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배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갔지만 손가을은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녀가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구준 씨, 사실 희주 생일 파티 때부터 묻고 싶었는데... 대체 이런 격투 기술은 어떻게 익힌 거야?" 순식간에 불량배들을 제압하던 모습은 가히 두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딸아이의 생일 파티에서 보여준 실력은 또 어떠한가. 주먹 한 방에 백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모조리 바닥을 굴렀다. 액션 영화 감독도 감히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으리라. "별거 아니야. 오랫동안 군에 몸담았는데 망나니조차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개망신이지."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벌레보다 못한 놈들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감히 손가을을 넘보다니, 아주 죽여달라고 고사를 지내는 거나 다름없었다. 염구준은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가차 없이 죽여버리겠다고 결심했다. 입술을 달싹이던 손가을은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시공팀에게 다가간 그녀가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했다.몇몇 책임자들은 손영 그룹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는 손가을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 퍽 불만이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맡았던 베테랑들이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가 고까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염구준이 떡하니 버티고 있자 그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순순히 손가을의 말에 따랐다."두 달 안에 완공하고, 석 달 뒤에는 공장을 가동할 거예요." 기한을 정하는 손가을 앞에서 몇몇 담당자들은 고장 난 인형처럼 연신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손가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생산라인만 잘 건설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에요. 또한 후반에는 각 부서와 협력하여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여러분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손가을은 뭐든 진지하게 임하는 스타일이었다. 무엇하나 대충 얼버무리는 법이 없었다. 꼼꼼하고 때론 박력이 넘쳤으며 신중하면서도 결단력 있었다. 그녀는 타고난 엘리트였다. 가만히 앉아
돈이 너무 적어서 귀찮은 게 틀림없었다. "고객님, 잠시만요." 잔뜩 흥분한 은행 직원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받들고는 진숙영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치 보물을 감싸 안듯이 카드를 소중하게 품은 은행 직원이 재빨리 지점장에게 달려갔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잊은 채 다짜고짜 쳐들어간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점장에게 말했다."지점장님. 큰... 큰일 났어요!"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던 뚱뚱한 중년 남성이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웬 소란이야. 무슨 일인데." "이것 좀 보세요." 여직원이 급히 카드를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중년 여성분께서 이 카드 안에 있는 돈을 전부 출금하려고 해요." 은행 카드를 힐끗 바라본 지점장이 둔중한 몸을 움찔거렸다. 손에 쥐고 있던 물고기 사료가 와르르 어항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습할 겨를도 없이 블랙카드를 홱 낚아챈 지점장은 1분 동안 카드를 뚫어지게 관찰했다. 모든 디테일을 꼼꼼하게 살펴본 그가 마침내 결론에 다다랐다.이건 VVIP 블랙 카드였다. 전국 은행에서 통용되며 안에는 적어도 2000억이 들어있었다. 이 많은 액수를 전부 인출한다고? 현금 2000억을 보유한 은행이 대체 어디 있다고? "그 고객님 옷차림은 어땠어?" 간신히 냉정함을 되찾은 지점장의 머리가 그제야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신청인은 매우 고귀한 신분을 갖고 있어야 했다. 상사의 말만 들어보았을 뿐, 그로서는 처음 실물로 접해보는 카드였다. "딱히 특별한 건... 사실 좀 초라해 보이긴 했어요." 진숙영이 입은 외투는 십여 년 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이었다. 즉, 지금은 구할 수조차 없는 옷이었기에 여직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카드를 주운 건 아니겠죠?" 이윽고 짧게 감탄사를 내뱉은 여직원이 되는대로 지껄였다."훔친 걸 수도 있고요… 지점장님, 어떡해요?" "젠장,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어떻게 이런 걸 훔칠 수가 있어!" 지점장이 분노를
"얌전히 따라오십시오." 다짜고짜 진숙영을 지점장실로 끌고 간 보안 요원 중 한 명이 그녀를 힘껏 소파에 처박았다. 그가 지점장의 눈치를 살피며 살살 아부했다."지점장님, 말씀대로 끌고왔습니다." 혹시나 지점장의 눈에 들어 내일 당장 보안 팀장으로 승진할지도 몰랐으니,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 진숙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졌다."뭐 하는 짓이야. 당장 이거 놓지 못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이래!" 지점장이 냉소했다."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순순히 인정하시지." 진숙영은 잠시 멍해졌다. 대체 뭘 인정하란 말인가?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뻔뻔하기는."여직원이 진숙영을 위아래로 기분 나쁘게 훑었다. 주름지고 건조한 피부에 낡고 허름한 옷... 기껏해야 건물 청소나 할 법한 사람이었으니 절대 이 블랙 카드의 주인이 아니었다. "이 카드, 어디서 훔쳤어?" 여직원은 진숙영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벙찐 진숙영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이 번 돈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그녀였다. 한데 어떻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쓴단 말인가? "헛소리하지 마!" 블랙 카드를 노려보던 진숙영이 이를 악물었다."이건 우리 딸 카드야." "정말 웃기는 여자네. 끝까지 발뺌이지. 경찰 앞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여직원이 한껏 비아냥댔다.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은행에서 막중한 피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징계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일 테고. "이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다니, 늙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 여직원의 말은 비수가 되어 진숙영의 심장을 아프게 찔러댔다. 잔뜩 화가 난 진숙영이 여직원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짝-그러나 보안 요원이 진숙영의 뺨을 후려갈기며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죽고 싶어?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손바닥 자국을 따라 진숙영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그녀의 여린 자존심도 한없이 짓밟혔다
"도둑년. 마지막으로 할 말은?"지점장은 신문지로 진숙영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도록 강요했다. 그러면 자신은 아주 큰 공을 세우는 셈이었다."나... 나... "보안 요원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바닥에 엎드리게 된 진숙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잔뜩 쉰목소리로 그녀가 울먹거렸다."가족들과 연락하게 해줘."공사 현장.프로젝트에 관한 지시를 내린 손가을은 몹시 뿌듯했다.현장에 오기 전, 그녀는 단단히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사실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풀릴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작업반장은 자신의 결정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비위를 맞춰주기까지 했다. 지난번의 방문과는 무척이나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녀를 철저하게 무시하던 사람들이었다.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슬쩍 훔쳐보았다. 손가을은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염구준이 그녀를 위해 미리 사람들을 제압했을 터였다. "수고하세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마지막 당부를 마친 손가을이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도중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어머니였다. 전화를 받은 손가을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방금 퇴근했어요! 곧 집으로 돌아갈..." "가을아."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왔다."엄마가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렸어..." 진숙영은 조금 전 은행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낱낱이 토로했다."가자." 염구준은 군말 없이 손가을을 포르쉐에 태웠다. 포르쉐가 무서운 굉음을 내며 은행을 향해 질주했다. 가는 내내 손가을은 분노를 삭이며 눈물을 훔쳤다. "이렇게 억울한 일은 아마 처음 겪으실 거야. 자존심이 강한 분이신데... 지금쯤 분명…" 도둑으로 몰려 경찰서에 끌려가게 생겼다니, 그녀는 한없이 절망하고 있을 터였다. 비록 그들은 돈도 없고 생활고에 시달렸으나, 법을 어기는 부끄러운 짓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빠도 엄마한테 욕을 한 적 없는데.
그야말로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 자였다."그쪽 장모가… 남의 카드를 훔쳤다는데... 감히 이딴 식으로 소란을 피우다니!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악!" 여직원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으나 바로 염구준에게 뺨을 얻어맞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지점장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지더니 지린내가 공기 중에 퍼졌다. 다른 사람의 카드를 훔쳤다고? 지점장 손에 들려 있는 검은 카드를 힐끗 쳐다본 염구준의 동공이 가늘게 수축했다.G.J? 저건 분명히 자신의 카드였다. "그 카드인가?" 염구준이 카드를 노려보며 살벌하게 물었다."내가 장모님께 드린 용돈 카드야. 훔친 카드라고? 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그런 생각을 하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지점장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이 사람아. 이 카드가 어떤 카드인지 아나? 용돈? 개떡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이 카드 안에 들어있는 예금만 해도 자그마치 2000억이었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액수였다. 그런 걸 용돈이라고 덥석 쥐여준다고? 허풍도 이런 허풍이 없었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러나 염구준은 쓸데없는 일로 실랑이를 벌이는 건 딱 질색이었다. 지점장을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그가 해외에 전화를 걸며 낮게 으름장을 놓았다."당장 아서와 연결해." 이는 해당 카드 본사에서 VIP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 설치한 전용 라인이었다. 곧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친애하는 염 선생. 어쩐 일로.." 그의 말을 끊은 염구준이 싸늘하게 질책했다."아서, 해명이 필요해. 당신 부하들이 감히 겁도 없이 내 장모님을 괴롭히고 있더군. 당신이 준 VVIP 카드가 내겐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야." 깜짝 놀란 아서가 커피를 바닥에 쏟았다. 그가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제 보좌관을 노려보았다. 당장 조사해! 귀한 분의 심기를 건드린 자를 절대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보좌관은 서둘
총집행관은 지점장에게 욕설을 한바탕 퍼부은 뒤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네 목을 따버릴 줄 알아." 총집행관이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엔 용제국 책임자가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당장 그를 산 채로 찢어 죽이고 싶은 눈치였다. "큰, 큰일났다..." 은행 지점장, 송희창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귀에서는 이명이 들렸다. 머리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VVIP께서 뜬금없이 청해에 나타날 건 뭐람?이 카드는 아서가 그에게 준 것이다. 아서가 누구인가, 바로 총집행관이었다. 송희창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하늘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지점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듯싶었다. 앞으로 승승장구하는 일만 남은 줄 알았건만, 결국 이 일이 그의 출셋길을 막고야 말았다. "지점장님, 제가 당장 경찰서에 신고할게요." 비틀거리며 일어난 여직원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옆에서 끊임없이 종알거렸다. "신고한다고? 신고는 개뿔!"송희창이 여직원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은 여직원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우리 업계 최고 VVIP를 이딴 식으로 대접하라 그랬어? 오늘 네년을 때려죽여 버리겠어."뺨을 얻어맞은 그녀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입가를 타고 피가 주룩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감히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화풀이하듯 여직원을 두들겨 팬 송희창이 무릎을 털썩 꿇으며 염구준과 진숙영에게 고개를 조아렸다."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눈이 멀어서 귀한 분을 못 알아보고 그만 억울하게 누명을 씌웠습니다. 저는 죽어 마땅한 짐승입니다..." 송희창은 고개를 조아리며 제 뺨을 철썩철썩 때렸다. 그러나 염구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주변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쉴 수 없었다. 송희창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진숙영의 용서를 받지 못하면 그의 비루한 생은 여기서 끝이었다. VVIP 고객인 동시에
집에 돌아온 손가을은 바로 엄마에게 약을 발라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뺨은 엄마의 얼굴뿐만 아니라 딸인 그녀의 마음에도 맞았다!이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우리 가을이 울지 마. 엄마는 괜찮아."진숙영은 손가을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한참 지나서야 겨우 기분이 조금 회복되었다.오늘 만약 딸과 사위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정말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을 텐데, 그거야말로 가장 창피한 일이다!이 나이에 막상 들어가면 그녀는 못 살 것 같았다!"구준아, 이리 와봐. 너한테 할 말이 있어."진숙영은 약을 바르고 침실로 들어갔고, 염구준이 들어오자 다시 문을 닫았다."어머님, 오늘 일은 제 잘못이에요. 제가 카드에 대한 일을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어요."염구준이 먼저 주동적으로 잘못을 인정했다.진숙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염구준을 쳐다보았다.그때 그 매니저는 그 카드에 적어도 2천억은 있다고 말했다. 지난번 차를 구매한 후에 그녀는 염구준이 돈이 많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다!"솔직히 말해봐. 이 몇 년 동안 도대체 뭐 했어?!"진숙영은 심호흡을 하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이 당한 억울함보다 손가을이 상처받는 것이 더욱 두려웠다.염구준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5년 전에 제가 갈 곳도 없고 직접 설립한 회사도 남에게 빼앗겨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을이가 저를 구해줬어요.""그리고 그녀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어요."염구준은 심호흡을 하고, 눈가가 살짝 촉촉이 젖어 들었다. "제가 떠난 5년 동안, 우리 가족이 더는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 않고 잘 살 수 있게 하기위해 출세해야 했어요!"진숙영은 복잡한 눈빛으로 몇 번 망설이다가 염구준에게 물었다."그러면 5년 동안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이것은 진숙영의 마음속 가장 큰 응어리였다, 그녀는 염구준이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너무 걱정됐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생겼을
"가을아, 아버님 부축해, 우리 밥 먹으러 가자."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서 운전을 하러 나갔다.그때 벤틀리 한 대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왔다."여기서 멈춰!"벤틀리 차주인은 차로 출구를 기울지도 않고 딱 맞게 막아버렸다."아빠, 이러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의 길을 막을 수 있어요."차 안의 어린 여자아이가 젖먹이 소리를 내며 말했다.장용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딸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딸,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좋은 차는 눈에 띄어야 하는 법이야!""아빠가 여기에 세우지 않으면 누가 우리가 벤틀리를 운전하는 걸 볼 수 있겠어?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집안을 부러워하고 질투할 수 있겠어? "장용은 양복을 입고 한 손으로 딸을 꼬집으며 출구를 단단히 막지 않았을까 봐 뒤를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가자, 네 큰고모 데리러!"부녀가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염구준이 포르쉐를 몰고 천천히 다가오다가 문을 막고 있는 벤틀리를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경적을 울렸다.경비 아저씨가 나와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차주인이 들어갔어요. 기다려요.""전화해서 옮기라고 하세요."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뻗어 벤틀리 앞 유리에 있는 차량 이동 전화번호를 가리켰다."사장님, 사장님 차가 아파트 출구를 막고 있어요. 시간 되시면 나와서 차 좀 옮겨주세요."경비 아저씨는 바로 전화를 걸어 완곡하고 공손하게 말했다.그는 능구렁이가 다 된 사람이라 어떤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되는지 마음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다."나 시간 없어! 잠깐만 주차하는 거잖아? 가난한 놈들 보고 입 다물고 기다리라고 해!"장용은 전화를 끊고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효과였다. 이 저급 동네에는 가난뱅이들 밖에 없을 건데, 누가 감히 그의 앞에서 횡포를 부리겠는가?그의 벤틀리는 4억이 넘는데 누구든 피해 가야 되지 않겠는가?그냥 순순히 기다려주면 되지!경비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염구준를 쳐다보며
“주상님, 저 돌아왔어요. 고릴라들이 왔어요?”얼마되지 않아 백호가 돌아왔다.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그가 물었다.“이미 끝났어. 일찍 왔더라면 너도 봤을 거야.”염구준이 대답했다.고릴라와 장난하듯 싸우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바로 그때, 현무가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렀다.“주상님, 결계 열었어요. 그런데 곧 닫칠 거 같아요.”“가자!”염구준 일행은 빠르게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만약 삼선도 사람들이 결계 전무가를 잡고도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열받을까.일행이 들어가자마자 결계는 자동으로 닫혀버렸다.자아 치유 능력이 생각보다 강했다.이 결계는 상고시대에 배치한 거라 일반 결계와 달랐다.‘피비린 냄새다.’염구준은 코를 움직여 냄새를 맡더니 이내 손을 들어 모두를 저지시켰다.“여기 싸운 흔적이 있어. 식물들이 손상된 점으로 보아 전신지상 실력이야.”그는 계속 냄새를 탐색하며 덤불에 다가가더니 몸을 숙여 잎에 묻은 피를 부드럽게 만졌다.피가 아직 응고되지 않았다는 건 여기서 싸운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한다.“주상님, 삼선도가 서로 죽이다가 남긴 게 아닐까요?”백호가 합리적인 설명을 내세웠다.“아니야. 조금은 이상해.”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만약 삼선도가 자기들끼리 싸웠다면 전신지상뿐만 아니라 반보천인 고수도 참여했을 것이다.결계 내부에 강력한 물건이 있거나 다른 곳에서 누가 침입했다는 것을 설명한다.불안전한 요소로 상황이 더 복장해졌다.“수색해서 다른 단서를 찾아. 다들 조심해.”염구준이 명령을 내렸다.사전에 미리 상황을 판단하면 돌발 상황에서 손실을 막을 수 있다.“알겠습니다.”일행은 무기를 들고 흩어져서 수색하기 시작했다.방금 전에 싸웠으니 반드시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주상님, 발견했습니다.”“주상님, 여기도 발견했습니다.”10분도 안 되어서 여기 저기서 단서가 나왔다.역시 효율이 높았다.염구준이 다가가 살펴보자 시체가 있었다.금발에 콧대가 높은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자취를 감추었다.백호는 뒤를 돌아보다가 숲속 안으로 쫓아갔다.고릴라들은 그를 공격하지 않고 나무 위에서 몸을 흔들며 멀리 유인했다.정말 이놈들은 끈질기게 들러붙었다.“왔다.”염구준은 주변 나무에서 기척을 느꼈다.그것도 상당히 많은 수가 있었다.“두 사람은 현무가 안심하고 결계를 깰 수 있게 이중 전신 영역으로 보호해.”서로 맞지 않는 주작과 붉은 장미는 협조하라는 말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전신 영역을 펼쳤다.이런 상황에서 싸우면 자기만 우스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우후후후!”고릴라 한 마리가 외치며 숲에서 뛰쳐나오더니 바로 염구준을 향해 공격했다.“뭔가 수상해.”수상함을 느낀 염구준은 왼손에 검을 쥐고 오른손으로 상대했다.전력으로 싸우지 않은 것이다.첫 공격을 하자마자 뭐가 문제인지 알아챘다.이 고릴라는 왕이 아니라 탐색하러 보낸 부하였다.붉은 장미의 말에 따르면 고릴라 왕은 전신지상의 실력이고 이 고릴라는 이제 겨우 전신경에 이르렀다.짐승이 사람 못지 않게 교활한 수작을 부리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그래 어디 한번 놀아보자.”염구준은 차분하게 고릴라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정도로 상대했다.고릴라 왕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고릴라 따위가 본인과 머리를 굴려서 모략을 꾸미다니 제대로 혼내려고 마음먹었다.“크아아앙!”그때 귀를 찢을 뜻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고릴라가 나타났다.덩치가 어찌나 큰지 작은 별장만큼 컸다.그러더니 숲에서 엄청 많은 고릴라가 나타나 계속 울부짖었다.고릴라 왕은 무조건 적을 이길 수 있다 착각하고 싸우러 나온 것이다.그러면 부하들 앞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으니까.전에 삼선도 일행들이 죽이러 쫓아와서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짐승은 그래도 짐승이야. 머리가 없어.”염구준은 뒤로 물러서며 입꼬리를 올렸다.고릴라 왕이 인내심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다.“쿠아아앙!”고릴라 왕은 포효하며 부하들을 진정시키고는 염구준
스윽!염구준은 손을 들어 강력한 검기를 도명현에게 발사했다.“합!”그러자 도명현은 대검을 들고 전력을 다해 막아냈다.지난번에 염구준에게 꼴 좋게 패배했으니 트라우마가 생겨 다시는 우습게 볼 수 없었다.펑!하지만 연달아 공격하는 검기에도 결계는 뚫리지 않고 잔물결만 일렁거렸다.수천년 동안 유지한 결계라 그런지 만만치 않았다.이미 한번 겁을 먹은 도명현은 저항하다가 결국 대검을 들고 허우적대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부하들은 창피했다.“도명현 도주님, 파리 잡고 있어?”염구준이 마지막 공격을 가하며 말했다.방금은 일부러 공격한 것이다.하나는 도명현에게 겁을 주고 둘째는 결계 강도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흥, 이만 가자!”체면이 깎인 도명현은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부하들은 대놓고 웃고 싶었지만 둘째 도주의 체면을 위해 애써 참았다.일행이 염구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들의 갈등은 이제 격화되어서 어디를 가든 서로 모른 척했다.“주상님, 왜 쫓아가지 않습니까?”주작은 삼선도 사람들이 가는 것을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만약 쫓아갔더라면 결계에 들어갔을 텐데 염구준은 그냥 보내주었다.“유적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저들이 먼저 탐색하다가 서로 싸울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는 수고를 덜 수 있어.”염구준이 이유를 말하자 그제야 이해했다.붉은 장미는 그의 계략에 감탄하여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렸다.이 사람의 머리는 무술을 잘하는 것만큼 똑똑했다.전에 그를 해하려고 했던 짓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염구준은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치료하고 있는 현무에게 다가가 말했다.“한 시간 30분 뒤에 결계를 깰 거야.”현무가 치료를 마치면 결계를 연구할 것이다.“현무, 결계를 깰 자신이 있어?”염구준이 물었다.솔직히 그에게도 80% 확률로 결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바로 일력파만법으로 말이다.“문제없습니다. 방금 대략 살펴보았는데 10분이면 충분합니다.”현무가 많이 회
세 사람은 강력한 기운을 내뿜어도 정작 공격할 때면 여전히 그대로였다.속으로 서로를 경계한 지 오래되어서 쉽게 경계심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늙은 여우.’다들 속으로 한마디씩 욕했다.황지열은 두 사람도 천인 경지를 돌파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았다.이곳까지 온 이상 언제든지 본색을 드러낼 거라 생각했다.평소에 두 사람이 멍청하다고 여겼는데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세 사람의 싸움에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약하면 그는 기세를 몰아 더 강해지고 공격도 날카로워졌다.도주 세 명도 이렇게 싸우면 본인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죽고 싶지 않았다.그러니 어쩔 수 없이 방어하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다른 무리의 싸움도 삼선도에 불리했다.전신지상 고수 세 명이 협공해도 백호를 막아내지 못했다.그 외에 전신지상 두 명도 주작과 붉은 장미의 공격에 번마다 당하여 곧 죽을 것 같았다.다른 부하들도 싸움에 끼어들었지만 어쩌지도 못하고 하마터면 죽음을 당할 뻔했다.현무가 치료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었는데 방금 염구준이 보초군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 간담이 서늘했다.삼선도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우르릉 쾅!그때 갑자기 지면이 흔들리며 결계가 불안정해지더니 손바닥만 한 균열이 나타났다.입구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하하하, 내가 방금 나경판을 놓았는데 이제야 작용한 모양이구나.”우대구가 호탕하게 웃었다.실은 허세일 뿐 방금 나경판을 놓을 때 전혀 자신이 없었다.운이 좋았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큰 문제가 생겼다.염구준에게 제압당해 어떻게 철수해야 할지 몰랐다.“대도주 실력이 막강하니 저놈을 먼저 제압하고 있어.”도명현이 그의 반응을 떠보았다.성격이 충동적이지만 삼선도의 둘째 도주로서 그 정도 머리는 있었다.“좋다. 내가 셋까지 세면 너희들은 물러서.”대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알았어.”두 도주는 황지열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정말 처음이었다.“셋!”황지열이 마지막 숫자를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여러 갈래 검기가 현무를 공격하려는 세 사람을 물리쳤다.“공격한다!”어쩔 수 없는 황지열은 속으로 도명현을 욕하면서 명령을 내렸다.번마다 멋대로 나대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먼저 도착한 염구준은 현무의 어깨를 잡고 뒤로 밀어버리고 검을 휘둘러 세 사람을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그 동작은 깔끔하게 단번에 이루어졌다.본래 이렇게 빨리 죽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이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죽어도 누굴 탓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염구준, 인질을 교환하겠다면서 약속을 어기고 내 부하를 죽였어?”도명현이 버럭 화를 냈다.“하,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너랑 말 섞는 것조차 역겨워.”염구준은 억지를 부리는 인간과 도리를 따지기도 귀찮았다.막무가내인 사람에게 시간 낭비하면서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염구준, 여기 결계가 있다. 내가 먼저 열면 안 되겠느냐?”세 명의 보초군이 죽자 황지열은 손을 들어 싸움을 제지했다.오랫동안 계획한 끝에 금비녀를 손에 넣고 이 공간을 연 것은 오로지 천인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이었다.지금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당신을 죽이고 나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어.”염구준은 검을 들고 타협하지 않았다.결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뒤에 있는 현무는 이 방면에 전문가였다.한마디에 대화가 끝났으니 더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말할 것도 없어. 그냥 저놈을 죽여!”불 같은 성격인 도명현은 참지 못하고 대검을 들고 공격했다.삼선도 세력은 머릿수가 많아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세 명밖에 없었다.그중에서 한 사람은 눈에 띄게 강했다.도명현이 움직이자 나머지 부하들도 뒤를 따랐다.“백호, 내가 저놈을 맡을 테니까 넌 나머지를 처리해.”염구준은 지시를 내린 후, 검을 들고 앞으로 돌진했다.반보천인 고수 세 명의 실력은 만만치 않으니 경계는 늦추면 안 되었다.특히 대도주 황지열의 기운은 염구준과 막상막하로 실력이 약하
황지열이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아니야. 당신들은 우리 섬의 손님인데 죽일 리가 있겠나.”어렵게 한 사람을 잡았는데 인질로 남겨야 했다.‘썩을 영감탱이!’현무는 속으로 욕하고 조용히 눈을 감고 체력을 회복했다.여기서 도망치지 못해도 힘이 있어야 자살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대도주님 보고합니다. 네 명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 그림자만 보입니다.”한 보초군이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드디어 왔구나.”황지열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엄숙한 표정으로 숲을 쳐다봤다.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두려워하면 바로 나타났다.“전원 경계하고 집합하라!”명령을 내리자 부하들은 큰 적을 만난 것처럼 손에 무기를 들고 한 곳에 모였다.적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대도주의 긴장한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여기 맞네.”염구준은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숲을 빠져나왔다.삼선도 곳곳에 배치한 보초군은 이미 처리한 뒤였다.“염구준! 악마 같은 놈아! 한 발짝 다가오면 이 자식을 죽여버릴 것이다.”도명현은 이를 악물고 현무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협박했다.황지열은 욕을 퍼붓고 싶었다.인질을 저렇게 사용할 생각은 아니었다.순간 수 없이 가르쳐도 왜 알지 못하는지 두통이 아팠다.“네 명으로 한 명을 바꾸자. 현무는 풀어줘.”염구준은 이미 정신을 잃은 보초군 네 명을 가리켰다.현무가 상대방의 손에 있으니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웃기지 마.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바로 죽일 거다.”손에 강력한 기운을 불어넣은 도명현은 당장이라고 죽일 기세로 으르렁거렸다.현무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염구준의 눈빛을 보고 삼켜버렸다.함부로 나서면 일을 더 망치게 되니까.‘망했어. 완전히 엉망진창이야.’황지열은 속이 답답했지만 어떤 말은 대놓고 할 수 없었다.“그래? 네 명으로도 바꾸지 않겠다니 보초군들 목숨이 값이 없군. 아니면 저 사람들은 네 눈에 사람으로 안 보이나?”염구준은 전방을 훑어보면서 일부러 삼선도 부하들이 들으라고 이렇게 말했다.사람을 공격하는 것
이 말에 이 일의 중요성을 아는 백호와 주작은 즉시 귀를 기울였다.아는 정보가 많을 수록 위험한 장소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붉은 장미는 염구준의 압도적인 전투력에 겁을 먹은 상태라 차마 속임수를 쓰지 못하고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그곳에 결계가 쳐져 있어서, 저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 아주 포악한 고릴라 무리가 살고 있다는 건 알아요. 수가 많고 힘도 강해서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더군요.”붉은 장미는 그 유적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에 더 알아볼 용기가 없어 알고있는 게 별로 없었다. 염구준은 들은 정보를 토대로 즉시 결정을 내렸다.“모두 준비해. 유적지로 전속력으로 간다!”그들이 있는 곳부터 유적지까지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그들의 실력으로는 한 한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잠시후, 밀림 속에서 네 개의 그림자가 마치 유령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한편, 유적지 앞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칠째 작업 중인데, 아직도 안 끝난 거야?”질문을 하는 황지열의 얼굴에는 이미 위선적인 웃음조차 걸려있지 않았다.황지열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특별한 방법으로 부하들을 소집해 재빨리 유적지로 향했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정보는 잘못된 것이었다. 유적지가 결계에 둘러싸여 있어 전혀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거의 다 끝났어.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돼.”우대구는 땀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그들 무리 중 결계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우대구뿐이었지만, 그의 실력으로는 이 결계를 해결할 수 없었다. “셋째야, 힘 좀 내 봐. 이틀전에도 이 말 했잖니.”황지열은 속이 타들어 가서 다시 재촉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도 여유를 부렸을 테지만, 이번에는 염구준도 같이 들어온 상황이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최선을 다해 볼게.”우대구는 대답하면서 계속해서 유적지의 주변을 빙빙 돌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그는 이미 열 손가락으로 셀 수도
“도망쳐!”이 말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들고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계속 이곳을 누르고 있던 광마가 없어진 지금, 이곳의 특수한 생존 방식으로는 외부의 사람들이 언제라도 쳐들어와서 약탈을 벌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대규모적인 싸움이 무조건 벌어지는 건 이제 시간 문제였다.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염구준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기운을 조절하며 회복을 시작했다.반면에 붉은 장미와 주작은 특별히 한 일이 없었기에 얼마 쉬지 않아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왠지 낯이 익은데,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지 않아?”주작은 붉은 장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흥, 예전에 네가 날 추룡대삼각 지대까지 쫓아온 덕에 내가 여기에 말려오게 된 거잖아.”붉은 장미는 상대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와는 다소 달라졌지만 말이다.“너, 붉은 장미구나!”상대방의 말을 듣고 과거를 떠올린 주작은 경계심을 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과거 해전에서의 일을 그녀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가 그녀 인생에서 처음으로 적의 수령을 쫓아간 것이었다.“알아챘으면 이제 그때의 빚을 갚아볼까?”붉은 장미는 일부러 싸우려는 듯한 태세를 취하며 말했다.“좋아, 우리 쪽에 반보천인만 둘인데 괜찮겠어? 주상께서 널 가만두실 것 같아?”주작은 눈치가 빨라서 상대방이 감히 손을 댈 용기가 없다는 걸, 지금은 그냥 자신을 겁주는 것 뿐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주상과 함께 왔다면 정체가 탄로난 건 분명할 테고, 참교육도 당했겠지.’“꼬맹이가 누구한테 배웠길래 이렇게 꾀가 는 거야?”상대방에게 의도를 들킨 붉은 장미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메롱, 비밀이다!”주작은 이긴 것에 기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 후 두 사람은 손을 대지 않긴 했지만 대신 말싸움을 벌였다. 둘의 말싸움은 매우 격렬했는데, 반보천인들의 싸움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왜, 속담에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도 뒤집어진다.’ 라는 말이 있지 않나? 두 명이어서 망
“후... 네게 방법은 하나뿐이니 알아서 해 봐.”염구준은 길게 숨을 내쉬며 백호의 요청을 허락했다.이런 일은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 지금은 백호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감사합니다!”백호는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일어서며 주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주작아, 앞으로는 명령 제대로 따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 해, 알겠지?”4대 전존 중 백호가 가장 마음에 걸리는 존재는 주작이었다. 즉흥적인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다가는 언젠가 사고가 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주작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흥, 잔소리하고 싶으면 살아남고 나서 해!”그녀의 말을 들은 백호는 합금으로 된 전투도를 뽑아 들고 광마에게 다가갔다.현재 그에게서는 전신 위 경지의 극치에 다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 싸움은 이 두 사람의 전장이 될 운명이었다. “웃기지 마! 겨우 전신 위의 경지로 나를 죽이겠다고?”광마는 화를 내며 땅을 한 번 세게 내리쳤고,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일으켰다.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영광스럽게 전사하는 편이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죽어라!”두 사람은 동시에 외치며 전력을 다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이렇게 목숨을 건 싸움은 승패가 금방 갈리기 마련이었다.쾅!무기끼리 부딪히는 순간, 백호는 피를 토하며 신속하게 뒤로 밀려났다.압도적인 힘 차이 때문이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주작은 애가 탔지만, 이는 백호가 먼저 요구한 공정한 대결이었기 때문에 그녀도, 그리고 염구준도 끼어들 수 없었다.만약 누군가 개입한다면 백호의 고집스러운 성격으로는 정말 자결을 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끝났네.”백호의 기운이 변한 것을 느낀 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쿵!그와 동시에 밀려온 진기에 반등한 백호가 몸을 떨더니 갑자기 전대미문의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광마를 뒤로 밀었다.그러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다가가 도를 휘둘렀고, 광마의 머리는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한계를 돌파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주상! 해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