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엄마가 왜..? 왜 부엌에 가서 밥을 짓고 있는 거예요?”시후는 웃으며 "장모님께서 솜씨 좀 보여주겠다고 하시던데요? 계란말이를 제일 잘한다고.. 하하..”라고 말했다.유나는 "우리 엄마.. 맞아..? 엄마가 요리를 하다니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거야..”라고 말했다.시후는 분명 장모 윤우선이 자신에게 부탁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요리를 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식탁에 앉았을 때 윤우선은 직접 시후를 위해 된장국도 함께 떠주며 빙그레 웃었다. "은 서방~ 내가 부탁이 하나 더 있는데.. 혹시 들어줄 수 있으려나..?”"네 어머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제 능력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윤우선은 "어머.. 그래? 내가.. 오늘 거울을 보다가 말이야.. 예전보다 많~이 늙은 것 같아서..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기고, 눈가의 잔주름도 점점 뚜렷해져서.. 역시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 다는 게..” 말을 마치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시후를 바라보았다. "이 장모가 최근에 듣기로.. 요즘 노화 방지 화장품이 좋은 게 있다고 하던데.. 특히 잔주름에 효과가 좋대~ 많은 중년 스타들이 쓴다고 하던데.. 나도 좀 쓰고 싶어서..”유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엄마! 엄마가 말한 그 화장품 세트는 거의 100만 원이에요! 우리 집 경제 사정이 그렇게 좋은 줄 알아요? 시후 씨에게 그렇게 비싼 화장품을 사달라고 하게? 내가 얼마 전에 사준 에스티로더로는 충분하잖아요?!”윤우선은 "에스티로더는 무슨! 내 주름이 그걸로 해결된 것 같아?"라고 말했다."엄마! 에스티로더도 이미 좋은 화장품이에요! 나도 쉽게 쓰기 아까운데! 그리고 제 방 화장실에 가서 제가 쓰는 화장품이 뭔 지 좀 봐요, 모두 국산 브랜드인데, 에스티로더 같은 해외 브랜드 없다고요!”윤우선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너 같은 젊은 애들
사실 윤우선은 시후의 비위나 맞추며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나쁘다. 재정권이 자신의 손에 없으면, 수중에 돈이 없어 거의 빈털터리로 살아야 하는데다, 이 호화로운 별장은 시후의 명의로 되어 있어,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번 홍라연에게 돈을 다 잃은 후, 윤우선은 현재 가정의 지위가 낮아졌기에 줄곧 자신에게 찍 소리 못하던 김상곤마저 자신과 사이가 틀어져 이제 자신은 쉽게 돈을 얻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윤우선은 자신이 현재 비위를 맞춰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시후에게 더 많은 환심을 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만약 시후가 자신과 사이가 틀어져 별장에서 쫓아낸다면.. 끝장이다! 게다가 오늘 비싼 화장품도 알아봐 주겠다고 하니 바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윤우선이었다.유나는 시후가 어머니에게 화장품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후에게 "여보, 화장품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라고 물었다."내가 풍수를 보고 나서부터 발이 넓어졌잖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구현제약의 이학수 대표를 알 수 있겠어요? 그리고, 이학수 대표를 알지 못했다면, 당신도 혜리 같은 유명 스타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없었을 걸요?”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휴..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빚져봤자 좋은 게 없다는 거 알죠? 게다가 엄마가 말하는 그 화장품은 분명 100만 원은 그냥 넘을 텐데.. 우리 같은 경제 상황에는 정말 너무 사치예요.. 그러니 필요 없는데..”라고 말했다.그러자 윤우선은 다급히 "딸! 누가 필요 없다고 했어? 내 사위가 사준다고 하는데, 네가 왜 난리야?”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또 시후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은 서방! 이 장모의 주름살은 모두 너에게 달려 있다 알지? 그렇지 않으면, 만약 미래에 네 장인 어른이 결국 나와 이혼하면, 나는 그때 가난하고, 얼굴에 주름도 쭈글쭈글한 할멈이 될 거야!”시후
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감격했다. “어휴.. 은 서방 자네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위야!! 내가 자네 같은 사위를 얻다니, 정말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한 거야!!"그러자 옆에 있던 장인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위 시후가 능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윤우선에게 화장품을 반드시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윤우선이 곧 100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그 때, 마침 시후가 물었다. "참, 장인 어른.. 오늘 차를 쓰실 건가요? 제가 오늘 일이 좀 있어서.. 혹시 차를 안 쓰시면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시후는 곧 은서를 배웅하고 잠실 체육관으로 가야 하는데, 차가 없으면 좀 불편한 상황이었다.”"그래, 그럼 이따가 자네가 날 노인대학까지 데려다 주라. 오후까지 일이 있어서 일 끝나면 택시 타고 집으로 오면 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밥 먹고 바로 출발하시죠.”라고 말했다.“좋아!”윤우선의 요리 솜씨는 그럭저럭이었다. 계란 말이는 그렇게 좋은 요리 실력을 가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녀는 이번 식사를 간신히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시후는 장인 김상곤과 식사를 마치고 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시후가 장인의 BMW를 몰고 밖으로 나가자 장인은 옆에서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쿵쿵 치며 말했다. "아이고 은 서방!! 자네 정말 바보지?! 왜 윤우선 그 망할 년에게 그렇게 비싼 스킨케어 제품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런 게 그 인간에게 뭐가 어울린다고!! 어휴!!”시후는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아버님 그냥 그 정도는 별거 아니에요. 게다가 전 친구가 있잖아요. 화장품 세트도 그냥 줄 거예요.”“아이고.. 너무 안타깝다 안타까워!!”시후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장인이 보기에, 윤우선이 먹는 국수도 아까울 테니까.. 하지만 자신에게 이 정도는 별 것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자기가 돈을 쓰기는 커녕 안세진 부장, 임
같은 남자로서 시후는 장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어떤 사내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기쁘게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다만 능력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은 실행을 하지 못할 뿐이다. 예전에 무일푼일 시절, 시후는 수중에 돈이 전혀 없었기에, 유나의 생일이나 두 사람의 결혼 기념일에도 선물을 주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 생각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시후가 아내에게 준 첫 번째 값비싼 선물은 트라비체에서 사준 목걸이였는데, 그 전까지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값비싼 선물들을 주고 싶어도 그의 능력으로는 과거에 화장품 한 세트도 선물할 수 없었다. 장인어른인 상곤은 여전한 그의 첫사랑인 한미정에게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시후는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자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아버님. 그럼 한 세트 더 준비해드릴게요~”“오!! 고마워 사위!! 우리 은 서방이 참 나를 많이 도와줘.. 고맙네.. 아 참!! 알지? 절대 황소 고집 윤우선에게는 알려서는 안 되는 거?!! 그렇지 않으면 난 끝장이야, 알겠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장인 어른~ 안심하세요! 다 알고 있어요, 제가 장인 어른 차 트렁크에 몰래 넣어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아주머니를 뵈러 갈 때,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그려 그려, 우리 은 서방이 참 생각이 깊다니까?!하하하하!!”시후는 신바람이 난 상곤을 노인대학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김상곤이 차에서 내린 후, 시후는 곧장 은서를 배웅하러 달려갔다.은서는 시후와 만나기로 한 곳에 벤을 주차해두고 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한적한 강가로 다른 사람들도 없고, 기자도 파파라치도 없어 그녀에게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이었다.장소에 도착한 시후는 시크한 정장 차림의 은서를 보았다. 오늘 은서는 옷차림 때문인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시후가 오는 것을 본 은서는 살짝
"은서야 너 집에 가는 건 잠시 쉬러 가는 거고.. 조만간 또 시상식 등 준비해야 하잖아~~ 네 팬들이 네가 이쁘게 드레스 입은 모습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겠어~?”"어? 오빠 왜 동문서답하는 거야? 조금 전에 오빠한테 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쉽지 않냐고 물어 봤잖아~!!”시후는 아쉽다고 답하고 싶었지만, 만약이라도 자신이 그렇게 답한다면 은서가 분명 자신을 보고 싶어하며 계속해서 그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차라리 지금 은서가 빨리 아버지가 요양하고 계시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은서가 계속 자신의 곁에 머물면 걱정을 시키며 머리를 아프게 만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후가 더 두려운 것은 만약 자신과 은서의 일을 유나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였다. 그래서 그는 명확하지 않고 말을 얼버무리며 말했다. "아이고.. 일단 돌아가서 쉬면서 앞으로 스케줄을 어떻게 처리할 지 생각 해야지~ 며칠 뒤에 내가 아저씨도 뵙고 인사드릴 테니까 걱정 마~~~”"흥! 알겠어~" 은서는 입을 삐죽거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돌아가서 아빠에게는 오빠 이야기는 안 할 게~ 깜짝 놀라게 만들어 드려야겠어!”"그래, 아버지께는 말하지 말고!"매니저 지우는 은서의 짐을 챙겨 차량으로 들어갔다.은서는 문 앞에 서서 키 크고 잘생긴 시후를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내가 떠나고 나면 내 생각 좀 해, 알겠어?”“그래 그래 알겠어~ 꼭 네 생각 할 게~ 응~”"오빠의 머릿속에는 항상 내가 있어야 해! 한시도 쉬지 않고 스스로에게 상기 하라고! 내가 오빠의 정식 약혼녀라는 걸 말이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은 모두 오빠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라고. 우리 아빠는 자식이라고는 평생 나 하나뿐이고, 그리고 오빠는 단 하나뿐인 사위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빠를 실망시켜서는 안 돼! 알겠지?”시후는 잠시 머리가 핑 도는 듯 어지러움을 느꼈다. "아.. 음..
안세진 부장이 시후의 부탁을 듣고 황급히 화장품을 준비하는 동안 시후는 이미 잠실 체육관에 도착했다. 오늘은 체육관에서 준결승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지난 경기에서 설아가 조안나를 한 번에 꺾는 엄청난 활약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자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준결승전은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설아의 결승 진출을 보기 위해 잠실 체육관 밖에는 많은 관중들이 티켓을 구매하느라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경기장 안팎에서는 고바야시 S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본 경기의 가장 큰 스폰서이기 때문에 그들의 광고는 곳곳에 배치되었다. 사람들이 경기장에 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셀카를 찍을 때 고바야시 S 광고는 경기장과 함께 사진의 배경이 되었다. 게다가 이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들도 고바야시 S의 로고와 제품 사진을 화면 오른쪽 하단에 계속 띄워 주었다. 게다가 더 강력한 효과는 바로 많은 BJ들로부터 나왔다. 그들은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라이브를 찍고 있었기에 고바야시 S가 곳곳에서 비치며 광고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쳐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치로 제약의 고바야시 S는 단숨에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고바야시 지로는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걱정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진설아가 경기를 완전히 뜨겁게 달궜고 이로 인해 정말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시후는 체육관에 도착한 후 바로 선수 대기실에 도착했고, 설아의 대기실로 들어갔다. 설아는 자리에서 뛰며 몸을 풀고 있었고 진원호와 진동오도 함께 있었다.시후가 들어오자 설아는 급히 다가와 "은 선생님 오셨어요?"라고 다정하게 말했다.“오늘 컨디션 어때?""컨디션이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아마도 이번 경기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지금 설아의 실력으로는 이번 대회 선수들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경기를 더 멋지게 플레이 할 것인 것 생각해보길~”"은 선생님
은시후의 출현은 사제 지간의 인식을 뒤엎었고, 두 사람의 열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그래도 야마모토 가즈키는 자신의 제자 나나코가 이번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실력으로 준우승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가즈키였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준우승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영상을 통해 보는 이토 나나코의 모습은 평소와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나나코는 워낙 차분한 성격으로 평소에 쉽게 흥분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늘 경기 전에 지금처럼 눈을 감고 있는 것을 좋아했다.시간이 다 되어가자 다나카는 "아가씨, 입장하려면 5분 남았습니다."라고 말했다.이토 나나코는 그제야 눈을 뜨고 "네 알겠습니다."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코치님과 통화 중인데 더 물어볼 게 없으십니까?” 다나카는 카메라를 돌려 이토 나나코에게 휴대전화 화면을 돌려주었다.나나코는 병상에 누워 허약해 보이는 스승을 보고 공손히 물었다. "사부님, 지금은 어떠세요?""가장 큰 문제는 어디에도 감각이 없다는 거지 뭐! 하하핫!!”“죄송해요 스승님.. 일부러 여쭤본 건 아니었어요..”가즈키는 빙긋이 웃으며 "괜찮아, 난 이미 운명에 내 몸을 맡겼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나나코! 오늘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은메달의 여부는 네 승부에 달려 있다! 이번 경기만 잘 치르면 은메달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야~!”준결승전은 2대 2로 이긴 두 사람이 1, 2위를 다투게 되고 진 두 사람은 3위를 다투는 것이 일반적인 룰이다. 즉, 오늘 나나코가 경기에서 이기면 최소한 준우승의 은메달은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나나코도 스승님의 이 말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승님, 나나코는 진설아 선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남은 시합을 반드시 잘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절대로 스승님께서 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요!”"좋아, 이
이토 나나코도 내심 아쉬움이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이 우물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지만, 은시후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가즈키는 허탈한 표정으로 제자를 위로했다. "나나코, 아직 이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니.. 일단 이번 시합에서 승리한 뒤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도록 하자!”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야마모토 가즈키에게 말했다. "네 사부님, 그럼 저는 경기장에 가보겠습니다!”"그래 가자! 은시후가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너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에게 너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니, 이 시합은 가능한 한 멋지게 마무리 짓도록 해!”"멋지..게요..?""그래!" 가즈키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나코, 지난 번 그 진설아가 어떻게 조안나를 이겼더냐? 바로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KO를 이끌어 냈다! 그게 영상으로 올라와 엄청난 인기 몰이를 하지 않더냐..? 나는 네가 경기장서 전력을 다해 너의 상대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란다!"이토 나나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 그런데 제가 이번에 상대하게 될 미셸은 시합 전부터 유명했던 우승 후보였어요.. 전에도 경기를 해봤지만 제가 매번 이겼어도 그 때마다 악전고투를 면치 못한 걸요..? 그렇다면 일격에 그녀를 쓰러뜨리기는 더욱 어려울 거예요..”"단번에 적을 제압할 수는 없더라도, 최선을 다해 첫 판에서 이겨야 해! 은시후에게 네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그가 평생 너를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을지라도, 너는 그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걸 각인시키고 진설아 보다 훨씬 레벨이 높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건 은시후의 손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야!”그러자 이토 나나코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스승님!”1분 후..4강전에 출전한 4명의 선수들은 모두 각자의 통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설아와 이토 나나코는
방가흔은 이중열의 첫사랑이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홍콩에서 여신으로 불리며 수많은 재벌과 엘리트들이 그녀에게 반해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였다. 이중열이 미국으로 떠났을 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어서 유가휘는 자신이 초고액 자산가라는 후광과 막대한 부를 무기로 그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었고 홍콩 호화 저택에 가두었다.그 당시 방가흔은 물질적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아침에 런던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럭셔리한 개인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가, 저녁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낭만적인 에게해로 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뉴욕이나 도쿄의 명품 매장에서 마음껏 쇼핑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유가휘의 개인 요트를 타고 홍콩에서 인도양의 몰디브나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그 당시 원하기만 하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열이 홍콩으로 돌아오자, 그와의 옛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재점화되었다. 그 때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물질을 소유하더라도, 마음속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공허함의 주인공은 바로 이중열이었던 것이다.결국 그녀는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쳤다. 홍콩 전체는 그녀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서서히 깨달았다. 마음속에 있던 공허함은 채워졌을지 몰라도, 그 외의 모든 것은 텅 비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골라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최고의 상품들과 서비스를 즐기는 것 역시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포기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단순히 유가휘가 아니었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인류 문명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시키고, 각 분야에서 집약한 궁극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가 탔던 개인 비행기는 세계에
유가휘는 변지현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기분 좋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게 겹경사가 아니고 뭐야! TS Shipping의 변지현이 그녀의 개인 비서를 홍콩으로 보내 조사를 시키겠다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이 협력을 따내야 해!”비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TS Shipping이 우리와의 협력에 관심이 있다니 정말 대단한 소식 아닙니까?! 지금 좋은 항로는 모두 TS Shipping이 쥐고 있고, 우수한 항구와 고객 자원도 전부 그들 손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과 협력하면 우리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겁니다!”유가휘는 시가를 깊게 빨아들이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TS Shipping에 있는 여자들이 말이야,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고, 엘에이치 그룹의 소민지 역시 뒤지지 않는 미모라고 했지. 듣자 하니 변지현도 수퍼 모델 같은 미녀라고 하더군. 그래서 TS Shipping과의 협력도 물론 좋지만, 만약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정말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될 거야!”유가휘가 말을 끝내자,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러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가휘! 도대체 누구를 손에 넣고 싶어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목숨이라도 걸 참이었나 봐?”그때, 중년 여인의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꼭 들어가겠다고 하셔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유가휘는 고개를 흔들며 비서와 비서에게 말했다. “둘은 나가 있어.”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그런 뒤 유가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중년 여성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보, 나란 사람 잘 알잖아. 말은 제일 잘 하지. 조금 전에도 그냥 아민이랑 농담한 거라고...” 이렇게 말한 뒤 그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오늘 한 씨
이중열이 곧 홍콩으로 송환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유가휘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자신이 마치 남의 여자를 빼앗은 것 같다는 느낌에 굴욕감을 느껴왔고, 이제 마침내 그 치욕을 씻을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중열이 돌아오면, 홍콩에 자신이 내건 현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 것이다. 그로 인해 이중열이 죽으면, 자신에게 드리운 그 치욕스러운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유가휘는 대충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전화기 건너편에서 변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대표님 맞으시죠? 저는 TS Shipping의 변지현입니다.”유가휘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한 손에 시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 누구신가 했더니 변지현 대표님 아니십니까! 제가 정말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늘 직접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시다니요!” 그러면서 그는 급히 덧붙였다. “아 참, 대표님. 제 비서가 전에 제 회사의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진심으로 TS Shipping과 협력을 희망합니다. 혹시 대표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제가 직접 찾아 뵙고 저희의 장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유가휘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개인 재산은 변지현 같은 직업 경영인을 훨씬 능가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재산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플랫폼과 그가 가진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지현은 개인 자산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강력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TS Shipping의 책임자였다. 따라서 유가휘가 TS Shipping과 협력하고, 변지현으로부터 자원의 일부를 양도받아 유휴 자산을 수익화 하기 위해서는
시후가 물었다. “그럼 유가휘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있어?”“아직은 없어요.” 변지현이 말했다. “솔직히 우리와 협력한다고 해도,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넘겨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정도일 뿐일 텐데, 이건 그다지 큰 수익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그쪽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니, 저는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그의 기대치를 낮추려고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진짜 협상을 시작할 때, 중개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려고 했죠.”“그랬구나.”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와 연락해서 협력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하고, 홍콩에 비서를 보내 현지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해 줘. 그러니 그가 비서를 잘 접대하라고 하면 돼.”영리한 변지현은 즉시 상황의 본질을 눈치채고 급히 물었다. “시후 오빠, 혹시 내 비서로 가장하고 홍콩에 가서 직접 조사를 하시려는 건 아니죠?!”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조사까지는 아니고, 유가휘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변지현은 걱정하며 말했다. “시후 오빠는 내 상사인데, 어떻게 내 비서로 가장할 수 있겠어요? 이건 좀 부적절하지 않을까....”“괜찮아.”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 이름을 그에게 알려주고, 내가 지현이 너의 비서라고 하면 돼. 그리고 정한 시간에 공항에 나를 데리러 올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해 줘.”“알겠어요....” 변지현은 시후의 계획이 뭔가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시후 오빠는 지금 미국에 있죠? 언제 홍콩으로 갈 계획이에요? 그에 맞춰 유가휘와 연락할게요.”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그와 연락하면 돼. 이틀 후 도착한다고 전하면 돼.”“알겠어요!” 변지현은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그의 비서에게 전화해 볼게요.”시후는 당부했다. “비서에게는 전화하지 말고, 유가휘에게 전화해. 당당하고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거든. 그가 무척 영광스럽게 여길 정도로.”변지현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
“여보세요! 회장님, 안녕하세요!” 이태리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들뜬 기쁨과 설렘이 담겨 있었지만, 시후는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시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물었다. “이태리 부회장, 홍콩에 있는 유가휘라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유가휘요?” 이태리는 약간 놀란 듯했지만, 이내 대답했다. “유가휘라는 사람은 홍콩에서 매우 유명한 대부호라고 알고 있어요.. 플레이 보이라고도 알려져 있죠.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사람 이야기를 하세요?”시후는 말했다. “그 사람과 얘기할 일이 좀 있는데, 내 본명을 쓰고 싶지는 않아서요. 홍콩에 가서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없을까 해서 물어보는 겁니다.”이태리는 말했다. “이사장님, 저희 엠그란드 그룹은 그 사람과는 사업적으로 연관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그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해운 쪽일 거예요. TS Shipping의 이름을 내걸고 접근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TS Shipping 담당자인 변지현 씨에게 한 번 연락해 보세요.”“알겠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변지현 씨에게 바로 연락해 보죠. 볼일 보세요.”이태리는 시후가 이렇게 빨리 전화를 끊으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며 무심코 말했다. “회장님, 잠시만요....”시후가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이태리는 급히 말했다. “아, 저.... 그게.... 예전에 회장님이 제 아버지의 병을 고쳐 주셨잖아요. 부모님께서 아직도 너무 감사해하고 계세요. 그런데 감사 인사를 드릴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죠. 얼마 전 어머니께서 회장님께 집에 오셔서 식사 한 끼 하시라고 꼭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회장님이 미국에 계신다고 전했거든요.. 어머니께서 회장님이 언제 돌아오시는지 물으시더라고요. 혹시 괜찮으시면, 귀국하신 후에 집에 오셔서 간단히 식사라도 하시면 어떨까요?”시후는 예전에 이태리의 아버지가 독살로 병에 걸렸던 일을 떠올리며, 그녀의 가족이 여전
시후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혼자 가겠습니다.”성도민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시후가 별장을 나서자, 롱아일랜드 전체는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이미 새벽 3시가 넘었기에, 이곳에 사는 부유층들은 밤 일을 마치고 돈과 욕망으로 가득 찬 꿈속에 있을 것이다.시후는 홀로 거리를 걸으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이 미스터리 조직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547을 한 시간 넘게 심문했지만, 여전히 이 조직의 이름조차 알 지 못했다.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부모님이 살아 계셨던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떠한 일로도 찡그리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룹을 떠나 이사를 한 뒤 낡은 주택에 정착했을 때조차, 그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을 정리하고 가구를 마련하며, 늘 삶에 대한 낙관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부모님의 죽음이 이 미스터리 조직의 소행인지 아닌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부모님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셨을까? 만약 감지했다면, 그들은 이 조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오랜 고민 끝에 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것은 사람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시후는 이 문제를 당분간 내려놓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깊이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중열의 목숨을 노리는 유가휘였다.만약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윤우선이 내일 미국으로 출발할 것이고, 모레쯤에는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별 문제가 없다면 모레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콘서트를 본 뒤, 즉시 홍콩으로 떠나야 할 것이다.유가휘를 만나려면, 시후는 적합한 신분과 기회를 마련해야 했다. 이 점을 떠올리며 그는 즉시
시후에게 있어서, 영기는 현재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이 미스터리 조직은 확실히 강력했으며, 심지어 지나치게 강력한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이 죽음의 전사들을 통제하고, 이들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능력은 시후가 가진 영기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시후는 언젠가 반드시 이 미스터리 조직의 모든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547도 시후의 실력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훨씬 초월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20대에 걸친 죽음의 전사들 조차도 대적할 수 없는 그 에너지가 시후 앞에서 손쉽게 봉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가 자신의 조직을 완전히 멸망시키겠다고 말한 것이 단순한 허언이 아닐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에 그는 감격하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조직을 제거하신다면, 이 죽음의 전사들은 반드시 기꺼이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일러. 내가 그들을 제거하는 날이 오면 반드시 자유를 돌려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디로 갈지, 그곳에 남을지 떠날지는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547은 그 말을 듣고 큰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자비로우십니다! 제가 모든 죽음의 전사, 전사들의 가족들, 그리고 지난 200여 년간 비참하게 죽어간 전사들을 대신해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비록 547이 조금 전 시후의 외가 식구들을 해치려 했지만, 시후는 여전히 이 사내와 다른 죽음의 전사들이 너무나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20 세대에 걸친 사람들이 윗선에 의해 사육 당하며 밝은 해도 볼 수 없는 노예로 살아가는 운명은 과거 백인들에게 노예로 팔려갔던 흑인들의 운명보다 훨씬 더 비참했다. 그러니 이 죽음의 전사들에게 자유를 돌려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큰 선행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시후의 수하로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었다.곧이어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시후의 마음은 점점 더 충격을 받았다. 시후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뒤 다시 물었다.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약물을 주사 받았고, 깨어나니 이미 뉴욕에 와 있었다고 했지? 그러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는지 알고 있는 건가?”“모릅니다.” 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죽음의 전사 캠프에는 그 누구도 날짜와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없으며, 단지 불이 켜지면 일하고, 불이 꺼지면 잠자리에 들 뿐입니다. 제가 몰래 계산해본 결과, 우리 캠프에서의 일상 생활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일부러 하루의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조정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길었고, 어제는 그저께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임무를 통해 외부 시간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면 기록은 왜곡되게 되죠.”시후가 물었다. “시간의 차이를 어떻게 계산했지?”사내는 대답했다. “그릇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고운 모래를 가득 채운 뒤 첫날 기상 벨이 울린 순간부터 모래를 흘려보냈고, 다음 날 벨이 울릴 때까지 걸린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모래를 채워 흘려보냈죠. 그런데 3일째 벨이 울리는 날에 모래가 일찍 다 새어 나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다 새어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벨이 울리더군요. 그래서 내부 시간과 외부 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추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외부가 몇 년도인지, 몇 월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게 몰래 많은 일을 한 건 탈출하려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나?”“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내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령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죽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죽음의 전사 캠프의 운영 방식을 더 많이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만약 정말 탈출할 기회가 생긴다면 훈련소 내부의 모든 것을 폭로하고 싶었죠. 훈련소를
“안내자...” 시후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물었다. “안내자를 직접 만나본 적 있나?”“없습니다.” 사내는 설명했다. “안내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번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 눈을 떠보니 이미 닫힌 차고 안이었거든요. 조직은 그곳에 임무에 필요한 장비와 자료를 남겨두었고, 자료에는 목표와 목표들의 가족 관계, 사회적 관계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 주변의 무술 고수들에 대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술을 잘하는 전문가 몇 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강화된 무기를 특별히 준비해 주었고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과 어떤 전술을 써야 하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자료를 숙지할 시간을 주고 출발 명령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는 안내자가 중계를 통해 적절한 공격 시점을 알려주었습니다.”시후가 물었다. “중계라는 게 무슨 뜻이지?”사내가 대답했다. “조직은 우리와 안내자 사이에 어떠한 형태의 직접적인 접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내자는 조직 내에서 자신과 연결된 연락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그 연락 담당자가 다시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하죠.”시후가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의 연락 담당자는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했나?”사내는 대답했다. “조직에서 제공한 통신 장비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오직 제 장비만 제 연락 담당자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시후가 또 물었다. “연락 담당자는 남자인가 여자인가?”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성 변조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습니다.”시후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렇다면 내 삼촌의 부인은 당신이 말한 안내자인 것 같군. 그녀가 적절한 공격 시간을 당신의 연락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당신의 연락 담당자가 다시 당신에게 지시를 내린 거겠지.”그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겁니다. 제가 본 바로는, 안에서 끌려 나온 여자가 독약을 먹고 자살한 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렇다면 그녀 역시도 분명 조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