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을 찾아서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문제의 근원은 아들에게 있었기에.윤미라도 아들에게 심한 일들을 했었다.그리고... 지금은 후회만 남았다.하예진은 입을 열었다.“사모님, 예전에 제게 하신 말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걸요. 사모님의 마음이 이해도 가고요. 결혼은 역시 비슷한 집안끼리 하는 것이 맞아요. 저도 엄마로서 만약 이제 제 아들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거예요.”전에는 아주 개명한 엄마로 될 거라고 생각했더라도 막상 정말 경험해 보면 자녀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마음대로 둘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정말로 마음이 넓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씨 일가의 어른들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다.하예진은 항상 동생에게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전태윤의 사람 됨됨이가 어떻든 간에 전씨 일가의 어르신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만나기 드무니까.그래서 윤미라가 중간에서 노동명이 찾아오는 것을 막았다는 것을 알고도 하예진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이해가 되었다.“예진 씨, 고마워요. 날 원망하지 않아 줘서.”윤미라는 감격스러운 말투로 고마움을 표했다. 하예진의 인품에 대해서는 그녀도 마음에 들었다.하예진은 비록 출신은 노씨 일가에 못 미치지만, 항상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수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면 사실 하예진도 괜찮은 사람이었다.윤미라는 줄곧 하예진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문벌의 차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었다.하지만 앞으로 더 이상 자녀의 감정에 끼어들지 않고 될 대로 내버려둘 생각이었다.“고맙다는 말을 들을 만큼 사모님에게 무슨 일을 해드린 적도 없는걸요.”하예진이 쑥스럽게 말했다.그녀는 다시 위로의 말을 꺼냈다.“사모님, 동명 씨를 믿으세요. 절대 쉽게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윤미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커피숍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윤미라는 병원에 있는 아들이 걱정되어 얼른 떠나서 병원으로
하예진은 아들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이미 가게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두 점원은 모두 깔끔히 치웠다. 그녀는 두 점원을 먼저 퇴근시키고 나서 강일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일구 씨, 또 우빈이를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고맙다는 말 하지 마요. 이건 큰 도련님과 사모님이 저에게 주신 임무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뭐.”강일구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예진 씨를 도울 수 있어서 저도 기뻐요. 우빈이도 너무 귀여워서 이제 하루라도 못 보면 보고 싶어지는걸요.”우빈이는 강일구의 말을 듣고 턱을 치켜들고는 자신 있게 말했다.“일구 아저씨, 저 누구든지 좋아하는 귀여운 아이인 거죠?”강일구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우빈이는 내가 본 아이 중에 제일 귀여운 아이야.”하예진은 꼬마를 데리고 나가면서 웃으며 말했다.“일구 씨 칭찬 그만해요. 더 칭찬하면 코끝이 하늘을 찌를까 봐 무서워요.”“진심을 말한 걸 뿐인걸요. 우빈이는 제가 본 아이 중 가장 귀여운 아이예요.”강일구는 자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물론, 몇 년 지나서 다른 아이에게 또 같은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하예진은 관성중학교에 동생을 찾아갈 준비를 했다. 강일구에게 따라올 필요 없다고 말하자 그는 알아서 전태윤한테로 돌아갔다.30분 후.“예정 이모, 효진 이모.”우빈이는 내리자마자 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하예정과 심효진을 큰 소리로 불렀다.심효진은 카운터에 앉아서 소설을 읽고 있었다. 심심하여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었다.하예정은 책장 앞에서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우빈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가게를 나서자 우빈이가 쪼르르 달려왔다.그녀는 웃으며 조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오늘따라 우빈이 엄청 기뻐하네? 무슨 기쁜 일이 있었어? 이모도 같이 기뻐하게 알려주라.”아까 음성 채팅을 할 때 우빈이는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꼬마는 이모의 얼굴을 보며 직접 얘기한 후 칭찬을 듣고 싶었다. 그건 또 음성메시지로 듣는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하예정은 관심 조로 물었다.“언니, 무슨 일 있어?”“별일 아니야. 그저 급여 많이 주는 일자리를 구했어.”하예진은 쌀을 씻은 후 다시 물을 넣고 플러그의 스위치를 누른 후 밥솥의 취사 버튼을 눌러 밥을 안쳤다. 그다음에야 돌아서서 동생을 마주했다.“토스트 가게 잘 운영하고 있는데 왜 또 일자리를 구한 거야? 우빈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돼서 걱정돼서 그러는 거면 내가 우빈이의 학비를 내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태윤 씨가 매달 주는 용돈도 다 못 쓰고 있고 시댁에서도 매달 용돈을 주고 있어. 지금 가장 부족지 않은 게 돈이야.”하예정은 언니가 돈이 모자라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아니야, 우빈이의 학비가 걱정돼서 그러는 게 아니야. 형인이가 처음에 나에게 나눠준 그 돈은 우빈이의 학비로 충분해. 나도 매일 수입이 있고... 돈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야.”밖을 내다보던 하예진은 심효진이 우빈이와 같이 노는 것을 보고 이어 말했다.“미라 사모님이 방금 찾아오셨어.”그 말을 듣고 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언니를 왜 찾은 건데? 설마 또 우빈이를 데리고 관성을 떠나라고 한 건 아니지?”노동명은 지금 두 자매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윤미라는 예전에 그런 일을 한 적이 있기에 하예정은 그녀가 아들의 말을 듣고 또 언니에게 우빈이를 데리고 관성을 떠나라고 말한 줄 알았다.“사모님이 나더러 병원에 가서 동명 씨를 돌봐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리고 동명 씨가 퇴원하거든 재활치료 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셨어. 한 달에 6천만 원을 주겠다며... 난 그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동명 씨도 나를 많이 도와줬었고 나도 동명 씨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빨리 낫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기어코 돈을 주겠다는 거야. 만약 그 돈을 사양하거든 더 올려서 줄 거래. 돈에 관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너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어때? 동명 씨를 돌봐주는 게 맞는 일일까? 사모님에게도 말했어, 내가 이 일을 한다고 해도 감정과는 상관없는 일이
“국 끓여서 이따가 병원에 들러 동명 씨에게 줄 생각이야.”하예진은 몸을 돌려 주머니에서 사 온 돼지 뼈를 찾아 깨끗이 씻은 후 곰탕을 끓일 준비를 했다.“나 먼저 사모님께 답장부터 하고.”그녀는 사모님에게 답장하겠다고 했던 일이 생각나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자신의 결정을 전했다.윤미라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감사하다고 하며 그녀에게 보수를 지불하겠다고 고집했다.하예진은 이제 때가 되어 돈을 받지 않아도 사모님은 어쩔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자신의 결정을 알린 후 하예진은 점심 준비로 바빴다.점심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그녀는 점심을 다 해놓았다.“예정아, 나 먼저 동명 씨에게 국을 가져갈게. 우빈이를 부탁해.”하예진은 보온 도시락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며 말했다.“다 된 음식들 냄비에 있으니까 이제 일이 끝나면 효진이랑 먹어.”“언니는 점심 먹었어?”하예정이 관심 조로 물었다.서점은 요즘 바쁘지 않았다. 곧 여름 방학이라 이제 방학하기 며칠 전에만 학생들이 문제집을 사러 오게 되면 좀 바빠질 것이다.“좀 먹었어.”하예진은 밖으로 나가며 대답했다.“엄마, 나도 갈래요.”우빈이는 엄마가 나가는 것을 보고 따라 달아가며 소리쳤다.“우빈아, 너 아직 밥 안 먹었잖아. 이제 밥 다 먹으면 이모가 데려다줄게.”하예정이 따라와 우빈이를 안으며 따라가지 못하게 했다.꼬마는 조금 억울했지만 이모의 달래임에 곧 억울함은 깔끔히 사라지고 말았다.병원에서 노동명은 여전히 음식을 거절하고 있었다.그는 형수가 직접 가져다준 점심을 모두 뒤집어 놓았다.형수는 시동생의 난폭한 행동에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야 엎어진 음식에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동명아.”형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먹고 싶지 않으면 안 먹으면 되지, 왜 다 엎지르는 건데? 어머님과 아버님도 아직 밥 안 드셨어.”노동명의 성질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그녀는 그런 노동명이 이해되었고 마음이 아팠지만 음식을 먹지 않는 건 그렇다
“아가, 동명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윤미라는 급히 맏며느리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동명이를 탓하지 마, 이미 충분히 괴로워하는데.”그 말을 듣고 큰형수는 말했다.“어머님, 나도 도련님이 괴로워하고 있는 거 알아요. 하지만 우리도 괴롭긴 마찬가지잖아요. 우리 모가 도련님의 건강을 관심하고 있어요. 의사도 잘 회복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는데 지금의 태도를 봐서는 스스로 사형을 선고한 거랑 마찬가지ㅇ예요. 어머님도 그냥 내버려두지 마시고 도련님이 기운 내게 하셔야죠.”노동명이 사고가 난 후 시어머니가 자책하며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돌보는 것을 큰형수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었다.하지만 가끔 노동명은 만나주지조차 않았다.큰형수의 남편은 노씨 일가의 사업을 이어받은 사람이라 매일 바쁘게 일하면서도 동생의 부상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노동명은 슬픔에 빠져있기만 할 뿐 가족들의 심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윤미라는 갑자기 눈을 붉혔다.그녀는 흐느껴 울며 말했다.“나도 동명이를 기운 나게 하고 싶지만 우리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 매일 침대에 누워서 움직이기만 하면 다리가 심하게 아파 나니까 짜증이 날 만도 하지. 동명이를 탓하지 마, 동명이의 잘못이 아니니까...”“어머님.”큰형수는 휴지를 가져와 시어머니에게 건네며 한숨을 내쉬었다.“탓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서라도 일깨우려고 한 것뿐이에요.”윤미라는 눈물을 닦은 후 말했다.“동명이가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예진 씨에게 찾아가 동명이를 좀 돌봐달라고 부탁했어. 동명이가 예진 씨를 그렇게 좋아했잖아? 예진 씨를 봐서라도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도련님이 이제는 예진 씨도 보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요?”노동명이 사고가 난 후, 하예진은 매일 병원에 찾아갔지만 한 번도 노동명를 만나지 못했다. 노동명은 하예진이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예전에는 부르지도 않았던 경호원까지 찾아 24시간 교대하며 병실 입구를 지키게 했다.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막기 위
병실 밖의 작은 거실에 있던 윤미라가 노크 소리에 응했다.문을 열어보니 경호원이었다.“사모님, 예진 씨가 또 오셨습니다.”경호원이 윤미라에게 알렸다.윤미라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병실 안의 노동명은 귀가 어찌 밝은지 방금까지도 무관심했던 태도가 바로 변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돌아가라 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병원에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전해.”경호원은 도련님의 고함을 듣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예진 씨가 올 때마다 이런 반응이었다.도련님이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하예진 뿐이었으니 바보라도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예진 씨를 들여보내세요.”윤미라는 아들의 말을 듣고도 오히려 들여보내라고 했다.두 사람 사이에 낀 경호원만 곤란해 났다.병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노동명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리려 했다.그러나 그의 다리 부상은 아직 낫지 않아 전혀 걸을 수 없었다.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리려 하니 몸 전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쿵 하는 소리가 났다.물을 마시려던 노진규는 물컵을 집어던지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아들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윤미라와 큰형수도 얼른 들어와서 노동명이 바닥에 넘어져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가 노진규와 함께 부축해 겨우 침대에 눕혔다.“예진 씨보고 돌아가라고 해요, 보고 싶지 않아요!”넘어진 충격으로 다리에 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여전히 하예진에게 돌아가라고 소리를 쳐댔다.자신의 낭패하고 쓸모없는 모습을 하예진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또한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동정하는 모습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누구의 동정심도 필요하지 않았다.만약 불구가 된다면 남은 인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알았어, 알았어. 못 들어오게 할게. 어서, 예진 씨를 들여보내지 말고 돌아가라고 하세요.”윤미라는 서둘러 분부하여서야 아들의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그리고 돌아서
“동명아.”윤미라는 소리쳤다.아들을 돌봐달라고 하예진에게 부탁했는데 계속 밖에 서 있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노동명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감았다.윤미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아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 것을 본 그녀는 또 가슴이 아파 휴지를 들고 식은땀을 닦아주었다.“네가 여전히 예진 씨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 또 무슨 고생을 이렇게 사서 하는 거니?”노동명은 여전히 눈을 감고 말을 하지 않았다.이렇게 하예진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괴로웠다. 마치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자신이 이런 상황이니 하예진에게 이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멀쩡할 때도 그녀는 그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는데 이제 다리가 불구가 되었으니 더더욱 마음을 줄 거란 희망이 없었고 오히려 동정할 것만 같았다.아들이 더는 말할 기색이 없자 윤미라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잠시 침묵에 잠긴 후 윤미라는 일어나서 나갔다.병실 문을 조용히 열자 문 앞에 서 있는 하예진이 보였다.“사모님, 동명 씨 괜찮아요?”문 앞에서는 병실 안의 인기척을 엿들을 수 있었다.윤미라는 다시 병실 문을 닫고는 하예진을 끌고 의자 앞으로 가서 앉으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예진 씨, 너무 마음에 두지 마요. 동명이는 지금... 괜찮아졌어요. 그저 침대에서 떨어져서 우리가 다시 침대로 옮겨줬어요.”어휴.노동명은 다리를 크게 다친 터라 침대에서 떨어지면 다리가 더 아플 것이 뻔했다.하예진은 그 장면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사모님, 저 들어가 볼게요.”윤미라는 하예진을 붙잡고 말했다.“예진 씨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들어갔다가 또 흥분하면 침대에서 다시 떨어질 수도 있어요.”하예진은 견고한 눈빛으로 말했다.“만약 또다시 침대에서 떨어지거든 제가 받아줄 거예요.”그 말을 듣고 윤미라는 잡았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하예진이 보온 도시락을 들고 병실로 다가오자 두 경호원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경호원 한 명이 난처해하
노동명은 겉으로는 냉담하기 그지없고 짜증을 내며 하예진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막상 그녀를 보게 되자 눈빛은 탐욕스러워졌고 그녀의 이목구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의 모습을 마음 깊은 곳에 각인하려는 듯이.그는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목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으니 부모님은 그녀가 못 들어오게 막아줬을 것이다.그러니 지금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노동명은 다시 눈을 감았다.부드러운 휴지가 피부에 닿자 노동명은 다시 눈을 떴다.꿈이 아니었다.진짜 하예진이다!어떻게 들어온 거지?누가 그녀를 들어오게 한 거지?노동명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하예진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차갑게 물었다.“누가 당신더러 들어오라고 했어? 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 당장 나가! 날 이렇게 해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거야? 가, 빨리 가버려,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그녀는 담담하게 땀을 닦아주던 손을 내려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동명 씨 어머니가 매달 6천만 원의 거금을 들여 당신을 보살펴주라고 고용한 사람이에요. 기왕 돈을 받은 이상 일을 해야 할 것 아니에요. 동명 씨가 나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아니면 눈을 감고 있는 건 어때요? 눈을 감으면 안 보이잖아요.”하예진은 휴지를 휴지통에 버린 후 물었다.“점심도 안 드셨죠? 곰탕을 끓여왔는데... 혼자 드시겠어요 아니면 제가 먹여드릴까요? 하루 일당 200만 원인 일이니까 어쨌든 좀 더 세심하게 돌봐야 해서요.”노동명은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리고 내가 당신을 해친 게 아니라 동명 씨가 차를 너무 빨리 몰아서 생긴 일이잖아요. 자기가 저지른 잘못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우빈이도 다 알고 있는 도리예요. 앞으로 운전할 때는 조심해 몰아요. 비행기를 몰듯이 하지 말고요.”하예진은 말을 하면서 일어나 침대 머리맡의 서랍에서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