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한천왕이 먼저 입을 열었고, 다른 세 명의 도박왕도 동시에 왼팔을 내밀며 염구준과 고해를 바라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전 선생, 베팅은 이미 충분합니다. 이제 카드를 공개할 시간입니다!"말하면서 테이블 아래에 내려놓은 오른손을 꽉 쥐었다. 4대 도박왕들의 기운이 서로 연결되었고, 딜러가 내놓은 첫 번째 밑 카드는 소리없이 바뀌었다.사상 기린판, 발동! 밑 카드를 교환한다!단 2초도 안 되는 사이, 한청왕의 밑 카드인 스페이드 A가 백발 도박왕의 밑 카드와 소리 없이 교환되어 백발 도박왕의 최종 카드가 완전히 확정되었다. 스페이드 A와 용정패인 스페이드가 합쳐져 A스페이드 플러시를 완성했다!그리하여 한천왕의 A스페이드 플러시가 전흥업의 K스페이드 플러시보다 한 수 앞섰다!“지금 바로 패를 공개합니까? 너무 급한 거 아닙니까?”염구준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밑 카드 뒷면을 만지며 4대 도박왕을 향해 가볍게 웃었다.“밑 카드를 공개하기 전에 베팅할 수 있으니, 저도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진 않죠.”“방금 2조 용하 화폐는 고해 씨의 칩이고, 이건 제 칩입니다...”이렇게 말하고 그는 오른손을 천천히 양복 안쪽 주머니에 넣고 고해와 똑같은 블랙 골드 카드를 꺼내어 웃으며 딜러에게 살며시 던졌다."지금 당장 자금을 확인해 보세요. 얼마 안 됩니다. 마침 딱 2조이고, 비밀번호는 없습니다.”‘또 한 장의 블랙 골드 카드? 게다가 비밀번호가 없다고?’4대 도박왕들은 경악에 입이 벌어져 있었고, 옆에 있던 딜러는 더욱 놀랐다. 고해는 새로운 도박 신으로서 5대 강국 연합에서 발급받은 블랙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상할 게 없었다.그러나 전흥업, 전 선생은 어떻게 해서 이런 명예를 상징하는 사치스러운 카드를 가지고 있는가? 그의 개인 소유 재산도 실제로 2조 용하 화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수준에 도달했다!“전, 전 선생님.”단 5분도 안 되어, 딜러가 돌아왔다. 그녀는 양손에 블랙 골드 카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
사상 기린판은 이미 발동되었고, 백발 도박왕은 이미 스페이드 A 플러시를 형성했다. 2조 원 용하 화폐라고 하더라도, 더 큰 액수라도 그들은 받아들일 것이다!“제호 카지노, 받아들이겠습니다!”한천왕과 다른 도박왕들은 눈으로 소통하더니, 자신의 목을 가볍게 만지며 소리 없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전 선생, 당신은 우리 네 명의 목을 원하는 게 아니십니까? 제가 전 선생의 바람대로 해드리죠!”"만약 전 선생이 우리 네 명의 패를 이긴다면, 저희 네 명의 목을 전 선생 마음대로 처분하십시오!"‘이 말을 기다렸어!’염구준은 살짝 웃더니 고개를 돌려 딜러에게 물었다.“이 방에 카메라 있는 거 맞죠?”“비디오 파일을 백업해 주실 수 있으신지? 게임이 끝난 후에 번복해서는 안 되니 말입니다. 문제없죠?”어떤 큰 내기라도, 경기의 양측이 도박 규칙을 정한다면, 규칙에 따라 즉시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제호 카지노의 기본 원칙이며, 어떤 개인이나 권력도, 심지어는 제호 카지노 자체도 이를 어기면 자신의 명성을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비디오 파일은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되었으며, 로컬 백업도 되었습니다. 도박 규칙의 정확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딜러는 염구준에게 몸을 숙여 인사한 후, 조심스럽게 한천왕과 다른 세 명의 도박왕을 쳐다보며 말했다.“한 도박왕님, 지금 패를 오픈할까요?”한 판에 승패가 갈린다!한천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서쪽에 앉은 백발 도박왕을 쳐다보며 말했다.“패를 오픈하시오!”백발 도박왕은 크게 웃고는 염구준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며 오른손으로 첫 번째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는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전 선생, 미안하지만 제 패는 스페이드 A이고, 제 카드는 바로 스페이드 A로 시작하는 플러시입니다!”그는 오른팔을 세차게 휘두르며 패를 완전히 드러냈고, 그것을 카드 테이블 가운데 세게 내던졌다!그리고...조용해졌다.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한천왕, 백발 도박왕, 유럽식 땋은 머리 도박왕, 우아한 도박왕, 딜
카지노 규칙은 돈을 걸면 돈을 내놓아야 하고, 목숨을 걸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목을 걸고 도박을 해서 졌으니, 목을 내놓아야 한다!하지만...“꿈도 꾸지 마!”4대 도박왕은 당연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려 하지 않았다. 한천왕은 테이블을 내리치고 이를 갈며 염구준을 쳐다보았다. “왜 고해를 도우려 하는 건가요? 왜 우리 제호 카지노와 삼죽문에게 이러는 거죠?”“들어오면서부터 당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상기린판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풀지 못했죠!”“당신은 시작할 때부터 우리를 함정에 빠뜨렸어요. 당신, 도대체 누구죠?!”그가 말하는 동안, 다른 세 명의 도박왕도 똑같이 테이블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에 기운이 가득하고 눈 밑에 한기가 가득했다. 분명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손쓰려는 모습이었다!“네 분께서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군요.”염구준은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당시 무쌍 도박성이 아쉽게 패배했을 때, 당신들은 그에게 도박술을 그만두라고 강요했고, 양손의 경맥을 끊었죠. 무쌍 도박성은 패배를 인정했고, 무성 지상에 도달했어도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고요.”"그리고 오늘, 나는 명백한 승리를 거두었어요. 그런데 당신들은 약속을 어기고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건가요?"“허허!”말이 떨어지자, 염구준은 천천히 일어나, 잔뜩 화가 난 4대 도박왕을 바라보며, 입가에 숨김없는 냉기를 띠었다. “당신들이 삼죽문 소속이라고 해서 내가 당신들을 다룰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기억하세요, 삼죽문은 푸른 봉황과 대붕분타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4대 도박왕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신... 당신은 왕종서의 사람이군!”삼죽문의 3대 분타, 푸른 봉황 맹월과 대붕봉타 오대붕의 결혼식을 맞이하는 날이다. 그들의 유일한 원수는 금오분타, 왕종서뿐이다!그리고...같은 삼죽문 타주로서 왕종서는 사상 기린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진흥업은 왕종서가 보낸 사람일 것이
저들은 모두 왕자 경지 절정에 이른 자들로서 무성 경지와는 큰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염구준은 아주 여유가 넘쳤다. 4대 도박왕은 그렇게 순식간에 패배했다.“한, 한천왕!”옆에 있던 미녀 딜러가 죽은 4대 도박왕을 보며 놀라 비명을 질렀다.4대 도박왕이 죽었다니,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그것도 너무나도 간단하게 모두 전흥업, 한 명의 손에 죽었다.그의 실력은 왕 타주와 비등한, 맹 타주와 오 타주 이상으로 강했다.“4대 도박왕이 죽어서 판돈의 절반밖에 못 받았는데….”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4대 도박왕의 시체를 지나쳐 미녀 딜러 쪽으로 걸어갔다. “남은 절반, 설마 제호 카지노에서 꿀꺽하진 않겠지?”꿀꺽하다니,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왕자 경지의 절정에 다다른 4대 도박왕조차 한방에 죽인 진흥업이었다. 아무리 인원수가 많아도 그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진, 진 선생님!”4대 도박왕의 이마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녀 딜러와 직원들은 쇄 비린내를 맡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두려움이 전신을 강타했다.“카지노 재무 담당자에게 즉시 연락을 넣도록 하겠습니다!”미녀 딜러가 경직된 목소리로 말하며 남은 직원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룸을 입구로 달려나갔다.염구준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저들이 진짜 재무 담당자에게 말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추측이 맞다면, 저들이 달려간 곳은 재무팀이 아닌 제호 카지노 주인인 삼죽문의 맹월과 오대붕일 것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어느덧 미녀 딜러와 직원들이 떠나고 15분이 지났다.쾅!이때 갑자기 엄청난 기운과 함께 룸의 문이 박살났다.동시에 팔각망치를 든 정장의 건장한 남자와 장검을 든 웨딩드레스의 미녀가 룸 안으로 들어섰다.이들은 바로 삼죽문의 두 타주, 오대붕과 맹월이었다!왕종서와 전투가 후, 김웅신은 직접 두 사람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허락하며 제호 카지노까지 선물로 넘겨줬다. 오대붕과 맹월의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
한편, 봉황국 연안 인공섬에 있는 김씨 가문의 성.성벽과 길목 곳곳에 경비원들이 무장한 채 돌아다니며 철통같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곳은 평범한 성보다는 요새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탁, 탁, 탁….이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발걸음 소리가 파도와 바람 소리 사이에 들려왔다. 염구준이었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성 입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누구야?”“거기 서!”“여긴 개인 사유지다.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어! 즉시 왔던 길로 돌아가라! 아니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경비병들이 손에 든 무기의 안전장치를 풀며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겨냥했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뒀던 빚을 받으러 오는 날!염구준은 수많은 총구를 앞에 두고도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누구든 내 앞길을 막는 자, 죽음을 선사해주리! 성 입구, 피가 강을 이루었다!경비병들은 순식간에 비명도 못 지르고 자리에 즉사했다.“가,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염구준이 성을 뚫고 들어오는 사이, 상황을 보고받은 두 남자가 김웅신이 있는 후원으로 달려갔다.“지금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밀실 안, 가부좌를 틀고 있던 김웅신이 놀라 눈을 번쩍 떴다.‘그럴 리가 없어!’김웅신은 믿기지 않았다. 봉황국에 그의 손길과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삼죽문 아래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모두 김웅신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어디든 스파이가 있었고 그가 모르는 소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염구준이 이곳에 오기까지 어떠한 보고도 없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삼죽문 내부에서 불화가 터져 왕종서의 딸이 잡혀간 것도 모자라, 제호 카지노를 지키던 4대 도박왕도 모두 죽었지.”김웅신은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밀실 문을 열고 나갔다. 연달아 일어난 불행,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염구준이 나타다니,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대로 갚아준 건가?”김웅신이 높이 뜬 태양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공격할 기회도 없이 모두 당했다니!‘염구준… 그 천한 여자의 아들이 고씨 가문 옥패를 얻더니, 흑풍 존주도 꺼려할 만큼 무서운 존재가 되었구나!’“하지만 옥패라면 나도 있어….”김웅신은 두 주먹을 꽉 그러쥐며 가슴속에 넣어둔 옥패를 느꼈다. 그러자 불안이 꺼지고 속에서부터 자신감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가 당당한 목소리로 사사들을 향해 명령했다.“앞장 서. 염구준 만나러 가야겠어!”김씨 가문 성 곳곳에 피냄새가 진동했다. 백여구가 되는 시신들이 사방에 널브러진 채 산을 이루었다. 이들은 모두 한때 실력이 출중하다고 인정받던 무도종사들이었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파리 목숨같이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배신자들에게 베풀 자비 따위 그에겐 없었다. 김씨 가문 성의 삼엄했던 경비는 불과 10 분도 되지 않아 염구준의 손에 철저히 무너졌다. 가히 전투의 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어디에도 그를 막을 적수가 없었다! 이때, 갑자기 성 깊숙한 곳에서 날카로운 비수 세 개가 살기를 담은 채 염구준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닿기도 전에 무형의 기운에 막혀 땅에 떨어졌다. 지금의 염구준에겐 이까짓 냉병기 따위는 아무런 생체기도 낼 수 없었다.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호랑이처럼 흉포한 시선이 염구준을 향했다. 시선의 주인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김웅신이었다.“정말 후회스럽네.”잠시 대치 후, 김웅신이 한기가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때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염씨 가문을 완전히 멸문시키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스러워. 아예 싹을 남기기 말고 잘라버렸어야 하는데, 네 놈을 살려둔 것이 천추의 한이다! 그랬더라면 이런 화를 입을 일도 없었을 텐데!”이제 와서 후회한들 의미가 없었다.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웅신을 훑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뒤를 따라온 한 사사를 향해 웃었다.“후회되는 일… 더 있을 것 같은데? 이를테면… 함부로 뒤를 내주는 일이라던가… 안 그래, 흑풍 존주?”흑풍 존주 명칭을 들은 순간 김웅신은 머리속에 무언가가
김웅신이 전신의 경지까지 이르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 옥패를 얻기 위해 그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겨우 강자들과 나란히 어깨를 하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흑풍 존주의 일격에 물거품이 되었다. 앞에는 염구준, 뒤에는 흑풍 존주, 김웅신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옥패를 내놓으면 시신은 훼손하지 않으마.”흑풍 존주는 손가락을 까딱해 부하에게 염구준을 막아서게 한 다음, 김웅신 앞으로 다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다.“사람 번거롭게 하지 말고 알아서 좀 협조해.”하지만 말을 고분고분 들을 김웅신이 아니었다.“옥패가 가지고 싶다면 바다에 들어가서 찾아봐라!”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품고 있던 옥패를 성 밖, 먼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슝! 빛이 번쩍하며 허공을 갈랐다.이것은 김웅신의 마지막 생명력이었다. 녹색 옥패는 마치 낙하하는 유성처럼 꼬리에 불꽃을 물고 순식간에 수천 미터 멀리 날아갔다. 그렇게 거의 30분, 날아가던 옥패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며 파도 속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김씨 가문 성으로부터 거의 10키로 떨어진 뒤였다.“열풍!”흑풍 존주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낮게 외쳤다.“가서 옥패 찾아와. 조류에 휩쓸릴 수도 있으니까, 어서!”그 즉시, 암호명 열풍이라 불린 사사가 염구준 앞에서 모습을 감추며 옥패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이 순간을 꽤 오래 기다렸겠네.”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염구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흑풍 존주에게 말했다.“김웅신이 가지고 있던 옥패, 나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김웅신이 중상을 입은 마당에 수하까지 보내고, 네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흑풍 존주, 죽음이 두렵지 않나?”아무리 흑풍 존주라도 죽음은 두려웠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사람일지라도 인간인 이상 약점은 존재했다. 그리고 상대가 높은 곳에 있을수록 그 약점은 더 명확 해졌다. 흑풍 존주는 염구준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가족이었다! 이것이 그
염구준이 바로 그 유명한 전신전의 전주이자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초절정 고수였다니! 게다가 들어보니 은씨 가문하고도 뭔가 있는 것 같았다!김웅신은 그제야 자신의 의형제인 반보천인이 염구준을 만나러 간다더니, 갑자기 청홍방의 부하들을 데리고 종적을 감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은씨 가문의 반보천인조차 염구준의 상대가 안 되었던 것이다!“네가 어떻게 은씨 가문을?”흑풍 존주도 은둔 가문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은씨 가문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도 그들과 접촉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못했었다.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그쪽이랑도 싸웠어? 그런데 어떻게 살아있을 수가 있지?”은씨 가문이 염구준을 봐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흑풍 존주는 믿기 싫었지만, 어쩌면 염구준이 그들보다 더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씨 가문은 염구준을 안 죽인 것이 아니라, 못 죽인 것이다!“쓸데없는 얘기는 여기까지 하지.”흑풍 존주의 정체가 밝혀진 이상 염구준도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었다. 그는 이 말과 동시에 신형을 흐트러뜨리며 흑풍 존주를 향해 맹렬한 주먹을 날렸다. 파바바박! 보이는 것은 일격이었지만, 실제로는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20번에 가까운 공격이 가해졌다. 이것은 고씨 가문의 포복용권이라 불리는 권법이었다!“염구준….”물론 흑풍 존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열풍이 옥패를 찾아오기 전까진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는 온몸에 전의를 끌어 올리며 염구준의 공격에 맞섰다.퍽, 퍽, 퍼버벅!눈 깜빡할 사이, 두 사람의 주먹이 연달아 부딪히며 주변 공기가 거세게 요동쳤다. 공중엔 마치 소형 폭탄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처럼 폭발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여파로 김씨 성의 담벼락들이 덜그럭거리며 흔들리며 폭풍우가 휩쓸린 듯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잠시, 두 사람은 50번에 넘는 공격을 서로 주고받은 다음 각자의 자리로 물러섰다. 하지만 멀쩡한 염구준과 달리 흑풍 존주는 허리와 복부에 다섯번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