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하는 이렇게 한탄했고,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소 안타깝게 만들었다.이러 박진하의 아내 황경옥은 서둘러 그의 허리살을 살짝 꼬집고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어휴, 여보~ 이제서야 거의 다 잊은 그 이름을 왜 또 꺼내고 그래요? 어서 맛있게 식사나 해요~ 애들 보고도 밥 먹으라고 하시고요~“박진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고.. 이제 혜정이도 이만큼 나이를 먹었는데 우리만큼 생각이 있을 것 아니요~그러니 내가 말한 걸 혜정이도 이해할 거 아니요.”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맞아요 엄마.. 이 사건에 대해서 저는 딱히 화가 나지 않고, 괴롭지도 않아요. 그러니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황경옥은 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혜정아.. 남편이 너를 이렇게 오랫동안 속였는데.. 화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니??“박혜정은 진지하게 말했다. "화가 나지도 않고, 그냥 이미 해탈한 것 같아요.“박진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다행이다~ 해탈해서 마음 편하게 있는 게 제일 좋은 거야~ 사실을 말하자면.. 요 몇 년 동안.. 이 아버지는 네가 딱히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네가 이제 이렇게 그 집안에서 나왔으니, 이 아버지는 오히려 네가 더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박혜정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빠~”박진하는 웃으며 서둘러 손을 흔들었다. “자, 이제 식사 하자~ 봉주야~ 다들 잔 하나씩 꺼내 와라~!“박봉주는 이 집안의 장남이었고,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오늘 다들 한 잔씩 하고 기분 좋게 주무시지요~!“한편, 박혜정의 첫째 언니 박매화가 웃으며 말했다. "아빠, 집에 와인 있어요? 우리는 와인을 같이 마실래요~ 호호호!“막내 박혜미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아빠, 나도 언니 말에 찬성이에요~ 그러니 같이 와인 한 잔 할게요~“박진하는 즉시 기뻐하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
박진하가 20년 동안 담배를 피울 때, 한국의 담배 생산 기술과 라인은 개선되었고, 점점 더 품질이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담배 종이와 필터의 재료 또한 개선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개선된 제품이 전보다 더 디자인이 정교하고 고급스러워졌다고 느꼈고 맛도 별로 나쁘지 않았지만, 박진하는 맛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느꼈고, 아무리 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훗날 그는 이런 변화 때문에 한동안 병에 걸리기도 했다. 박진하가 병에 걸려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방문하기 위해 아들이 병문안을 왔고, 왜 몸이 아프게 되었는지 묻자 박진하는 20년 동안 피운 담배의 맛이 변해 몸이 안 좋아 졌다고 알렸다. 박진하는 사실 이전에 피우던 담배의 맛을 아직 잊지 못했다. 따라서 전화를 걸어 예전의 생산 라인을 다시 열어달라고 부탁했으며 혹시라도 박진하를 위해 폐기될 준비가 된 오리지널 담배들을 구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자신의 병을 낫기 위해 특권을 사용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둘째 아들 박양해를 보내어 생산 라인을 재가동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확인하고자 담배 공장을 시찰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재가동을 위한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나서야,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이 특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박진하의 자녀들은 모두 이와 같은 박진하의 성격을 물려 받았다. 당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면 가지고 있을 수록, 삶은 더 세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족들이 교육 수준이 높고 능력이 있었던 박진하의 집안은 온화함, 예의, 검소함을 모두 갖춘 가족 구성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박진하는 식탁에 둘러 앉아 고기를 먹으며 딸들과 함께 고급 와인을 마셨고, 술이 들어가자 여덟 명은 지난 기간 동안 함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열정적으로 나누었다. 모두는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사실 모인 가족들이 모두 박혜정의 기분이 안 좋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지만, 예상외로 박혜정은 극도로 편안하고
박진하의 가족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소수도는 짐을 싸서 호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생긴 일은 그를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는데, 특히 그의 아버지 소성봉이 그에게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기 위해 해외로 가서 생활하라고 분명히 제시했으므로, 그는 아버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소수도는 한국을 떠나기 전, 소지빈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지빈아, 민지를 데리고 내 서재로 좀 올래?“소지빈은 급히 답했다. ”아~ 알겠어요 아버지! 어서 갈게요~“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고 동생에게 말했다. “민지야, 아버지께서 서재로 좀 오라고 하시네?”소민지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왜? 혼자 가! 나는 아빠를 보고 싶지 않아!“ 소민지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배신하고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소지빈은 어쩔 수 없이 동생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민지야.. 부모님 사이의 일은.. 우리는 그저 자녀이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아.. 너는 아버지가 20년 정도 전에 한 번 잘못한 일을 가지고 부녀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거야..?“소민지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관계를 끊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아빠를 보고 싶지 않은 거라고.. 그러니 오라고 하면 아빠 혼자서 가!“소지빈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중에 아빠가 네가 안 왔냐고 물으면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해?“소민지는 주저 없이 소리쳤다. "그럼 아빠를 지금 보고 싶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소민지가 농담하는 것이 아닌 것을 보고 소지빈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알겠어.. 나 먼저 갈게..“그러자 소지빈은 일어서서 소민지의 방을 나갔다. 엘에이치 그룹의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빌라는 굉장히 면적이 넓었기 때문에, 마치 전체가 성에 가까웠다. 비록 가족들이 대부분 모여 살고 있지만, 각자가
소지빈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며 말했다. “아버지, 할아버지께서 너무 심하신 것 아닌가요..? 사실 소이연이라는 경호원을 내보내기로 한 건 할아버지이고..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라는 말인데.. 왜 이 위기를 해결할 때 아버지를 타깃으로 삼으시는 거예요..?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소수도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아..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 이미 쏟아진 물이고.. 괜히 또 입 밖으로 꺼내서 네 할아버지의 화를 돋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네 할아버지의 눈에는 이 모든 일은 먼저 자신의 이익이 우선시 되어야 하니까.. 그 무엇이라도 희생할 수 있는 거야.. 네 할아버지는 오늘이라도 당장 이연이를 일본 자위대에 팔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내일은 우리 중 하나를 특정 이익 집단에 팔아 넘길 지 누가 알겠어? 그러니 너는 꼭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내야 한다.. 알겠지?!“소지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소수도는 다시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호주로 가게 되면.. 그 동안 너와 민지 두 사람은 어머니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라.. 그리고 네 엄마가 무엇을 했는지, 어디로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나에게 좀 알려 주고..“ 말을 마친 후 그는 재빨리 설명했다. “너무 깊게 생각은 하지 말고.. 내 말은 네 엄마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혹시라도 돌아왔을 때, 내가 네 엄마랑 다시 재결합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거다..“소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아버지 마음은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말을 마친 소지빈은 급히 다시 말했다. “아, 아버지.. 어머니께서 민지와 함께 서울에 간다고 하시던데..““서울..?! 서울에는 왜..?”소지빈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게.. 그.. 엄마가 아마도 좀 마음을 달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릅니다..“소수도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는 박혜정이 서울에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소수도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둘째 동생인 소수덕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소수덕 때문에 자신이 결정적인 순간에 곤경에 처한 것을 생각하면, 소수도는 증오로 가득 차 있었기에 자연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그는 스피커폰 버튼을 누른 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소수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님, 차도 준비되었고 비행기도 준비되어서 이렇게 연락 드렸지~ 공항으로 데려다 줄 시간이라서..“소수도는 이를 악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는 지빈이랑 이야기를 좀 하고 있으니 조금 뒤에 내려갈게.“소수덕은 서둘러 말했다. “형,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아버지가 나에게 말한 건.. 형이 빨리 공항으로 가야 한다는 거였어.. 그리고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하셨고..“소수도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알겠어! 5분 안에 나가면 되잖아!““알겠어 형님..!” 소수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문 앞에서 형님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잠시 후에 공항으로 가자고~“소수도는 더 이상 동생의 말에 답하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어 그는 아들 소지빈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럼 당분간은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나에게 알려주도록 해라 지빈아.“소지빈은 부모님이 재회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매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소수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서서 여행 가방을 끌고 말했다. “그래, 그럼 가는 걸로 하자..““그럼 아버지, 언제 한국으로 돌아오실 거예요..?”소수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네 할아버지가 원하는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그리고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건 이제 더 이상 그만 말하자..“ 그 직후 그는 트렁크를 끌어내고 문 밖으로 나갔다.소지빈은 서둘러 걸음을 내딛고 아버지에게서 트렁크를 넘겨 받고 말했다. "아버지, 제가 공항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운전자는 즉시 차에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았다.차량이 빌라를 떠나는 것을 본 소지빈은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소지빈은 오늘 밤이 오히려 그와 소민지가 납치되었던 밤보다 거의 더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그와 여동생 민지는 생명을 잃을 뻔 한 위험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는 아버지의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부모님 사이의 관계가 변했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권력을 상실했으며 호주로 망명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었다.그는 이제 부모님의 관계, 아버지의 미래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오늘 밤이 되기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의 아버지는 엘에이치 그룹의 다음 세대 상속자로 확정된 인물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당연히 아버지 다음 세대의 상속자로 거의 확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 일어난 일은 자신을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들을 바꿔 놓았다.아버지는 할아버지의 호의와 신뢰를 잃었고, 이제 힘을 잃고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둘째 작은 아버지인 소수덕이 상속인이 된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다..! 근심이 가득해진 소지빈은 멍하니 여동생의 서재로 돌아갔고, 이때 소민지는 여전히 노트북 앞에서 일본 공항 CCTV에 찍힌 남자 승객들의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소지빈이 돌아온 것을 보고 소민지는 그를 흘긋 쳐다보고는 화를 내며 물었다. “아빠가 왜 불렀대? 변명이라도 하려고 불렀지?”"아니..." 소지빈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호주로 보내셨어..”"뭐?!" 소민지는 놀라서 소리쳤다. "아빠가 호주로 가게 되었다고? 언제 가시는데?”소지빈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조금 전에.. 아버지께서는 이미 짐을 싸서 출발 하셨어.. 둘째 작은 아버지께서 아버지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셨고..”소민지는 매우 당황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할아버지는 왜 아빠를 호주로
몇 시간 뒤.보잉 747기를 개조한 전용기가 인천 공항에서 이륙을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과 같은 모델인 이 항공기는 전형적인 3단 조종석 배치를 채택할 경우 최대 467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승무원을 제외하고 전체 비행기에는 승객이 단 한 명, 소수도뿐이었다.인천에서 호주 퀸즐랜드 까지의 비행 거리는 약 7,000km정도이다. 이처럼 긴 항로의 경우, 일반 중소형 전용기는 비행이 불가능하다. 항속거리 10,000km 이상인 747과 같은 대형 여객기만이 논스톱 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소수도는 매우 우울한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밝게 빛나는 도시의 야경이 점점 창에서 멀어질 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더 무거워졌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각. 누군가가 국내 주요 언론사에 기자들의 메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이 사진들은 바로 소수도가 인천 공항에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 비행기에 탑승하는 전 과정을 몰래 촬영한 것이었다. 지금은 어두운 밤이라 사진이 약간 흐릿하고 노이즈도 조금 있긴 했지만, 촬영 기사가 사진 속 인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제대로 찍었기 때문에 기자들은 사진 속 인물이 바로 소수도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을 기자에게 보내는 것 외에도 파파라치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가십을 폭로했다. 소이연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진실을 밝힙니다. 소성봉 회장은 이 사건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배신하고 이런 잔인한 음모를 꾸민 것은 바로 소이연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소수도로 밝혀졌습니다. 소수도가 소이연을 죽게 하려는 이유는 바로 소이연이 자신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비밀이 영원히 사라지길 원했습니다. 지금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소수도의 원래 부인인 박혜정은 곧 바로 친정으로 돌아가 소수도와 이혼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수도는 한국을 떠나 호주로 향했는데, 이
그 시각, 소성봉의 서재.소수덕은 아첨하는 태도로 태블릿을 들고 아버지 소성봉에게 언론 보도와 네티즌의 의견을 제시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이렇게 하면 아무도 소이연의 일을 아버지 탓이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소성봉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기 마련이다. 특히 소성봉과 같은 사람은 더욱 그랬다. 평생을 다른 사람들 보다 지혜롭다는 평을 들으며 살아온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소이연 때문에 시궁창에 빠지게 된다면, 그의 명성은 끝이다. 그래서 그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위협하게 될 위험을 제거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며 깨끗하면 깨끗하게 제거될 수록 좋았다. 오늘이 되기 전까지 그는 이 위험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가 저지른 일들은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에 의해 폭로되었고, 그들이 폭로한 것은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논쟁을 벌일 수도, 반박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둘째 아들 소수덕의 머리가 이렇게 비상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자신은 원래 큰 아들 소수도를 먼저 호주로 보낸 다음, 소수도가 마츠모토 그룹 일가를 모두 몰살시키도록 만든 장본이라고 비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소이연을 배신한 문제에 대해, 소성봉은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수덕이 자신에게 보여준 그의 행보는 소성봉의 마음에 쏙 들었다..! 소수덕은 비행기에 탑승한 큰 형 소수도의 사진을 몰래 찍어 익명으로 언론에 원고를 보냈다. 그 직후, 그는 소수도가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만들었다..! 소수덕의 계획과 원고는 소성봉의 생각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소수덕이 쓴 글에 나오는 단서들은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논리가 완전했다. 사실 대부분의 내용이 조작된 것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