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라는 자기 아들이 하예진과 사적으로 자주 접촉하는지 궁금했다.근황을 알아보라고 분부하는 것을 들은 손은경은 궁금해서 물었다.“이모, 설마 동명 오빠가 하예진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우리 동명의 안목이 그리 나쁘진 않아. 이혼녀인 데다 뚱뚱한 하예진에게 설마 관심이 있으려나? 하지만 조심해야 해, 하예진이 우리 동명한테 매달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음, 이모는 은경이와 같은 여자애가 우리 집 며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설사 하예진이 이혼한 적이 없다고 해도 윤미라의 눈에 들 리 없었다.“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그쪽으론 생각 못 했어요. 그냥 동명 오빠가 이혼녀를 좋아할 리가 없고, 이모도 동의하지 않으실 거라는 생각만 하고서 하예진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은경아, 우리 동명이는 줄곧 솔로였어, 여자한테 대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우리 애가 이 방면엔 조금 무딘 것 같아. 하지만 누군가가 마음을 사로잡기라도 하면, 아마도 평생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하예진을 가볍게 보지 마. 전씨 가문 사모님의 친언니일 뿐만 아니라, 우리 동명이와 전태윤은 친한 친구이기도 해. 걔네들 자주 만나고 하니까 함께 지낼 기회도 많을 것이고, 하예진이 어떤 야망을 품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 자기 동생처럼 재벌가 사모님이 될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네...”“그러니 네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하예진인 거야.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이모도 네가 충분히 그애를 상대할 수 있을 거로 믿어.”표정이 훨씬 진지해진 손은경은 더는 하예진을 얕잡아볼 생각이 없었다. 미라 이모의 말대로 동명 오빠가 이혼녀를 마음에 들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혼녀가 동명 오빠에게 매달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잘 알겠어요.”그녀는 노동명을 정복할 자신이 있었다.비록 노동명이 아직은 그녀를 피해 다니고 있다지만, 나중에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 얼마나 살뜰하게 대해줄지 모른다.“우리 노씨 그룹에 다시 돌아가
고향집에 관한 일을 해결한 하예정은 기분 좋게 서점으로 돌아갔다.그런데 뜻밖에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김진우를 보게 될 줄이야.그는 휴가를 이틀 내고 주말까지 이어 나흘의 시간이 있어서 부모님을 보러 관성에 왔는데, 현재 하예정이 가게에 없다는 것을 알고서 일부러 이 시간에 사촌 언니를 만나러 왔다.심효진도 하예정이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 김진우도 그저 잠시 얘기를 하다가 다시 떠날 준비를 하였는데, 마침 가게로 돌아온 하예정과 딱 마주쳤다.“예정 누나.”그는 예전처럼 웃으며 자연스레 그녀를 불렀다.“진우?”하예정은 김진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너 언제 돌아온 거야? 참 오랜만이야. 많이 성숙해진 모습인데?”“오늘 막 돌아왔어요. 엄마가 좀 편찮으셔서... 그리고 회사 일도 당분간 그렇게 바쁘지 않고 해서 이틀 휴가 내고 온 거예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예정 누나는 점점 예뻐지고 있네요.”원래 외모가 아름다운 하예정은 남편의 사랑를 받자 더 눈부시게 변했다.다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가 전태윤의 여자라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비록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고, 그녀에 대해 단념한 지도 오래 됐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니 전태윤에 대한 질투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너희 어머니께선 어때? 괜찮으신 거야?”그녀는 심미란이 편찮다는 말을 들고 걱정이 되는듯 물었다.“효진이가 아무말도 안해줬어...”그러자 심효진이 대신 설명했다.“별일 아니고 그저 감기에 걸리셨어. 아프면 연약해지기 쉬워지잖아, 그래서 진우에게 전화하셨나 봐. 진우도 걱정이 돼서 급하게 휴가를 내고 돌아와 고모와 함께 병원에 갔지 뭐. 아까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가 이곳을 지나게 되어 들른 거래.”심효진은 김진우가 찾아온 일이 가게 주위에 있는 경호원에 의해 전태윤에게 알려지면 아직도 하예정을 단념하지 않았나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게 될까봐 대신 자세히 설명했다. 김진우가 오늘 가게에 찾아온 건 심효진을 보러온 거지 하예정을 위해서가 아니었다.그는
심효진이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네가 진우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건 나도 알아. 단지 네가 죄책감을 느낄까 봐 걱정돼서... 하지만 진우 지금 이대로도 좋은 것 같아. 가문의 후계자로서 고생도 좀 해보고, 좌절도 겪어 봐야 한층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응, 네 고모도 진우 잘되라고 한 일인데 내가 뭐 죄책감을 느낄 게 있어? ”하예정은 카운터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나 태윤 씨에게 문자 보내야겠어. 또 오해할라.”그에게 먼저 말하는 편이 그가 경호원으로부터 알게 되는 것보다 나을 테니.질투쟁이의 성격으로 만약 경호원을 통해 그녀가 김진우와 다시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화를 낼지 모른다.심효진은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포도 한 접시를 들고 나와 카운터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우리 둘이 포도를 좋아한다고 진우가 사 온 거야. 그 일 어떻게 됐어? 네 아빠 말이야, 할아버지의 친자식 맞아?”“어, 맞아. DNA 검사 결과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 내가 결과보고서를 내놓자, 더 이상 소란 피우지 않고 얌전해지더라. 그리고 그 일도 이미 협상을 통해 해결했고.”하예정은 포도를 한알 집어 입에 넣었다.한껏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하예정의 얼굴을 보며 심효진도 따라 웃었다.“해결했으면 됐어, 앞으로 그 인간들과 말다툼할 필요도 없겠다.”“응, 내일 돌아가서 계약 재체결하려고. 그 집 언니의 명의로 바뀌면 돈을 줄 생각이야.”“고향 친척들이 차지하는 몫을 너희가 돈으로 사기로 한 거야?”“맞아. 우리가 돈을 내고 남은 몫을 사던지, 그 사람들이 돈을 내고 우리 몫을 사든지 해야잖아. 근데, 그쪽이 우리 몫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 지금 손에 돈이 넉넉하지 않은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우리가 사기로 했어.”“잘됐네.”“손자들을 가득 둬봤자야, 아무도 돈을 내려고 하지 않는 걸. 그랬더니 영감이 화를 내며 우리에게 돈을 내서 자기들 몫을 사라고 하더라. 우리가 낸 돈으로 노후를 보내겠다며. 그리고
심효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참 이해가 안 돼. 효도하는 자식은 미워하고, 불효자식만 편해하는 부모들 말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그러자 하예정이 잠자코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러니 효도하는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편애하는 자식들에 의해 상처를 받게 되잖아. 어떤 형제자매들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완전히 인연 끊고 사는데, 그게 다 부모의 편심 때문이 아니겠어?”“네 말이 맞아. 다행히 우리 집은 사이가 좋아,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누굴 편애하시지 않고 다 똑같이 대해주셨어. 그리고 삼촌들과 큰아버지들은 모두 좋은 분이야, 그래서 우리 집은 사촌들과도 많이 오가고 있어.”하예정은 부러울 따름이었다.띠리링!심효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소정남의 전화인 줄 알고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오늘 하루 종일 연락이 없길래, 내가 벌써 지루해진 줄 알았지 뭐야.”그러자 하예정이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소정남 씨는 널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어. 너에 대한 사랑의 유통기한은 아마도 평생일걸. 다들 끼리끼리 논다잖아. 우리 집 태윤 씨는 감정에 충실한 타입이야. 그러니 태윤 씨의 절친으로서 소정남 씨도 분명 감정에 한결같은 사람일테니 넌 마음 편히 가지면 돼. 소정남 씨가 이렇게 오랫동안 솔로로 지낸 것도 다 너를 만나서 평생 사랑하며 살기를 기다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돼.”“어머, 정남 씨가 아니라 동생 전화인데?”“아... 소정남 씨가 아니었어?”그녀는 소정남이 심효진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전화한 줄 알았다.김진우를 만난 후 그녀는 바로 전태윤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여태 답장을 받지 못했다. 이미 이 때문에 삐졌는지도 모른다.이번에 김진우와 다시 만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으로써,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설마 이 일로 질투하는 것은 아니겠지?’그녀에게 답장도 하지 않은 것은 보아 아마도 바쁘게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전씨 그룹의 대표로서, 일분일초가 아까운 사람이니까.“서준아,
심서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누나, 핸드폰 예정 누나한테 줘. 누나한테 몇 마디 할 얘기가 있어.”심효진이 투덜거렸다.“난 네 친누나야. 게다가 우리 집안일인데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예정이한테 말하는 게 어디 있어? 이 자식, 네가 날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잠시 투덜거렸지만, 심효진은 이내 하예정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서준이 이 나쁜 녀석이 뭔가 숨기고 있어. 신비스럽게 굴면서 말이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랑 얘기하고 싶다네.”하예정은 웃으며 휴대전화를 건네받고는 심서준에게 물었다. “서준아, 무슨 일이야? 누나한테 말해 봐, 효진 누나한테 비밀로 해줄게.”사실 심효진은 이미 심서준이 말만 하면 바로 엿들을 수 있게 옆에 붙어서 준비하고 있었다.심효진은 동생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자기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했다. 좋은 일이 생긴 것이라고는 했지만 도대체 어떤 좋은 일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예정 누나, 우리 누나 옆에서 엿들을 준비하고 있죠? 밖에 나가요. 누나를 옆에 있게 하지 말고요. 예정 누나 혼자 있을 때 다시 말해줄게요.”심서준은 자신의 누나를 너무나도 잘 안다.하예정은 심효진을 바라보았다.“이런, 이 녀석 천리안이라도 생겼나.”심효진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하예정이 웃으며 일어나 서점을 나섰다.심효진은 하예정이 안 이상 무조건 그녀에게 말해줄 것으로 생각하며 따라나서지는 않았다.심서준이 하예정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몇 분 후, 하예정은 돌아와서는 빙그레 웃으며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했다.“효진아, 가게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 봐. 여긴 다른 사람들이 남아서 도와주면 되니까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래? 예정아, 그 녀석이 뭐라고 했어? 말 좀 해 봐.”심효진은 호기심에 마음이 간지러워 났지만, 동생도, 절친마저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돌아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지금 알려주면 재미가 떨어져서 안 돼. 어쨌든 좋은 일이야, 빨리 돌아
“효진이가 돌아왔어.”누군가 심효진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외치자, 심효진네 집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즉시 양쪽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주었다.집 문 앞에 둘러선 사람들은 대부분 마을 사람이었고 근처의 세입자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가 그녀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모두가 비켜준 후에야, 심효진은 사람들이 무엇을 구경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집 문 앞에는 커다란 꽃바다가 펼쳐져 있었다.하루 종일 그녀에게 전화도 문자도 하지 않은 소정남이 장미 꽃다발을 손에 들고 꽃바다 옆에 서서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누나, 빨리 와.”스쿠터에서 내리기 바쁘게 심효진은 심서준에게 이끌려 꽃바다 앞에 섰다. 그곳에는 소정남이 수천 송이의 장미꽃으로 새긴 몇 글자가 있었다.「효진 씨, 나랑 결혼해 줄래요?」소정남의 깜짝 프러포즈였다.좀 촌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꽃으로 글자를 새기면 멋지고도 낭만적이라고 생각한 소정남이 오늘 사람들 앞에서 심효진에게 프러포즈하기로 했다.심효진은 평소에 주로 서점이 아니면 집에 있었다.학교 앞에 있는 가게에서 프러포즈하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결국 심효진네 집 앞을 꽃바다로 만들어 프러포즈하기로 했다. 심씨네 가족들에게 자기의 성의를 보여줄 겸해서 말이다.사실 소씨네와 심씨네 양가 모두 두 사람이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었다.소정남의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심씨네 집을 방문했고, 두 집 어르신도 진작부터 허물없이 친해져 소정남이 프러포즈하기를 기다려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었다. “누나, 예쁘지? 매형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이 글자를 새겼는지 알아? 오늘 관성의 모든 장미꽃을 다 사버리는 통에 많은 꽃가게에서 급하게 꽃을 들여와야 했어.”새빨간 장미꽃바다에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물들여졌고 심장이 쿵쾅댔다. 장미꽃으로 새긴 글자들을 바라보는 심효진의 마음도 따뜻해졌다.소정남의 프러포즈 방식이 비록 좀 촌스럽긴 하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다.그가 꽃다발을 들고 걸어오자
심효진이 아직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보고 심효진의 고모가 말했다.“어서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않고 뭐해, 소 이사 같은 훌륭한 남자는 등불을 들고 찾아도 찾기 바쁜데. 내가 너 대신 승낙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야.”“누나, 빨리 대답하지 마!. 그러면 누나가 시집가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이잖아.”엄마의 말에 김진우가 말했다.소정남과 결혼하기를 원한 심효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가 건네준 꽃다발을 손에 들고 웃으며 큰소리로 대답했다.“네, 좋아요.”소정남은 격동된 얼굴로 급히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심효진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심효진이 그를 일으켜 세우자, 그는 그녀를 껴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주위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렸다.“언제 이걸 다 준비했어요?”심효진이 낮은 목소리로 소정남에게 물었다.“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았어요. 효진 씨 마음에 들어요?”심효진이 그를 올려다보며 웃었다.“싫었다면 프러포즈도 받아들이지 않았겠죠. 정남 씨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어떤 장소에서 프러포즈해도 다 허락했을 거예요.”물론, 소정남이 프러포즈를 세심하게 준비하니 기분이 더 좋은 건 당연했다. 그녀를 얼마나 중히 여기고 사랑하는지 보였기 때문이다.“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전화도 안 하고 문자도 없었던 거였네요.”소정남이 다정한 눈길로 심효진을 바라보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효진 씨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어서 서준이 보고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그 녀석이 좋은 일이라고 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정남 씨가 프러포즈할 줄은 몰랐어요.”심효진의 마음은 꿀을 바른 것처럼 달콤해 났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잠시 후, 가족과 이웃들이 여전히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심효진은 기쁨과 부끄러움으로 예쁜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서는 서둘러 소정남을 밀어냈다.“사진 찍을래요.”심효진은 지금 이 행복한
“어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오늘은 여기서 식사해.”심효진의 아버지 심범수는 비록 예비 사위가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여전히 정중하게 대했다.“아버님께서 말씀 안 하셔도 여기서 저녁 얻어먹으려 했어요.”소정남이 뻔뻔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또 심효진의 고모에게 고모라고 부르고는, 김진우에게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우야, 아버지께 퇴근하고 삼촌 집에 식사하러 오시라고 전화드려.”심미란이 기분이 좋아서 아들에게 분부했다.조카딸을 재벌 가문에 시집보내려고 맞선자리를 많이 주선해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조카딸은 재벌과 결혼하지 않으려고 연회에서 땅바닥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그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더는 조카딸을 대신해서 주선해 주기도 힘들었다.심미란은 조카딸이 재벌 집에 시집갈 수 없으면, 심씨 가문과 비슷한 집에 시집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들 심씨네 집안 조건도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셋집도 많이 가지고 있고 거리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가도 있어서 모든 자산을 합치면 재산이 몇십억을 넘는다.하예정의 초고속 결혼 대상이 뜻밖에도 전씨 가문 큰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심미란은 하예정도 재벌 집으로 시집갈 수 있는데, 그녀가 가장 아끼는 조카딸은 왜 그런 복이 없냐고 한탄했다.나중에 전태윤과 하예정의 연줄로 소정남이 심효진을 좋아하게 되자, 그녀는 진심으로 조카딸을 위해 기뻐했다.그녀가 과거에 조카딸에게 소개하려고 했던 남자 중 누구도 소정남과 비교할 수 없었으니까.하예정을 짝사랑하는 아들이 하마터면 내연남이 될 뻔하자, 그녀는 아들을 구하고 김씨 그룹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모질게 먹고 아들을 외지로 보내 단련을 받게 했다.그녀는 줄곧 김씨 그룹을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전태윤 부부가 조카딸과 소정남을 맞세우고 주선에 성공하자 마음을 놓았다.소정남과 심효진 덕분에, 그들 김씨 그룹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김진우가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지금 아버지께 퇴근 후에 오시라고 전화드릴게요.”예비 사위가 집
“엄마, 저는 밖에서 낳은 딸이 없어요. 만약 밖에서 낳은 딸이 있다면 그 딸을 이씨 가문에서 인정하나요?”“네가 낳은 친자식이라면 당연히 인정하지. 네가 임신하고 아기를 낳을 때 가족 모두가 동행한다면, 그 아이가 태어나면 가문의 사람들도 인정할 거야.”이윤미가 대답했다.“그러면 제가 왜 시집을 가야죠? 시집가지 않으면 그 쓰레기들이 재산을 가져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이은화는 말문이 막혔다.이은화는 정신이 나갔는지 갑자기 딸의 이상한 질문에 대답까지 해주었다.정군호의 배신 때문인지, 기분이 나쁜 탓인지 모른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완벽한 대책을 세워도 빈틈이 생길 것 같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제 딸이 아빠를 두지 않으면 좋잖아요. 제가 결혼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부부로 되지 못하니 당연히 부부의 공동 재산이 될 리가 없을 테고 그 남자도 재산을 분할 받고 싶어도 못 받을 거고요.”이은화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다시 이윤미를 설득했다.“윤미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생각해. 엄마는 네가 외롭지 않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제가 딸을 낳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 텐데 어떻게 외롭다니요? 가주 자리에 앉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일이 바빠서 매일 발이 땅에 닿지 못할 정도로 바쁠 텐데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좋아하는 남자가 없어요. 그런데 또 딸을 낳아 가주 자리를 물려주려면 예진 리조트의 넷째 사모님을 따라 배우면 되잖아요.”“이윤정은 어떻게 됐어?”이윤미의 생각에 놀란 이은화는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그녀는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도 사상은 여전히 비교적 보수적이었다.“우리 별장 앞에서 밤새 울부짖었어요. 오늘 아침에 윤정이가 형수님 몇 분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또 괴롭힐까 봐 도망쳤어요.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요. 우리 오빠들이 윤정에게 준 돈과 카드도 전부 형수님들이 빼앗아 갔어요. 엄마가 옷 외에 다른 물건은 전부 가져갈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형수님들도 엄마의 말씀을
이윤미는 더는 정군호를 쳐다보지 않고 이은화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이윤미는 보온 도시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도시락 뚜껑을 열어주면서 말했다.“만두 두 개도 포장해 가져왔어요.”이은화는 앉아서 이윤미가 가져온 흰죽과 반찬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너니까 나에게 진짜로 흰죽과 반찬을 가져오는구나.”정일범 형제와 이윤정이라면 흰죽과 반찬들이 이은화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은화의 요구대로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엄마,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이윤미는 양부모 집에서 자라면서 학대받았을 때 흰죽 한 그릇도 먹지 못했다.어렸을 때, 흰 죽 한 그릇도 그녀에게 사치였다.삶의 고달픔을 일찍 알아버린 이윤미는 커서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도 함부로 쓰지 않고 여전히 절약하며 살았다.이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으로 지갑이 두꺼워졌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았다.이은화는 묵묵히 죽을 먹으며 수십 년 전 그날 새벽의 이은숙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이은화는 자신의 맏언니와 여동생을 죽이고 가주 자리에 앉았지만, 결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엄마, 아버지께서...”이윤미가 조용히 물었다.그녀는 정군호가 얻어맞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아마 이은화에게 칼에 찔렸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어젯밤 정군호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이은화는 자식들이 자신에게 정군호의 상처에 관해 묻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윤미 또한 정말로 묻지 않았다.어쨌든 이은화는 정군호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이은화의 수단으로 분석해 보면 그녀는 정군호를 단번에 죽이지 않고 천천히 괴롭힐 것이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죽지는 않아. 단지 내시가 되었을 뿐이야. 감염되지 않고 상처가 다 나으면 퇴원할 수 있대. 네 아버지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은 없을 거야. 앞으로 미녀를 보게 되면 눈으로만 볼 수밖에 없을걸.”이윤미는 잠시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윤미야.”이윤미는 이은화를 바라보았다.이은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엄마
정군호는 잠깐 고통과 절망한 표정으로 이은화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그는 정말 아팠다.정군호가 이은화를 보지 않아도 이은화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리고 일어나 다시 창가로 걸어가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이은화의 생각은 이미 멀리 떠났다.만약 그 사람이 이은화와 함께 있었더라면, 그녀를 돕고 그녀와 결혼했다면, 그녀의 인생은 분명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영원히 이은숙에게 충성했다.이은숙이 시집가서 딸을 낳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그 사람은 여전히 이은화와 함께하지 않고 오히려 자취를 감췄다.이미 몇십 년이 흘러 이은화가 70세의 노인으로 되었는데, 그 사람은 아마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은화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따르릉...이은화의 핸드폰이 울렸다.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이윤미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은화는 잠시 휴대전화를 쳐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엄마.”이윤미는 전화기 너머로 말을 건넸다.“엄마, 괜찮으세요?”그녀는 아버지의 부상이 어떤지 직접 묻지 않고 어머니의 안부부터 물었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미 최악인데 뭐가 괜찮겠어? 너희도 어른이 되고 나도 할머니로 되었는데 네 아빠가 내연녀가 있다고 해도 난 이제 여의치 않아.”앞으로 정군호는 다시는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엄마, 오늘 밥 안 드셨을 텐데 드실 것 좀 갖다 드릴까요?”“필요 없어.”이은화는 거절하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그래, 너무 많이 가져오지는 말고. 흰죽에 반찬 조금만 갖다 줘.”이윤미가 대답했다.“엄마가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느라 힘드실 텐데 그렇게 간단하게 드시면 쉽게 배고파요. 쉽게 체력도 떨어져서 안 돼요.”이은화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을 건넸다.“네 큰이모가 세상을 떠나신 날 아침, 큰이모가 이렇게 드셨거든. 산해진미를 많이 먹었다면서 가끔 흰죽에 반찬을 곁들이면 특별한 맛이 난다고 하셨어.”“알았어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이윤미는 더는 아무
“괜찮아요. 누나는 일 보러 나갔어요. 우리 예진 누나를 너무 과소평가하면 안 돼요. 누나는 이미 온갖 피바람을 겪은 사람이거든요. 15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사람 잡아먹을 정도의 친척들을 상대하면서 열 살짜리 여동생을 잘 가르치면서 살아오셨어요. 삶의 고초를 겪은 사람의 의지는 엄청나게 강한 법이죠.”전호영은 이경혜가 왜 하예진을 선택하고 강성으로 보내 이윤미와 경쟁하게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놀라지 않았다니, 안심이 되네요.”전호영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퇴근해도 될까요? 참, 현이 씨에게 선물을 준비했어요.”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고현에게 건넸다.고현은 케이스를 받아 열어 보지도 않고 일어나서 그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서랍을 열어 서랍 안에 넣었다.“열어 보지 않을래요?”“볼 필요 없어요. 호영 씨가 준 물건은 모두 최고이기 때문에 제가 한가할 때 천천히 열어보면서 호영 씨의 사랑을 느껴볼게요.”전호영은 고현을 보면서 오늘의 그녀가 좀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느꼈다. 고현은 전호영의 감정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전호영의 이 고된 사랑의 길에서 드디어 또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전호영은 너무 뿌듯했다.병원.어느 고급 병실에서 이은화가 창가에 서서 창밖의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정군호였다. 정군호는 얼굴이 창백해 보였고 표정도 고통스러웠다.그는 눈을 감고 있다가 가끔 눈을 뜨고 그러다가 창가에 서 있는 이은화를 보더니 또 재빨리 눈을 감았다.아무도 정군호를 방문하러 오지 않았다.그가 칼을 휘둘러 그런 일을 저지른 소식을 이은화가 억눌러 소문이 퍼지지 않게 했다.그의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이은화는 정군호가 아들딸 앞에서 그의 유일한 존엄을 잃지는 않도록 했다.시간이 한참 흘러 이은화가 돌아앉아 자는 척하는 정군호를 보며 말을 건넸다.“당신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알아.”그녀는 정군호가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진통제
고진호도 고현이 여자였기 때문에 며느리가 아닌 사위가 필요했고 따라서 재벌가 딸들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전호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막 빠져나오자마자 고현이 고객을 배웅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 뒤에는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젊은 여성 몇 명이 따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객의 비서일 것이다.전호영과 고객들은 서로를 잘 몰랐다.고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호영은 말없이 한쪽으로 비켜섰다.고현은 직접 고객을 아래층으로 배웅했다.남 비서가 전호영을 쳐다보자 전호영은 눈빛으로 고현을 따라가라고 신호를 보냈다.전호영은 이미 고현의 사무실에 대해 매우 익숙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 비서가 그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 없었다.고현의 사무실과 휴게실에 관해 전호영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고현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전호영은 스스로 고현의 사무실로 갔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에 들어선 전호영은 먼저 커피 한 잔을 타고 소파에 앉았다. 그때 고현이 돌아왔다.“어젯밤 일은 어떻게 됐어요?”고현은 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예진 누나를 대신해서 죽은 경호원 가족들이 와서 뒷일을 처리했어요. 이씨 가문도 가족에게 보상을 해주고 보험회사에서도 가족들에게 보상해 줄 거예요. 이씨 가문의 모든 경호원은 거액 보험에 가입했거든요. 저도 이따가 예진 누나에게 전화해서 오늘 오후에 그 경호원의 가족들을 보러 가자고 해야겠어요. 그 경호원은 비록 이씨 가문의 희생 품이지만 그래도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걸요.”현재, 그 차 사고는 잠시 의외 사고로 단정 지어졌다.이씨 가문의 음모라는 증거가 없어서 이씨 가문은 충분한 연기를 해야 만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죽은 그 이씨 가문의 경호원은 스스로 재수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이은화의 마음이 그토록 모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하예진을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에 처음 초대한 당일에 그녀를 죽이려고 했으니 말이다.하예진이 경계
다행히도 이 모든 악몽은 이미 끝났다.하예진은 이미 다시 일어서서 사업을 일으켰다.“호영 씨, 이만 가볼게요. 저도 나가서 일해야 하거든요. 회사를 설립하는 일을 아직 다 마치지 못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회사가 강성에 있어야 다른 회사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동명 형이 오시는 길일 텐데 더 기다리지 않으려고요?”전호영은 장난치고 싶었다.하예진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야 도착할 거에요. 동명 씨가 먼저 오면 저 대신 먼저 대접해 주세요. 호영 씨와 동명 씨가 더 친하잖아요.”“저도 좀 이따가 고씨 그룹에 갈 거예요.”“알겠어요. 그럼, 제가 빨리 돌아오죠. 미래의 아내가 더 중요한 법이죠. 호영 씨 둘째 형도 혼인신고 했다면서요. 호영 씨가 설을 쇠러 갈 때면 운초 씨는 아마 임신했을걸요. 힘내셔야겠는데요.”전호영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누나, 저도 필사적으로 힘을 내는 중이거든요. 우리 현이 씨는 둘째 형수님보다 따르기가 훨씬 어렵거든요.”여운초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하얀 꽃처럼 부드럽고 연약해 보였다.여운초가 여씨 그룹을 단단히 장악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전호영도 여운초가 계략과 수단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끈질긴 열정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고 하잖아요.”하예진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 전호영의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전호영의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하예진은 마침 이경혜의 전화를 받았다.이경혜와 하예진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하예진이 떠난 지 30분 만에 전호영은 일을 끝내고 호텔을 떠나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뒷일을 고현에게도 알려주려고 했다.이번에 전호영은 꽃도, 보석도 사지 않았다. 고현은 비록 여자이지만, 어려서부터 남장을 하고 성격도 남성적이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에게 손목시계를 하나 사줬다.고씨 그룹의 사람들은
“이 대표님께서도 크게 노하셨을 거예요. 정군호 씨는 잘 모르지만, 이윤정 씨는 그날 밤 쫓겨났어요. 한밤중에 정군호 씨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실려 갔다고 들었는데, 이 대표님은 아무도 병원에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고 정군호 씨의 상처에 관해 묻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대요.”전호영은 여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었다.하예진은 아직 다 마시지 못한 물잔을 들고 두 모금 더 마시더니 다시 잔을 내려놓고는 조용히 전호영을 바라보며 그가 말을 이어나갈 때까지 기다렸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사람을 보내 병원에 가서 알아보게 했어요.”“이모할아버지의 부상 상황은 어떻게 되셨대요? 이모할머니가 벌인 일이래요?”그러자 전호영이 대답했다.“이 대표님께서 저지른 일이 아니라 정군호 씨가 스스로 그 부위를 자른 거래요.”전호영은 정군호가 벌인 일이 이은화의 핍박이라고 추측했다.정군호는 절대로 스스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이은화가 아마도 정군호에게 두 가지 길을 준 것 같았다.정군호 배후의 정씨 집안은 여전히 이씨 가문에 의지하여 살아가야 했기에 정군호는 절대로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혼하지 않으면 정군호는 이은화를 안심시킬 수 없기에 칼을 휘둘러 스스로 그런 짓을 해야만 이은화를 안심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하예진이가 깜빡이며 의아했다. 그녀는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전호영도 정군호의 부상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지 않았고 그냥 말 한마디만 내뱉었다.“정군호 씨는 죽지 않았어요. 정군호 씨의 부상은 알아보기 어려울 거예요. 이 대표님께서 엄밀하게 숨기고 있거든요. 남자들에게는 특히 데릴사위인 정군호 씨에게는 존엄 없는 짓이나 다름없으니까요.”하예진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데릴사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재벌 가문으로 시집가는 여자들이 당하고 있는 일 아닌가요? 성별이 바뀌었을 뿐이죠.”전호영은 순간 말문이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잠시 후, 전호영이 말했다.“누나, 우리 동명 형은 좋은 사람이에요. 과거의 일은 지나
하예진이 위험에 처해 사고가 일어나야만 경호원들이 주동적으로 노동명에게 보고했다.“괜찮으면 됐어. 그럼 됐어. 너무 놀랐잖아. 예진아, 내가 이따가 강성으로 갈 건데 아마 오후 2시 전에 도착할 것 같아.”하예진이 대답했다.“전 괜찮아요. 여기까지 올 필요 없어요.”노동명이 외출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하예진은 늘 그를 걱정했다.“내 두 눈으로 네가 멀쩡한 모습을 보고야 말겠어. 네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해야 내가 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저는 정말 괜찮아요. 경호원들에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우린 다 괜찮아요. 동명 씨가 외출하기 불편하실 텐데 너무 멀리 오면 안 돼요.”노동명은 기어코 가겠다고 고집했다.“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 너무너무 보고 싶어. 네가 괜찮은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하예진은 반박하지 못했다.“그럼 조심히 오세요. 만약 몸이 불편하면 고집하지 마시고. 동명 씨, 우리는 각자가 서로를 위해서 자신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아시겠죠?”노동명은 부드러운 어조로 나지막이 대답했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몸이 불편하면 외출하지도 않아.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오후에 봐.”“네, 오후에 봐요.”하예진은 전화를 끊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노동명이 하예진에게 주고 있는 것은 전남편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어쩌면, 노동명이 그녀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주형인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적 있었겠지만, 나중에 복잡한 일들이 많이 끼는 바람에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하예진이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은 강성에 있는 전씨 가문의 사업 중 하나이며 전호영이 맡은 부분이다.하예진은 쉽게 전호영을 만날 수 있었다.그녀는 잠을 더 자려고 해도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약을 몇 알 먹은 하예진은 이내 두통이 사라지게 되었고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더니 전호영의 사무
게다가 노동명은 하예진 모자한테 진심으로 잘해줬고 그는 우빈이를 자기 자식처럼 여겼다.그녀가 노동명을 거부하고 재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단지 재혼하면 다시 불 구덩이에 빠질까 봐 걱정됐고 또한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노동명은 그녀를 도와 모든 장애물을 제거했다. 노씨 가문은 그녀를 받아들였고 그녀가 노동명과 결혼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었다.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더더욱 필요가 없었다. 노동명은 친아빠인 주형인보다 우빈이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만약 그녀가 다시 결혼한다면 노동명이 가장 적합한 후보일 것이다.“동명 오빠도 언니한테 피해 줄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야. 언니한테 피해보다 행복을 주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언니가 좀 더 기다려줘. 동명 오빠가 곧 일어설 거라고 난 믿어.”“알아. 그래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 사람을 기다릴 거야. 기다리는 동안 내 사업도 열심히 발전시키는 중이야.”지금의 그녀는 관성의 3대 재벌 가문의 투자, 후원 및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이익보다도 그 속에서 얻은 경험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언니 화이팅! 우리 언니가 최고야. 난 항상 언니가 자랑스러워.”하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가 많이 힘낼게.”“언니, 수다 그만 떨고 얼른 잠 좀 자.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안 알려주면 걱정만 할 테지만 알려 주면 적어도 우리가 해결 방법을 같이 생각하고 모두가 같이 부담하면 훨씬 더 편해지잖아.”“그래 알았어.”자매가 통화를 마친 후 하예진은 계속 자려고 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그녀는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뭐 좀 먹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이 시간에 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그녀는 밖으로 나가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 하예진은 여전히 머리가 아파서 캐리어에서 진통제를 꺼냈다.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