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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작가: 과즙유리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9 20:26:28
장내는 묘한 침묵에 휩싸였다.

‘심재현, 이 사건은 네가 직접 맡은 거였어.’

‘하지만 너는 온 마음을 서재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쏟아부었고, 정작 진짜 피해자인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지.’

재현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미친 듯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응답하지 않자, 다시 전화기를 들고 한 번, 또 한 번,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너는 이제 더 이상 내게서 어떤 답변도 받을 수 없어.’

뚝, 신호음과 함께 전화가 연결됐다. 나는 그가 전례 없는 기쁨을 눈에 띄게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안도감이 묻어났다.

“임시아, 역시 네가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안녕하세요, 이곳은 병원입니다.]

재현의 말을 차갑게 끊은 것은 휴대폰 너머의 침착한 직원의 목소리였다.

[임시아 씨의 가족이신가요? 가족분이 와서 확인하시지 않아서, 저희가 곧 화장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화장이라뇨!”

재현은 갑작스럽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장난치는 거죠? 지금 당장 가서, 당신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거예요! 나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는 악셀을 끝까지 밟아 차를 몰았다. 속도는 120km를 넘어섰고, 그의 손바닥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고,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두려워했다. 동시에, 그는 희망했다.

‘하지만 소용없어, 심재현.’

나는 재현에게 직접 말하고 싶었다.

‘기대하지 마.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재현이 화장장에 도착했을 때, 내 몸은 이미 안치실에서 꺼내져 있었다.

나는 차마 더는 그 장면을 바라볼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낮은 온도로 보존된 내 몸도 부풀어 오르고 부패가 시작된 상태였다.

나는 사고 당시 이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고, 지금은 인간의 형체마저 거의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재현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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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매번 서재희는 심재현에게 욕설과 비난을 들으며 집에서 쫓겨났다.가장 심했던 날, 재현은 핏발 선 두 눈으로 부엌에서 칼을 꺼내 들고 재희를 향해 소리쳤다.“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나와 시아를 방해하지 마라!”재현의 미친 듯한 모습에 겁에 질린 재희는 더는 한마디도 못하고 황급히 도망쳤다. 재현이 집에 틀어박힌 지 2주째, 마침내 경찰 측에서 소식이 전해졌다.재현은 스스로 서재희의 변호를 맡아 왔지만, 이제 직접 증언을 뒤집고 자신이 현장을 조작했다는 사실까지 자백했다.그의 자백은 사건의 재수사에 큰 기여를 했다.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내 휴대폰을 발견했다. 기술팀이 이를 복구한 결과, 재희가 나에게 보낸 도발적인 문자가 드러났다.명백한 증거와 증언 아래, 서재희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아현 또한 직무유기와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되었다.“심재현 씨.”사건이 본인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경찰은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을 처리하도록 했다.“진범이 잡히긴 했지만, 당신도 잘 알다시피 현장을 고의로 훼손한 행위는 심각한 범죄예요. 변호사로서 승률이 아무리 높아도 이 책임은 피할 수 없어요.”“알고 있어요.”재현은 평온한 태도로 이를 받아들였다.“이것도 제가 하는 속죄라고 생각할게요.”결국, 재희는 살인미수 및 악질적인 범행으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희가 형 집행을 앞둔 전날, 재현은 오랜만에 집을 나섰다.재희를 마주한 순간, 재현을 보고도 어떤 흥분도, 감정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앉아.”재현은 재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서재희, 네가 시아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지? 후회는 해?”재현의 질문에,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 감정이 떠올랐다. 이윽고, 재희는 갑자기 흥분해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후회? 내가 뭘 후회하겠어! 내가 후회하는 건 왜 그때 확실히 임시아를 죽이지 않았나 하는 거야! 그래서 오빠가 알아차리지 못하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8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서재희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질렸다.“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시아가 전화했을 때 시아를 믿지 않을 리가 없었을 거야!”“너만 아니었으면, 내 딸 하루가 불길 속에서 죽는 일은 없었을 거야!”“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시아와 하루를 잃는 일도 없었을 거야!”심재현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치며,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바닥에 내던졌다.재희와 함께 찍은 사진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석고 인형, 그리고 그들의 추억들까지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재희는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그제야 그녀는 진정으로 공포를 느낀 듯했다.“오빠, 다 잊어버리면 안 돼? 내가 아이를 낳아줄 수도 있어!”“나는 시아 언니보다 오빠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젊고, 오빠에게 더 완벽한 가정을 만들어줄 수 있어!”재희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듯, 재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내 동생, 서아현도 있어! 오빠, 우리 자매 둘이 함께 시아 언니 하나보다 못해?”재희가 아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아마 재현은 분노에 휩싸여 그 사실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희의 말은 마치 재현의 분노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되었다.재현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좋아! 서재희, 너희 자매가 날 완전히 가지고 논 거지!”“너희는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이 시아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으면서도, 나한테 숨겼어! 그리고 내가 시아를 지옥으로 밀어 넣도록 만들었지!”재현의 웃음은 금세 사라졌고, 눈빛은 냉정한 광기로 가득 찼다. 재현은 재희의 옷깃을 거칠게 붙잡고 그녀가 버둥거리는 것도 무시한 채 조용하고 차갑게 말했다.“나는 이미 경찰에 연락했어. 시아를 해친 너희 모두를 지옥으로 끌어내릴 거야.”재희는 울부짖으며 용서를 빌었지만, 재현은 그녀를 뒤로하고 단호히 집을 떠났다.그리고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비웃었다.‘물론 서재희와 서아현도 나의 죽음에 책임이 있지만, 심재현, 결국 넌 내 죽음의 진정한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7화

    심재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듯 어깨를 떨며, 일어서려다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 그는 간신히 손을 뻗어 직원의 팔을 붙잡고 간절하게 외쳤다.“심하루, 내 아이를 보여줘요! 제발! 저는 그 애의 아버지예요!”나는 마침내 내 딸, 하루를 다시 만났다. 한때 활발하고 환하게 웃던 내 딸. 하지만 지금 내가 바라보는 것은 작은 유골함에 조용히 담긴 하루였다.오랫동안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내 마음이 마침내 폭발하듯,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나는 그저 텅 빈 허공 속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마른 비명만 지를 수 있었다.죽고 나니,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죽은 후로 나는 하루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녀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재현은 작은 유골함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물은 이미 말라버린 듯했고, 눈빛은 깊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하루는 재현의 첫 번째 아이였고, 재현이 간절히 부탁해서 내가 낳은 희망이 담긴 아이였다.웃음 많고 생기 넘치던 그 작은 아이는 이제 작은 상자 속에 홀로 남아 있었다.심지어 처음에는 아무도 그 아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미혼모에다 방탕한 여자.”“술에 취해 운전하는 정신 나간 여자.”“치료가 안 되면 죽어버리라고!”그가 내뱉었던 말들은 칼처럼 내 심장을 찔렀다. 단어 하나하나가 잔인하게 나를 후벼팠다.재현이 가장 악랄한 말로 저주하며 의심했던 대상은, 5년 동안 함께했던 연인과 겨우 세 살 된 그의 딸이었다.아이를 좋아했던 재현은, 내가 임신 사실을 알리자마자 가장 먼저 기뻐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재현의 간절한 부탁에 따라 엄청난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하루를 낳았다.우리는 원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도 있었다.그가 재희와의 애매한 관계를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계속 이어가지 않았다면 말이다.재현은 유골함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시간이 멈춘 듯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나는 재현이 그렇게 남은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6화

    장내는 묘한 침묵에 휩싸였다.‘심재현, 이 사건은 네가 직접 맡은 거였어.’‘하지만 너는 온 마음을 서재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쏟아부었고, 정작 진짜 피해자인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지.’재현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미친 듯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응답하지 않자, 다시 전화기를 들고 한 번, 또 한 번,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그렇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너는 이제 더 이상 내게서 어떤 답변도 받을 수 없어.’뚝, 신호음과 함께 전화가 연결됐다. 나는 그가 전례 없는 기쁨을 눈에 띄게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안도감이 묻어났다.“임시아, 역시 네가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안녕하세요, 이곳은 병원입니다.]재현의 말을 차갑게 끊은 것은 휴대폰 너머의 침착한 직원의 목소리였다.[임시아 씨의 가족이신가요? 가족분이 와서 확인하시지 않아서, 저희가 곧 화장을 진행하려고 합니다.]“화장이라뇨!”재현은 갑작스럽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장난치는 거죠? 지금 당장 가서, 당신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거예요! 나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그는 악셀을 끝까지 밟아 차를 몰았다. 속도는 120km를 넘어섰고, 그의 손바닥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고,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두려워했다. 동시에, 그는 희망했다.‘하지만 소용없어, 심재현.’나는 재현에게 직접 말하고 싶었다.‘기대하지 마.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재현이 화장장에 도착했을 때, 내 몸은 이미 안치실에서 꺼내져 있었다.나는 차마 더는 그 장면을 바라볼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낮은 온도로 보존된 내 몸도 부풀어 오르고 부패가 시작된 상태였다.나는 사고 당시 이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고, 지금은 인간의 형체마저 거의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재현은 그런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5화

    “뭐라고?”심재현의 몸이 순간 굳어졌고, 그는 무심코 소리를 높였고, 주위 손님들이 놀라서 재현을 쳐다보았지만, 재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더 격양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뭐라고 했어?”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는 그의 동료가 단어 하나하나를 천천히 또렷이 말했다.“피해자 정보가 임시아 씨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까지 전부 일치한다고.”그 말에 재현은 갑자기 힘이 쭉 빠진 듯 주저앉아 버렸다. 고급 맞춤 정장은 엉망이 되었고, 그의 휴대폰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재현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혼란에 빠진 듯했다.“오빠, 왜 그래?”재현의 몰골을 본 재희는 손님들의 웅성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급히 허리를 숙여 그를 부축하려 했다.“오빠, 나를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연기 좀 잘해주면 안 돼?”재희는 재현의 귀에 대고 특유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으나 이번에는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그는 재희의 부축을 빌려 일어섰지만, 걸음걸이는 불안정했고, 얼굴에는 전혀 다른 감정이 떠올랐다.재현은 재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여전히 화사하고 아름다웠지만, 그의 눈빛은 달랐다. 더 이상 다정하거나 사랑스럽지 않고, 그 대신 낯선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재희는 그 눈빛에 당황했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재현의 손을 잡고 간절히 말했다.“오빠, 키스 같은 건 안 해도 돼. 우리 그냥 남은 순서만 마무리하자, 응?”재희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재현은 재희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는 차라리 울음에 더 가까웠다.“재희야, 방금 전화가 왔는데, 네 사건에 문제가 생겼어. 내가 지금 당장 가봐야 해.”나는 옆에서 얼어붙은 채로 그를 지켜봤다.처음이었다. 재현이 나를 위해 재희를 두고 가는 모습을 본 건.그동안 내가 아무리 절박한 상황에 있어도,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4화

    단지 여동생일 뿐이라면, 서로를 여보라고 부를 수 있을까?단지 여동생일 뿐이라면, 내가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아내와 딸을 버려두고, 서재희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러 달려갈 수 있을까?“이번 사건만 끝나면, 너랑 하루에게 더 시간을 낼게.”그가 끝내려 했던 것은 단지 사건만이 아니었다. 내 삶도 함께 끝나 있었다. ‘심재현, 네 기대는 결국 산산조각 날 운명이야.’‘나는 이미 죽었고, 이제 더는 네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뉘우치는 메시지를 받을 일도 없을 것이야. 그리고 너에게는 더 이상 딸도 없게 됐어.서재희의 생일 당일, 재현은 그녀를 위해 화려한 대형 연회장을 통째로 빌렸다.재현은 맞춤 제작한 고급 정장을 입고 당당히 서 있었고, 재희는 재현이 직접 준비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의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마치 완벽한 한 쌍처럼 보였다.재희가 말했다.“오빠, 우리 둘이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적어도 오빠랑 결혼하는 꿈만이라도 이뤘으면 좋겠어. 형식적인 결혼이라도 괜찮아.”처음엔 망설이던 재현도 재희의 말 한마디에 더는 거부하지 않았다.“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재희, 넌 세상에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재현은 재희와 함께 웃으며 손님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었고,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행복이 가득했다.‘봐, 심재현. 네가 마지막 선은 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원칙을 지킨 척하지만, 너의 행동 하나하나는 이미 우리 관계를 떠나는 발걸음이야.’나는 웅장한 결혼식장의 천장을 떠다니며 이 모든 광경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실감했다.재현은 마이크를 들고 서재희를 바라보며 감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오늘 우리는 여기 모였습니다. 제 사랑스러운 공주님, 재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요!”하지만 재현의 신호에 따라 예상했던 생일 케이크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미리 준비했다는 축하 영상도 상영되지 않았다.대신, 신부 복장을 한 남자가 무대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둘 사이에 섰다.그는 마이크를 들고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3화

    나는 심재현과 서재희 때문에 수없이 다퉜다. 나는 그들의 관계가 이미 정상적인 친구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비난했고, 재현은 내가 쓸데없는 의심을 한다며 내 마음이 더럽다며 비아냥거렸다.가장 황당했던 건, 하루가 심각한 고열에 시달릴 때였다.당시 운전을 할 줄 몰랐던 나를 두고 재현은 재희 집에 가서 그녀와 함께 어린이날을 보냈다.심지어 우리의 약혼식 당일에도, 그는 가득 모인 친척과 친구들의 시선과 비난을 무시하고, 나를 뒤로한 채 재희를 찾아 홀을 뛰쳐나갔다. 그저 재희가 보낸 단 한 줄의 메시지 때문이었다.[재현 오빠, 나 너무 힘들어. 오빠 없으면 죽어버릴 거야.]재현은 재희를 달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맞춰주며, 심지어 여보나 자기야라고 부르는 것조차 허락했다.그 이유는 단 하나, 재희는 그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소꿉친구였고, 과거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아현이 재희의 동생으로서 그를 형부라고 부르는 것도 자연스러웠다.그래서 재희는 법조계와 아무런 관련도 없으면서, 그와 함께 사건을 처리하며 재현의 곁에 있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나는 다른 동업자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까 봐, 또 사건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했다. 그래서 재현에게 업무 중에는 재희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여러 번 설득했다.하지만 재희는 내가 자신을 일부러 겨냥한다고 생각하며, 늘 그 앞에서 나를 비꼬았다. 그래서 그녀에게서 협박 문자를 받았을 때, 나는 그것을 가벼운 말로만 여겼다.설마 정말 행동으로 옮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희는 정말로 내 차에 손을 댔고, 나를 직접 죽이려 했다.재희가 차를 몰고 나를 향해 달려들 때, 나는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려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차가 전복되기 전, 나는 재희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들었다.재희는 자기 옷을 일부러 흐트러뜨리고, 몸에 상처를 낸 뒤, 그가 도착하기 전에 자신을 공포에 질린 피해자로 꾸몄다.재현은 재희의 말을 듣고 그녀를 밀어내며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2화

    나는 종종 반문한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겪어야만 했는지. 이제야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나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허공에 떠서 심재현이 나를 술에 취해 운전하다 사고를 낸 정신 나간 미치광이로 모욕하는 꼴을 지켜봐야 한다니.그는 내 시신 앞에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제 재희는 더 이상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어. 법정에서도 내가 재희를 위해 더 많은 이득을 쟁취할 수 있을 거야.”재현은 나를 협박하기 위해 준비했던 자료를 대충 한쪽에 던져두며 눈빛을 살벌하게 번뜩였다.“재희에게 이런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 당신이 죽었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재현은 모든 죄와 사고 원인을 나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실은, 서재희가 내 차에 손을 댄 것이었다.재희는 내 브레이크를 고장 내고, 내가 마시는 진정제에 정신과 약물과 알코올을 섞었다. 그렇게 나를 죽이려고 계획한 것이다.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는 서아현에게 물었다.“차 사고 현장에서 아이의 시신도 발견됐다던데?”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재현은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법정에서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자신감을 드러냈다.“그렇다면 더 쉽게 풀리겠어. 이 여자는 미혼모에다 방탕한 생활을 한 사람으로 몰아가면 돼.”“아이를 조수석에 태우고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하면, 더 큰 죄목이 될 테니까.”‘하지만 심재현, 예전에 네가 내게 간곡히 부탁해서 낳은 아이가 바로 심하루야.’‘너의 부탁에 따라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조수석에 앉아 있던 게 아니야. 생일 케이크가 넘어질까 봐 케이크를 받치고 있었던 거야.’‘너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기를 바랐던 딸, 하루라고.’그렇게나 예쁘고 아픔을 무서워했던 아이가, 폭발의 충격파가 나를 덮치기 직전, 자기 몸을 내던져 내 앞을 막아섰다. 그 작은 아이는 가장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내 품에서 생명이 꺼졌다.‘그런데도 이제 와서 네가 내게

  • 끝없는 밤의 끝에서   제1화

    나는 허공에 떠서 멍하니 심전도가 일직선으로 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곁에서 삐이이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병상에 누운 사람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화상을 입어 온몸이 두꺼운 붕대로 감겨 있었고, 성별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신원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단서는 침대 발치에 있는 환자 정보였다. 하지만 심재현은 그런 정보에는 관심이 없었다.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자신의 첫사랑인 서재희의 결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가득 차 있었다.“형부, 오셨어요.”간호사 서아현이 재현을 병실로 안내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나를 보자 아현의 말은 갑자기 끊겼다. 그녀가 죽음을 본 적이 없어서가 아니다.오랜 시간 바라왔던 일이 이루어지면 누구라도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피해자가 죽었다고?”재현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곧 기쁨에 찬 눈빛을 드러내며 말했다.“잘 됐어. 이러면 증언할 사람이 없으니, 재희를 위해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있겠어!”나는 허공에서 떠서 그 기쁨에 차서 웃고 있는 남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남자는 내가 5년간 사랑했던 내 연인이었다....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 차는 재희의 차에 의해 심하게 전복되었고, 나는 운전석에 끼여 꼼짝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재희는 별다른 부상 없이 자신의 차를 천천히 사고 현장에서 멀리 주차한 후, 울먹이며 재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실수로 사람을 쳤다고 말했다.전화 연락을 받은 재현은 현장으로 즉시 달려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멀리서 나는 그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재현이 그녀를 다정하게 위로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에는 깊은 애정과 연민이 가득 담겨 있었다.나는 머리 위로 피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몸은 이미 마비된 듯했지만,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대원이 곧 도착할 거라며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다나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내 딸 심하루는 버틸 수 없었다. 하루의 부상은 나보다도 심각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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