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은영의 안정에 비해 고은지는 뭔가 잘 풀리지 않고 있었다.고은지와 조영수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부탁해서 그녀를 위해 선임해 준 변호사가 재판을 함께했다.당시 일어났던 일은 그녀가 먼저 바람을 피운 것이 아니었다.그녀 또한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피해를 당한 피해자였기에 최종 판결에서 조영수가 그녀에게 제기한 각종 피해보상을 그녀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았다.진여옥은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조영수에게 고은지를 향해 또 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고은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그리고 하필 이런 시기에 고희주도 학교에서 순탄치가 않았다.저녁에 학교에서 고희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고은지는 다급하게 그녀를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너 먼저 숙제하고 있어. 엄마가 지금 바로 밥 차려줄게.”고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가방을 멘 채 서재로 들어갔다.고은지가 저녁 식사를 다 차리고 고희주를 부르려고 서재의 문을 열었을 때 방 안의 상황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희주야. 희주야.”히스테릭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전체 그린빌의 하늘을 찢을 듯했다.다음 순간 그녀는 빠르게 달려가 피 웅덩이 속에 누워 있는 고희주를 끌어안았다.고희주는 힘없이 눈을 떴다.“엄마 나 도망가고 싶어.”고은지는 곧 숨이 멎을 듯한 고희주의 가냘픈 목소리에 마음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엄마하고 병원 가자. 병원에 가야 해. 우리 병원 가자.”고은지는 주문을 외우듯 계속 말하며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린빌의 엘리베이터는 아주 빠른 속도로 내려갔지만 그 시간도 고은지에게는 정말 견디기가 어려웠다.뜨거운 피가 그녀의 옷소매를 물들였고 살갗을 불태우는 것 같았다.“희주야. 희주야.”고은지는 꽉 잡고 있던 정신 줄이 끊어졌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린빌 문 앞에서 나태현은 전화하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켰다.그의 뒤에 있던 경비원이 울부짖고 있는 고은지를 진정시키고 있는 소리가 들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은지는 고통스러운 심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대표님. 내일 저 사직서 제출하겠습니다.”“떠나려고?”나태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말했다.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조보은의 보살핌 아래에서 모두가 발을 부치려고 노력하는 강성에 남게 되었다.용산 마을 사람들의 눈에 고은지가 대도시로 시집을 가서 모두가 꿈꾸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이것이 그녀를 우울증에 걸리게 만들고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준 원인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녀는 강성에 머물면서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었고 현재는 더욱 숨이 막혀 탈출하고 싶었다.“죄송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제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주세요.”고은지는 꽉 막힌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지금이라도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여전히 본인 일에 대한 마지막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방금 그녀는 고희주의 담임 선생님에게 내일부터 희주는 학교에 가지 않을 거라고 전화까지 했다.고은지는 아이의 미래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살아 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나태현은 그녀가 인생을 살아오며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어린 딸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을 보면 그동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우여곡절을 경험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나태현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고은지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이렇게 도망친다고 해결될 문제 같아요?”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망 가면 안 되나?’맞다. 도망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그녀가 이미 희주의 학교를 바꿨는데도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났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도망치는 것 외에 뭘 더 할 수 있을까?그녀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강성을 떠난다면 그녀와 조영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더 이상 희주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단지 강성을 떠나 자기와 희주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고은지는 고희주의 침대 앞에서 계속 울었다.“우리 딸 학교 안 가도 돼. 가지 말자. 가지 마.”고은영은 그 소리를 듣고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고은영의 뒤를 따라 들어온 배준우는 나태현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나태현은 오늘 밤 있었던 상황을 말해주었다.배준우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전에 고은영이 그에게 인맥을 이용해서 고희주의 학교를 바꿔 달라고 해서 그는 고희주의 전학을 도와줬었다.‘전학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태현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나 먼저 돌아가 봐야겠어.”고은지의 가족이 왔으니 더는 그가 이곳에 머물 입장이 아닌 것 같았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을 두드렸다.“정말 고마워요.”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배준우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태현이 왜 그린빌처럼 먼 곳까지 간 거지?’병실 안.고은지는 고은영의 배를 보고 원래 참을 수 없었던 감정을 억지로 참아냈다.“너 왜 왔어? 지금 막달인데 이렇게 막 돌아다니면 어떻게 해?”고은영이 말했다.“전화 받고 너무 걱정돼서.”그녀가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을까?희주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조카였고 고은지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이었다.침대에 누워있는 희주는 이런 난리 일으켜놓고 이미 잠들어 있었다.많은 양의 피를 흘려서 그런지 특히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고은영의 시선은 희주의 손목에 있는 상처로 향했다. 그 순간 고은영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내가.”어떻게 된 일인지 말하려던 고은지는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다 나 때문이야. 내 인생이 엉망이 돼서 이제 딸까지 힘들게 하는 거야. 죽어야 할 사람은 난데.’고은영은 고은지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보고 차갑게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언니.”고은지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되는 고은영의 목소리
한밤중에 전화가 와서는 한 아이를 조사해달라는 나태현 때문에 비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리고 뭔가 가십거리가 떠올랐다.“신포 초등학교. 여자아이?”‘설마 나 대표님이 그 여자를 찾으셨나? 그 여자가 대표님의 아이를 낳은 건가? 게다가 초등학교?’오랫동안 나태현의 옆에서 함께해온 비서들이라면 그가 여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단지 그 일이 일어난 지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고 그 당시에도 찾을 수 없었기에 나태현의 주변 사람들은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하지만 이렇게 그 사람을 찾았을 줄은 몰랐다.전화에서 들려오는 충격을 받은 듯한 말투에 나태현은 순간 불쾌감을 느꼈다.나태현이 말하기 전에 비서가 물었다.“아이가 몇 학년 몇 반인지 아세요?”‘몇 학년 몇 반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나태현은 고민하다가 고희주의 키를 생각했다.“아마 1학년인 것 같은데? 2학년은 아직 안 됐을 거야.”“알겠습니다. 제게 30분만 주십쇼.”“아니. 10분.”“네네. 10분이면 충분합니다.”역시 딸에 관한 일이여서 그런지 그는 서둘렀고 비서도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전화를 끊은 나태현은 미간을 문질렀다.머릿속에 방금 고은지가 아이를 안고 절망에 빠진 채 앉아 있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그리고 희주도 이제 몇 살인데. 한창 천진난만하게 행복할 나이에 희주는 왜 그런 선택을.’피범벅이 되어 고은지 품속에 안겨 있던 작은 고희주가 떠오르자 나태현은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숨이 막혔다.그의 비서 이지훈의 행동은 아주 빨랐다.10분이라고 말했더니 1초도 늦지 않고 전화가 왔다.“나 대표님. 왜 고 비서님의 딸을 조사하시는 거죠?”나태현은 설명하지 않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빨리 결과나 말해.”전화 반대편에 있던 이지훈은 고함에 잠시 깜짝 놀랐다.그는 서둘러 나태현에게 자기가 조사한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아마 고은지와 조영수의 이혼으로 고희주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것 같았다.게다가 고희주가 전학을 갔지만 새로운
고은지는 고은영이 어떤 의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 숨 막히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고은영은 고은지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진료를 받아야 안심이 되지. 언니 생각은 어때?”고은지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희주를 데리고 떠나고 싶었지만 오늘 밤 서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고작 초등학생인데 이렇게 극단적인 길을 선택한 이유가 설마 심리적인 문제 때문일까?’여기까지 생각하자 고은지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피가 흐르는 듯한 고통이 번쩍였다.“우리 희주 이제 어떻게 해?”원래 결정된 일이었지만 고은지는 지금 또다시 막막했다.정말로 희주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고은지도 알 수 없었다.고은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언니는 먼저 퇴사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준비할게.”무슨 말을 해도 지금 고희주의 옆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했다.고은지는 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고 거절할 여유도 없었다.두 자매는 얘기를 나눴지만 고은지의 걱정 때문에 고은영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은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병실을 나오자마자 그녀는 배준우에게 말했다.“준우 씨 희주가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정신과 선생님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이건 그녀가 처음으로 배준우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었다.배준우는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이런 쪽으로도 잘 알고 있었기에 고은영도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정신과 의사?”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난 희주한테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까 봐 걱정돼요.”그동안 희주가 어떤 시간을 겪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결국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오늘 밤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것이다.얼음이 한순간에 얼어버리는 것이 아니듯 희주가 이런 선택을 한 것도 평소 끊임없이 고통과
한편 병원.배준우와 고은영이 떠난 뒤 병원에서는 최고의 간호사와 의사에게 고희주를 맡겼다.고희주의 상황은 고은지가 옆에서 한순간도 떨어지면 안 됐기에 간호사는 고은지를 위해 다른 일들을 도와주었다.한밤중에 희주가 깨어났다.침대 옆에 초췌한 얼굴로 앉아 있는 고은지를 보고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엄마.”고은지는 진정된 후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고희주를 데리고 떠난다 해도 그녀는 반드시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이건 엄마로서 아이를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의였다.힘없이 울려 퍼지는 희주의 목소리에 고은지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여전히 창백하고 무력해 보이는 딸을 보며 고은지 마음속의 죄책감은 극에 달했다.“깼어? 물 마실래?”“안 마시고 싶어.”고희주는 고개를 저었다.그 순간 고은지는 마침내 고희주에게서 거리감이 느껴져 가슴이 더 답답했다.그녀는 그동안 사는 게 너무 힘들어 희주에게 소홀했다.지금 이 순간의 변화를 보면서 그녀는 이 어린 것이 방치되었던 동안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더욱 분명하게 느꼈다.원래는 바로 희주를 혼내려고 했지만 그녀는 미약한 사과를 건넸다.“미안해 희주야. 다 엄마 잘못이야.”당시 일어났던 모든 일은 모두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하지만 그 모든 것은 희주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녀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고희주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침묵은 오히려 고은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학교는 나태현과 배준우에게 이중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교장과 담임 선생님은 함께 병원으로 찾아왔다.침대에 누워있는 고희주를 보고 교장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앞으로 다가갔다.“희주 어머님.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이 일은 모두 학교의 불찰입니다.”담임 선생님도 평소의 냉담하던 태도를 바꾸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와 희주의 손을 잡았다.“희주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억
그들의 학교에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은지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난 내 딸이 다시는 그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합니다.”“어머님 뜻은?”“한 사람마다 2억씩 배상하라고 하세요.”고은지의 눈은 날카로움과 차가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선생님과 교장도 순간 깜짝 놀랐다.심지어 이 순간 마음속으로 고은지를 비웃었다.‘2억? 이건 아이들을 잡아먹겠다는 말이야?’고은지는 아무 말도 없는 두 사람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왜요? 할 수 없겠어요?”교장은 순간 정신을 차렸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고은지가 고집한다면 그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지금 압박해 오고 있는 사람들을 화나게 할 수 없었다.교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희주 어머니. 어머님도 아시겠지만 저희 학교 아이들은 모두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입니다. 심지어 집 대출 차 대출까지 갚아가며 살고 있죠.”고은지가 말했다.“그 사람들한테 어떤 압력이 있든 상관없어요. 아이들을 어른들처럼 못되게 굴도록 가르치면 안 되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살면서 큰 압력을 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고은지는 오랜 세월 전업 주부로 살다가 갑자기 이혼하고 사회생활에 복귀하게 되면서 혼자서 아이를 돌보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냈을까?교장이 말했다.“네 그렇죠. 이건 사살 교육이 잘못된 것입니다. 저희도 책임이 있습니다.”“그럼 같이 2억씩 배상하세요.”교장과 담임 선생님은 할 말을 잃었다.고은지의 강경한 태도는 물러날 여지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이 사람들이 그녀를 피까지 빨아 먹는 못된 사람이라고 해도 그녀를 미쳤다고 욕해도 소용없었다.희주가 죽을 뻔한 일은 그녀에게 죽어도 잊지 못할 교훈이 되었다.그녀는 이제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당연히 이 처참하고 잔인한 교훈을 안겨줄 것이다.고작 깃털처럼 가벼운 사과 따위는 필요 없었다.그녀는 그들이 견딜 수 없는 대가를 치르길 바랐다
연결음이 두 번 정도 울렸을 때 나태현은 전화를 받았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태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야?”그의 말투는 선명하게 차가웠고 고은지도 핸드폰을 통해서 아주 분명하게 그의 불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은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저 3일 동안 휴가 내고 싶은데요.”어젯밤 그녀는 이미 나태현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했었지만 아직 인수인계를 하지는 않았기에 회사에 가지 않으려면 휴가를 맡아야 했다.“언제부터 휴가받는 것까지 내가 관리했어?”나태현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는 화를 참는 것 같았다.고은지는 멈칫했다. 무의식적으로 인사팀 사람이 했던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며 본능적으로 사과했다.“죄. 죄송합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나태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태도에 고은지는 나태현이 분명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은지는 아마 회사일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희주였기에 이런 일에 많은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비록 희주는 아침에 고은지가 선생님과 교장에게 강경한 태도로 말하는 걸 보고 기분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희주의 곁을 떠나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한편 로우그룹.고은지가 없으니 이지훈이 나태현의 옆을 지켰고 그는 아침부터 나태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나태현의 사무실에 들어간 이사들은 모두 귀에 피를 흘릴 정도로 욕을 먹는 소리가 사무실 밖에까지 울려 퍼졌다.이지훈은 곤란한 얼굴로 밖에서 기다렸다.마음속으로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닌 보스가 왜 어젯밤 고은지 비서의 일에 신경을 쓰고 오늘은 왜 또 감정을 건트롤 할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했다.‘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이지훈은 고은지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나태현과 고은지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재무팀 팀장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사무실을 나왔다.그는 이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나 대표님 왜 저러세요?”“저도 모르겠습니다.”이지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