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시후네 식구는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차를 몰고 가구거리로 향했다. 윤우선은 밤새도록 생각했지만, 김상곤의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는 알아내지 못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돈을 다 쓰게 되자, 그녀는 애간장이 탔다.이와 같은 시각, WS 그룹 가족들 역시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화물차가 도착했고 WS 그룹의 가구들을 수레에 싣고, 가구거리로 향했다. 그들이 향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북아현동에는 규모가 꽤 큰 가구거리가 있었다. 이곳은 바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단지로, 1980년대부터 형성되어 이곳에는 100여 개의 매장들이 입점해 있었다. 여러 수준의 가구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가구를 구매하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김상곤은 어머니 신 회장의 영향을 받아, 특히 엔틱 가구들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골동품들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좋은 원목으로 제작한 엔틱 가구들을 좋아했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WS 그룹 별장에 있는 원목 가구들을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신이 간직할 수 없었기에 그저 생각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가구거리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원목 가구를 파는 매장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윤우선은 "당신은 왜 썩은 나무 덩어리를 사서 집에 가려는 거야? 이제 새 집은 호화롭게 꾸며진 큰 별장이라, 유럽식 가구들을 사야지!! 원목 가구들은 색도 촌스럽고 비싸! 그리고 앉아 있기도 힘들고, 절대 안 돼!!”라며 얼굴을 찡그리고 소리쳤다."당신이 뭘 알아? 원목 가구는 잘만 보존하면 꽤 높은 금액으로 되 팔 수도 있어!” 김상곤은 윤우선을 무시하며 말했다."뭐! 나도 대학 나온 사람이야!! 네가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윤우선은 지지 않으려 화를 냈다.김상곤은 손을 뒤로 저으며 말했다. "이런 건 세상 물정 모르는 당신 같은 사람이 알리 없지~” 그리고는 시후를 향해 말했다. “은 서방, 자네는 우리가 원목 가구를 사는게 돈을 날리는 거라고 생각하나?”시후는 아무렇지도 않
"100평 이요??!" 직원은 아연실색하며 "너무 큰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청년재에서 가장 큰 별장인데 아마 거실이 좀 크겠죠? 하하하!”직원은 놀라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음.. 선생님, 그렇다면 이렇게 큰 거실은 가구를 많이 사서 넣으셔야 좀 휑한 느낌이 덜 하실 겁니다.” 그러자 직원은 ‘Riva 1920’ 브랜드의 제품이 전시된 쪽으로 급히 안내하며 말했다. "선생님, 이 브랜드는 최고급 원목 가구 브랜드로, 100년 전통의 브랜드입니다. 주문하시는 즉시 제작하여 배송해드립니다.”김상곤은 다가가 소파 팔걸이를 만지작거렸고, 손에 잡히는 미끄러운 감촉이 그를 매우 만족스럽게 했다. “그럼 여기 이 장식장은 어떻게 합니까?”그러자 상대방이 말했다. “선생님, 이건 최고급 원목 ‘KAURI’라는 희귀성 나무로 만든 것으로 굉장히 좋은 목재입니다. 장식장의 크기도 꽤 커서 3800만 원 정도 합니다.” "허!" 김상곤은 깜짝 놀라며, "이렇게 비싸?!"라고 말했다."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이것은 희귀 나무로 만든 좋은 재료이기 때문에 가격이 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청년재의 가장 큰 평형의 별장으로 들어가신다고 하면 적게 잡아도 수십 억이 되는데.. 이렇게 고급 별장에 이런 가구는 하나쯤 들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러자 윤우선이 옆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장식장 하나에 3800만 원이나 해요?! 저 정도면 거의 업고 다녀야겠어~?”김상곤은 그녀를 노려보더니 당황하여 직원에게 말했다. "그게.. 나머지 가구들도 사야 해서.. 하나만 너무 비쌀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혹시 좀 더 싼 것은 없습니까? 꼭 최고급 수종으로 만들 필요는 없어서..”그러자 직원은 다른 종류의 가구들을 추천해주었다. "그러면 이 ‘Desalto’ 라인도 가격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 테이블 같은 경우에는 1200만 원대이고요, 지금 저희가 전시하고 있는 가구들 중에서는 조금 저렴한 라인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김상곤은 사장이 자신에게 가구를 팔 것을 물어보자 어리둥절해졌다. 자신은 분명히 가구를 사러 왔는데, 왜 팔라고 묻는 것이지? 그래서 그는 이렇게 물었다. "나는 가구를 사러 왔는데.. 무슨 소리예요?!” 그러자 직원도 급히 그 사내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 선생님께서는 원목 가구를 보러 오신 거예요." 그리고 방금 들어온 김창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서 계시는 분이 가구를 팔러 오신 거고요."그러자 사장은 그제서야 문득 깨닫고 급히 김상곤에게 사과했다. "아이고..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손님!" 그러고는 다시 김창곤을 바라보며 물었다. "선생님, 어떤 가구를 가지고 오신 건가요?"김창곤은 동생이 가구를 사러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이곳을 벗어 나고만 싶었다. 동생에게 비웃음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창곤이 이 가게를 선택한 것은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큰 원목 가구 전문점이기에, 현재 시장에서 중고 원목 가구 가격을 가장 높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가게로 가면 수십 만 원씩 가격을 깎아 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김창곤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제가 원목 소파와 테이블 한 세트를 팔려고 하는데요, 조금 오래된 물건들입니다." 그러자 사장은 웃음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희는 고급 원목 제품이면 오래 되어도 취급하고 있거든요! 물건은 어디에 있지요?”김창곤은 어색한 표정으로 김상곤을 힐끗 쳐다보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기 차 안에 있습니다. 차는 주차장에 있으니 함께 가보시죠." 김상곤은 이때 형을 보며 속으로 깜짝 놀랐다. 김창곤은 최근 홍라연이 실종된 일로 인해 줄곧 근심 걱정이 많아서인지 살이 많이 빠져 핼쑥해졌고, 머리도 하얗게 새어 이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김상곤은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 형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김창곤은 신 회장과 자녀들을 함께 데려왔는데, 네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어두웠고, 특히 신 회장의 얼굴은 볼품없을 정도로 많이 상해 있었
말을 마치자 그는 김상곤을 상대하기 싫어 사장에게 말했다. “그럼 저랑 물건이나 확인하러 가시죠!”"그렇게 하시죠!"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창곤과 함께 가게를 나갔다.신 회장은 이때 얼굴을 찡그리며 김상곤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 너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김상곤은 분명히 어머니와 교류를 끊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친어머니이기에 존경과 질투가 함께 남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은 서방이 받은 별장 인테리어가 다 끝나서, 이사를 위해서 가구를 사러 왔어요.”김상곤의 말은 사실이었지만, 신 회장에게는 이 말이 자신의 뺨을 직접 갈기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 자신은 돈이 없어서 원래 소유하고 있던 별장에서 쫓겨날 판인데.. 게다가 지금 빚을 갚기 위해 남편이 물려준 물건들을 팔아야 할 정도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쫓겨난 둘째 아들은, 초호화 별장으로 이사를 간다니.. 아들을 쫓아낸 것은 정말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청년재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별장이라고 생각하니, 신 회장은 참을 수가 없어 이를 갈며 말했다. “지금 일부러 날 엿 먹이려 이렇게 자랑하는 거냐?”"아니죠 어머니!" 김상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급히 해명했다. “그냥 여기서 뭐 하고 계신 건지 물어본 것일 뿐인데요..?”윤우선은 김상곤이 신 회장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하고 빌빌 거리는 것을 보고 매우 언짢았다. 신 회장은 여러 해 동안 자신을 업신여겼는데, 지금은 중고로 가구를 팔러 올 정도까지 돈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도 여기서 건방지게 아들을 무시하고 있다니..? 그러자 윤우선은 곧장 앞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어이구 어머님, 여긴 웬일이세요? 호호호! 아버님께서 남겨두신 가구도 이렇게 팔러 오시다니.. 그 정도로 WS 그룹이 어려운가요?!! 어쩌나?”신 회장은 윤우선이 자신을 비아냥거리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라 소리쳤다. "윤우선, 누가 너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라고
"그만해!" 신 회장은 화가 나서 가슴이 심하게 출렁거렸고, 윤우선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억척스러운 년!! WS 그룹이 지금 볼품없이 초라해졌다고 해도, 조만간 재기할 기회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때가 되면, 제발 WS 그룹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울고불고 해도 절대 그럴 일은 없어!"김상곤은 이때 다급하게 윤우선을 말렸다. "어머니한테 이렇게 심하게 말할 수 있어? 지금 당장 빨리 사과해!"그러자 윤우선은 눈썹을 찡그리며 김상곤을 바라보다가 짜증을 냈다. "당신은 이 늙은이가 어떻게 당신을 쫓아 냈는지 벌써 잊었어? 그런데도 아직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냐고!” 윤우선은 다시 신 회장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어머님~!! 제가 부탁 좀 드릴게요! 지금 어머님께서 어떤 꼴을 하고 계시는지 한 번 돌아는 보시고 저에게 지금 이런 소리 하시는 거예요??? 아니~ 지금 WS 그룹이 뭐라고요? 재기를 한다고요? 오호호호!! 그런 회사가 지금 집에 있던 가구를 중고로 팔기 위해 이런 곳에 와요?? 저는 오라고 해도 안 갈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아~!!”신 회장은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윤우선의 코를 손가락질하며 분노했다. "윤우선!!!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지?!! 네가 감히 내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내가 네 년이 오늘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있겠어! 조만간 기회를 보다가 네 다리를 분질러 버릴 거라고! 그리고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사과하도록 만들 거다!"하지만 윤우선은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한 번 해보시죠~ 그런데 어머님께서 가능하시겠어요? 이제 다 늙어 빠져 가지고~ 곧 한 줌 흙이 다 되어 가시는데.. 제 다리를요? 호호!! 자, 자, 제 다리 바로 여기 있습니다! 부러뜨려 보시죠~" 그러면서 윤우선은 정말로 다리를 내밀며 신 회장을 향해 냉소를 퍼부었다.이런 행동은 신 회장을 정말 화나게 만들었다. 그녀는 마음 같아서는 정말 윤우선의 다리를 그 자리에서 아작 내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러나 신 회
그러자 직원은 몇 가지 가구들을 더 보여주었다. 하지만 상곤은 별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고, 직원은 "그렇다면 다른 곳들도 한 번 돌아보시고 생각나시면 다시 오세요~"라고 말했다.상곤과 가족들이 가게 밖으로 나오니 신 회장 가족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김상곤은 또 원목 가구를 파는 상점에 들렀지만, 딱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구들은 찾지 못했다. 윤우선은 서둘러 침실과 부엌 등에 들어갈 가구들을 사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오늘 자신의 손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김상곤은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가족들과 함께 우선 다른 방에 들어갈 가구들을 사기로 결정했다.윤우선은 자신의 마음에 들었던 2000만 원대의 침대를 선택했고, 유나도 비슷한 금액대의 침대를 골랐다. 옷장, 협탁, 화장대 등 각자의 방에서 쓸 가구들은 빠르게 결정되었다. 그리고 손님들을 맞이할 방에도 적절한 가구들을 준비했고, 필요한 가전 제품들과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구매했다. 윤우선은 계산을 할 때마다 김상곤의 옆에서 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계산을 다 해보니 김상곤이 아직 1억 8000만 원 정도의 돈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만약 김상곤이 이 돈으로 더 비싼 원목 가구와 소파를 구매하고, 거실을 꾸미기 위해 다른 가구들을 더 구입한다면 정말 남는 돈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덜 비싸지만 원목이 아닌 유럽식 가구들을 배치한다면 적어도 수천만 원을 아낄 수 있을 것인데. 그러자 그녀는 김상곤의 곁에서 그를 계속 설득하려 했다. "여보~ 마음에 드는 원목 가구가 없어? 그럼 우리 먼저 유럽식 소파랑 장식장을 먼저 사서 쓰다가, 나중에 돈이 생기면 당신이 원하는 원목 가구들을 사면 되잖아요?!”김상곤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바로 대답했다. "내가 어떤 가구들을 살지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지금 침실, 부엌을 포
이 말을 듣자 김상곤은 흥분하여 소리쳤다. "진짜지!!! 그럼 내가 살게! 얼마라고 불렀는데?!"김창곤은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진심으로 원해서 파는 거야! 일단 소파랑 협탁은 3500만 원이야! 어머니 계좌번호 알지? 거기로 돈 입금해! 우리가 확인하고 나면 가구를 너에게 팔 테니까!”김상곤은 조금 생각하다가 형에게 말했다. "형, 그럼 이렇게 하자. 가구를 청년재로 보내면, 하역한 뒤에 내가 즉시 돈을 입금해 줄게!”전화기 너머의 김창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알겠다. 지금 차에 물건이 실려 있으니까 언제든 가져갈 수 있어.”"알겠어 형, 그럼 별장에서 보자! 기다릴게!" 김상곤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말했다. “은 서방 자네가 정말 맞혔어! 그 가구들을 진짜 나에게 판다고 하네?!”그러자 윤우선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자신이 방금 한 말뿐만 아니라, 김창곤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김상곤이 그 가구를 사고, 나머지 가구들을 구매한다면 남는 돈이 없을 것이었다. 윤우선은 시후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시후는 이런 윤우선을 상대하기 귀찮았다. 장모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후는 장모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을 보자 더욱 흥미로워졌다. 네 식구는 이미 필요한 가구들을 대부분 다 샀기 때문에, 차를 몰고 청년재로 향했다. 청년재는 이미 인테리어가 완료되어, 가구가 없는 것 외에는 더할 나위 없이 고급스럽고 호화로웠다. 거실은 화려한 장식이 있었고, 바닥 전체가 천연 대리석으로 광택이 나는 것이 마치 거울 같았다. 별장 내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웅장한 성 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윤우선은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보자, 마치 온몸의 모공이 활짝 열리는 듯 즐거워했다."지난 번에 봤을 때는 아직 인테리어가 끝나지 않았고, 거실 바닥에 스크래치 방지 매트가 깔려 있어서 자세히 못 봤는데.. 오늘 이렇게 보니 궁궐 같네 궁궐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살게 될 건 바로 늘 자신이 무시하고 또 무시했던 김.유.나.였다! 이렇게 생각하자 열이 받친 혜빈은 "할머니, 저도 함께 가 볼래요!”라며 재빨리 자신의 오빠와 신 회장을 부축했다.세 사람이 별장의 거실로 발을 들여놓자 엄청나게 화려한 장식들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세 사람은 내부를 보고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거실 상공에는 10여 미터나 되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크고 호화로운 크리스털 램프가 걸려 있었다.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밖에서 떨어지는 햇빛이 크리스털 램프에 굴절되어 내부로 들어오니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인테리어였다. 신 회장은 거실에 서서 두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WS 그룹 별장은 여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작은 오두막집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자신의 별장보다 거대하고 엄청난 장식들로 가득했다! 신 회장은 자기도 모르게 여기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까 상상해보았다. 아마 매일 집에만 있고 싶겠지..? 하지만 정말 애석하게도 자신은 이렇게 호화롭게 살 운명이 아닌 것 같았다!상곤이는 평소에 보는 눈이 없었지만, 사위 하나는 정말 제대로 잘 고른 듯했다. 은시후처럼 고아원에서 자란 녀석이 어찌 이렇게 운이 좋을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애당초 시후를 깔보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무슨 말을 해도 그를 정중하게 대하고, 상곤이의 가족들을 모두 정중하게 대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신도 이 호화로운 곳에서 함께 들어갈 기회가 있었을까...? 안타깝지만.. 자신은 이미 김상곤과 분명히 교류를 끊어버렸는데 이제 와서야 뻔뻔한 얼굴로 관계를 회복시키자고 말해봤자, 아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옆에 있는 혜준과 혜빈 역시도 괴로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혜빈은 궁궐 같은 거실을 바라보며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애초에 할머니가 은시후에게 미움을 사지 않았다면 로이드 그룹이 자신과 파혼
이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중열의 온몸이 흠칫 떨렸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바로 미소를 짓고 있는 시후의 모습을 보고 순간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어째서.. 어떻게 오신 겁니까?”시후는 조용히 이중열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이중열을 보지 않은 지 단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한층 더 늙고 초췌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최근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었다.시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가볍게 미소를 띠고 말했다. “며칠 전부터 여기 있었어요. 삼촌께서 홍콩으로 가시는 날인데, 제가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번에 홍콩에 온 이유는 바로 삼촌이 무사히 홍콩에 가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이제부터 그 누구도 삼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그러자 이중열은 다급하게 말했다. “도련님..! 유가휘가 저를 죽이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를 직접 마중 나오시면, 정말 위험할 겁니다....!”하지만 시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 있는 성도민을 가리켰다. “삼촌, 이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이 바로 블랙 드래곤의 리더, 성도민 씨입니다. 오늘 누군가 삼촌님을 해치려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방해한다면 저는 반드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입니다.”성도민은 즉시 공손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은 선생님과 제가 있는 한, 홍콩에서 감히 선생님께 손을 대려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이중열은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의 눈가는 순식간에 붉어졌고, 그는 끝까지 눈물을 참으며 목이 메인 듯 간신히 말했다. “도련님.... 저는 은서준 상무님께도 아직 큰 은혜를 갚지 못했는데.... 이제 또 이렇게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되었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성도민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배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한편, 옆에서 이 말을 듣던 유가휘는 크게 놀랐다.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조금 전 배유현의 말을 들어보니.. TS Shipping의 진짜 주인은 은 비서라는 뜻인가? 그 변지현이라는 사람도 은 비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러자 유가휘는 이내 감탄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은 비서는 단순히 TS Shipping의 비서일 리가 없어! 만약 은 비서가 TS Shipping의 실제 소유주 라면, 그의 진짜 능력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날지도 몰라!’유가휘는 자신도 모르게 시후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시후는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곁에 서 있는 성도민과 배유현과 같은 강력한 인맥을 가지고 있으니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이 틀림없었다.유가휘는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휴우.. 그럼 따라야지..!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남자가 정말 능력이 있으면 설령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는 것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은 비서라는 인물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경이의 능력에 달려 있어!’ 지금 유가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시후와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는 아직 커다란 위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십여 분이 더 지나자, 성도민의 휴대폰으로 부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시후에게 보고했다. “은 선생님, 손님이 곧 나오십니다!”“오?” 시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여러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직접 나가서 모셔오겠습니다.”유가휘는 서둘러 말했다. “은 비서님, 제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동안 배 회장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도 좋겠군요.”유가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홍콩 공항에 투자를 했다는 신분 덕분에, 유가휘는 전화를 한 통 걸었고 곧바로 한 명의 공항 임원이 서둘러 달려와 몇 차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일행을 도착 홀 2층에 있는 VIP 라운지로 안내했다.이 VIP 라운지는 본래 VIP 고객들을 접대하기 위한 장소였고, 유가휘 역시 처음에 이곳을 미리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배유현은 귀빈 중의 귀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가휘는 자신이 먼저 도착 홀에서 직접 그녀를 기다려 맞이해야만 그녀에 대한 존중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자신이 먼저 VIP 라운지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배유현을 안내해 오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마치 자신의 위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처럼 오만해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VIP 라운지에 도착한 후에도, 유가휘는 여전히 이 점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는 시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제가 여기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면 예의에 조금 어긋나지 않을까요? 차라리 이렇게 하시죠. 그 손님의 성함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안내판을 들고 공항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 은 비서님과 배 회장님께서는 여기서 편히 쉬시면 되고요!"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그렇게 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분은 저와 관련된 분이시니, 당연히 제가 직접 나가서 맞이해야 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 쉬고 계세요. 제가 손님을 모시고 오면, 그때 다 같이 인사를 나누시면 됩니다."유가휘는 즉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은 비서님, 그러면 제가 같이 따라가서 모시겠습니다!"시후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만 직접 가면 됩니다." 그는 더 이상 유가휘에게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 회장님, 유 회장님은 홍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도 좋겠군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눈빛 속에 놀라움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원래 두 사람은 배유현이 단순히 시후의 친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배유현은 오히려 시후의 앞에서 겸손하게 저자세로 행동하며, 정중하게 시후를 '은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심지어 ‘은 선생님을 돕는 것이 영광입니다.’ 라고까지 말했다. 이건 이미 단순한 존중의 수준을 넘어, 마치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이는 태도나 말투와 더 유사해 보였다.유가휘와 방가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대단한 재벌 가문인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인 배유현이 대체 왜 시후에게 이렇게까지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그때, 시후가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유현 씨, 내 친구 두 명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는 옆에 서 있는 유가휘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쪽은 홍콩에서 유명하신 유가휘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은 사모님이신 방가흔 씨입니다."배유현은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이미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온 것은 이중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이중열을 노리고 있는 자가 바로 홍콩 재벌인 유가휘 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시후가 유가휘를 직접 이곳으로 데려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상황으로 짐작해 보아하니 유가휘는 시후와 친구가 된 듯했으며, 자신이 현재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배유현이 속으로 놀라고 있을 때, 유가휘가 이미 먼저 손을 내밀며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유가휘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당신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홍콩에서 직접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광입니다!"배유현은 속마음을 감추고, 유가휘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맞잡고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저도 회장님의 명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옆에 있던 방가흔도 긴장한 듯 서둘러 인
유가휘와 방가흔은 홍콩에서는 이미 최상위층에 속해 있었지만, 전세계 적으로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반면, 페이셔스 그룹의 경우 이미 일반적인 부호 순위에 오를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숨겨진 거대 재벌가였으며, 종합적인 영향력은 유가휘의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그런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바로 배유현이었기에, 유가휘와 방가흔에게 있어 그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치 작은 시골 마을의 최고 부자가 그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을 직접 만날 기회를 얻은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흥분과 함께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시후는 아주 여유로운 상태였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당당하게 도착장으로 걸어갔다.그 시각, 도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방가흔은 조금 전에 유가휘와 함께 시후를 마중 나왔을 때처럼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이전과 같은 부잣집 사모님 같은 태도도 온데간데없었다.이때, 군중 속에서 성도민이 몸을 돌려 시후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특별한 상황은 없었나요?"성도민은 공손하게 답했다. "보고드립니다, 은 선생님.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가휘는 성도민이 여기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성... 성도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성도민은 유가휘를 힐끗 쳐다본 후, 가볍게 인사를 받긴 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시후가 유가휘와 마치 친구처럼 친밀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휘는 시후의 진정한 정체와 이번 홍콩 방문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도민은 굳이 유가휘와 많은 말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20분 후.세관 출구에서 눈에 띄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이때, 시후와 유가휘 부부도 이미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었다.차량 대열이 공항 도착장 입구 앞에 멈춰 서자, 유가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도 곧 도착하겠죠?"시후는 시간을 확인한 후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 십여 분 정도 남았습니다."유가휘는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차에서 기다릴까요, 아니면 안으로 들어갈까요?"시후는 가볍게 대답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먼저 차 문을 열고 내렸다.유가휘도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갑자기 운전사가 몸을 돌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 들어온 소식입니다. 이중열이 이미 세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오, 벌써 도착했군...." 유가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놈을 만나서 그 자식이 지금 얼마나 초라하게 변했을지 궁금해.... 하지만 오늘은 아내도 있으니, 가급적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운전사가 재빨리 답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라면 배유현 회장은 20분 후에 도착할 것이고, 배유현 회장을 만난 뒤 바로 떠날 겁니다. 이중열은 나오려면 최소한 30분 이상 걸릴 테니, 시간상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좋아." 유가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앞차에 타고 있던 방가흔도 차에서 내렸고, 유가휘는 운전사에게 말했다. "내 아내는 아직 이중열이 오늘 돌아온다는 걸 모른다. 그러니 너희도 입 조심해. 이중열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아내가 어떤 소식도 듣지 않도록 해야 해.”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안심하십시오.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저쪽에서 빨리 움직이면, 이중열은 오늘 밤 살아남기 힘들지 않겠습니까?"유가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해가 지기도 전에 끝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상황이 변했어. 원래 홍문의 임 사범이 이 청부살인 건을 맡으려 했지만, 지금 홍콩을 떠난
오후 두 시. 이중열이 탄 항공편은 정시에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중열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홍콩을 떠나 있었기에, 창밖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중열에게 익숙한 것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한자들 뿐이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에게 20년 만에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마침내 돌아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홍콩에 온 뒤에 아마도 홍콩에 다시 익숙해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홍콩 땅을 밟는 순간부터,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 스튜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규정에 따라 조금 뒤 비행기에서 서둘러 내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뒤에 저희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관련 서류를 홍콩 세관에 인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이었지만, 범죄자는 아니었기에 미국 경찰이나 관계자가 그와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절차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의 여권 정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5년, 10년 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후, 바로 출국 항공편을 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의 일은 미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그를 출국 항공편에 태우면서 관련 서류를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직원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홍콩 세관에 그를 인계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승무원이 다시 이중열에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 선생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네." 이중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머리 위 수납칸에서 작은 기내용 가방을 꺼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복도를 지나자, 두 명의 세관 직원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