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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Author: 주 한잔
”허허! 소우희 저 여자가 감히 겁도 없이 이런 앙큼한 짓을 저질렀을 줄은 몰랐네! 진정향을 조제한 게 소우희가 아니라면 군영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 약들도 당연히 소우희가 조제한 게 아니겠지.”

이민수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평소에도 소우희가 눈에 거슬렸던 상평이 말을 보탰다.

“소인은 소우희 아씨가 경성에서 최고로 총명한 여인이라 성격이 그렇게 난폭한 줄 알았습니다.”

“성격이 난폭하다고?”

이민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금까지 이민수가 본 소우희는 너무도 온화하고 유순한 요조숙녀였다.

물론 조금 전 난동을 부리면서 만안당을 태워버리겠다고 한 모습을 보고 조금 역겨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편, 드디어 신세 한탄의 기회가 생기자 상평은 그날 소우희가 그에게 남자구실을 못하는 놈이라고 했던 말에 살을 잔뜩 붙여서 이민수에게 얘기했다.

그래야만 소우희가 더 이상 이민수 앞에서 가식을 떨지 못할 것이다.

“소우희가 정말 그런 말을 했단 말이냐?”

“세자 저하, 소인이 어찌 감히 없는 말로 우희 아씨를 욕보이겠습니까? 소인이 남자구실을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평상은 심지어 울먹이기까지 했고 이 말을 들은 이민수는 표정이 확 굳어졌다.

그가 지금까지 마음에 품고 있었던 여인에게 이런 충격적인 모습도 있었다니. 요즘 들어 그가 몰랐던 소우희를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민수는 백성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소우연을 보게 되었다. 환하게 웃는 소우연은 너무도 훌륭하고 어여쁜 규수의 모습이었다.

곁에 서있던 상평은 이민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소우연을 보자마자 바로 깨달았다. 세자 저하는 소우연 아씨가 마음에 든 것이다.

“상평아, 오늘 아침 배꽃에게 밥은 주었느냐?”

갑자기 들고양이를 언급하는 이민수의 말에 화들짝 놀란 상평은 만안당 안으로 들어가는 소우연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다가 얼른 대답했다.

“세자 저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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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58화

    “정말이었네…”소현준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임곽수가 소우연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습니다. 왕비님께서 조제하신 약이 확실합니다.”소현준은 고개를 돌려 소우연을 멍하니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결국 물었다.“그럼 진정향과 군영에서 쓰는 약들도 전부 왕비님이 조제한 겁니까?”“제가 맞다고 얘기하면 대감께서 믿으시겠습니까?”소우연이 단호한 눈빛으로 소현준을 쳐다보자 소현준은 마음이 흔들렸다.사실 소현준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소우연에게서 직접 듣고 나니 여전히 당황스럽고 모든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소현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살짝 내쉬던 소우연은 진우에게 현장에 모여 있는 백성들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명했다.그렇게 진료실 안에는 소우연과 정연 그리고 소현준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대감께서 제 말을 믿으신다면 제가 소우희를 원망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소우희는 제 모든 걸 빼앗았습니다. 모두가 그자의 편이 되었고 심지어 제 마지막 가치까지 이용하기 위해 저를 대신 회남왕에게 시집까지 보냈습니다. 만약 제가 소우희의 말을 듣고 회남왕 저택에서 도망쳤다면 덕빈마마께서 저를 어떻게 처리했을 것 같으십니까? 혹 회남왕이 소문처럼 성격이 난폭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살아있었을까요?”소우연의 물음에 소현준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조금만 잘못됐다면 왕비님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겠지요.”“대감께서 그래도 꽤 솔직하신 분이네요. 그럼 만약 제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소씨 가문에서 저를 위해 나섰을까요?”“황족이 엮인 일이니 아무도 감히 섣불리 나서지 못하지요. 그리고 버려진 자식이니 더더욱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소현준의 대답에 소우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전생에 소씨 가문 사람들은 황권이 두려웠을 뿐만 아니라 소우연이 버려진 자식이기에 아무도 그녀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래도 소현준이 이렇게 솔직하고 명백하게 얘기해주니 더 이상 전생에 당한 불공평한 대우에 집착하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59화

    “왕비께서는 그때 당시 매일 밖으로 외출하지 않으셨습니까?”소현준이 참다못해 묻자 소우연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전 그때 겨우 한 시간씩 외출했던 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왜 외출했겠습니까? 약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소현준을 위해 약을 지으러 외출하면서 낡은 절에 쓰러져 있던 한 낯선 남자를 치료해주기도 했다.그 남자의 말투로 보아서는 경성 사람 같았는데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온몸에 크고 작은 칼자국과 화상자국들이 가득했다.소우연과 그녀의 곁을 지키는 시녀 외에 소우희만 이 일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다.그때 당시 소우희는 남녀가 유별하니 소우연에게 그 남자를 치료하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살아 숨 쉬는 생명을 그냥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소우희는 이를 모른 척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남자를 살리는 조건으로 소우희는 소우연의 공을 빼앗으려 했다. 소우연이 매일 외출하면서 소현우를 7일동안 보살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소현우에게 그를 살린 사람이 소우희라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다.“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피곤합니다. 대감께서도 별로 듣고 싶지 않으신 것 같은데 이만 돌아가주십시오.”소우연이 피곤한 기색을 보이자 정연도 한걸음 나서서 말을 보탰다.“소 대감님, 이만 돌아가주십시오.”가족이 아닌 정연이 들어도 화가 치미는 대화였다.잠시 머뭇거리던 소현준은 자신이 단 한번도 관심을 주지 않은 여동생이 이제 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 같아서 이내 돌아섰다.소현준이 진료실을 나서자 정연이 소우연에게 다가가 물었다.“왕비님, 오늘 진료를 계속 할까요?”손을 미세하게 떨고 있는 소우연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소현준은 모든 진실을 다 알고 나서도 소우희를 전혀 탓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우희를 위해 소우연에게 찾아오기까지 했다.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진료는 이만해야 할 것 같다. 이만 저택으로 돌아가자.”소우연이 담담한 표정으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0화

    “연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냐? 그럼 조금 전에 했던 말도 진심이냐?”“당연히 진심이지요. 마음만 급하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특히 왕야께서는 4년 동안 거의 걷지 않으셨기에 더욱 천천히 적응해야 합니다.”“알겠다. 앞으로 연이 네 말을 잘 듣도록 할게.”잠시 고민하던 소우연이 말했다.“그럼 앞으로 매일 한 시간만 걷기 연습을 하십시오.”“그래.”휠체어에 앉은 이육진은 지팡이를 곁에 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우연이 말한 것처럼 마음만 급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소우연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했다.간단하게 목욕을 마친 뒤, 소우연은 이육진에게 약을 발라주고 침을 놓고 안마까지 해주었다.그러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기도 했다.이육진은 이민수가 얘기한 배꽃에 대해 생각하느라 정신이 팔려 소우연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왕야?”세 번째 부름에 겨우 정신을 번쩍 차린 이육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아, 그럼 소현준 그자는 왜 그냥 간 것이냐?”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저에게 소우희와 소씨 가문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차마 요구할 수가 없었겠지요.”“그래도 소씨 가문 나머지 사람들보다 자기 주제를 확실하게 알긴 아네.”이육진의 말에 소우연도 동의하듯 피식 웃었다.소현준은 소씨 가문의 유일한 장원 급제자로써 대리사경 일을 맡고 있었으며 소씨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를 자랑했다.만약 그때 당시 소현준이 소우연의 편에 들어 한 마디만 해주었다면 소우연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까지 처참한 대우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한편, 평춘왕 관저에서.만안당에서 큰 수모를 당한 소우희는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평춘왕 관저로 돌아왔고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손님 몇 명을 데리고 돌아온 평춘왕과 마주치게 되었다.화들짝 놀란 소우희는 말까지 더듬었다.“왕, 왕야…”“친정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왜 아직도 이 집에 있는 것이야?”평춘왕의 말에 소우희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친정에 갔다가 돌아온 겁니다.”“친정에 갔다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1화

    나중에 왕비를 들이고 나서도 계속 이 모양 이 꼴이었다.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본채 안을 쳐다보던 이지윤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소우희를 발견하자 이종대에게 버럭 화를 냈다.“아버지, 이젠 첩도 모자라서 왕비까지… 저 사람은 아버지가 이 집에 정식으로 들인 정실 부인입니다. 도대체 왕비를 몇 명이나 더 들여야 정신을 차리시겠습니까?”“지윤아, 네가 오해를 한 것이다.”이종대는 이지윤을 달래는 와중에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손님들을 내쫓았다.“저기, 왕야, 저희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말을 하던 두 사람은 급하게 저택을 나섰고 이종대도 대충 대답했다.“그래, 그래. 나중에 다시 보자고.”고개를 돌린 이종대는 아들이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자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지윤이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일들이 많아.”이지윤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모르는 일들이 많긴 무슨. 이 저택 안이 매일 조용하지 않으니 이지윤도 공부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어차피 꼴통 왕야로 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큰 죄를 짓지 않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대충 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자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밖으로 향했다.방 안은 순식간에 텅 비어 버렸다.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하인 두어 명을 보자 그제야 소우희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이종대 저자도 약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네! 이지윤에게 저렇게 고분고분하다니!’멀어져가는 이지윤의 뒷모습을 보며 소우희의 마음속에 희망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이지윤이 그녀를 이 지옥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다음날.소우희는 시녀 두 명을 데리고 결국 진원 장군 저택으로 돌아왔다.너무 일찍 온 탓에 저택 안에는 소씨 노부인과 임진숙밖에 없었다.“할머니…”조심스럽게 입을 연 소우희는 노부인에게 큰절을 올렸다.식탁 앞에 앉아있던 노부인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어젯밤 소현준이 했던 말들이 떠오르자 머리가 지끈 아팠다.어젯밤, 소현준은 소씨 노부인에게 자신이 저번에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2화

    딸의 뜻을 알아차린 임진숙은 서둘러 하인들에게 물러가라고 했다.그 뒤로 한참동안 엉엉 울던 소우희는 결국 모든 걸 사실대로 고백했고 임진숙은 너무 큰 충격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넌 봉황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잖아. 네가 태어날 때 흠천감의 도사님이 직접 네 운명까지 점을 치셨는데 잘못됐을 리가 없어. 넌 어렸을 때 매일 의서를 곁에 두고 살았는데 어떻게 의술을 익히지 못했을 수가 있어?”“그 의서들은 하나같이 재미가 없어서 도무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어요.”“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전 사람들을 속일 생각이 없었어요. 그때 당시 할머니 두통이 심해졌을 때 제가 의서를 많이 봤다고 저에게 두통을 고칠 수 있는 약을 지어오라고 하셨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약을 조제한다는 게 말도 안 되잖아요! 그러다가 나중에 소우연이 진정향을 조제해서 할머니께 드렸는데 할머니는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버렸어요. 소우연이 그때 당시 할머니께서 나를 믿으시니 나더러 진정향을 할머니께 드리라고 했어요. 그 진정향은 예상보다 효과가 더욱 좋았고 그때부터 할머니께서는 그 진정향을 제가 조제했다고 확신하게 되신 거예요…”“그럼 나중에라도 사실을 밝혔어야지!”“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할머니께서 두통으로 고통을 덜 받았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임진숙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군영에서 쓰는 약들은 뭐야? 왜 네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은 것이야?”“그, 그 약들은… 어차피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은 소우연이 의술을 할 줄 안다는 걸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제가 만들었다고 얘기한 거예요.”임진숙의 실망한 표정으로 보며 입술을 꽉 깨문 소우희는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어머니, 어머니까지 절 버리시면 전 정말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어머니…”임진숙은 주먹으로 소우희의 등을 몇 번 때렸다.“바보 같은 계집애, 어떻게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수가 있어!”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착했던 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3화

    다만 소우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의 책임을 소우연에게 돌렸다.소우희가 서럽게 울고 있을 때, 소현준의 호위무사가 혜주를 데리고 대청에 나타났다.소현준이 혜주를 힐끗 쳐다보자 혜주는 바로 소우희가 지금까지 저지른 짓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술술 얘기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소우희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아씨, 죄송합니다. 고문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소우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조금 전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지금쯤 감당할 수 없는 벌을 받았을 것이다.대청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헛기침을 몇 번 하던 소씨 노부인은 혜주와 소우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구나. 우리 가문에 어쩌다가 너 같은 멍청한 애가 태어난 것이냐!”노부인이 언성을 높이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곁에 있던 나인은 재빨리 노부인을 부축했다.“네 딸이니 네가 알아서 교육을 하거라!”노부인이 소홍범에게 말하자 안색이 어두워진 소홍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부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네, 어머니.”숨을 크게 들이마신 소씨 노부인은 지금까지 두통 치료로 썼던 진정향을 자신이 제일 싫어하던 소우연이 조제했다는 사실에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나중에 시간 나면 소우연 그 아이를 저택에 들라 하거라.”소씨 가문은 소우연에게 한번쯤은 확실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소씨 노부인은 지금까지 소우연이 소씨 가문의 저주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 저주받은 아이가 자신에게 진정향을 조제해주고 군영에 치료약까지 조제해줬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뿐만 아니라 소현우가 예전에 전장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며칠동안 혼절 상태에 빠져 있었을 때에도 소우연이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말도 안 돼.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가슴이 답답해진 노부인은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 화가 나서 기절할 것만 같았기에 나인의 부축을 받고 대청을 떠났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4화

    온몸을 덜덜 떨고 있던 소우희는 분노로 들끓고 있는 아버지의 눈빛을 보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바로 이 순간, 오랫동안 마음속을 억누르고 있던 커다란 돌멩이가 드디어 사라진 듯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그럴 줄 알았어요. 다들 저를 버리려는 거잖아요. 저를 버리고 싶은 거잖아요…”소우희가 엉엉 울면서 말하자 소홍범은 손을 번쩍 치켜들었지만 결국 소우희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네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하는 것이냐!”소우희는 황급히 임진숙 품 안으로 파고 들었고 딸을 품에 안은 임진숙은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대견하던 아이가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됐을까!이때, 조용하게 서있던 소현준이 소홍범에게 말했다.“이 일을 형과 셋째 아우에게 얘기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산적을 소탕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집안일까지 신경 쓰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승리해서 돌아오면 그때 얘기하는 낫지 않겠습니까?”분통이 터진 소홍범은 가슴팍을 부여잡고는 소우희를 가리키며 물었다.“네가 우리에게 더 숨기는 것은 없느냐?”“없, 없습니다.”가여운 소우희의 모습에 소홍범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지금까지 사랑을 듬뿍 주고 애지중지 키운 딸이기에 소홍범도 더 이상 혼낼 수가 없었다.하지만 멀쩡하던 소씨 가문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소우희가 더는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넌 이제 평춘왕 저택으로 돌아가 평춘 왕비로 조용하게 살 거라.”말을 마친 소홍범은 하루아침에 10년은 늙은 듯 허리를 구부리고는 힘겹게 탁자를 잡고 일어섰고 초점도 잃은 채 넋이 나간 눈빛이었다.한편, 소우희는 아버지의 말에 너무도 서러웠다.“아버지, 제발 저를 내쫓지 말아주세요. 전 평춘왕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전…”“넌 이제 평춘 왕비의 신분이야.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돌아가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하지만 평춘왕 그자는… 그 사람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65화

    “우희야,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임진숙은 황급히 소우희의 입을 막으며 말을 이어갔다.“그자는 이제 네 서방이야. 두 사람은 운명 공동체가 됐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서로 존경하고 존중해야 해.”“운명 공동체… 허허…”예전에 소우연을 회남왕 저택에 시집 보낼 때에도 가족들은 똑같은 말로 소우연을 설득했다.소우희는 평춘왕 저택에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아무도 그녀를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설마 지금까지 그녀에게 보여준 사랑과 관심이 전부 가짜란 말인가?소우희는 가치가 없어지니 헌신짝처럼 내버려진 자신의 신세가 소우연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우희야, 참아야 돼. 그래도 넌 지금 평춘 왕비잖아. 안주인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돼. 그게 여자의 삶이고 모든 여자들이 그렇게 살아왔어.”임진숙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막내 딸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임진숙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그 고통을 대신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어머니,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겁니까?”소우희가 임진숙을 보며 묻자 임진숙이 대답했다.“없어. 얼른 아이를 낳아야 너도 기댈 구석이 생기는 거야. 이러다가 나이가 많은 평춘왕이 어느 날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소우희는 결국 후처일 뿐이다. 더군다나 평춘왕은 소우희를 임신하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며 매번 합방을 하고 나면 소우희에게 피임 탕약을 먹였다.생각할수록 서러워진 소우희는 친정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기로 결정했다.하지만 이튿날, 소우희의 바람과 달리 평춘왕은 소우희를 데리러 직접 진원 장군 저택에 찾아왔다.이번에는 사위답게 선물까지 들고 왔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소홍범은 서재에 들어가 평춘왕을 만나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임진숙 혼자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평춘왕을 보자마자 소우희가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어머니가 저를 하도 그리워하셔서 친정에 며칠만 더 있다가 돌아가도 되겠습니까?”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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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6화

    “이제보니 소우희의 외출 목적이 소현우와 소한준 두 사람을 경성으로 데리고 오려는 거였네.”소우연이 담담하게 말하자 진규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이때, 정자에 앉아있던 이육진이 말했다.“소우희 그 여자는 경성의 천재 소녀가 아니라 완전 멍청이였어.”“예전에 덕빈 마마께서 소우희의 어여쁘고 천재적인 모습을 보고 폐하께 왕야와 소우희를 위해 혼인을 하사하라고 말씀하신 겁니다.”소우연이 피식 웃으면서 하는 말에 이육진은 그녀를 조용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대꾸했다.“그러고보니 소우희 그자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건 아니구나. 그자가 아니었으면 나와 연이 너의 인연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것이지 않느냐?”이육진은 그동안 자신의 생명의 은인을 계속 찾아다니고 있었지만 올해가 되어서야 단서를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특히 용강한은 전에 이육진에게 소우희 대신 시집온 아내에게 잘해주라고 하면서 어쩌면 소우연이 그의 고달픈 운명을 바꿔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그때 당시 이육진은 용강한에게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점을 봐 달라고 했고 용강한은 그런 이육진에게 급할 것 없다고, 인연이라면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고만 얘기했다.이육진은 용강한의 말투와 태도가 사기꾼처럼 느껴졌다.그러다가 혼사를 치른 뒤, 소우연의 몸에서 생명의 은인과 똑같은 약초향이 나자 이육진은 그제야 용강한은 사기꾼이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점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한편, 소우연은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나와의 인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그 말은 마치 이육진이 두 사람이 언젠가 함께할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렸다.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내 지운 소우연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왕야 말씀이 맞습니다.”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소우연이 잘못된 선택을 하나라도 했더라면 오늘 이런 날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이육진 이 남자만 봤을 때 이육진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며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5화

    소현우는 아버지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대 당시 최전방에서 적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후방을 책임지던 회남왕이 습격을 당한 탓에 지원군들이 제때에 나타나지 못했다.결국 삼천 명이 넘었던 병사들은 몇백 명 밖에 남지 않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전쟁에서 살아남긴 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소현우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부하는 곧바로 소현우를 조청강에 위치한 그의 외갓집으로 데려갔지만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그러다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본 사람이 소우희였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소우희가 매일 소현우 곁을 지켰고 하인을 시켜 약을 달이고 직접 소현우에게 먹여 주기까지 했다.이와 반대로 소우연은 매일 외출하느라 바빴다.자세하게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 소우연은 매일 소우희에게 소현우가 아직도 고열을 앓고 있는지, 상처에서 진물이 흐르지는 않는지 확인하라고 얘기한 것 같았다.“이제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 겁니까?”의자에 앉아있던 소현준이 소현우를 빤히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물었다.소현우는 소우희에게 의심이 생긴 게 확실하다.소홍번도 소현우를 보며 말했다.“진실이 무엇인지 너도 이제 다 알았을 거야. 의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너를 살려주었겠느냐?”안색이 확 굳어진 소현우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채 소홍범의 말에 대꾸를 했다.“아버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우리 소씨 가문은 소우연에게 미안한 게 많아. 하지만 근래에 네 어머니와 현준이가 회남왕에 찾아가 소우연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그 아이가 그렇게 냉정하단 말입니까?”소홍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현우는 고개를 돌려 소현준을 쳐다보았고 소현준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그럼… 도대체 뭘 원하는 겁니까?”소현우의 머릿속에 소우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소우연이 소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트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도대체 어떤 게 진짜이고 어떤 게 거짓일까? 소현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4화

    “오라버니, 일단 진정하십시오. 소우연은 지금 회남왕비입니다. 다른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치던 예전의 소우연이 아니란 말입니다.”소우희는 눈물을 닦으면서 겨우 말을 이어갔고 그 모습에 소한준은 너무 안쓰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소우연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아무리 그래도 우린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가족인데 소우연이 너에게 그런 몹쓸 짓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소우연은 지금 저뿐만 아니라 소씨 가문 모든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회남왕 저택에 찾아가보십시오. 소우연은 얼굴도 비추지 않을 겁니다.”소우희가 나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소씨 가문의 나머지 사람들은 속이기 쉽지 않지만 소한준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가장 예뻐하고 아껴줬으며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기에 이번에도 무조건 그녀의 편에 설 거라고 확신했다.‘난 봉황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복덩이야. 절대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어!’한편, 소한준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우희를 쳐다보자 소우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제가 지금까지 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저와 둘째 오라버니, 그리고 어머니까지 소우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회남왕 저택에 찾아갔는데 소우연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라버니, 솔직히 전 소우연이 제 모든 걸 빼앗아가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소우연의 행동을 보면 저희 소씨 가문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깊어 보입니다. 만에 하나, 소씨 가문을 완전히 망가트리겠다는 소우연의 말이 그냥 홧김에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어떡합니까?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둘째 오라버니는 제 입에서 소우연이야말로 의술을 할 줄 아는 딸이라는 말을 직접 들으셨기 때문에 소우연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제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목숨 걸고 금주까지 와서 큰 오라버니와 셋째 오라버니께 이 사실을 전해드리는 겁니다!”“다들 미쳤구나!”소한준이 이를 악물며 말하다가 너무도 가여운 소우희를 쳐다보았다. 두 눈은 너무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3화

    소현우와 소한준이 서로를 힐끔 쳐다보다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소한준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소우희를 쳐다보며 말했다.“우희야, 네가 고생이 많다. 걱정하지 말아라. 큰형과 난 언제든 네 편이다.”소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걱정하지 말 거라. 내일 내가 일단 아침 일찍 경성으로 출발하마! 우희 넌 한준이와 함께 천천히 뒤따라오거라. 절대 낙심해서는 안 된다!”소우연은 아마도 소우희를 도와서 약을 제조할 때 의술을 조금 익혔을 것이다.그런데 어떻게 가문을 망가트리겠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회남왕은 왜 갑자기 자비를 베풀어 소우연을 살려둔 걸까?예전에 소현우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생명이 위태로웠을 때 소우희는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곁에서 소현우의 시중을 들었는데 이와 반대로 소우연은 매일 밖으로 싸돌아 다니느라 바빴다.친 오라버니가 위독하다는데 전혀 신경도 안 쓴 소우연만 생각하면 소현우는 너무 실망스웠다.“고마워요, 큰 오라버니.”소우희가 가까스로 미소를 보이며 말하자 소현우가 곁에 있던 혜주에게 말했다.“넌 일단 우희가 푹 쉴 수 있게 모시고 나가거라.”그제야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혜주는 소우희를 부축한 채 방을 나섰다.두 사람이 나가자 소한준이 씩씩거리면서 언성을 높였다.“소우연 걔는 미친 게 분명해요. 회남왕에게 시집을 갔다고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단 말입니다.”“네가 아무리 화를 내도 소용없어. 이 일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소우연은 결국 소씨 가문 사람이야. 일단 돌아가서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고 우희의 억울함을 풀어줘야지.”“아버지와 둘째 형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소우연의 말만 듣고 그럴 수 있는 겁니까?”“우희가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소우연이 할머니로 우희를 협박했다고. 우희에게 의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소우연이라고 인정하라고. 심지어 본인이 소씨 가문 복덩이로 인정하라고도 했다 하지 않았느냐? 소우연 걔가 참…”한편, 방을 나선 소우희와 혜주는 멀리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2화

    “혜주 얘는 왜 이래?”그제야 평소와 다른 혜주를 눈치챈 소현우가 묻자 소우희가 대답했다.“소우연이 절 협박했다는 사실을 혜주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우연이 일부러 이런 수를 쓴 겁니다. 사실을 전혀 모르시는 아버지께서 화를 버럭 내시더니 혜주에게 벌을 내리신 겁니다. 혜주의 혓바닥은 결국 소우연이 자른 겁니다.”“아버지가?”소현우와 소한준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에 거의 화를 내지 않는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큰 벌을 내렸다는 건 그만큼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다.하긴, 아버지께서 사실을 왜곡한 소우연의 말을 믿었으니까 당연히 화가 나셨을 것이다.“불과 몇 달 사이에 집에 이렇게 큰 변고가 생겼을 줄은 몰랐네.”소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소현우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소우연이 소우희 대신 회남왕에게 시집을 가고 이 때문에 황제가 평춘왕와 소우희 두사람의 혼사를 하사했을 때부터 소현우는 소씨 가문이 몰락하고 있다고 느꼈다.하지만 소우연까지 이렇게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이건 단순한 변고가 아닙니다! 소우연이 회남왕을 부추겨 덕빈 마마와 폐하게 평춘왕의 혼사를 하사해 달라고 한 게 분명해요. 소우연이 우리 우희를 철저하게 망가트리려고 한 겁니다.”소우희는 감동한 눈빛으로 소한준을 쳐다보았다.소씨 가문 사람들이 말로는 다들 소우희를 예뻐하고 아꼈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앞에 나서서 소우희를 지키는 사람은 소한준밖에 없었다.이런 생각에 소우희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셋째 오라버니, 소우연이 절 원망하고 미워하는 건 괜찮은데 할머니의 병으로 장난치는 건 정말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오라버니들도 경성을 떠나기 전에 소우연이 어떤 태도인지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 이제 소우연 마음속에는 소씨 가문이 없습니다. 심지어 소씨 가문을 완전히 무너트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너…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소현우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다급하게 제지하자 소우희가 훌쩍이며 말을 이어갔다.“오라버니, 제가 어렸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1화

    예상에 없던 폭우 때문에 노정이 지체된 소현우와 소한준은 날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금주에 도착했다.여러 사람들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소우희는 뒷돈을 챙겨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금주 역참에 들어와 소현우와 소한준을 만나게 되었다.“우희야, 네가 금주엔 어쩐 일로 온 것이냐?”소현우는 자신과 소한준 앞에 무릎을 꿇은 소우희를 재빨리 부축하며 물었지만 소우희는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소현우는 고개를 돌려 혜주에게 말했다.“얼른 우희를 일으키지 않고 뭐 하는것이냐?”혜주가 얼른 소우희를 부축했지만 소우희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기에 혜주도 소우희를 따라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 거냐?”성격이 급한 소한준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여동생이 애절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이때, 소우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큰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이제 저에겐 돌아갈 친정집이 없습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할머니를 위해 조제할 진정향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약재를 소우연이 전부 싹쓸이했습니다. 제가 세자께 부탁을 해서 금주와 영주 약방을 다 돌아봤는데 결국 구하지 못했습니다. 두통이 점점 더 심해지는 할머니를 보며 도무지 가만있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회남왕 저택에 찾아가 소우연에게 빌고 또 빌었는데 소우연이 글쎄… 글쎄…”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던 소우희가 한참동안 훌쩍거리다가 겨우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소우연이 저를 도와 약재를 달였을 때 전 처방전을 조금도 숨김없이 다 보여줬었습니다. 그런데 소우연이 갑자기 돌변하여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소우희의 말에 소한준이 이를 악물며 대꾸했다.“난 산적을 소탕하러 가기 전부터 네가 마음에 걸렸다!”소현우도 미간을 찌푸리며 소우희를 쳐다보았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소현우가 다시 한번 잡아당기자 소우희는 못 이기는 척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오라버니들, 소우연은 분명 진정향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00화

    마음속에 큰 파도가 출렁거렸지만 소우연은 최대한 태연한 모습ㅇ르 유지한 채 다정한 눈빛으로 이육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전 왕야를 믿습니다.”이렇게 좋은 왕야와 함께 한다면 미래에 온통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한편으로 두 사람의 미래가 막연하다고 했던 용강한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리고 용강한이라는 사람이 너무 수상하기도 했다. 용강한은 소우연이 두 번째 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혹 용강한 그자가 너에게 겁을 주는 말이라도 한 것이냐?”이육진은 이제 용강한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용강한은 평소에 말수가 적지만 점괘를 보기 시작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직설적이고 날카로웠다.“아닙니다.”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소우연은 왠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이육진은 그런 소우연의 손을 꼭 잡은 채 소우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으며 용강한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한편, 금주 성문 부근에서.“왕비님, 소인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소 장군님 일행은 오늘 내로 금주에 도착하여 역참에 묵을 예정이라고 합니다.”검은 복장을 차려입은 호위무사가 소우희에게 보고를 올렸고 소우희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가 곁에 있던 시녀 춘화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가서 혜주를 데려오거라.”벙어리가 된 혜주를 데리고 다니는 게 참 불편하고 성가신 일이지만 큰 오라버니와 셋째 오라버니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 혜주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네.”밖으로 나간 춘화는 이내 혜주를 데리고 들어왔다. 낡은 마의를 입은 혜주는 얼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소우희에게 인사를 올렸고 소우희는 그런 혜주를 재빨리 일으켰다.“얼른 일어나거라.”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하인들에게 말했다.“너희들은 이만 물러나거라.”하인들이 밖으로 나가자 소우희는 혜주를 안아주더니 혜주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혜주야, 너와 내가 이런 비참한 처지에 놓일 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9화

    한편, 정연은 명심에게 왕비와 왕야를 위해 따듯한 목욕물을 준비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왕비님이 나오셨습니다.”소우연을 발견한 명심이 말했다.정연과 명심은 가까이 다가가다가 휘청거리는 소우연의 모습에 재빨리 달려가 부축했다.“왕비님, 왜 그러시는 겁니까?”화들짝 놀란 정연이 다급하게 물으며 대청마루를 힐끔 쳐다보았다.“난 괜찮다.”소우연이 대답했다.‘괜찮다고? 얼굴이 이렇게 하얗게 질렸는데 괜찮다니?’정연과 명심은 양쪽에서 소우연을 부축해서 걷다가 맞은편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던 이육진과 마주치게 되었다.핏기를 잃은 소우연의 모습에 이육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어찌된 일이냐?”겨우 진정한 소우연은 이육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별일 아닙니다. 배가 고파서 잠시 휘청거렸습니다.”이육진은 소우연의 핑계를 당연히 믿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점심 식사를 늦게 했기에 이 시간에 배가 고플 리가 없다.“그럼 얼른 가서 간식 좀 준비하거라.”“네, 알겠습니다.”정연과 명심이 소우연을 부축한 채 떠났다.이때, 대청에서 나온 용강한은 문턱 앞에 서서 담담한 눈빛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조금 전에 왕비가 뭘 물어본 것이오?”이육진이 휠체어를 끌고 가까이 다가가 묻자 용강한은 조금 전에 소우연이 했던 질문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만 용강한과 소우연이 어렸을 때의 인연과 그가 소우연에게 물었던 그 질문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소우연의 화들짝 놀란 반응에서 용강한은 그녀가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그저 너무도 평범한 질문이었는데 왕비는 왜 그렇게 겁을 먹고 놀란 걸까?용강한은 이육진을 보며 말했다.“왕야, 왕비님이 겉으로 보기엔 씩씩하지만 사실 마음이 여리고 상처가 많은 분이오. 그런 사람에게는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네.”“나도 왕비가 또래 소녀들처럼 그렇게 천진난만하고 걱정 없는 것 같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네.”이육진은 소우연이 떠난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용강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8화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도 인연이 참 깊은 듯합니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차를 한 모금 마시던 용강한이 소우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왕비님께서 저를 아직까지 기억하신다고 하니 저에게는 너무도 영광스러운 일입니다.”“아닙니다. 그 남자아이가 대감님이라고 하시니 저도…”오래간만에 소녀다운 모습을 보이던 소우연은 용강한을 쳐다보며 그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 듯 말했다.“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있는데 대감님께서 이를 풀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용강한은 소우연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대답했다.“왕비님께서는 회남왕 저택의 미래에 대해 묻고 싶으신 것이지요?”“네, 그렇습니다.”소우연은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고 초조했다. 그녀는 회남왕 저택의 미래를 간절하게 알고 싶었지만 알게 되는 게 두렵기도 했다.“그 미래가 너무도 막연하고 아득하여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말을 하던 용강한은 소우연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왕비님께서는 무엇을 더 알고 싶으십니까?”용강한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담담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그는 순백의 구름과도 같았다.“저는…”소우연은 입을 뻥긋거리며 자신과 이육진이 앞으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말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조금 전에 용강한은 미래가 막연하고 아득하다고 얘기를 했었다.‘만에 하나 용강한이 판을 뒤집는 건 말도 안 되는 욕심이라고 대답하면 어떡하지? 그럼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인 이민수가 황위에 오르기 위해 힘을 쓰는 몇 년 동안 나와 이육진은 언젠가 죽을 걸 알면서 그자와 싸워야 한단 말인가?’이런 생각에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소우연은 대청 밖 파란 하늘에 둥둥 떠있는 흰 구름을 보며 어떻게든 차오르는 슬픔과 눈물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용강한이 주먹을 꽉 쥔 채 물었다.“왕비님, 혹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소우연은 간절하게 알고 싶다는 눈빛으로 용강한을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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