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이라서 학생들 오늘부터 쉬잖아, 요 며칠은 영업 안 해. 언니, 언니 몸 아직 다 나은 거 아니라서 많이 누워있어야 해.”하예정은 우빈이를 내려놓았다. 우빈이는 앞에서 뛰어가고 자매는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더 누워있다가는 몸에 종기가 날 것 같아. 이제 불편한 곳도 없어. 그냥 상처 난 곳이 좀 아프고 가려울 뿐이야.”“효진이가 친정에 가면 나도 돌아가야지.”심효진이 친정으로 가는 날, 하예정 자매도 심씨 가문에 가서 식사할 것이다.친정으로 갔다가 돌아가면 소정남도 심효진을 데리고 신혼여행을 떠날 것이다.그는 결혼휴가가 두 달이나 있었다.자매가 산책하고 있는데 도우미가 걸어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노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도우미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본능적으로 언니를 쳐다봤다.하예진이 담담히 대답했다.“예정아, 그 사람이 오고 안 오고는 언니랑 상관없어.”그녀가 아직 퇴원하지 않았을 때까지 노동명은 그래도 좀 자제했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감정적인 일을 처리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가 퇴원한 후, 노동명은 더 이상 하예진에 대한 마음을 참지 않았다.이제는 노동명이 하예진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바보도 알 수 있었다.매번 하예진을 바라보는 노동명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림자처럼 하예진을 쫓아다녔다.“노동명은 언니 때문에 온 거야.”하예정은 이렇게 말하고는 도우미에게 말했다.“들어가서 도련님께서 일어나셨는지 보고, 만약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면 박씨 아저씨더러 노 대표님을 안으로 모셔서 잘 대접하라고 해요. 저랑 언니는 좀 더 걷고 싶어요.”언니는 노동명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하예정은 언니 편이었다.도우미는 공손히 대답하고 하예정이 시키는 대로 했다.노동명이 아침 일찍 찾아와서 아침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다.하예정의 분부가 없더라도 노 대표의 차는 익숙하게 별장에 들어오고 있었다.노동명은 주차를 하기도 전에 멀리서 하예정 자매가 산책하고 꽃구경
“어제 잘 못 잤어?”노동명은 관심하며 친구에게 물었다.그는 전태윤이 심각한 얼굴로 내려와서 1인용 소파에 앉는 모습을 지켜봤다.“어제 너 안 취했어?”전태윤이 되물었다.노동명이 웃으며 대답했다.“난 두 잔밖에 안 마셨어, 안 취했지.”잠시 말을 멈췄던 그가 다시 대답했다.“너희들은 술 먹고 취해도 돌봐주는 사람이 있고, 안쓰러워하는 사람이 있지만 솔로인 나는 취해 죽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많이 못 마시지.”전태윤이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손은경 씨는 너 돌봐주고 싶어 하잖아.”손은경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노동명의 얼굴에 웃음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나랑 손은경 씨는 불가능해. 손은경 씨도 내 집에서 나갈 거야.”손은경도 관성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가 진행하던 비즈니스도 거의 얘기가 끝나가고 있었다.윤미라가 그녀와 노동명을 이어놓으려고 애를 쓰고 있던터라 손은경은 윤미라에게 이제 더 이상 노동명에게 구애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왜냐하면 노동명의 마음이 그녀에게 있지 않아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녀의 관성 행은 수확이 많기에 집으로 돌아갈 때도 되었다.“네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온 건 우리 처형 때문에 온 거지. 처형은 너한테 전혀 관심 없어.”전태윤은 아침에 하예정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던 터라 노동명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했다.“내가 하예진한테 관심이 많으면 돼.”전태윤이 그를 노려봤지만, 노동명은 히죽히죽 웃었다.박 집사가 노동명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박씨 아저씨, 이 집 사모님은요?”전태윤이 묻자, 박 집사가 대답했다.“사모님과 예진 씨는 우빈이를 데리고 마당에서 산책하고 꽃구경하고 계십니다.”전태윤은 가볍게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는 일어나서 노동명을 남겨둔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하예정을 찾으러 간다는 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노동명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같이 따라 나
노동명은 그녀의 눈에서 평온함을 보았다.그녀는 노동명에게 진짜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이 사실은 노동명을 좌절시켰지만, 그는 빨리 털어냈다.하예진은 이미 한 번의 실패한 결혼이 있었고 지금도 전남편 가족들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있어서 그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하예진의 마음을 녹여 다시 사랑을 믿고 결혼을 믿게 하려면 노동명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노동명도 자신에게 몇 년의 시간을 주고 하예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아무튼 그는 급하지 않았다.하예진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지 않는 한 계속 기다릴 생각이었다.“예진아, 안녕.”노동명이 하예진의 인사를 받아줬다.전태윤은 우빈이를 안고 하예정과 먼저 자리를 떴다.그는 걸으며 아내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여보, 나 어젯밤에 많이 취해서 아침에 일어나니까 머리가 좀 아팠어. 그런데 눈을 떴는데 당신이 내 옆에 없으니까,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아.”하예정이 그의 팔짱을 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당신이 곤히 자길래 깨우지 않았죠. 아직도 머리 아프면 아침 먹고 좀 더 자요. 며칠 쉬니까 좀 쉬어요.”“나랑 같이 있어.”“네. 같이 있을게요.”전태윤은 아침에 아내를 보지 못한 화가 전부 사라졌다.그는 이렇게 어르고 달래기 쉬운 사람이었다.노동명은 하예진을 보며 관심 조로 물었다.“예진아, 오늘 컨디션은 어때?”“아주 좋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표님”하예진이 딱딱하게 대답했다.노동명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예진아, 너 나한테 많이 냉담해졌네.”“아니에요, 전 대표님께 항상 같은 태도였어요.”하예진이 평온하게 그를 보며 대답했다.“대표님께서 그동안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냉담하게 대할 수 있겠어요.”그녀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변한 건 사실이었다. 노동명에게 냉담하고 거리를 두었다.“예진아, 나 진짜 너 좋아해.”노동명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하예진은 여전히 평온하게 대답했
노동명은 자리에 서서 하예진이 지나가는 걸 지켜봤다.한참 지난 다음에야 그는 자리를 떠났다.하예진에게 고백한 결과가 이럴 줄 이미 알고 있었다.몇 년간 하예진을 기다릴 마음의 준비도 이미 되어있었다.집으로 돌아온 노동명은 친구의 관심 어린 눈빛을 받았다.전태윤은 그가 아무 말이 없자 더 묻지 않고 그저 같이 아침 식사를 하자고 불렀다.전태윤은 노동명의 어깨를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노동명이 웃으며 대답했다.“난 급하지 않아. 어차피 예진이랑 평생 갈 거니까.”하예진이 다른 사람과 결혼만 하지 않는다면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우빈이가 아주 중요해.”전태윤이 조용히 말했다.노동명이 대답했다.“알아. 난 우빈이도 진심으로 좋아해.”그는 하예진을 사랑하기 전에 이미 우빈이를 아주 좋아했다.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아침 먹으러 가자.”전태윤은 친구를 아침 식사에 초대했다.하예정 자매는 이미 우빈이를 데리고 주방에 있었다.노동명은 전태윤 집에서 격식이라고는 없이 자기 집처럼 행동했다.지금은 주말에 공휴일까지 겹쳤다.아침을 먹은 후 전태윤은 아내와 함께 할머니를 만나러 리조트에 갈 계획이었다.하예진 모자도 같이 따라갔다.“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야. 할머니 뵌 지도 오래돼서 좀 보고 싶기도 하고, 태윤아, 나도 같이 가자.”노동명은 분명 어제도 전 씨 할머니를 만났었다.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에서 전 씨 할머니는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몰랐다.비록 소정남은 전 씨 할머니의 친손자가 아니었지만, 소정남과 전태윤이 아주 가까운 사이였고 소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관계도 좋았기에 전 씨 할머니는 소정남을 친손자처럼 아꼈다.소정남이 행복해하니 전 씨 할머니도 아주 기뻐했다.전태윤은 우빈이를 차에 태우면서 노동명에게 말했다.“어차피 발은 네 몸에 달렸으니 가고 싶으면 가. 내가 널 막을 수 있겠어?”노동명은 하예진을 바라봤다. 하예진이 그의 차에 앉기를 바랐다.하지만 하예진은 전혀 눈치채
여운초는 마음속으로 전이진을 수백 번이나 욕하며 결국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렸다.그녀가 차에서 내려오자마자 전이진이 다가와 그녀의 지팡이 끝을 부드럽게 잡고 자기 차로 안내했다.“앞으론 내가 네 픽업 책임질 거니 그렇게 알아둬. 참, 그리고...”전이진은 두 명의 경호원에게 오라고 손짓했다.큰형만큼 명성이 자자하지도 않고, 주위를 맴도는 여자들을 상대할 필요도 없는 그는 평소 경호원을 거느리고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두 경호원은 여운초를 보호하고자 특별히 리조트에서 데려온 것이다.두 경호원이 다가오자 전이진은 분부했다.“이분은 여씨 가문의 큰아가씨예요, 미래의 사모님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두 분은 운초의 곁을 지키세요.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라는 뜻이에요. 만약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알려줘요.”이 말은 여운초가 들으라고 일부러 한 것이다.사실, 전이진이 두 경호원더러 여운초를 따르도록 배치한 이유는 여운초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여운초를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녀의 행방을 알고자 하기 위해서다.여운초는 이미 보름 넘게 그를 피해 다녔고, 그동안 전이진은 그리움의 쓴맛을 톡톡히 맛보았다.다시는 그런 고통을 맛보고 싶지 않았다.“운초야, 한 분은 일성 씨고, 또 다른 한 분은 일남 씨야.”이어 전이진은 두 경호원을 향해 분부했다.“운초가 두 분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일성이 먼저 여운초를 향해 인사한 후, 일남이가 이어서 인사했다.기억력이 좋은 여운초는 두 경호원이 각각 인사를 하자마자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했다.“이진아, 난 경호원이 필요 없어.”여운초는 자신의 거절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 내가 보기엔 너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야.”전이진은 여운초를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준 후 다시 운전석으로 향했다.“운초 넌 익숙한 곳에서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기에 낯선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쉬워. 비록 네가 똑똑한 건 사실이지만 앞을 볼
여운초가 전씨네 어르신이 택한 손주며느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소수의 아는 사람들도 대부분 어르신이 왜 여운초를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전이진도 예정에도 할머니가 왜 여운초를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다만 여운초가 일찍이 여씨 그룹의 비즈니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조금 깨닫게 되었다.비록 여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여운초와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는다면, 자녀들은 전씨와 여씨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된다.이 점이 가장 추측하기 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물론 전이진도 할머니가 여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서가 아니라 여운초의 인품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들 전씨 가문에 비하면 여씨 가문의 재산은 보잘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중 일부분이 압수되면 여씨 가문의 재산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그러니 어르신이 노리는 것은 결코 여씨 가문의 재산이 아니다.안목이 좋은 어르신은 일찌감치 여운초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고, 이렇게 훌륭한 여자아이를 전씨 가문에 끌어들이려고 했을 뿐이다.“운초야, 내가 말했었지? 꼭 신의를 찾아 너의 눈을 치료한다고. 넌 반드시 앞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평생 못 본다고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네 눈이 되어 널 데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도록 할게.”전이진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난 우리 집이 너에게 가장 적합한 시댁이라고 생각해. 우리 집 어른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좋아 너의 부족한 점을 대범하게 받아들일 거야. 내가 널 싫어하지 않는데, 너도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잠자코 듣고 있던 여운초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신의를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 고모는 A 시를 수없이 돌아다녔지만 신의의 연락처조차 얻지 못했어.”“전씨 그룹과 예진 그룹은 오래된 파트너사이야. 그리고 형수님도 예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친분을 쌓는 중이고. 신의 쪽과 예씨 가문은 곧 사돈이 될 사이라는데... 네 눈을 치료하기 위해서
“언제 도착해요? 제가 사람을 보내서 마중 갈게요.”여운초는 한동호의 여자친구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비록 둘이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고, 상대방이 자신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새언니로 생각하며 깍듯이 대했다.“아니, 됐어. 어젯밤에 도착해서 호텔에 묵고 있거든. 이제 막 아침을 먹고 너희 가게에 가려던 참이야.”“어젯밤에요? 왜 나랑 아무 얘기도 안 했어요?”“너 어제 소정남 이사의 결혼 피로연에 참석했다며, 방해할까 봐 그랬지. 나 운전해야 하니까 이따가 보자. 아름이가 너 주겠다고 특산품을 많이 챙겨왔어.”여운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먹을 복이 생겼네요, 이따가 봐요.”통화가 끝나자 전이진이 물었다.“저번에 네 가게에 왔었던 남자 맞지?”“귀가 참 밝네. 다 들었으면서 뭘 더 물어봐?”여운초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동호 오빠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명절 쇠러 온대.”“그 동호라는 사람한테 여자친구가 있었어?”“응, 이젠 사귄 지도 몇 년이 되었으니 곧 결혼할 거야. 나랑 동호 오빠는 피가 안 섞였을 뿐 남매랑 다름없어. 난 동호 오빠를 친오빠로 생각해, 오빠도 마찬가지일 거야.”전이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운초야, 그건 너만의 생각이고. 한동호는 널 단순히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싶지 않을걸?’꽃필무렵에 도착했을 때, 한동호와 그의 여자친구 박아름은 이미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한동호는 전이진의 마이바흐가 가게 앞에 멈춰 서는 것을 보고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이때 여운초가 전이진의 부축으로 차에서 내렸다.한동호는 여자 친구를 데리고 가게 밖으로 마중 나왔다. 전이진의 여운초에 대한 다정한 배려에서 둘의 사이를 짐작한 박아름은 얼굴의 웃음이 한결 더 진해졌다.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한동호 커플과 마주했다.“동호 오빠.”여운초는 전이진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꽉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두 번이나 뿌리치려 시도했지만 여전히 성공하지 못하자 여
박아름의 말에 두 남자 사이에 흐르던 묘한 분위기가 잠시 수그러들었다.두 남자는 화를 억누르고 가게에 들어가려 했는데, 나란히 들어가다 하마터면 서로 부딪힐 뻔했다.한동호는 전이진을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전이진 씨, 우리집 운초가 아직 당신의 구애를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직 여자친구도 아닌데 걸핏하면 손을 잡거나 하지 말아요. 운초를 좀 존중해달라는 얘깁니다.”이에 질세라 전이진이 말했다.“계속 우리집 운초라고 하는데... 당신은 성이 한 씨고 운초는 성이 여 씨인데 어떻게 한집이 되는 거죠? 운초의 작은고모가 이 말을 했다면 몰라도요. 그리고 나도 걸핏 잡은 게 아니에요. 운초가 차에서 내릴 때 넘어지지 말라고 배려해서 잡은 거예요.”“운초는 날 오빠라고 부르거든요? 그리고 내 목숨도 우리집 운초가 구해준 거예요. 우리 두 남매는 여러 해 동안 의지하며 지내왔고, 운초는 내 마음속에 바로 나 한동호의 친동생이랑 다름없어요!”“잘 알고 있죠. 그래서 나도 운초를 따라 동호 형님이라고 부른 거예요.”한동호는 말문이 막혔다.전이진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른 건 체면을 세워준 거나 다름없다.“형님이라니, 내가 어찌 감히 형님 소리를 듣겠어요? 날 그저 한동호 씨라고 불러요.”“당연히 운초를 따라 형님이라고 불러야죠, 난 운초의 말을 듣거든요. 형님도 우리 전씨 일가의 남자들이 아내의 말을 잘 듣는다는 소문을 들었을 거예요.”“아내라뇨? 운초는 아직 당신에게 시집가지 않았어요.”“조만간에 일이에요.”“...”“전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이 이렇게 뻔뻔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낯가죽이 두껍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내를 얻을 수 있겠어요? 한번 거절당했다고 바로 포기하면 영원히 아내를 얻을 수 없을 겁니다.”한동호는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옆에 있던 여운초와 박아름은 두 남자의 대화를 모조리 들었다.박아름은 미소를 띠고 여운초에게 말했다.“전이진 씨 말이야, 운초 널 좋아하는 거 맞지? 참 괜찮고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