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젠장. 놈들의 계략에 속았어.’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다.“여보, 호찬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나도 곧 따라 갈게.”김영영 일행이 여기서 큰 소란을 피운 것은 호찬과 같은 고수들을 유인하고 손중석 부자를 납치하려는 수작이었다.아니면 허구한 날 무관에 행패를 부리러 올 이유가 없다.리아성전에서 이러는 것은 아마도 제이든의 어머니 에빈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알았어. 우리 먼저 갈게.”손가을은 아직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전적으로 남편을 믿었다.그녀가 열 명 넘는 무술인들을 데리고 떠났다.염구준은 지체하지 않고 자혈수로 리아성전의 반보천인 두 명의 단전을 차단하고 김영영에게 다가갔다.“제법이야. 가슴만 크고 머리는 텅 빈 줄 알았는데 이런 계략도 세우고 말이야.”하지만 김영영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그녀의 반응을 보니 이 일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았다.이제 보니 김영영도 버려진 패이고 판을 짠 사람은 따로 있었다.그렇다면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김영영 일행을 원종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갔다.오늘 신위무관에 와서 행패를 부린 것은 나중에 따지기로 했다.그는 상대방이 손을 쓰기 전에 최고속으로 달렸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렸다.“어떻게 된 거야? 다들 괜찮아?”염구준이 들어서며 걱정스럽게 물었다.“걱정 마세요. 저택으로 침입한 고수들은 실력이 평범해서 저희가 전부 제압했습니다.”호찬이 구석에 모여 앉은 일행을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했다.왠지 갈수록 염구준의 예리한 반응에 감탄을 금지 못했다.“내 집을 더럽히지 말고 전부 끌고 나가.”이 사람들은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고 천천히 심문할 생각이었다.“네.”지시를 받은 호찬은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모든 사람들을 끌고 나갔다.집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제이든과 손중석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에 염구준은 위
텐트 안에는 부상을 입은 연구원들이 꽁꽁 묶인 채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이 나쁜 강도 새끼들아!”조 교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속 욕을 퍼부었다.“영감, 참 건강해. 몇 시간이나 욕했는데 지치지도 않아?”옆에서 고스톱을 치던 대머리 남자가 피식 웃으면서 조 교수를 놀렸다.“기준 형, 내가 가서 손 좀 볼게요.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돼요.”기준의 맞은편에 앉은 부하가 강철 파이프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죽이지는 마. 저 사람들 다 돈줄이란 말이야.”기준은 화투를 테이블 위에 엎어 놓으며 능글맞게 웃었다.“악!”곧 이어 조 교수 일행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기준은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하듯 히죽거리고 그의 부하는 신나게 패고 있었다.10분 정도 지났을 때 기준이 입을 열었다.“됐어. 이제 말해 봐. 연구소를 어디에 세울 거야?”조 교수는 심한 고통을 참으며 겨우 말을 뱉았다.“꿈… 깨. 이건… 상업 비밀이야. 우린… 절…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그 말에 기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봤다.몇 시간째 이러고 있었으니 인내심이 거의 바닥이 났다.“지금부터 영감이 말할 때까지 1분에 손가락 하나씩 잘라낼 거야.”사람도 납치하는 마당에 손가락을 자르는 짓을 못할 것도 없었다.그 말에 연구원들은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아무도 연구소 위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기준 형, 큰일 났어요. 누가 쳐들어왔어요.”텐트 밖에서 부하의 비명 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염구준 부부가 조 교수의 몸에 있는 위치 추적기를 통해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다.“빨리 놈들을 막아!”텐트 밖에서 열 명 넘는 부하들이 몰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뒷골목에서 어슬렁거리는 깡패들은 노인을 괴롭히는 재주는 있어도 무술인 앞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당했다.전부 달려들어도 손가을이 혼자서 거뜬히 제거할 수 있었다.“여보, 실력이 많이 늘었어.”뒤에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손가을의 무공은 방어에만 집중해서 목숨을 걸고
“윽!”제대로 겁을 먹은 기준은 질겁했다.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강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만약 밤이었다면 귀신을 봤다고 착각했을 것이다.“여기는 서문시야. 내 배후에… 사람이 있어.”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래? 어떤 사람이야? 면상을 보게 불러와.”그들이 먼저 납치했으니 어떤 대단한 인물이 와도 모두 싸잡아 해치울 것이다.회사 직원이 괴롭힘을 당한 이상 끝까지 따지기로 마음먹었다.기준은 염구준의 살벌한 기운에 숨이 턱턱 막혀 어쩔 수 없이 배후를 실토하고 말았다.“사… 살려줘요. 우리 사장님은… 서문 부동산 업계 재벌인 지웅천이에요. 어쨌든 서문 구역에서 건물을 세우려면 미리 우리 사장님한테 보고해야 해요. 아니면 끝까지 못살게 굴 거라고요.”재수없게도 이런 악질과 맞서게 되다니 염구준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지금 당장 날 만나러 오라고 해. 아니면 너 죽을 줄 알아.”염구준의 성격에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만약 용하에 이런 독종이 있었다면 사정을 봐주지 않고 제일 먼저 제거했을 것이다.“그게…”기준이 말을 얼버무렸다.일개 똘마니 주제에 사장을 오라가라할 용기가 없었다.퍽!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혼자 반성하게 기운으로 저 멀리 날려버렸다.“제발 죽이지 마세요. 지금 바로 오라고 할게요.”기준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사장인 지웅천에게 연락했다.“사장님, 제가 금광을 발견했습니다. 위치를 찍어 보낼 테니 빨리 오세요!”아주 유혹적인 이유를 댔으니 지웅천이 오기를 기다리면 되었다.염구준은 대체 어떤 놈이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지 그 면상이 궁금했다.그 사이 손가을은 부상을 입은 연구원들을 병원으로 보냈다.“우리 이제 가도 되죠?”기준은 염구준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지금 눈앞의 악마와 1초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어딜 자꾸 가려고 그래?”염구준이 그들을 둘러보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너희들 마침 짝이 맞네. 두 사람 한 팀으로 마주서서 뺨을 친다.
지웅천이 손을 휘두르자, 뒤에 있던 부하들이 앞으로 나섰다.그들은 무술인이 아닌 일반인지만 싸움 실력이 뛰어났다.“누가 먼저 죽을지 궁금하네.”염구준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주먹으로 열 명 넘는 부하들을 순식간에 쓰러트렸다.실력 차이가 워낙 커서 일방적으로 매를 맞는 분위기였다.“윽!”지웅천도 보이지 않는 기운에 압도되어 이러다 곧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사람도 있어? 아니야. 이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야.’그는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자신의 세력을 내세워 횡포를 부리다니, 너 같은 놈은 죽어도 싸.”염구준은 이런 인간 쓰레기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바로 사형을 내렸다.실은 지웅천이 오기 전에 미리 부하에게 그의 뒤를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조사한 결과, 지웅천의 죄행은 참으로 화려했다.3년 전, 지웅천은 자신의 사장을 살해하고 가문의 재산을 빼앗았다.그리고 2년 전, 라이벌의 가문을 멸망시켰는데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갓난아이까지 잔인하게 죽였다.그런 수법으로 서문시의 부동산 재벌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그리고 한 달 전, 여대생을 강간하고 따지러 온 여자의 부모를 폭행하여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이러한 죄행들만 봐도 그를 백 번 죽여도 아쉽지 않았다.이런 놈이 지금까지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부하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워서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영… 영걸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가격만 부르면 얼마든지 줄게요.”충격을 먹은 지웅천은 혼신의 힘을 다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애원했다.그동안 차에 있는 노인을 위해 적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 줬으니 지금으로서 유일한 희망이었다.그런데 김영걸은 염구준의 기운에 겁을 먹고 차안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나와!”염구준이 언성을 높이자 차창 유리가 깨지고 옆에 있던 부하들은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선배님, 아니… 염 선생님.”차에서 내린 김영걸은 염구준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단진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지웅천이 그동안 서문시에서 횡포하면서 그와 관련된 세력까지 전부 뿌리를 뽑아야 했다.솔직히 서문시 법원에 맡길 수도 있지만 왠지 그들 능력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한편, 염구준의 전화를 받은 국장은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전주님, 무슨 용건이 있습니까?”“서문시에 가서 지웅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세요. 그와 관련된 사람과 세력들 전부 조사하고 일단 죄를 지었다면 엄벌로 처벌하세요. 명심하세요. 3일 내에 완성해야 합니다.”염구준의 분노는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은 바로 세력을 믿고 나약한 국민을 억압하는 것이다.“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국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바로 대답했다.용하의 수호신이 찍은 사람이라면 분명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전화를 끊은 염구준은 서양을 바라보며 비통한 마음으로 약속했다.“비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당신들의 복수는 내가 대신할게요.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쉬십시오.”염구준의 전화를 받은 후, 국장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서문시를 발칵 뒤집어 숨어 있는 놈들을 전부 조사해냈다.지웅천과 엮여서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하고 잡혔다.염구준이 미리 당부했기에 일처리 효율을 높여 이틀내에 전부 해결했다.그날 저녁부터 한달 내내, 서문시 국민들은 폭죽을 터트리며 평화가 온 것을 축복했다.염구준은 모든 일을 깨끗이 처리한 후에야 청해로 돌아왔다.손중석 부자와 리아성전의 일은 조만간 처리해야 했다.다만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염구준이 돌아왔을 때 집에 식구들이 모두 있었다.“아빠!”방에서 숙제를 하던 염희주가 익숙한 발걸음소리를 듣고는 연필까지 들고 뛰어나왔다.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도 여전히 아빠에게 안기기 좋아했다.“어머, 안 본 사이에 또 컸어. 이젠 편식하지 않아?”염구준은 딸을 번쩍 들어올리며 다정하게 물었다.이 집에서 그는 남편이자 아버지였다.가족
손중석은 아직도 걱정거리가 있는지 말없이 사색에 잠겼다.그리고 담배를 연달아 계속 피우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리아성전이야. 내 아내 에빈은 리아성전의 전대 성녀였어. 우린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눈이 맞아서 결혼하게 되었어.”“그런데 성녀는 평생 결혼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우린 오스크국에 숨어서 살았던 거야. 그런데도 결국은 들키고 말았어.”여기까지 들어도 염구준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가 계속 질문했다.“그럼 결혼한 성녀가 잡혀가면 어떻게 됩니까?”“성녀 후임이 전대 성녀를 완전히 대체하면 전주는 전대 성녀를 성화로 태워 죽여.”손중석은 말하다가 울컥하고 말았다.아내가 산 채로 성화에 타 죽는다는 생각만 하면 너무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괴로운 얼굴이 결국 일그러지고 말았다.염구준은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란 것을 알고 손중석에게 청심환을 주었다.“아직은 무사할 거예요. 저들의 성녀가 내 손에 있거든요. 아무리 새 성녀를 찾는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그래도 난 에빈을 구할 수 없어. 난 정말 쓸모없는 놈이야.”손중석은 자신의 머리를 잡아뜯으며 자책했다.리아성전이 얼마나 강한지는 아내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마치 초월할 수 없는 거대한 산 같았다.“나머지는 나한테 맡기세요. 전에 장인어르신께서 어려울 때 삼촌이 큰도움을 줬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이번에 내가 도와줄 차례예요.”염구준은 가슴을 툭툭 치며 이 일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다.그 말에 한 줄기 희망을 되찾은 손중석은 다시 힘이 솟구쳤다.“정말이지?”“그럼요. 세상에 나 염구준이 해결 못할 일은 없어요. 일단 돌아가서 쉬세요. 그러다 아내를 보기 전에 먼저 쓰러지겠어요.”염구준은 충혈된 손중석의 두 눈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제야 어느 정도 화색이 돌아온 손중석은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그가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이었다.염구준도 방으로 돌아가서 쉬려고 할 때, 긴급
전부 무장을 한 채로 일렬로 서서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병사들로 가득 찬 용하국의 최대 군사 항구인 개항 부두는 현재 긴장감이 감돌았다. 염구준은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높은 곳에 섰고, 4대 전존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다시 한 번 그대들과 함께 용하국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어 영광이다.” “저희도 영광입니다!”병사들의 목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지며 하늘을 울렸다.염구준은 한 바퀴 돌아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여전히 사기 넘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였다.전신전은 언제나 용맹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말이다.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용하국의 재무총괄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어떻게 하겠나?”“원수를 갚아야 합니다!”“원수를 갚아야 합니다!”...“용하국을 위해 출발하자!”염구준이 손을 젓자 네 개의 항공모함 전투 함대가 항구를 떠나며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이번 전쟁에서 그들은 단순히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고 깔끔하게 승리하여 용하국의 위엄을 보여주어야 했다. 앞으로 잔챙이들이 와서 날뛰지 않도록 말이다.비록 이번에 전투 전 동원은 간단했지만 매 한마디가 병사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들은 염구준이 있는 한,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그들의 큰 움직임에 세계 각국이 모두 동요했다.세력이 약한 나라는 아무것도 바꿀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구경하기에 불과했지만, 세력이 강한 일부는 머리 아파하며 염구준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한편, 설산의 정상에 있는 눈으로 덮인 궁전.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남자는 조급하게 들어와 보고를 올리는 부하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설황님, 최신 정보에 따르면, 용하국의 네 개의 항공모함 전투 함대가 개항 부두를 떠났으며, 목적지가 불분명하답니다.”“그냥 훈련이겠지.” 설황은 여유 있게 대답하면서 눈을 비볐다.“하지만 지
“주상, 전투기 무장 완료 상태입니다. 날씨도 좋아서 바로 날 수 있습니다.”“주상, 전사들도 전부 무장 완료한 상태입니다.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습니다.”...지휘관들은 작전실에 들어와 의욕이 넘치게 각자의 상황을 보고했다. 염구준은 그들을 둘러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준비는 잘했지만 아직 싸움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방심해서는 안 돼.”“적을 과소평가하는 건 멍청한 행위니까.”“알겠습니다!”모든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바로 이때, 구석에 있던 김영영이 사나운 눈빛으로 모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지금 하는 건 자살 행위와 다름이 없어. 신성한 리아성전이 너희 모두를 전멸시킬 테니까!”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그녀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지만 오는 내내 심문한 덕분에 유용한 정보를 적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리아성전의 본거지 배치와 최고 전력 구성 등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김영영이 이렇게 많이 털어놓은 이유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흥, 눈 부릅뜨고 지켜봐, 누가 누굴 없애는지.”싸움이 곧 시작되므로 염구준은 무의미한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바로 이때, 한 척의 군함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고, 곧 방송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전방은 성조국 해역이니 용하국 함대는 얼른 떠나길 바란다.”‘성조국에서 참견 안 하는 거 아니었나? 끼어들 생각인가?’염구준은 의아한 마음으로 갑판으로 나가, 거대한 군함을 바라보며 분부했다.“당장 꺼지라고 해.”하지만 의사를 전해도 그들은 여전히 반복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를 할 뿐, 물러가지 않았다.“쏴라, 함선을 침몰시켜!” 이에 염구준은 참을성이 없어져 바로 명령을 내렸다.쿠콰아앙!한차례의 포격을 받은 후, 성조국의 군함은 서서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이로부터 염구준의 결심을 보아낼 수가 있었다. “오, 신이시여. 진짜로 쏘네?”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성조국의 국왕은 위성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발
”하하하, 이겼어요. 아타 장로님, 보셨어요?”현장에서 감격에 벅차서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노신기였다.그는 드디어 50년 넘게 괴롭혔던 캐틀린 가문 앞에서 당당하게 콧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그때 염구준이 한 걸음씩 걸어가며 싸늘하게 말했다.“조각을 내주면 세라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줄 수 있어.”이번 행차에서 조각 네 개를 얻고 싶을 뿐이었는데 치열한 싸움을 면하지 못하고 부상까지 입었다.이 싸움을 일으킨 장보인이 바로 세라였다.“정말 조각만 주면 살려줄 거야?”레온 가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해도의 조각은 100년을 넘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기에 다들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했지만 솔직히 따져보면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못했다.“물론이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염구준이 확신하며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기를 거두지 못했다.만약 이 사람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목숨을 거둘 것이다.“이건 우리 레온 가문에서 보관했던 조각이야. 가져가!”“대어당의 조각, 여기 있어.”“안설홍의 조각도 받아.”세 사람은 살기 위해서 저마다 몸을 더듬어 해도의 조각을 꺼내 주었다.지금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조건을 따질 자격이 없었다.스스슥!염구준이 손을 내밀어 기운으로 흡수하여 세 장의 조각을 거두었다.“세 사람은 옆으로 물러나. 그리고 이따가 애지중지하는 아들을 데려가는 거 잊지 마.”“살려줘서 고마워.”세 사람은 무릎을 꿇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그러자 세 가문에서 데리고 온 정예병도 캐틀린 가문과 거리를 두고 멀리 서 있었다.네 가문의 동맹은 이렇게 무너졌다.“이제 부인 차례입니다.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게요.”염구준은 전혀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의 원한은 이미 한 사람이 죽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콜록, 능력 있으면 와서 가져가. 내가 우습게 보여?”세라의 기운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것이 체내의 기운이 곧 바닥날
”진정해요. 패배를 인정하는 거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우린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조각만 주면 바로 떠날게요.”염구준은 싸우면서도 상대방의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말을 계속 걸었다.하지만 저들이 얌전히 조각을 내준다면 약속대로 바로 떠날 수도 있었다.“퉷! 저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세라는 노련한 통찰력으로 몇몇 가주들의 속을 꿰뚫고 있었다.싸움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니 진법이 깨지지 않게 주의를 줘야 했다.세라의 울부짖음에 다들 정신을 가다듬고 계속 기운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만약 상대방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식은 땀이 흘렀다.“재주 좋네. 내가 과소평가했어요.”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싸우는 데 집중했다.이제 검기가 꽉 찼으니 곧 강력한 대살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푸압!”바로 그때 상대 측에 변고가 생겼다.세라 측의 전신지상 한 명이 견디지 못하고 피를 뿜어낸 것이다.다른 전신지상 무술인도 얼굴이 창백한 것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이번 싸움은 역시 반보천인들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젠장,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요?”세라는 더는 진정할 수 없었다.육망성광진법이 파괴되어 각자 싸운다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30분이요.”“5분이요!”두 전신지상이 시간을 보고했다.상대방의 진법이 곧 무너질 상황에 처했지만 염구준은 계속 공격 자세를 유지했다.적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었다.“그 초식을 사용합시다.”세라가 안색을 굳히며 중대한 발표를 했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승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알겠습니다. 세라 부인과 함께 미치도록 싸워보죠.”반보천인 세 가주의 눈빛이 바뀌더니 광기가 이글거렸다.쿵!가주들이 미친듯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세라는 다시 그 힘을 빌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전투장에서 각자 기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대살수를 준
쾅!또 한 번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각자 후퇴하면서 거리를 두었다.이번에 염구준이 5미터 정도 물러났다면 세라 일행은 10미터나 물러났다.쌍방은 여전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저 사람 너무 강해요. 설마 극한 반보천인인가?”레온 가주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대방의 기세에 충격을 먹었다.육망성광진법에서 두 사람이 반보천인에 달하지 못했지만 특수한 수단을 사용하여 세라를 절정 반보천인으로 이끌었다.그렇게 여섯 명의 힘을 합쳤는데도 열세에 처했다.“하하하, 통쾌해. 다시 공격해 봐.”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전의를 불태웠다.생각지도 못하게 이곳에서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간만에 싸울 맛이 났다.“내 진짜 실력을 보여 줄게.”세라는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기운을 발사했다.“절정 반보천인이군.”역시 세라는 진작에 이 지경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다만 이 나이에 몸을 극한까지 수련하지 못했기에 강력한 기운을 발휘한다면 몸이 감당할 수 없어서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래도 싸움에 대충 임하는 행위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왜냐면 누구도 목숨을 재촉하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염구준은 위로 번쩍 뛰며 섬뜩한 빛이 담긴 검을 휘둘렀다.“단번에 널 죽이겠어.”세라는 상대방이 진짜 세력을 발휘하게 되어 몹시 언짢았다.그녀가 지팡이를 위로 올리며 염구준의 공격을 막았는데 상대방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도 다치지 않았다.염구준이 공중에서 몇 바퀴 몸을 굴린 후 가볍게 착지했다.그 순간, 체내의 기혈이 잠시 소용돌이를 치는 것 같았다.“강력한 진법이야.”절정 반보천인 한 명, 평범한 반보천인 세 명, 전신지상 두 명이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진법의 위력은 생각밖으로 강했다.염구준이 이미 극한 육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방금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흥, 그렇게 강하지도 않네. 육신, 기운, 의경 중에서 어느 하나도 극한에 도달하지 않았어. 다음에 꼭 죽여주겠어.”
마침 세라가 갑자기 싸움을 유도한 것에 불만을 품은 가문에서 저마다 원망을 터트렸다.그렇다고 강적의 앞에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멍청한 것들, 조각을 준다고 해서 저놈들이 살려줄 거 같아요?”세라는 당당하게 반격할 이유를 내세웠다.그러자 가주들은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주춤하고 말았다.필경 해도 조각은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패였기 때문이다.“일단 싸우지 말고 저 사람과 노신기를 잡으면 아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그때 누군가 내란이 발생하여 서로 싸우기라도 할까 봐 나서서 중재했다.적들 앞에서 서로 물고 뜯는 것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상황은 다시 바뀌어, 나머지 여섯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바로 진법을 사용합시다. 저 사람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세라는 아직도 저리는 팔을 휘두르며 지휘했다.방금 염구준의 공격과 부딪쳤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했다.장담하 건데 상대방의 실력은 압도적으로 강했다.“알겠습니다.”다섯 가주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위치를 변경한 후 세라까지 합세하여 기이한 힘을 발사했다.“진법?”저들이 진법을 형성하는 사이에 염구준은 황금색 기운을 조절하면서 검의를 끌어올리자 근육이 옷을 찢어버릴 기세로 부풀었다.쌍방은 어느 한 쪽도 약하지 않았다.관전하던 무술인들은 강력한 두 기운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일단 싸움에 휘말리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니 일단 피하고 봐야 했다.“염 선생, 조심하세요. 이것은 육망성광진법 육위일체라고 하는데 그 위력이 엄청납니다.”그때 안색이 급변하던 노신기와 아타가 다급히 주의를 주었다.이제 보니 예전에 두 사람이 담당했던 자리에 지금은 다른 무술인이 대신하고 있었다.그 당시 실력이 평등한 반보천인 여섯 명으로 육망성관진법을 구성했지만 지금은 전신지상 두 명이 대신했기에 위력이 많이 약해졌다.“배신자. 너희들을 죽인 다음 너희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세라가 분개하며 진법을 지휘했다.슈우웅 펑!세라의 공격에 염구준이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
세라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세 가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약화시킨 것이다.“그렇다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네요.”그 말을 믿은 가주들은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때 레온 가주가 기회를 잡고 질문했다.“노신기와 아타 영감을 제거하면 조각 여섯 장을 전부 얻게 되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해도와 관련된 귀한 보물은 여러 세대가 거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벌써 마음이 급해졌다.“당연히 찾아내서 네 가문에서 평등하게 나눠야죠. 그때면 군대를 모집하여 우리의 패권을 손에 넣을 겁니다.”세라는 나이가 많아도 그녀의 욕망을 채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전에 스텔라성을 굴복시킨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건배합시다!”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 가주는 와인잔을 들며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패권을 쥐면 모두의 우상이 되는데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큰일 났습니다. 노신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쳐들어왔습니다.”기쁨에 취해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은 1분도 되지 않아서 싸늘하게 굳어져버렸다.“참 빨리도 왔네. 함께 나가서 보시죠.”세라는 와인잔을 놓고 지팡이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녀까지 합쳐서 반보천인 무술인이 네 명이나 모였으니 자신감이 넘쳤다.유일한 변수는 부하들이 아직도 염구준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캐틀린성 밖.염구준은 열 명을 거느리고 성 내에서 쓸어 나온 수백 명의 정예병과 대치하고 있었다.숫자로 보면 벌써 결과가 예상되겠지만 정작 싸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천기문 노신기가 세라 부인에게 알현을 청합니다!”노신기는 큰소리로 외치며 배첩장을 성문에 붙여버렸다.그는 용하 세력의 분파로서 항상 예의를 갖춰 대했다.“…”그런데 한참이나 지나도 누구도 배첩장을 가져가지 않았다.“저들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냥 쳐들어가요.”쿵!염구준은 이미 검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오늘
젊은이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노신기가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염 선생, 저들이 레온 가문과 대어당, 안설홍의 자식들입니다.”솔직히 그들도 노신기와 아는 사이었지만 지금 너무 취한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하, 이런 우연이 있네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말한 것 같았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휘청거리면서 발을 들어 염구준을 차려고 했다.“꺼지라고 했잖아!”쿵!그런데 젊은 남자는 발을 차기 전에 누군가에게 차여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감히 염 선생한테 무슨 무례입니까? 죽고 싶어요?”나서서 막은 사람이 그레이었다.“아…”차인 곳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던 젊은 남자는 갑자기 술을 깼는지 눈을 번쩍 떴다.반보천인이 가볍게 발차기를 날려도 고작 종사 실력으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레이에게 차여서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나머지 두 젊은 남자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방지게 굴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았다.“노신기, 아타!”그제야 세 가문의 도련님들은 이미 적이 된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잡아!”노신기는 무시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오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단 잡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이거 놔. 지금 우리 가문이 캐틀린성에 있어. 우릴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천기문! 너희들 이젠 끝이야!”그런데 도련님들이 얌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왜냐면 예전에 천기문은 그들 세력들 중에서 최하급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아타와 노신기를 제외한 남은 가문이 동맹을 맺었으니 천기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시끄러우니까 기절시켜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였다면 이 참에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퍽퍽!노신기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잠시 기절시켰다.지금 그의 눈빛과 표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