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네 마을에 하유가 그들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소문을 퍼뜨린 후 이미 충분하다고 느낀 하 영감은 오늘 지체 않고 하예정을 찾아왔다.“뭐 하러 왔어?”김은희는 문득 하 영감이 돈 몇백만 원을 받아먹고는 일을 처리해주지 않은 것이 생각나 눈에서 불이 이글거렸다.하 영감이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온 것을 보자,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하 영감을 노려보았다.“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또 예정 씨의 명성을 망치려고 왔어?”하씨 가족이 소란을 피운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었다.예전에 김은희는 남편에게 하씨 가족은 정말 염치가 없다고 말했었다. 십여 년 전, 단 하루도 그들 자매를 키운 적이 없는 하씨네 가족은 많은 배상금을 나누어 가지고는 하예정 자매를 집 밖으로 쫓아내고 그녀들 부모님이 남겨준 부동산을 독차지했다.하예정이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된 것을 알고 나서는 그녀에게 많은 노후 자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어찌나 뻔뻔하기 짝이 없는지.“당신들은 또 뭣하러 왔어? 아들도 이미 예진이와 이혼했는데, 왜 툭하면 예정이를 찾아와? 또 뭘 더 얻어먹으려고? 염치도 없지.”하 영감 가족도 주씨네 가족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주형인과 하예진이 이혼한 후, 주씨네 가족이 종종 하예진을 괴롭힌 일을 하 영감도 알고 있었다. 하예정 자매가 돈 많은 이모를 되찾자 다시 하예진에게 잘 보여서 이득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도 알고 있다.하예정 자매와 혈연관계가 있는 자기들도 아직 콩고물도 얻어먹지 못했는데, 언제 주 씨네 차례가 온다고?“누가 염치 없는지 몰라! 뭐라도 얻어 가지려고 아들, 손자들까지 데리고 다니며 온갖 망신을 다 하면서.”“이 천한 노친네가, 낯짝도 두껍네.”하영감도 지지 않고 맞불질을 해댔다.“누구한테 천한 년이래?”싸움 잘하기로 소문난 주서인은 하 영감이 자기 엄마를 천한 노친네이라고 욕하는 것을 듣고는 즉시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하 영감의 자손들이 어찌 주서인이 이렇게 삿대질하며 욕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그들도 질세라 욕설을 퍼부었다
“그 집 노인네도 벌 받아서 드러누웠잖아. 고치긴 글렀어, 암은 고칠 수 없는 병이야. 얼른 뒈져버려. 뒈져서 그 댁 아들 며느리한테 제대로 사과하게.”김은희가 표독스럽게 말을 내뱉자 화난 하 영감은 그녀를 한 대 칠 기세였다.이때 주경진과 주형인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하 영감을 말렸다.하 영감은 김은희를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당신이랑 뭔 상관이야? 당신이 뭐라고 함부로 끼어들어? 이건 우리 집안 사정이야. 당신이랑 상관없다고. 시집간 딸내미가 뻔뻔스럽게 친정에 돌아와서 재산을 다투는데 당신들 같으면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겠어 아들에게 주겠어? 솔직하게 말해봐!”이때 주서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나는 남편이 능력자라서 내 명의로 된 집과 차, 그리고 적금도 있어요. 친정집 재산은 내가 동생에게 양보하는 거라고요, 알아듣겠어요? 예진이랑 예정 씨는 부모님 유산을 당신들한테 양보하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당신들이 부모 없는 자식이라고 너무 깔보는 거잖아요. 뻔뻔스럽게 가족을 거론해요? 두 자매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당신들 같은 인간들과 엮였는지 모르겠네요. 살아서는 노후를 책임질 필요가 없고 죽어서도 장례 따위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해놓고 툭하면 예정 씨를 찾아와요?! 예정 씨가 잘사니까 손이라도 벌려보게요? 뻔뻔해 정말.”“예정 씨, 내 말 잘 들어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저런 인간들은 일전 한 푼 주지 말아요. 언니랑 둘이서 떵떵거리며 잘 살아요. 저 인간들 약 오르게. 감히 예정 씨 부모님 유산을 가로채다니, 천벌 받을 거예요! 당신들이 저지른 만행 하늘이 다 지켜보고 있어요. 늙어빠진 영감탱이가, 죽어서 지옥이나 가버려요. 양심이라곤 요물만치도 없는 것들, 당장 꺼져. 대체 무슨 낯짝으로 여길 찾아와? 예정 씨, 가게에 빗자루 있으면 나 좀 줄래요? 내가 저 파렴치한 인간들 다 쓸어버리게!”하예정과 심효진은 재빨리 빗자루를 하나씩 챙겨왔고 주서인 모녀는 빗자루를 건네받더니 번쩍 들어서 하 영감 일행을 내리쳤다. 두 모녀는 눈에
그녀는 밖에 나간 후 하지문의 차 앞으로 걸어가 바퀴 네 개 전부 칼로 찔렀다.그리고 다시 서점에 돌아와 칼을 깨끗이 씻어서 원위치에 놓았다.갈 때는 잊지 않고 하예정에게 당부까지 했다.“내가 바퀴 뚫은 거니까 배상을 원하면 날 찾아오라고 해요.”“예정 씨, 우린 이만 갈게요. 장사 방해해서 미안해요.”주씨네 가족들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가게가 다시 잠잠해진 후 성소현이 우빈이를 놓아주려 했는데 아이가 어느새 그녀 품속에서 잠들어버렸다. 성소현은 가볍게 웃으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우빈이 잠든 거 봐.”하예정은 조카를 안아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주씨네 사람들 줄곧 비호감이었는데 오늘 어쩌다가 사람다운 일을 했네.”성소현은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감상하고 속이 뻥 뚫릴 것만 같았다.심효진도 웃으며 말했다.“이게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거예요.”옆에 있던 하예정은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우빈의 할머니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꽤 큰 돈을 뜯겨서 진작 원한을 맺었거든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오늘 마침 정면으로 마주쳤네요.”그녀는 어딘가로 전화해 사람을 시켜서 하지문의 차를 끌어가게 했다. 서점 문 앞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 외출에 방해되니까.“예정아, 저 인간들 오늘 아마도 너희들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라고 우겨보려고 찾아온 것 같아. 그렇게 해서 너희를 재산 다툼에서 포기하게 할 작정인가 봐. 소송 준비는 잘 되어가? 자료 다 준비하면 당장 저 인간들 너희 집 강점했다고 고소해 버려.”“지금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에요.”하 영감은 집을 뺏기 위해 하유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말까지 내뱉고 있으니 하예정은 반드시 팩트로 그들의 입을 막아버려야 한다.그녀와 하 영감의 유전자확인 검사 결과만 나오면 바로 고소할 예정이다.“오늘 우리 아빠가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하기 위한 것 외에도 우리 두 자매랑 협상해 보려고 찾아왔을 거예요. 만약 협상할 수 있으면 나도 시간 낭비하면서까지 소송 걸지 말고 협상으로 해결하길 원해요
“띠리링...”이때 하예정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는데 남편한테 걸려 온 전화인 듯싶었다.휴대폰을 꺼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 전태윤이었다.“남편 전화에요.”그녀는 두 언니에게 말했다.심효진은 센스 있게 자리를 비켜주며 서가에 가서 채 못 읽은 소설을 펼쳤다.한편 성소현은 배시시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나도 이만 돌아가야겠어. 계약서 문제없으면 내일 바로 사람 시켜서 이장님들과 함께 계약 체결하라고 할게. 그럼 우리 프로젝트도 곧 시작할 수 있어.”그녀는 말하면서 제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하예정은 활짝 웃으며 전태윤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전태윤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그녀의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하예정은 애쓰는 그의 모습이 별로였는지 몸을 움찔거리며 미소 지었다.“태윤 씨, 할 말 있으면 바로 해요. 끼 부리지 말고.”“...”“뭘 웃고 있었어? 방금 전화 받을 때 당신 웃음소리 들었는데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즐겁게 웃어?”전태윤이 정상적인 말투로 되물었다.사랑하는 아내가 일부러 부드러운 척 플러팅하는 걸 싫어하고 자연스러운 그의 본모습만 선호하니까.“아니에요, 아무것도. 안 바빠요?”“30분만 지나면 퇴근이야.”전태윤은 이제 곧 퇴근 시간이라고 아내에게 알렸다.“식사하러 돌아오게요? 아침에 나갈 때 점심 약속 있다면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했잖아요.”전태윤은 미간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오전 내내 바삐 돌아치느라 살짝 지친 모습이었다.“예정아, 나랑 함께 약속 장소 가줘.”하예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 아직 완벽하게 습득한 것도 아닌데 만에 하나 태윤 씨 따라갔다가 실수라도 하면 태윤 씨 얼굴에 먹칠하는 거 아니에요?”“이모님 따라다니면서 한동안 배웠으니 이젠 실전에 나설 때도 됐어. 연회 장소의 매너는 내가 가르쳐줄게. 걱정 마, 내 얼굴 마음껏 먹칠해도 돼.”전태윤이 다정한 말투로 그녀를 달래며 함께 약속 장소에 나가자고 했다.하예정도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네, 다들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다가 마침 할아버지랑 두 큰아버지, 그리고 사촌오빠들과 마주쳐서 한바탕 싸웠어요. 주서인 모녀가 빗자루를 챙겨 들고 할아버지네를 내쫓아버렸고 하지문의 차 바퀴를 또 찔러버렸어요. 이번엔 주서인 씨가 그랬어요.”전태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주 씨네에서 어쩌다가 사람다운 일을 했네. 내가 다 속이 후련해.”하예정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할아버지는 아마도 우리 아빠가 친자식이 아니니 우리더러 부동산 상속을 먼저 포기하라고 말하려고 찾아온 것 같아요. 우리가 포기 안 하면 아마 협상할 생각이었을 거예요. 소송을 안 걸치고도 엄마, 아빠 부동산을 가져올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죠.”하 영감이 진짜 협상할 의향이 있다면 하예정은 선뜻 협상할 수 있다.하지만 두 자매에게 유산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나랑 할아버지 유전자확인 검사 결과가 요 이틀에 나와요. 결과가 나오거든 뭐라고 계속 지어낼지 지켜봐야겠어요.”“내일이면 나와. 나랑 함께 결과서 가지러 가.”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네.”“사모님.”“예정아.”이때 두 경호원이 예를 차리며 그녀를 불렀고 시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려왔다.하예정은 의외라는 듯이 문밖을 내다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어머니 장소민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걸치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전태윤이 전화기 너머로 그녀에게 물었다.“여보, 누구야? 목소리가 왜 우리 엄마 목소리 같지?”고부가 함께 지낸 시간이 짧다 보니 전태윤은 엄마가 서점으로 찾아갈 줄은 전혀 몰랐다.“어머님 오셨어요, 여보, 이만 끊을게요.”하예정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전태윤이 작별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바로 꺼버리곤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더니 몸을 일으켜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활짝 웃으며 시어머니를 반겼다.“어머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왜? 내가 안 반갑나 보네?”장소민이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그럴 리가요. 그냥 조금 의외라서요. 얼른 앉으세요, 어머님.”
“네, 점심 약속 있다고 하더라고요.”장소민은 곧바로 대답했다.“그럼 못 간다고 말해. 우리 간만에 외식하고 쇼핑하는데 태윤이가 이런 거로 나랑 질투하진 않을 거야.”많은 사람들이 하예정과 장소민의 고부 사이가 안 좋아서 매번 연회에 참석할 때마다 하예정이 이경혜와 함께 가는 거라고 쉬쉬거린다. 평상시에도 리조트에 돌아와 시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고 고부가 공개석상에서 함께 밥 먹고 쇼핑한 적도 없다고 한다.장소민은 이런 소문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녀와 하예정의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아니까.다만 고스톱 치러 가서까지 관심하는 척 여쭈는 사람들 때문에 장소민은 기분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결국 그토록 좋아하는 고스톱도 마다하고 며느리를 찾아와 명품 매장으로 쇼핑 가서 실제 행동으로 유언비어들을 깨트리려고 했다.이게 바로 장소민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목적이다.“네, 그럴게요.”하예정이 막 전화하려 할 때 마침 전태윤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어머님 앞에서 남편 전화를 받았다.“여보, 엄마가 거긴 왜 갔어?”전태윤은 엄마가 와이프를 괴롭힐 거란 걱정은 없었다.장소민은 전에 하예정이 제 아들에게 버금가지 못하여 썩 내키지 않았지만, 단 한 번도 며느리 앞에서 꼽준 적은 없었고 난처하게 몰아붙인 적은 더더욱 없다.남들이 장소민한테까지 전화해서 하예정이 오지랖 넓게 남 일에 간섭한다고 뭐라 할 때 그녀는 고고한 사모님 이미지까지 내려놓고 며느리를 옹호하며 그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로써 전씨 일가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걸 제대로 각인시켜 주었다.고부간의 갈등은 없지만 전태윤은 끝내 엄마가 왜 갑자기 와이프의 서점으로 찾아간 건지 알지 못했다.“그게... 어머님 바꿔드릴게요.”하예정이 웃으며 휴대폰을 어머님께 건넸다.“어머님이 직접 태윤 씨한테 말씀하세요.”장소민은 휴대폰을 건네받고 아들에게 말했다.“태윤아, 예정이 데리러 올 거 없다. 내가 네 와이프 좀 빌려야겠어. 반나절이면 돼.”“엄
하예정은 전태윤과 두어 마디 나눈 후 바로 전화를 끊었다.2분도 채 안 돼 그녀의 휴대폰에 계좌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전태윤은 생활용 카드에 묶은 전화번호를 그녀의 휴대폰 번호로 수정했다. 안 그러면 매번 카드를 긁을 때마다 전태윤 앞으로 문자가 와서 그녀를 다소 불편하게 만드니까.본인 돈이어도 하예정이 마음껏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그야말로 전태윤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행동이다.생활용 카드에 묶은 전화번호를 하예정의 전화번호로 바꾼 이후로 그녀는 카드를 긁을 때 훨씬 홀가분해졌다.전태윤은 생활용 카드에 돈을 입금하여 그녀가 어머님과 함께 쇼핑할 때 마음껏 카드를 긁을 수 있도록 했다.몇 분 후 하예진이 도착했다.조카를 언니에게 넘겨주고 나서야 하예정도 안심하고 어머님과 함께 밥 먹으러 나갔다.점심부터 오후, 저녁 무렵까지 고부는 줄곧 함께 시간을 보냈다.장소민은 전씨 일가의 안방마님으로서 평소 명품 매장들만 골라 다니며 쇼핑하는데 일정한 신분과 지위가 없이는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들이다.재벌가의 사모님들과 따님들도 꽤 많이 만났는데 고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쇼핑하면서 구매한 물건들은 전부 경호원들에게 맡겼다. 크고 작은 쇼핑백들을 한가득 들고 뒤따라오는 광경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은 가끔 자신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도 사 먹었고 장소민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며느리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고부가 실제 행동으로 불화설을 일축했다.다음 날 전씨 일가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고부가 함께 쇼핑한 장면들이 파파라치에게 찍혀 연예부 뉴스에 실렸고 이를 본 이경혜가 남편에게 말했다.“우리 딸 사람 보는 눈이 참 탁월하네요. 그저 아쉽게도 태윤이랑 인연이 닿지 않았을 뿐이죠. 전 사모님도 결국 며느리인 예정이가 신경 쓰여서 함께 쇼핑하며 불화설을 일축한 거잖아요. 우리 예정이가 며느리로서 백 퍼센트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예정이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것도 충분히 느껴지네요.”이경혜는 칭찬 외에도 아쉬움이 살짝 스쳤다.
그 시각.하예정은 연예 기사가 뜬 걸 보고 나서 한참 침묵한 후 친구에게 말했다.“신분이 달라지니 사소한 일도 바로 연예 기사에 오르네.”전씨 일가 사모님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연예 기사에 실렸다.심효진은 이런 가십거리 기사들을 진작 봐와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는 관성 상업계의 거물 전태윤 도련님이잖아. 너랑 너희 시어머님 평소에 딱히 접촉이 없었고 네가 또 최근에 이모님과 함께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다들 오해한 거겠지. 전에 한 사모님이 너희 시어머님께 전화해서 네가 오지랖 넓게 남 일에 참견이라고 며느리 단속 잘하라고 말한 거 너도 기억나지? 그 사람들 네가 시어머니한테 구박받길 원하고 있을 거야. 갑부 전씨 일가에 시집간 네가 엄청 부럽겠지. 정남 씨가 그러는데 전 씨 할머니랑 너희 시어머님이 집안에서 가장 위엄 있대. 한 분은 어르신이고 또 한 분은 현재 안방마님이시니 전 씨 일가에선 그 두 분이 모든 주도권을 차지하고 계신대.”“전 씨 할머니가 널 얼마나 예뻐하시는지는 더 말할 것도 없지. 내가 볼 땐 자기 손주들보다 널 더 예뻐하시는 것 같아. 게다가 넌 할머니가 태윤 씨한테 소개해 준 신붓감이잖아. 할머니의 은혜를 대신 갚는 거라면서 태윤 씨더러 너랑 결혼하라고 부추겼다면서. 결국 할머니가 널 전씨 일가에 발 들이게 한 거야. 그러니까 널 예뻐하는 것도 당연한 거지. 할머니 앞에서 이간질하는 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야. 할머니는 내가 본 어르신 중에 가장 현명한 분이셔.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걸 결정하시고 또 결국 다 할머니 결정대로 좋은 결실을 보잖아.”심효진은 소정남이란 남친이 생긴 이후로 현재 핫이슈를 거의 빼놓지 않고 장악하고 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가십거리는 전씨 일가 사모님인 하예정보다 훨씬 더 많을 지경이다.하예정은 애초에 남 일에 관심 없어 관성의 수많은 소식들을 심효진을 통해 엿듣는다.심효진은 친구에게 계속 분석해 주었다.“할머니를 배제하니 다들 너희 시어머니로 타깃을 바꾼 거야. 너희 시
고진호도 고현이 여자였기 때문에 며느리가 아닌 사위가 필요했고 따라서 재벌가 딸들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전호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막 빠져나오자마자 고현이 고객을 배웅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 뒤에는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젊은 여성 몇 명이 따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객의 비서일 것이다.전호영과 고객들은 서로를 잘 몰랐다.고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호영은 말없이 한쪽으로 비켜섰다.고현은 직접 고객을 아래층으로 배웅했다.남 비서가 전호영을 쳐다보자 전호영은 눈빛으로 고현을 따라가라고 신호를 보냈다.전호영은 이미 고현의 사무실에 대해 매우 익숙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 비서가 그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 없었다.고현의 사무실과 휴게실에 관해 전호영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고현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전호영은 스스로 고현의 사무실로 갔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에 들어선 전호영은 먼저 커피 한 잔을 타고 소파에 앉았다. 그때 고현이 돌아왔다.“어젯밤 일은 어떻게 됐어요?”고현은 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예진 누나를 대신해서 죽은 경호원 가족들이 와서 뒷일을 처리했어요. 이씨 가문도 가족에게 보상을 해주고 보험회사에서도 가족들에게 보상해 줄 거예요. 이씨 가문의 모든 경호원은 거액 보험에 가입했거든요. 저도 이따가 예진 누나에게 전화해서 오늘 오후에 그 경호원의 가족들을 보러 가자고 해야겠어요. 그 경호원은 비록 이씨 가문의 희생 품이지만 그래도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걸요.”현재, 그 차 사고는 잠시 의외 사고로 단정 지어졌다.이씨 가문의 음모라는 증거가 없어서 이씨 가문은 충분한 연기를 해야 만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죽은 그 이씨 가문의 경호원은 스스로 재수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이은화의 마음이 그토록 모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하예진을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에 처음 초대한 당일에 그녀를 죽이려고 했으니 말이다.하예진이 경계
다행히도 이 모든 악몽은 이미 끝났다.하예진은 이미 다시 일어서서 사업을 일으켰다.“호영 씨, 이만 가볼게요. 저도 나가서 일해야 하거든요. 회사를 설립하는 일을 아직 다 마치지 못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회사가 강성에 있어야 다른 회사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동명 형이 오시는 길일 텐데 더 기다리지 않으려고요?”전호영은 장난치고 싶었다.하예진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야 도착할 거에요. 동명 씨가 먼저 오면 저 대신 먼저 대접해 주세요. 호영 씨와 동명 씨가 더 친하잖아요.”“저도 좀 이따가 고씨 그룹에 갈 거예요.”“알겠어요. 그럼, 제가 빨리 돌아오죠. 미래의 아내가 더 중요한 법이죠. 호영 씨 둘째 형도 혼인신고 했다면서요. 호영 씨가 설을 쇠러 갈 때면 운초 씨는 아마 임신했을걸요. 힘내셔야겠는데요.”전호영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누나, 저도 필사적으로 힘을 내는 중이거든요. 우리 현이 씨는 둘째 형수님보다 따르기가 훨씬 어렵거든요.”여운초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하얀 꽃처럼 부드럽고 연약해 보였다.여운초가 여씨 그룹을 단단히 장악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전호영도 여운초가 계략과 수단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끈질긴 열정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고 하잖아요.”하예진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 전호영의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전호영의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하예진은 마침 이경혜의 전화를 받았다.이경혜와 하예진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하예진이 떠난 지 30분 만에 전호영은 일을 끝내고 호텔을 떠나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뒷일을 고현에게도 알려주려고 했다.이번에 전호영은 꽃도, 보석도 사지 않았다. 고현은 비록 여자이지만, 어려서부터 남장을 하고 성격도 남성적이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에게 손목시계를 하나 사줬다.고씨 그룹의 사람들은
“이 대표님께서도 크게 노하셨을 거예요. 정군호 씨는 잘 모르지만, 이윤정 씨는 그날 밤 쫓겨났어요. 한밤중에 정군호 씨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실려 갔다고 들었는데, 이 대표님은 아무도 병원에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고 정군호 씨의 상처에 관해 묻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대요.”전호영은 여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었다.하예진은 아직 다 마시지 못한 물잔을 들고 두 모금 더 마시더니 다시 잔을 내려놓고는 조용히 전호영을 바라보며 그가 말을 이어나갈 때까지 기다렸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사람을 보내 병원에 가서 알아보게 했어요.”“이모할아버지의 부상 상황은 어떻게 되셨대요? 이모할머니가 벌인 일이래요?”그러자 전호영이 대답했다.“이 대표님께서 저지른 일이 아니라 정군호 씨가 스스로 그 부위를 자른 거래요.”전호영은 정군호가 벌인 일이 이은화의 핍박이라고 추측했다.정군호는 절대로 스스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이은화가 아마도 정군호에게 두 가지 길을 준 것 같았다.정군호 배후의 정씨 집안은 여전히 이씨 가문에 의지하여 살아가야 했기에 정군호는 절대로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혼하지 않으면 정군호는 이은화를 안심시킬 수 없기에 칼을 휘둘러 스스로 그런 짓을 해야만 이은화를 안심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하예진이가 깜빡이며 의아했다. 그녀는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전호영도 정군호의 부상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지 않았고 그냥 말 한마디만 내뱉었다.“정군호 씨는 죽지 않았어요. 정군호 씨의 부상은 알아보기 어려울 거예요. 이 대표님께서 엄밀하게 숨기고 있거든요. 남자들에게는 특히 데릴사위인 정군호 씨에게는 존엄 없는 짓이나 다름없으니까요.”하예진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데릴사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재벌 가문으로 시집가는 여자들이 당하고 있는 일 아닌가요? 성별이 바뀌었을 뿐이죠.”전호영은 순간 말문이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잠시 후, 전호영이 말했다.“누나, 우리 동명 형은 좋은 사람이에요. 과거의 일은 지나
하예진이 위험에 처해 사고가 일어나야만 경호원들이 주동적으로 노동명에게 보고했다.“괜찮으면 됐어. 그럼 됐어. 너무 놀랐잖아. 예진아, 내가 이따가 강성으로 갈 건데 아마 오후 2시 전에 도착할 것 같아.”하예진이 대답했다.“전 괜찮아요. 여기까지 올 필요 없어요.”노동명이 외출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하예진은 늘 그를 걱정했다.“내 두 눈으로 네가 멀쩡한 모습을 보고야 말겠어. 네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해야 내가 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저는 정말 괜찮아요. 경호원들에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우린 다 괜찮아요. 동명 씨가 외출하기 불편하실 텐데 너무 멀리 오면 안 돼요.”노동명은 기어코 가겠다고 고집했다.“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 너무너무 보고 싶어. 네가 괜찮은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하예진은 반박하지 못했다.“그럼 조심히 오세요. 만약 몸이 불편하면 고집하지 마시고. 동명 씨, 우리는 각자가 서로를 위해서 자신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아시겠죠?”노동명은 부드러운 어조로 나지막이 대답했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몸이 불편하면 외출하지도 않아.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오후에 봐.”“네, 오후에 봐요.”하예진은 전화를 끊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노동명이 하예진에게 주고 있는 것은 전남편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어쩌면, 노동명이 그녀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주형인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적 있었겠지만, 나중에 복잡한 일들이 많이 끼는 바람에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하예진이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은 강성에 있는 전씨 가문의 사업 중 하나이며 전호영이 맡은 부분이다.하예진은 쉽게 전호영을 만날 수 있었다.그녀는 잠을 더 자려고 해도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약을 몇 알 먹은 하예진은 이내 두통이 사라지게 되었고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더니 전호영의 사무
게다가 노동명은 하예진 모자한테 진심으로 잘해줬고 그는 우빈이를 자기 자식처럼 여겼다.그녀가 노동명을 거부하고 재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단지 재혼하면 다시 불 구덩이에 빠질까 봐 걱정됐고 또한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노동명은 그녀를 도와 모든 장애물을 제거했다. 노씨 가문은 그녀를 받아들였고 그녀가 노동명과 결혼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었다.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더더욱 필요가 없었다. 노동명은 친아빠인 주형인보다 우빈이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만약 그녀가 다시 결혼한다면 노동명이 가장 적합한 후보일 것이다.“동명 오빠도 언니한테 피해 줄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야. 언니한테 피해보다 행복을 주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언니가 좀 더 기다려줘. 동명 오빠가 곧 일어설 거라고 난 믿어.”“알아. 그래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 사람을 기다릴 거야. 기다리는 동안 내 사업도 열심히 발전시키는 중이야.”지금의 그녀는 관성의 3대 재벌 가문의 투자, 후원 및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이익보다도 그 속에서 얻은 경험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언니 화이팅! 우리 언니가 최고야. 난 항상 언니가 자랑스러워.”하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가 많이 힘낼게.”“언니, 수다 그만 떨고 얼른 잠 좀 자.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안 알려주면 걱정만 할 테지만 알려 주면 적어도 우리가 해결 방법을 같이 생각하고 모두가 같이 부담하면 훨씬 더 편해지잖아.”“그래 알았어.”자매가 통화를 마친 후 하예진은 계속 자려고 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그녀는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뭐 좀 먹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이 시간에 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그녀는 밖으로 나가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 하예진은 여전히 머리가 아파서 캐리어에서 진통제를 꺼냈다. 그녀는
모연정네 다섯 식구는 저녁에 전용기를 타고 A시로 돌아갈 계획이었다.예준성도 거대한 예진 그룹을 관리하느라 매우 바빴다.“언니가 어젯밤에 늦게 잠들어서 아직도 엄청나게 졸려. 언니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 조금만 더 잘게.”하예진은 정신이 몽롱했고 머리도 약간 아팠다. 그녀는 동생한테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뒤 계속 잠을 청하기로 했다.“언니, 앞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꼭 나한테 먼저 말해줘. 알았지?”“난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넌 집에서 몸조리 잘하고 맘 편히 일하면서 우리 우빈이를 잘 돌봐주면 돼. 언니 걱정은 하지 마. 얼른 일 봐.”하예정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언니, 나랑 우빈이는 언니가 돌아오기를 항상 기다리고 있어.”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이모가 맡기신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너희 보러 돌아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조카가 태어나면 꼭 보러 돌아갈 거야.”그녀의 유일한 여동생이 아이를 낳으면 그녀는 반드시 돌아가 지킬 것이다.그녀는 동생의 가족이니까.“내년에야 출산할 수 있을 거야. 아직 배도 안 나왔어.”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2개월이 지나면 배가 나오기 시작할 거야. 다시 출근하더라도 조심해야 해. 중요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태교하면서 쉬어. 어차피 세 사람이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니까 소현이가 주요하게 관리할 거고 너랑 효진 씨는 태교에 집중하면 돼.”“나 아직 움직일 수 없는 단계는 아니야. 뭔가 하긴 해야 해. 매일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고 짜증만 나서 태교에 더 안 좋아.”전태윤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태교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임신 후기에 집에서 태교해도 너무 늦지 않았고 임신 8개월까지 회사에 나가겠다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알았어. 네가 좋을 대로 해. 아무튼 몸조심하고 절대 무리하지 마. 무리하면 언니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나 임산부인데 자꾸 뭐라고 할 거야?”“당연히 해야지. 넌 분명히 나 때와 달리 집에서 편안하게 태교할 수 있단 말
“오빠, 난 이제 빈털터리인데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정일범은 그래도 이윤정을 많이 아꼈다. 그는 지갑을 꺼내서 연 후 안에 있는 모든 현금을 꺼내 이윤정의 손에 쥐여주고 또 카드 한 장을 꺼내 이윤정에게 쥐여주면서 말했다.“오빠가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야. 비록 돈은 많지 않지만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할 거야.”“일단 호텔을 찾아서 머물고 몸조리를 해. 며칠 후에 엄마 화가 풀리면 내가 네 상황을 엄마한테 설명해 볼게.”이윤정은 현금과 카드를 받고 울면서 말했다.“오빠 정말 고마워. 역시 오빠밖에 없어.”정일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얼른 가봐. 그 사람들이 내가 너한테 돈을 준 걸 알면 다시 뺏어올 거야. 그때 가서 넌 진짜 빈털터리 되는 거야.”이윤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세 형수로부터 온갖 수모와 모욕을 당할 거란 걸 알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하인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과 이윤미의 고고한 자태만으로도 그녀의 가슴을 찌르기에는 충분했다.“정일범!”큰 사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곧바로 이윤정한테 달려들어 현금과 카드를 뺏어갔다.정일범이 아내를 끌어당기려고 손을 뻗자 그녀는 돌아서서 그의 뺨을 내리쳤다.“정일범, 나랑 애들이 집에서 쫓겨나게 하고 싶어? 어젯밤에 어머님이 이 년을 쫓아내라고 할 때 뭐라고 했는지 당신도 들었잖아! 근데 감히 어머님의 말씀을 어기고 이년한테 돈과 카드를 주다니! 죽고 싶은 거면 당신 혼자 죽어. 나랑 애들을 끌어내리지 마!”아내한테 화를 내려고 했던 정일범은 욕을 얻어먹은 후 찍소리 못했다.큰 사모님은 남편이 더 이상 이윤정을 돕지 못하도록 끌고 갔다.오늘과 같은 결과는 그녀가 열심히 판을 짜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얻은 속 시원한 결과였다. 그래서 이대로 남편이 이윤정을 도와 어려움을 헤쳐나가게 할 수는 없었다.“꺼져. 당장 안 꺼지면 사람 불러서 쫓아낼 거야!”큰 사모님은 남편을 끌고
정일범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이윤정은 그의 품에 안겨 펑펑 울기 시작했다.자신도 피해자인데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하는지 그녀는 이해가 안 갔다.정일범은 그녀를 안아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울지 마. 저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서 너한테 무슨 짓 할지 모르니까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해. 지금 저 사람들이 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서 기회만 잡으면 널 계속해서 괴롭히려고 할 거야.”이윤정은 오빠들의 편에 섰단 이유로 그의 아내의 미움을 샀다.그녀가 아무리 같은 여자라고 해도 그들의 여동생으로서 그녀는 당연히 오빠들 편이었다. 시누이로서 형수 편에 서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이윤미가 세 형수의 편에 선 것은 그녀의 정의로움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오빠들에 대한 정이 없어서였다.“오빠, 나 안가.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서 다 설명해 드릴 거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난 정말 모르겠어. 난 피해자고 누군가 날 해치려고 하는 게 분명해. 어젯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나일까?”“누군가가 나를 망가뜨리려고 꾸민 짓인 게 틀림없어.”그녀를 해친 사람은 그녀보다 훨씬 더 악랄했다.어젯밤에 일어난 일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게 분명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분석해 보면 누가 그랬는지 짐작이 가긴 했다. 하지만 정일범은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이윤정이 마신 반병의 술은 그가 자신의 방에서 다 마시지 못하고 술장에 넣어뒀던 거였다.그날 아버지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에게 술 한 병을 달라고 하셨다.그는 아버지가 취하실까 봐 걱정되어 한 병 통째로 드리지 않고 그가 마셨던 걸로 드렸다.그 술에 누군가가 약을 타서 아버지와 이윤정을 해치려고 한 거였다.누구일까?그가 아니라면 그의 아내일 것이다.그의 아내가 왜 약을 탔을까?그날 밤 정일범은 술 한 병을 따서 잔을 채우고 두 모금 마신 후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에 갔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아내가 섹시한 잠옷을 입고 바에 앉아
“처음부터 네 것 아니었잖아. 20 년 넘게 남의 인생 훔치고 부유하게 살아온 넌 이제부터 짐승보다 못한 가난한 삶을 살게 될 거야. 지금 당장 시골로 꺼져.”“감히 네가 우리 윤미를 촌년이라고 불러? 진짜 촌년은 너잖아! 아퉤!”모든 것을 잃게 된 이윤정에 대한 사모님들의 분노가 치밀어올랐고, 그들은 온갖 비꼬는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이윤정은 앉으면서 말했다.“절대 못 나가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서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는 거라고 엄마한테 다 설명할 거예요. 누가 나를 해치려고 했는지 알아내면 그 사람 가만히 안 둘 거예요! ”그녀가 갑자기 세 사모님을 노려보며 물었다.“날 해치려고 한 사람이 설마 당신들이에요?”이씨 집안 큰 사모님은 이윤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 같은 짝퉁이 내 손을 더럽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싸구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남 탓으로 돌리는 뻔뻔함까지 갖춘 거니? 이년아, 잘 들어. 네가 아무리 변명해도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어머님 머릿속에 새겨져서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넌 이제 끝났어.”이씨 집안 셋째 사모님은 몸을 돌려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찬물 한 바가지를 들고 다시 나왔다.그녀는 모든 사람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이윤정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악!”이윤정은 비명과 함께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튕겨 일어났다.가뜩이나 날씨가 추운데 찬물까지 끼얹었으니, 이윤정은 너무 추워서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흠뻑 젖었고 심지어 바닥에 있는 옷들도 꽤 많이 젖어버렸다.“셋째 동서, 가서 물 한 바가지 더 가져와요. 저년이 덮을 수 있는 옷들을 싹 다 적셔버리고 얼어 죽게 내버려둬요. 언제까지 버티는지 한번 보자고요.”큰 사모님은 셋째 사모님에게 물 한 바가지를 더 가져오라고 분부했다.“나도 같이 가요.”둘째 사모님도 뒤를 따랐다.곧 두 사모님은 각각 찬물 한 바가지를 들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