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93화

작가: 고능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예준일은 마뜩잖은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정겨울은 정자에 들어와 앉았고 예준일도 그녀의 뒤를 졸졸 따랐다.

“간식이랑 마실 것 좀 가져다주세요. 이따 전이진 씨가 오면 대접할 수 있게요.”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리조트 내선 전화에 전화를 걸어 간식과 과일, 음료를 내오게 했다. 물론 정겨울이 즐겨 먹는 간식도 같이 가져오라 했다.

정겨울은 임신 후부터 깨어나기만 하면 간식을 찾았다. 하루 삼시세끼도 빼먹지 않고 꼭꼭 챙겨 먹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살이 찌지 않고 모두 배 속 아이한테 영양분이 흡수된 것 같았다. 그리하여 아무리 먹어도 배만 커지고 다른 곳은 여전히 날씬한 몸매를 유지했다.

대략 십 분 뒤.

전이진은 집사를 따라 정자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예준일 씨, 정겨울 선생님.”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전이진은 인사를 했지만 예준일은 여전히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정겨울이 눈길을 한 번 주어서야 그는 대뜸 온화한 낯빛으로 바꾸며 인사치레를 건넸다.

“전이진 씨, 어서 앉으세요.”

전이진은 그가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너 번씩 찾아오니 자신의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났을 터. 웬만한 수양과 인품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그를 문밖으로 내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운초를 위해 예준일의 차갑고 굳은 표정을 마주하는 것 정도야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 그는 뻔뻔하고 개의치 않은 척 의자에 앉았다.

정겨울이 차도 마시고 간식도 드시라고 하자 그는 사양하지 않고 마시고 먹으며 아주 편한 듯 행동했다.

“정 선생님 댁, 이 간식들이 아주 맛있네요.”

전이진은 속에도 없는 칭찬을 꺼내놓았다. 그는 사실 그의 형님과 똑같이 단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번에 예진 리조트에 오게 된 후, 정겨울이 각종 간식 디저트를 즐겨 먹는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녀와 같은 과인척하느라 좋아하는 표정을 억지로 지어 보였다.

그의 말을 듣고 정겨울은 의심 없이 웃으며 말했다.

“네, 맛있어요. 전 아무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94화

    하지만 지금 정겨울은 배가 남산만 하게 나와서 산전 검사를 받으러 나갈 때도 그가 경호원을 몇 명 대동시켜 곁에 딱 붙어서 보살펴야 한다.전이진은 그의 말을 듣고 서둘러 말했다.“네, 저도 알아요. 정 선생님이 제 약혼녀의 눈을 치료해 주신다고 하셔도 전 사절할 겁니다.”전이진은 눈길을 정겨울한테 돌리며 사정했다.“그렇지만 정 선생님께서 스승님한테 진찰을 요청드릴 순 없나요? 돈이 얼마 들던 제가 전부 부담하겠습니다. 어떠한 조건이라도 만족시켜 드릴게요.”정겨울의 의술도 상당하지만 신의는 더 말도 못 하게 입신의 경지에 이른 의술을 갖고 있다. 그녀의 스승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신의라는 그 명칭은 몇십 년이나 전해져올 만큼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세간에 ‘신’자를 붙일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만약 신의님을 모셔 여운초의 눈을 치료한다면 치유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신의와 정겨울, 두 사람은 여운초한테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었다.전이진은 전에 여운초한테 꼭 신의를 모셔 와 그녀의 눈을 치료해 주어 앞을 다시 보게 만들어 줄 것이라 약속했다.비록 실명한 상태라 하여도 그는 상관없었지만 그녀는 열등감으로 인해 그가 아무리 잘 해줘도 시종 자신이 그에 비해 부족하고 뒤떨어져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그의 마음을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할머니가 준 1년의 기한이 절반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전이진은 속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그렇다고 날짜가 되어 그녀를 억지로 구청으로 끌고 가서 혼인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건 날강도나 할 법한 강제 혼인이다. 그의 집안에서 지금까지 그런 선례는 없었다. 그도 그 선례를 깨뜨릴 첫 번째 후손이 될 수는 없다.하지만 셋째가 아직도 아무런 기미가 없다는 걸 생각하며 전이진은 조금 안심하였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최소한 여운초와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신의 얘기가 나오니 예준일은 입을 다물었다.신의의 제자 남편이 되기는 하였지만 그 대신 환자를 받을 처지까지는 아니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95화

    정겨울의 약속을 받으니 그는 안심할 수 있었다.그리고 더 이상 예진 리조트에 머무르면 안 될 것 같았다. 예준일이 아직도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째려보고 있는 것 같았으니.예준일과 정겨울의 이야기는 전태윤한테서 들어 그도 모든 과정을 알고 있다.정겨울은 아이만 원할 뿐 남자는 곁에 두고 싶지 않아 했고, 예준일이 애타게 그녀를 찾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그가 찾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았을뿐더러 도망치기까지 했다.그리하여 모연정과 예준성의 결혼식에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예준일은 그녀가 바로 그가 찾던 약 향기를 풍기는 여자라는 걸 알고 나서 모든 것을 제쳐두고 그녀를 찾아갔고, 그렇게 반년이 지나서 그녀가 자신한테 정이 들게 해서야 정겨울은 그와 함께 A시로 돌아오는 것에 동의했다.반년 동안 예준일이 뭘 했고 어떤 헌신과 고생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는 바가 없으나, 정겨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아마 안간힘을 썼을 것이 예상되었다. 그렇게 겨우 부부가 되고 결혼식은 치르지 않았지만 그들도 신혼부부인 셈이다. 예준일은 종일 신혼 아내의 곁에 딱 들러붙어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러니 전이진이 매일 찾아오는 게 얼마나 꼴 보기가 싫었겠는가. 내쫓지 않은 것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전이진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예진 리조트를 떠났다.예준일은 집사한테 전이진을 배웅하라 하고 그가 떠난 다음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 사람 겨우 돌려보냈네. 한 두석 달은 조용히 지낼 수 있겠지?”정겨울은 그의 반응을 보고 픽 웃으면서 말했다.“스승님한테 치료를 부탁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뻔뻔하게 매일 서너 번씩 찾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난 또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뻔뻔하게 굴면서까지 뭔가를 해내려는 게 맘에 들어요. 아주 성의 있어 보이잖아요, 전이진 씨.”그녀의 말에 예준일은 서슴없이 얘기했다.“나도 할 수 있어.”정겨울은 깔깔 웃었다.“알아요. 뻔뻔함으로 치면 당신이 최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96화

    전씨 일가의 형제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노씨 일가의 경호원들은 골머리를 앓았다.“안녕하세요.”노씨 일가의 경호원 중 한 명이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 전태윤 세 사람의 길을 막았다.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저희 넷째 도련님께서 아직 누구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시니 일단은 돌아가시길 바랍니다.”경호원들은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이때 전태윤이 온화하게 물었다.“동명이는 깨어났어요?”“네, 이미 깨어나셨습니다. 하지만 입맛이 없다며 아침 식사를 거절하고 계십니다. 집에서 보내온 도시락이든 하예진 씨가 보내온 것이든 모두 잡숫지 않고 계십니다. 그리고 하예진 씨가 보내온 도시락은 아예 엎어버리고 마셨습니다. 지금 도련님의 부모님께서 오셔서 조금이라도 드시라고 설득하고 계십니다. 넷째 도련님은 지금 아마도 기분이 매우 좋지 않으실 겁니다.”경호원이 이렇게 상세하게 말한 것은 전태윤 등이 스스로 알아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사실, 경호원들도 넷째 도련님이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서 안 좋은 생각만 하지 말고 친한 친구들도 만나보며 이야기라도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었다.안타깝게도, 부모님의 말씀도 듣지 않는 넷째 도련님이 친구들의 설득을 들을 리가 없다.십여 일 동안 침대에 누워 있은 노동명은 이미 멘탈이 무너진 지 오래고, 시도 때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보통 사람들처럼 걸을 수 있기를 바랐다. 더 이상 침대에 누워 타인의 보살핌을 받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방문 온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자신을 향한 눈빛에 동정을 띠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는 이제 불구가 되었고 자유롭게 걸을 수 없게 되었다.비록 휠체어에 앉아 이동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괴로운 건 여전했다.의사는 좀 더 누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리 부상이 좀 나아져야 휠체어를 탈 수 있고, 완전히 회복하려면 오랜 기간의 몸조리를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재활치료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다.“안 먹어요, 입맛 없으니 그만 가져가요! 가져가라고요!”병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97화

    노진규는 아들의 고함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괴로워했고, 더 이상의 비난도 할 수 없었다.노동명은 원래 덩치가 크고 거칠어 보이는 남자였다.병실에 열흘 정도 누워있었더니, 완전히 살이 빠졌다.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지금의 그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괴로울 것이다. 다리에 상처를 입은 후로부터 그는 예전의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눈빛조차 더는 반짝이지 않고 안에 절망만이 가득 담겨있다.처음에 의사도 그가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아무런 진전이 없을 수도 있고, 이로써 붕괴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여보, 동명이를 비난하지 말아요.”윤미라가 남편을 향해 말했다.“이게 다 내 잘못이에요. 애가 배고프지 않다는데 굳이 먹이려 한 내 잘못이에요.”윤미라는 잘못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렸다.어머니를 쳐다보고 있던 노동명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는 더 이상 어머니를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비록 어머니는 그가 하예진을 만나러 가는 줄 알고 막으려고 했지만, 사실 더 큰 잘못은 그에게 있었다. 그의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돌발상황이 닥쳤을 때 비록 급정거했지만 여전히 앞 차를 추돌하게 되었다.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한참 전에 들어와서 조용히 서있던 경호원이 드디어 용기를 내어 말했다.“넷째 도련님, 전이진 도련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그는 감히 전태윤이 왔다고 말하지 못했다.또한 전이진은 최근 관성에 없었다. 방금 관성에 돌아온 그가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왔다고 해도 합당한 일이었다.“보고 싶지 않다고 전해.”노동명은 단번에 거절했다.경호원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전 대표님과 사모님도 함께 오셨습니다.”“만나고 싶지 않다는데 못 들었어? 아무도 보고 싶지 않다고! 날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너무 싫단 말이야! 날 동정할 필요가 없어!”경호원이 한마디만 더 하자 노동명은 폭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98화

    하예정은 윤미라를 부축하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윤미라는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을 만나 교류도 하지 않고 이렇게 혼자 고민하고 있으면 어떻게 잘 나을 수 있겠어요?”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전태윤 형제에게 사과했다.“태윤아, 이진아, 우리 동명이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동명이는 지금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해. 때로는 친형들이 보러와도 병실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세 형수가 보양식을 챙겨와도 병실에 발 못 들여놓게 하는데 그냥 보양식만 병실에 들어갈 수 있어. 동명이는 지금 누구를 봐도, 어떤 관심의 말을 해도 모두 자신을 동정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윤미라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막내아들이 그녀에게 준 인상은 줄곧 매우 강인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자 윤미라는 속수무책이었다.노씨 일가의 연장자들도 모두 찾아왔지만, 노동명은 지금 귀에 누구의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절친과의 만남도 거절하고 있다. 전태윤과 소정남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걸어봤지만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노동명은 완전히 자신을 비관적인 세계에 가두었다.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제 상처가 회복할 수 있을까?전태윤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아줌마, 동명이 지금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시간이 있을 때 데리고 산책하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열흘 정도 침대에 누워있었으니 답답해 죽을 것 같을 거예요. 데리고 나가 산책하며 기분 전환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예요. 우리 모두 동명이가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가만두고 볼 수가 없어요. 이러다 남은 인생까지 망치면 어떡해요? 잘 회복할 수 있게 마음을 가다듬고 삶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윤미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록 움직일 때 다리 통증이 심하지만 휄체어를 탈 수는 있어. 하지만 부축받으며 휄체어에 타자니 또 자신이 쓸모없다는 둥 생각이 드나 봐. 휠체어를 타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없다면서 말이야. 그래서인지 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99화

    모두 윤미라를 잠시 위로한 후, 일단은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들고 온 선물은 경호원에게 주어 병실로 가져가게 했다.윤미라는 사람들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배웅하고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다시 돌아섰다.다시 돌아온 윤미라는 병실 문앞에 잠시 서 있다가 들어갔다.노동명은 침대에 누워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넋이 나간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태윤이는 갔어?”노진규가 조용히 물었다.“네, 동명이가 만나고 싶지 않다는데 먼저 떠날 수밖에요.”윤미라는 한숨을 쉬며 침대 옆에 앉아 아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동명아, 모두가 널 관심해서 보러 온 것뿐이지 동정 같은 거 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 이상한 생각 그만하자, 응?”노동명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분명히 어머니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이에 윤미라의 마음이 갑자기 쥐어짜듯 아파 났다.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막내아들은 바른길로 돌아왔고 더는 조폭들과 어울리겠다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 후 막내아들은 친구인 전태윤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려서 스스로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비록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모두 이겨내고 말았다.그로써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노진 그룹이 있게 되었고 막내아들도 개인 재산이 2조에 달하는 성공한 사람으로 거듭났다.감정 문제만 아니었다면... 그는 여전히 눈부신 노씨 일가의 넷째 도련님이었을 거다.‘이게 다 내 잘못이지 뭐, 내가 모자 관계를 끊겠다며 막지만 안았어도... 이런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을 텐데.’어머니를 말을 듣지 않으려고 눈을 감은 노동명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그는 비록 매일 침대에 누워 있지만, 사실 항상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끔 눈을 감고 일을 생각하다가 날이 밝을 무렵에야 잠시 잠을 잘 수 있었다.교통사고가 그에게 준 타격은 너무 컸다.그는 장애인이 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여보, 동명이를 잘 지켜요. 난 좀 밖에 다녀올게요.”윤미라는 몸을 일으키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700화

    “사모님.”윤미라가 가게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앉아 있던 하예진은 얼른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예진 씨,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사드리고 싶은데 시간 어때요?”“네, 좋아요.”하예진은 앞치마를 풀며 두 점원에게 분부했다.“전 잠깐 나갔다 올 테니 두 분 먼저 테이블 치워줘요. 그리고 이따가 일구 씨가 우빈이를 데려다주면 우빈이 좀 봐줘요.”오늘 원래 하예진은 하루 종일 가게 문을 열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서평 거리에 있는 한 레스토랑을 보러 갈 예정이었다. 그 레스토랑은 장사가 잘되지 않고, 매달 적자가 나서 사장이 양도하려고 하고 있다.나쁘지 않은 위치라 매일 오가는 손님이 꽤 많을 텐데 왜 장사가 안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사장이 경영을 잘 못하는 건지 아니면 요리사가 요리를 못하는 건지 직접 찾아가 알아볼 예정이었다.하예진은 가서 제대로 알아보고, 주변 환경도 둘러본 후 적합하다면 그 레스토랑을 인수할 생각이다.여동생 하예정이 투자한 채소 농장은 사업이 잘되어 회사를 설립하였고 많은 호텔, 학교, 공장과 협력하여 매일 많은 채소를 공급하곤 한다.또한 하예정은 자신이 투자한 사업도 관리해야 하고, 재벌가 미래의 안방마님으로서의 관리하는 법도 배워야 하기에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하예진은 동생만큼의 성과를 얻기는 바라지 않지만 음식업계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싶었다.하예진은 가게 일을 잘 안배한 후 윤미라를 따라서 가게를 나섰다.그녀는 윤미라의 차를 타지 않고 혼자 차를 몰고 윤미라를 따라 근처 카페로 갔다.카페는 장사가 별로인지 조용해 보였다.둘은 모두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사모님, 아주 피곤해 보이는데 휴식 잘하시고 몸조심하세요.”윤미라는 예전에 비해 늙고 초췌해 보였고 화장도 하지 않아 예전처럼 고귀한 여인의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윤미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나도 그러고 싶지만, 동명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오지 않는 게 마음이 너무 괴롭네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701화

    윤미라는 말을 이었다.“예진 씨, 동명의 말을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그 아이는 지금... 고슴도치처럼 가시투성이에요. 누가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고, 자꾸만 다른 사람들이 동정 어린 눈길로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사모님, 전 동명 씨를 탓하지 않아요.”윤미라가 이렇게 다정하게 손잡는 게 익숙하지 않은 하예진은 말하며 자기 손을 살며시 뺐다.“예진 씨, 내가 오늘 이렇게 염치 불문하고 찾아온 건 부탁이 하나 있어서예요.”윤미라는 드디어 본론에 들어갔다. 그녀는 애원하는 눈길로 하예진을 바라보며 부탁했다.“우리 가족 모두 동명의 지금 이런 모습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지만 전혀 말릴 방법이 없어서 그러는데... 동명이는 예진 씨를 매우 좋아해요. 최근 예진 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다 열등감이 생긴 것 때문이에요. 본인이 불구가 됐다고, 예진 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만나는 것도 거절하는 것 같아요.”하예진은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미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래서 이렇게 부탁드리는데, 동명이가 자신감을 되찾고 퇴원 후에도 재활치료를 견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해요.”윤미라는 하예진이 돕기만 하면 막내아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재활치료를 견지할 수 있을 거로 믿고 있다.지금 이 상태로는 자칫하면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할 것만 같았다.“예진 씨가 사업 때문에 바쁘단 거 알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손해 보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하루에 200만 원을 급여로 드릴 테니 낮에만 좀 돌봐주면 안 될까요? 밤에는 지킬 필요가 없어요. 어떻게 생각해요?”하예진의 토스트 가게는 장사가 잘되고 있지만 하루에 200만 원을 버는 건 무리였다. 윤미라는 자기 아들이 자신감을 되찾도록 도와주기 위해 하예진에게 지급하는 하루 급여를 높게 정했다고 생각했다.“예진 씨가 동명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우리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건 예진 씨와 동

최신 챕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73화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72화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71화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70화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9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8화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7화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6화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5화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