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조카를 안은 채 김진우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왜 우빈이도 데리고 왔어? 우빈아, 이리 와. 이모가 안아보자." 심효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하예정의 품에서 주이빈을 안아 들었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주우빈에게 물었다. "우빈아, 디저트 먹을래?"그 말에 주우빈은 자신의 이모를 쳐다봤다."하나만 줘. 너무 많이 먹으면 점심에 밥 안 먹으려고 할지도 몰라."하예정은 김진우의 손에서 기저귀 가방을 받아 든 뒤 카운터 아래에 놓았다."우리 언니, 마음먹었어. 오늘부터 일자리 찾는대. 그래서 우빈이를 나한테 맡긴 거야. 이따가 점심에 다시 온대."심효진은 디저트 하나를 주우빈에게 먹였다.주우빈은 바로 디저트를 받아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더러워요."그 말에 심효진은 디저트를 내려놓고 주우빈을 미니 주방으로 데려가 손부터 씻었다.하예진은 주우빈을 아주 잘 가르쳤다. 아이가 짓궂은 거야, 짓궂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만약 아이가 하루 종일 통나무처럼 조용히 앉아만 있으면 부모는 아이의 지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했다.아이들도 힘들었다. 짓궂으면 혼나고, 짓궂으면 지능을 의심받으니, 참 어려웠다!미니 주방에서 나온 심효진은 주우빈에게 다시 디저트를 건넸고, 디저트를 받은 주우빈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효진 이모.""착하다."심효진도 그저 매번 주우빈을 볼 때에만 결혼을 해 귀여운 아이를 낳고 싶어 했다."혜진 언니는 드디어 한 걸음 내딛은 거야. 나 진우에게 물어봤는데, 진우는 아직 교육 기간이라 재무팀에는 못 들어간대. 그래서 우리 고모부한테도 물어봤지만 고모부는 회사 재무팀에 인원이 비지는 않는다고 하네."그렇게 말하는 심효진은 하예진을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멋쩍어했다.김진우도 따라서 미안한 얼굴을 했다.그는 비록 후계자가 되었지만 아직 나이가 젊은 데다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라 당장 그룹을 이어받을 수는 없어 회사 내부의 중요한 부
김진우가 떠난 뒤, 심효진은 걱정스레 하예정에게 물었다. "예정아, 너희 언니 또 형부랑 싸운 거야?"하예정은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주형인은 아직 자기 부모님 집에서 돌아오지도 않았어. 게다가 언니한테 남은 생활비도 다 돌려달래. 이제는 집에서 밥도 안 먹으니까 생활비를 쓸 일도 없다고."심효진은 어이가 없어졌다. "…이런 남자를 남겨둬서 뭐 한대?"잠시 침묵하던 하예정이 말을 이었다. "뭐가 됐든 언니가 자리를 잡아야 그 나중을 생각할 수 있겠지."심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파티 갔던 건 어떻게 됐어? 도씨 가문 도련님한테 마음이 좀 가?""나 지금도 머리 아파."눈을 깜빡인 하예정은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설마 일부러 파티에서 술 마시고, 주사 부린 건 아니지?"상류층 사람들은 모두 품위와 교양을 중요하게 여겼다.그런데 심효진이 만약 도씨 가문 사모님의 생일 파티에서 주사를 부렸다면, 재벌가 입문은 거의 길이 막힌 것이나 다름없었다."주사는 딱히 안 부렸지. 그냥 술을 마신 뒤에 취한 척 바닥에 드러누워서 잠든척 한 것뿐이야. 우리 고모가 다급하게 나를 끌고 가더라고. 내가 보기에 우리 고모 앞으로 다시는 그런 파티에 날 데려가지 않을 것 같아."심효진은 어른들이 그녀를 재벌가에 시집 보내려는 마음을 단념시키기 위해, 전부 내던졌다.단씨 가문 사모님의 생일 파티는 비록 관성의 유명한 사모님들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파티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있는 집안의 사모님들이었다. 그런데 심효진이 그런 곳에서 취한 척 바닥에 드러눕기까지 했으니, 외가의 체면까지 전부 깎은 것이나 다름없었다.같은 바닥 안의 사람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은 탓에 이내, 온 상류 사회에 이야기가 전부 퍼졌다.자신의 신분을 높이 여기는 사모님들은 심효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분명했으니 심효진의 고모와 어머니가 심효진을 재벌가로 시집 보내려던 꿈은 완전히 깨진 것이나 다름없었다.심씨 가문은 관성 토박이였다. 부자가 된 것도 다 재
주우빈은 디저트를 먹은 뒤 가게에서 놀기 시작했다.기저귀 가방에는 주우빈이 평소 제일 좋아하던 장난감이 들어있었다.그 장난감을 주우빈에게 주자, 주우빈은 자리를 잡고 계속 놀기 시작해 심효진도 감탄하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우빈이 집중령 엄청 좋네. 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만 봐도 알겠어.""그건 여기가 낯설어서 그래. 나중에 익숙해지고 나면 온 사방을 어질러 놓을걸?"하예정은 언니를 도와 자주 아이를 본 탓에 주우빈의 장난기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도구를 꺼내 그녀의 공예품을 만들 준비를 하며 구시렁댔다. "웬일로 성소현 씨가 내가 만든 이런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 같길래 이미 만든 마네키네코를 선물로 주고 태윤 씨에게는 새로 하나 만들어 줄 생각이었단 말이야. 우리는 부부고 같이 사는데 언제 주든 상관없잖아?""근데 그걸 그 얘기를 듣고 나서는 나한테 화를 내지 뭐야? 내가 사과도 하고 잘못도 인정하면서 달래다가 결국 한 가지 더 선물하겠다고 하고 나서야 화가 풀렸다니까? 나 오늘 꼭 태윤 씨 줄 선물을 다 만들어야겠어. 괜히 퇴근하고 집에 가서 또 그 굳은 얼굴 볼라."심효진이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이미 마네키네코를 전태윤 씨에게 주기로 했으면 그건 그 사람 것이지. 동의도 거치지 않고 성소현 씨한테 줬으니 화내는 것도 당연해.""그래, 내 잘못이야. 그래서 사과도 했잖아. 어젯밤에 돌아왔을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회사에서 무슨 문제라도 있던 게 아닐까?"전태윤은 그저 하예정이 선물한 옷을 입고 출근했음에도 그녀가 알아채지 못한 것에 화를 냈던 것뿐이었다."따릉따릉따릉…"하예정의 휴대폰이 울렸다.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 그녀는 전씨 가문 할머니의 전화인 것을 보자 곧장 전화를 받았다."할머니.""예정아, 바쁘니?""괜찮아요,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무리 바빠도 도와드릴게요."결혼하기 전만 해도 하예정은 자주 전씨 가문 할머니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었지만 결혼을 하고 난 뒤에는 되
하예정이 대답했다. "할머니, 그럴 리가요. 오늘 밤에 제가 말하면 돼요. 그러면 내일 혁진 씨가 바래다주는 거예요, 아니면 저희가 모시러 갈까요?""혁진이 더러 데려다주라고 하면 돼. 아마 오후나 되어서야 갈 수 있을 것 같구나. 주말이면 혁진이는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거든."그녀의 손주들은 주말이어야만 제대로 쉴 수 있었다.할머니도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 깰 때까지 두는 편이라, 아이들이 깬 오후에 올 생각이었다."그래요. 할머니 좋아하시는 음식 있어요? 제가 저녁에 해드릴게요."할머니는 오후에 온다니 김진우와의 점심 약속에는 문제가 없었다. 만약 할머니가 오전에 온다면 할머니와 같이 갈 예정이었다. 하예정은 어차피 자신이 사는 것이니 별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네가 하는 건 다 맛있어서 난 좋아." 하예정이 한 요리를 먹어 본 그녀는 남몰래 큰손주는 먹을 복이 있다고 말했었다.온 가족이 다 하예정을 좋게 보고 있었다. 오직 그녀의 큰아들며느리만 하예정이 부모가 없는 시골 출신이라고 무시하고 있었다.전씨 가문은 이미 충분히 부유해 정략결혼으로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없으니 아이들의 행복만이 중요하다고 할머니는 큰아들 며느리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었다.장소민은 시어머니가 하예정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녀의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남편 앞에서는 평소에는 전태윤을 가장 예뻐한다고 말하면서 끝내는 전태윤에게 부모도 없고 시골 출신이기도 한 여자를 아내로 들여 전태윤의 발목을 잡는다고, 시어머니에 대해 몇 번이나 구시렁댔었다.앞으로 전태윤의 동생들이 재벌가 아가씨들을 들이게 된다면 시골 출신인 큰형님은 아마 그 무리에 끼지 못할 게 뻔했고, 올케의 존중도 못 받을 게 뻔했다.다행히 전태윤이 하예정과 반년 뒤에도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이혼을 하기로 계약을 맺었기에 장소민은 조금 속이 편해질 수 있었다.자신이 낳은 아들이니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예정 같은 사람은 절대
우선 그 비용은 두 어르신의 비상금으로 내고 있었다.하 영감은 아내가 퇴원하고 집에 돌아가면 아들 손주가 그 돈을 나눠 내라고 당부하며, 두 사람이 먼저 낸 돈을 반드시 두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는데 돈이 없으면 믿을 곳이 없었다.두 노인은 비록 독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에게 돈이 한 푼도 없으면 아들과 손주들은 자신들에게 잘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옛말에 아들보다는 돈주머니가 더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비록 두 부부는 비상금으로 몇천만 원을 가지고 있지만 아들딸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면 한 집에 적어도 천오백만 원씩은 나눠줄 수 있었다. 공으로 들어오는 돈을 누가 싫어하겠는가?간호사가 어제의 계산서를 가져왔고, 그 종이를 받아 든 하 영감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 구시렁댔다. "이제 고작 며칠이나 됐다고 전에 냈던 돈을 벌써 다 썼다니."그는 아들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인당 얼마씩 낼지 상의한 다음에 돈 모아서 이 돈 내거라. 괜히 병원에서 재촉할라.""아버지, 두 분 돈 다 쓰신 거예요?" 하씨 집안 첫째가 물었다.하 영감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왜? 너희들보고 내라니 기분이 나쁘냐? 나랑 네 엄마한테 돈이 얼마나 있다고 이걸 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네 엄마가 아프고 나서 지금까지 너희들 중에 돈을 낸 녀석이 있기나 해? 나랑 네 엄마가 너희들을 지금까지 키우고, 성공까지 시켜줬는데, 너희 엄마가 아프니까 병원비를 내는 건 당연한 일 아니더냐?"하씨 집안 첫째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저희가 언제 안 낸다 그랬어요. 엄마가 이번에 얼마를 쓸지 몰라서 그렇죠. 요 며칠 정말 돈이 물 새듯 나가고 있잖아요." 그들은 비록 나름 생활이 폈다고 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매일같이 돈이 물 새듯 나가는 데다 그 돈을 자신들이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첫째는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괜히 사람은 가난해도 되지만 아프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었다."그러게, 너희들이
하 영감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영향은 바로 그가 가장 중시하고 있고, 가장 잘나가던 둘째 손자가 인터넷에서 벌어졌던 일 때문에 회사에서 정직을 당한 것이었다.하 영감은 하예정의 반격이 이렇게 힘이 강할 줄은 몰랐다. 무려 하지문을 정직시킬 수 있다니. 하지문은 회사에서 고위직인 사람이었다. 대표 이사를 제외하면 그 아래로 부대표였고 그다음이 바로 하지문이었다. 그런데 본사에서 전화가 한 통 오더니 곧바로 하지문을 정직시켰다.하지문은 무려 연봉이 2억은 되는 사람이었다."아직이요, 지문이가 상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물어봤는데 성씨 그룹 대표의 동생이 지문이의 정직을 요구하고 회사에서 쫓아내라고 햇대요. 다행히 지문이에게 능력이 있어서 아직은 정직에 그친 거죠. 완전히 해고를 당한 건 아니니 돌아갈 여지는 있을 거예요."하 영감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 대표의 동생은 왜 지문이를 싫어하는 것이냐? 설마 그 망할 계집이 찾은 뒷배는 아니겠지?""그건 아니에요. 그 사람은 재벌가의 아가씨예요. 성씨 가문은 관성에서 두 번째로 큰 가문으로 재산이 몇십조는 되는 집안인 데다 이제는 1위인 전씨 가문을 따라잡을 기세인데 어떻게 하예정의 뒷배일 수가 잇겟어요? 듣자 하니 실시간 검색어가 그 아가씨의 검색어 순위를 밀어서 화가 난 탓에 지문이를 내모는 거래요."지금은 두 개의 검색어가 전부 사라졌다.그 성씨 가문의 아가씨의 화가 풀리고 나면 하지문은 아마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듯싶었다."다 그 망할 계집애 때문이야. 그 계집애 때문에 우리가 큰 손실을 보게 된 거지. 지금은 실시간 검색어가 다 내려갔지?""그래도 화제는 아직 되고 있는 데다 글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요."하 영감은 또다시 하예정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뒤 물었다. "무슨 방송에서 조정할 사람을 찾았느니, 합의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연기라도 해야지. 이 일로 애들이 일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지."하예정이 반격을 시작한 뒤로 아들과 손자들은 일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 손실은 다
성씨 가문 아가씨가 전씨 가문 도련님을 열렬히 쫓아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겨우 전씨 가문 도련님과 함께 엮여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그들때문에 화제가 줄었다고 그 아가씨는 화를 낸 것이다.재벌 가문 아가씨는 무슨, 남자를 구경도 못 해 본 게 분명했다!남자 하나 때문에 그들 집안을 짓밟다니, 정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하씨 집안 모두가 힘을 모은다고 해도 그 아가씨를 어떻게 할 방도는 없었다.시내에 와 이런 일을 겪고 나서야 하 영감은 걷는 놈 앞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하 영감은 자신의 손자들이 대단하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손자보다 수십 배는 대단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있었다."왜 그런 것이냐? 전에 이야기를 다 마쳤지 않으냐? 아버지와 네 삼촌이 대본도 다 준비해 놓고 합의할 때, 사람들에게 우리가 진짜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하예정이 합의하지 않으면 그 애가 나빠 보이게 제대로 연기할 생각이었는데, 왜 갑자기 취소가 된 것이냐?"하씨 집안 할머니도 다급하게 물었다. "지문이가 뭐라니? 그 사람들이 안 도와주겠대?"하지문은 휴대폰 너머로 또 무슨 말을 한 듯, 둘째 아들은 체념한 듯 전화를 끊은 뒤 첫째에게 말했다. "지금은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않는대요. 하는 수 없이 우리가 몇 번 더 찾아가는 수밖에 없겠어. 지난번에 지명이 더러 동생들 데리고 가라고 했잖아. 젊은 애들이라 좀 충동적으로 나왔나 봐. 여덟째는 하예정의 가게를 부수겠다고 했다지, 뭐야. 그건 합의가 아니라 기름을 붓는 거지.""형, 다 같이 상의해서 어른들인 우리가 직접 하예정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인터넷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화해했다는 글을 다시 올려달라고 하는 건 어때요? 그래야만 이 사단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인터넷의 힘은 그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났고, 그들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진작에 이럴 줄 알았다면 이 방법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하예정의 가게를
"태윤 씨, 저 지금 당신 회사 아래예요. 아직 퇴근 안 한 거예요? 저 당신이랑 점심 먹으려고 당신 데리러 왔어요. 깜짝 놀랐죠? 기쁘지 않아요?"전태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놀라기는 확실히 놀랐다.하지만 기쁨은, 존재하지 않았다.전태윤의 자제력이 좋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을지도 몰랐다."태윤 씨?"대답이 들리지 않자, 하예정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전태윤은 넥타이를 잡아당겨 풀며 조용히 말했다. "저 이미 퇴근했어요. 근데 클라이언트께서 아직 가지 않으셔서 지금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에요. 아마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아니면 먼저 돌아갈래요? 조금 있다가 제가 가게로 갈게요.""얼마나 걸려요? 저 차를 몰고 온 게 아니라 택시를 타고 왔거든요. 괜찮아요, 저 회사 입구에서 기다릴게요. 당신 일 다 하고 나면 같이 가요."전태윤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본 뒤 말했다. "회사 맞은편에 카페 있는데 거기서 기다려요. 조금 있다가 데리러 갈게요."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카페가 있는 것을 본 하예정은 별다른 생각 없이 전태윤의 말에 따랐다.하예정과의 통화를 마치고 난 전태윤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갑자기 쳐들어와 그의 진짜 신분이 탄로날까 그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었다…하예정이 데리러 온 탓에, 전태윤은 접견실로 들어간 뒤 클라이언트와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빠르게 마무리했다.그런 뒤 소정남과 그 몇몇 임원들에게 클라이언트와 함께 관성 호텔로 식사 대접을 하라고 지시했다."전 대표님은 안 가시는 겁니까?"클라이언트가 반사적으로 물었다."급한 일이 있어서, 저는 함께 못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제가 다시 식사 대접하겠습니다."오늘의 이 중요한 클라이언트는 다름이 아니라 A시 제일 재벌 예씨 가문의 다섯째, 예준하였다.예진 그룹은 관성에도 자회사가 있었지만 여태까지 두 그룹은 서로 거래가 별로 없었다. 예진 그룹이 관성에 자회사를 세웠을 때도 눈치껏 해당 지역의 거물들과 케잌 싸움은 하지 않았었기에 자회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