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 목숨으로 장난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지도를 거두며 말했다.가기 전에 삼선도 원주민 황지천과 신중하게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비록 길치지만 정작 도착하면 어느 정도 알아볼 것이다.이어서 두 사람은 용하의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몇 시간이 지나서야 그들은 지하 밀실에서 나왔다.거실에 도착하자 국주가 미안함에 사과했다.“제수씨 미안합니다.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오래 기다리셨죠?”“국주님, 별말씀을 다 하세요. 두 분의 회의라면 분면 큰일일 텐데,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손가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염희주는 국주의 자식들과 함께 어울려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식사 시간이 됐네요. 같이 식사하시죠.”국주 부인이 일어서더니 손가을의 손을 잡고 식탁에 다가가며 하인들에게 음식을 올리라 지시했다.모두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식사를 마치고 염구준은 가족들을 데리고 별장을 나섰다.필경 국주는 매일 국사로 바쁜 몸이라 더는 방해하면 안 되었다.국주는 멀리 떠나는 차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형제여, 부디 잘 부탁합니다.”그도 가고 싶지만 최근 제경이 불안정하여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염구준 가족은 제경에서 5성급 호텔을 찾아 스위트 룸에 들어갔다.이튿날 딸과 함께 드림파크로 놀러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염희주는 자기 방에서 놀고있어 부부는 그제야 말할 시간이 생겼다.“구준 씨, 국주님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손가을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을 물었다.어떤 일을 확인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전장에서 알았어. 내가 국주님 목숨을 구해주고 국주님도 내 목숨을 구해주셨어. 그렇게 친해지게 되었어.”염구준의 말은 사실이었다.기밀 사항도 아니니 아내에게 거짓말할 필요가 없었다.“당신이 군대에 갔던 그때?”손가을이 계속 물었다.“맞아. 그때 많은 일들이 있었어. 어쨌든 지금은 다 잘 이겨냈지만.”지금 강자들은 모두 시체 산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다.“고생이 많았네. 나도 꾸
“운이 좋으시네요. 마지막 세 장이에요.”매표원이 돈을 받더니 티켓 3장에 빨간 도장을 찍고 염구준에게 건넸다.뒤에서 줄을 서던 부모들 아쉬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아, 또 매진이야? 다음에 일찍 와야겠어.”자식들에게 하는 말이었다.한 장에 5만 원인 티켓, 부모들은 돈이 아까웠다.그래서 아이가 소란을 피울 걸 알고 일부러 늦게 온 것이다.드림파크는 헝거 마케팅을 이용해 매일 입장권을 제한하여 이용객들이 다투어서 티켓을 구매했다.“아빠, 나 몰라. 오늘 반드시 들어갈 거야!”매표소 안에서 뚱뚱한 남자애가 울고불고 소란을 피웠다.아이 아빠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목에 굵은 황금 목걸이를 건 것을 보아 잘 사는 집 같았다.“됐어. 그만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관계를 통해 티켓을 사려다가 전부 거절당한 것이다.드림파크 관리가 매우 엄격하여 한 사람당 한 장밖에 구매할 수 없으며 티켓이 없으면 아예 입장하지 못했다.“저기요. 얘기할 게 있는데 티켓 2장만 양보하면 안 될까요?”남자가 입구에 서 있는 염구준에게 다가가 물었다.“안 돼요. 저 이번이 처음이라고요.”염희주는 티켓을 빼앗길까 봐 손에 꼭 쥐었다.“어른이 말하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애가 끼어들어?”남자가 버럭 화를 내며 염희주를 째려보았다.딸이 겁을 먹자 염구준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이한테 겁을 주는 당신은? 어른이 교양 없이 뭐하는 짓이지? 오늘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저리 꺼져!”가족이 오랜만에 놀라 나와서 그는 기분이 잡칠까 봐 최대한 자제했다.“그럼 한 장에 8만 원 줄게요. 어때요?”남자가 거만하게 말했다.그는 돈이 만능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상대가 자신보다 돈이 더 많은 손씨 그룹 대표와 전신전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구준 씨. 우리 들어가자. 그냥 신경 꺼.”손가을은 남편의 옷자락을 가볍게 잡았다.그녀는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싸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내부에 유료 항목도 적지 않게 있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딸이 좋다면 돈을 아끼지 않고 티켓을 왕창 구매했다.“알았어. 실컷 놀아.”염희주가 즐거워하자 염구준과 손가을도 덩달아 기뻤다.어느덧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염희주는 아쉬운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아이들 넘치는 체력에 두 사람은 진심으로 감탄했다.세 사람은 기분 좋게 퇴장하다가 입구에서 뚱뚱한 남자애의 아빠와 마주쳤다.남자 뒤에 건달처럼 생긴 남자가 한 무리나 있었다.“아빠!”덜컹 겁을 먹은 염희주가 염구준의 뒤에 숨더니 머리를 내밀었다.“희주야, 겁먹지 마. 아빠가 하늘이 무너져도 널 위해서 버틸게.”염구준은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허풍 떨지 마세요!”염희주는 너무 과장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빠가 있다면 안전했다.“이봐, 날 기억하지?”남자가 건방지게 걸으며 다가왔다.뒷배가 있어서 그런지 남자는 고개를 쳐들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기억해. 방금 뻔뻔한 놈 아니야?”염구준은 조금도 체면을 주지 않았다.“네가 티켓을 양보하지 않아서 우리 아들 밥도 먹지 않겠대. 어떻게 보상할 거야?”남자는 억지 같은 말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자식이 밥을 먹지 않은 것도 남의 탓을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그럼 어떻게 보상받고 싶은데?”염구준은 아내에게 딸을 데리고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어떤 장면은 아이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간단해. 너희 세 식구 내 아들한테 사과해. 밥을 먹을 때까지.”남자는 염구준이 겁을 먹은 줄 알고 더 기고만장 해졌다.그러자 염구준이 코웃음을 쳤다.“웃겨. 네 아들이 밥을 안 먹는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난 네 아들을 교육할 의무 없어.”이런 인간에게 절대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되었다.“참교육을 시켜라!”남자가 손을 휘두르자 뒤에 일행이 움직였다.십여 명이 한 사람을 때리면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한 것이다.“그럼 돈을 추가해!”그때 무리에서 한 건달이 값을 부르며 손을 내밀었다.당
건달 일행은 깍듯하게 90도 경례를 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그 장면을 본 남자는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는 무술인이 뭔지도 모르고 돈을 주고 부른 건달이 왜 무릎을 꿇었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또 뭐가 있어? 나 바쁘니까 빨리 끝내자.”염구준이 검지로 손목 시계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상대방이 싸우고 싶다면 신나게 싸워줄 생각이었다.“기다려!!”남자는 끝까지 싸워보자는 기세로 휴대폰을 꺼내 흔들었다.그동안 제경에서 살면서 몇몇 거물을 알고 지냈었다.오늘 체면을 위해서 그 사람들까지 부르기로 작정한 것이다.염구준도 어떤 사람들을 부를지 기대되었다.평소 말썽을 피우는 세력가들을 부른다면 이 참에 가문을 멸망시키고 다른 세력가들에게 경고를 줄 생각이었다.끼이익!5분도 안 되어서 한 차량이 멈췄고 세 사람이 내렸다.강력한 기운을 발산하는 것을 보니 무술인이었다.“기헌 형님, 오셨어요? 바로 이 새끼…”남자는 염구준에게 삿대질하며 욕하려다가 되려 한기헌에게 얻어맞았다.무슨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해 있을 때 한기헌은 염구준의 앞에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염 선생님, 저는 당씨 가문의 기사입니다. 도련님이 만나 뵙고 싶어하시는데 제가 연락을 드리면 바로 마중하러 오실 겁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를 본 기억이 없었다.“됐어요. 이따가 청해로 돌아갈 거예요. 근데 저 사람이 자꾸 시비를 걸어서 못 가고 있었어요.”뜻밖에 지인의 기사라면 꼬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남자는 또 어안이 벙벙했다.자기가 빌붙어서 친분을 맺은 거물이 이 사람 앞에서 깍듯하게 인사를 올리니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게다가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면 당씨 가문 도련님을 아는 것 같았다.‘나도 접근할 수 없는 거물인데.’그때 한기헌이 안색을 굳히며 손가락으로 남자를 향해 까딱거렸다.“이리 와.”어떤 사람은 건드릴 수도 없고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촤아악!“염 선생님한테 사과해!”한기헌이 손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내리치며 엄숙하게 말했다.만약 상대방이 진짜
“지정된 해역에 도착했습니다.”늠름한 모습의 주작이 앞으로 나가 보고했다.“닻을 내려서 배를 멈추고 청후병들한테 탐색하라고 해.”염구준은 암초만 보이는 해역을 보며 명령을 내렸다.전방은 추룡대삼각 지대로, 안개가 자욱하고 상황이 불분명하므로 항공모함 전투단을 계속 가게 할 생각이 없었다. “네!”주작은 대답을 한 다음 바로 준비하려고 떠났다.염구준은 제경에서 청해시로 돌아간 뒤 계획을 세우고 집안일을 잘 처리하고 팀을 이끌고 이곳으로 온 거였다.이번 행동에서 핵심 인원은 4대 전존과 황지천 그리고 황지영이고, 용필과 초상비 등은 청해시에 남았다.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흑풍존주가 느닷없이 공격해올까 봐 걱정이 돼서였다.이때, 황지천이 입을 열었다.“이곳, 조금 익숙한 것 같습니다.”하긴, 집 앞까지 왔는데 익숙하지 않을 리가 있겠나? 그럼 그건 길치가 아니라 바보라고 해야 했다.“그럼 입구가 어디인지 알아?”염구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질문했다.“헤헤, 무작정 나온 거라 기억 못했어요.”황지천은 조금 난감해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쯧,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이 해역은 작지 않으니 천천히 찾아야 했다. 즉, 얼마나 오래 찾아야 하는지는 전부 운에 달렸다는 거다.황지영은 조용히 자신의 집인 추룡대삼각 지역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 속의 부모님이 건강하게 지내시는지 걱정하면서 말이다.이때, 갑작스럽게 들리는 폭발성에 사람들은 전부 경계태세에 진입한 채로 항공모함 전투단의 한 쪽을 쳐다보았다. “주상, 한 척후 부대가 섬에서 미확인 인원을 만나 습격을 당했습니다. 비록 이미 철수하기는 했으나 손해가 막심합니다.”이와 함께 청룡이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와서 보고했다.“타겟을 정하고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해.”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우렁차고 힘있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추룡대삼각 지역의 외곽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삼선도의 보초들일 것이었다.‘우리가 정확하게 왔다는 거지.’하지만 한 척후 부대를 잃었다는
“화력을 최대로 해서 공격해!”몇 척의 쾌속정들을 상대하는데 전투기까지 띄울 필요는 없었다. 그러기 귀찮은 것도 있지만 주로는 전투기를 띄우기 전에 전투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슉, 쾅!순식간에 불빛이 하늘을 찌르며 해면을 불바다로 만들었다.쾌속정으로 항공모함 전투단을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행위이기도 했고, 더군다나 전투단에 있는 게 전부 염구준이 제대로 훈련시킨 정예들이기 때문에 적들이 이길 가능성은 더욱 없었다.적들의 쾌속정들은 한 척만이 봉쇄를 뚫고 나머지는 전부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사라져버렸다.“다중 전신의 영역이 쾌속정을 보호했어.”빠르게 낌새를 챈 염구준은 이제 곧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직감했다.슉슉.그리고 이와 동시에 네 명이 항공모함에 올라 분노에 찬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모두 같이 죽여주마!”비록 매우 오만한 말이었지만, 그럴만한 자격은 있었다. 세 명의 전신 위 강자들과 한 명의 반보천인이라면 정예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항공모함이었다면 정말로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나, 애석하게도 그들이 만난 건 전신전의 최고 전력인 염구준이었다.“너희 넷은 반보천인을 상대하고 다른 셋은 나에게 맡겨.”염구준은 이 기회를 빌어 아랫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싶었다.“네!”4대 전존은 깔끔하게 대답한 뒤 바로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상대방의 실력이 비록 강하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흥, 죽고싶은 모양이구나!”반보천인은 콧방귀를 뀌고는 고박한 칼을 꺼내 마찬가지로 돌진했다.쌍방은 서로 뒤엉켜 싸웠고, 상황을 보아 단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옆에서 이를 보고있던 나머지 세 명의 전신 위 강자들은 상황을 보고 돕기 위해 달려갔다.슉.그러나 곧 염구준이 나타나 그들을 막고서 하찮아하며 말했다. “너희들의 상대는 나니까 가서 낄 생각하지마.”“죽여!”염구준
“흐아아압!”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는 소리를 지르며 체내의 진기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목숨을 걸고 싸워 보려는 의도였던 것이다.이에 염구준 역시 주먹을 꽉 쥐고 힘껏 내보냈고, 그렇게 몇 합을 겨루지도 못한 채 그는 바닥에 쓰러져 겨우 숨을 쉬면서 황지천을 노려보았다.“배신자 새끼, 너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이 말을 들은 황지천은 크게 화를 냈다.“너희같은 당동벌이이야말로 섬을 해치는 존재들이야.”그날 쫓기는 길에서 염구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쿨럭.”생명력이 거의 소모된 반보천인은 피를 토하고는 바로 숨을 거두었다.이로써 위기가 해소되기까지 전후로 15분도 안 된 셈인 거다.“청룡,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남은 적들이 있는지 섬을 수색해.”“주작, 넌 입구를 계속 수색하고.”진도를 빨리 하기 위해 염구준은 쉬지 않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늦어서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말이다. 싸움이 격렬했기 때문에 삼선도도 눈치를 챘을 것이 뻔했다. “네!”두 사람은 명령을 받고 각자 사람들을 데리고 임무를 하러 갔다.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서 이미 온 하늘이 별로 가득 찼지만, 그들은 아직 삼선도의 입구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염구준이 한번 무모하게 그냥 돌진해 볼까 고민하던 차에, 황지천이 놀라서 소리 질렀다. “저깁니다. 제가 바로 저곳에서 뛰쳐나왔어요.”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벌떡 일어나 상대방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곧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했는데, 자세히 보니 등대 같아보였다.“확실해?”염구준은 신중하게 물었다.중대한 일이니 조금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네. 나왔을 때, 추격병이 있는지 뒤돌아보다가 저 빛을 봤었어요. 당시에는 적들이 왔는 줄 알고 멀리 도망쳤었는데, 거리가 멀어져도 아무런 소리가 없더라고요.”“지금 저 빛을 다시 보니 생각나는게, 빛이 계속 같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황지천은 확신에 차서 모든 디테일을 전
이에 염구준 등은 전부 어이가 없어했다. 그들 역시 물 아래에 뭐가 있다는 걸 발견했었기 때문이다. 말을 안 한 이유는 괜히 놀래키고 싶지 않아서였다.촤악.이때, 물소리가 바뀌더니 누군가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다.“주상님, 어떡하죠? 크기도 작지 않은 것 같고 수량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주작이 귀를 살짝 움직이며 보고했다.“싸울 준비해.”염구준은 말을 하며 검상자를 열고 구자검을 꺼냈다.지금 이 상황에서는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사투를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오든 목숨을 부지하려면 반드시 무찔러야 한다는 거다.“우... 음!”이때, 물 밑의 물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소리가 아주 가늘고 날카로웠다.범고래였던 거다.바다 속의 호랑이로 불리우는 이 생물은 이상할 정도로 흉악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지능을 갖추고 있어 협동 작전에 능했다.비록 고수는 아니지만, 몸무게가 있으니 건드리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선체를 감싸!”염구준은 소리를 지르고는 손에 든 검을 꽉 잡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쿵.그가 내려가자마자 범고래가 그를 박았는데, 위력을 보아서 속도를 최대로 낸 게 틀림없었다. ‘깜짝이야!’염구준은 검을 가슴 앞에 가로로 가져다대서 막았지만 물속에서 행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렸다.‘그래도 다행히 막았네.’펑!둔탁한 소리가 울리면서 수많은 물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휘몰아치더니 한 줄기의 물기둥이 솟구치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염구준은 마치 기차에 부딪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에너지가 그의 몸을 밀어붙이며 그가 끝없이 뒤로 물러서게 했다.‘버텨야 해!’그는 강대한 기운을 내뿜으며 몸을 멈춘 뒤, 팔에 힘을 주어 범고래를 진퇴시켰다.그리고 거리를 벌리자마자 바로 검을 휘둘러 검기로 범고래의 한쪽 눈을 찔렀는데, 비록 물의 저항에 의해 많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푸욱.범고래의 찔린 눈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는 그것을
”여기 사람 꽤 많네. 아가씨 예쁘게 생겼다.두 남자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척후야.”염구준은 기운으로 그들의 신분을 추측했다.여기 도착했다는 것은 머지않아 은세가문의 대부대가 곧 도착한다는 것을 설명했다.두 전신경 고수는 염구준 일행을 완전히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거록이 키운 개는 정말 약해. 뭘 이렇게 쉽게 죽냐?”“너희들이 죽였어?”정말 안하무인이었다. 전신 경지 정도면 어디를 가도 중견 고수에 속하니 다들 이렇게 거만했다.“잡것들은 내가 처리했어. 복수하러 온 건가?”염구준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되물었다.“복수? 하하하. 거록의 부하들은 원래 쓰레기야. 우리가 나서서 복수할 가치도 없어.”한 고수가 미친듯이 웃으면서 거록의 부하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염구준은 왠지 눈에 거슬렸다.“그래? 그럼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이유가 뭐야?”그런 성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당연히 너를 제압하러 왔지. 여기 물건은 외부인이 넘볼 것이 아니야.”상대방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나 여기 있어. 능력이 있으면 와서 제압해.”염구준은 쓰레기를 보듯 경멸하면서 보았다.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은 전신 경지 고수인데 이런 태도에 참을 수가 없었다.스스슥!두 고수는 갑자기 양쪽으로 흩어지더니 염구준을 잡으려고 협공했다.싸우기 전부터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마.”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워낙 실력 차이가 커서 아무리 전술을 사용해도 소용없었다.이연 일행은 두 전신 고수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믿기지 않아 계속 눈을 비볐다.그들 눈에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만 보였다.‘왔다.’염구준은 두 고수가 빠르게 다가오자 기운을 증폭시켰다.“우리를 우습게 봤어?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두 전신 고수가 돌진했다.그들이 다가올 때 염구준이 순식간에 공격 범위에 들어갔다.상대방은 양쪽에서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탁!그때 염구준이 양손을 들어 두 사람의 목을 조르
이연은 너무 무서웠다.그래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삽을 들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어쨌든 두 사람은 동아리 멤버이니 모른 척할 수 없었다.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고 모닥불 옆에 있었다.“가지 마. 내일 내가 처리할게. 화장을 하면 유골을 가져가.”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이 밤중에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또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연은 친분을 봐서라도 무조건 청해에 데리고 갈 것이다.“오빠,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동아리와 고인의 부모님 대신 인사를 드릴게요.”이연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이런 곳에서 죽임을 당했으니 유골이라도 가져가서 고이 묻어준다면 본인들도 안식할 수 있을 것이다.“아니야. 아직 처리할 것이 있으니까 너희들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염구준이 괜찮다 말하고는 한마디 주의를 주었다.물론, 이런 일을 겪고도 경고를 무시한다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피 비린내 사건을 겪은 후, 몇몇 사람들은 악몽을 꿀까 봐 잠에 들지 못했다.염구준은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다 곤히 잠들었다.진씨 저택에는 여전히 검은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숨었는지 모르겠지만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고 먼 곳에서 지켜보기만 했다.방금 염구준이 발산한 기운은 너무 강력해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달은 밝게 비추고 각종 벌레 소리와 작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끊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온했다.실은 잠복한 세력들이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 오면서 그들의 경각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여기 잠복해 있던 무술인들은 이미 여기 소식을 밖으로 내보냈다.한편, 충격을 받은 은세가문에서 고수들을 진씨 저택에 파견했다.솔직히 염구준도 눈치를 챘지만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은 것뿐이었다.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도 대응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렇게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잠을 잤다.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서 따뜻한 햇살이 모두에게 비췄
염구준이 공포스러운 기운을 뿜자 다들 기운에 억눌려 숨이 턱 막혔다.“선배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희 다 말할게요.”“거록 존주님은 저희 주인입니다. 그분의 체면을 봐서 풀어주세요.”일행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속을 밝혔다.20년이 넘어도 거록 존주는 이곳에 사람을 파견하면서 보물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었다.“거록의 개라면 죽어야겠다.”염구준은 손에 힘을 주면서 손에 잡힌 놈을 가볍게 죽였다.“도망쳐!”살의를 느낀 나머지 그림자는 소리를 지르며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염구준이다.그 정도 실력으로 도망쳐도 소용없었다.얼마지나지 않아 염구준은 한 명씩 쫓아가 전부 살해했다.그리고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그에게 있어 애송이 몇 사람을 해결했을 뿐이었다.“귀신은 다 물리쳤어. 그 정도로 무서웠어?”“악!!”모닥불에 모여 있던 이연 일행은 염구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방금 싸우는 장면을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염구준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똑똑히 봤었다.가면을 쓰고 귀신인 척하는 나쁜 놈들도 무서웠지만 그들을 과감하게 살해한 염구준은 더 무서웠다.이토록 넓은 숲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까지 죽일까 봐 너무 두려웠다.“구… 구준 오빠, 안 다쳤어요?”이연은 생각보다 차분했다.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괜찮아. 저놈들 실력으로 날 해치지 못해.”확실히 염구준의 얼굴과 옷은 다친 곳이 없이 멀쩡했다.거록의 개들을 처리하는 일은 원래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하… 하지만 사람을 죽였잖아요. 감옥에 가면 어떡해요.”이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괜찮아. 내 세상은 너희들과 달라.”하지만 염구준은 손을 휘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강호의 분쟁은 평범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지금은 속으로 벌벌 떨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은세가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이 해결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아마도 더 있는 것 같았다.그들은 이곳을 주시하면서 들어온 사람들은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전에 그림을 파는 사람이 말하길,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가지 못했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그럼 여기서 죽기를 기다려요?”대영이 고함을 지르며 가방을 메더니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오빠, 난 오빠를 믿어요.”이연은 모닥불 옆으로 다시 돌아갔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지금 상황에서 염구준을 믿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혼자 걸어가던 대영은 누구도 따라오지 않자 다시 돌아왔다.워낙 겁이 많아서 혼자 야밤에 숲을 빠져나갈 용기가 없었다.“왜 돌아왔어? 간다며?”염구준이 비웃었다.대영은 살기 위해서 옆에서 뭐라고 하든 꾹 참고 있었다.따르릉!“아아악!”그때 염구준의 휴대폰이 울렸다.바짝 긴장해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위성 전화였다.안목이 있는 사람은 염구준의 손에 있는 통신설비가 무엇인지 알아챘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초상비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미 쇄룡산의 외곽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염구준은 위치추적기를 열면서 몇 마디 당부했다.“내일 아침에 도착할 거 같아.”상대방의 이동속도라면 내일 저녁에 도착할 것 같았다.통화를 마친 염구준은 위성전화를 챙겼다.스스슥!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나 봤어. 바로 저기 있어. 너무 무서워.”검은 그림자를 본 사람이 눈을 질끈 감으면서 몸을 웅크렸다.“눈을 감으면 안 무서워?”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밝은 모닥불 근처에 있어서 본인이 눈을 감아도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었다.“얍!”그때 기합소리가 들리며 그림자가 공격해 왔다.상대방이 접근할 때 달빛을 빌어 얼굴을 확인했는데 푸른색 피부에 송곳니가 튀어나온 귀신이었다.탁!염구준은 바
유령 고택을 찾은 모험 동아리는 너무 기뻤다.그들은 모닥불을 피워 주변에 둘러앉았다.지금 물도 있고 건조 식품도 있고 쉴 곳도 찾아서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반나절 전에 마실 물도 없어서 걸걸거렸던 사람들 같지 않았다.그들은 웃고 떠들며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염구준은 옆에서 이곳의 보물에 대해 생각했다.이렇게 많은 은세가문도 찾지 못한 물건을 혼자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가자. 자극적인 시간이 왔어.”그때 세 사람이 장비를 들고 고택 깊숙이 들어갈 준비를 했다.염구준이 힐끗 보았다.바로 귀신 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던 일행이었다.겁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염구준이 한마디 경고했다.“이곳은 안전하지 못해. 그러니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괜찮아요. 금방 올게요.”세 사람은 대답하고 황급히 떠났다.그들은 여기서 사진 찍은 것을 팔기 위해서 온 것이다.귀신은 보지 못해도 공포스러운 장면만 찍어도 꽤 돈을 벌 수 있었다.어차피 목숨은 자기 것이니 이렇게 말한 이상 염구준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떠나자 모닥불 주변이 조용해졌다.그때 오설희가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대영 오빠, 나 불편해. 나랑 화장실 가자.”“가자. 얼마나 위험하다고. 어디 한번 보자.”대영은 염구준의 눈치를 힐끗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말 속에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염구준은 이번에 멍청한 녀석에게 따지지 않았다.한 번에 다섯 명이 가자 더는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염구준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생각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았다.30분 뒤, 다섯 명은 돌아오지 않고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들렸다.“살려줘! 귀신이야!”비명소리와 동시에 담벼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사방에서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모닥불에 모여 있던 일행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각성을 높였다.비명소리에 놀란 것이다.게다가 지금은 바람에 풀들이 흔들거리고 있어 무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정말 못 말리는 녀석들이었다.“귀신이 어디 있다고 호들갑이야.”
“말 조심하지 않으면 이를 전부 뽑아버린다.”“미친… 다시 안 그럴게요.”깜짝 놀란 대영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뒷담화를 하다가 들키고 뺨을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은 다시 움직여서 제자리에 사라졌다.이 구역 내에서 그림자만 스쳐 지나며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몇 킬로미터 범위라도 시간이 필요했다.남은 사람들은 더는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염구준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정말 식겁했었다.탐색은 계속 진행되었다.염구준은 속도를 높여 최대한 빨리 찾아내려고 노력했다.‘이 구역의 식물에 가려졌을 수도 있어.’하늘에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육지에는 소형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염구준이 스치는 곳마다 깜짝 놀란 동물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순식간에 숲이 난장판이 되어버렸다.한편, 숲 어느 곳에서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깜짝 놀랐다.“큰 짐승인가? 먼저 철수할까?”“설마. 여기 며칠 동안 잠복해 있어도 그런 짐승은 보지 못했어.”두 사람은 이 구역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진씨 저택의 보물은 큰 비밀이 아니기에 일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때문에 이 보물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아니야, 사람 같은데. 속도가 엄청 빨라.”한 남자가 경악했다.“두 분, 거기서 뭘 보고 있지?”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 뒤에 염구준이 나타났다.그 실력으로 미행하다니,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참 궁금했다.“저놈을 죽이자.”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더니 기운을 끌어올려서 염구준을 포위하여 공격했다.2 대 1이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쿵!하지만 염구준에게 접근하기 전에 중상을 입고 뒤로 튕겨 나갔다.두 사람이라도 무술 실력이 형편없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냈어?”염구준이 싸늘하게 물었다.여기에 있다는 것은 진씨 가문의 보물을 노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하지만 어느 쪽 세력인지 알 수 없었다.“우리를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배후는 네가 건드릴 만한 사람이 아니야.”
시간이 흘러, 다들 충분히 놀았는지 물을 챙기기 시작했다.그때 갑자기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빨리 도망쳐. 말벌이 오고 있어!”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계곡에 몇 사람이 사라진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다고 판단했다.웡웡!멀리서 곤충의 날개 짓 소리가 들리더니 말벌 무리가 대영 일행을 쫓고 있었다.저것은 사람을 죽이는 벌이었다.두 번만 찔러도 바로 쇼크사로 사망할 수 있었다.대체 어떤 자식이 건드렸는지 두통이 밀려왔다.대영 일행은 계곡 옆에 뛰어오더니 바로 물속에 들어가 숨었다.나머지 사람들도 말벌의 공격을 피해 물속으로 들어갔다.목표가 사라지자 말벌은 이번에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꺼져!”그는 거대한 기운으로 말벌을 쓸어버리며 뒤로 물리쳤다.강적을 만난 말벌은 재빨리 날개를 저으며 멀리 도망쳤다.말벌도 억울하게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니 불로 태우지 않은 것이다.“푸웁!”그제야 다들 참지 못하고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주변에 말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말벌은 왜 건드렸어?”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대영이 꿀벌을 발견했다면서 같이 꿀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한 남자가 벌에 쏘였는지 퉁퉁 부은 볼을 감싸며 어눌한 소리로 말했다.벌과 말벌도 구분 못하면서 꿀을 먹겠다니 용감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만약 염구준이 없었다면 전부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촤아악!염구준이 손을 뻗어 대영의 뺨을 쳐서 물에 빠트렸다.이번에야말로 대영은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염구준이 무서워서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지금부터 누가 사고 치면 스스로 책임져. 난 다시는 도와주지 않아.”염구준이 주의를 주고 목적지로 걸어갔다.멍청한 팀원을 이끌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짜증이 났다.다들 입을 꾹 다물고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가는 길에 누구도 사고 치지 않으니 이동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해가 지기 전에 진씨 저택이
일행은 짐을 챙기고 염구준의 안내에 따라 길을 떠났다.모두 평범한 사람이기에 움직이는 속도가 많이 느리지만 그래도 방향은 정확했다.솔직히 염구준도 그렇게 급하지 않았다.이 속도로 걷는다면 날이 어둡기 전에는 도착할 것이다.그리고 내일이 음력으로 보름이다.지금 그가 팀의 핵심 인물이니 누구나 다가가서 말을 걸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어쩔 수 없이 이연에게 다가가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모험 동아리들은 하나 같이 대단한 수다쟁이들이었다.마실 물이 없어서 목이 말라도 쉬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거 알아? 유령 저택에 이상한 물건들이 있어서 엄청 무섭대.”“무섭게 그런 말 하지 마. 다 헛소문이야.”“알게 뭐야. 나중에 만나면 바로 눈을 감고 사진을 찍어야지. 돌아가서 비싼 값에 팔 수 있어.”그들 모두 진씨 저택으로 가려고 했다.말은 모험이지만 실은 각자 목적이 달랐다.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러 가는지는 본인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오빠,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요?”이연이 염구준의 등에 대고 물었다.“없어. 어쨌든 난 보지 못했어.”염구준은 대답하고도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주제가 너무 유치해서 대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흥, 세상에 못 봤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지.”대영이 시큰둥하게 말하며 끼어들었다.그 말에 염구준은 기분이 잡쳐 힐끗 노려봤다.“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끼어들라고 가르쳤어?”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보지 못한 물건은 정말 많지 않았다.“아니.”대영은 욕이 튀어나왔다.하지만 방금 일을 생각하고 바로 입을 닫아버렸다.지금 어리석게 굴면 바로 깊은 산속에 묻힐 것이다.그가 염구준을 공격한 것은 트집잡으려는 본능이 발작했기 때문이다.“물 소리가 들리네.”“오빠, 무슨 말이에요?”이연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기 계곡이 있는 거 같아. 그것도 작지 않아.”염구준은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바로 그들이 가는 방향이었다.“계곡, 물이다!”그 말에
“흥, 안 주면 내가 알아서 가지면 되지. 설마 때리기라도 할 거야?”대영은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일행은 대영의 성격을 감당하지 못했다.“경고하는데,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힐끗 보며 나지막하게 경고했다.여기 음식들은 염구준의 것이니 누구에게 주든 안 주든 본인 마음이었다.하지만 대영은 건방지게 손을 내밀어 염구준의 가방에 손을 가져갔다.탁!염구준이 마른 나뭇가지를 들어 가볍게 대영의 손등에 던졌다.“아야!”대영은 재빨리 손을 거두며 옆으로 털었지만 손등이 이미 벌겋게 부어 있었다.염구준이 힘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손등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대영 오빠, 괜찮아?”그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바로 대영의 여자친구 오설희였다.방금 대영이 생수병을 빼앗을 때 속으로 자기 몫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기뻐했었다.“날 때렸어? 밖에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어.”대영이 화를 내며 겁을 주었다.“맞아요. 대영이 어쩌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어요? 그리고 식재료도 많으면서 당연히 우리한테 나눠야 하지 않나요?”오설희가 나서서 맞장구를 쳤지만 멍청하게 염구준의 탓처럼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했다.이런 사람들과 도리를 따져도 알아듣지 못하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싸늘하게 노려봤다.눈빛에서 살기가 감돌았다.“이런 숲에서 두 명이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지.”그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봤다.지금 염구준의 눈빛은 너무 싸늘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구준 오빠, 그러지 마세요. 다들 내 친구인데 물이라도 주면 안 돼요?”이연은 같이 온 일행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사정했다.탈수가 심하면 죽을지도 모른다.염구준은 그들을 둘러보았다.젊은 사람들이 입술이 갈라져서 왠지 마음이 측은했다.“알았어. 연이 체면을 봐서 한 사람당 한 병씩 마셔.”그러자 다들 기뻐하며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감사합니다.”“좋은 사람일 줄 알았어요.”일행은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