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진영택은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그를 힐끔 노려본 육문주가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운전에 집중하기나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넵.”“그 여자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어?”“아직이요. 그분 성함이 한영미인데 여태 아무 정보도 알아낸 게 없는 걸로 봐서는 십중팔구 개명을 한 걸로 보여집니다.”“계속 조사해. 조수아한테 절대 접근 못하게 하고.”육문주는 조수아가 1년 여를 실종한 원인에 분명 그 여자와 관련되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안 그러면 조수아가 그 여자를 그렇게까지 미워할 이유가 없었기
안혜원의 눈밑에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곧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그녀가 대꾸했다.“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실 수가 있으세요. 그때 설매가 세상을 떠난 것도 아이를 지키려다 그렇게 된 건데, 아무렴 가짜가 있겠어요. 미진이가 얼굴은 몰론이고 혈액형마저 제 아버지랑 똑같은데. 미진이 아버지 앞에서는 절대 그런 얘기를 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그 사람 한 번 성질이 올라오면 친척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사람이잖아요.”“뭐가 어째? 누가 그런 사람이랑 친척이야. 그때 우리 문주가 눈도
조수아의 두 손이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송미진이 절대로 자신을 이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 그날 법정에서 재생한 녹음 파일이 바로 조수아를 자극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무기였다.생각해 보지 않아도 지금 회사 전체에 그녀와 육문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소문이 쫘악 퍼져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당민석이 조수아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그녀의 팔을 터치했다.“조 비서님, 저희는 조 비서님을 믿어요. 분명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거겠죠.”조수아는 쓴웃음을 흘렸다.“아니요. 오해는 없습니다. 이
조수아는 그저 옅게 웃으며 답했다.“안혜원 이사님께서 직접 정하신 부분입니다. 전 관여할 권리가 없었습니다.”그리고 솔직히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눈앞의 차가운 얼굴을 내려다 보는 육문주의 눈썹이 작게 들썩였다. “이번 회사 창립 기념 파티에 내가 누굴 데리고 출석하든, 그 의미를 모르지 않잖아. 근데 왜 질투 안 해?”조수아의 어조에서는 여전히 그 어떠한 파란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님, 새장에 갇힌 새는 그런 걸 관여할 권력이 없는 존재입니다. 저의 임무는 대표님의 섹스파트너로서의 성심을 다 하는 것, 그저 침대에
방금 전의 그 여자는 조수아의 친어머니였다. 그녀는 왜 자신의 어머니가 이렇게 돼버린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녀 하나 때문에 조수아의 아버지는 하마터면 파산을 할 뻔했고, 심장에 심각한 이상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조수아는 제일 심한 정도의 우울장애에 심지어 목소리까지 내는 법을 잊게 되었다. 그로부터 이렇게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왜 그녀는 자신들을 놓아주지 않는지, 조수아는 한탄이 앞섰다.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조수아는 가방에서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얼른 정서를 가라앉히고 통화버튼을 눌렀다.“의상 피팅하러
육문주의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졌고 그의 얼굴에선 온화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조수아에게서 이 사람의 이름을 들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녀는 늘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른다. 육문주는 조수아의 삶에서 이 남자를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못 들은 척하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남자의 강한 소유욕은 그의 이성을 잃게 했다. 그는 조수아가 다른 남자에게 의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녀가 꿈속에서 매번 자신이 아닌 다른 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표정이 어두워진 육문주는 결국 감정을
육문주의 눈가에 살벌한 기운이 짙어졌다.“당장 해고해. 그리고 영원히 회사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해.”“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조수아의 눈앞에는 늠름하게 생긴 육문주의 얼굴이 있었다. 그는 온몸을 벌거벗은 채 그녀를 품에 꼭 가두고 있었다. 순간 조수아의 뇌리에 어젯밤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조수아와 육문주는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조수아가 흥분하자 육문주는 그녀에게 음란한 말을 하게 했는데, 조수아는 그 말들을 생각하자 낯이 뜨거워졌다. 조수아는 어젯밤 그와 잠자리를 가진 후 확실히 마음이
드레스를 갈아입고 거울 앞에선 조수아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드레스는 조수아가 가장 좋아하는 하늘색이었다. 튜브톱 디자인에 과감하게 드러난 허리 뒷부분은 얇은 끈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끈 이음새는 마치 푸른색 나비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풍겼다. 드레스 끝부분은 바닥에 길게 떨어져 있었고 파란색 원단에 다이아몬드가 산발적으로 박혀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불빛 아래에서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오색찬란한 빛을 드리웠다.매니저는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대표님 안목이 정말 좋으시네요. 이 드레스는 정말 조수아 씨 분위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