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너머 총황션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부라은, 규칙을 어기고 황혼대로에 용하국 사람을 들여보내다니, 이건 같은 황혼대로 사람들한테 반기를 드는 거나 마찬가지! 너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왕서희를 데려와 오늘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거나, 아니면 나랑 직접 대면해! 하지만 나랑 만나게 된다면, 제대로 해명해야 할 거야! 아니면… 각오해!”그 말을 끝으로 총황션은 오부라은의 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젠장, 빌어먹을!”오부라은은 분노가 치솟았지만, 염구준 앞이라 함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화를 삭였다.“조급해할 것 없어.”염구준이 오부라은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통화했던 일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용하국 출신 사람 금지하는 구역이 어떻게 생기게 된 건지 말해봐.”이 일은 5년 전에 시작되었다!“제가 봉황국에 정착하게 된 건 5년 전입니다.”오부라은이 분노를 가라앉히며 낮은 목소리로 염구준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그때 용하국 사람들은 지금만큼 강하지 않았죠….”5년 전, 전신전은 설립되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퍼진 전쟁이 꺼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봉황국은 비교적 전쟁의 영향을 덜 받아 많은 기업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봉황국은 13개의 도로, 26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구역도 많은데 서로 모두 다른 출신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살다 보니, 자주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나라에서 보다 못해 직접 나서 충돌을 억제하며 지금의 남북지역이 생기게 되었다.오부라은은 황혼대로의 지배자가 된 후로, 줄곧 금지구역을 해제해 용하국과 다른 기업들의 교류를 활발히 이뤄지게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총황션과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며 금지구역 구도를 유지하려 했다. 그리하여 생기게 된 규칙이었다!총황션은 이 규칙을 명목으로 오부라은에게 왕서희를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충돌하면 서로 큰 피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채 가만히 있던 염구준이 주차장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가자. 총황션 만나러 가자!”총황션이라는 명성은 과연 헛된 것이 아니었다!주차장 끝에 80년대 카우보이 복장을 한 총황션이 오른쪽 허벅지에 총을 꽂은 채, 오토바이 위에 여유롭게 앉아 총탄을 위로 던졌다가 잡기를 반복하고 있었다.“형님, 준비 모두 완료됐습니다!”근육질의 거구 대머리가 총황션에게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오부라은이 나타나는 즉시 형님께서 명령하시면 바로 해치울 수 있습니다. 7대 세력이 연합한 이상, 아무리 전신의 경지를 오른 오부라은이라도 내일의 해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7대 세력!황혼대로 8대 세력 중, 오부라은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연합해 이곳에 잠복해 있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던 오늘 반드시 오부라은과 형제들을 해치워야만 했다. 진서호한테서 거액의 사례금을 받기로 약속받은 것도 있었지만, 총황션은 오부라은이 항상 눈엣가시였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오랜 숙원을 이루고자 했다.오부라은이 아무리 대비했더라도, 이 정도 인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왔습니다!”대머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총황션은 만지작거리던 총탄을 집어넣고 오토바이에서 내려 앞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오부라은이 아니었다!용하국 출신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성큼성큼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부라은과 그의 형제들은 부하처럼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못 보던 남자의 출현에 총황션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곧 뭔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그쪽이 염구준?”총황션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염구준도 같이 온 이상, 굳이 황혼대로를 나가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뜻밖의 선물이로군! 오부라은 말고도 네놈까지 올 줄이야! 오부라은을 처리하고 네놈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알아서 자기발로 찾아오다니! 덕분에 더 쉽게 진 도련님에게 네놈의 목을 바칠 수 있게 되었구나! 하하!”
“이 정도 규모의 함정이라니, 꽤 공을 들였나 보네?”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진서호에게 내 머리를 바친다고 했던가? 진씨 가문의 개가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어. 총황션, 네가 그렇게 총기를 잘 다룬다며? 기회를 줄 테니, 어디 한번 네 실력을 증명해 봐. 네놈이 쏜 총알이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린다면, 오늘은 이 자리에 물러나 주마. 하지만 성공 못 하면, 오늘 이 자리에 온 너와 네 편들을 모조리 하나도 남긴 없이 죽일 것이다!”그 말을 들은 총황션은 입술을 꽉 깨물며 허벅지에 끼워져 있는 총을 더듬었다. 지금, 이 순간 총만큼 그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봉황국에 자리 잡은 뒤로, 그는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었다. 그는 이 권총 한 자루로 수많은 강자를 쓰러뜨리고 이 자리까지 왔다. 그는 황혼대로 8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는 전신 경지의 강자가 오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지와 총 실력이 결합하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염구준에게 매복된 아군의 위치를 모두 들킨 것이었다. 아군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진짜 실력으로 아군의 위치를 파악한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었다. 만약 전자라면 해볼 만하겠지만, 후자라면 염구준의 경지가 최소 전신 후기 또는 정점이라는 뜻이 된다. 아군 중에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자는 없었다. 종황션은 골치가 아팠다.“총황션, 쓸데없는 소리에 현혹되지 마시오!”20미터 정도 떨어진, 주차장 모퉁이에 매복해 있던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총황션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 다음 염구준을 노려보면서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매복 위치를 알아냈다고 해서, 우리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잖소! 7대 세력이 연합했는데, 전신 경지의 강자라고 한들, 어쩔 텐가? 전신 후기 경지에 있더라도, 우리 손에 죽게 되어 있소!”전신 경지에
너무나도 순식간에, 소리 소문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궁극의 기술, 총알은 놀라운 명중력으로 염구준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아무리 전신이라도 방심한 상태에서 받은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터, 총황션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후!”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염구준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시간이 멈춘 듯, 주차장에 모든 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반보천인, 천인합일!총알이 발산된 그 찰나, 염구준은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어 공기에 녹아 들었다. 땅과 하늘, 바람과 공기, 그 모든 것과 동기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염구준은 빠르게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당당히 군중들을 마주 보았다.짧지만 매우 강력한 증명! 염구준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노란 총알을 낀 채, 총황션을 향해 미소 지었다.“졌네?”졌다니, 졌다니!모든 공력을 담은 일격이 실패했다! 총황션은 얼빠진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어느새 그의 몸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그는 어떠한 공격도 이어가지 못하고 멍하니 염구준을 바라봤다. 좀 전의 일격은 그가 할 수 있는 극한의 공격이었다. 이 속도는 그가 낼 수 있는 한계였다. 그 최선이 막힌 것이다! 심지어 총황션은 염구준이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정말 눈뜬 채 코 베인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총알은 이미 염구준 손안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이것이 바로 전신의 경지인가?’ 수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상식 안에 있는 전신의 경지는 결코 이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아무리 전신의 경지라도, 좀 전의 속도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총황션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전신의 경지가 아니라면, 염구준은 도대체 무슨 경지란 말인가?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무성경지까지 이루고 이 정도 총술까지 갖추다니, 확실히 꽤 괜찮은 자질을 가지고 있군.”염구준이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던 총탄을 대수롭지 않게
백전백승의 전신전 전주!“염구준, 염구준… 그래, 전신전 전주의 이름이 염구준이었어….”혼이 나간 사람처럼 혼자서 중얼거리던 총황션이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수하에게 소리쳤다.“황혼대로 전면 개방, 금지구역 전면 철회! 내일이 밝기전까지 황혼대로에 있는 진씨 가문 산업들 모두 없애 버려! 그리고 염 선생님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한다고 오부라은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해!”긴 밤이 마침내 지나갔다.“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봉황국 진씨 가문 저택, 진서호는 미친 사람처럼 온갖 물건들을 부수며 소리쳤다.“당장 알아내! 당장 알아내라고! 어느 놈들이 감히 황혼대로에 있는 우리 가문 사업체들을 모두 부쉈어!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거의 발작에 가까운 분노였다. 경호원을 포함한 모든 사용인들이 숨죽이며 얼른 이 폭풍이 지나가길 빌었다. 하지만 상황은 심각해질 뿐,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한밤중, 진씨 가문에서 10년동안 고심해서 키운 황혼대로 모든 사업체들이 정체불명 세력들에 당해 처참히 파괴되었다. 여덟 구역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과장없이, 진씨 가문은 하룻밤 사이에 최소 2조를 손실 입었다!“도련님!”이때, 파괴된 진씨 가문 사업체 임원중 한 명이 헐레벌떡 들어오며 상황을 보고했다.“모두 총황션이 한 짓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그 놈이 부하들을 데리고 직접 저희 사업체들을 부수고 불태웠어요! 저도 하마터면 그 놈들한테 당해 숯 검댕이가 될 뻔했어요!”‘총황션?’진서호는 크게 충격 받은 듯, 온몸이 경직되었다.어젯밤, 총황션에게 거액을 대가로 오부라은과 염구준을 의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꿈에도 총황션이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그냥 배신한 것도 아니고 염구준 편에 서서 진씨 가문을 공격할 줄이야!진서호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좀 전에 보고한 사람의 신원이 너무 확실하여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진씨 가문 핵심 임원 중 하나였다. 거짓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총황션, 총황션!”진서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참지 않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총황션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리 가문을 배신한 이유가 뭐야? 염구준과 오부라은을 제거하라고 거액을 줬더니, 감히 진씨 가문의 뒤통수를 때려? 미쳤어?”이유는 당연히 염구준 때문이었다. 염구준이 전신전 전주인데, 진씨 가문을 따를 이유가 없었다. “이유를 알면 뭐 어쩔 건데?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전화 너머 총황션의 목소리는 매우 냉랭했다.“옛정을 생각해서 충고 하나만 할게.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진씨 가문 힘만 믿고 함부로 사람 건드렸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친다. 뭐, 이미 그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겨버렸다. 진서호는 분노에 핸드폰을 든 채 자리에 부들부들 떨었다.이런 배은망덕한!처음 총황션이 황혼대로에 들어설 때만 해도 겨우 중위권 세력밖에 안 됐었다. 그런 총황션의 세력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진씨 가문의 후원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진씨 가문의 돈을 먹고도 염구준을 제거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도리어 진씨 가문에 엿을 먹였다.그깟 염구준이 뭐라고!진서호는 반드시 총황션에게 진씨 가문의 위력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멍청한 놈!”이때, 갑자기 조용하던 이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진무석도 이 소식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는 망설임없이 거실로 내려와 진서호의 따귀를 때렸다. 진서호는 그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진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능력을 보이랬더니, 도리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진서호는 처음부터 선택을 잘못했다. 총황션에게 연락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 진무석은 오늘 진서호에게 너무나도 크게 실망했다. “수습하라고 했더니, 사고를 쳐!”진무석이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진서호를 향해 크게 호통쳤다. “앞으로 가문을 물려받을 놈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제정신이야? 지
이건 우연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누구예요? 도대체 누가 뒤에서 이런 장난질 친 거예요!”진서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진씨 가문 상대로 이런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얼마 전까지 해도 화련상조회는 봉황국 최강 가문이라 할 수 있는 김씨 가문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멸문한 상태, 이정도로 회원들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한 기업도 아닌, 수십개의 기업들이 줄줄이 진씨 가문한테서 등을 돌리다니! 진서호는 도무지 짐작가지 않았다.“손가을, 염구준… 이 둘 아니면, 누구겠어!”진무석이 진서호의 무능함에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이 정도도 모르다니, 진씨 가문을 너에게 맡겼다가는 5년도 못 버티고 망하겠네!”염구준, 또 염구준이라니!그는 이를 악문 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갈 정도로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날 연회에서 있었던 사건 뒤로, 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은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진서호는 곧바로 왕서희를 납치해 모든 죄를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울 준비를 했으나, 도리어 아무런 손실도 입히지 못하고 진씨 가문만 기둥이 뽑히게 생겼다!“아버지,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제발 한 번만요!”진서호가 무릎을 꿇은 채 진무석에게 애원했다.“제가 직접 염구준을 처리하고 이 치욕을 씻어낼게요! 아버지, 저 한 번만 믿어주세요!”아무리 못났어도, 진무석에겐 아들 진서호 하나밖에 없었다.“후….”그는 한숨을 내쉬며 분노를 가라앉힌 뒤, 진서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진서호.”그리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청동 영패를 바닥에 던졌다.“이번엔 절대로 날 실망시키면 안 된다. 꼭 제대로 이 난장판을 수습하고 손씨 그룹을 무너뜨리거라!”그 말을 끝으로 진무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진무석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서호는 그제야 주섬주섬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영패를 주
황혼대로는 이제 완벽히 오부라은의 통제아래에 들어갔으며, 용하국 상인들의 금지구역도 모두 풀렸다. 그리고 오부라은 공식적으로 손씨 그룹을 지지하는 서명까지 발표했다. 봉화국 세력 구도가 크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생존에 강한 기업들은 알아서 눈치 빠르게 라인을 바꿨다. 이제는 진씨 가문이 아닌, 손씨 그룹이 대세였다.“손 대표님.”짧은 인사말을 나눈 뒤, 한 중년 남자가 조심스레 손가을 책상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오늘 저희가 찾아온 것은 오부라은 선생님과의 협력 체결을 축하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쭙고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혹시 앨리스 씨와는 어떤 관계이십니까?”그 말을 들은 손가을은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손씨 그룹과 오샤나지 그룹은 공식적으로 협력 파트너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가을은 자기도 모르게 염구준 쪽을 바라봤다. “그저 일반적인 파트너 관계일 뿐입니다.”염구준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천천히 손가을 쪽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손씨 그룹과 손을 잡은 것 때문에 화련상조회에서 제제가 들어올까 봐 그러시는 거죠? 그 부분은 제가 장담하죠.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앨리스 씨 때문이 아닌, 저희 손씨 그룹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손씨 그룹은 결코 화련상조회 따위에 밀리지 않습니다!”매우 자신만만한 태도,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최근 이틀만에 활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손씨 그룹은 화련상조회의 도움 없이도 아주 보란듯이 해외에서 적응해 나갔다. 이젠 화련상조회가 제제하려고 나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염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저희도 이제 마음을 놓을 수 있겠습니다!”중년 남자와 함께 주변에 함께 있던 여러 사람들은 비로서 안심할 수 있었다.“지난 몇 년 동안 저희가 진씨 가문에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립니다. 봉황국이 워낙 혼잡한 터라,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사업은커녕 목숨까지 위협받아야 하는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