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인즉슨, 방어가 약한 공장이 320개나 된다는 말이다.“용하에서 송씨 가문의 모든 공장 위치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공격당한 공장 위치도 부탁할게요.”염구준이 분신술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일단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맹목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손해만 보니, 힘들고 까다로운 일은 손도 대기 싫었다.“그게…”송청연이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송윤호를 쳐다봤다.어떤 공장의 위치는 매우 은밀하여 가족들에게도 비밀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말씀 드려. 가주도 모든 정보를 염구준 씨한테 공개하라고 허락하셨어.”송윤호가 권한을 주었다.송청연은 의심스러우면서도 태블릿을 꺼내 설명하기 시작했다.“지도에서 검정색 점이 송씨 가문의 공장이에요. 빨간색 원모양은 이미 공격당한 공장이고요.”어떤 공장은 송씨 가문의 사업비밀일 뿐만 아니라 용하국의 극비이기도 했다.“휴… 무질서하네요.”지도를 살펴보던 염구준이 결론을 내렸다.공격당한 공장은 서로 간에 아무런 연관이 없고 어떤 곳은 두 번이나 공격당했다.현재 단서로 볼 때 청목 존주가 용하에 기지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아니면 이렇게 많은 공장을 습격할 수 없었다.그 말에 송청연이 물었다.“염구준 씨,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송씨 가문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회의를 여세요. 회의에서 구제척인 계획을 상의할 겁니다.”염구준은 이미 머릿속에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네.”송청연은 묻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담당자에게 연락했다.워낙 일처리가 훌륭해서 얼마되지 않아 임시회의를 주최했다.회의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급한 일로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영상으로 참여했다.거의 다 모였을 때 염구준이 목을 가다듬고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제 계획은 매우 간단합니다. 경비가 약한 공장을 전부 강철 도시로 옮기는 겁니다.”적을 유인하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상대방이 어느 공장을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그 한마디에 현장에
송씨네 가주가 나서서 발언하자 일부 작은 공장이 이전을 시작했다.송청연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운송 수단을 동원했더니 하루 만에 대부분 완성했다.송씨 가문은 외부인을 무작정 믿는 것 같지만 실은 현명하고 염구준의 생각과 비슷했다.송씨 공장은 혼란스러운 가운데 공 사업까지 진행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나고 강철 도시의 모든 공장은 무사하게 지냈다.하지만 불만을 품은 네 사람은 경호실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뜯으면서 토론하기 시작했다.“염구준이 개떡 같은 방안을 내세워서 우리가 꼬박 교대로 밤을 지켰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네.”“맞아. 상대방이 한 번을 공격했지 두 번까지 바보 짓을 하겠어?”술 기운에 네가 한마디 내가 한마디 주고받으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그중 한 사람은 술만 마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휘, 네가 말해봐. 너 혹시 염구준을 무서워하냐?”한 사람이 이간질을 했다.“무서워한다고? 그날 아가씨 체면을 봐서 참은 거야. 아니면 바로 병신 만들었어.”송찬휘는 발끈하며 분을 삭이느라 씩씩거렸다.염구준만 언급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인간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송청연의 주변을 지켰지 이런 공장에 틀어박혀 있지 않았다.“쳇, 허풍은. 탱크 형님도 졌는데 네가 어떻게 상대가 되겠어.”누가 껄껄 웃자 송찬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다 갑자기 좋은 수가 생각났다.“전력이 강한다들 무슨 소용이야. 내가 그놈을 궁지에 몰아넣을 거야. 너희들도 참여할 거야?”그 말에 갑자기 침묵이 흐르더니 누군가 잔을 번쩍 들었다.“네가 하면 우리도 할게. 우리 네 명이 마음을 합치면 송씨 가문에서 좋은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거야.”“건배!”네 남자는 동시에 잔을 들어 이미 승리한 것처럼 축배를 들었다.그들 모두 송씨 가문의 양자로 자주 하는 말이 ‘부자가 되자’였다.“에취, 에취!”사무실에서 염구준이 두 번이나 재채기를 하고는 손으로 코를 만지작거렸다.“어떤 놈이 나를 욕하고 있어?”한 번은 누가 내 생각을 하는
“아… 아가씨. 큰일 났어요. 송찬휘가 따지러 왔어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파업할 거래요.”중요한 시기에 이런 소란을 피우면 정말 큰일이다.“앞장서세요.”송청연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부하를 따라 나갔다.“귀찮게 됐네.”염구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송윤호는 다른 곳에 파견되어서 그가 직접 해결해야 했다.비록 송청연도 어느 정도 수완이 있지만 그에 비하면 마음이 여려서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했다.“염구준, 넌 우리를 개처럼 부려먹었어. 이리 나와 따져보자.”“맞아. 오늘 반드시 해결해야겠어.”송찬휘가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자 나머지 세 명이 맞장구를 쳤다.그는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랐기 때문에 선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송청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명령투로 말했다.“송찬휘, 네 사람들을 데리고 공장으로 돌아가.”하지만 대놓고 시비를 걸러 왔는데 그녀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아가씨. 이건 우리와 염구준의 일이에요. 끼어들지 마세요.”송찬휘는 아예 체면을 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갈 작정이었다.“나 왔어. 뭘 따지고 싶은데?”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나더니 염구준이 안에서 나왔다.이런 시기에 소란을 피워서 몹시 짜증났다.“네가 온 후부터 우리 매일 2교대를 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 우릴 개처럼 부려먹은 거지?”송찬휘는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허리에 손을 얹으면서 당당하게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죠?”염구준은 송청연에게 따졌다.“이 사람들에게 월급 3배를 준다고 말해주지 않았어요?”“송찬휘에게 직접 말해서 부하들에게 전달하라고 했어요.”송청연은 그제야 송찬휘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하는 대신 월급 3배를 주면 이렇게 달려와서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월급 3배?”부하들은 높은 대우에 입을 닥치고 다시는 염구준을 겨냥하지 않았다.그들도 처음 듣는 일이었다.그렇다면 그 돈은 지금 어디에 갔단 말인가?“송 대
“누가 가서 재무담당자 불러와요. 오지 않겠다면 납치해서라도 데리고 오세요.”염구준은 곁에 있는 직원을 불러 지시했다.“네.”직원은 짧게 대답하고 몇몇 사람과 함께 떠났다.월급에 관련된 일이니 다들 무슨 영문인지 알고 싶어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어딜 가?”송찬휘가 고함을 지르며 떠나가는 사람들 막았다.정말 재무담당자가 와서 모두 인정한다면 모든 일이 낭패가 된다.퍽!갑자기 그는 얼굴에 전해지는 고통에 눈앞이 핑 돌면서 옆으로 튕겨 나갔다.바로 염구준이 주먹을 날린 것이다.“내가 움직이라고 했어? 얌전히 있어.”선동자 송찬휘가 제압당하자 다른 부하들은 꼼짝도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와 욕설이 들렸다.“이거 놔.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힘만 센 무식한 놈들아.”방금 나갔던 직원들이 한 여자를 등에 메고 들어왔다.여자의 이름은 고연진, 송씨 그룹에서 철강 도시 자회사 총책임자다.“최근 경호 담당 직원들의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했어요?”염구준이 버럭 화내며 물었다.그 말에 고연진이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초과근무 수당은 거액이라 자칫하면 감옥에 갈 수 있었다.“그게…”그녀가 말할 때 두려운 표정으로 자꾸 송찬휘 쪽을 힐끔거렸다.“꾸물거리지 말고 말하세요. 송찬휘가 이미 자백했어요.”염구준은 공세를 가해서 거짓말을 둘러댔다.“아니…”살아남기 위해 고연진은 송찬휘가 말하기 전에 자백했다.“송찬휘예요. 송찬휘가 제 누드 사진을 찍어 초과근무 수당을 주지 말라고 했어요.”사실이 드러나자 송찬휘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본인이 잘못해 놓고 일을 벌이다니 정말 용기가 가상했다.“송찬휘, 우리 가문에서 널 데려다 키웠는데 이렇게 은혜를 갚아?”송청연은 더는 참지 못했다.이런 행동으로 송씨 가문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니 격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 저는 염구준이 꼴 복기 싫어서 그랬어요. 여기 온 지 며칠도 안 되었는데 아가씨와 밤낮으로 계속 붙어다니잖아요. 무슨 자격으로 그러는 거죠?”송찬휘는 더는 숨기지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 후, 송청연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송찬휘가 적지 않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나가서 아마 일손이 부족할 거예요.”하지만 염구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바라던 바예요. 위기가 닥쳤을 때 내 부하들이 나타날 겁니다.”송청연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얼떨떨했다.어두운 동굴 속, 신비한 기지에 등이 켜진 방이 있었다.그 안에서 한 사람은 컴퓨터 앞에 앉아 여러 개의 CCVT를 감시하고 있었다.“송씨 가문에서 경호를 강화했어. 여러 번이나 공격했지만 실패하고 많은 사람을 잃었어.”“절반 산업이 강철 도시로 흘러서 공격하기 쉬운데, 그곳에 염구준이 있잖아.”“뭐가 무서워. 우리 함께 달려들면 꼼짝도 못하고 당할걸? 최신 소식인데 거기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지금 경호가 소홀하대.”이 사람들은 모두 청목 존주의 부하들이다.송씨네 공장을 습격한 것도 모두 이 사람들의 작품이다.모여서 한참이나 상의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았다.“진목아. 넌 우리 중에서 최고 지휘관이잖아. 말 좀 해 봐.”한 사람이 이름을 부르며 물었다.“일이 쉽지 않아.”진목의 두서 없는 말에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왜 청목 존주가 이런 사람을 아끼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 부품이 한참이나 부족해. 청목 존주의 계획을 망치면 안 된단 말이야.”시급한 일이기 때문에 그들도 위험을 무릎 쓰고 송씨네 공장을 습격한 것이다.한참을 생각하던 진목이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강철 도시 공격에 동의하는 사람 손 들어.”그 중 이해관계는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청목 존주가 너무 다그쳐서 어쩔 수 없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과반수가 손을 들었다.한 번만 위험을 무릎 쓰면 기계 부품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었다.“그래. 그럼 강철 도시로 가자.”“우리 두 팀으로 가자. 한 팀이 공격을 시도하다 방어가 약해지면 두 번째 팀이 전면 공격하는 거야.”진목은 느린 속도로 짧게 말했지만 실행 가능성이
“네.”송청연은 오해한 것이 부끄러워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정말 창피해 죽겠어.’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염구준이 왠지 부끄러운 일을 할 것만 같았다.순간 가슴이 너무 아팠다.어둠이 드리우자, 공장 내부에 등이 하나씩 켜졌다.공장에 지금 경호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대표님 사무실도 등이 켜져 있었다.“우리 밤새 여기에 있어야 해요?”송청연이 피곤한 내색을 하며 하품했다.“졸리면 주무세요. 저기 소파에 침낭이 있어요.”염구준은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방어 위치를 조정했다.‘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부족한가?’그 모습을 본 송청연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하루 종일 이상한 생각만 하는 자신에게 뺨이라도 갈기고 싶었다.“아내분, 엄청 예쁘시겠네요.”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그녀는 일상적인 얘기를 꺼냈다.“예쁘죠. 내 마음속에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착하고 제일 현명한 여자예요.”아내 자랑을 늘어놓는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세 번에나 ‘제일’을 사용해서 최고임을 설명했다.“참 부럽네요. 나도 곁에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지금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요.”송청연의 말에 외로움이 느껴졌다.“뭐가 부러워요? 인생은 원래 본인의 능력에 의지하는 거예요.”한 때 염구준의 좌우명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지금 그는 강자가 되어 팔방의 적을 물리칠 수 있지만 몇 년 전에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사였다.오늘의 성과는 본인의 힘으로 이룬 것으로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송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최선을 다해 운명을 바꿔서 송씨 가문의 가주가 되고 싶었다.그때 염구준이 휴대폰을 집어넣고 그녀에게 다가왔다.‘뭐야? 다가오고 있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송청연은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걱정하던 일이 드디어 발생하나 싶었다.역시 남자들은 말하는 것과 행동이 달라서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뭐 하세
상대의 실력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아챈 그는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공격 한 번 참 시끄럽게 한다."염구준은 상대방의 공격이 가소롭게만 느껴져 재빨리 타이밍을 찾아 상대방의 두 팔을 꽉 잡고 힘을 주었고, 곧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두 팔을 전부 부러뜨렸다.팔을 잃었으니 이 개조 로봇은 이제 고철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염구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들어 상대방을 절반으로 잘라버렸다."지잉."짧은 기계음과 함께 개조 로봇은 눈에서 빛이 흩어지더니 곧 완전히 움직이지 못했다.상대방의 목적이 먼저 송청연을 해결한 후 강철 도시, 송씨 가문이 우두머리를 잃게 만들어 계획을 더 순리롭게 실행하려는 것임이 너무 확연했다.지잉, 지잉.모든 걸 처리함과 동시에 송청연의 휴대폰들이 울렸다."아가씨, 7번 공장이 습격을 당했습니다. 지원 바랍니다.""5번 공장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곳 경비원은 더 이상 상대방을 막을 능력이 없어요.""아가씨, 빨리 가세요. 저희가 적들을 막을게요."걸려온 전화 중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었다.염구준은 옆에서 진지하게 경청하며 속으로 묵묵히 공장의 수를 셌다.'총 8개인가?'비록 많은 전화들이 걸려왔지만 손해를 본 공장은 강철 도시의 공장 중 10분의 1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지금 떠보는 거군.'이 방법은 염구준이 예전에 많이 썼었던 것이었기에 그는 한 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전 신경 쓰지 마시고 가서 아랫사람들을 도와주세요."송청연이 재촉했다.이렇게 큰 규모의 싸움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당신의 안전을 먼저 보장해야 합니다. 당신이 잡히면 일이 더 귀찮아지 거든요. 그쪽 사람들은 다른 공장 사람들더러 지원하라고 할테니 걱정마요."염구준은 떠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비원들더러 위치를 움직이라고 명령했다.한편, 바닥에 누워있던 개조 로봇은 최저의 에너지로 작동하며 이곳의 대화를 멀리서 대기하고 있는
"다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으니까 걱정마요."상대방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송청연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청룡!"이때, 염구준이 크게 외치자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는 사람 한 명이 창문으로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대표님."그는 비록 지금 현재 전신전의 주인이지만 여전히 염구준을 공손한 태도로 대했다."나는 나가서 한 바퀴 돌아볼 테니까 이 아가씨 곁을 잘 지켜."염구준은 상대방의 인사말을 듣고 분부했다."하지만..."원래 사람을 지키는 임무가 아닌 싸움 임무를 맡을 줄 알았고, 정말 적들과 붙어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에 그는 염구준의 말을 반박했으나 염구준은 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이 나이에 왜 여전히 솔로인지 정말 모르겠어?"말을 마친 뒤 그는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전신전은 염구준이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생각해둔 비장의 카드였다.얼마 뒤, 염구준은 고층 건물 위에서 손을 등 뒤에 지고 서서 강철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았다.도시안의 불빛을 빌어 그는 멀리서부터 많은 검은 점들이 빠르게 도시 쪽으로 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각종 싸움 소리, 고함 소리가 한데 뒤섞여 지금 도시는 매우 혼란스러웠다."적이 이미 쳐들어 왔으니 저희도 나설까요?"전신전 내부 채널에서 백호, 주작 등이 잇달아 그의 답을 기다렸다. "그건 급하지 않아. 적이 아직 도시 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염구준이 바로 대답했다. '이런 규모의 함정을 만들기 위해 며칠이나 걸렸는데, 당연히 한번에 가능한 한 많은 적을 죽여야지.'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에 진입하는 적들은 줄어들었고, 대부분의 개조 로봇들은 이미 도시 안에 진입했다."행동해. 이번 작전의 코드명은 문을 닫고 개를 때리자야.""알겠습니다."염구준의 명령하에 강철 도시중의 호텔, 민박집에서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개조 로봇을 죽였다.이 모습을 본 그는 곧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이렇게 대규모의 전투를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