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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여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저희는 아직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하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태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경은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쁜 사람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피해자를 위해 정의를 추구할 겁니다.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힐 테니 저희만 믿으세요.”

태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경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떠나기도 전에 여경은 그녀를 불러 세우며 우산을 건넸다.

“비가 많이 오네요. 우산 챙기세요.”

태지연은 잠시 멈췄다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나무 밑에 날아간 검은 우산에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속눈썹을 내리깔며 눈동자에 서린 감정을 숨겼다.

별장은 원래 시내 중심에 있지 않았고 비까지 많이 내리다 보니 택시를 잡을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걷다가 택시를 잡지 못하면 할 수 없이 장수영에게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코너를 돌자마자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검은색 벤츠, 눈에 별로 띄지 않았지만 신유리는 단번에 알아봤다.

신연의 차였다.

차창을 천천히 내리자 신연의 서늘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태지연을 바라보며 새까만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타.”

태지연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신연이 이미 떠난 줄 알았다.

그녀는 마치 땅에 뿌리를 박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신연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진 채 차에서 내리더니 무작정 태지연의 손목을 잡아당겨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태지연이 들고 있던 우산은 그만 땅에 떨어졌다. 신연은 그 우산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순간 그의 새까만 눈동자는 선명하게 빛이 났다.

그는 갑자기 웃으며 몸을 굽혀 우산을 집어 들었다.

흐릿한 하늘을 배경으로 보슬비가 내렸다. 신연의 옷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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