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좋아서 두 가지 정보를 알려줄게요.”“첫째, 내 정보에 따르면 거록 존주는 지금 용하에 없어요. 둘째, 용하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용하의 국민들은 해치면 안 돼요. 아니면 당신들 더 비참하게 죽을 겁니다.”솔직한 심정은 이 사람들을 전부 포장해서 택배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다른 요소들을 생각하고 참은 것이다.“가자.”브레인은 염구준을 노려보며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이러고 보니 상황이 재미있어졌다.약속했던 동맹이 결국은 구체적인 사항을 상의하기 전에 절반이 떠났다.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 문제일 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회의실에 가서 얘기합시다.”염구준은 남은 사람들을 불렀다.눈엣가시가 사라지니 남은 사람들은 이끌기 쉬웠다.방금 싸움으로 염구준은 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이것이 바로 고수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이다.“염 선생님, 일은 다 처리했나요?”붉은 장미가 겸손한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지만 내려가서 보지는 않았다.왜냐면 이미 결과를 알았기 때문이었다.봉래섬 전투를 떠올려도 염구준의 강력한 일격은 누구도 막지 못했었다.“자, 이제 다들 앉으세요. 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염구준은 앞쪽 자리를 가리켰다.무술인들이 자리에 앉은 후에야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이번 동맹 작전을 위해 먼 곳에서 도와주러 오셔셔 감사합니다. 하지만 거록 존주의 일은 비교적 복잡하여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거록 조직과 여러 번이나 싸워서 저들의 심복 2명을 살해했습니다. 전신지상과 반보천인 고수였어요. 이 두 사람과 동급인 심복이 아직 네 명이 있어요. 그러니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호텔에 머물고 필요할 때 제가 부르겠습니다.”다들 똑똑히 알아들었다.그 말은 거록 조직의 실력은 약하지 않으니 반보천인 고수가 이끌지 않는 이상 패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말을 마치자 붉은 장미가 일어서서 그를 지지했다.“염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전적으로 따
똑똑!대표 사무실 입구에서 염구준은 가볍게 노크했다.“왔으면 그냥 들어와. 내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 거야?”손가을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피식하고 웃었다.남편이 옆에 있다면 무엇을 해도 즐거웠다.“보지 않고도 알아 맞히네. 무슨 냄새라도 맡았어?”염구준이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자기 옷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하하하, 그 나이 먹고 장난치고 싶어?”손가을은 고개를 들고 보더니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그렇지. 자주 웃으면 기분도 좋잖아.”염구준은 웃으면서 저벅저벅 아내에게로 다가갔다.손가을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기지개를 폈다.“외국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어? 어떻게 됐어?”“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어. 편식이 심해서 팥빵을 먹였더니 겨우 진정했어.”염구준은 방금 상황을 완화시켜 설명했다.“오, 팥빵을 좋아했구나. 그럼 많이 줘. 나중에 용하인들이 손이 작다는 소리를 듣겠어.”손가을은 심각하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생각했다.“알았어. 필요하다면 많이 챙겨줘야지.”염구준은 말하면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주먹이 바로 그가 말한 팥빵이었다.두 사람은 얘기를 하다가 염구준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그리고 복잡한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전부 거록 존주와 관련된 정보였다.그의 정보통은 넓었지만 거록 존주의 행방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브레인은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구준 씨, 내 도움이 필요해?”손가을은 남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괜찮아. 내 일은 급하지 않아.”염구준은 기뻤지만 사양했다.손가을은 한 그룹의 대표로서 매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본인 일 때문에 그녀가 고생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그때 입구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바로 붉은 장미였다.염구준은 기운을 느끼고 힐끗 쳐다보았다.바로 그녀였다.참 어이가 없었다. 다른 일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이런 일에 빠르게 움직였다.붉은 장미는 입구에서 여러 번이나 고개를 기웃거리며 손가을을 살펴보았다.하지만 그런 모습은 이내 경호
‘배우러 왔다고?’손가을은 조금 어리둥절했다.회사에 그런 것을 배워주지 않는데 상대방이 잘못 알고 온 것 같았다.“아, 당신한테서 배우는 거야.”염구준은 그녀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보고 한마디 보충했다.그제야 손가을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틀림없이 남편이 밖에서 무슨 얘기를 했다고 생각했다.솔직히 말하면 본인이 훌륭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대부분 남편이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 준 덕분이기 때문이었다.두 여자는 앉아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런데 공통 주제가 어찌나 많은지 나중에 염구준을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다.붉은 장미는 직접 확인하고서야 손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했다.한 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분명 적지 않은 스토리가 있었을 것이다.점심 시간이 되자, 세 사람은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붉은 장미는 핑계를 대고 떠났다.퇴근한 후, 염구준은 아내를 데리고 딸을 마중하러 갔다.세 식구가 집에 도착했을 때 어르신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제이든이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제이든, 와서 밥 먹자. 밖에서 맛있는 거 사왔어.”“제이든 오빠, 기분이 안 좋아?”비록 친척이지만 두 꼬맹이는 사이가 멀어서 제각각으로 놀았다.만약 두 노인이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제이든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아니. 그냥 애니메이션 집중해 보느라 그래.”제이든이 애써 웃으면서 식탁에 앉더니 음식을 먹었다.그날 저녁 식구들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염구준은 거실에서 제이든과 함께 있었다.녀석을 잘 가르치지 않으면 정말 자폐증이 올까 봐 걱정되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나한테 말해 봐. 참으면 병에 걸려.”제이든이 고개를 끄떡이더니 힘 빠지는 소리를 했다.“저 무술에 대한 재능이 형편없죠? 그리고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며칠 뒤면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전화해도 받지 않아요.”어린 녀석이 속에 많은 일을 숨기고 있었다.그러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너의 무술 재능은 수많은 무술인들보다 강해. 그냥 스승을
염구준이 글로리 호텔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부상을 입은 브레인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그가 추측한 대로 일행이 위험에 닥치자 노인만 도망쳤던 것이었다.브레인은 얄밉지만 실력은 약하지 않았다.만약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세상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살살해. 짐승을 치료하는 줄 알아?”브레인은 붕대를 감는 의사를 힘껏 노려보았다.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부상을 입으면 아프기 마련이다.보아하니 크게 다친 것 같은데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았다.“아이고, 부상을 입었군요.”염구준은 호텔에 들어서며 비웃는 투로 말했다.낮에만 해도 거록 존주를 죽여서 용하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염구준에게 망신을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장본인이 하루도 되지 않아서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허풍이 도를 지나친 것이다.“비웃지 마라. 낮에 너랑 싸우지 않았다면 진작에 그놈들 죽여버렸을 거다.”브레인은 인정하지 않았다.패배한 핑계가 참 당당하고 뻔뻔했다.본인이 억지를 부려서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으면서 다른 사람 탓을 하다니, 어떻게 저런 말을 뻔뻔하게 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러게요. 그때 당신을 죽였더라면 다른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지 않았겠죠.”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면서 기운을 끌어올렸다.브레인의 고집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전부 죽은 것이었다.“너… 너 무슨 짓이냐? 우린 동맹이고 적은 거록이라고.”실질화된 살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브레인은 심장이 떨렸다.지금 상황에서 싸운다면 바로 죽을 것이다.“누구 잘못일까요?”염구준이 서늘하게 물었다.첫날에 절반 병력이 죽었으니 상황이 심각했다.그러니 명확한 해명이 필요했다.아니면 나중에 여기 모인 각 세력들이 나서서 용하의 책임이라고 따진다면 누가 감하겠는가?브레인은 옆에 있는 카메라를 보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내 잘못이야. 내가 무모하게 움직여서 우리 측이 전멸했다.”그 말은 이번 작전이 실패한 책임은 성조국
“우리는 그놈을 따라 한 계곡에 도착했어.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지하에서 독연기가 나오는 거야. 아군은 대부분 무방비 상태로 갔다가 독에 중독되었어. 난 반보천인 2명과 전신지상 2명에게 포위당했는데 필사적으로 싸워서야 도망칠 수 있었어.”모든 상황은 이랬다.“깔깔!”그때 붉은 장미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을 막으며 깔깔 웃었다.정말 한심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이런 하찮은 함정을 믿는 사람도 있다니 반보천인이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더 설명하지 않아도 눈앞에서 훤히 보는 것 같았다.그 과정에서 말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브레인이 고집을 부리고 듣지 않았을 것이다.“됐습니다. 여기 티켓이에요. 야식을 먹고 성조국으로 돌아가세요. 나머지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인내심 있게 기다리세요.”염구준은 티켓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화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이렇게 중요한 일에 성조국에서 고수를 보낸 것은 맞지만 너무 일머리가 없었다.“돌아가라고?”브레인이 벌떡 일어서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는데 돌아갈 수 없어!”브레인 입장에서 거록 존주를 죽여야만 돌아갈 면목이 있었다.그러나 염구준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다.“마음대로 하세요. 비행기에 앉지 않으면 기절시켜서 택배로 보낼 겁니다. 선택하세요.”협박이 깃든 말을 들어보면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일이 까다롭게 되었으니 방해꾼을 옆에 두고 더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갈게.”브레인은 이를 갈며 표독스럽게 쏘아보았다.‘오늘의 치욕은 나중에 배로 갚을 것이다.’물론 속으로 생각할 뿐 감히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결국 브레인은 마지 못해 떠났다.남은 무술인들은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탄식했다.그리고 자신의 현명한 선택에 다행이라 생각했다.낮에 일은 충동적으로 따라갔다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후덜덜 떨렸다.리더가 무능하여 밑에 사람들에게 누를 끼친 것이다.“염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붉은 장미가 나서서 물었
잠시 생각하던 염구준이 결정을 내렸다.“알았어요. 모두 돌아가서 준비하고 5분 뒤에 출발합니다.”가끔은 본인 생각만 하지 말고 대국을 돌봐야 했다.아니면 국주가 난처하게 될 것이다.이번 작전에서 각 나라의 세력들이 연합하였기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알겠습니다.”다들 우렁차게 대답하고 각자 방으로 뛰어갔다.솔직히 어떤 무술인들은 싸우고 싶지 않았다.대충 싸우는 시늉만 하다가 모든 임무가 끝나면 돌아가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 허튼 생각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이 상황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사람은 염구준이었다.원래 이 시간이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꿀잠을 자야 하는데 또 싸우러 가야 했다.다른 사람이 싼 똥을 그가 나서서 치워야 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다.얼마지나지 않아 다들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여섯 팀이 열 대 넘는 차량으로 이동했다.염구준은 맨 앞에 있는 차에 앉아서 사색에 잠겼다.브레인의 말에 따르면 네 명의 고수가 그를 포위했다고 했다.그렇다면 호위 여섯 뱀 중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뱀일 것이다.거록 존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걸 보니 해외에 숨어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차 대열은 좌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몇 시간 뒤 조수석에서 길을 안내하던 붉은 장미가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전방 20킬로미너 떨어진 곳에 산골짜기가 있는데 그곳이 신호 발원지입니다.”‘산골짜기?’염구준은 브레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습격당한 곳이 바로 산골짜기라니, 이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황폐한 산과 들은 매복하기 딱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설마 거록 조직이 옛날 수법을 사용한 건가?’염구준은 그럴 가능성을 감지하고 지시를 내렸다.“15킬로미터 앞에서 차에서 내리고 도보로 움직이세요. 1, 2, 3팀은 왼쪽으로 4, 5, 6팀은 오른쪽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그렇게 되면 염구준 혼자서 남게 된다.“그럼 염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게요?”붉은 장미는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렸다.연합 작전인 만큼 함께
“맞습니다. 대장님, 그냥 돌아가죠?”숲에서 모기들이 하도 물어서 짜증이 났다. 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부하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귀신도 나타나지 않는 곳에 누가 있고 싶겠는가?“이것들이 죽고 싶어? 그만 불평해. 차질이 생기면 모가지 날아가는 거 몰라?”대장이 언성을 높이더니 몰래 기운을 끌어올리며 모두의 불평을 억눌렀다.누가 또 불평하면 바로 죽이겠다는 뜻이었다.대장의 살기를 느낀 부하들은 죽을까 봐 모두 입을 꾹 닫았다.그들 모두 악당이라 도리보다 주먹을 먼저 따졌다.그제야 대장은 만족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뒤에 가서 미끼를 봐. 죽으면 안 돼.”“네.”먼저 불평을 늘어놓은 부하가 대답하더니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왠지 공을 세워 속죄하려는 분위기였다.갑자기 대장의 열 감지 안경이 반응했다.“제자리에 숨어. 움직이지 마!”부하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숨조차 쉬지 않고 조용히 어둠속에 숨어 있었다.전방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웃기는 녀석들이네. 발각되었는데도 숨는다고? 귀신이나 속여라.”염구준은 중얼거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방금 그들의 말다툼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염구준의 예민한 감각은 피하지 못했다.그가 전에 전쟁을 치렀던 곳으로 발을 들였을 때 은은한 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싸움이 끝난 지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아서 피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생사를 걸고 치열한 싸움을 치른 것 같았다.브레인의 실력으로 여기서 죽기 살기로 싸운다면 승부할 수 있겠지만 도망쳐버렸다.어둠 속에서 염구준은 계속 앞으로 전진하면서 상대방이 습격하기를 기다렸다.수십 미터 걸어갔을 때 드디어 독가스를 맡았다.독성은 보통이었다.그는 독성이 강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고 대범하게 숨을 들이마셨다.“한 놈이다. 죽여라!”갑자기 누군가 고함을 지르더니 수백 명이 산비탈에서 우르르 쓸어왔다.그렇게 염구준은 무리에 포위당했다.“아주 그냥 쓸어왔네.”
”푸업!”그때 누군가 무서워서 도망치다가 대장의 손에 죽었다.“철수하면 바로 죽이겠다! 나를 중심으로 가까이 와라!”군심이 흔들리자 대장은 부하들을 진정시키며 현장을 지휘했다.하지만 대장은 말을 하자마자 참살을 당했다.쿵!리더가 죽자 나머지 부하들은 갈팡질팡하다가 살려고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다.염구준은 유령처럼 어둠속을 누비면서 기운을 따라가 매정하게 살해했다.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한방에 쓰러졌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거록 조직의 부하들을 이렇게 죽인 것도 봐준 것이다.그들이 흩어져서 도망쳤지만 염구준의 속도가 더 빨랐다.아주 쉽게 따라가서 적들을 살해했다.“아, 날 죽이지 마!”갑자기 염구준이 나타나서 누군가 깜짝 놀랐다.“네가 마지막이야. 죽어도 외롭지 않을 거다.”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여 적의 몸을 관통시켰다.이것으로 매복한 놈들을 전부 제거했다.그가 먼저 와서 다행이었다.붉은 장미 일행이 이곳에 먼저 도착했다면 꽤 손해볼 것이다.바로 그때 양쪽 산봉우리에서 누군가 외침 소리가 들렸다.“왼쪽으로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오른쪽으로 돌진한다. 무작위로 죽여라!”그들은 거록 조직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하지만 산중턱에 도착했을 때 시체만 즐비하게 널려 있고 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전부 죽은 것을 보니 염구준의 작품이라 추측했다.“염 선생님, 괜찮으세요?”합류한 후, 붉은 장미가 경악을 금지 못하고 물었다.혼자 힘으로 적들을 전멸시킨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괜찮아요. 잡것들만 남고 우두머리들은 없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만약 네 명의 뱀을 살해했다면 거록 존주는 심복을 전부 잃게 된다.그러면 어쩔 수 없게 혼자 움직여야 해서 더 쉽게 잡을 수 있다.“괜찮으면 됐어요. 방금 비탈길을 내려갈 때 중도에서 임시 거주지를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낸 무술인을 구했어요.”붉은 장미는 손을 저으며 그 사람을 불러오라고 일렀다.들것에 누운 남자는 중상을 입어서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