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신연은 누군가와 업무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몹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태지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신연은 그 사람과 잠시 대화를 멈춘 뒤, 태지연에게 물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 다정다감하게 말을 하는 신연은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다. 태지연은 핸드폰을 더욱 꽉 쥐며 말했다. “경찰서에서 연락 왔었어. 집에 돌아가서 조사에 협조 해달라고.” 그녀는 잠간 뜸을 들이며 말을 이어갔다. “너도 협조해야 된대.” “알겠어.” 신연은 태지연의 말에 짧은 대답을 해주고는 물었다. “지금 어디야? 병원 아니면 집?” 신연이 태지연이 한 말이 하나도 엄중하고 중요한 일이 아닌 듯,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마냥 담담했다. 태지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신연에게 경고와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신연, 만약 정말 네가 한 일이라면 난 죽을 때까지 너를 원망하고 또 원망할 거야.” 신연은 웃음기가 싹 사라지더니 책상을 툭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넌 아직도 내가 한 짓이라고 생각해?” “...” 태지연은 말이 없었다. 그녀는 정말 신연이 했다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박안희가 인공호수에 빠지는 모습을 떠올릴 때면 저도 모르게 두려움에 휩싸였다. 너무나도 냉담한 신연은 다른 사람의 생사 따위에 관심조차 없어보였다. 태지연은 한참을 침묵하다 입을 뗐다. “조사 결과 기다리자.” 태지연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신연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너 지금 어딘데? 알려줘.” “...” 신연은 아무런 대답이 없는 태지연을 발견하고는 사무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지연아, 대답해줘. 내가 지금 너 찾으러 갈게.” “오지마, 올 필요 없어.” 신연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다시 물었다. “병원이야?” 태지연은 신연의 고집을 잘 알기에 눈을 질끈 감고는 대답했다. “병원 입구야.” 통화를 마친 신연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자 뒤에 있던 직원이 쫓아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순간 태지연은 신연의 얼굴이 그날 산장에서 본 모습과 겹쳐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는 박안희의 일에 대해 그렇게나 냉담했지만 사실 그가 벌인 일이었다. 사진을 권우현에게 보낸 것도 그였다. 태지연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저 신연과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신연은 이내 태지연의 손목을 붙잡더니 그녀를 자신의 앞쪽으로 잡아당겼다. 신연은 검은색 우산을 들고 있었다. 우산은 태지연 쪽으로 기울어진 채 그녀를 위해 비를 막아주었다. 신연은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왜 도망치는 건데?” 신연 그녀의 눈에 가득 찬 두려움을 보았다. 그는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태지연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가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자라온 집이 불타버린 모습을 보며 가슴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손목을 살짝 당기며 쉰 목소리로 신연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이거 놔.” 신연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피식하고 웃더니 얼굴에는 서늘한 표정이 서렸다. “태지연, 경찰도 아직 나한테 죄를 묻지 않았는데, 네가 먼저 죄를 물어?”태지연은 고개를 들더니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 “그럼 박안희 일은 네가 저지른 게 아니라고, 일부러 권우현한테 사진 보낸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신연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널 괴롭혔잖아. 걔한테 주는 작은 교훈일 뿐이야.” 태지연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신연이 말하는 작은 교훈이란 박안희를 거의 익사하게 했다. 신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악독할 수 있어?” “악독?” 신연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새까만 눈동자에는 강렬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태지연의 손목을 더욱 세게 움켜쥐더니 냉혹한 말들을 뱉어냈다. “이제야 내가 악독하다는 걸 알았어? 누가 나를 먼저
신유리는 파티가 끝난 후 바로 서준혁을 데리러 갔다.그녀는 룸 문을 열었고, 열자마자 어린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다.여자는 깔끔한 얼굴에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호감을 사는 얼굴이었다.신유리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비서팀에 새로 온 인턴 송지음이었다.송지음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 “유리 언니.”방금 밖에서 들어와서인지 신유리의 몸에는 차가운 공기가 조금 남아있었다. 그녀는 빼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주 웃지 않는 탓에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거리감을 주곤 했다.신유리는 담담하게 송지음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는 룸 안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야 시선을 송지음에게 멈추었다. “준혁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서준혁의 이름을 듣자 송지음은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더니 신유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룸 안의 스피커 소리에 거의 묻힐 정도로 작고 부드러웠다.“서 대표님, 제 음료수 사러 가셨어요.”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송지음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이상한 감정이 조금 더 많아졌다.그녀도 서준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그동안 뭘 해달라고 번거롭게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지난달, 신유리의 차는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왼쪽 손목이 다쳤었다. 모든 거동이 불편했지만 서준혁은 그녀에게 물 한 잔 따라 준 적이 없었다.위아래로 자신을 훑어보는 눈빛에 송지음은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옷자락을 만지작대며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서 대표님, 금방 오실 거예요.”하지만 신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저번 주에 급히 합정에 회의를 참석하러 갔었다. 오늘 서둘러 서씨 집안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서준혁은 집안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그래서 이런 가족 모임은 항상 신유리보고 대신 참
신유리가 다음 날 다시 회사에서 송지음을 보게 되었을 때 누군가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송지음도 신유리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피하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신유리는 발걸음이 조금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단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뿐이었다. 점심시간, 비서팀의 리사가 잘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리사가 바로 아침에 송지음을 곤란하게 만든 그 장본인이었다.오후가 되었을 때, 신유리는 대표 사무실에서 송지음을 만나게 되었다.그녀는 쭈뼛거리며 사무실 안에 서 있었고, 풋풋함이 가득한 앳된 얼굴과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유리 언니, 성 대표님이 대표 사무실로 오라고 하셨어요.”서준혁의 말이 맞다. 송지음은 확실히 착한 사람이었다.신유리는 손으로 서류를 뒤적거렸고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비록 앉아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압박감은 엄청났다.그녀의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준혁이 너 보고 뭐 하라고 했어?”송지음은 더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옆에 따라다니면서 많이 배우라고 하셨어요.”신유리는 서류를 덮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곧이어 그녀는 자리 하나를 그녀에게 가리켰다. “저기로 가.”대표 사무실 비서는 다른 비서들과 달랐다. 신유리까지 합쳐도 세 명밖에 되지 않았다.이렇게 송지음이 많아졌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제일 구석진 자리를 그녀에게 남겨줄수 밖에 없었다.송지음의 얼굴은 대놓고 굳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다.머뭇대는 송지음의 모습에 신유리가 물었다. “더 할 말 있어?”송지음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고맙습니다, 유리 언니.”신유리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송지음을 관찰하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서준혁이랑 어디까지 갔어?”송지음은 꼬리가 잡힌 듯 서서히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송한 얼굴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불안한 모습으로 신유리에게 해명했다.“저와
신유리는 조용히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서준혁이 말 한 그 일이, 송지음이랑 같이 야근하는 거였구나.그녀는 감정을 가다듬더니 아무 일 없는 척하며 핸드폰을 챙기러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그제야 그녀의 존재를 발견했다.송지음은 바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유리 언니, 오늘 내로 꼭 보고서 완성할게요.”“그래.” 신유리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고는 책상에서 핸드폰을 챙겼다. “서 대표님이 도와주시는데, 당연히 다 완성해야지.”그녀의 말이 맞았다. 서준혁 같은 BOSS가 일을 도와주는데, 수월한 게 당연하지.단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송지음의 얼굴이 창백해질 뿐이었다.서준혁은 아무런 생각 없이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왜 아직도 안 갔어?”신유리는 핸드폰을 흔들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까먹어서. 지금 갈 거야.”호연의 파티는 금주 호텔에서 진행됐다. 모두 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다.혼자 파티에 찾아온 신유리의 모습에 그녀에게 다가와 서준혁은 언제쯤 도착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신유리는 가뿐하게 상황을 처리했다. “저녁에 도저히 미룰 수 없는 회의가 있어서요. 최대한 빨리 오실 거예요.”다들 무슨 상황인지 대충 마음속으로 눈치채고 있었다.근데, 서준혁이 진짜로 왔다.파티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그가 송지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남자의 고결한 분위기는 사람을 압도했고, 옆에 서 있던 아가씨도 귀엽고 발랄했다.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신유리와 얘기를 나누던 사모님이 고개를 까닥이며 뒤를 가리켰다. “서 대표 옆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야?”송지음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와인잔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서준혁도 그녀를 보게 되었다. 오가는 시선 사이로, 그녀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신유리는 사모님에게 말 몇 마디를 건네고는 그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안 온다며?” 그녀는 와인잔을 든 채로 나른하게 물었다.“얘한테 좀 보여주려고.” 서준혁의 시선은 옆에 있는 송지음에
그럼 나는.나랑 서준혁이 함께한 8년은 뭔데?신유리는 인내심 넘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숨소리도 좀 더 가벼워진 듯했다.서준혁의 말투는 방금 송지음보고 착하다고 했을 때랑 별반 다름이 없었다. 단호하고 담담했다. “너도 알잖아. 너 내 스타일 아닌 거.”그건 맞지.처음에 잠깐동안 서준혁 옆에 여자가 없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중에 그가 만난 여자들은 모두 신유리와 큰 차이가 있었다.그녀는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신유리처럼 그의 말을 듣는 여자는 좋아하지 않았다.신유리의 눈동자에는 어둠이 숨어져 있었고, 그 속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목소리만 여전히 물처럼 차가웠다. “오늘 밤 여기 있을 거야?”서준혁은 몸을 일으키더니 옆에 있던 외투를 챙겼다. “됐어.”신유리는 서준혁의 됐다는 말이 두 사람 사이를 가리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단지 다음날 회사에 도착했을 때, 송지음의 자리가 그녀의 옆자리로 바뀌었을 뿐이었다.이 자리는 마침 대표 사무실과 마주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면 바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송지음은 그녀와 인사를 했다. “유리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신유리는 가방을 챙기더니,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보며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내가 배정해 준 자리가 마음에 안 들어? 어제 말하지 그랬어?”그 말에 송지음은 멍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해명했다. “마음에 안 든 게 아니에요. 일하는 거 지켜보시겠다면서 서 대표님이 오라고 하셨어요.”말을 하던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신유리의 존재를 인식했고, 서서히 눈빛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신유리는 본인이 백설 공주 계모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일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송지음의 자리가 바뀌었다는 말은 빠르게 회사에 전해졌다. 신유리가 인수인계하러 아래층에 갔을 때, 그녀는 이러쿵저러쿵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그들은 신유리의 모습을
신유리와 하정숙은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서준혁이 처음으로 신유리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하정숙은 신유리를 성에 차지 않아 했다.서준혁은 줄곧 신유리가 서씨 집안과 가까이 지내는 걸 꺼려했다. 정말 필요 한 일이 아니라면 그는 그녀는 서씨 저택으로 보내지 않았다.신유리는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이번 전화는 서준혁이 받게 되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기분 좋아?”“나쁘지 않아.” 그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오래 대화를 나누기 싫은지 웃음기를 거두며 그녀에게 말했다. “무슨 일 있어?”신유리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아주머니가 지금 서씨 저택으로 오래.”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유리는 옆에서 전해지는 송지음의 비명을 듣게 되었다. 실수로 어딘가에 부딪힌 것 같았다.곧이어, 서준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기 전, 그는 이런 말을 그녀에게 던졌다. “이런 일은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 신유리는 회의실에서 10분 정도 더 있은 후에야 차를 몰아 서씨 저택으로 갔다.서준혁이 물어볼 필요 없다고 했으니까.아마 잊었을 것이다. 신유리가 처음으로 그를 따라 서씨 저택에 갔을 때, 그녀는 하정숙에게 난처한 일을 당했었다. 하정숙은 뜨거운 물을 그녀의 손에 부었었다.그때 서준혁은 귀를 만져주며 그녀를 위로해 줬었다. 앞으로 하정숙을 만날 때는 각별히 조심하라면서 말이다.신유리는 내내 입술을 오므린 채로 서씨 집안에 도착했고 마침 하정숙이 누군가를 마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 사모님과 친분이 있었고, 웃으면서 사모님에게 인사를 했다.그녀는 예쁘고 행동도 올발랐다. 서씨 집안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전부 그녀를 서씨 집안의 미래 며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을 보낸 후, 하정숙은 그녀를 흘겨보기 시작했다. “준혁이는? 왜 같이 안 왔어?”“준혁 씨는 일이 있어서요.” 신유리가 대답했
파티 시간은 주말이었다. 서준혁이 송지음을 데리고 간다고 했으니, 당연히 신유리가 간섭할 일은 없었다.그녀는 서류들을 파일 하나로 정리해 그것을 송지음의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묻지 않았다.단지 신입 인턴인 송지음이 일 처리도 하고 파티 일도 연구해야 하는 게 조금 바쁠 뿐이었다.신유리는 그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다. 서준혁의 충고가 생각났던 그녀는 자발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도움 필요해?”송지음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신유리는 송지음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고, 얼굴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임씨 별장에 가는 사람 엄청 많을 거야. 명단은 메일로 보냈으니까, 이름이랑 취향만 외워서 그때 가서 서준혁한테 알려주면 돼.”송지음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착실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해요, 유리 언니.”“그래, 긴장할 필요 없어.” 신유리는 한마디 더 보태었다. “서준혁이가 잘 챙겨줄 거야.”서준혁, 그 세글자에 송지음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서류를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정리한 파일을 서준혁의 회사 번호로 보내주었다.파일을 보낸 후,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그녀는 그제야 서준혁의 개인번호 캐톡 프로필 사진이 토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제 며칠이나 됐다고.신유리의 머릿속에 옛날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본 프로필 사진을 바꾸라는 그녀의 말에 얻은 대답은 귀찮다였다.오후, 프런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서준혁이 전에 약속했던 클라이언트가 왔다는 소식이었다. 신유리는 그 사람을 회의실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서준혁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러 갔다.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회의실로 갔다.송지음의 자리를 지나던 그는, 그녀의 책상을 두드렸다. “회의실로 와.”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서준혁은 대놓고 송지음을 키워보려고 하고 있었다. 화인에서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사석에서 신유리가 대표의 총애를 잃을 거라고 말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