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까지 불렸다고 겁을 먹을 염구준이 아니었다.피식 웃는 모습을 보자 구현준은 더 화가 치밀었다.“내 다리 밑으로 지나가. 아니면 여기서 떠날 생각하지 마.”이렇게 하는 이유는 송청연에게 그녀가 선택한 남자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보여주기 위함이다.“좋아.”염구준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하하하하.”그 대답에 구현준이 의기양양해서 큰소리로 웃었다.송청연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지만 염구준이 제지했다.지금 현장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은 송윤호다.그는 관련이 없는 사람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뭐 하러 자기 무덤을 파. 그냥 얌전히 있지.”기껏 웃은 구현준이 갑자기 안색을 굳히며 손가락으로 본인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켰다.“들어갈게.”말이 끝나는 동시에 염구준이 재빠르게 움직였다.그런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도련님, 조심하세요.”뒤에서 경호원이 주의를 주었다.“너… 너…!”구현준은 갑자기 나타난 얼굴에 깜짝 놀라 말을 버벅거렸다.열 명이 넘는 경호원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몰려와 보호했다.“전력으로 싸워. 절대 봐주지 마.”구현준이 다치게 되면 그들 모두 살아남기 힘들다.수많은 무술인들이 몰려오자 송청연은 염구준이 다칠까 봐 몹시 걱정되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여러 번이나 송윤호를 힐끔거렸지만 지금까지 염구준의 편을 들던 그는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무술인들이 앞으로 다가왔다.“약해 빠졌어.”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경호원들을 우습게 보더니 갑자기 몸에서 엄청난 기운을 발산했다.달려오던 무술인들은 기운에 중상을 입어 뒤로 튕겨 나갔다.상대방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그 장면을 본 송청연은 입을 떡 벌였다.눈 앞에 서 있는 남자가 강력한 고수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송윤호가 왜 가만히 서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지?”“내 아빠가 구진우야.”상황이 역전되자 구현준은 재빨리 뒷배를 내세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송청연의 경호원들이 들어왔다.‘참 일찍도 왔네.’현장 상황과 눈에서 빛이 반짝이는 송청연의 표정을 본 경호원 대장은 몹시 불쾌했다.송청연과 소꿉친구인 그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살짝 질투 났다.“도련님을 놓지 못해요? 이러시면 청연 아가씨한테 폐를 끼치는 겁니다.”경호 대장 송찬휘는 송씨 가문에서 데려온 양아들로 솔직히 말하면 어려서부터 키운 종이나 다름없다.‘비굴한 놈.’염구준은 송찬휘의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챘다.“내가 하는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나 혼자 책임질게요.”다른 사람 보기에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지만 그럴 자격이 있었다.“너…”컥!송찬휘는 말도 못하고 복부를 공격당해 뒤로 나가떨어졌다.그를 주먹으로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니라 송윤호였다.“무례하다. 염구준 씨한테 그게 무슨 태도냐?”다른 사람 앞에서 가문의 부조화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장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송찬휘는 아픈 배를 부여잡고 겨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최근 공장이 위험하니 넌 거기 가서 공장을 지켜라.”송윤호는 손을 흔들며 더는 사고 치지 못하게 내보냈다.“장로님, 찬휘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송청연이 사정하려고 했지만 송윤호가 손을 번쩍 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미 결정했으니까 설득하지 말아라.”“알겠습니다. 아가씨, 몸조심하십시오.”송찬휘는 반박도 못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가기 전에 살의가 가득한 눈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오늘 일을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그 눈빛을 염구준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상대방이 얌전하게 지내면 몰라도 나중에 갚으러 온다 해도 개의치 않았다.“이제 우리 일을 해결할 차례죠?”염구준은 아직도 구현준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나…”오랫동안 멱살을 잡혔더니 구현준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마치 마지막 한 가닥 목숨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보자 염구준은 힘이 빠졌다.빠직!
“매니저. 우리 도련님한테 해코지한 놈을 당장 나오라고 해.”덩치가 상당한 남자가 앞장서서 고함을 질렀다.이 남자는 구씨 그룹에서 거금을 들여 배양한 고수로 전투력이 뛰어나 다들 ‘탱크’라고 불렀다.탱크의 단단한 주먹만 봐도 간담이 서늘했다.“탱크 형님, 이러면 안 됩니다. 송씨 가문은 저도 어쩌지 못해요.”매니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것 같아 난감했다.퍽!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탱크는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젠장, 송씨 그룹은 무섭고 구씨 그룹은 만만해?”참 기가 막힌 논리다.“콜록콜록!”한 대 얻어맞은 매니저는 몸을 비틀거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런 말이 아니에요. 구씨 그룹이야말로 강철 도시의 왕이잖아요.”틀려도 인정해야 하고 맞아도 말은 똑바로 해야 했다.얼마나 슬프고 괴로운지는 오직 본인의 몫이었다.그때 염구준이 다가와 언성을 높였다.“여기 장사 잘 되네. 이게 다 대기하는 손님들인가요?”탱크는 오기 전에 미리 염구준의 사진을 보아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네가 염구준이냐?”“그래. 무슨 일이냐?”살의를 느낀 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형님이 나설 필요 없어요, 제가 해결할게요.”목표물을 찾아내자마자 폭탄 머리 사내가 먼저 돌진했다.염구준의 목을 따서 구씨 그룹을 도와 복수하고 큰 공을 세우고 싶었다.하지만 탱크는 그런 폭탄 머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자식이 날 따른 지 며칠도 안 되었는데 감히 내 공로를 빼았아?’퍽!폭탄 머리 사내는 공격도 못하고 염구준에게 뺨을 맞고 날아갔다.“단진 무성이다.”탱크는 기운을 통해 염구준의 실력을 판단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 같이 덤벼.”염구준은 무리를 바라보았다.앞장선 탱크는 그럭저럭 실력이 있고 나머지는 한 주먹도 안 되는 애송이들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걸 보면 굳이 묻지 않아도 구씨 가문에서 파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친구, 그런 실력으로 나대다니 자신감이 넘치는구나.”탱크가 근
두 사람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 계속 싸워도 의미가 없었다.“아악!”탱크는 한 방에 패배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먹은 핏덩어리가 되어 맥없이 팔을 늘어트렸다.“젠장, 너 실력을 감췄어?”입에 피를 흘리면서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상대방이 반천인 경지에 이른 절세 고수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해서 하마터면 골로 가버릴 뻔했다.“허, 무슨 말이야. 네가 제대로 보지 못한 거 내 탓을 해?”염구준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한 것일 뿐, 그는 지금까지 본인의 실력을 감추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겁에 질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어엿한 전신 경지 고수가 한 초식에 패배하다니 다들 꿈을 꾸는 것 같았다.“전부 덤벼, 저 자식 죽여.”탱크는 펄쩍 뛰며 부하들을 지시했다.수백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왔으니 한 놈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겼다.“돌격!”부하들은 온갖 무기를 들고 고함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발씩 차도 그를 육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진작에 그럴 것이지. 시간만 낭비했잖아.”염구준은 여유 있게 말하더니 몸의 기운을 모아 무리를 향해 던졌다.상대방 수는 많지만 그의 기운에 제압당해 다가갈 수 없었다.얼마 안 돼서 다들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어떻게 된 거야?”탱크는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용서해 주려고 했는데 호의를 무시하네.”염구준은 다가와 탱크의 다른 다리를 짓밟아버리고 차에 올라탔다.“둘째 할아버지. 저 사람 정체가 뭐예요? 대체 무술이 어느 경지에 도달한 거예요?”송청연은 깜짝 놀랐다.“염구준의 신분은 비밀이야. 송씨 가문의 상대가 아니란 것만 알려줄게.”“쓸모없는 놈, 한 무리면서 도련님을 보호하지 못하다니 너희들은 밥통이니?”수술실 밖에서 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욕을 퍼부었다.바로 구씨 그룹의 대표 구진우다.구진우의 호통에 부하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병원 복도에 ‘여기서 떠들지 마십시오’라는 문
그 말인즉슨, 방어가 약한 공장이 320개나 된다는 말이다.“용하에서 송씨 가문의 모든 공장 위치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공격당한 공장 위치도 부탁할게요.”염구준이 분신술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일단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맹목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손해만 보니, 힘들고 까다로운 일은 손도 대기 싫었다.“그게…”송청연이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송윤호를 쳐다봤다.어떤 공장의 위치는 매우 은밀하여 가족들에게도 비밀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말씀 드려. 가주도 모든 정보를 염구준 씨한테 공개하라고 허락하셨어.”송윤호가 권한을 주었다.송청연은 의심스러우면서도 태블릿을 꺼내 설명하기 시작했다.“지도에서 검정색 점이 송씨 가문의 공장이에요. 빨간색 원모양은 이미 공격당한 공장이고요.”어떤 공장은 송씨 가문의 사업비밀일 뿐만 아니라 용하국의 극비이기도 했다.“휴… 무질서하네요.”지도를 살펴보던 염구준이 결론을 내렸다.공격당한 공장은 서로 간에 아무런 연관이 없고 어떤 곳은 두 번이나 공격당했다.현재 단서로 볼 때 청목 존주가 용하에 기지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아니면 이렇게 많은 공장을 습격할 수 없었다.그 말에 송청연이 물었다.“염구준 씨,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송씨 가문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회의를 여세요. 회의에서 구제척인 계획을 상의할 겁니다.”염구준은 이미 머릿속에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네.”송청연은 묻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담당자에게 연락했다.워낙 일처리가 훌륭해서 얼마되지 않아 임시회의를 주최했다.회의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급한 일로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영상으로 참여했다.거의 다 모였을 때 염구준이 목을 가다듬고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제 계획은 매우 간단합니다. 경비가 약한 공장을 전부 강철 도시로 옮기는 겁니다.”적을 유인하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상대방이 어느 공장을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그 한마디에 현장에
송씨네 가주가 나서서 발언하자 일부 작은 공장이 이전을 시작했다.송청연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운송 수단을 동원했더니 하루 만에 대부분 완성했다.송씨 가문은 외부인을 무작정 믿는 것 같지만 실은 현명하고 염구준의 생각과 비슷했다.송씨 공장은 혼란스러운 가운데 공 사업까지 진행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나고 강철 도시의 모든 공장은 무사하게 지냈다.하지만 불만을 품은 네 사람은 경호실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뜯으면서 토론하기 시작했다.“염구준이 개떡 같은 방안을 내세워서 우리가 꼬박 교대로 밤을 지켰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네.”“맞아. 상대방이 한 번을 공격했지 두 번까지 바보 짓을 하겠어?”술 기운에 네가 한마디 내가 한마디 주고받으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그중 한 사람은 술만 마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휘, 네가 말해봐. 너 혹시 염구준을 무서워하냐?”한 사람이 이간질을 했다.“무서워한다고? 그날 아가씨 체면을 봐서 참은 거야. 아니면 바로 병신 만들었어.”송찬휘는 발끈하며 분을 삭이느라 씩씩거렸다.염구준만 언급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인간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송청연의 주변을 지켰지 이런 공장에 틀어박혀 있지 않았다.“쳇, 허풍은. 탱크 형님도 졌는데 네가 어떻게 상대가 되겠어.”누가 껄껄 웃자 송찬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다 갑자기 좋은 수가 생각났다.“전력이 강한다들 무슨 소용이야. 내가 그놈을 궁지에 몰아넣을 거야. 너희들도 참여할 거야?”그 말에 갑자기 침묵이 흐르더니 누군가 잔을 번쩍 들었다.“네가 하면 우리도 할게. 우리 네 명이 마음을 합치면 송씨 가문에서 좋은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거야.”“건배!”네 남자는 동시에 잔을 들어 이미 승리한 것처럼 축배를 들었다.그들 모두 송씨 가문의 양자로 자주 하는 말이 ‘부자가 되자’였다.“에취, 에취!”사무실에서 염구준이 두 번이나 재채기를 하고는 손으로 코를 만지작거렸다.“어떤 놈이 나를 욕하고 있어?”한 번은 누가 내 생각을 하는
“아… 아가씨. 큰일 났어요. 송찬휘가 따지러 왔어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파업할 거래요.”중요한 시기에 이런 소란을 피우면 정말 큰일이다.“앞장서세요.”송청연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부하를 따라 나갔다.“귀찮게 됐네.”염구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송윤호는 다른 곳에 파견되어서 그가 직접 해결해야 했다.비록 송청연도 어느 정도 수완이 있지만 그에 비하면 마음이 여려서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했다.“염구준, 넌 우리를 개처럼 부려먹었어. 이리 나와 따져보자.”“맞아. 오늘 반드시 해결해야겠어.”송찬휘가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자 나머지 세 명이 맞장구를 쳤다.그는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랐기 때문에 선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송청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명령투로 말했다.“송찬휘, 네 사람들을 데리고 공장으로 돌아가.”하지만 대놓고 시비를 걸러 왔는데 그녀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아가씨. 이건 우리와 염구준의 일이에요. 끼어들지 마세요.”송찬휘는 아예 체면을 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갈 작정이었다.“나 왔어. 뭘 따지고 싶은데?”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나더니 염구준이 안에서 나왔다.이런 시기에 소란을 피워서 몹시 짜증났다.“네가 온 후부터 우리 매일 2교대를 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 우릴 개처럼 부려먹은 거지?”송찬휘는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허리에 손을 얹으면서 당당하게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죠?”염구준은 송청연에게 따졌다.“이 사람들에게 월급 3배를 준다고 말해주지 않았어요?”“송찬휘에게 직접 말해서 부하들에게 전달하라고 했어요.”송청연은 그제야 송찬휘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하는 대신 월급 3배를 주면 이렇게 달려와서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월급 3배?”부하들은 높은 대우에 입을 닥치고 다시는 염구준을 겨냥하지 않았다.그들도 처음 듣는 일이었다.그렇다면 그 돈은 지금 어디에 갔단 말인가?“송 대
“누가 가서 재무담당자 불러와요. 오지 않겠다면 납치해서라도 데리고 오세요.”염구준은 곁에 있는 직원을 불러 지시했다.“네.”직원은 짧게 대답하고 몇몇 사람과 함께 떠났다.월급에 관련된 일이니 다들 무슨 영문인지 알고 싶어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어딜 가?”송찬휘가 고함을 지르며 떠나가는 사람들 막았다.정말 재무담당자가 와서 모두 인정한다면 모든 일이 낭패가 된다.퍽!갑자기 그는 얼굴에 전해지는 고통에 눈앞이 핑 돌면서 옆으로 튕겨 나갔다.바로 염구준이 주먹을 날린 것이다.“내가 움직이라고 했어? 얌전히 있어.”선동자 송찬휘가 제압당하자 다른 부하들은 꼼짝도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와 욕설이 들렸다.“이거 놔.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힘만 센 무식한 놈들아.”방금 나갔던 직원들이 한 여자를 등에 메고 들어왔다.여자의 이름은 고연진, 송씨 그룹에서 철강 도시 자회사 총책임자다.“최근 경호 담당 직원들의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했어요?”염구준이 버럭 화내며 물었다.그 말에 고연진이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초과근무 수당은 거액이라 자칫하면 감옥에 갈 수 있었다.“그게…”그녀가 말할 때 두려운 표정으로 자꾸 송찬휘 쪽을 힐끔거렸다.“꾸물거리지 말고 말하세요. 송찬휘가 이미 자백했어요.”염구준은 공세를 가해서 거짓말을 둘러댔다.“아니…”살아남기 위해 고연진은 송찬휘가 말하기 전에 자백했다.“송찬휘예요. 송찬휘가 제 누드 사진을 찍어 초과근무 수당을 주지 말라고 했어요.”사실이 드러나자 송찬휘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본인이 잘못해 놓고 일을 벌이다니 정말 용기가 가상했다.“송찬휘, 우리 가문에서 널 데려다 키웠는데 이렇게 은혜를 갚아?”송청연은 더는 참지 못했다.이런 행동으로 송씨 가문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니 격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 저는 염구준이 꼴 복기 싫어서 그랬어요. 여기 온 지 며칠도 안 되었는데 아가씨와 밤낮으로 계속 붙어다니잖아요. 무슨 자격으로 그러는 거죠?”송찬휘는 더는 숨기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
“삼촌, 들어가봐도 될까요?”이때, 황지영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들어와.”염구준은 막 치료를 마친 뒤 대답했다.황지영은 방으로 들어오며 물기 어린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라서였다.염구준은 그녀의 속내를 짐작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삼선도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궁금해서 그래?”“네.”황지영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이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그녀는 삼선도의 유일한 도주로서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처지였다.“주범은 이미 죽었으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할게.”“하지만 또 무슨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알겠지?”염구준은 어린 친척을 대하듯한 온화한 태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지역이 특수한 것도 있거니와 여기 사람들 모두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기 때문에 그는 많이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네! 다른 분들의 도움하에 삼선도를 엄마가 있을 때처럼 모두 화목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황지영은 염구준의 대답을 듣고난 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황지열과 같은 야심가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삼선도는 좋게 될 일만 남았을 거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힘내.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상대방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격려해주었다.“감사해요! 그런데 나중에 청해시로 찾아가도 될까요?”이 말을 하는 황지영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말을 알아들었을 때부터, 황지웅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그녀에게 염희주는 유일한 친구였고, 염구준의 가족은 그녀에게 따뜻한 가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이었다.“물론이지. 언제든지 와도 돼.”이렇게 얌전한 아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진주는 희주한테 주는 거예요.”황지영은 갓난아기의 주먹만큼 큰 분홍색 진주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딱 봐도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주를 건네준 후 황지영은 방에서 나갔다.다음 날
이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 모두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거의 동시에 힘을 다 모은 그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쓰기 시작했다.“구자검법, 검일참공!”“곤원일기지!”두 사람의 엄청난 에너지가 서로를 향해 충돌하며 땅 위의 볼록 튀어나온 돌덩이들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한쪽은 불꽃을 두른 거대한 검이고, 다른 한쪽은 물기운이 맴도는 커다란 손가락이었는데, 이 두개 모두 그들의 최후의 필살기였다.쾅!순식간에 두 기술이 격돌하며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았다.염구준은 강력한 압박 속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무궁무진한 불의 힘을 조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천인경!’이 기운은 천인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만이 낼 수 있었다.“말도 안 돼!”황지열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쾅!염구준은 이 기묘한 느낌에 도취된 채로 검을 앞으로 밀어내 황지열의 곤원일기지를 부수고 상대방을 터뜨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느꼈던 천인경의 상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염구준은 천인경의 경지에 머물기 위해 느낌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그 힘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단순히 의지만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딘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천인경에 머물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만 같았다.결국, 그의 경지는 다시 반보천인으로 돌아갔다.“젠장!”천인경에 겨우 발을 디뎠다가 다시 내려오게 된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스스로 천인경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직감이 맞다는 것도 증명했지만, 항상 도달했다가 다시 원래의 경지로 떨어져 너무 답답했었다.“내가 검의를 완성시키거나 스스로 검법의 두 번째, 세 번째 기술을 창조해 내도 천인경에 도달할 수 없을까?”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천인경에 도달하려면 여덟개의 옥패를 모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운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염구준이 날린 검기를 모조리 부수고 그를 공격했다. 쾅!황지열이 날린 공격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염구준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 부숴버렸고,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이내 물방울로 흩어져 사방으로 튀며 그의 시선을 조금 가렸다.‘기운이 강해졌어.’황지열이 강력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감지한 염구준은 검의를 발동해 수많은 검기로 몸 주위를 둘러쌌다.양측 모두 전력을 다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휙.이때, 황지열이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물방울을 그대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렸는데, 손바닥의 빗방울은 예리한 칼날처럼 응집되어 있었다.황지열에게 있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씨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어 자유자재로 새로운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단단히 쥔 채,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엄청난 기운이 담긴 검은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평소보다 더욱 예리했다.쾅!검과 손이 맞부딪히며 둘은 팽팽하게 대치했다.뿜어져나온 기류에 주위의 빗물은 안개처럼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비밀 은장갑인가?’염구준은 황지열이 맨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가 끼고 있는 비밀 은장갑 덕분에 받아낸 것임을 알아챘다.‘고급 병기인가 보군.’“말도 안 돼!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는데!”황지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방금 전 공격은 그가 진심으로 했던 것으로, 전에 했던 맛보기 공격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말도 안 되는 건 없어. 네 힘은 외부 도구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니까.”염구준은 차분히 말하며, 구자검에 담긴 검의를 더욱 강하게 발휘했다.우웅!검의가 더 많이 나오자 검기는 급격히 강해졌고, 황지열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염구준은 우연히 얻은 검의가 구자검 안에서 어느정도 있은 후 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느꼈
염구준이 나오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비록 위천인경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기절해 있던 백호 등 일행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황지열, 이 개자식아! 죽이려면 죽여 봐!”“퉤! 죽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기억해!”염구준이 죽었다는 황지열의 거짓말에 그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후!”이때, 기운을 다 회복한 황지열도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의 몸은 이미 최상의 상태로 회복된 상태였다.황지열은 산 정상에 깜빡이고 있는 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하하, 못 나오는 건가?”강력한 적 하나가 사라졌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희소식이었다. ‘정말로 사라지면 더 좋지.’이내 그는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제 남은 이들을 정리할 시간이었다.“내가 직접 우리 도주님을 배웅해 드릴까?”황지열은 황지영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삼선도를 다시 장악하려면 황지영을 없애서 권위를 내세워야 했다.“황지열, 이번에 삼선도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지영이만은 살려주는 게 어때?”한쪽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황지웅이 간곡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하긴 했으나, 전의 고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안 돼. 그렇게 포기 못하겠으면 같이 죽든가.”말을 하는 황지열의 눈빛은 매우 흉악하게 빛났다.죽이겠다는 생각이 한 번 든 이상,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어디서 이렇게 강한 기운이?’그러나 이때,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뒤를 돌아 빛 나고 있는 곳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나오려는 건가?’슉.그가 이렇게 생각할 때쯤, 염구준이 빛속에서 나왔다. 이미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염구준은 현재 다시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 상태였다.“아슬아슬하게 맞춰 왔네.”빛은 몇 번 더 깜빡이다가 사라졌고, 이는 통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