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까지 불렸다고 겁을 먹을 염구준이 아니었다.피식 웃는 모습을 보자 구현준은 더 화가 치밀었다.“내 다리 밑으로 지나가. 아니면 여기서 떠날 생각하지 마.”이렇게 하는 이유는 송청연에게 그녀가 선택한 남자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보여주기 위함이다.“좋아.”염구준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하하하하.”그 대답에 구현준이 의기양양해서 큰소리로 웃었다.송청연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지만 염구준이 제지했다.지금 현장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은 송윤호다.그는 관련이 없는 사람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뭐 하러 자기 무덤을 파. 그냥 얌전히 있지.”기껏 웃은 구현준이 갑자기 안색을 굳히며 손가락으로 본인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켰다.“들어갈게.”말이 끝나는 동시에 염구준이 재빠르게 움직였다.그런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도련님, 조심하세요.”뒤에서 경호원이 주의를 주었다.“너… 너…!”구현준은 갑자기 나타난 얼굴에 깜짝 놀라 말을 버벅거렸다.열 명이 넘는 경호원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몰려와 보호했다.“전력으로 싸워. 절대 봐주지 마.”구현준이 다치게 되면 그들 모두 살아남기 힘들다.수많은 무술인들이 몰려오자 송청연은 염구준이 다칠까 봐 몹시 걱정되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여러 번이나 송윤호를 힐끔거렸지만 지금까지 염구준의 편을 들던 그는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무술인들이 앞으로 다가왔다.“약해 빠졌어.”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경호원들을 우습게 보더니 갑자기 몸에서 엄청난 기운을 발산했다.달려오던 무술인들은 기운에 중상을 입어 뒤로 튕겨 나갔다.상대방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그 장면을 본 송청연은 입을 떡 벌였다.눈 앞에 서 있는 남자가 강력한 고수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송윤호가 왜 가만히 서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지?”“내 아빠가 구진우야.”상황이 역전되자 구현준은 재빨리 뒷배를 내세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송청연의 경호원들이 들어왔다.‘참 일찍도 왔네.’현장 상황과 눈에서 빛이 반짝이는 송청연의 표정을 본 경호원 대장은 몹시 불쾌했다.송청연과 소꿉친구인 그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살짝 질투 났다.“도련님을 놓지 못해요? 이러시면 청연 아가씨한테 폐를 끼치는 겁니다.”경호 대장 송찬휘는 송씨 가문에서 데려온 양아들로 솔직히 말하면 어려서부터 키운 종이나 다름없다.‘비굴한 놈.’염구준은 송찬휘의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챘다.“내가 하는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나 혼자 책임질게요.”다른 사람 보기에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지만 그럴 자격이 있었다.“너…”컥!송찬휘는 말도 못하고 복부를 공격당해 뒤로 나가떨어졌다.그를 주먹으로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니라 송윤호였다.“무례하다. 염구준 씨한테 그게 무슨 태도냐?”다른 사람 앞에서 가문의 부조화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장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송찬휘는 아픈 배를 부여잡고 겨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최근 공장이 위험하니 넌 거기 가서 공장을 지켜라.”송윤호는 손을 흔들며 더는 사고 치지 못하게 내보냈다.“장로님, 찬휘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송청연이 사정하려고 했지만 송윤호가 손을 번쩍 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미 결정했으니까 설득하지 말아라.”“알겠습니다. 아가씨, 몸조심하십시오.”송찬휘는 반박도 못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가기 전에 살의가 가득한 눈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오늘 일을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그 눈빛을 염구준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상대방이 얌전하게 지내면 몰라도 나중에 갚으러 온다 해도 개의치 않았다.“이제 우리 일을 해결할 차례죠?”염구준은 아직도 구현준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나…”오랫동안 멱살을 잡혔더니 구현준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마치 마지막 한 가닥 목숨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보자 염구준은 힘이 빠졌다.빠직!
“매니저. 우리 도련님한테 해코지한 놈을 당장 나오라고 해.”덩치가 상당한 남자가 앞장서서 고함을 질렀다.이 남자는 구씨 그룹에서 거금을 들여 배양한 고수로 전투력이 뛰어나 다들 ‘탱크’라고 불렀다.탱크의 단단한 주먹만 봐도 간담이 서늘했다.“탱크 형님, 이러면 안 됩니다. 송씨 가문은 저도 어쩌지 못해요.”매니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것 같아 난감했다.퍽!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탱크는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젠장, 송씨 그룹은 무섭고 구씨 그룹은 만만해?”참 기가 막힌 논리다.“콜록콜록!”한 대 얻어맞은 매니저는 몸을 비틀거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런 말이 아니에요. 구씨 그룹이야말로 강철 도시의 왕이잖아요.”틀려도 인정해야 하고 맞아도 말은 똑바로 해야 했다.얼마나 슬프고 괴로운지는 오직 본인의 몫이었다.그때 염구준이 다가와 언성을 높였다.“여기 장사 잘 되네. 이게 다 대기하는 손님들인가요?”탱크는 오기 전에 미리 염구준의 사진을 보아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네가 염구준이냐?”“그래. 무슨 일이냐?”살의를 느낀 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형님이 나설 필요 없어요, 제가 해결할게요.”목표물을 찾아내자마자 폭탄 머리 사내가 먼저 돌진했다.염구준의 목을 따서 구씨 그룹을 도와 복수하고 큰 공을 세우고 싶었다.하지만 탱크는 그런 폭탄 머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자식이 날 따른 지 며칠도 안 되었는데 감히 내 공로를 빼았아?’퍽!폭탄 머리 사내는 공격도 못하고 염구준에게 뺨을 맞고 날아갔다.“단진 무성이다.”탱크는 기운을 통해 염구준의 실력을 판단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 같이 덤벼.”염구준은 무리를 바라보았다.앞장선 탱크는 그럭저럭 실력이 있고 나머지는 한 주먹도 안 되는 애송이들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걸 보면 굳이 묻지 않아도 구씨 가문에서 파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친구, 그런 실력으로 나대다니 자신감이 넘치는구나.”탱크가 근
두 사람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 계속 싸워도 의미가 없었다.“아악!”탱크는 한 방에 패배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먹은 핏덩어리가 되어 맥없이 팔을 늘어트렸다.“젠장, 너 실력을 감췄어?”입에 피를 흘리면서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상대방이 반천인 경지에 이른 절세 고수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해서 하마터면 골로 가버릴 뻔했다.“허, 무슨 말이야. 네가 제대로 보지 못한 거 내 탓을 해?”염구준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한 것일 뿐, 그는 지금까지 본인의 실력을 감추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겁에 질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어엿한 전신 경지 고수가 한 초식에 패배하다니 다들 꿈을 꾸는 것 같았다.“전부 덤벼, 저 자식 죽여.”탱크는 펄쩍 뛰며 부하들을 지시했다.수백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왔으니 한 놈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겼다.“돌격!”부하들은 온갖 무기를 들고 고함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발씩 차도 그를 육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진작에 그럴 것이지. 시간만 낭비했잖아.”염구준은 여유 있게 말하더니 몸의 기운을 모아 무리를 향해 던졌다.상대방 수는 많지만 그의 기운에 제압당해 다가갈 수 없었다.얼마 안 돼서 다들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어떻게 된 거야?”탱크는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용서해 주려고 했는데 호의를 무시하네.”염구준은 다가와 탱크의 다른 다리를 짓밟아버리고 차에 올라탔다.“둘째 할아버지. 저 사람 정체가 뭐예요? 대체 무술이 어느 경지에 도달한 거예요?”송청연은 깜짝 놀랐다.“염구준의 신분은 비밀이야. 송씨 가문의 상대가 아니란 것만 알려줄게.”“쓸모없는 놈, 한 무리면서 도련님을 보호하지 못하다니 너희들은 밥통이니?”수술실 밖에서 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욕을 퍼부었다.바로 구씨 그룹의 대표 구진우다.구진우의 호통에 부하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병원 복도에 ‘여기서 떠들지 마십시오’라는 문
그 말인즉슨, 방어가 약한 공장이 320개나 된다는 말이다.“용하에서 송씨 가문의 모든 공장 위치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공격당한 공장 위치도 부탁할게요.”염구준이 분신술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일단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맹목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손해만 보니, 힘들고 까다로운 일은 손도 대기 싫었다.“그게…”송청연이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송윤호를 쳐다봤다.어떤 공장의 위치는 매우 은밀하여 가족들에게도 비밀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말씀 드려. 가주도 모든 정보를 염구준 씨한테 공개하라고 허락하셨어.”송윤호가 권한을 주었다.송청연은 의심스러우면서도 태블릿을 꺼내 설명하기 시작했다.“지도에서 검정색 점이 송씨 가문의 공장이에요. 빨간색 원모양은 이미 공격당한 공장이고요.”어떤 공장은 송씨 가문의 사업비밀일 뿐만 아니라 용하국의 극비이기도 했다.“휴… 무질서하네요.”지도를 살펴보던 염구준이 결론을 내렸다.공격당한 공장은 서로 간에 아무런 연관이 없고 어떤 곳은 두 번이나 공격당했다.현재 단서로 볼 때 청목 존주가 용하에 기지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아니면 이렇게 많은 공장을 습격할 수 없었다.그 말에 송청연이 물었다.“염구준 씨,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송씨 가문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회의를 여세요. 회의에서 구제척인 계획을 상의할 겁니다.”염구준은 이미 머릿속에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네.”송청연은 묻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담당자에게 연락했다.워낙 일처리가 훌륭해서 얼마되지 않아 임시회의를 주최했다.회의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급한 일로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영상으로 참여했다.거의 다 모였을 때 염구준이 목을 가다듬고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제 계획은 매우 간단합니다. 경비가 약한 공장을 전부 강철 도시로 옮기는 겁니다.”적을 유인하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상대방이 어느 공장을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그 한마디에 현장에
송씨네 가주가 나서서 발언하자 일부 작은 공장이 이전을 시작했다.송청연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운송 수단을 동원했더니 하루 만에 대부분 완성했다.송씨 가문은 외부인을 무작정 믿는 것 같지만 실은 현명하고 염구준의 생각과 비슷했다.송씨 공장은 혼란스러운 가운데 공 사업까지 진행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나고 강철 도시의 모든 공장은 무사하게 지냈다.하지만 불만을 품은 네 사람은 경호실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뜯으면서 토론하기 시작했다.“염구준이 개떡 같은 방안을 내세워서 우리가 꼬박 교대로 밤을 지켰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네.”“맞아. 상대방이 한 번을 공격했지 두 번까지 바보 짓을 하겠어?”술 기운에 네가 한마디 내가 한마디 주고받으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그중 한 사람은 술만 마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휘, 네가 말해봐. 너 혹시 염구준을 무서워하냐?”한 사람이 이간질을 했다.“무서워한다고? 그날 아가씨 체면을 봐서 참은 거야. 아니면 바로 병신 만들었어.”송찬휘는 발끈하며 분을 삭이느라 씩씩거렸다.염구준만 언급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인간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송청연의 주변을 지켰지 이런 공장에 틀어박혀 있지 않았다.“쳇, 허풍은. 탱크 형님도 졌는데 네가 어떻게 상대가 되겠어.”누가 껄껄 웃자 송찬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다 갑자기 좋은 수가 생각났다.“전력이 강한다들 무슨 소용이야. 내가 그놈을 궁지에 몰아넣을 거야. 너희들도 참여할 거야?”그 말에 갑자기 침묵이 흐르더니 누군가 잔을 번쩍 들었다.“네가 하면 우리도 할게. 우리 네 명이 마음을 합치면 송씨 가문에서 좋은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거야.”“건배!”네 남자는 동시에 잔을 들어 이미 승리한 것처럼 축배를 들었다.그들 모두 송씨 가문의 양자로 자주 하는 말이 ‘부자가 되자’였다.“에취, 에취!”사무실에서 염구준이 두 번이나 재채기를 하고는 손으로 코를 만지작거렸다.“어떤 놈이 나를 욕하고 있어?”한 번은 누가 내 생각을 하는
“아… 아가씨. 큰일 났어요. 송찬휘가 따지러 왔어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파업할 거래요.”중요한 시기에 이런 소란을 피우면 정말 큰일이다.“앞장서세요.”송청연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부하를 따라 나갔다.“귀찮게 됐네.”염구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송윤호는 다른 곳에 파견되어서 그가 직접 해결해야 했다.비록 송청연도 어느 정도 수완이 있지만 그에 비하면 마음이 여려서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했다.“염구준, 넌 우리를 개처럼 부려먹었어. 이리 나와 따져보자.”“맞아. 오늘 반드시 해결해야겠어.”송찬휘가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자 나머지 세 명이 맞장구를 쳤다.그는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랐기 때문에 선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송청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명령투로 말했다.“송찬휘, 네 사람들을 데리고 공장으로 돌아가.”하지만 대놓고 시비를 걸러 왔는데 그녀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아가씨. 이건 우리와 염구준의 일이에요. 끼어들지 마세요.”송찬휘는 아예 체면을 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갈 작정이었다.“나 왔어. 뭘 따지고 싶은데?”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나더니 염구준이 안에서 나왔다.이런 시기에 소란을 피워서 몹시 짜증났다.“네가 온 후부터 우리 매일 2교대를 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 우릴 개처럼 부려먹은 거지?”송찬휘는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허리에 손을 얹으면서 당당하게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죠?”염구준은 송청연에게 따졌다.“이 사람들에게 월급 3배를 준다고 말해주지 않았어요?”“송찬휘에게 직접 말해서 부하들에게 전달하라고 했어요.”송청연은 그제야 송찬휘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하는 대신 월급 3배를 주면 이렇게 달려와서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월급 3배?”부하들은 높은 대우에 입을 닥치고 다시는 염구준을 겨냥하지 않았다.그들도 처음 듣는 일이었다.그렇다면 그 돈은 지금 어디에 갔단 말인가?“송 대
“누가 가서 재무담당자 불러와요. 오지 않겠다면 납치해서라도 데리고 오세요.”염구준은 곁에 있는 직원을 불러 지시했다.“네.”직원은 짧게 대답하고 몇몇 사람과 함께 떠났다.월급에 관련된 일이니 다들 무슨 영문인지 알고 싶어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어딜 가?”송찬휘가 고함을 지르며 떠나가는 사람들 막았다.정말 재무담당자가 와서 모두 인정한다면 모든 일이 낭패가 된다.퍽!갑자기 그는 얼굴에 전해지는 고통에 눈앞이 핑 돌면서 옆으로 튕겨 나갔다.바로 염구준이 주먹을 날린 것이다.“내가 움직이라고 했어? 얌전히 있어.”선동자 송찬휘가 제압당하자 다른 부하들은 꼼짝도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와 욕설이 들렸다.“이거 놔.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힘만 센 무식한 놈들아.”방금 나갔던 직원들이 한 여자를 등에 메고 들어왔다.여자의 이름은 고연진, 송씨 그룹에서 철강 도시 자회사 총책임자다.“최근 경호 담당 직원들의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했어요?”염구준이 버럭 화내며 물었다.그 말에 고연진이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초과근무 수당은 거액이라 자칫하면 감옥에 갈 수 있었다.“그게…”그녀가 말할 때 두려운 표정으로 자꾸 송찬휘 쪽을 힐끔거렸다.“꾸물거리지 말고 말하세요. 송찬휘가 이미 자백했어요.”염구준은 공세를 가해서 거짓말을 둘러댔다.“아니…”살아남기 위해 고연진은 송찬휘가 말하기 전에 자백했다.“송찬휘예요. 송찬휘가 제 누드 사진을 찍어 초과근무 수당을 주지 말라고 했어요.”사실이 드러나자 송찬휘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본인이 잘못해 놓고 일을 벌이다니 정말 용기가 가상했다.“송찬휘, 우리 가문에서 널 데려다 키웠는데 이렇게 은혜를 갚아?”송청연은 더는 참지 못했다.이런 행동으로 송씨 가문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니 격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 저는 염구준이 꼴 복기 싫어서 그랬어요. 여기 온 지 며칠도 안 되었는데 아가씨와 밤낮으로 계속 붙어다니잖아요. 무슨 자격으로 그러는 거죠?”송찬휘는 더는 숨기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