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생각에 잠긴 채 가만히 있던 염구준이 주차장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가자. 총황션 만나러 가자!”총황션이라는 명성은 과연 헛된 것이 아니었다!주차장 끝에 80년대 카우보이 복장을 한 총황션이 오른쪽 허벅지에 총을 꽂은 채, 오토바이 위에 여유롭게 앉아 총탄을 위로 던졌다가 잡기를 반복하고 있었다.“형님, 준비 모두 완료됐습니다!”근육질의 거구 대머리가 총황션에게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오부라은이 나타나는 즉시 형님께서 명령하시면 바로 해치울 수 있습니다. 7대 세력이 연합한 이상, 아무리 전신의 경지를 오른 오부라은이라도 내일의 해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7대 세력!황혼대로 8대 세력 중, 오부라은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연합해 이곳에 잠복해 있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던 오늘 반드시 오부라은과 형제들을 해치워야만 했다. 진서호한테서 거액의 사례금을 받기로 약속받은 것도 있었지만, 총황션은 오부라은이 항상 눈엣가시였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오랜 숙원을 이루고자 했다.오부라은이 아무리 대비했더라도, 이 정도 인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왔습니다!”대머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총황션은 만지작거리던 총탄을 집어넣고 오토바이에서 내려 앞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오부라은이 아니었다!용하국 출신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성큼성큼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부라은과 그의 형제들은 부하처럼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못 보던 남자의 출현에 총황션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곧 뭔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그쪽이 염구준?”총황션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염구준도 같이 온 이상, 굳이 황혼대로를 나가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뜻밖의 선물이로군! 오부라은 말고도 네놈까지 올 줄이야! 오부라은을 처리하고 네놈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알아서 자기발로 찾아오다니! 덕분에 더 쉽게 진 도련님에게 네놈의 목을 바칠 수 있게 되었구나! 하하!”
“이 정도 규모의 함정이라니, 꽤 공을 들였나 보네?”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진서호에게 내 머리를 바친다고 했던가? 진씨 가문의 개가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어. 총황션, 네가 그렇게 총기를 잘 다룬다며? 기회를 줄 테니, 어디 한번 네 실력을 증명해 봐. 네놈이 쏜 총알이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린다면, 오늘은 이 자리에 물러나 주마. 하지만 성공 못 하면, 오늘 이 자리에 온 너와 네 편들을 모조리 하나도 남긴 없이 죽일 것이다!”그 말을 들은 총황션은 입술을 꽉 깨물며 허벅지에 끼워져 있는 총을 더듬었다. 지금, 이 순간 총만큼 그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봉황국에 자리 잡은 뒤로, 그는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었다. 그는 이 권총 한 자루로 수많은 강자를 쓰러뜨리고 이 자리까지 왔다. 그는 황혼대로 8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는 전신 경지의 강자가 오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지와 총 실력이 결합하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염구준에게 매복된 아군의 위치를 모두 들킨 것이었다. 아군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진짜 실력으로 아군의 위치를 파악한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었다. 만약 전자라면 해볼 만하겠지만, 후자라면 염구준의 경지가 최소 전신 후기 또는 정점이라는 뜻이 된다. 아군 중에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자는 없었다. 종황션은 골치가 아팠다.“총황션, 쓸데없는 소리에 현혹되지 마시오!”20미터 정도 떨어진, 주차장 모퉁이에 매복해 있던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총황션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 다음 염구준을 노려보면서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매복 위치를 알아냈다고 해서, 우리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잖소! 7대 세력이 연합했는데, 전신 경지의 강자라고 한들, 어쩔 텐가? 전신 후기 경지에 있더라도, 우리 손에 죽게 되어 있소!”전신 경지에
너무나도 순식간에, 소리 소문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궁극의 기술, 총알은 놀라운 명중력으로 염구준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아무리 전신이라도 방심한 상태에서 받은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터, 총황션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후!”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염구준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시간이 멈춘 듯, 주차장에 모든 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반보천인, 천인합일!총알이 발산된 그 찰나, 염구준은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어 공기에 녹아 들었다. 땅과 하늘, 바람과 공기, 그 모든 것과 동기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염구준은 빠르게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당당히 군중들을 마주 보았다.짧지만 매우 강력한 증명! 염구준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노란 총알을 낀 채, 총황션을 향해 미소 지었다.“졌네?”졌다니, 졌다니!모든 공력을 담은 일격이 실패했다! 총황션은 얼빠진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어느새 그의 몸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그는 어떠한 공격도 이어가지 못하고 멍하니 염구준을 바라봤다. 좀 전의 일격은 그가 할 수 있는 극한의 공격이었다. 이 속도는 그가 낼 수 있는 한계였다. 그 최선이 막힌 것이다! 심지어 총황션은 염구준이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정말 눈뜬 채 코 베인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총알은 이미 염구준 손안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이것이 바로 전신의 경지인가?’ 수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상식 안에 있는 전신의 경지는 결코 이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아무리 전신의 경지라도, 좀 전의 속도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총황션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전신의 경지가 아니라면, 염구준은 도대체 무슨 경지란 말인가?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무성경지까지 이루고 이 정도 총술까지 갖추다니, 확실히 꽤 괜찮은 자질을 가지고 있군.”염구준이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던 총탄을 대수롭지 않게
백전백승의 전신전 전주!“염구준, 염구준… 그래, 전신전 전주의 이름이 염구준이었어….”혼이 나간 사람처럼 혼자서 중얼거리던 총황션이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수하에게 소리쳤다.“황혼대로 전면 개방, 금지구역 전면 철회! 내일이 밝기전까지 황혼대로에 있는 진씨 가문 산업들 모두 없애 버려! 그리고 염 선생님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한다고 오부라은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해!”긴 밤이 마침내 지나갔다.“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봉황국 진씨 가문 저택, 진서호는 미친 사람처럼 온갖 물건들을 부수며 소리쳤다.“당장 알아내! 당장 알아내라고! 어느 놈들이 감히 황혼대로에 있는 우리 가문 사업체들을 모두 부쉈어!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거의 발작에 가까운 분노였다. 경호원을 포함한 모든 사용인들이 숨죽이며 얼른 이 폭풍이 지나가길 빌었다. 하지만 상황은 심각해질 뿐,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한밤중, 진씨 가문에서 10년동안 고심해서 키운 황혼대로 모든 사업체들이 정체불명 세력들에 당해 처참히 파괴되었다. 여덟 구역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과장없이, 진씨 가문은 하룻밤 사이에 최소 2조를 손실 입었다!“도련님!”이때, 파괴된 진씨 가문 사업체 임원중 한 명이 헐레벌떡 들어오며 상황을 보고했다.“모두 총황션이 한 짓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그 놈이 부하들을 데리고 직접 저희 사업체들을 부수고 불태웠어요! 저도 하마터면 그 놈들한테 당해 숯 검댕이가 될 뻔했어요!”‘총황션?’진서호는 크게 충격 받은 듯, 온몸이 경직되었다.어젯밤, 총황션에게 거액을 대가로 오부라은과 염구준을 의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꿈에도 총황션이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그냥 배신한 것도 아니고 염구준 편에 서서 진씨 가문을 공격할 줄이야!진서호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좀 전에 보고한 사람의 신원이 너무 확실하여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진씨 가문 핵심 임원 중 하나였다. 거짓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총황션, 총황션!”진서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참지 않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총황션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리 가문을 배신한 이유가 뭐야? 염구준과 오부라은을 제거하라고 거액을 줬더니, 감히 진씨 가문의 뒤통수를 때려? 미쳤어?”이유는 당연히 염구준 때문이었다. 염구준이 전신전 전주인데, 진씨 가문을 따를 이유가 없었다. “이유를 알면 뭐 어쩔 건데?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전화 너머 총황션의 목소리는 매우 냉랭했다.“옛정을 생각해서 충고 하나만 할게.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진씨 가문 힘만 믿고 함부로 사람 건드렸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친다. 뭐, 이미 그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겨버렸다. 진서호는 분노에 핸드폰을 든 채 자리에 부들부들 떨었다.이런 배은망덕한!처음 총황션이 황혼대로에 들어설 때만 해도 겨우 중위권 세력밖에 안 됐었다. 그런 총황션의 세력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진씨 가문의 후원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진씨 가문의 돈을 먹고도 염구준을 제거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도리어 진씨 가문에 엿을 먹였다.그깟 염구준이 뭐라고!진서호는 반드시 총황션에게 진씨 가문의 위력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멍청한 놈!”이때, 갑자기 조용하던 이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진무석도 이 소식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는 망설임없이 거실로 내려와 진서호의 따귀를 때렸다. 진서호는 그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진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능력을 보이랬더니, 도리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진서호는 처음부터 선택을 잘못했다. 총황션에게 연락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 진무석은 오늘 진서호에게 너무나도 크게 실망했다. “수습하라고 했더니, 사고를 쳐!”진무석이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진서호를 향해 크게 호통쳤다. “앞으로 가문을 물려받을 놈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제정신이야? 지
이건 우연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누구예요? 도대체 누가 뒤에서 이런 장난질 친 거예요!”진서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진씨 가문 상대로 이런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얼마 전까지 해도 화련상조회는 봉황국 최강 가문이라 할 수 있는 김씨 가문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멸문한 상태, 이정도로 회원들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한 기업도 아닌, 수십개의 기업들이 줄줄이 진씨 가문한테서 등을 돌리다니! 진서호는 도무지 짐작가지 않았다.“손가을, 염구준… 이 둘 아니면, 누구겠어!”진무석이 진서호의 무능함에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이 정도도 모르다니, 진씨 가문을 너에게 맡겼다가는 5년도 못 버티고 망하겠네!”염구준, 또 염구준이라니!그는 이를 악문 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갈 정도로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날 연회에서 있었던 사건 뒤로, 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은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진서호는 곧바로 왕서희를 납치해 모든 죄를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울 준비를 했으나, 도리어 아무런 손실도 입히지 못하고 진씨 가문만 기둥이 뽑히게 생겼다!“아버지,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제발 한 번만요!”진서호가 무릎을 꿇은 채 진무석에게 애원했다.“제가 직접 염구준을 처리하고 이 치욕을 씻어낼게요! 아버지, 저 한 번만 믿어주세요!”아무리 못났어도, 진무석에겐 아들 진서호 하나밖에 없었다.“후….”그는 한숨을 내쉬며 분노를 가라앉힌 뒤, 진서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진서호.”그리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청동 영패를 바닥에 던졌다.“이번엔 절대로 날 실망시키면 안 된다. 꼭 제대로 이 난장판을 수습하고 손씨 그룹을 무너뜨리거라!”그 말을 끝으로 진무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진무석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서호는 그제야 주섬주섬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영패를 주
황혼대로는 이제 완벽히 오부라은의 통제아래에 들어갔으며, 용하국 상인들의 금지구역도 모두 풀렸다. 그리고 오부라은 공식적으로 손씨 그룹을 지지하는 서명까지 발표했다. 봉화국 세력 구도가 크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생존에 강한 기업들은 알아서 눈치 빠르게 라인을 바꿨다. 이제는 진씨 가문이 아닌, 손씨 그룹이 대세였다.“손 대표님.”짧은 인사말을 나눈 뒤, 한 중년 남자가 조심스레 손가을 책상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오늘 저희가 찾아온 것은 오부라은 선생님과의 협력 체결을 축하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쭙고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혹시 앨리스 씨와는 어떤 관계이십니까?”그 말을 들은 손가을은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손씨 그룹과 오샤나지 그룹은 공식적으로 협력 파트너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가을은 자기도 모르게 염구준 쪽을 바라봤다. “그저 일반적인 파트너 관계일 뿐입니다.”염구준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천천히 손가을 쪽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손씨 그룹과 손을 잡은 것 때문에 화련상조회에서 제제가 들어올까 봐 그러시는 거죠? 그 부분은 제가 장담하죠.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앨리스 씨 때문이 아닌, 저희 손씨 그룹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손씨 그룹은 결코 화련상조회 따위에 밀리지 않습니다!”매우 자신만만한 태도,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최근 이틀만에 활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손씨 그룹은 화련상조회의 도움 없이도 아주 보란듯이 해외에서 적응해 나갔다. 이젠 화련상조회가 제제하려고 나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염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저희도 이제 마음을 놓을 수 있겠습니다!”중년 남자와 함께 주변에 함께 있던 여러 사람들은 비로서 안심할 수 있었다.“지난 몇 년 동안 저희가 진씨 가문에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립니다. 봉황국이 워낙 혼잡한 터라,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사업은커녕 목숨까지 위협받아야 하는
“죄송합니다.”염구준은 손가을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사람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잠시 장내에 침묵이 흘렀다. 모두 크게 충격 받은 모습이었다. 이때, 먼저 말을 꺼낸 노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30프로는 적습니까? 그렇다면 매년 40프로를 지급할 테니, 부디 긍정적으로….”“아니요!”하지만 염구준은 그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얼른 해명했다.“여러분 오해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진씨 가문이 아니며, 손씨 그룹은 누군가에게 빨 때 꽂을 마음이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서로가 서로를 돕는 시스템, 동등한 공생관계가 되길 원합니다. 어떠한 보호비도 어떠한 부당 우대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그러자 모두들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염구준과 손가을을 쳐다보았다. 충분히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먼저 다른 이들을 배려해주다니, 역시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의 배포는 범인이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들은 다시 한번 염구준과 손가을의 성품과 지혜로움에 감탄했다.“구준 씨.”약 반시간 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가 손가을이 염구준의 품에 가볍게 기대며 말했다.“이분들과 협력관계를 맺게 되면 우리한테는 유리하겠지만, 화련상조회가 크게 반발한 텐데, 괜찮겠어?”그 말에 염구준은 귀엽다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화련상조회가 반발해봤자, 그에겐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었다. 이미 불쏘시개엔 불이 붙여졌고, 진씨 가문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회원들의 이탈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염구준의 예상대로 진씨 가문은 지금 아수라장이었다.진서호는 앞에 놓인 수많은 회원 탈퇴 통지서를 보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형세가 완전히 넘어갔다!진무석에게 탈퇴를 요구하는 연락이 빗발쳤다고는 했지만, 진서호는 그것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류까지 날아오자,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화련상조회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도련님!”이때, 밖에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