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할 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신의 물을 기다리고 있었다.웃으면서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다니 정말 개탄할 수가 없었다.호찬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도명욱 옆으로 걸어갔다.“주인님. 염구준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요. 조심하세요.”쿵!만면에 웃음을 머금던 도명욱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주먹으로 호찬의 가슴을 세게 쳤다.“닥쳐, 방금 시탐했는데 내가 그걸 모르겠어? 이미 졌는데 창피하게 또 핑계를 대서 실력을 더 떠보라는 거야?”그는 자신의 판단만 믿고 부하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억울하게 한 방 맞은 호찬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산 아래에 도착한 염구준과 용준영은 차를 타고 서서히 떠났다.“준영아, 소봉산의 지형을 얼마나 기억했어?”“90%는 기억했어요.”용준영은 사실대로 대답했지만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충분해. 내게 계획이 있는데 네가 가서 준비해야겠다.”염구준은 말하면서 메시지를 보냈다.“네. 이따가 볼게요.”용준영은 메시지 도착한 알람음을 들었다.그리고 염구준은 생각하면서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다시 조정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진숙영은 이제 명상하지 않고 손태석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하지만 한 구석에 아직도 삼신상이 있었다.진숙영이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니 더 노력해야 했다.“구준이 왔어?”진숙영이 해맑게 웃으면서 맞이했다.그동안 염구준이 한 일들은 생각하면 가족을 위해서 꽤 애를 쓴 것 같았다.“장모님, 안색이 많이 좋아지셨어요.”염구준은 식탁 옆에 다가가며 말했다.아직 철저하게 삼선 클럽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 무리들과 함께 미친 짓은 하지 않았다.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손가을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기쁜 나머지 눈물을 글썽거렸다.최근 진숙영의 일로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드디어 해결되어서 너무 기뻤다.한 가족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그날 저녁, 염구준 부부는 바로 자지 않고 이야
“지금 볼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도명욱은 대답하지 않고 끊어버렸다.어제 대결에서 졌지만 염구준이 자신을 해칠 수 없다는 생각에 담이 커진 것이다.염구준은 바로 용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어제 지시한 일은 잘 준비했어?”“밤새워서 준비를 마쳤어요. 아직 리허설을 못해서 효과가 어떨지 모르겠네요.”용준영은 사실대로 대답했다.밤을 새우면서 준비를 마친 지 10분이 지났을 무렵에 염구준이 전화한 것이다.시간이 워낙 촉박해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정말 최선을 다했다.“30분 내에 정리하고 날 데리러 와.”염구준은 효과 같은 건 따지지 않았다.인생에 리허설이란 많지 않았다.대부분 준비할 시간도 없이 바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이번 계획이 성공하면 염구준은 청해에서 삼선 클럽을 무너트리고 대중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신의 존재까지 파괴할 수 있다.비록 이른 아침이지만 지금 소봉산에 삼선 클럽 직원, 회원 그리고 신자들로 북적거렸다.산기슭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포장마차가 들어섰는데, 장사가 너무 잘 되어 사장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새벽에 온 사람들은 좋은 자리를 맡았지만 이제 온 사람들은 산기슭에 자리를 잡았다.그 속에 진숙영의 얼굴이 보이고 주변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숙영 씨, 그 집 사위가 몇 번이나 삼선에게 불경하게 대했으니 이따가 더 정성을 다해 경배해야 해요.”“맞아요. 삼선님이 우리한테 주신 은혜가 더 많다는 걸 일반 사람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거예요.”옆에서 설득했지만 진숙영은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도명욱의 연락을 받고 귀신에 홀린 듯 이곳에 왔지만 마음이 몹시 심란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사람들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필경 그녀는 VIP회원이라 신분부터 달랐다.만약 가족들이 소란을 피우러 왔다면 소봉산 입구부터 차단했을 것이다.시간이 흘러 산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몰렸다.그때 산 곳곳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여러분, 소
어느 정도 돈을 모으자 안내방송에서 격동하는 목소리가 울렸다.“삼선님에 대한 여러분의 성의에 너무 감사합니다. 신의 강림이 곧 시작합니다. 이것은 삼선님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은혜이니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말이 떨어지자 신자들의 얼굴에 엄청난 기대가 넘쳤다.그들 모두 조용히 신이 강림하길 기다렸다.신이 강림할 때마다 어떤 사람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어떤 사람들은 영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저기 보세요. 하늘에 칠색 구름이 나타났어요.”누군가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그 말에 신자들은 하나 같이 하늘을 쳐다보았다.성스러운 장면에 다들 속으로 감탄했다.삼선이 강림하기 전에 모두 이런 현상이 나타났었다.곧 하늘에 뭔가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소봉산으로 이동했다.하늘에서 검은색 점이 점점 확대되어 근처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황금색 빛을 발산했다.황금색에 눈이 부셨지만 다들 똑똑히 보았다.커다란 연화대에 백발 선풍도골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이런 모습은 노인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삼선 클럽의 수단은 꽤 훌륭했다.스스슥!연대가 구름을 갈라 소봉산의 위에 이르자 노인은 천천히 일어서서 연꽃을 밟으며 내려왔다.그 모습은 어느 각도로 봐도 살아 있는 신선이 따로 없었다.“신선님을 뵙습니다.”경배하러 온 신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무릎을 꿇었다.처음으로 이런 장면을 본 사람들은 의심할 수조차 없었다.“하하하. 예를 거두십시오. 나를 봤다는 것은 여러분이 선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오늘은 삼선 클럽에서 한 사람이 저와 인연이 있기에 선궁에 모시려고 합니다.”그 말에 다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에게 행운이 차려지길 기대했다.“그분안 바로 진…”쿵!노인이 이름을 부르려던 찰나,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다행히 가볍게 몸을 돌려 불덩어리를 피해 다치지는 않았다.허공에서 불덩어리를 날린 사람은 이내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져다.갑작스러운 기습에 이름을 완전히 부르지 않았지만 다들 진씨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지금… 뭐 하자는 거야?”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말해! 왜 나를 속였어?”“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다 알고 왔어?”알고 왔다니?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역시 그런 거였어!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혜린아.”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
“예전에 잘나갈 때 나도 잘해준다고 선물도 종종 가져다 주고 그랬는데 저 여자 나한테 시선 한번 안 주더라?”서석호는 두툼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도도하게 굴어도 어쩔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거기, 여기 와서 앉아! 오늘은 오빠가 예뻐해 줄게!”피아노 박자가 다소 빨라지더니 손가을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휴게실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서석호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으로 의사를 표현했다.5년 전 사고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뜨거운 일산화탄소에 성대가 손상되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그 뒤로 그녀는 수화를 몸에 익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야 해서요. 재밌게 놀다 가세요.]수화로 의사를 전달한 그녀는 다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그녀가 서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가 그녀의 옷자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애 보러 가는 거야?”그는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아,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딸 희주 있잖아? 손혜린이 걔를 우리 조카한테 보내주기로 했어!”“우리 조카 알지? 우리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왕자님이잖아. 애가 좀 멍청하기는 해도 예쁜 여자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 지난번에 걔랑 같이 놀라고 데려온 여자애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즉사했다지?”손가을은 움찔하며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석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소리 없이 흐느꼈다.서석호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혜린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였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딸 희주는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왜? 마음 아파?”서석호가 입술을 감빨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딸 살리고 싶어? 간단해! 내가 평소에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 거야! 여기 사람
“내가 잘못했어.”염구준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손혜린한테 속아서 5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어. 내가 속지만 않았어도….”“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서석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염구준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개 같은 자식,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손가네 데릴사위, 염구준?”“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내 이놈을 당장!”고래고래 떠들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아귀를 뻗어 서석호의 턱을 잡고 비틀었다.우드득!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하 치아가 순식간에 맞물리며 서석호의 혀를 잘랐다!그 뒤에 이어진 발차기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던 서석호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에 있던 호화 안마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석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손가을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염구준의 품에 안긴 염희주마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190cm를 자랑하는 장신 서석호가 가볍게 나가 떨어져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으… 윽….”놀란 손가을도 다급한 마음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염구준의 팔을 밀쳤다.‘도망가. 빨리 도망가. 여긴 서가네 아지트야. 온통 서가네 사람들 뿐이라고!’“두려워하지 마.”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만 원한다면 저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릴 수 있어. 내 딸과 처를 괴롭힌 놈들은 죽어도 싸!”그냥 겁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전신전 전주의 선전포고였다.어차피 사회의 암 같은 존재들뿐인데 좀 죽이면 어때서?"………" 손가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렸다.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당신이 군인이었다 하더라도, 무공이 뛰어나고, 서석호를 죽일 수 있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하
어느 정도 돈을 모으자 안내방송에서 격동하는 목소리가 울렸다.“삼선님에 대한 여러분의 성의에 너무 감사합니다. 신의 강림이 곧 시작합니다. 이것은 삼선님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은혜이니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말이 떨어지자 신자들의 얼굴에 엄청난 기대가 넘쳤다.그들 모두 조용히 신이 강림하길 기다렸다.신이 강림할 때마다 어떤 사람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어떤 사람들은 영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저기 보세요. 하늘에 칠색 구름이 나타났어요.”누군가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그 말에 신자들은 하나 같이 하늘을 쳐다보았다.성스러운 장면에 다들 속으로 감탄했다.삼선이 강림하기 전에 모두 이런 현상이 나타났었다.곧 하늘에 뭔가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소봉산으로 이동했다.하늘에서 검은색 점이 점점 확대되어 근처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황금색 빛을 발산했다.황금색에 눈이 부셨지만 다들 똑똑히 보았다.커다란 연화대에 백발 선풍도골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이런 모습은 노인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삼선 클럽의 수단은 꽤 훌륭했다.스스슥!연대가 구름을 갈라 소봉산의 위에 이르자 노인은 천천히 일어서서 연꽃을 밟으며 내려왔다.그 모습은 어느 각도로 봐도 살아 있는 신선이 따로 없었다.“신선님을 뵙습니다.”경배하러 온 신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무릎을 꿇었다.처음으로 이런 장면을 본 사람들은 의심할 수조차 없었다.“하하하. 예를 거두십시오. 나를 봤다는 것은 여러분이 선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오늘은 삼선 클럽에서 한 사람이 저와 인연이 있기에 선궁에 모시려고 합니다.”그 말에 다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에게 행운이 차려지길 기대했다.“그분안 바로 진…”쿵!노인이 이름을 부르려던 찰나,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다행히 가볍게 몸을 돌려 불덩어리를 피해 다치지는 않았다.허공에서 불덩어리를 날린 사람은 이내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져다.갑작스러운 기습에 이름을 완전히 부르지 않았지만 다들 진씨
“지금 볼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도명욱은 대답하지 않고 끊어버렸다.어제 대결에서 졌지만 염구준이 자신을 해칠 수 없다는 생각에 담이 커진 것이다.염구준은 바로 용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어제 지시한 일은 잘 준비했어?”“밤새워서 준비를 마쳤어요. 아직 리허설을 못해서 효과가 어떨지 모르겠네요.”용준영은 사실대로 대답했다.밤을 새우면서 준비를 마친 지 10분이 지났을 무렵에 염구준이 전화한 것이다.시간이 워낙 촉박해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정말 최선을 다했다.“30분 내에 정리하고 날 데리러 와.”염구준은 효과 같은 건 따지지 않았다.인생에 리허설이란 많지 않았다.대부분 준비할 시간도 없이 바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이번 계획이 성공하면 염구준은 청해에서 삼선 클럽을 무너트리고 대중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신의 존재까지 파괴할 수 있다.비록 이른 아침이지만 지금 소봉산에 삼선 클럽 직원, 회원 그리고 신자들로 북적거렸다.산기슭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포장마차가 들어섰는데, 장사가 너무 잘 되어 사장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새벽에 온 사람들은 좋은 자리를 맡았지만 이제 온 사람들은 산기슭에 자리를 잡았다.그 속에 진숙영의 얼굴이 보이고 주변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숙영 씨, 그 집 사위가 몇 번이나 삼선에게 불경하게 대했으니 이따가 더 정성을 다해 경배해야 해요.”“맞아요. 삼선님이 우리한테 주신 은혜가 더 많다는 걸 일반 사람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거예요.”옆에서 설득했지만 진숙영은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도명욱의 연락을 받고 귀신에 홀린 듯 이곳에 왔지만 마음이 몹시 심란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사람들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필경 그녀는 VIP회원이라 신분부터 달랐다.만약 가족들이 소란을 피우러 왔다면 소봉산 입구부터 차단했을 것이다.시간이 흘러 산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몰렸다.그때 산 곳곳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여러분, 소
하산할 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신의 물을 기다리고 있었다.웃으면서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다니 정말 개탄할 수가 없었다.호찬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도명욱 옆으로 걸어갔다.“주인님. 염구준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요. 조심하세요.”쿵!만면에 웃음을 머금던 도명욱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주먹으로 호찬의 가슴을 세게 쳤다.“닥쳐, 방금 시탐했는데 내가 그걸 모르겠어? 이미 졌는데 창피하게 또 핑계를 대서 실력을 더 떠보라는 거야?”그는 자신의 판단만 믿고 부하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억울하게 한 방 맞은 호찬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산 아래에 도착한 염구준과 용준영은 차를 타고 서서히 떠났다.“준영아, 소봉산의 지형을 얼마나 기억했어?”“90%는 기억했어요.”용준영은 사실대로 대답했지만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충분해. 내게 계획이 있는데 네가 가서 준비해야겠다.”염구준은 말하면서 메시지를 보냈다.“네. 이따가 볼게요.”용준영은 메시지 도착한 알람음을 들었다.그리고 염구준은 생각하면서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다시 조정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진숙영은 이제 명상하지 않고 손태석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하지만 한 구석에 아직도 삼신상이 있었다.진숙영이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니 더 노력해야 했다.“구준이 왔어?”진숙영이 해맑게 웃으면서 맞이했다.그동안 염구준이 한 일들은 생각하면 가족을 위해서 꽤 애를 쓴 것 같았다.“장모님, 안색이 많이 좋아지셨어요.”염구준은 식탁 옆에 다가가며 말했다.아직 철저하게 삼선 클럽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 무리들과 함께 미친 짓은 하지 않았다.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손가을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기쁜 나머지 눈물을 글썽거렸다.최근 진숙영의 일로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드디어 해결되어서 너무 기뻤다.한 가족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그날 저녁, 염구준 부부는 바로 자지 않고 이야
대결을 통해 실력만 평가한다면 굳이 벌칙을 세울 필요가 없다.포켓의 크기를 겨루는 것 같지만 실은 상대방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문제없습니다, 시작하시죠.”염구준은 상대방의 대결 방법이 너무 신기했고 옆 사람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반천인 고수 두 명의 대결은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이다.스스슥!도명욱은 손을 들어 포켓 2장을 공중에 날렸다.두 사람의 눈에 색다른 광채가 돌았다.“시작!”포켓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대결은 시작되었다.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갑자기 흥분하며 눈에 힘을 주었다.스스슥!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공중에서 포켓이 날아다녀도 신경 쓰지 않고 급히 서로에게 돌진했다.포켓 대결은 허울일 뿐, 상대방의 실력을 시탐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쿵!순식간에 두 사람 주변에 강한 기운이 맴돌았다.강력한 힘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 파동을 일으켰다.바닥이 흔들거리자 주변 사람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하늘에 포켓마저도 찢어지고 종이 쪼가리들이 날아다녔다.“합!”기운에 약간 밀린 도명욱은 기합소리를 내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하지만 실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물론 염구준이 봐준 것이다.아니면 상대방은 그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고 튕겨 나갔을 것이다.반면, 도명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염구준의 실력을 파악할 때까지 전력으로 싸우려고 했다.서로 기운을 시탐한 후, 두 사람은 포켓을 뺏기 시작했다.그 사이에도 두 번이나 초식으로 겨뤘지만 염구준이 실력을 낮추었기에 겉보기에 막상막하였다.앞으로 계획을 위해 도명욱을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타올라라!”염구준은 포켓 5장을 잡고 불의 원소 힘으로 깨끗이 태워버렸다.이미 상대방의 실력을 알아냈기에 빨리 무료한 대결을 끝내고 싶었다.화염이 일어나자 나머지 포켓은 전부 타버리고 재가되어 허공에서 날아다녔다.도명욱은 손이 늦어 포켓 2장밖에 빼앗지 못해 대결에서 졌다.하지만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
"배상금을 좀 줄일 수 있을까요?" 도명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 아들 몸에 있는 살이 줄 수 있으면 배상금도 줄 수 있어요."염구준은 옆에 있는 도운홍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의논할 여지가 없다는 거군.’한참 뒤 도명욱은 이를 악물고 마음 아픈 걸 참으면서 말했다."그래요, 5천억 드리겠습니다. 지금 계좌이체 해드리죠."이렇게 되면 최근에 끌어모은 건 다 허탕을 친 셈이 된 거고, 뿐만 아니라 저축한 돈까지 날린 게 되었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돈을 받고 조롱하는 걸 잊지 않았다. 잔인하게도 말이다.사실 그에게 있어서 이 돈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앞으로 요양원이나 더 지어서 사람들이 ‘신의 물' 따위에 속지 않게 해야지.’"당신..."도명욱은 상대방의 도발에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 했다.일종의 좌절감이 그를 뒤덮었다.‘이게 다 자식 교육 잘못한 내 탓이지.’오늘 그는 마침내 잘못된 교육이 불러온 결과를 알 게 되었다. 그것도 심하게 당하는 방식으로 말이다.옆에 있는 사람들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주인이 평소에 생각이 깊고,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긴 하지만 줄곧 양보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이제는 풀어줘도 되겠지요?"도명욱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손해가 너무 심해서 그는 현재 웃을 수가 없었다."이제 가봐, 복덩어리야."이에 염구준은 누르고 있던 기운을 거두어 도운홍을 풀어주었고, 그는 바로 달려가 울며불며 하룻밤 사이에 겪은 비참한 경험을 이야기했다."운홍이가 휴식을 취하도록 데리고 가."도명욱은 두 눈을 감고 분부했다.‘이래도 안 때리네? 정말로 아끼긴 아끼나 보군.’반면에 오늘에 온 목적을 거의 다 이룬 염구준은 기분이 좋아서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어때?"염구준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물었고, 이에 다른 사람들은 그가 뭘 말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됐어요." 그러나 용준영은 그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이렇게 비밀 얘기를 나눈 후
"운홍이는 아직 어린 아이예요!" 도명욱은 분노를 참고 꽉 쥔 주먹을 풀면서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웃은 후 싸늘하게 말했다. "하하하!""당신도 인간미가 있군요? 전 또 짐승처럼 생각이 없는 줄 알았네요.""지금 줄 선 사람들을 좀 봐요. 저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앗아가는 ‘신의 물’따위를 위해 한 가정을 망쳤을까요?"이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전부 사실이었다.도명욱은 계속 물러섰지만 염구준은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없이 계속 몰아세웠다.집에 있는 장모님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서였다.만약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을 줄까 봐 걱정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당장 이 자리에서 상대방을 죽였을 것이다.염구준의 질책에도 도명욱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한숨만 쉬었다."후, 저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윗분들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표정과 말투만 보면 그의 말은 진짜 같았다.‘쉽지 않네.’그러나 염구준은 상대방을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날 속이려면 아직 멀었어.’"정말 난처하시겠네요."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져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은 그의 말을 믿지 않으니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상대방의 말 뜻을 바로 알아차린 도명욱은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 "제 아들의 본성을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애가 철부지인 건 당신도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저 애의 잘못을 더는 따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저도 당연히 바보한테 잘못을 따질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대답한 뒤 화제를 바꿨다."그럼 저희 장모님 일과 손씨 그룹에 사람을 보낸 일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모처럼 왔으니 그는 전의 일까지 모두 해결할 생각이었다."그건... 전에 조금 바빠서 제가 소홀했습니다. 모두 아랫사람들이 멋대로 한 거예요. 전 전혀 몰랐답니다.""제게 담이 열 개가 있더라도
염구준은 주위의 경호원들을 보면서 소봉산에 있는 대부분의 전력이 모두 모였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러면 삼선 클럽의 보안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알 것 같네.’그는 생각하는 한편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상대방이 정말로 눈치 없이 공격한다면 이곳을 없앨 생각이었기 때문이다.쌍방이 한참 대치하고 있을 때, 호찬이 갑자기 나타났다.앞에 있던 경호원은 강자가 온 걸 보고는 웃으면서 맞이했다."호찬님, 저 자식이..."쾅!그러나 그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호찬은 그를 차버리고 싸늘하게 말했다. "주인님께서 초대한 손님도 감히 막다니, 죽고싶은 건가?"사실 호찬은 산꼭대기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염구준의 모습을 보지 못한 도명욱이 한 번 보고 오라고 보낸 것이었다. ‘아래에서 부하들이 막고있던 거였을 줄이야.’"에이, 한판 못 붙겠네?"염구준은 호찬을 보고 기운을 거두었다."농담이 심하시네요. 안으로 드시죠."호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고 염구준은 그의 인솔하에 산꼭대기를 향해 걸어갔다.도운홍은 현재 복면에 머리가 씌워진 채로 용준영에게 끌려가는 중이었다.아직 일을 처리하지 못했으니 염구준은 그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위로 올라갈 수록 염구준은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노인들임을 발견했다.삼선 클럽의 목표는 매우 명확했다. 바로 최고의 성공률을 위해 타켓을 노인들로 정하고 사기치는 것이었다.사람들은 염구준의 배경을 보고 부러워 하기도, 궁금해 하기도 했다. 줄을 설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삼선 클럽의 사람을 때렸음에도 아무 벌도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염구준이다!"마침내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소리 질렀지만 이때에 그는 이미 산꼭대기에 이르러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한편, 도명욱은 산꼭대기의 정자에 앉아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돌상 하나, 차 주전자 한 개, 컵 두 개 그리고 몇 접시의 과일들이 놓여져 있었다.대충 보아도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아 보였다."여기 앉으시죠."도명
보름 전, 이곳에 세 개의 신상들을 들여온 후 이곳을 삼선 클럽의 청해시 지점으로 선정했고, 그 후 대량의 신도들과 회원들이 이곳에 와서 ‘신의 물' 을 구하기 위해 절을 하고 돈을 냈었다. 가끔 기적이 일어나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이건 초상비가 염구준에게 알려준 거였다."미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바치러 오다니, 삼선 클럽 장사 잘 되네."염구준은 산꼭대기에서 산기슭까지 줄을 선 행렬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하긴, 장모님도 그러셨겠지.’그러나 바로 이때, 눈앞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장면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긴 대열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몇 명의 젊은이들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었다."아버지, 저희 이제 돌아가요, 네? 집에 더 이상 돈이 없어요." 젊은이가 노인의 팔을 잡아당기며 설득했다."안 가, 나는 ‘신의 물’을 원해. 난 영생을 원한다고. 내가 돈 좀 쓰는 게 어때서 그래?"이에 노인은 옆에 있는 큰 나무를 껴안고는 죽어도 놓지 않으려고 했다.가족들은 모두 노인이 다칠까 봐 지나치게 힘을 쓰지 못하고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이거 다 거짓말이에요. 어떻게 불로장생 할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이 있을 수 있겠어요?"그들에겐 정말 방법이 없었다.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만큼 했지만 노인의 마음을 끝내 돌리지 못했다."쉿, 허튼소리 하지 마. 삼선님한테 불경하게 굴어서는 안 돼."그들의 말에 노인이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이곳은 삼선 클럽의 구역인 소봉산이었기에 모두의 일거투속이 전부 감시카메라에 찍혔다."흥, 삼선 같은 소리하네. 이건 그냥 다 돈 벌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요." 그의 말에 노인의 가족들이 끝내 폭발했다.노인이 삼선 클럽에 가입한 이후로 그들 가족은 한시도 평온한 하루를 보낸 적이 없었다. "감히 삼선을 욕해? 건방지기는!"이때, 큰 외침소리와 함께 소봉산의 치안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나와서 그들을 에워쌌다. 여기서 난리를 치면 돈 버는데에 피해를 주니 당연히 가만히
바로 이때 문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찬과 도련님의 경호원들이 돌아왔습니다.""운홍이는?"도명욱은 이 말을 듣고 느낌이 좋지 않아 서둘러 나가 보았다."저희를 벌 해주십시오, 주인님!"호찬과 경호원들은 그를 보자마자 모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도련님을 잃어버린 건 아주 큰 잘못이니까 말이다.생사가 도명욱의 기분에 달려있는 그들의 삶은 정말 개보다 못했다."이 병신 새끼들. 너희들 도대체 뭔 쓸모가 있어?"도명욱은 크게 소리 지르며 분풀이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미친듯이 때렸다.아무리 강한 호찬이라도 그에게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어릴 때부터 도씨 가문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사상을 주입받았기 때문이었다."하아... 하아..."도명욱은 살아있는 사람이 몇 안 남을 때까지 때리다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염구준이 나선 거야?"낮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염구준은 반보천인이라고 했다."네, 아주 강합니다. 도주님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요."호찬은 어렵게 일어나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짝!이 말을 들은 도명욱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힘껏 뺨을 때렸다."닥쳐, 외부의 벌레새끼가 어떻게 도주님들과 비교할 수 있겠어?"이 강한 위력에 호찬은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한바탕 화를 내긴 했으나 일은 그래도 처리해야 하니 도명욱은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 "사람들을 대기시켜. 내가 직접 염구준을 만나봐야겠으니까."비록 조직 내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도 반보천인이기에 약한 편은 아니었다.그러나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호찬을 한 눈 보고서 곧 상대방을 제지했다."잠깐만, 방금 전 계획은 취소한다. 염구준이 오도록 편지를 써서 보내."호찬의 말이 조금 거북하기는 했으나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니 도명욱은 경각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염구준을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귀염둥이 아들이 소중하기는 하지만 그의 야망에 비하면 아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날 밤, 도운홍을 처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