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20화

작가: 송언희
이 말을 할 때 량천옥은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서 의사는 량일이 준 약을 한 알만 먹으면 그 이후로 한 달 동안은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이 한 달 동안은 고은지에게 골수 이식을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량일은 본래 창백하던 얼굴이 이 말을 들은 후 더욱 창백해졌다.

그 약은 그녀가 직접 사 온 것이기 때문에 그 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병실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고희주!

량천옥 곁에서 떨어져서 병원에 누워 있는 그 아이는 지금 란완리조트에서 식물인간이 되어 있었다.

량천옥은 숨이 막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죽음을 통해 죄를 씻고 싶었지만 죽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고은지의 골수 이식을 위한 유일한 적합자였기에 설사 천 번 만 번 찔려 죽어야 한다 해도 살아야만 했다.

누구도 그녀가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지 못했다.

하룻밤을 내내 그녀는 자신에게 계속 물었다.

‘왜... 왜 이렇게 된 걸까? 이 모든 것이 정말 하늘의 벌일까?’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하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벌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는 것인가?’

그녀는 정말로 너무 아팠다.

량일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이제 보복을 믿겠냐?”

보복!

고은영에게 잠깐 그런 믿음을 가졌지만 결국 그 분노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보복은 진짜 존재하는 것 같았다!

“맞다, 보복, 이 모든 게 보복이야!”

량천옥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내가 내 것이 아닌 것들을 얻어서 하늘이 나에게 벌을 내리고 있는 걸까? 그것들은 왜 내 것이 될 수 없는 거지? 얼마나 힘들게 얻은 것들인데, 왜 나는 안되는 거야?’

량천옥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다 포기하면 이 고통이 사라질까요?”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

권력도, 지위도,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1화

    말을 꺼내자마자 그 목소리는 숨길 수 없는 흐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강제로 밀어붙이지 않은 것에 대해 눈빛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그녀는 비꼬며 말했다. “덕분에 고 아가씨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량천옥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더 이상 얼굴에 색조가 없었다.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니 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지? 내가 대체 무슨 일을 했던 걸까?’ 고은영은 병실에 있었다! 그녀도 량천옥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사라가 량천옥을 막게 했다. 그녀에게 있어 량천옥은 지금 당장 들어올 자격이 없었다. 비록 배준우가 량천옥이 그때 그 일을 했을 때는 몰랐다고 말했지만 고은영은 결코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악랄했다! 고은영은 량천옥의 보복이 결국 고은지에게 다 돌아올까 봐 걱정했다. 혹은 지금 고은지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이 사실 량천옥이 저지른 악행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고은지의 보복이었다! 고은지는 하얀 안갯속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결국 깨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고은영을 봤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에 남아있는 힘이 모두 빠져나간 듯했다. 지금 그녀에게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고은영은 그녀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녀가 몸의 경직을 느끼며 고개를 들자 고은지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언니.” 고은영은 즉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깨어났어? 이제 내가 하는 말 들려?” 고은영은 흥분하며 물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고은지는 계속 잠에 빠져 있었고 마치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정말 두려웠다. 고은지는 겨우 눈을 떠서 말했다. “은영아.” “응, 내가 왔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내가 의사를 부를까?” “불편하진 않아. 그냥 힘이 없어.” “어제부터 오늘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당연히 힘이 없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2화

    그녀의 딸은 정말로 귀엽고 정말로 똑똑한 아이였다. 량천옥은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게 그녀를 대할 수 있었을까? 그때 그녀는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식물인간! 이 네 글자는 고은지의 신경을 자극하며 반복해서 떠오른다. 그녀는 고통스럽게 고은영의 손을 꽉 잡았다. “은영아.” “량천옥을 미워한다면 빨리 나아야 해, 알겠어? 꼭 나아야 해! 희주도 아직 살아있어.” “살아있긴 하지만 우리 희주는 이제 죽은 것과 다를 게 뭐가 있어?” 식물인간, 그것은 죽지 않는 암 같은 것이다. 그 고통을 견디는 사람은 엄청난 아픔을 겪고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나누게 된다. “미안해.” 고통에 찬 고은지를 보며 고은영은 숨 막히게 말했다. 아이에게는 그녀의 곁에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들었다. 고은지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미워하냐고? 그녀는 미워한다! 그녀는 량천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녀의 살을 뜯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었다. 한편, 량천옥은 지금 서 의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서 의사님, 당신에게는 고은지를 구할 방법이 있죠? 방법이 있죠, 그렇죠?” 지금 량천옥은 고통으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때 그녀는 돈을 쏟아부어도 고은지의 생명을 앗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량천옥이 서 의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고은지를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될 줄은. 서 의사는 량천옥에게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량 부인, 제발 제 사무실에서 나가주세요.” “서 의사님!” “당신은 정말 죽어 마땅해요. 세상에 이런 엄마가 어디 있나요?” 서 의사는 분노하며 말했다. 그는 원래 성격이 좋았지만 량천옥 앞에서는 결국 그 예의를 잃었다. 특히 어제 량천옥이 병실에서 고은영과 고은지를 두고 싸웠던 일을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다. 세상에 자기 딸을 두고 친절한 사람과 싸우는 엄마가 어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3화

    왜 꼭 아이들이 이런 고통을 견뎌야 하는 걸까? 그녀의 딸뿐만 아니라 그녀의 손녀까지도! 지금 이 순간 량천옥은 고은지 대신 이 고통을 겪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모든 병을 자신의 몸에 다 옮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은지는 지금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서 의사는 계속 병실에 있었고 중간에 두 명의 의무 보조원도 들어왔다. 사람들이 고은지를 중심으로 긴급 처치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 량천옥은 피를 보기도 했다! 그녀는 한때 고은지가 고통 속에서 한 번, 두 번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차갑게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그만큼 고통스럽다. 반 시간 뒤에 고은지는 잠들었고 서 의사와 고은영이 함께 병실을 나왔다. 서 의사는 계속 고은영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지금 고은지 씨의 식사는 반드시 담백해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절대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계속 아무것도 안 먹였어요!” 고은영이 말했다. 량천옥은 서 의사가 계속 고은영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본능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마치 그녀가 용서받지 못할 죄인인 듯 그녀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픈 일이 있었다. 서 의사는 량천옥을 한 번 쳐다본 후 다시 고은영에게 말했다. “그리고 고은지 씨의 심신을 안정시켜줘야 합니다. 이게 일주일 후 수술에 도움이 될 겁니다.” 수술? 일주일 후 수술? 그런데 지금 그녀의 몸은 최소한 한 달을 기다려야 고은지에게 골수를 이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고은영도 그 점을 알았고 잠시 서 의사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그럼 골수는요?” 서 의사는 말했다. “적합한 골수를 찾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골수를 찾았다! 그때 량천옥은 뒤에서 이 말을 듣고 몸이 굳어졌다. ‘골수를 찾았다니. 고은지에게 적합한 골수를 찾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골수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거겠지?’ 가장 아픈 일이 무엇일까? 량천옥은 이 순간 그 아픔을 뼈저리게 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4화

    고은영은 강하게 몸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러나 량천옥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정말 미안해!”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비굴하고 낮았다. 고은영은 차갑게 대꾸했다. “당신이 나한테 사과할 게 뭐가 있어요? 이번에 죽을 뻔한 건 당신 딸이었겠죠? 정말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요? 나중에 또다시 잘못 짚었다는 걸 알게 되고 고은지에게 미친 듯이 복수하지나 마세요.” 예전에 량천옥은 얼마나 고은영에게 잘해줬던가? 그녀를 볼 때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가득 차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딸이라고 착각한 나머지 미친 듯이 보상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는가? 그녀가 착각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미친 듯이 복수하며 그녀 주변 사람들까지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아이러니한 건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그녀의 주변 사람들 중에는 바로 그녀 자신의 딸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확실히 기억하세요. 고은지는 한 번도 자신이 당신의 딸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고은영은 단호히 말했다. 이 말은 더욱 량천옥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도 고은영의 말이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고은지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량천옥이 스스로 생각해낸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착각으로 인해 그녀는 결국 모든 걸 복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량천옥은 완전히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예전에 고은영과 고은지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당신의 사과는 받고 싶지 않아요. 제발 저에게 복수하지 마세요, 네?” 고은영은 그렇게 말하며 량천옥의 손을 단호히 뿌리쳤다. 량천옥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의 온몸에서 기세는 완전히 사라지고 남은 것은 고통스러운 떨림뿐이었다. 고은영은 그녀를 전혀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병실에 들어서자 고은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지금 몸이 매우 허약해서 깨어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한편, 량천옥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5화

    결국 량천옥은 온몸에 힘이 빠져서 량일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량일은 심하게 화상을 입었고 지금은 옆으로 누워야 했다. 등은 심하게 다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예전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면 두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은영에게 계속 시비를 걸었을 것이다. 심지어 고은영이 이를 위해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더 이상 고은영에게 시비를 걸 수 없었다. 오히려 고은영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고은영이 고은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고은지는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백혈병 치료비는 정말 너무 비쌌다. “어떻게 됐어? 의사들이 약물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할 방법이 있다고 했어?” 량천옥이 말을 하지 않자 량일이 먼저 물었다. 고은지가 그들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들은 이제 어떻게든 이 일을 보상하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량천옥이 이 말을 들었을 때 얼굴에 고통이 가득한 채로 량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숨이 막힌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은지에게 맞는 골수가 새로운 기증자가 나왔어요.” “찾았다고?” “네, 찾았어요. 이제 제 것은 필요 없어요!” 량천옥이 씁쓸하게 말했다. “이게...” 량일은 충격을 받았다! 량천옥의 고통 가득한 얼굴을 보면서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 사실 량천옥이 고은지에게 골수를 기증했다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일에서 량천옥이 도울 수 없다면 그녀에게는 정말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어? 네 것을 쓸 수는 없대?” “서 의사 말로는 고은지가 한 달 안에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살 확률이 더 높다고 했어요. 고은지는 너무 오랫동안 아팠고 지금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수술 기회가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이 말에 량일은 말없이 잠시 침묵했다. 고은지가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량천옥의 죄책감을 보상하는 것보다도 살아있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까 정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6화

    게다가 고은영은 요즘 고은지와 관련된 일로 마음이 복잡했고 안지영도 그녀에게 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은영이 물었을 때 안지영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너 먼저 돌아가.” 안지영이 더 말을 하지 않자 고은영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고은영은 안지영이 나태웅과 관련된 일로 얼마나 마음을 써왔는지 알고 있었고 게다가 지금은 나태현의 약혼녀 문제까지 겹쳐 있었다. 하지만 안지영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심란해하는지 고은영은 알 수 없었다. 안지영과 헤어진 후 차에 올라탄 고은영은 기사가 차를 몰고 가는 동안 휴대폰을 확인했다. 순간, 안지영이 왜 병원에 있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나태웅이 손목을 그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말이다! 나태웅의 냉철하고 예리한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가자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 ‘아니, 이건 대체...!’ 동영 그룹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고은영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배준우는 고은영이 돌아온다는 걸 알고 진청아에게 점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고은영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진청아는 막 음식을 다 차려놓은 참이었다. 배준우를 보자 고은영은 다가가 속삭였다. “그 일, 알고 있어요?” “무슨 일?” 고은영이 은밀하게 묻자 배준우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진청아는 두 사람이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약간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배 대표님이 아내를 좋아할 수밖에 없지.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가진 여자를 남자라면 누가 안 좋아하겠어.’ 진청아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약간 씁쓸해했다. ‘아쉬운 건 내가 여자라는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배 대표님에겐 또 한 명의 경쟁자가 생겼을 텐데.’ 고은영의 따뜻한 숨결이 배준우의 목덜미에 닿자 그는 본능적으로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진청아는 이를 눈치채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사무실 문이 닫히는 순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7화

    그 후로 한동안은 길고 긴 신경전이었다. 나태웅은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안지영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살 소동까지 벌일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배준우는 큰 충격을 받았고 고은영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디서 들은 소문이야?” “그야 인터넷에서 봤죠! 여기 봐봐요.” 고은영은 휴대폰을 꺼내 나태웅의 자살 소식을 보도한 기사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방금 봤던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어? 분명히 방금 차에서 오는 길에 봤는데? 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요.” 이렇게 중요한 소식을 그녀가 잘못 본다는 건 말이 안 됐다. ‘분명히 봤는데 지금은 왜 사라진 걸까?’ 고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배준우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하러 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참나, 그러니까 아무리 강인한 남자라도 말이지, 감정에 휘둘리면 결국 저렇게 되는 거야.' 한편 병원에서는 나태현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병상에 누워 있는 나태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싸늘한 눈빛에 나태웅은 등골이 오싹했다. 나태웅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믿겠어? 나 정말 아니라고!” “정말이야?” 나태현은 차갑게 되물었다. 불과 두 시간 전, 이 소식이 강성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비록 이쪽에서 빠르게 대응했지만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된 뒤였다. 나태현의 의심 가득한 목소리에 나태웅은 화가 치밀었다. “너희가 믿든 말든, 어쨌든 나 아니라니까!”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나태현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네 손목에 난 상처는 대체 뭐야?” “유리 조각에 베였다고!” 나태웅은 힘없이 대답했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나? 여자 때문에 자살 소동을 벌일 사람으로?’ 하지만 나태현의 눈빛은 여전히 믿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런 나태현의 눈빛에 나태웅은 정말로 터질 것 같았다. “아니라니까. 정말 아니라고, 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28화

    나태웅은 나태현에게 했던 답변 그대로 이번에는 배준우에게도 같은 반응이었다. 무엇을 물어봐도 ‘모르겠다’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 순간의 나태웅은 마치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 같아 누구도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럼 됐어!” 그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나태웅이 지금 이런 상태라면 굳이 더 묻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만약 나태웅이 정말로 자극을 받은 상태라면 질문이 많아지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태웅은 배준우가 전화를 끊고 끝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배준우는 이번엔 나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태현은 나태웅을 힐끔 보며 전화를 받았다. “준우야!” “나태웅 상태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제 느낌엔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해 보여요.” 나태현은 스피커폰을 켜놓고 말했다. 나태웅은 그 말을 듣고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는 결론을 내린 걸까? 그리고 지금 같은 시점에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적절한가? 정신이 정상인지 아닌지 이런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태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 걱정 마.” 그 말이 끝나자 나태웅은 나태현을 향해 이를 갈며 노려보았다. ‘알겠다고? 뭘 안다는 거야?’ 자신의 이미지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그놈이 누군지 꼭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그가 안지영 때문에 자살하려 했다고 믿고 있었다. ‘젠장, 이거 진짜 미쳐버리겠네!’ 만약 그 소문을 퍼뜨린 놈을 잡는다면 자신이 손수 그놈을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안지영, 그 여우 같은 여자가 자신을 잠깐 보러 왔다가 그냥 가버린 일도 더욱 화가 났다. 그 당시 그는 아직 잠에 취해 있었고 간호사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녀가 왔다 간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 마녀, 진짜 무정하고 인정이 없네!’ 이 일이 터지고 난 뒤부터 나태웅은 무엇을 보든 짜증만 났다.

최신 챕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5화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4화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3화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2화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1화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0화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9화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8화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7화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