가게를 나서며 여운초를 주말 식사에 초대했다.여운초는 그녀의 배를 힐끗 보며 웃었다.“어떻게 형님을 주방에 들여보내겠어요? 기름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리지 않아요?”하예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혀 그런 거 없어요. 오히려 기름 냄새가 좋은걸요. 이상하죠? 아마도 배 속에 있는 이 작은 녀석도 먹는 걸 좋아하나 봐요.”그녀는 문을 나서며 덧붙였다.“임신 중에는 입맛도 달라질 수 있대요.”여운초는 웃으며 답했다.“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는 아직 그걸 체험하지 못해서 엄마가 되는 기분이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사실 여운초는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단기간에 임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매일 약을 복용하며 치료 중이었다.하예정은 잠시 멈춰 서서 손을 내밀어 여운초의 손을 잡았다.“정겨울 선생님도 2~3년 후엔 임신할 수 있
여운별의 두 눈이 반짝였다.새로운 얼굴과 신분으로 하예정에게 접근하려는 동안 항상 불안했고 정체가 드러날까 걱정스러웠다.다시 자신의 신분으로 돌아가 여운초를 찾아가 소란을 피우며 일부러 모습을 드러낼 생각에 웃음이 지어졌다.그래야 사람들이 그녀가 여전히 관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날 테니까.“큰고모, 그 방법 괜찮네요. 지금 바로 서원 리조트에 가서 사돈어른들한테 생활비 좀 받아 와야겠어요.”여미란은 그녀를 재촉하며 말했다.“그럼 빨리 갔다 와라. 돈을 많이 받아와서 나랑 네 작은고모도 좀 도와줘. 우린 지금 정말 가난해 죽을 지경이야. 그리고 사돈어른께 일자리 하나 마련해달라고도 해봐. 사돈어른이 너한테 일자리 하나 만들어 주는 건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하지만 여운별은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손을 벌리면 누군가가 다 해주고 돈이 넘쳐나는 생활을 하고 싶었다.용 사장은 그녀에게 몇억의 용돈을 보내줬지만 그녀는 명품을 사는 핑계로 경호원을 통해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용 사장은 돈이 많았고,보통 그녀의 요구를 들어줬다.여운별은 용 사장의 진짜 정체를 몰랐지만 그가 돈을 잘 쓰고 용씨 가문이 매우 부유하다는 이야기를 경호원들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미 그의 첩이었기에 오로지 돈에만 집중하고 있었다.여운별의 표정을 보고 여미란은 그녀가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자 한마디 거들었다.“네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면 사돈어른께 네 사촌 형제들을 전씨 가문 자회사에 넣어달라고 해봐. 사촌들이 좋은 직장을 얻고 안정된 수입을 가지면 너를 도울 수 있을 거 아니니.”여운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큰고모,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사돈어른이 그렇게 쉽게 설득될 것 같나요? 저한테 돈을 조금이라도 주면 다행이죠.”“사촌들 일자리까지 마련해 달라니, 물론 그분은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겠죠. 하지만 그분이 우리 말을 들어줄 가능성은 없어요.”비록 여운별
여미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과 싸우는 건 괜찮지만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지는 말아야 해. 네가 또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나왔을 때는 여씨 가문의 재산이 전부 그 애들 손에 넘어갈 거야. 그땐 네가 아무리 싸워도 소용없어.”여운초는 친척들에게 호감이 없었고 고모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반면 여천우는 고모들이 가장 아끼는 조카였다.여천우만이 친정을 지탱할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친정이 강해질수록 고모들은 시댁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하지만 여천우는 여운초와 한마음이었다.현재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몰락해 가진 돈이 없었다.두 집안은 여운별이 여운초와 싸워 재산의 일부를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었고 그녀를 통해 집안을 다시 일으키려 했다.여운별은 나이가 어려 패기가 넘쳤고 부모의 지나친 사랑 속에서 세상 물정을 몰랐다.그녀는 속이기 쉬운 사람이었다.그러나 한편으로 여미란은 여운별이 또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두려워했다.그녀가 감옥에 다시 들어가면 두 집안이 다시 일어설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큰고모, 이 쓰레기들 빨리 치워요. 너무 냄새나요.”여운별이 쓰레기를 가리키며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지금 바로 전화해서 수거하러 오라고 할게.”여미란은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폐품 수거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종이 상자와 빈 병을 늘 같은 사람에게 팔았기에 연락처를 저장해 두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후, 여미란이 웃으며 물었다.“운별아, 네 손에 여유가 좀 있니? 큰고모는 아직 월급을 못 받아서 식구들 반찬 살 돈도 없네. 혹시 좀 도와줄 수 있어?”여운별은 대꾸했다.“여천우 그 녀석이 한 달에 겨우 100만 원만 주겠다고 했어요. 부모님은 200만 원을 주라고 했는데도요. 저도 돈이 부족해서 큰고모를 도울 수 없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지갑을 열어 현금을 꺼내 큰고모에게 건넸다.“지금은 이것밖에 없어요. 부족하면 알아서 해결하세요. 저도 아직 일을 못
여운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두 시간 후.자신의 원래 신분으로 돌아간 여운별은 헉헉대며 계단을 올라 겨우 그녀의 집 문 앞에 도착했다.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아니, 정확히는 안쪽에서 누군가가 문을 연 것이었다.여운별의 첫 반응은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이었다.‘젠장, 나 같은 가난뱅이 집에 도둑이 들다니.’그러나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 그녀의 큰고모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소리쳤다.“큰고모, 어떻게 제 집 열쇠를 가지고 계셨어요?”여운별은 자신이 고모들에게 집 열쇠를 준 적이 없다고 기억했다.여미란은 놀란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운별아, 깜짝 놀랐잖니. 소리도 안 내고. 네가 집을 새로 빌렸을 때 나한테 청소 좀 해달라고 열쇠를 준 적 있잖아. 그때 돌려주는 걸 깜빡했단다.”여미란이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너 요즘 어디 갔었니? 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오더라. 우리 집은 사람도 많고 비좁아서 여기에 와서 지내려 했어. 안 그랬으면 네가 집에 없었다는 걸 몰랐을 거야.”그녀는 태연히 문을 열어 여운별을 집 안으로 들이며 마치 자신이 집주인인 것처럼 행동했다.여운별은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온 집안을 훑어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집안 곳곳에 종이 상자, 빈 병, 고철이 쌓여 있었다. 불쾌한 표정으로 여운별이 말했다.“큰고모, 이게 다 뭐예요? 왜 제 집에 이런 쓰레기를 쌓아두신 거죠? 이거 당장 치우세요! 제가 며칠 집에 없었다고 해서 이 집이 고모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여긴 제가 월세를 내고 있는 제 집이에요.”여미란은 여운별의 불만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운별아,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단다. 네 부모님이 재산을 전부 천우한테 넘긴다고 하니 네가 다시 네 몫을 찾기는 힘들 것 같고, 너도 힘들게 사는데 큰고모를 무슨 수로 도와주겠니? 그런데 나도 먹고 살아야 하잖니.”여미란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우리 집은 식구도 많고 먹고 마시는 데 돈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