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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Penulis: 유진
소민아는 그런 그녀의 아부가 싫지 않았기에 이름이 알려진 뒤로 심심풀이용으로 하던 라이브에 문혜진을 포함한 상류층 사람들을 부르며 인기몰이를 했다. 다들 무척이나 협조적이었고 심지어는 새벽에 연락해도 흔쾌히 나와주었다.

부자들이 나오는 컨텐츠는 수요가 많았기에 소민아는 라이브로 얻은 인기에 힘입어 자신만의 작은 회사까지 차리며 계속해서 라이브로 수익을 벌어 들었다.

하지만 임유진이 돌아온 뒤로 모든 것이 변했다. 매일같이 아부하며 스케줄을 물어보던 친구들은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겼고 라이브에 와주기로 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다른 스케줄이 있다며 거절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제일 만만하고 항상 개처럼 따르던 문혜진조차도 그녀의 초대를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강씨 가문의 안주인 후보가 아닌 소민아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옆에 있던 비서는 소민아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은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그럼 오늘 라이브는 어떻게...”

“뭘 어떻게 해요? 지금 당장 스케줄 가능한 연예인 쪽으로 연락 돌리세요. 인기 없는 애들 말고 지금 한창 핫한 애들로요.”

소민아가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너희들이 없으면 내가 라이브 못할 줄 알아? 두고봐.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겠어!’

“네, 알겠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소민아는 의자 시트에 등을 기댄 채 화를 억누르다 다시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앨범을 한번 훑어보았다.

많고 많은 사진 속 유난히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한정판 드레스에 예쁜 루비 목걸이를 하고 강지혁의 바로 옆에 서 있는 임유진의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은 누군가가 SNS에 업데이트한 사진으로 소민아는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의 앨범에 저장했다.

소민아는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또다시 분노를 터트렸다.

“드레스도 내가 먼저 고른 거고 루비 목걸이도 내가 먼저 발견한 건데 왜 다 이 여자한테 가 있는 거야!”

임유진이 나타나기 전, 한창 사모님 기분을 내며 쇼핑하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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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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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
언제쯤이면 셋째 아이도 찾고 유진이와 지혁이 행복한 생활을 볼수 있을까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최정숙
소미나가 일 벌렸내 이제는 짜증나고 질린다 유진이한테만 자꾸 불행이생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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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그럴 게 강지혁의 부름으로 사무실에 왔다가 벌써 10분째 아무런 지시도 없이 그의 눈빛만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혹시 사모님과 다투신 건가? 아니면 또 두통 때문에...?’강지혁은 계속해서 눈치만 보고 있는 고이준을 빤히 바라보다 드디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임유진이 내 곁을 떠난 이유가 정확히 뭔지, 정말 몰라?”고이준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심장이 철렁했다.“갑자기 그건 왜요...?”“진애령 사건 때문에 도저히 날 용서할 수가 없어 결국에는 내 곁을 떠난 거라고, 너나 한 집사나 두 사람 다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어.”“네, 그랬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희 추측일 뿐입니다. 사모님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사모님밖에 모르시니까요...”고이준은 당황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저희 추측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5년 만에 돌아오시고 나서 진애령 씨 사건에 관해 얘기했을 때 사모님은 회장님을 다 용서했다고 하셨거든요.”“용서?”강지혁이 코웃음을 쳤다.조금만 살이 맞닿아도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토까지 했는데 그게 과연 용서한 사람의 행동일까?용서했다고 한 말도 어쩌면 기억을 잃은 것 때문에 자신이 용서했다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해외에 있는 요셉 선생한테 연락해서 들어오라고 해. 유진이한테는 아무 얘기도 하지 말고.”고이준은 강지혁의 말에 깜짝 놀랐다.요셉은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로 특히 기억 관련해서는 영향력 있는 논문을 다수 발표한 바 있다.‘회장님 설마...’“혹시 기억을 완전히 찾으실 생각이십니까?”“그래.”강지혁이 담담하게 대꾸했다.사실 그날 밤의 극심한 두통으로 그의 기억은 아주 세세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돌아온 상태다.하지만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 세세한 기억이었다. 거기에 그녀가 떠난 진짜 이유가 들어있었으니까.“하지만 박 선생도 전에 말했다시피 갑자기 모든 기억을 다 찾으려고 하면 회장님의 멘탈이 감당해내지 못할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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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준은 이도 저도 못 하게 된 상황에 머리가 다 지끈해졌다.“이만 나가봐.”“네, 알겠습니다...”고이준이 나간 후 강지혁은 의자에 힘없이 기대더니 이내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살아있었어... 죽은 게 아니었어...”그는 말을 마치고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커지는 웃음소리와 반대로 그의 눈가에는 점점 눈물이 맺혀 올랐다. 그리고 그 눈물은 매끈한 볼을 타고 힘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그날 밤의 극심한 두통으로 그는 임유진과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그녀와 어떤 사랑을 했는지, 또 그녀와 어떻게 헤어졌다가 어떻게 다시 결혼까지 하게 됐는지까지 전부 다 떠올랐다.그리고 그녀를 지독하게 사랑한 덕에 배웠던 후회감과 두려움,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까지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되었다.임유진이 모든 걸 알게 된 그 날, 강지혁도 그녀 못지않게 심장이 철렁하고 고통으로 사뭇 쳤다. 자신만 입을 닫고 진실을 감춰버리면 그녀는 영원히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오만함을 고배로 돌려받는 느낌이었다.세상에는 영원히 발각되지 않는 비밀이란 있을 수 없고 그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 또한 얼마든지 있다는 걸 그때의 그는 몰랐다.기억을 되찾은 강지혁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게 꼭 꿈만 같았다. 그녀가 다시 돌아와 사랑을 속삭이는 게 꼭 언젠가는 다시 사라질 꿈처럼 느껴졌다.그래서일까, 그날 밤 이후부터 그는 임유진이 깊은 수면에 든 후면 어김없이 조용히 눈을 뜨고 자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만지곤 했다.마치 이렇게 해야만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고 그녀가 자신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날 싫어하지 마. 내 곁을 떠나지 마. 제발...”힘없이 가라앉은 목소리는 매일 밤 그들의 침실에 아주 조용히 울려 퍼졌다....주말.임유진과 강지혁은 강선율과 강선현을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놀이공원에 가게 된 계기는 며칠 전의 어느 날 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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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현이는 어쩜 기억력도 좋아... 하하.”임유진은 어색하게 웃더니 곧바로 율이를 바라보며 화제를 돌려버렸다.“그런데 율아, 정말 아빠랑 놀이공원에 간 적 없어?”“네, 아빠랑 같이 간 적은 없어요.”강선율의 대답에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강지혁을 바라보았다.“율이랑 같이 안 가줬어?”“도우미들이 함께 가줬어.”“같이 가주지. 그러다 율이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너는 걱정도 안 됐어?”임유진은 자기가 다 서운한 듯 강지혁에게 바짝 가까이 다가가며 추궁 아닌 추궁을 했다.놀이공원 자체가 즐거운 곳인 건 맞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가는 걸 더 좋아할 것이 분명했으니까.“안 잃어버려.”강지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해?”“그야...”임유진은 강지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답변에 금세 수긍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놀이공원 전체를 하루 대관한 거라 사람이라고는 아이 한 명과 직원들, 그리고 율이 곁을 지켜주는 도우미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강지혁은 10명의 경호원을 아들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하기도 했다.이 정도의 정성이라면 무슨 일이 생겨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하지만 안전은 확보가 됐지만 그런 식의 놀이공원이라면 줄을 설 때의 미묘한 기대감도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북적거림도 느낄 수 없게 된다.“율아, 놀이공원 갔을 때 어땠어? 좋았어?”임유진이 물었다.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율이는 고개를 저었다.“재미없었어요.”재미있어 보이던 놀이 기구도 두어 번 타보니 금세 흥미가 떨어졌다.“놀이공원이 얼마나 재미있는데!”강선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나랑 엄마는 엄청 자주 갔어. 바이킹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고 대관람차도 타고. 그런데 매번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이킹 같은 건 두 번 밖에 못 탔어...”현이는 말을 하다 당시 기억이 떠올랐는지 조금 아쉬운 듯한 눈빛을 보냈다.‘그게 재밌다고?’강선율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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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년간, 그는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뿐 삶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그래서 임유진이 다시 돌아와 줘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다시 원래 있어야 할 궤도 위에서 흘러가는 것 같았으니까.지금의 강지혁에게 유일한 불안요소가 있다면 그건 바로 그녀가 떠난 진짜 이유를 아직 모른다는 것뿐이다.“혁아.”놀이공원 입구에 다다랐을 때 임유진은 다급하게 강지혁을 부르며 신신당부했다.“안으로 들어가서도 꼭 현이 손 잘 잡고 있어야 해, 알겠지? 아니면 눈 깜짝하는 사이 사라져버릴 거야. 율이는... 괜찮네.”임유진은 율이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새삼 신기한 듯 속으로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또래 아이들과 달리 너무나도 순하고 심지어는 듬직해 보이기까지 했으니까.반대로 현이는 벌써 강지혁의 손을 잡은 채 이곳저곳을 끌고 다니며 쉴 틈 없이 재잘거렸다.“걱정하지 마. 설사 놓쳤다고 해도 금방 다시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테니까.”강지혁의 담담한 말에 임유진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 혹시 하는 얼굴로 물었다.“설마 지금 우리 주위에 경호원분들이 있어?”“응. 적당한 인원을 배치해뒀어. 그리고 놀이공원 CCTV 쪽에도 사람을 보냈고.”임유진은 그가 말한 적당한 인원이라는 게 정확히 몇 명인지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강지혁이 생각하는 적당한 인원과 그녀가 생각하는 적당한 인원은 분명히 다를 테니까.강지혁은 임유진의 표정을 보더니 눈썹을 살짝 위로 올리며 물었다.“왜? 누가 따라다니는 거 싫어?”“그렇지는 않아.”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라면 임신했을 당시 이미 톡톡히 맛본 적이 있기에 새삼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그냥 놀이공원에서 노는 것뿐인데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어서.”임유진은 경호원까지 따라붙는 게 조금 유난이라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강지혁은 전혀 아니었다. 그는 그녀와 아이들을 한번 잃어봤기에 아주 조금도 그들을 다시 잃게 될 빌미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나는 그냥 너랑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해주고 싶은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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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멀지 않은 곳에서 네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경호원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떡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임유진과 강선현이 돌아온 뒤로 강지혁은 확실히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놀이공원에 입장한 후,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현이가 하는 말을 전부 다 받아줄 필요는 없어.”“왜? 우리는 가족이잖아. 나는 현이 아빠고.”임유진은 예상외의 대답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강지혁의 눈빛이 다정하다 못해 그 이상의 애정까지 흘러넘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갓 재회했을 때와 달리 그는 마치 두 눈에 그녀밖에 안 보인다는 듯이, 꼭 그녀가 세상의 전부라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그렇지. 우리는 가족이지.”임유진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미소를 지었다.놀이공원 안내인 역을 맡은 사람은 일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강선율이었다. 율이는 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가리키며 조금 들뜬 얼굴로 얘기했다.율이는 아주 이상하게도 전에 왔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사람이 많아 이리저리 부대끼기도 하고 길게 늘어진 줄도 서야 하는데 율이는 그것들이 싫지 않았다.지겹도록 탄 놀이 기구도 현이와 함께 하니 새롭게 느껴지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즐겁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네 사람은 이리저리 구경하다 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킹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그런데 긴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마찰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경멸이 한가득 담긴 여자의 표독스러운 음성도 들려왔다.“이게 감히 우리 찬이를 할퀴어?!”임유진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유명한 브랜드의 가방을 손에 든 여자가 눈을 무섭게 부릅뜬 채 바로 앞에 있는 남자아이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임유진의 시야에서는 아이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키는 율이와 언뜻 비슷해 보였지만 눈에 띄게 야위어 보였고 옷은 색이 다 바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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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관리 좀 제대로 해! 유산은 무슨 얼어 죽을! 당신 나랑 분명히 약속했어. 집안의 모든 건 다 우리 승찬이 거라고! 어차피 딸은 출가외인이니까 지금부터 제대로 교육해. 재산 같은 건 꿈도 꾸지 말라고!”“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잖아.”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계속해서 달랬다.여자아이는 싸움이 일단락되자 빠르게 뒤로 돌았다. 그러고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남자아이의 뺨을 매만지며 울상이 된 얼굴로 물었다.“많이 아파?”임유진은 남자아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걸 보면 괜찮다고 한 것 같았다.임유진은 서로 많이 의지하고 있는 듯한 남매를 보며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방금 있었던 대화로 추측해보건대 표독스러운 여자는 새엄마인 듯했고 세 명의 아이 중 살이 통통한 아이만이 그녀의 친아들인 듯했다.그리고 야윈 남자아이와 당찬 여자아이의 엄마는 이미 세상에 없는 듯하고 말이다.남매끼리라도 사이가 좋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솔직히 임유진은 뺨을 맞고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아이가 누나가 맞을 것 같으니 바로 몸을 던지려 하는 모습이 매우 놀라웠다.그저 뒷모습만 보였을 뿐이지만 아이는 아까 진심으로 여자를 때려눕히려 했다.‘하필이면 저런 여자가 새엄마라니... 안 됐네. 아직 어린 것 같은데.’사람들 많은 곳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손을 올리는데 집에서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을 거라고 임유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게다가 입고 있는 옷만 봐도 그랬다. 통통한 남자아이의 옷은 새것인 것에 반해 남매의 옷은 몇 년은 입은 것 같은 헌 옷이었으니까.왜소한 체구의 남자아이는 기껏해야 4, 5살쯤 돼 보이고 여자아이는 그보다 3살 정도 더 많아 보이는데 아직 어린 나이에 제대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다는 건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임유진은 아이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당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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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이 되고 임유진 일행은 놀이공원 안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현이와 율이는 노느라 에너지를 많이 써서 식욕이 도는지 음식이 나오자마자 한마디 말도 없이 아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리고 다 먹은 뒤에는 금방 다시 키즈 코너로 가 놀겠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애들 데리고 놀고 있을게.”임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지혁에게 말했다.“그래.”강지혁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에게는 그들이 바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이다.하지만 이러한 행복한 순간에도 불안감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만약 임유진이 그를 떠난 이유가 정말 더 이상 그를 사랑할 수 없어서인 거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녀의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나?조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했던 강지혁의 눈빛에 일말의 어둠이 스쳐 갔다.한편, 임유진은 아이들을 안쪽으로 들여보낸 후 입구 쪽 벤치에 앉아 두 아이를 지켜보았다.현이와 율이는 이제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제법 남매 느낌이 많이 났다. 두 아이 모두 서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듯했다.임유진은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려 키즈 코너를 쭉 훑어보았다. 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명의 아이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시선을 멈췄다.아까 바이킹 줄을 섰을 때 봤었던 바로 그 아이들이었다.여자아이는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무릎을 살짝 구부려 앞에 있는 남자아이에게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고 남자아이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임유진은 남자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마치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무척이나 예쁘게 생긴 남자아이였다.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도 작고 영양 불균형인지 얼굴이 조금 노랗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너무나도 조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지나치게 예쁜 얼굴이어서일까, 임유진은 아이의 얼굴을 꼭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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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그럼 내가 심심하지 않게 바로 옆에 붙어만 있어 주면 안 돼? 나도 저기서 놀고 싶단 말이야.”여자아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설득 방법을 바꿨다.“알았어.”남자아이는 이제껏 가만히 있었던 게 무색할 만큼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누나 곁에 있을게.”‘누나’라는 말에 임유진은 또다시 움찔하고 말았다. 남자아이는 눈빛만 닮은 게 아니라 조금 아련한 목소리로 ‘누나’라고 부르는 것까지 강지혁과 아주 많이 닮아있었다.여자아이는 환한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제 막 두 걸음 정도 움직였을 때 아까 바이킹 줄에서 봤던 승찬이라는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한두 살 더 많아 보이는 형들을 데리고 다가왔다.승찬은 손가락으로 겸이란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옆에 있는 형들에게 말했다.“내가 말했던 애가 바로 쟤야. 쟤가 진짜 싸움을 잘하거든. 여태 지는 걸 못 봤어. 아마 형들이라도 상대가 안 될걸?”“하승찬,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여자아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왜? 내 말 맞잖아. 하겸 싸움 잘하는 거 맞잖아.”하승찬은 피식 웃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답했다.누가 봐도 일부러 형들을 도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게 분명했다.아니나 다를까 하승찬과 함께 온 아이들은 담방이라도 하겸과 싸울 듯 거리를 좁혀왔다.여자아이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얼른 하겸을 제 뒤에 숨기고 큰소리로 외쳤다.“내 동생은 싸움 같은 거 안 해. 그리고 우리는 놀러 온 거지 싸움하러 온 게 아니야. 그러니까 저리 가! 계속 다가오면... 그때는 내가 혼내줄 거야!”용기는 가상했지만 수적으로나 힘적으로나 우위에 있는 아이들에게 여자아이의 협박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하승찬이 데리고 온 아이들 중에서 키가 제일 큰 남자아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여자아이를 옆으로 밀어버렸다.여자아이는 중심을 잃은 채 휘청거리다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머리는 바로 옆 기둥에 부딪히고 말았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임유진은 반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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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연신은 차창을 통해 한지영이 머무르고 있는 1층 방의 창문을 바라보았다.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게 만든 자신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는지 같은 질문이 절로 떠올랐다.“안 올라가십니까?”기사가 물었다.“응, 이렇게 보는 거로도 충분해.”백연신은 말을 하며 계속해서 아파트 창문에 시선을 고정했다.내일이면 한지영에게 씌워진 오명을 전부 다 벗겨낼 수 있다....다음날.인터넷은 고은채의 기사로 난리가 났다.한 기자가 고은채에게 백연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그것도 여러 명이 있었다며 폭로했기 때문이다.그중 제일 화제가 된 남자는 지하 클럽에서 호스트로 활동했었던 남자였다. 그 남자는 고은채를 만난 후 아주 오랜 기간 그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왔고 그 덕에 현재는 억 소리가 나는 별장에서 살고 있다고 하며 외출할 때도 꼭 경호원을 한 명씩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고은채의 기사를 폭로한 기자는 이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라며 자신의 수중에는 인터넷에 공개된 그녀가 남자와 끌어안고 키스하는 수위가 약한 사진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해괴망측한 취향이 가득 담긴 사진도 다수 있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아무것도 모른 채로 백연신의 별장에서 석방된 고은채는 기자들의 손에 들린 사진과 그들의 질문을 통해 아주 빠르게 알아챘다. 지금 이건 백연신이 짠 각본이라는 것을.그녀와 친밀한 사이라고 소개된 호스트는 확실히 그녀의 파트너가 맞다. 백연신의 철벽으로 풀지 못했던 욕망을 어디든 분출해야만 했으니까.아마 기자가 공개하지 않은 사진에는 그녀가 남자의 무릎을 꿇리고 개처럼 바닥을 기게 하는 등의 모습이 찍혔을 것이다.하지만 고은채가 호스트와 놀아난 건 2년 전의 일이었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가 아무런 요구도 해오지 않고 그 사진들을 2년이나 간직하고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즉, 해당 사진들은 기자가 자기 힘으로 입수한 사진이 아닌 백연신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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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의 백연신은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는 고은채 밖에 없었고 고은채는 고고하게 고개를 치켜든 채 뭐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있었다.그녀가 도와줘야 백연신이 살 수 있고 또 그녀가 도와줘야만 백연신은 앞으로도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다.자신이 우월하다는 감각에 취한 탓일까, 고은채는 홧김에 그에게 한지영을 구해주는 대신 자기 옆에 있으라고 했다. 이제껏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이 남자를 지금에야말로 자기 발밑에 무릎을 꿇리고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백연신이 한지영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 그녀는 그의 육체라도 곁에 묶어둔 것에 환희를 느꼈다. 어차피 마음 같은 건 시간의 흐르면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백연신은 어느샌가 그녀의 손아귀에서 점점 벗어나 있었고 형세는 완전히 뒤집혀버렸다.고은채는 백연신이 미련 없이 몸을 돌리자 그의 뒷모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다시 그 여자랑 잘 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과 그 여자의 인연은 이미 5년 전에 끝이 났어. 두 번 다시 이어질 수 없다고!”백연신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말 따위는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말이다.고은채는 백연신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고씨 가문에 살길이 터진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가문이 재기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힘을 모으는 것뿐이다.내일부터 꽤 치욕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말이다.고은채는 한지영의 루머를 바로잡아주고 백연신과 합의 하에 파혼한 것처럼 연기해야 할 생각만 하면 벌써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백연신의 차량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서서히 별장에서 멀어졌다.운전기사는 룸미러를 통해 백연신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디서 모실까요?”백연신은 몇 초간 가만히 있더니 이내 한지영이 현재 살고 있는 주소로 향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시트에 등을 기댔다.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다.생각해보면 그는 어릴 때부터 어느 한순간 피곤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0화

    “뭐...?”고은채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백연신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때만을 기다려온 사람이 갑자기 죽여야 하는 상대에게 살길을 터주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내가 돈을 빌려주면 해진 그룹은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만큼은 사수할 수 있을 거야.”백연신의 말에 고은채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그의 말을 달리하면 고씨 가문은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잃게 된다는 뜻이었다.그리고 그렇게 되면 고씨 가문은 더 이상 부유층이 아니게 되고 한순간에 지위가 하락하게 된다.‘아니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만 제대로 사수해도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생겨!’“원하는 게 뭐야? 이유도 없이 자금을 빌려주지는 않을 거 아니야.”고은채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 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내가 원하는 건 우리 둘의 결혼 파기야.”백연신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고은채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빈정거리며 웃었다.“결혼 파기? 우리 집안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결혼 파기 그까짓게 안 될까 봐 무서워?”“나는 네가 직접 사람들에게 우리 결혼은 합의하에 없던 일이 된 거라고 하길 원하는 거야. 그리고 지영이가 그런 모욕적인 오명을 쓰게 된 것도 네 입으로 직접 해명하길 원하고.”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고은채는 머릿속을 스친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순간 눈을 크게 떴다.“설마...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로 딜을 하려는 게 한지영 때문이야?”“아니면? 내가 그 이유 말고 너희 가문에게 살길을 터줄 이유가 또 있어?”고은채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그도 그럴 게 백연신은 지금 고작 한지영 하나 때문에 몇조가 되는 이익을 포기한다고 하고 있으니까.‘그렇게 오래 판을 짜놓고 이제 와서 여자 하나 때문에 이익을 포기하고 후환까지 남겨둔다고...? 미친 거야?’고은채는 이쯤 되니 백연신이라는 남자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안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9화

    강지혁은 불안한 만큼 더욱더 강하게 임유진을 몰아붙였다. 그러다 갑자기 입술을 떼더니 임유진의 눈을 마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만 내 곁에 있으면 나는 하나도 안 아파... 그러니까 날 떠나지 마.”그러고는 또다시 입술을 부딪치며 마치 그녀의 모든 걸 다 집어삼키려는 듯 폭풍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백연신 씨, 당신 이거 납치야.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 우리 부모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날 내보내!”고은채는 백연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쳐댔다.이곳에 갇혀있는 동안 그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휴대폰도 압수당한 바람에 그녀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너희 부모님은 지금 너희 집안에 떨어진 불똥 때문에 그거 처리하느라 널 챙길 여유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미 너희 부모님한테 따님이 현재 내 별장에 있다고 얘기했어.”백연신은 소파에 앉으며 느긋한 태도로 얘기했다.“불똥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고은채가 급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이에 백연신은 부하직원에게 눈빛을 보냈고 부하직원은 리모컨을 들어 거실에 있는 티비를 켰다. 모니터 속에서는 요 며칠 해진 그룹과 고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도한 뉴스들이 편집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고은채는 굳은 얼굴로 영상을 계속해서 바라보다 마지막에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몸을 덜덜 떨었다.‘대체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우리 집안을 완전히 망하게 할 생각이야?’“지금껏 쥐새끼처럼 몰래 움직이면서 뒤에서 칼을 갈고 있었던 거야?!”고은채는 분노로 범벅된 얼굴로 백연신을 바라보았다. 고씨 가문이 며칠 사이에 이렇게까지 무너진 걸 보면 꽤 오랜 기간 이 상황을 준비한 게 틀림없었다.그녀는 그가 정성스럽게 판을 짜는 동안 조금의 의심도 없이 아직도 자신이 모든 걸 주무르고 있다고 착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8화

    “너는 그 기억을 영영 되찾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강지혁의 질문에 임유진은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그가 말하는 기억이 절벽에서의 일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이곳으로 돌아온 그 날 고이준에게서 들었으니까.강지혁은 두 눈을 임유진에게 고정한 채 그녀의 반응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가만히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더니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현재야. 그리고 나는 고통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을 과거라면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라도 괜찮다는 소리야?”“응.”임유진은 고통스러운 과거로 서로가 고통을 받느니 차라리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면 당시의 고통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같은 건 영원히 알지 못한 채로 살 수 있게 될 테니까.임유진은 말을 마친 후 손을 뻗어 강지혁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혁아, 기억을 회복하는 것도 좋지만 무리는 하지 마. 네 몸을 축내면서까지 과거 일을 떠올리지 말라는 소리야. 나는 네가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으니까.”강지혁은 그녀의 말에 머리가 다시금 아파 왔다.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뱉어져 나온 순간 마치 거대한 돌덩이가 심장을 꽉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잘 살 수 있겠어...”강지혁은 자기가 말하고는 자기가 더 놀랐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대체 왜?왜 이 말이 이토록 익숙한지, 왜 이 말을 수백 번은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언제 이런 말을 한 거지? 임유진이 절벽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강지혁은 기억을 헤집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점점 더 아파져 왔다.게다가 이제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고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히며 고통스러운 신음까지 멋대로 흘러나왔다.임유진은 상태가 점점 더 심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7화

    소민아는 양 볼이 퉁퉁 부은 채로 씩씩거리며 딸과 함께 저택에서 나왔다.임유진은 율이와 현이를 씻긴 후 방으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현이는 많이 피곤했던 건지 엄마와 오빠에게 번갈아 뽀뽀한 후 금세 잠자리에 들었다.율이는 동생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진지한 얼굴로 임유진에게 말했다.“나는 엄마가 계속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임유진은 아이의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무래도 소민아가 엄마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던 모양이다.“걱정하지 마. 너희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를 너희 엄마라고 데려오지 않을 테니까.”아이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는 굿나잇 인사를 한 후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임유진은 천사 같은 아이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아이들을, 이 가정을,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무슨 수를 써서든 꼭 지켜주고 싶었다....침실로 돌아온 임유진은 강지혁이 눈을 질끈 감은 채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는 걸 보고 빠르게 그쪽으로 달려갔다.“왜 그래? 또 두통이 도진 거야?”강지혁은 걱정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몸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임유진은 그의 눈빛에 어려있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조금 놀라며 물었다.“혁아, 무슨 일...”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혁아.”임유진은 그런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물었다.“또 머리가 아파?”강지혁은 한참을 침묵한 뒤에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방금 머리에 통증이 일었을 때 그는 그의 요구로 종일 경호원들을 뒤에 붙인 채로 있어야만 했던 임유진의 모습을 기억해냈다.아무리 임신 중이라 걱정이 됐다고 해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 이건 마치 그녀가 떠날 아주 조금의 틈조차도 주지 않으려는 듯한 무척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6화

    소민아는 순간 임유진에게 맞은 것보다 더한 타격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괜찮아.”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그녀의 손바닥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다음부터는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네가 직접 손을 올리지 말고.”그는 임유진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걱정을 멈추지 않았다.“이것 봐. 빨개졌잖아.”“회, 회장님, 저는 더...”소민아는 저도 모르게 자기가 더 아프다고, 자기는 얼굴이 붓기까지 했다며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강지혁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소민아의 존재를 의식한 듯 쌀쌀맞은 말투로 얘기했다.“내 아내가 5년이나 집을 떠나있었다고 해도 여전히 내 아내고 이 집안의 안주인이야. 대체 언제부터 집안의 사람도 아닌 것이 내 아내한테 훈수를 두기 시작했지? 아까 이 집을 자기 집처럼 생각한다고 했나? 나는 너라는 인간을 한번도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 주제넘은 생각은 집어넣어.”소민아는 차갑디차가운 그의 말과 눈빛에 몸을 움찔 떨었다.“하지만 저는... 제 딸은 강씨 가문의...”“내가 거둔 양녀는 소안나지 네가 아니야. 너는 우리 가문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알아들어?”소민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당신한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소리네...? 내가 당신을 가지기 위해 그렇게도 노력을 했는데... 그게 다 부질 없는 짓이었다고?’소민아는 강지혁에게 손 마사지를 받고 있는 임유진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5년 만에 나타난 여자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차지한 것이 도무지 용서되지 않았다.“회장님은 임유진 씨 때문에 가문이 불필요한 욕을 먹게 될까 봐 걱정도 안 돼요? 아무리 강씨 가문이라도 여론이 박살 나면 그때는...”강지혁은 소민아의 말을 자른 채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내 아내가 원하면 나는 얼마든지 이 가문을 바칠 수 있고 얼마든지 이 가문을 내 손으로 망가트릴 수 있어. 강씨 가문 전체가 내 아내 건데 대체 네가 뭐라고 자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5화

    “그... 유진 씨랑 유진 씨 스승님이 이상한 관계라는 거요. 애가 휴대폰에 눈을 일찍 뜨는 바람에 평소 제 휴대폰을 들고 이런저런 영상을 클릭해보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됐나 봐요. 물론 저는 안 믿어요! 유진 씨 스승님이 유진 씨랑 부적절한 관계라 변호사 업계에서의 유진 씨 이름을 날리려고 일부러 재판에서 졌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요즘 가짜 뉴스가 어디 한두 갠가요...”소민아는 겉으로는 임유진을 믿는 척 옹호하는 척하면서 강지혁이 혹시라도 제대로 못 들었을까 봐 다시 한번 아주 자세하게 얘기를 해줬다.“뭘 많이도 봤나 보지?”강지혁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유진 씨 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어쩌다 그런 이상한 내용까지 보게 됐어요. 저랑 우리 안나가 이렇게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된 게 전부 다 회장님 덕분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언제부턴가 저 역시 강씨 가문의 일원이라고 생각해 오고 있었어요.”소민아는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유진 씨,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한지영이라는 친구분과는 슬슬 거리를 두는 게 어떨까요? 근묵자흑이라고 사람이라는 건 본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잖아요.”임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민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소민아 씨는 오지랖이 태평양처럼 넓나 보네요. 나와 내 친구가 연을 이어가든 말든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에요. 그리고 대체 몇 번을 더 말해야 하죠? 분명히 내가 호칭 똑바로 하라고 했을 텐데요.”소민아는 그 말에 갑자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저는 그저 사모님이 걱정돼서 이러는 것뿐이에요. 서둘러 친구분과의 연을 끊지 않으면 조만간 그 피해가 강씨 가문에까지 오게 될 거라고요. 사모님은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걱정도 안 되세요? 그리고 제가 낮에는 차마 말을 못 했지만 다섯 살짜리 애들도 상간녀가 뭔지 알고 남의 남자를 뺏는 여자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도 알아요. 사모님과 사모님 스승님의 일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저희끼리만 알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4화

    소안나의 질문에 현이가 뭐라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율이가 현이를 자기 등 뒤에 세우며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사과 다 했으면 이만 집으로 돌아가.”소안나는 축객령을 내리는 율이의 말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마치 나쁜 사람으로부터 동생을 지키려 하는 그 모습이 같잖고 눈꼴이 시렸다.‘내 오빠였잖아! 나만의 오빠였잖아! 그런데 왜 내가 아닌 저 애를 감싸고 있는 거야!’“율이 오빠...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오빠 엄마한테 그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됐는데... 미안해. 용서해줘. 나도 오빠 동생이니까 한 번만 봐줘...”소안나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목소리만 작았지 진정성은 현이 때보다 훨씬 많았다. 율이에게 미움받는 건 싫다는 마음은 진심인 듯했다.하지만 강선율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강지혁 역시 똑같은 눈빛으로 소안나를 바라보았다.“소안나, 방금 그 말은 누가 가르쳐줬지?”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소안나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대답했다.“제, 제가 사과하고 싶어서 엄마한테 여기로 오자고 한 거고 언니한테 한 말도 제가 엄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보게 된 거예요...”강지혁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한 집사, 애들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네, 회장님.”집사는 아이 셋을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 사다 주신 말차 케이크가 있는데 그거 드릴까요?”“난 말차 케이크 같은 거 안 먹어요.”소안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바로 대꾸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맛이 바로 말차맛이었으니까.집사는 소안나의 말에 발걸음을 멈추더니 정중한 얼굴로 정정했다.“제가 물은 건 안나 아가씨가 아니라 현이 아가씨였습니다.”소안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집사의 말이 꼭 너는 양녀이니 주제를 알라는 식의 말로 들려왔기 때문이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제는 정말 이 집에서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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