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은 여운초에게 한마디 던지고는 그녀가 대답하든 말든 일단 전화를 받은 후 휴대폰을 여운초 앞에 내밀었다.“빨리 받아, 같이 죽는 게 싫으면.”그녀는 마지못해 그의 휴대폰을 받았다.여 대표는 이미 전화 저편에서 말하고 있었다.“이진 씨, 시간 돼요? 제가 밥 살게요.”여운초는 전이진의 휴대폰을 귓가에 갖다 대고 큰아버지의 물음에 침착하게 대답했다.“큰아버지, 이진 씨는 운전 중이어서 전화 받기 불편해요.”“운초? 이진 씨랑 같이 있었어? 그럼 좀 전해줘, 내가 밥 살 테니까 시간 있냐고 말이야. 너도 같이 와.”여 대표는 조카딸의 목소리를 듣고 전이진과 함께 있는 것을 알고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이진 씨, 큰아버지가 밥 사준다고 하는데, 시간 괜찮냐고 묻네.”“당연히 괜찮지, 우리 지금 밥 먹으러 가는 길이잖아. 여 대표님한테 관성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겠으니 빨리 오라고 해.”오늘은 여운초의 돈을 쓰지 못하게 됐다.나중에 다시 써도 마찬가지, 어쨌든 그는 평생의 시간이 있으니까.그녀의 돈을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매번 그에게 밥을 사줄 때마다 돈을 아까워하는 모습이 웃겼다. 그래서 그녀의 돈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녀가 아까워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여운초: ...누가 너랑 평생을 살겠대?’“큰아버지, 이진 씨가 하는 말 들으셨죠?”여 대표는 전화 저편에서 대답하였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관성 호텔로 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여운초는 핸드폰을 전이진에게 돌려주었다.전이진은 차를 몰며 농담 조로 말했다.“네 큰아버지가 나에게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는 건 아마도 널 나한테 시집보내겠다는 뜻일 텐데, 너 나에게 시집올거야?”“...”“지난번에 너에게 못된 짓을 하려 했던 그 나쁜 놈, 공씨 어르신이 이미 가법으로 혼을 내주었어. 그냥 한번 너에게 알려주는 거야. 네 엄마가 그 사람을 찾은 건 관성에서의 공씨 가문의 명성을 생각해서야. 공씨 가문에
여운초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난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못생겼다고 할 수 있겠어? 이진아, 결혼은 큰일이지 소꿉장난이 아니야. 나랑 넌 기껏해야 아는 사이일 뿐이지,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 결혼에 관해 토론할 수 있어?”전이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설득한 줄 알았지만 곧 부드러운 목소리가 드려왔다.“결혼은 반드시 사귀는 전제하에 하는 게 아니야. 우리 형은 형수님과 혼인신고를 할 때야 만났는데 지금 잘만 지내고 있잖아. 꿀처럼 달콤하게 잘 지내서 누가 봐도 부럽고 질투가 나는데.”“...”‘태윤 씨와 예정 씨가 초고속 결혼을 한 걸 보고 설마 전씨 일가의 모든 도련님이 따라배워 초고속 결혼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다들 너무 바빠 연애하기 귀찮아서 태윤 씨를 배우고 싶어 하는 건가?’전이진은 또 입을 열었다.“만약 먼저 사귀는 것을 원한다면 그것도 간단해, 지금 네 남자친구로 될 수 있어. 그럼 우리 이제부터 사귀는 거다?”“...넌 내 의견은 묻지도 않는 거야?”“네 대답은?”“난 너와 같은 도련님이랑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니 더 이상 나를 놀리지 말아줘.”처음 전이진을 만났을 때,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전이진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생각도 했지만, 나중에 스스로 부정했다.그녀는 장님이고 전이진은 전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이다. 전씨 일가의 어르신들이 아무리 마음이 넓고 가풍이 좋다고 해도 장님인 그녀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니까.“왜 나와 안 어울린다고 하는 거야? 우리 둘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내가 고칠게.”전이진은 할머니로부터 그녀의 사진을 받은 순간, 자기가 아무리 싫어해도 결국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예 여운초를 아내로 대했다.“난 장님이잖아.”전이진은 웃으며 말했다.“음... 내가 내 눈을 찔러 장님으로 될 수는
관성 호텔에 도착한 전이진은 차를 세우고 먼저 내리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 조수석 쪽으로 가서 여운초가 내리기를 기다렸다.그녀가 내리자, 그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이진아.”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의 쪽을 향해 섰다.그가 더 가까이 다가오자 익숙한 남성 향기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전혁진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기 얼굴에 가져다 댔다.“운초야, 내 얼굴 한번 잘 만져봐 봐. 비록 네가 잠시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하지만,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으며 내 모습을 상상해 봐. 난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아, 넌 아주 똑똑하잖아.”여운초는 조용히 그를‘쳐다보았다'.한참 후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그는 곧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가 손으로 자기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길고 부드러워 보이는 그녀의 손가락은 의외로 거칠었다.온통 굳은살투성이였기 때문이다.그녀의 손은 보기엔 매우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였다.여운초는 손이 가져다주는 느낌에 따라 전이진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그가 자신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왔음을 눈치채고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손을 움츠렸다.전이진의 눈빛은 그녀의 붉은 입술을 깊이 주시하고 있었다.그녀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매우 아름다운 여자다. 심지어 연분홍빛이 나는 입술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가까이에서 그녀의 붉은 입술을 보며 그 입술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드러운지 한번 맛보고 싶었지만, 감히 행동하지는 못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높은 벽이 하나 쌓여 있는데 그는 아직 절반도 오르지 못했으니 너무 건방지게 굴어서는 안 되었다. 아니면 그녀의 마음속에서의 인상이 원점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큰아버지는 오셨을까?”여운초가 먼저 침묵을 깼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여전히 애매한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글쎄.”전이진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내 손 잡고 들어갈래?”“아니, 괜찮아.”여운초는 지팡이가 있어서 혼자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전이진도 더
“운초야, 너 어떻게 전이진 씨랑 함께 왔어?”여 대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에 여운초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병원에 예정 씨 언니를 보러 갔다가 우연이 이진이를 만났는데 이진이가 저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큰아버지 전화를 받은 거예요.”여 대표는 잠자코 있다가 관심 조로 물었다.“하예진 씨는 어떠냐?”“위험은 벗어났어요. 전 엄마 대신 사과드리러 간 거고요.”“운초야, 그 일은 절대 네 엄마가 한 것이 아니다. 판결을 받기 전에 네 엄마가 한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여 대표는 불쾌한 듯이 말했다.“증거가 없다면 경찰도 엄마를 집에서 데려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날 일에 참여한 사람은 아무도 도망가지 못하고 모조리 잡혔잖아요. 큰아버지가 방금 돌아왔다고 해도 이 일에 대해 전해 들었을 거 아니에요. 경찰이 아무나 억울하게 잡아가지 않을 거라고 전 믿어요.”사실 그녀도 경찰이 왜 엄마를 붙잡았는지 모르고 있다.경찰은 아주 신속하게 엄마를 데려갔다.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아무리 큰 세력을 손에 쥐고 있다 해도, 나쁜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꼭 잡히게 된다. 악이 어떻게 선을 이길까.물론 그녀는 엄마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고, 구할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여 대표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그는 서둘러 메뉴를 전이진에게 건네주며 주문하라고 했다.“메뉴는 따로 필요 없어요.”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으로서 자기 집에서 연 호텔에서 식사하는데,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그는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여 대표가 산다고 하니, 그는 전혀 사양하지 않고 호텔의 메인 요리를 많이 주문했다. 다만 운전해야 하기에 좋은 술을 몇 병 주문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니면 여 대표의 카드를 한번 본격적으로 긁을 수 있을 텐데.그는 주문을 마친 후 여 대표를 향해 말했다.“오늘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 거죠? 용건이 있거든 바로 말해요. 난 원래 추측 같은 거 하는 건 질색이라서요.”“참으로 호탕하시네요
여 대표는 여운초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전이진 씨, 제 의붓딸은 다른 사람과 달라요. 눈이 보이지 않잖아요. 이진 씨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시집가지 못할 겁니다.”“큰아버지!”운초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누구에게도 시집가지 않아요. 이진이가 나에게 책임질 필요도 없고 나도 아무런 손실도 없어요. 그날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요. 그러니 이진이도 나에게 책임질 필요가 없어요.”여 대표는 그녀의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그녀의 윗사람이다.의붓아버지이기도 하고.여 대표가 이렇게 전이진에게 요구하자 여운초는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운초야, 내가 네 아버지께 너를 잘 키워 좋은 시댁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어. 이 큰아버지는 너를 잘 보살피지 못해 네가 장님이 된 것에 이미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어. 만약 네게 좋은 시댁을 찾아주지 못한다면 나는 앞으로 죽어도 네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을 거야.”여 대표의 목적은 전이진이 여운초에 대한 인상을 망치고 전이진과 전씨 일가 사람들이 그녀를 무시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만약 조카딸이 전씨 일가 할머니가 찜한 둘째 손자 며느릿감이라는 것을 안다면 피를 토할지도 모른다.“전이진 씨, 한번 잘 생각해 봐요...”전이진은 여운초를 한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여 대표님의 말에 따르면 내가 운초에게 책임을 지지 않으면 운초는 평생 혼자 살게 될 텐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 있겠어요. 운초야...”“이진아!”여운초는 굳은 얼굴로 전이진의 말을 끊었다.“이진아, 난 네가 나에게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그녀는 또 여 대표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진지하게 말했다.“큰아버지, 더 이상 이진에게 나를 책임지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필요 없어요! 큰아버지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니잖아요, 똑바로 말씀하세요. 저를 핑계로 삼을 필요가 없잖아요.”“이진아, 큰아버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나서서 하예정 자매에게 좋은 말을 좀 해서 우리 엄마가 가벼
룸에서 나온 전이진은 여운초를 데리고 다른 룸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음식을 주문한 후 그녀더러 밥을 사달라고 했다.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네 큰아버지에게 강요당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까 당연히 밥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여운초는 웃기면서도 어이없었다.“밥 안 사주겠다고 말한 적 없으니까 핑계 안대도 돼.”“밥 다 먹고 집까지 바래다줄 테니까 물건들 챙겨서 집에서 나와. 큰아버지가 너에게 못되게 굴까 봐 걱정돼.”“집에서 나오면? 갈 데도 없는데.”“우리 집에 와. 나 너희 집 근처에 집이 있으니까 우리 집으로 이사 와. 내가 도우미를 청해서 널 돌봐주도록 할게. 걱정하지 마, 난 그곳에서 살지 않을 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결혼하기도 전에 동거한다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이진아, 더 이상 결혼이라는 말 입에 담지 말았으면 해. 난 큰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을 거니. 그리고 점원에게 가게 안의 작은 방을 치워달라고 부탁할 거야. 잠시 가게에서 지내면 돼. 훨씬 편하기도 하고.”그녀는 큰아버지까지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그때 다시 여씨 집안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그전에는 나와서 사는 것이 확실히 더 안전했다.큰아버지가 급한 김에 그녀를 죽일지도 모를 일이니까.처음에 큰아버지와 엄마는 짜고 들어 그녀를 죽이려고 했는데 그녀는 두 눈을 대가로 목숨을 건졌다.“그래.”전이진은 자신의 명의하에 있는 별장으로 이사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어둠이 찾아왔다. 또 하루가 지났다.전태윤 부부는 우빈을 데리고 캠핑카를 타고 병원에 왔다.무당의 굿이 정말 유용한 건지, 아니면 엄마가 깨어난 것을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후에는 편히 잠들어 지금은 컨디션이 평소처럼 회복되었다.그에 비해 하예정의 컨디션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틀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하여서 두통이 심했다.집을 나서서 병원에 오기 전에 그녀는 전태윤 몰래 약효가 센 약을 먹었다. 머리가 아플 때는 계속 이 약을 먹었었다. 부작
“이모, 안녕히 계세요.”우빈이는 성소현을 향해 작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면서 뽀뽀를 날리는 제스처까지 해 주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전태윤이 직접 이경혜 모녀를 병원 건물 밖으로 배웅했다.“전 대표, 요즘 수고했어.”이경혜는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자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자네가 도와준 덕분에 예정 자매가 위기를 잘 넘기게 됐어. 고마워.”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예정이는 제 와이프고 예진 씨는 제 처형이에요. 모두 제 가족이니 제가 그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그가 하예정 자매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자매가 그와 만난 후부터 시비에 휘말리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자네처럼 책임감 있는 남자에게 예정이를 맡기니 안심이야.”이경혜는 줄곧 전태윤이 관성의 걸출한 인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 딸의 안목은 이만저만 높은 것이 아니니까. 다만 인연이 없을 뿐.하지만 그녀의 조카사위가 되었으니 적어도 남의 집 사위가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이경혜 모녀는 떠났다.전태윤은 그들이 차에 타는 것까지 보고서야 돌아갔다.“태윤아.”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노동명이 한 손에는 과일 바구니를, 다른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든 채 그에게 다가왔다.“동명아, 처형 병실에 지금 넘쳐나는 게 과일 바구니랑 꽃다발이야.”“그건 다른 사람이 준 거잖아.”노동명은 하예진의 병실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날도 어두워졌는데 또 와서 우리와 자리다툼 할 작정이야? 지금 처형은 깨어나서 네가 다시 남아서 밤을 지새우면 오히려 안정을 취할 수 없게 될 거야. 그러면 처형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거고.”어젯밤, 하예진은 아직 혼수상태라 노동명이 옆에서 밤을 새우며 지켜도 괜찮았다.이젠 그녀가 깨어났으니, 전태윤은 노동명이 다시 밤을 지키는 것을 반대했다.그의 처형은 노동명이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다.노동명은 그에 대답했다.“그냥 보러 온 거야. 안 보면 마음이 놓이지
“싫어. 네가 능력이 있으면 직접 처형에게 고백해. 성공하게 되면 나랑 예정이 지지할 거지만 실패한다면 다시는 치근덕거리지 마, 어쨌든 네 엄마가 동의하지 않으니까.”전태윤은 막지도 돕지도 않을 생각이다.“동명아, 우린 좋은 친구니까 네가 평생을 맡길 만한 남자라는 것을 나도 알아. 하지만 네 엄마는 처형을 깔보고 있고 너와 처형이 같이 있는 것을 찬성하지도 않잖아. 처형은 이미 실패한 결혼을 한번 경험했어. 나는 처형이 재혼해서 또 시댁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노동명은 황급히 말했다.“내가 어떤 성격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내 일을 언제 엄마가 대신 결정한 적 있어? 다 내 맘대로 해왔어. 엄마가 예진에게 편견이 있다는 걸 알아. 그건 엄마가 예진이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 시간이 지나면 받아들일 거야. 혹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진 못해. 난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 않을 테니, 예진 씨가 엄마 아빠한테서 괴롭힘 받을 일도 없어.”전태윤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넌 아직 솔로라 많은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어. 실제로 부닥쳐 보면 어떤 문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만약 처형과 같이 있게 되면 부모님을 절대 안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너의 친부모님인데. 내 생각엔 좀 더 기다려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제 처형의 사업이 잘되면 네 엄마가 허락할 수도 있으니. 게다가 처형은 지금 재혼할 마음이 없고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어. 너에게도 마음이 없다고. 네가 지금 처형에게 고백하면 망설임 없이 너를 거절할 거야. 네 곁에 설 자신도 없을 거고. 처형에게 시간을 줘. 어차피 처형은 지금 네 눈 밑에 있으니까 다른 남자에게 뺏길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노동명이 지금 하예진에게 구애하면 실패할 것이 뻔했다.노동명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다시 생각해 볼게. 지금 당장 고백하겠다는 말은 아니야. 먼저 몸이 낫길 기다려야지. 나도 기다리길 원해. 36년 동안 솔로로 살아왔는데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