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송지음이 먼저 와서 시비 걸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외할아버지 일에 대해서는 아직 송지음한테 따지지도 않았는데 그녀 먼저 날뛰기 시작했다.다만 외할아버지 일을 생각하면 이연지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마음이 초조해지더니 신유리의 눈빛은 약간 어두워졌다.그녀는 밖에 얼마 머무르지 않고 바로 공사 현장에 가서 이신을 찾았다.미래의 전시회는 성남에서 처음 열기 때문에 준비 할 때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그러나 신유리가 현장에 가자 이신은 없었고 곡연이 도면을 보며 세부 위치를 검사했다.그녀는 처음에 신유리를 보지 못했는데 누군가 인사를 하는 바람에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려 신유리에게 물었다.“어쩐 일이세요?”“뭐 도와줄 거 없어?”신유리가 말했다. 곡연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이쪽은 모두 기술직이에요. 언니는 이런 거 모르잖아요. 이신이랑 허경천 걔네는 부서 쪽에 갔어요.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같이 갈 수 있었는데.”“그래. 좀 늦었네.”곡연이 한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런 기술 방면의 일에 대해 그녀는 확실히 잘 몰랐고 게다가 여기에 있으면 되려 짐이 될 것 같았다.신유리는 차라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곡연에게 말하려 할 때 마침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고 눈을 반짝이더니 약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신유리는 멈칫하더니 물었다.“왜 그래?” “오늘 건축자재 시장에 가서 자재들을 계약해야 한다는 걸 깜빡했어요.”이번에 버닝 스타는 한 번에 두 개의 주문을 받았다. 게다가 계약 시간까지 비슷하다 보니 다들 바삐 돌아쳤다.그녀가 많이 불안해하자 신유리는 옆에서 물었다.“지금 가도 돼?” “되긴 되는데 여기 물건도 오늘 다 확인해야 해요.”신유리는 눈을 내리깔았다.“그럼 내가 가도 괜찮을까? 특별히 전문적인 문제가 필요했던 게 아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곡연은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아니에요, 그냥 목재 더미에요. 서류를 줄 테니 그대로 확인만 하면 돼요.” 공사 현장을 나오니 3시가
서준혁은 아주 일찍 도착했다. 그의 어깨에 묻어 있는 물기로 봐서는 밖에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알 수 있었다.채리연은 웃으며 손짓했다. “밥 먹었어? 아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서준혁은 눈길을 잠시 떨구었다가 검은 눈동자로 무심히 신유리를 쓸어보았다. 신유리는 한창 무표정으로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내리더니 서준혁이 오기 전에 더 세졌고 또 점점 더 세질 추세였다. 비가 오는 날에는 택시를 잡기 어려웠다. 신유리는 지난번에 어깨를 다쳐서 요즘에 이신과 임아중에게 운전을 금지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택시를 타고 왔다. 그리고 차를 몰고 왔더라도 지금 돌아가기에는 어려웠다. 그녀는 야맹증이라 밤중에 운전하기에는 위험이 컸다. 신유리는 조금 망설였다. 만약 오늘 저녁 돌아가기 힘들면 그녀는 가까운 호텔을 찾아야 했다. 하정숙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무슨 저녁이야, 사람 데리러 온 거지 저녁밥 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채리연은 낮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 “정숙아, 말 좀 조심해.”하정숙은 무심하게 말했다.“당신이야 언제나 좋은 사람 역할만 하지. 누구는 이미 여기에 눌러앉아 갈 생각이 없잖아.”그녀는 하마터면 신유리의 이름까지 밝힐 뻔했다. 신유리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하정숙은 마치 그녀가 끈질기게 서준혁에게 매달리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녀는 단지 신유리를 겨냥하는 것이 습관이 되걸까?신유리는 냉담하게 말했다. “사모님은 왜 송지음을 좋아하지 않는가요? 저는 오히려 두 분이 말씀하는 게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분명 닮은 점이 있을 텐데요.”“무슨 뜻이냐?”하정숙은 낮은 소리로 호통쳤다. 신유리는 이전에 그녀를 존경했다. 하정숙이 화를 내면 즉시 자세를 낮추고 달래주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따지고 보면 하정숙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반대로 하정숙은 매번 그녀를 볼 때마다 항상 고고한 자태를 하고 있었다. 마치 신유리가 여전히 이전
신유리는 속눈썹을 내리깔고 잠시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할아버지의 간절한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유리야, 너 지금도 밖이냐?”신유리는 밖에 억수로 쏟아지는 큰비를 바라보면서 할아버지의 말투에 담긴 관심을 알아차리고 잠시 침묵하고 나서 대답했다. “네. 아직 밖에 있어요.”“너 어디냐? 내가 준혁이더러 너 데리러 가라고 할게. 이렇게 큰비에 운전하지 말거라. 위험해.”할아버지는 즉시 말을 받았다. 신유리는 입귀를 실룩였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지금 서준혁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눈가로 무심코 스쳐보니 서준혁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눈동자는 온통 냉소로 차 있었다.신유리는 번쩍 놀라 고개를 돌리며 할아버지에게 서준혁이 데리러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는데 할아버지의 맹렬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서 또 류 사부님이 그에게 약을 가져다주는 기척도 들려왔다. 신유리는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할아버지는 낮은 소리로 기침하며 허약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괜찮다. 유리야,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조심하거라. 그 나쁜 놈과 화내지 말고.”할아버지는 말하기도 힘들어했다. 신유리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류 사부님이 급급히 전화를 끊었다. 신유리는 눈을 들어 서준혁의 마뜩잖은 시선과 마주했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철이 든 척 말을 잘 듣던데 넌 피곤하지도 않아?”그의 검은 동공에 차가움이 얇게 깔렸다. “꼭 이렇게 해야 되겠어?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구걸해야 기뻐?”신유리는 원래 할아버지 때문에 잠깐 망설였던 것마저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녀는 안색도 변하지 않은 채 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나한테 뭘 구걸했는데? 서준혁, 넌 항상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지.”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은 가게의 따뜻한 색조의 불빛 아래에서 얼마간 부드러워 보였다. 신유리는 조롱하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재미
경희영의 말은 관심으로 넘쳤다. 송지음은 그를 보며 얼굴에 황당함이 스쳐 갔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저를 여동생으로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어요?”경희영은 얼굴에 쓸쓸함이 넘쳤다. 그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송지음을 빤히 바라보았다. “네가 원한다면.”말을 마치고 그는 손을 뻗어 송지음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투에는 마음 아프고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방금 한 말은 너무 충동적이었어. 없던 일로 해줘.”송지음은 입술을 깨물고 눈을 내리깐 채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경희영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은 피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있어서 경희영의 계산적이고 의도적인 눈빛을 보아내지 못했다. 신유리는 백화점에서 한 시간 넘어 기다렸지만 빗줄기는 아직도 작아지지 않았다. 되려 다시 세졌다.그녀는 반 시간 전부터 모바일 택시 앱으로 택시를 잡고 있었지만 주문받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각 상가가 문을 닫기 시작하자 카페직원도 두 번이나 와서 퇴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11시가 돼갔다. 곧 백화점도 문 닫을 시간이었다. 그녀는 카페에서 우산 한 자루를 빌려 백화점을 나섰다. 원래 내비게이션에 따라 근처 호텔을 잡으려 했지만 비가 생각보다 너무 세게 내리고 있었다. 금방 백화점을 나서 우산을 펼치자마자 큰비가 우산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로 억수로 쏟아져 내렸다. 신유리는 한 손으로는 우산을 쓰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마치 뒤집힐 것 같았다. 땅에 고인 물도 좀 깊은지라 신유리는 발을 내딛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고인 물은 이미 그녀의 발등을 넘었다. 차량 경적소리는 억수로 퍼붓는 빗속에서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신유리 앞에 멈춰 섰다. 신유리는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후퇴했다. 차창이 내려지더니 서준혁의 차가운 옆태가 드러났다.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얼마간이 씻겨졌다. “타.”신유리는 우산을 받쳐 들고 물었다. “어떻게 왔어?”“할아
어르신의 어조에는 얼마간의 명령이 들어있었다. 서준혁은 무거운 눈빛으로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해명했다. “저 바빠요.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내가 아침밥을 먹으라고 한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냐?”어르신의 얼굴색은 단번에 어두워졌다. 그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이내 불쾌감이 어렸다. 신유리는 손을 씻고 느릿느릿 식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류 사부님을 도와 수저를 세팅했다. 어르신과 서준혁 사이의 일에 그녀는 끼어들 자격도 없었고 딱히 무슨 말을 할지도 몰랐다.서준혁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 차 있었고 깊고 그윽한 동공은 고요해지더니 결국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할아버지는 안색이 조금 나아졌다. 그는 윗자리에 앉았고 서준혁과 신유리는 그의 옆에 마주하고 앉았다. 신유리 앞에는 제비집이 놓여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을 열었다. “여자애들이 많이 먹으면 미용에 좋다더라.”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의 관심에 감사를 드렸다. 서준혁은 옆에서 할아버지의 냉대를 받고 있었다. 그 역시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밥 먹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여러 화제를 꺼내도 서준혁과 신유리는 눈치껏 말을 돌리곤 했다. 밤새 내리던 비는 그제야 조금 약해졌다가 다시 더 세게 내리는 추세였다. 서준혁은 조급해 보일 정도로 급하게 외출했다.원래 신유리도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바깥 날씨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도 많이 흐렸다. 좀 개이면 떠나거라.”신유리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할아버지께서 탄식하는 소리에 멈칫했다. “유리야, 이 늙은이가 많이 귀찮게 굴었지. 이제 몇 년이 더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제일 걱정되는 게 준혁이다. 성격이 집요해서 한곳으로 파고들기 좋아하는 데다가 충고도 듣지 않으니.”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대꾸하지 않았다. 어르신께서 돌아온 며칠 동안 의도가 너무 뚜렷했다. 여전히 그녀와 서준혁을 다시 이어주려고 한다. 웃어른인지라 신유리는 너무 무정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낮
송지음의 눈에서 분출된 강렬한 원한을 경희영은 모두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모르는 척하며 송지음을 관심했다. “왜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그는 손을 뻗어 송지음의 이마에 올렸다. “또 열이 나는 거 아니야?”갑자기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향수 냄새가 순식간에 송지음을 감싸왔다. 그녀는 멍하니 경희영을 바라보며 괜히 센 척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난 괜찮아.”경희영은 더욱 안쓰러운 얼굴로 자연스레 송지음을 품에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바보야, 기분 나쁘면 나한테 말해야지. 말 못 할 게 뭐가 있어.”송지음은 손에 핸드폰을 쥔 채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낯선 남자의 뜨거운 숨결은 순식간에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경희영을 밀어내자 그는 되려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송지음은 잠시 몸부림치는 척 하더니 아예 품에 안긴 채 낮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인화 그룹에서 나온 후 곧바로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에는 임아중만 남아있었고 모두 공사 현장으로 가고 없었다. 비가 오더라도 일을 서둘러야 했다. 신유리는 임아중과 안사를 나눈 후 서재로 돌아가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필경 어젯밤 채리영쪽에서 새로운 요구를 추가했으니 말이다. 임아중은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꺼풀을 치켜들더니 신유리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호텔에서 잤어?”신유리는 흠칫 놀란 채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이신이 그러는데 어제 비가 너무 세서 네가 호텔에서 하룻밤 묵었다던데. 난 어제 너랑 얘기 나누고 싶었거든.”임아중은 의아해서 물었다.“왜? 어젯밤 호텔에 묵은 거 아니었어?”신유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호텔에 있었어.”임아중은 짧게 대꾸했고 신유리는 이내 몸을 돌려 서재로 갔다. 신유리가 한참 일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폭우는 이미 약해져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때마침 이신도 돌아왔고 임아중은 큰 테이블 한가득
주국병은 특유의 악랄한 표정을 하고 비웃음 섞인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며 누런 이빨을 내비추며 말을 했다.“네가 나를 고소하지 않겠다고만 하면 내가 모든 증거를 다 줄게, 그리고 여우같은 여자가 네 엄마를 세뇌시킨게 한 두 번이 아니잖아?”주국병은 일부로 목소리를 내리깔며 엄숙한 분위기를 잡으려고 애쓰며 말을 이어갔다.“어때? 꽤나 솔깃한 제안이지?”신유리는 평온하고도 묵묵한 태도로 그를 쳐다보았다.이연지의 동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주국병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신유리가 맨 먼저 주국병을 찾아오지 않은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주국병이 교활하고도 악한 인간이라 제대로 된 말들을 하지 않을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신유리가 말없이 주국병을 빤히 쳐다보았고 주국병은 그런 신유리가 두렵지도 않은지 여전히 말을 하고 있었다.“어차피 물건은 내 손에 있어, 네가 허락 하던 안 하던 그건 네 맘 대로지.”교도소에서 나오는 순간까지도 신유리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연우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주국병 그 사람이 말한 거... 정말 생각 없어?”“없어. 있어서도 안 되고.”신유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외할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도, 실제로 몹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도 주국병이기에 송지음의 증거 하나를 얻자고 살인자를 풀어줄 생각은 1도 없는 신유리였다.그리고 특히 주국병의 말은 별로 믿을 수가 없다는 것도 알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도 안 된다.연우진이 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화주제를 바꾸기 위해 신유리를 데리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서준혁씨 할아버지가 오셨대, 듣기론 다음 주에 서씨 집안에서 할아버님 생신도 같이 보낸다고 하던데?”“너는 갈 거야?”연우진이 신유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이 업계사람들은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또한 볼품없이 적어도 무조건 다 만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씨 집안과 연씨 집안 사이도 아주 좋기에 연락도 꾸준히 하는 사이었다.그러기에 연우진은
서준혁과 송지음이 신유리 때문에 심하게 다퉜다는 사실은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필경 송지음이 비서실로 돌아왔을 때 안색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이다.그저 영화를 보듯이 흥미진진해 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송지음으로 하여금 화가 나고도 속상하게 하였다.그녀는 서준혁이 끝까지 신유리를 감싸는 모습에 두 사람 사이가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경희영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너무 복잡해진 송지음은 생각하면 할수록 서운함이 물 밀 듯 밀려와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고 그러던 와중 책상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지음씨, 점심 같이 먹을까요? 내 친구가 레스토랑 오픈했다는데 꽤 맛있을 거예요. 지음씨 데리고 가고 싶어서...]경희영에게 보내온 문자였다.송지음은 약간 망설이는 듯싶더니 바로 답장을 보냈다.[좋아요.]신유리는 화인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양예슬이라는 “스피커”가 있기에 송지음의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었다.서준혁과 송지음은 여전히 냉전 중 이었지만 서준혁은 아랑곳 않고 부산으로 출장을 나갔고 그 때문인지 송지음은 매일 굳은 표정으로 출퇴근을 하더니 조퇴와 지각횟수가 더욱 많아졌다.[요즘 지음씨 혼자 막 나대는 거죠. 회사가 진짜 자기 집 인 것 마냥 행동하고... 근데 저번에 송지음이랑 어떤 남자가 같이 영화 보는 모습을 오청아씨가 봤대요! 재밌죠?]신유리는 양예슬이 보내온 문자들에 대충 답장을 해주고는 바로 업무에 몰두했다.서준혁의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그녀더러 저녁에 일찍 오라고 당부했다.서씨 가문에서는 특별히 할아버지를 위한 생일파티를 준비했기에 신유리는 매우 성대할 줄 알았지만 서창범은 오직 서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몇몇 친구들만 초대하여 아주 소소했다.생일파티 장소는 화려한 장식들로 둘러싸인 야외에서 하였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탓인지 날씨는 조금 쌀쌀했다.신유리는 연우진과 함께 약속장소로 도착하였고 연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듣던대로 사이가 몹시 좋아보였다.할아버지는 일찍부터 유원장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