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호가 이은화에게 끌려간 후, 심하게 얻어맞은 강윤지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강윤지가 남의 가정을 망친 내연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녀가 남에게 맞았다고 동정하지 않았다.강윤지는 힘겹게 일어나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그 늙은 정군호가 이씨 가문의 가주 남편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정군호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윤지는 예전처럼 우두머리를 내세워 자신을 보호했었는데 이번에 아무런 소용도 없을 줄은 몰랐다. 결국, 그녀는 이은화에 의해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맞고 말았다.전호영은 고현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전호영이 고현에게 물었다.“볼거리 재미있었죠?”그들은 단지 이은화보다 몇 분 늦게 호텔에 도착했다.이은화가 호텔 룸에 들어가서 정군호와 강윤지를 잡았을 때 전호영은 고현을 데리고 현장에 가지 않고 일 층 휴게실 소파에 잠시 앉아 있었다.강윤지가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이 볼거리는 아마 볼 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정말 재미있었어요.”고현이 대답했다.“은밀하게 처리했죠? 이 대표님한테 들키면 안 돼요. 이 대표님 곁에 특별비서가 있어요. 이씨 가문의 가주 옆에 배정되는 특별비서인데 그들은 가주한테 가장 충실하고 능력도 엄청나게 뛰어나거든요. 이 대표님의 많은 일은 아마 그 특별비서가 도와서 기획하고 안배하는 경우가 많아요.”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이 일은 저 혼자 추진한 것은 아니에요. 윤미 씨가 뒤에서 이 일을 꾸몄어요. 정군호 씨 내연녀도 윤미 씨가 선택해 정군호와 우연히 마주치게 하여 서로한테 깊이 빠져들게 한 거예요.”“물론 이 대표님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할 거예요. 이 일은 우연처럼 꾸며졌기에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을 전혀 알아챌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대표님이 윤미 씨가 꾸민 일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무척
그러면 전호영도 곤란해질 것이다.한편, 이윤미는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이은화가 강성으로 돌아온 사실을 이윤미는 방윤림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은화가 공항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하루 호텔로 직행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묻지 않아도 이은화가 직접 간통하는 것을 잡으러 갔을 것이다.정군호의 최근에 벌인 일에 대해 이윤미는 겉으로는 모르는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 뻔히 알고 있었다.전호영의 말대로 정군호가 바람을 핀 일은 주로 이윤미가 꾸민 일이었고 전호영이 뒤에서 조금 부추겼을 뿐이다.이 시각, 집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은 이윤미는 어머니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윤미의 오빠들은 조마조마했다.이은화가 갑자기 그들에게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통보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몰랐다.이은화가 왜 일찍 돌아왔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강성에 며칠 더 있어야 돌아온다고 했는데...이윤미가 집에 도착했을 때 이윤정과 그녀의 세 명의 형수들도 모두 집에 도착했다.정일범 형제는 이윤정의 뒤에 숨어있었다.남매 네 명이 집에서 만났을 때 정일범은 이윤미를 꾸지람했다.“윤미야, 넌 엄마가 일찍 온 것도 몰랐어? 우리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이씨 가문의 후계자 소식이 너무 느린 거 아니야?”이윤미가 말을 이었다.“큰 오빠는 엄마랑 사이가 더 가까운데도 엄마가 일찍 오신 것을 몰랐잖아. 집에 있을 때도 난 항상 엄마한테 혼나기만 했는데 내가 알 리가 없잖아. 오빠들이 날 협조해 주지도 않고 날 지지해 주지도 않으면서. 오빠들은 내가 소식이 느린 게 기쁘지 않아?”이윤미는 정일범 일행을 뒤로 한 채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정일범은 남동생들에게 말했다.“저 시골뜨기는 내가 몇 마디 좀 했다고 나한테 대드는 것 좀 봐. 능력도 없고 소식도 느린 주제에 우리를 탓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그러게. 촌 X은 촌 X일 뿐이야. 아무리 예쁜 옷을 입어도 개변할 수 없는 사실이지.”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정일군은 정일범의 말에 맞
정군호의 모습을 본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은화는 소파 위에 앉아 키보드 위에 무릎 꿇고 훌쩍훌쩍 울고 있는 정군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서 있었다.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이은화가 가장 아끼는 이윤정도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일범은 그의 아내 조윤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아빠가 왜 저러고 계셔? 누구한테 얻어 맞기라도 한 거야?”조윤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어머님께 맞으셨어요. 지금 키보드 위에 무릎 꿇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아버님께서 바람을 피우셨는데 엄마한테 딱 걸렸거든요. 그래서 그 내연녀도 어머님께 엄청나게 맞으셨대요.”그 말을 들은 정일범의 안색은 바로 변했다.정일범은 자신이 바람을 피운 일을 떠올렸다.이은화 부부는 아들들이 바람을 피운 일에 관해 보는 둥 마는 둥 했다.하지만 이은화에게는 정군호가 바람피우는 일이 크나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아들에게까지 연루될 수 있었다. 특히 정일범 형제들도 바람을 피운 상황에서 말이다.정일범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윤의 곁에 묵묵히 서 있었다.“엄마.”이윤미가 집안의 쥐죽은 듯한 정적을 깨뜨렸다.그녀는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코가 퉁퉁 부어올라 평소 멋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정군호를 보고 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이은화를 보더니 바로 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 아빠는 왜 또 그렇게 계세요? 누가 우리 아버지를 이 정도로 때렸어요? 아빠, 누구랑 싸우셨어요?”이씨 가문의 사모님들은 모두 정군호를 비웃는 표정으로 보고 있더니 곁에 서 있는 그녀들 남편의 허리를 쥐어뜯었다. 정일범 형제는 아프지만, 감히 소리를 내지 못해 애써 참고 있었다.“윤미야, 아빠가 잘못했어. 나도 내가 잘못한 것도 알고 있어. 나 대신 엄마한테 사정 좀 해줘. 내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정군호는 이윤미에게 자신을 위해 좋은 말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이윤미
이윤미는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정군호를 바라보았다.정군호는 이윤미의 이런 표정에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부모들은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식들 앞에서 그들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진실들을 감추려 한다.그러나 이은화는 아들딸과 며느리들 모두 자신이 바람피우는 것을 보게 했다.정군호는 아들딸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게 될 것이다.손주가 집에 없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손주 앞에서도 얼굴을 들 수 없었을 것이다.“엄마.”이윤미는 재빨리 이은화 옆에 앉으며 그녀를 위로했다.“엄마, 아빠가 잠깐 정신이 없었나 봐요... 혹시 덫에 걸렸거나 밖에 있는 여자들의 계략에 걸려든 것일 수도 있잖아요.”“바로 그 천한 X이 나를 모함한 거야. 윤미야, 빨리 날 도와서 엄마한테 사정 좀 해줘. 난 정말 억울해.”정군호는 딸의 말을 듣더니 바로 맞장구를 쳤다.모든 잘못을 강윤지에게 돌리려고 했다.이은화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서 또다시 담배를 피우려 하자 이윤미가 바로 막았다.“엄마,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시면 몸에 안 좋아요. 엄마가 화가 많이 나신 것도 속상하신 것도 제가 알아요. 그런데 아빠가 엄마를 배신했다고 해서 엄마의 몸을 벌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만 피우세요. 건강에 해로워요.”이은화는 친딸 이윤미를 바라보면서 역시 친딸만이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위로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나머지 자식들은...이은화가 다른 아들딸들을 둘러보았는데 다들 켕기는 점이 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엄마, 아빠가 다른 사람의 계략에 빠진 거 아니에요? 엄마와 아빠가 수십 년 동안 결혼하여 우리 오빠들과 저를 낳으셨잖아요. 사이가 얼마나 좋으셨어요. 아빠가 엄마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우리 다 알아요. 제가 여기로 돌아온 지 2,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빠와 엄마 사이가 좋은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니까요. 아빠는 분명 다른 사람의 계략에 빠지신 것이지 절대로 엄마를 배신하신 건 아닐 거에요.”이은화가 남편을
이씨 가문의 세 도련님은 놀라서 숨도 못 쉬었다.평소 이은화도 아들에게 잘 대해주었다. 그들은 비록 여동생처럼 이씨 가문의 상속자가 될 수 없고 이씨 성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씨 가문의 자식이라는 것만큼은 사실이었다.밖에서 사람들도 그들을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불렀다.이씨 그룹에도 정일범 형제들은 높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돈을 아주 잘 벌 수 있었다.이윤미가 입사한 후 그녀의 위치가 낮지는 않지만 매일 이은화한테 혼나고 있었다.그러나 정일범 형제들은 큰일을 잘못하지 않는 한 이은화는 그들을 욕하지 않았다.하지만 정군호가 이은화를 건드려 정일범 형제도 연루될 때면 그들은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어 이은화의 분노에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이은화가 정군호에 대한 통제 욕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다.그들 이씨 가문에서 정군호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집안의 하인들도 정군호보다 돈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말해! 대체 누가 아빠에게 돈을 줬는지. 내가 관성에 가서부터 아빠에게 얼마나 드렸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너희들의 모든 카드를 다 끊어버릴 거야. 앞으로 너희들의 용돈은 스스로 벌어서 쓰도록 해! 다시는 우리 가문의 돈을 단 한 푼도 쓰지 말고!”조윤은 가장 먼저 이실직고했다.“어머님, 제가 아버지께 돈을 빌려주었어요. 저는 아버님이 저의 시아버지이니 돈을 갚을 필요 없다고 아버님께 돈 20만 원을 드렸는데 너무 적다고 싫어하셨어요.”“저와 저의 남편이 싸울 때도 아버님께서는 제가 무능하여 남편을 관리하지 못해서 저의 남편이 바람났다고 비난까지 하셨어요. 그 뒤로 저는 다시는 아버님께 돈을 빌려드리지 않았어요.”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의 아내 김여희도 질세라 말했다.“아버님이 친구들과 모임을 하려고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셔서 제가 돈을 빌려드렸어요. 남자인데 돈 한 푼도 없으면 너무 창피할까봐 제가 100만 원을 빌려드렸어요. 나중에 큰형수님께서 아버님이 바람피운 아들의 편을 들면서 우리 며느리들
어렸을 때 이윤정은 정일범 형제가 사고를 쳐서 이은화한테 혼나고 매 맞고 무릎 꿇고 벌을 받아도 그녀는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다.그러나 이번에 이은화는 차가운 얼굴로 이윤정을 노려보았다.이윤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정일범 형제의 곁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이윤정은 정군호가 자신을 해쳤다고 마음속으로 그를 욕했다.정군호가 여자 꼬시기 위해 돈을 달라고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정군호는 이은화에게 수십 년 동안 억눌려 살았고 모처럼 이은화가 집에 없는 틈을 타 편히 쉬실 수 있다는 생각에 이윤정은 정군호에게 2000만 원 넘게 드렸다.결국...이윤정은 너무 억울했다.“너희 스스로 너희들의 뺨을 때려!”이은화가 명령했다.정군호는 부어오른 얼굴로 말했다.“여보, 저는 당신 때문에 얼굴이 돼지머리가 될 정도로 부었어요.”“당신 스스로 때릴 거야 아니면 내가 때려줄까?”“여보, 제가 직접 할 테니 그만 해요. 당신 나 때리다가 힘들어하면 내 마음이 더 아파요.”정군호는 스스로 자기 뺨을 때렸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이 늙은 여자를 몹시 원망했다.정군호는 아내보다 두 살 많지만, 관리를 잘해서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방면의 욕구가 너무 강했다. 그러나 이은화가 나이가 들면서, 또 사업이 바쁘다 보니 정군호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거부했다. 두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잠자리를 가지지 못했는지 모른다.정군호는 단지 밖에 나가서 스트레스를 풀 뿐이지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려고 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이 늙은 여자는 밖에서 공공연히 그를 훈계하여 그가 존엄도, 쳐면도 잃게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며느리 앞에서 그를 혼쭐을 내 그의 체면마저도 전부 구겨졌다.수십 년 동안 억눌려 있던 정군호는 이은화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지만 내색하지 못했을 뿐이다.그러나 원망과 한이 맺힌 지금도 정군호는 여전히 내색하지 못하고 있다.이은화가 앞으로 정씨 가족을 돕지 않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문득 집안에는 뺨을 때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네, 어머님.”조윤은 이 가짜 시누이에게 떳떳하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김여희와 박수아도 입을 모아 말했다.“어머님, 우리도 윤정이를 도와주고 싶어요.”이윤정은 세 형수님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그러나 이은화가 돌아왔다고 해서 그녀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이은화는 단지 그녀들의 시어머니일 뿐이지만 이윤정은 이은화의 수양딸이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일반적으로 여자들은 며느리보다 자신의 딸을 더 편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은화는 며느리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맏며느리가 대신해 주면 돼. 너희 둘은 보고만 있어.”“알겠어요.”조윤은 이윤정에게 다가가자 이윤정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형수님, 봐주세요. 저는 아픈 게 너무 두려워요.”“내가 널 도와주는 게 싫으면 너 스스로 힘 좀 쓰지 그랬어.”이윤정은 말문이 막혔다.조윤이 이윤정을 때리게 되면 이윤정의 얼굴은 분명 부어오를 것이다.“엄마, 저 혼자 할게요, 형수님 귀찮게 하면 안 되죠.”이윤정이 얼른 말을 꺼냈다.이은화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이윤정은 조윤이 그녀에게 손을 대면 이득을 볼 게 하나도 없다고 판단하여 더는 꾀를 부리지 않고 정일범 형제들을 따라 배워 힘껏 자신의 입을 때렸다.짝!너무 아팠다.짝!반대쪽 얼굴도 한 대 때렸다.하지만 이윤정이 때린 것이 아니라 조윤이 때린 것이다.조윤은 이윤정의 뺨을 세게 때리더니 마음속에 쌓인 화가 반쯤 풀리는 것을 느꼈고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윤정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다시 이윤정의 뺨을 후려쳤다.조윤이 이윤정의 뺨을 연달아 때리자 이윤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올랐다.“형수님, 제가 저를 직접 때렸는데 왜 또 때리세요? 기회를 틈타 저에게 복수하는 거예요?”이윤정은 화가 나서 조윤에게 따졌다.이윤정은 양쪽 얼굴이 다 화끈거려서 거울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부은 걸 느낄 수 있었다.“넌 평소 아무 일도 하지 않아서 힘이 없어. 너처럼 행동하면 어머님께서도
“앞으로 너희들이 밖에서 어떻게 살든지 난 상관 안 할 거야. 너희들이 내 아들딸이라고 해도 내 마음이 약해지지 않아. 난 날 배신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는 사람이야!”“엄마, 우리가 잘못했어요. 더는 아빠한테 돈 안 드릴 거예요.”정일범은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정군호에게 돈으로 효도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이은화의 말처럼 그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이은화가 준 것이다. 만약 이씨 가문의 도련님 신분을 잃고 이씨 그룹을 떠나 이씨 가문을 떠나게 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 될 뿐이다.아무리 정이 깊어도 금전적 지위와 이익이 걸린 문제라면 그들은 분명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그들의 아버지 정군호의 탓이다!정군호가 그 돈들을 가지고 나가서 바람을 피우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은화가 호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너희 셋도 밖에서 건드린 내연녀들과 관계를 깨끗하게 처리해! 앞으로 감히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는 것이 나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이씨 가문에서 전부 쫓아낼 거야!”이은화는 예전에 아들이 밖에 내연녀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몇 마디 꾸지람했을 뿐 그다지 과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지난번 이윤미에게 창고를 열어 보석 세트를 골라 며느리들을 달랠 겸 그녀들에게 주라고 했을 뿐이다.그러나 이번에 정군호에게 배신당한 분노를 맛본 이은화는 며느리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제야 세 아들에게 엄하게 경고했다.정일범 형제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꺼져!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보기만 해도 화가 나니까.”이은화는 자식들에게 호통쳤다.남매 넷은 얼른 자기 방으로 숨어 들어갔다.이윤미는 조윤에게 조용히 말했다.“형수님, 얼음 좀 가져다주세요.”조윤은 이은화의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이윤미의 요구대로 얼음 가지러 갔다.지금, 이 순간, 이윤미는 조윤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윤정과는 달리 평소에 아무리 잘해줘도 소용없는
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부부 사이에 한쪽이 바람을 피우면 금방 금이 생기게 되는 법이죠. 이혼을 안 했어도 서로 고된 삶을 살 테니,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저의 전남편도 바람을 피우고 저를 폭행하여 이혼했잖아요. 한번이 있으면 두 번, 세 번이 있을 수 있으니 그들이 고치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이혼하면 죽는 것도 아닌데.”이윤미가 말을 이었다.“우리 아버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아버지는 자신이 이혼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아시거든요. 정씨 집안의 친척들도 우리 가문에서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할걸요. 어쩌면 전에 받은 혜택들도 전부 토해내야 할지도 몰라요. 어쨌든 요즘 우리 가문은 편안할 날이 없어요. 저는 왠지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이은화의 모진 마음으로는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이경혜가 하예진을 강성으로 빨리 오게 한 것은 아마도 이씨 가문이 요즘 혼란스러워 이은화가 하예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하예진이 그 틈을 타 사업을 일으킬 수 있고 옛날 사고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었다.이 기회를 잡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민심을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하예진은 비록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고 강성에서도 사업이 없지만,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서 있다. 그리고 하예진의 외할머니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였다. 이씨 가문의 친척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다.“예진 씨, 비행기를 몇 시간 타고 방금 도착하셔서 힘드실 텐데 얼른 가서 쉬세요. 일이 있으면 그 번호로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하예진이 관심하며 물었다.“저랑 같이 안 갈실래요?”이윤미는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여기 좀 더 있고 싶어요. 마음도 추스를 겸 조용히 있고 싶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도 엉망진창이에요.”“그
수십 년이 지난 탓으로 법률조차도 이은화의 사형을 선고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이윤미는 적어도 그녀가 큰이모의 후손에게 주인 자리를 돌려줄 수 있었다.그녀는 이씨 가문을 떠나 자신의 회사로 돌아가 생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이윤미는 이런 원한과 복수에 관한 일을 멀리하고 싶었고 그녀의 소소한 삶을 더 좋아했다.이은화가 옛날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윤미는 이은화가 그 해에 정말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믿었다.단지 가주 자리의 권력을 탐내는 것뿐만이 아닌 사랑 때문에 벌인 짓일 수도 있다.이은화는 지금 70세이고 정군호와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며 아들딸도 네 명이나 낳았다.하지만 이은화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그 능력이 뛰어난 남자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은숙의 특별 비서일 것이다.“제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제 행동으로 제가 우리 엄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게요.”하예진은 한참 동안 이윤미를 바라보며 웃었다.“윤미 씨의 진지한 얼굴은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요. 당신 엄마가 보신다면 눈에 거슬릴지도 모르지만요. 이씨 가문의 상황은 어때요? 윤미 씨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가 이 대표님께 붙잡혔다고 들었는데. 요 며칠 동안 윤미 씨 아버지는 모습조차 내놓지 않는다면서요.”하예진은 이은화와 정군호의 일을 알고 있었다.강성에서 이 불륜 사건은 빅뉴스였다.평소에 정군호랑 같이 다니던 늙은 남자들은 대부분 정군호에게 동정심을 품었다. 이은화가 정군호를 너무 엄하게 관리하여 그에게 자유로울 틈도 주지 않고 용돈도 적게 준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사이좋은 부부 사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작은 일에 얽매이게 되면 감정이 깨지기도 한다.여자들은 대부분 이은화의 편을 들었다. 이은화가 남편을 관리하는 것이 좀 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군호가 만약 이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닌 이은화에게 이혼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정군호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우리 엄마가 예진 씨가 오신 것을 알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는데. 조심하세요. 아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제가 다 알려드릴게요. 제가 모르는 일은 할 수 없지만요.”하예진은 웃음을 거두며 한참 동안 이윤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윤미 씨, 우리 만난 적 있잖아요. 저도 윤미 씨가 정의롭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대표님 결국 윤미 씨와 피가 섞인 모녀지간인데, 저는 윤미 씨가 이 대표님과 맞서지 못한다고 생각해요.”이윤미의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글쎄요. 우리 두 사람은 모녀 맞아요. 저를 저의 어머니와 같은 편에 서지 말라고 하면 제가 분명 스트레스도 받고 또 엄청나게 큰 용기도 필요하겠죠. 예진 씨가 저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예진 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마음이 너무 독하세요. 해본 말이 아니에요. 예진 씨가 여전히 저를 경계하면 저도 더는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여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맞서게 되면 저를 찾아오셔도 돼요.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사실 저와 엄마는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어요. 저는 엄마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스무 살이 넘었거든요. 윤정이가 아직 이씨 가문에 남겨졌고 여전히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제가 저의 엄마와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이 친 모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아요.”“만약 당신들이 없다면 제 생각에는 제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짊어지고 리더가 되어 우리 가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을 거예요.”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규정을 수정하고 싶었다.그렇게 딱딱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비록 대가가 좀 클 수도 있지만, 이씨 가문을 더 멀리, 더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수정하고 싶었다.이윤미는 명함 한 장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은 제 다른 전화번호에요. 아는 사람이 적으니 무슨
“그럼 안전에 유의하시고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저에게 전화하세요.”방윤림이 이윤미에게 당부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항상 방 비서에게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암살을 당하더라도 이윤미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추었다.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자라지 못하고 일찍이 양어머니의 학대를 받아 죽었을 것이다.방윤림과의 통화를 마친 이윤미는 곧바로 약속 장소로 차를 몰았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하예진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누군가의 차가 오는 것을 보더니 창문을 조금 눌렀고 이윤미가 하예진의 차 옆에 주차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선글라스를 먼저 벗은 이윤미는 얼굴의 가죽을 벗어 던져 본모습을 드러냈고 차에서 내려 하예진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하예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어떻게 저인 것을 알았어요? 두렵지 않아요?”“지금 이 시각에, 또 이렇게 외진 곳에 주변에 주택도 없는데 겁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이 밤에 이런 곳으로 오지 못할걸요. 그리고 저기에 묘지도 있는데 이런 곳에 예진 씨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하예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윤미가 온 후에야 약속 장소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발견했다.하예진도 한참 후에야 차를 세울 곳을 찾아 이윤미가 오기를 기다렸다.지금 그녀들이 주차한 곳은 방윤림이 그녀들에게 준 주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져 있었다.“묘지에서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어요. 만약 제가 알았더라면 아마 혼자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귀신이 무서워서요.”이윤미도 웃었다.“귀신이 뭐가 무서워요? 사람이 더 무섭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예진 씨 분장 기술도 꽤 좋네요. 제가 제 부하들을 하루 호텔 입구에 보내 예진 씨를 기다리게 했거든요. 여기로 오시는 길에 예진 씨를 몰래 보호하라고 지시했는데 예진 씨가 나오는 것을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곧 하예진은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왔다.하예진은 방윤림이 그녀에게 준 그 주소대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를 몰았다.노동명이 전화했다.하예진은 차의 속도를 늦춘 다음 노동명의 전화를 받았다.“동명 씨, 저 지금 나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고 해요. 지금 운전 중이니 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요.”“알았어. 운전 조심하고.”“네.”하예진은 하예정과 달리 천천히 차를 몰았다.다행히 하예정이 시내에 살고 있어서 차를 빨리 몰지 못했다. 만약 차가 적은 외진 곳으로 가게 되면 하예정은 비행기를 운전하는 것처럼 매우 빨리 몰 것이다. 전태윤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가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 하예정이 운전대조차 잡지 못하게 할 것이다.차를 몰고 있는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동명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하예진이 변장하고 남몰래 혼자 차를 몰고 이윤미를 만나러 간 것을 알면 노동명은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올지도 모른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있어서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방윤림이 준 그 주소는 가까운 곳이 아닌 꽤 외진 곳에 있었기에 내비게이션에는 차로 한 시간 이상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하예진이 차를 몰고 호텔을 나서자 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물었다.“예진 씨 나오는 거 봤어요?”방윤림이 대답했다.“제가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쪽지를 보냈으니 바로 떠날 겁니다. 하예진 씨가 방금 관성에서 왔기 때문에 낯선 곳이고 차량도 없으니 택시를 탈 것 같습니다. 아가씨도 출발하시면 됩니다. 하예진 씨가 곧 약속 장소로 갈 겁니다.”방윤림은 하예진을 만난 적 있었는데 하예진이 대담하고 세심하다고 추측했다. 하예진이 강성으로 온 목적이 이씨 가문과 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방윤림은 하예진이 이씨 가문 때문에 강성으로 왔으니, 이윤미가 만나자고 하면 반드시 만나러 갈 것으로 생각했다.“사람을 시켜 예진 씨를 은밀히 보호하라고 하세요.
고현은 전호영을 흘겨보았다.전호영은 코를 만지며 웃었다.“현이 씨가 만든 요리가 당연히 맛있죠.”“그럼 저는 뻔뻔스럽게 얻어먹으러 갈게요.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서 쉴게요.”하예진은 눈치껏 두 사람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하예진은 그녀가 묵고 있는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자마자 노동명의 메시지에 답장하려고 했다.그러나 답장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하예진은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호텔 종업원입니다.”종업원은 그녀가 문을 열자 웃으며 말했다.“실례지만 하예진 씨 맞습니까? 누군가가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셨어요.”종업원은 하예진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하예진은 봉투를 받아들고 종업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방에 돌아온 그녀는 호기심에 봉투를 뜯었고 그 안에는 작은 편지 한 장만 들어있었다.편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강성의 어느 주소가 들어있었다.주소 밑에는 말 한마디만 남겨져 있었다.[예정 씨,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 오세요. 제가 예정 씨 안전을 보장해 드릴게요.]오른쪽 아래 끝에 “방”이라는 글자가 쓰였다.‘방? 방씨? 이름은 뭐지?’하예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방”자가 들어간 이름을 가진 사람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녀는 “방”이라는 글자가 이름은 아닐 것으로 추측했고 아마도 성씨가 “방”씨 일 것으로 짐작했다.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이윤미 주변에 “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 같긴 한데...하예진이 하루 레스토랑을 개업하는 날 이윤미가 방윤림을 보내 그녀에게 선물을 전해주도록 했다.하예진은 아마도 이윤미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되었다.시간을 보던 하예진은 망설임 없이 캐리어에서 단독으로 포장된 검은색 마스크와 선글라스, 눈에 띄지 않는 낡은 옷 그리고 가발을 꺼냈다.그녀는 변장하고 나서 휴대전화와 편지를 들고 조용히 룸을 나섰다.다행히 그녀가
하루 호텔.맨 위층에 있는 로얄 스위트룸.하예진과 고현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전호영은 두 여자에게 물과 과일을 가져다주러 갔다.“언니, 우리 집에 묵는 건 어때요? 저 혼자 살아요. 집도 크고 방도 많아서 저랑 같이 살면 편하실 거예요”고현은 하예진을 그녀의 개인 별장에 초대했다.하예진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제가 고 대표님 집에 가면 강성의 연예 기자들은 고 대표님이 호영 씨와의 감정이 깨졌다고 보도할걸요. 호영 씨가 헛수고했다면서, 고 대표님은 여전히 여자를 좋아하는 거라면서 기사를 낼 거에요.”고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는 여전히 남자 차림으로 다녔기에 하예진이 그녀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보도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하예진은 강성에 막 왔기 때문에 사업도 일으키지 못한 채 사람들의 원한을 사게 되면 그녀에게도 좋은 점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현을 사모하는 여자가 너무 많기에 그녀들이 전호영을 이길 수는 없지만, 하예진은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적어도 그녀들은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대표님과 호영 씨 감정도 이제 점점 안정되고 있는데 저는 적절한 시기에 고 대표님이 여자라는 사실을 외부에 솔직하게 말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항상 두 사람이 동성애자라고 오해하잖아요. 사실도 아닌데.”고현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외부 사람들에게 해명할 필요 없어요. 언젠가 호영 씨와 결혼하게 된다면 제가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면 사람들도 진실을 알게 될 거에요.”하예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람들이 고 대표님이 여자 분장을 하고 나온 줄로 알 거예요. 고 대표님이 여자 행세를 한다고 여전히 오해하실 거예요. 저는 보통 다른 사람에게 결혼이나 이혼을 권유하지는 않거든요. 저도 과거에 결혼생활 때문에 소란을 피우다가 이혼을 당했거든요.”“형인 씨가 저를 폭행했을 때 저는 부엌에 있는 칼을 들고 거리에서 쫓아다녔기도 했고 그 사람을 때려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이은화가 말을 이었다.“난 정말 먹고 싶지 않아. 너라도 얼른 밥 먹으러 가. 엄마는 좀 더 앉았다가 돌아갈 거야. 내가 약속할게. 이 정도 일 때문에 쓰러지지 않을 거야. 엄마도 이틀 지나면 기분이 금세 좋아질 거야. 내일 나도 네가 알고 있는 엄마로 돌아올게. 약속할게. 늙은 영감탱이 때문에 죽느니 마느니 하면서 난리 피우지 않을 거야. 말이 나온 이상 너한테 좀 물어보자. 예정이가 오면 어떻게 임할 생각이야?”“제 원칙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대처할 거에요.”이은화는 멈칫하더니 칭찬했다.“역시 내 친딸이야! 엄마가 관성에 있을 때 경혜를 만났는데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더라고.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경혜는 마음속으로 날 진범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나에게 민감하게 말을 하더라고. 경혜가 나보고 예진이한테도 기회를 주어 배양하라고 제안하더군. 예진이와 너를 평등하게 경쟁시켜 예진이가 지면 네가 이씨 가문을 이어받아도 아무런 의견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 예진이가 이기면 우리 모든 사람은 권세 중심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는 거야.”이경혜가 이렇게 명확하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뜻은 비슷했다.이은화는 딸 이윤미에게 말했다.“윤미야, 우리 집을 남에게 양보할 수는 없잖니? 그래서 엄마가 승낙하지 않았어. 예진이가 이번에 강성에 온 목적도 너무 단순하지 않을 거야. 잘 감시해. 예진이가 우리 가문의 친척들과 너무 많이 접촉하게 해서는 안 돼. 강성에서 사업을 펼쳐나가려면 돈이 있어야 할 거야. 예진의 사업의 앞길을 막아 돈을 벌지 못하게 하면 강성에서 버티지 못할 거야.”“강성은 우리 구역이야. 예진의 배후에 큰 세력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여기는 우리 이씨 가문의 구역이니까. 만약 감쪽같이... 그러면 더 좋고.”이은화는 자신의 목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이윤미에게 하예진을 처리하라는 의미였다.“하지만 흔적을 남기면 안 돼.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증거는 반드시 깨끗이 지워야 하거든. 예진의 뒤에 있는 몇몇 세력은 우리가 건
“엄마, 우리 이모의 특별 비서는 아직도 살아 계세요?”이윤미는 화제를 돌렸다.이은화가 가문의 규정을 바꾸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네 이모가 사고를 당한 뒤로 이은숙의 비서도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생사는 누구도 몰라.”이은화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에 오른 후, 사람들을 보내 그 특별 비서를 찾도록 했지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 마치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은화는 여전히 그 특별 비서를 찾아다녔다.그 당시 사고에 관한 일을 그 비서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고 그의 손에도 증거가 있을 것 같았다.그를 찾지 않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으면 폭탄을 남겨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가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나 이은화의 살인 증거를 내놓을지 누가 알겠는가!비록 어렸을 때 이은화의 짝사랑 상대일지라도, 이은화는 그녀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그 비서를 찾으면 반드시 그를 죽이고 입을 닫게 하려고 했다.수십 년 동안 그 비서의 소식도, 두 조카의 소식도 없었다. 이은화는 자신의 외조카가 죽거나 영원히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그녀는 평안하고 순조롭게 이씨 가문을 그녀의 딸에게 넘겨줄 수 있었으니까.하느님은 여전히 이은화에게 잠재적인 위험을 남겨 주셨다.두 조카 중 비록 한 명이 죽었지만, 죽은 조카가 두 딸을 이 세상에 남겨두었다.살아 있는 조카딸 이경혜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아들과 딸을 낳고 권세도 있어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작은 조카 이경희의 두 딸 하예진과 하예정도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였다.그녀들의 배후에는 여러 가문의 큰 세력이 서 있었고 그녀들을 건드리는 것은 그 가문들을 적수로 삼는 거나 다름없었다.요즘 이씨 가문의 실력은 예전만 못하기에 이은화는 그 세력들과 감히 맞서지 못했다.“나는 네 이모 가족의 죽음은 그 비서가 꾸민 음모라고 의심하고 있어. 그 비서는 네 이모를 좋아하지만 네 이모가 이모부와 결혼해서 마음속으로 원한이 맺혔을 거로 생각해. 사람들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