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저번 생과 똑같이 위선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아들을 보며 내 마음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서민우는 내가 반응이 없자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지후의 병상으로 걸어가 그의 몸을 덮고 있던 흰 천을 단숨에 걷어냈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에 주변 의사와 간호사들은 나를 제지할 겨를조차 없었다. 침대에 누운 남편의 얼굴은 혈색이 좋았다. 심지어 그의 손가락이 잠시 움츠러드는 것도 포착할 수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서툰 연기에 지난 생엔 내가 속아 넘어갔던 것이다. 저번 생에 서민우가 받을 충격을 걱정해 나는 서지후의 시신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담당 의사의 불안한 표정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본 뒤 담당 의사를 노려보았다. 이 병원 자체가 원래 불법적인 곳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서지후가 미리 이 사람들을 매수해 연극을 준비했을 것이다. “엄마! 뭐 하시는 거예요!” 서민우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직 미숙한 탓에 그의 눈엔 진실이 들통날까 두려운 공포가 스쳤다.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편히 보내드리세요.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요.” “이미 죽은 사람인데 무슨 편히 가고 말고가 있니.” 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그의 거짓말을 들추지 않았다. 서민우는 순간 얼어붙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는 듯했다. “엄마,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나는 대꾸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지역의 장기기증센터에 연락했다. “여보세요, 센터 직원분이신가요? 여기 시신이 하나 있어요.” “네, XX 병원이요. 제 남편이 방금 돌아가셨거든요. 시신이 아직 싱싱하니까 장기 기증 동의서를 작성하고 싶어요. 빨리 와주세요.” 서민우는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전화로 빠르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증센터와 통화가 끝나자 그의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장기
서민우가 얼굴이 새파래져서 두 팔을 벌려 서지후의 병상을 막아섰다.“안 돼요, 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나는 일부러 꾸짖듯 말했다.“어른들 일이야. 어린애가 어디 나설 자리가 있다고 그래?”서민우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해했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엄마, 엄마는 아빠를 그렇게 사랑했잖아. 그런데 정말 아빠를 이렇게 죽게 놔둘 수 있어요?”그의 목소리엔 애원하는 기색이 가득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냉담했다.“장기 기증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 나는 지금 너희 아빠가 좋은 일을 쌓아서 다음 생에 더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거라고.”서민우는 내 말을 듣고 설득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느꼈는지 버티며 막아섰다. 그러면서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눈이 반짝였다.“아주머니!”뒤돌아보니 세련되게 차려입은 여자가 허둥지둥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서지후의 첫사랑, 원윤아였다.내 마음속에서는 차가운 웃음이 흘렀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원윤아는 분명 근처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이전 생에서도 나는 서민우와 원윤아가 공모해 나를 속이고, 서지후의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도록 유도했었다.결국 화장하기 전 대충 확인만 하고 넘어가서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형수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원윤아는 급한 표정으로 내 앞을 가로막으며 병상 위 사람을 철저히 가렸다.“지후 오빠, 왜 이래요!”그녀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애써 슬픈 척하며 병상에 매달렸다.“안 돼요, 저는 장기 기증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형수님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지후 오빠가 이렇게 됐는데 그의 장기를 기증하다니요. 편히 떠날 수 있게 해주면 안 돼요?”눈앞의 눈물로 범벅된 여자를 보며, 내 속엔 분노와 증오가 치밀었다.원윤아는 서지후의 첫사랑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지만 나중엔
서지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자 주변의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 그는 덮여 있던 흰 천을 걷어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금세 검게 변했다. 계획이 이렇게 순조롭지 않게 진행될 줄은 몰랐던 듯 그의 표정은 매우 안 좋았다. 한편 원윤아는 반응이 빨랐다. 서민우를 데리고 서지후 앞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의사 선생님, 혹시 진단 기계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원윤아는 크게 외쳤다. 겉으로는 의문을 제기하는 듯했지만 진실을 아는 내 귀에는 그녀의 말 속에 담긴 협박의 의미가 분명히 들렸다. 결국 든 책임을 우발적인 사고로 돌리고,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수작이었다. 주치의가 문제를 들키고 싶지 않다면 원윤아의 거짓말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 그래요. 환자가 아마도 잠시 기절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서 언니도 참, 명오빠가 그냥 잠깐 기절한 건데 벌써 장기 기증이라니요. 어디 그렇게 아내 노릇을 해요?” 원윤아는 일부러 서지후를 부축하며 사람들 앞에서 나를 비난했다. 방금 있었던 소란은 적지 않은 소음을 만들어냈고, 병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여기 무슨 일인가요?” “어떤 여자분이 남편이 죽지도 않았는데 장기를 기증한다고 난리를 쳤다나 봐요.” “헉, 너무 무자비한 거 아니에요? 완전 막장이네.”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지만 나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서지후를 바라보았다. 그가 침대에서 내려와 나에게 다가오며 어색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여보. 그냥 작은 사고였어. 우리 이제 집에 가자.” 그는 이 모든 일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리 없었다. “잠깐만. 작은 사고라고?” 나는 서지후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크게 외쳤다. “병원에서 나한테 사망 선고를 했는데 고작 한 시간도 안 돼 사람이 다시 살아났어요.”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제대로 판단 못 하는 병원이
“아빠, 이거 어떡해요? 그 사업 때문에 20억을 대출하셨다면서요. 빚쟁이들이 곧 집으로 몰려올 텐데 우리의 모든 자금은 해외 계좌에 묶여 있어서 지금 당장은 쓸 수가 없잖아요!” 서지후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시더니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예전에 네 외조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네 엄마에게 준 집이 있잖아. 그 집은 너희 엄마의 혼전 재산인데 내가 몇 번이나 그 집을 팔자고 했지만 매번 거절당했어.” 원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간단하죠. 빚쟁이들이 집으로 찾아가게 하면 되잖아요. 민우는 친아들이고, 곧 대학 입시도 앞두고 있으니 그 사람이 자기 아들이 피해 입는 걸 두고 보지는 않을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서민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집을 팔지 않아도 나중에 결국 그 집은 엄마가 나한테 물려줄 가능성이 높잖아요...” “바보 같은 소리.” 원윤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민우야, 네 엄마 성격 잘 알잖아. 네 엄마는 항상 규칙만 지키는 사람이지.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두말없이 경찰에 신고할걸?” “민우야, 아주머니가 묻는다. 너 평생 이렇게 빠듯한 생활을 하고 싶니? 명품 운동화 몇 켤레 사는 것조차도 돈 낭비라고 듣는 그런 삶을 계속 살고 싶냐고?” 이 두 마디에 서민우의 표정이 뚜렷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핸드폰 화면 속 모습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쓸쓸한 감정이 올라왔다. 어릴 때부터 나는 서민우에게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며 도덕과 기준에 대해 알려줬다. 그러나 세월을 거쳐 그를 바로잡으려던 내 노력은 그의 증오를 불러일으켰을 뿐이었다. 아마 이것이 각자의 운명일 것이다. 그가 내 친아들이라고 해도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가슴 속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가족애의 끈이 완전히 끊어지자 내 마음도 점차 차가워졌다. 그날 오후, 내가 집에 들어서자 서지후가 다짜고짜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뉘우치는 표정을 지었다
서지후는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침실에서 끌려 나왔다. 서민우는 내 옆으로 숨으며 모르는 척했다. “엄마, 저 사람들이 누구예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봤다. 전생에도 나를 찾아온 건 바로 이 사람들이었다. 그때 나는 서민우와 단둘이 지내며 그가 이 일을 모르게 하려고 애썼다. 혼자 이 깡패들과 몇 달을 상대하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렸었다. “서지후, 너 우리 사장님한테 20억을 빌렸지? 우리 사장님은 너를 불쌍히 여겨서 이자 포함해서 28억만 받겠대.” “언제 갚을 건지 확실히 말해.” 빚 독촉을 하러 온 이들은 말 그대로 험악한 사람들이었다. 서지후도 겁이 난 듯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형님들, 제발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십시오.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앞장서 있던 사람이 냉소를 터뜨리며 손을 휙 휘둘렀다. 뒤따라 있던 사람들이 서지후를 둘러싸더니 곧바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한 달. 그 안에 갚아라. 아니면 너 목숨을 걸고 생각해 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휙 몰려 나간 뒤 서지후는 온 얼굴이 멍투성이가 된 채 나를 향해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여보, 방금 들었잖아. 한 달 안에 28억을 갚지 않으면 나 목숨이 위험하다고!” “장인어른이랑 장모님이 집 한 채를 남겨주셨잖아? 그거 팔아서 빚을 갚으면 안 되겠어?” 서민우도 한마디 거들며 다가왔다. “엄마, 아빠 빚 갚으려고 빨리 집 파세요. 아빠가 저 사람들한테 또 맞게 두실 거예요?” 나는 서지후를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집은 부모님이 나한테 남겨주신 유일한 기념이야.” 서민우는 화가 난 듯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엄마, 지금 상황이 어떤데도 자기 생각만 해요? 엄마 정말 냉혈해요!” 냉혈하다고? 가장 냉혹한 장면은 이미 전생에 병상에서 경험했다.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경찰에 자료를 제출한 후 서지후는 곧바로 경찰의 소환을 받았고, 원윤아도 함께 경찰서로 불려갔다. 경찰은 즉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대화 후 서지후만 구속되었고 원윤아는 풀려났다. 아들 서민우는 원윤아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녀로부터 서지후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금세 알게 되었다. 원윤아가 민우에게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민우는 내가 집을 팔아 빚을 갚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서지후를 조사했다고 확신했다. 집에 돌아온 민우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는 대체 아빠를 어디까지 망치려고 하는 거야?” “집 한 채가 뭐가 대수야! 팔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엄마는 정말 자기밖에 모른다니까!” 나는 분노로 가득 찬 민우를 바라보았다. 분명 열여덟 살이 넘은 나이지만 행동은 마치 아이 같았다. 이게 바로 전생에서 내가 목숨 걸고 뒷바라지했던 '훌륭한 아들'이었다. “네 아빠가 구속된 건 법을 어겼기 때문이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서민우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고함쳤다. “나는 몰라! 며칠 후면 수능인데 엄마가 집 안 팔아서 아빠 못 나오게 하면 나 시험 안 볼 거야!” “엄마는 내가 서울대 가길 바랐잖아? 그런 꿈은 접어, 내가 엄마 말 들을 줄 알았어?” 나는 그가 던진 물건을 발로 치워내고 문을 열며 나섰다. “네 맘대로 해.” 며칠 동안 나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수능 당일에도 서민우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수능이 끝난 후에야 나는 셋방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술 냄새가 났다. 거실에는 맥주병과 배달음식 상자가 널브러져 있었고, 서민우는 침대에 흐트러진 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왔는데도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배고파. 밥 좀 해 줘.” 나는 물었다. “수능 안 봤어?” 민우는 비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뭐랬어? 엄마가 집 안 팔아서 아빠를 못 나오게 하면 시험 안 본다고 했잖아.”
“무슨 말이야? 엄마가 나랑 인연을 끊겠다는 거야?” “나는 엄마 친아들이야. 엄마가 날 버릴 리가 없잖아.” 서민우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내 대답이 없자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안 돼! 엄마가 나가더라도 돈은 남겨둬야지.” “우리 집은? 집문서 어디 있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 아빠가 다 날려버렸잖아. 그걸 벌써 잊었어?” 서민우의 얼굴이 굳어지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아빠 해외 계좌에 아직 돈이 있어. 아주머니가 나한테 다 말해줬어. 나는 부잣집 아들이 될 운명이야.” 나는 연민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아빠가 했던 짓은 불법이야. 체포된 후 모든 계좌가 동결됐어.” “참고로 말해두는데, 이 집 계약도 곧 끝나. 이틀 안에 공장 같은 데를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너에게 줄 돈은 이제 단 한 푼도 없어.” 나는 민우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경찰은 곧 서지후가 돈세탁에 연루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고 그를 공식적으로 구속했다.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우리 사이에는 유리창이 가로막혀 있었다. 서지후는 초췌한 얼굴로 몹시 피폐해 보였고, 나를 보자 얼굴이 새카맣게 변했다. “나를 신고한 게 너야? 임정서, 너 정말 독하구나.” “그래도 부부 사이였는데 네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부부 사이? 서지후, 네가 죽은 척하고 도망칠 계획을 세우면서 나에게 수십억의 빚을 떠넘기려고 했을 때 그런 말 생각이나 했어?” 서지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너 그걸 다 알았어?” 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네가 죽은 척한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완전히 끝났을 거야.” “맞다,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네가 그렇게 믿었던 윤아 있잖아, 처음부터 너를 경계했더라.” “너희가 하던 짓이 들키지만 않았다면 몰라도 경
“무슨 말이야? 엄마가 나랑 인연을 끊겠다는 거야?” “나는 엄마 친아들이야. 엄마가 날 버릴 리가 없잖아.” 서민우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내 대답이 없자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안 돼! 엄마가 나가더라도 돈은 남겨둬야지.” “우리 집은? 집문서 어디 있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 아빠가 다 날려버렸잖아. 그걸 벌써 잊었어?” 서민우의 얼굴이 굳어지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아빠 해외 계좌에 아직 돈이 있어. 아주머니가 나한테 다 말해줬어. 나는 부잣집 아들이 될 운명이야.” 나는 연민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아빠가 했던 짓은 불법이야. 체포된 후 모든 계좌가 동결됐어.” “참고로 말해두는데, 이 집 계약도 곧 끝나. 이틀 안에 공장 같은 데를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너에게 줄 돈은 이제 단 한 푼도 없어.” 나는 민우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경찰은 곧 서지후가 돈세탁에 연루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고 그를 공식적으로 구속했다.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우리 사이에는 유리창이 가로막혀 있었다. 서지후는 초췌한 얼굴로 몹시 피폐해 보였고, 나를 보자 얼굴이 새카맣게 변했다. “나를 신고한 게 너야? 임정서, 너 정말 독하구나.” “그래도 부부 사이였는데 네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부부 사이? 서지후, 네가 죽은 척하고 도망칠 계획을 세우면서 나에게 수십억의 빚을 떠넘기려고 했을 때 그런 말 생각이나 했어?” 서지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너 그걸 다 알았어?” 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네가 죽은 척한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완전히 끝났을 거야.” “맞다,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네가 그렇게 믿었던 윤아 있잖아, 처음부터 너를 경계했더라.” “너희가 하던 짓이 들키지만 않았다면 몰라도 경
내가 경찰에 자료를 제출한 후 서지후는 곧바로 경찰의 소환을 받았고, 원윤아도 함께 경찰서로 불려갔다. 경찰은 즉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대화 후 서지후만 구속되었고 원윤아는 풀려났다. 아들 서민우는 원윤아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녀로부터 서지후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금세 알게 되었다. 원윤아가 민우에게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민우는 내가 집을 팔아 빚을 갚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서지후를 조사했다고 확신했다. 집에 돌아온 민우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는 대체 아빠를 어디까지 망치려고 하는 거야?” “집 한 채가 뭐가 대수야! 팔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엄마는 정말 자기밖에 모른다니까!” 나는 분노로 가득 찬 민우를 바라보았다. 분명 열여덟 살이 넘은 나이지만 행동은 마치 아이 같았다. 이게 바로 전생에서 내가 목숨 걸고 뒷바라지했던 '훌륭한 아들'이었다. “네 아빠가 구속된 건 법을 어겼기 때문이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서민우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고함쳤다. “나는 몰라! 며칠 후면 수능인데 엄마가 집 안 팔아서 아빠 못 나오게 하면 나 시험 안 볼 거야!” “엄마는 내가 서울대 가길 바랐잖아? 그런 꿈은 접어, 내가 엄마 말 들을 줄 알았어?” 나는 그가 던진 물건을 발로 치워내고 문을 열며 나섰다. “네 맘대로 해.” 며칠 동안 나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수능 당일에도 서민우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수능이 끝난 후에야 나는 셋방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술 냄새가 났다. 거실에는 맥주병과 배달음식 상자가 널브러져 있었고, 서민우는 침대에 흐트러진 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왔는데도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배고파. 밥 좀 해 줘.” 나는 물었다. “수능 안 봤어?” 민우는 비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뭐랬어? 엄마가 집 안 팔아서 아빠를 못 나오게 하면 시험 안 본다고 했잖아.”
서지후는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침실에서 끌려 나왔다. 서민우는 내 옆으로 숨으며 모르는 척했다. “엄마, 저 사람들이 누구예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봤다. 전생에도 나를 찾아온 건 바로 이 사람들이었다. 그때 나는 서민우와 단둘이 지내며 그가 이 일을 모르게 하려고 애썼다. 혼자 이 깡패들과 몇 달을 상대하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렸었다. “서지후, 너 우리 사장님한테 20억을 빌렸지? 우리 사장님은 너를 불쌍히 여겨서 이자 포함해서 28억만 받겠대.” “언제 갚을 건지 확실히 말해.” 빚 독촉을 하러 온 이들은 말 그대로 험악한 사람들이었다. 서지후도 겁이 난 듯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형님들, 제발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십시오.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앞장서 있던 사람이 냉소를 터뜨리며 손을 휙 휘둘렀다. 뒤따라 있던 사람들이 서지후를 둘러싸더니 곧바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한 달. 그 안에 갚아라. 아니면 너 목숨을 걸고 생각해 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휙 몰려 나간 뒤 서지후는 온 얼굴이 멍투성이가 된 채 나를 향해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여보, 방금 들었잖아. 한 달 안에 28억을 갚지 않으면 나 목숨이 위험하다고!” “장인어른이랑 장모님이 집 한 채를 남겨주셨잖아? 그거 팔아서 빚을 갚으면 안 되겠어?” 서민우도 한마디 거들며 다가왔다. “엄마, 아빠 빚 갚으려고 빨리 집 파세요. 아빠가 저 사람들한테 또 맞게 두실 거예요?” 나는 서지후를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집은 부모님이 나한테 남겨주신 유일한 기념이야.” 서민우는 화가 난 듯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엄마, 지금 상황이 어떤데도 자기 생각만 해요? 엄마 정말 냉혈해요!” 냉혈하다고? 가장 냉혹한 장면은 이미 전생에 병상에서 경험했다.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빠, 이거 어떡해요? 그 사업 때문에 20억을 대출하셨다면서요. 빚쟁이들이 곧 집으로 몰려올 텐데 우리의 모든 자금은 해외 계좌에 묶여 있어서 지금 당장은 쓸 수가 없잖아요!” 서지후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시더니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예전에 네 외조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네 엄마에게 준 집이 있잖아. 그 집은 너희 엄마의 혼전 재산인데 내가 몇 번이나 그 집을 팔자고 했지만 매번 거절당했어.” 원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간단하죠. 빚쟁이들이 집으로 찾아가게 하면 되잖아요. 민우는 친아들이고, 곧 대학 입시도 앞두고 있으니 그 사람이 자기 아들이 피해 입는 걸 두고 보지는 않을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서민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집을 팔지 않아도 나중에 결국 그 집은 엄마가 나한테 물려줄 가능성이 높잖아요...” “바보 같은 소리.” 원윤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민우야, 네 엄마 성격 잘 알잖아. 네 엄마는 항상 규칙만 지키는 사람이지.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두말없이 경찰에 신고할걸?” “민우야, 아주머니가 묻는다. 너 평생 이렇게 빠듯한 생활을 하고 싶니? 명품 운동화 몇 켤레 사는 것조차도 돈 낭비라고 듣는 그런 삶을 계속 살고 싶냐고?” 이 두 마디에 서민우의 표정이 뚜렷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핸드폰 화면 속 모습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쓸쓸한 감정이 올라왔다. 어릴 때부터 나는 서민우에게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며 도덕과 기준에 대해 알려줬다. 그러나 세월을 거쳐 그를 바로잡으려던 내 노력은 그의 증오를 불러일으켰을 뿐이었다. 아마 이것이 각자의 운명일 것이다. 그가 내 친아들이라고 해도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가슴 속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가족애의 끈이 완전히 끊어지자 내 마음도 점차 차가워졌다. 그날 오후, 내가 집에 들어서자 서지후가 다짜고짜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뉘우치는 표정을 지었다
서지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자 주변의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 그는 덮여 있던 흰 천을 걷어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금세 검게 변했다. 계획이 이렇게 순조롭지 않게 진행될 줄은 몰랐던 듯 그의 표정은 매우 안 좋았다. 한편 원윤아는 반응이 빨랐다. 서민우를 데리고 서지후 앞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의사 선생님, 혹시 진단 기계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원윤아는 크게 외쳤다. 겉으로는 의문을 제기하는 듯했지만 진실을 아는 내 귀에는 그녀의 말 속에 담긴 협박의 의미가 분명히 들렸다. 결국 든 책임을 우발적인 사고로 돌리고,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수작이었다. 주치의가 문제를 들키고 싶지 않다면 원윤아의 거짓말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 그래요. 환자가 아마도 잠시 기절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서 언니도 참, 명오빠가 그냥 잠깐 기절한 건데 벌써 장기 기증이라니요. 어디 그렇게 아내 노릇을 해요?” 원윤아는 일부러 서지후를 부축하며 사람들 앞에서 나를 비난했다. 방금 있었던 소란은 적지 않은 소음을 만들어냈고, 병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여기 무슨 일인가요?” “어떤 여자분이 남편이 죽지도 않았는데 장기를 기증한다고 난리를 쳤다나 봐요.” “헉, 너무 무자비한 거 아니에요? 완전 막장이네.”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지만 나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서지후를 바라보았다. 그가 침대에서 내려와 나에게 다가오며 어색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여보. 그냥 작은 사고였어. 우리 이제 집에 가자.” 그는 이 모든 일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리 없었다. “잠깐만. 작은 사고라고?” 나는 서지후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크게 외쳤다. “병원에서 나한테 사망 선고를 했는데 고작 한 시간도 안 돼 사람이 다시 살아났어요.”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제대로 판단 못 하는 병원이
서민우가 얼굴이 새파래져서 두 팔을 벌려 서지후의 병상을 막아섰다.“안 돼요, 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나는 일부러 꾸짖듯 말했다.“어른들 일이야. 어린애가 어디 나설 자리가 있다고 그래?”서민우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해했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엄마, 엄마는 아빠를 그렇게 사랑했잖아. 그런데 정말 아빠를 이렇게 죽게 놔둘 수 있어요?”그의 목소리엔 애원하는 기색이 가득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냉담했다.“장기 기증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 나는 지금 너희 아빠가 좋은 일을 쌓아서 다음 생에 더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거라고.”서민우는 내 말을 듣고 설득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느꼈는지 버티며 막아섰다. 그러면서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눈이 반짝였다.“아주머니!”뒤돌아보니 세련되게 차려입은 여자가 허둥지둥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서지후의 첫사랑, 원윤아였다.내 마음속에서는 차가운 웃음이 흘렀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원윤아는 분명 근처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이전 생에서도 나는 서민우와 원윤아가 공모해 나를 속이고, 서지후의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도록 유도했었다.결국 화장하기 전 대충 확인만 하고 넘어가서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형수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원윤아는 급한 표정으로 내 앞을 가로막으며 병상 위 사람을 철저히 가렸다.“지후 오빠, 왜 이래요!”그녀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애써 슬픈 척하며 병상에 매달렸다.“안 돼요, 저는 장기 기증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형수님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지후 오빠가 이렇게 됐는데 그의 장기를 기증하다니요. 편히 떠날 수 있게 해주면 안 돼요?”눈앞의 눈물로 범벅된 여자를 보며, 내 속엔 분노와 증오가 치밀었다.원윤아는 서지후의 첫사랑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지만 나중엔
눈앞에서 저번 생과 똑같이 위선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아들을 보며 내 마음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서민우는 내가 반응이 없자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지후의 병상으로 걸어가 그의 몸을 덮고 있던 흰 천을 단숨에 걷어냈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에 주변 의사와 간호사들은 나를 제지할 겨를조차 없었다. 침대에 누운 남편의 얼굴은 혈색이 좋았다. 심지어 그의 손가락이 잠시 움츠러드는 것도 포착할 수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서툰 연기에 지난 생엔 내가 속아 넘어갔던 것이다. 저번 생에 서민우가 받을 충격을 걱정해 나는 서지후의 시신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담당 의사의 불안한 표정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본 뒤 담당 의사를 노려보았다. 이 병원 자체가 원래 불법적인 곳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서지후가 미리 이 사람들을 매수해 연극을 준비했을 것이다. “엄마! 뭐 하시는 거예요!” 서민우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직 미숙한 탓에 그의 눈엔 진실이 들통날까 두려운 공포가 스쳤다.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편히 보내드리세요.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요.” “이미 죽은 사람인데 무슨 편히 가고 말고가 있니.” 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그의 거짓말을 들추지 않았다. 서민우는 순간 얼어붙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는 듯했다. “엄마,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나는 대꾸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지역의 장기기증센터에 연락했다. “여보세요, 센터 직원분이신가요? 여기 시신이 하나 있어요.” “네, XX 병원이요. 제 남편이 방금 돌아가셨거든요. 시신이 아직 싱싱하니까 장기 기증 동의서를 작성하고 싶어요. 빨리 와주세요.” 서민우는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전화로 빠르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증센터와 통화가 끝나자 그의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장기
“서지후 씨의 부인이 맞으시죠? 남편분이 뇌출혈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한 시간 전에 사망하셨습니다.”30분 전, 집 근처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하지만 병원에 도착한 순간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옆에서 아들 서민우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붉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아빠가 돌아가셨어요.”하얀 천으로 덮인 남편의 시신이 병실에서 밀려 나오는 것을 보며, 나는 옆에서 울고 있는 아들을 바라봤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지난 생에서는 이 모습을 보고 비통한 마음에 아들을 껴안고 울며 다짐했다.“민우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어떻게든 너 힘들게 하지 않을게.”서지후가 세상을 떠난 지 이틀 만에 채권자들이 집으로 찾아왔고, 그제야 남편이 도박으로 거의 20억 원에 가까운 빚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아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나는 집안 사정을 숨긴 채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을 헐값에 팔고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빚을 겨우 갚았다.아들이 고3이라 공부에 돈이 많이 드는 시기였다.게다가 서민우는 평소 돈을 펑펑 쓰는 성격이라 명품 옷을 사는 것도 예사였다. 나 혼자만의 월급으로는 점점 집세와 생활비를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하여 하루 알바 3개를 하며 밤낮없이 일했다.내 식사는 김치와 컵라면으로 때웠지만 서민우에게는 매일 영양식으로 전복과 해삼을 사줬고, 비싼 과외까지 붙여줬다.그러나 나는 결국 병원 침대에 누워 생사를 오가게 됐다.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살아보려고 애쓰는데 아들과 간호사의 대화를 들었다.“환자의 상태가 위중합니다. 가족분들께서 빠르게 응급수술 여부를 결정하셔야 합니다. 환자분의 생존 의지가 강하시니 살 확률은 충분히 있습니다.” 나는 온몸의 힘을 짜내어 숨을 쉬며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의 끈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내가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운 착한 아들은 차갑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집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