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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Author: 목련청
남설아는 머리를 살짝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고 탕비실로 들어가 시원한 물을 두 컵이나 들이켰다. 그러고 나서야 겨우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 남자가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남설아는 퇴근 후 결국 문자에 적힌 주소로 향했다. 바로 예전에 한 번 배서준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개인 요리 전문점이었다.

그때 남설아는 이곳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꼭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집은 규칙이 까다로워서 멤버십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자신은 배서준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회원 카드조차 없었고 배서준은 그 멤버십을 공유할 생각도 없었다.

다시 이곳에 오자 남설아는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다. 그때 이 음식을 먹고 너무 맛있다고 생각해 집에 돌아가 나은에게도 말했다. 나중에 꼭 아빠와 함께 가서 먹자고 했다.

그 후로 나은은 매일같이 기대에 부풀어 엄마 아빠랑 함께 이 식당에 올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그날은 오지 않았고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남설아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직원에게 안내받아 예약된 방으로 들어섰을 때 문을 여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배서준이 아니라... 서도현이었다.

“남설아, 오랜만이네.”

서도현은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 웃음엔 뚜렷한 적의가 서려 있었고 마치 악마 같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남설아는 본능적으로 가방 안에 넣어둔 호신용 스프레이를 움켜쥐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도현은 다가오지 않았고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설아, 요즘 아주 잘나가더라? 내가 여기 있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게 놀랍네. 누가 오라고 한 거야? 응?”

그는 한마디도 배서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말 하나하나가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

남설아는 마치 벼락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순진했어. 또다시 배서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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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애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성큼 다가가 유라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희가 왜 오래도록 아이가 없는지 이상하다 했지. 결국 네가 안 낳겠다는 거였구나! 이 못난 것아!”정애리는 이를 악문 채 유라를 노려봤다. 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친딸이 아니라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너희 사이에 아이 하나만 있었어도 비록 같이 살지 않더라도 적어도 너희만의 끈은 남았을 거야. 그럼 넌 평생 외롭지 않았을 거고 네 동생도 애썼을 필요 없었지. 누나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있니?”“도현이, 도현이! 엄마 입에서 나오는 건 맨날 도현이뿐이에요.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번이라도 신경 써본 적 있어요? 내가 죽든 살든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는 전혀 관심도 없었잖아요! 엄마한테 자식은 도현이 하나뿐이고 난 아예 없는 거예요?”서유라는 끝내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여 울부짖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서도현은 두 사람의 끝없는 말다툼을 바라보다 못해 답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엄마, 누나가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오늘 일은 원래 누나 잘못도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서유라는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사실 서유라가 그동안 서도현에게 잘해준 건 가족이라서가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 좋아서였고 서도현도 진심으로 누나를 아껴줬기 때문이었다. 비록 서도현은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누나를 향한 그 마음만큼은 늘 진실했다.서유라는 서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도현아, 누가 너 때린 거야?”“송우민.”서도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대답했다.“송우민이랑 남설아가 뭔가 수상해. 둘이 좀 친해 보이더라고.”그 이름을 듣는 순간 서유라는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저번에도 돈은 받아놓고 아무 일도 안 하더니 이번엔 아예 내 동생을 건드린 거야? 도대체 이 인간은 무슨 꿍꿍이야?’서유라는 바로 전화를 꺼내 송우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대신 문자로 주소 하나가 왔다.그 주소를 한참

  • 굿바이 쓰레기   제240화

    “대표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위화 그룹 프로젝트입니다. 기술팀은 지금 완전히 중심을 잃었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천기준은 아예 화제를 바꿨다.지금은 이런 사적인 감정싸움이 중요한 게 아니었고 진짜 중요한 건 회사의 일이었다.“기술팀이 그렇게 무너질 팀 아니야. 한원준이 알아서 잘 이끌 거야.”배서준은 무심하게 말했지만 이어지는 말은 또다시 불쑥 감정이 튀어나왔다.“남설아, 진짜 가만히 있는 법이 없지. 병원에 있으면서도 남자 꼬시는 걸 잊질 않네.”말을 하다 보니 배서준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걸 지켜보던 천기준은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는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진짜 가망 없는 사람이네. 깊은 물에 빠진 아이랑 똑같아.’천기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섰다.이 이상 여기 머물며 괜히 그의 화풀이를 당할 이유는 없었다.“매일 최고급 도시락으로 챙겨. 마치 우리 배씨 집안이 걔 밥도 못 먹여주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배서준은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지시했다.천기준은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남자 자존심, 그 한 가지 때문이었다.굳이 말로 하지 않고 천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가장 비싼 프리미엄 도시락 업체 몇 군데를 찾아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한편, 병원에서는 서도현이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눈을 뜨자마자 놀란 기색이 역력해진 그는 곁에 있던 엄마 정애리를 보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으악! 아파!”“이 쓸모없는 놈, 대체 뭘 한 거야! 내가 뭐라고 했어? 남설아한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지! 근데 걔는 멀쩡하고 너만 반쯤 죽어왔잖아!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뭐야?”서유라는 동생을 보자마자 쏘아붙였다.그녀는 예전부터 동생이 자기 발목만 잡는다고 여겼다.지금 배서준의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고 서유라는 그 마음을 붙잡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데 이렇게 사소한 일 하나도 못 해내는 동생을 보자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이

  • 굿바이 쓰레기   제239화

    강연찬은 남설아가 이렇게 이성적으로 굴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엔 화가 났다가 이내 안쓰러움이 몰려왔다.그는 알고 있었다. 남설아가 학교 다닐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그녀는 결코 이렇게 맥없는 사람이 아니었다.지금 이렇게 조심스럽고 둥글둥글해진 건 분명 배서준에게 시달리며 오랜 시간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강연찬은 코코에 대한 공포를 억지로 참아가며 다가갔다.그러고는 조용히 남설아를 안아 올려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너는 굳이 참고 살 필요 없어. 하고 싶은 거 해. 하고 싶은 대로 살아.”남설아는 순간 당황스러웠다.하지만 알 수 없는 따뜻함과 감동이 가슴을 밀려왔다.그녀는 천천히 강연찬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알아. 해결책은 개요 형태로 정리해뒀어. 돌아가서 보면 될 거야.”“설아야, 지금...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진짜 그것뿐이야?”강연찬은 약간 서운한 얼굴로 남설아를 바라봤다.“지금 하고 싶은 말이 일 얘기밖에 없어?”그 말에 남설아는 강연찬의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사실 다시 그를 만난 순간부터 남설아는 알고 있었다.이 사람 마음속엔 여전히 자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뭘 어쩔 수는 없었다.지금 그녀는 배서준의 아내이자 배나은의 엄마였다.이미 둘은 너무 많은 걸 지나쳐왔고 지금의 자신은 강연찬을 감당할 자격조차 없다.그녀는 차마 그의 눈을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더니 작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선배, 미안해. 난 자격이 없어.”강연찬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무슨 자격이 없어. 너는 최고야. 언제나 최고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그런 확신에 찬 말, 그런 진심 어린 인정, 그건 배서준이 단 한 번도 그녀에게 해준 적 없었던 말이었다.남설아는 오랫동안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했고 지금 그 말이 눈앞에 와 있었지만 정작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부탁이야. 날 밀어붙이지 마. 제발.”“그래. 안 밀어붙일게. 기다

  • 굿바이 쓰레기   제238화

    “코코야, 아이구, 엄마 보물,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코코도 남설아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운 듯 그녀 곁을 왔다 갔다 하며 몸을 비볐다.입으로는 계속해서 야옹야옹 소리를 내며 애정을 표현했다.강연찬은 한참 떨어진 거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코코와는 철저히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남설아를 향해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거... 너 탕수육 안 먹을 거야?”그제야 남설아도 생각났다.강연찬이 동물을 무서워한다는 걸.코코를 품에 안은 채 남설아는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선배, 와서 한 번 만져봐. 코코 진짜 순하고 얌전해.”딱 봐도 요즘 장숙자가 코코를 얼마나 잘 돌봐줬는지 느껴졌다.처음 데려왔을 땐 꾸깃꾸깃한 털 뭉치였는데 지금은 반질반질 살찐 귀요미가 돼 있었다.강연찬은 최대한 코코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도시락을 남설아 맞은편에 조심스럽게 내려놨다.그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진짜 난 무서워.”“알겠어.”남설아는 아쉬운 듯 눈을 떨궜다.코코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그녀는 자신이 준비해온 USB를 꺼내어 강연찬에게 던져줬다.“선배가 말한 그 보안 허점은 이미 해결했어. 그런데 말이지, 내가 이보다 더 큰 문제를 발견했어. 선배 쪽 설계안 진짜 완벽하긴 해. 근데 비용 조절이나 유지보수는 고려한 거야?”남설아는 도시락을 열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그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정말 수준급이었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예산이나 사후 관리 측면은 너무 간과한 게 보였다.강연찬도 그 말을 듣고는 순간 멈칫하더니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연히 비용 계산까지 했지. 이 정도 성능을 내려면 이만큼은 써야 해.”“선배 돈 많아?”남설아는 탕수육을 한 입 베어 물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난 강 회장님이 선배가 밖에서 이런 일 하는 거 되게 싫어하는 거로 아는데? 지원은커녕, 회사 빨리 망해서 집안일 물려받으라고 하시지 않아? 도움은커녕 방해만 안 해도 감지덕

  • 굿바이 쓰레기   제237화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결혼이 아무리 중요해도 지금 상황보단 안 급하잖아?’강연찬은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진영을 보고는 슬쩍 웃음을 지었다.그러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다 계산하고 있어. 이미 이 일은 설아한테 맡겼거든. 오늘 저녁에 밥 가져갈 때쯤이면 좋은 소식 있을 거야.”“뭐라고요?”서진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충격을 받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강 대표님, 지금 본인이 무슨 짓 하고 계신지 아세요? 우린 배건 그룹이랑 경쟁 관계예요! 지금 이건 명백한 회사 기밀 유출이라고요! 저 진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어요!”이렇게 심각하게 말하는 서진영을 보며 강연찬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리더니 침착하게 말했다.“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그 사람은 절대 날 배신하지 않아. 우리가 배건 그룹과는 경쟁 관계지만 남설아와는 협력 관계야. 이 정도는 너도 알잖아?”“네가 날 걱정해서 그러는 건 알아. 그리고 설아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어. 근데 그 사람 실력은 진짜 최고야. 싫어한다고 해서 그 사람 능력까지 부정할 순 없잖아? 감정 때문에 일 그르치면 안 되지. 안 그래?”강연찬은 마치 설교하듯 간곡하게 말했다.서진영은 그런 강연찬을 보며 기가 막혔다.‘지금 일에 감정을 끼워 넣는 건 도대체 누군데 그래? 누가 지금 사적인 감정으로 회사를 망치고 있는 건데?’“강 대표님, 정말 그 사람 믿으시는 거예요?”서진영도 결국 진지해졌다. 눈빛은 날카롭고 단호했다.서진영이 보기엔 남설아와 배서준이 아무리 사이가 틀어졌다 해도 결국은 법적으로 부부였다.즉, 이익 공동체란 말이다.그런 상황에서 강연찬의 행동은 말도 안 되게 어리석은 짓이었다.하지만 강연찬의 마음엔 그런 의심조차 없었다.남설아를 향한 그의 믿음은 절대적이었다.“믿어. 그 사람은 날 배신하지 않아.”그 순간, 서진영은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눈빛이 되었다.이젠 아무리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그는 자리에서 벌떡

  • 굿바이 쓰레기   제236화

    “서유라 씨가 저보고 개래요. 대표님은 말리지도 않고 오히려 저를 때리려고 했어요.”천기준은 말할수록 억울함이 북받쳤다.명문대 출신에 수년간 배서준을 따라 일해 왔건만 돌아오는 건 모욕뿐이라니, 그것도 제대로 된 사과나 공정한 대우조차 받을 수 없다니.‘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일하는 사람도 사람인데, 감정도 있고, 자존심도 있는데!’“뭐요?”남설아는 그 말을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설마 이런 이유였단 말이야? 진짜로 이 일 때문이었어?’배서준은 지금 서유라한테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였다.이젠 이성이 마비됐는지 자기 옆에서 가장 오래 함께한 사람을 모욕하는 걸 그냥 두고 보질 않나?진짜 머리에 뭐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아니, 분명 어딘가 고장이 난 게 틀림없었다.“걱정 마요. 이번 일은 내가 기억해둘게요. 언젠가 꼭 되갚아줄 겁니다.”“지금 당장 회사 최근 5년간의 핵심 자료가 필요해요. 구할 수 있어요?”이미 서로 손을 잡기로 한 이상 남설아는 더는 멋쩍게 굴 필요가 없었다.이젠 파트너이니 필요한 건 당연히 요구할 수 있었다.천기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구할 수 있어요. 시간이 조금 필요하긴 한데 내일 밤까지 드릴게요.”이렇게 말하고 일어선 천기준은 망설이다가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저 이제부터 설아 씨 편이에요. 그 말은 곧 배 대표님을 배신하겠단 뜻이죠. 모두가 배신자를 어떻게 보는지 저도 잘 알아요. 그리고 설아 씨도 목적 달성하면 절 옆에 두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전 돈이 필요해요. 멀리 떠나서 새 인생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요.”사실 남설아는 이런 식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더 좋았다.뒤에서 어정쩡하게 기회만 노리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았다.결국 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200억. 일 끝나면 200억 줄게요. 멀리 떠나서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예요.”“감사합니다, 남 대표님!”천기준은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솔직히 처음엔 남설아 성격상 많아야 몇억을

  • 굿바이 쓰레기   제235화

    바보도 아닌데 서유라가 천기준의 말에 담긴 냉소와 비아냥을 못 알아챌 리 없었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천 비서님은 그냥 서준이 옆에 붙어 다니는 개일 뿐이잖아요! 근데 감히 나한테 이빨을 드러내요? 일하기 싫어진 모양이죠?”그러자 천기준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대꾸했다.“죄송합니다, 서유라 씨. 저는 배 대표님의 개가 아니라 비서거든요. 개가 좋으시면 대표님께 새로 한 마리 사달라고 하시죠.”서유라는 천기준이 이렇게까지 대들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라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뺨을 올려쳤다.하지만 천기준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번에 붙잡고 차갑게 말했다.“서유라 씨, 선은 지키시죠.”그 순간 병실에 들어선 배서준이 이 장면을 보자마자 성큼 다가와 천기준을 가로막았다.그러고는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대표님, 서유라 씨가 제 뺨을 때리려 했습니다.”천기준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곧 그녀의 손목을 놓으며 덧붙였다.“전 단지 제 몸을 방어했을 뿐입니다. 공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서유라는 억울함과 분노에 눈이 뒤집힌 채로 배서준에게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서준아, 난 진짜 때리려던 게 아니었어... 하지만 저 사람이 계속 날 모욕했어.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왜 모두가 나한테 이래?”천기준은 이런 ‘울고 떼쓰고 매달리는’ 전형적인 서유라의 방식에 익숙했기에 담담하게 받아치듯 말했다.“병원 CCTV는 음성까지 녹음됩니다. 정말 억울하시다면 언제든지 확인하시면 됩니다.”이 말에 서유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저 배서준 품에 안긴 채 흐느끼는 것 외엔 더 할 말이 없었다.배서준도 바보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한 명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여자, 한 명은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비서.두 사람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배서준은 천기준의 이마를 살짝 손가락으로

  • 굿바이 쓰레기   제234화

    “비켜!”배서준은 고함을 내질렀고 눈빛은 이미 싸늘하게 돌아서 있었다.하지만 간병인 안경희는 배서준이 누군지도 몰랐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이봐요, 전 제 환자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나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아주머니, 괜찮아요. 나가 계세요. 이 사람 제 남편이에요.”‘남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때 남설아의 말투에선 명백한 비웃음이 묻어났다.그 말을 들은 안경희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남설아를 돌보며 봐왔던 남자는 언제나 강연찬이었고 이 무서운 얼굴의 남자가 남편이었다는 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이렇게 험악하게 구는 남편이라니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걱정스러운 얼굴로 남설아에게 물었다.“정말 경찰 안 불러도 괜찮아요?”“괜찮아요, 나가 계세요.”남설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안경희의 손등을 살며시 눌렀다. 진정시키려는 듯한 동작이었다.안경희는 코웃음을 치고 배서준을 노려보았다.“나 문 앞에 서 있을 거니까 손끝 하나라도 대 봐요, 바로 신고할 테니까! 멀쩡하게 생겨선 아내 때리는 놈이라니, 에잇!”그러고는 어깨로 배서준을 밀치며 씩씩하게 병실 밖으로 나갔다.안경희에게 호되게 당한 배서준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그런 모습을 보며 남설아는 참지 못하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배서준 같은 사람한테 저런 대접은 평생 처음일 게 분명했다.“서준 씨, 지금 당신 꼴 좀 봐요. 진짜 미친 사람 같아요.”남설아는 몸을 조금 옆으로 틀어 가능한 한 그와 거리를 뒀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딱 하나만 묻겠어. 송우민이랑 아는 사이야?”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남설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표정 하나하나를 다 읽어내려는 듯 의심과 긴장이 얽혀 있는 눈빛이었다.결혼 후 이렇게까지 그녀를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선 안에서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남설아는 그 눈빛을 마주하며 역겨움을 느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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