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 씨, 마음에 드는 물건 있으면 얼마든지 가셔가셔도 됩니다. 저희 윤 대표님께서 계산할 거예요.”이성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나 돈 많아요.”염구준은 바로 거절해버렸다.남을 앞세워 허세를 부리면서 온갖 방법으로 그를 시험하고 있었다.방금 미인계로 그가 호색한지 시험했다면 이번에 재부를 탐내는지 시험했다.머리가 비상한 윤성호는 천천히 그의 취향을 탐색해서 상대할 작정이었다.그런데 전혀 먹히지 않았다.접대를 시작해서 벌써 30분이 지났는데 전혀 상대방의 취향을 알아내지 못하자 이성희는 머리가 지끈 아팠다.평소 손님을 접대했던 경험이 많은지라, 이쯤 되면 이미 침대에 쓰러트려야 정상이다.염구준은 걷다가 한 노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옥비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사장님, 비녀 얼마예요?”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초상비가 염구준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보더니 눈을 반짝거렸다.‘옥패 조각이야.’옥비녀는 겉보기에 평범했지만 얼음 비취, 자색 비취, 최고급 양지옥에 비해 차이가 엄청 났다.2층은 고물들만 팔았다.옥패 조각은 아주 오랜 옥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눈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장기간 휴대하고 다니면 체질을 개선하고 혼백을 강화할 수 있다.염구준은 필요 없지만 가족들이 많으니 옥패 조각이 많이 필요했다.“600만 원입니다.”가게 사장은 별로 값진 물건이 아니라서 대충 대답했다.“알았어요. 살게요.”염구준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앞에 적힌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계좌이체했다는 알림이 뜨자 사장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무 상자를 꺼내 포장했다.“안목이 있으시네요. 이거 조상이 물려준 거라 정말 귀한 물건이거든요. 주머니 사정이 나쁘지 않다면 팔지도 않았어요.”“그래요? 거기 파사문이 새겨져 있죠?”염구준이 피식 웃었다.“…”허튼 소리를 하고 뻘쭘했는지 사장은 입을 다물고 물건을 상자에 넣었다.“와, 옥비녀 너무 예쁘네요. 저한테 팔면 안 돼요?”그때 청순하게 생긴 여자가
두 번이나 창피를 당했더니 전우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아주 좋아. 내가 아주 빡 돌았어.”“그래서 어쩔려고?”염구준이 계속 도발했다.시비를 건다면 상대방이 밑천이 바닥날 때까지 상대하면 그만이다.“감히…”전우철이 손가락을 까딱하며 염구준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재력을 따지자면 윤씨 가문과 견줄 수 있기에 일부러 그런 것이다.하지만 지시를 내리기 전에 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바로 초상비다.전우철의 부하들이 한 발작 내딛는 사이에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것이다.“애송이들이 감히 형님한테 건방지게 굴어. 죽고 싶어?”초상비는 부하들을 쓰러트리고 제자리로 돌아왔다.그의 실력은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이런 실력으로 평범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눈감고도 할 수 있었다.“도끼야, 저놈의 다리를 분질러버려!”전우철은 인파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도끼는 그가 가장 아끼는 부하로서 지금까지 패배한 적이 없었다.‘단진 무성이네.’초상비는 상대방의 실력을 알아보고 태연하게 말했다.“덤벼.”밖에서는 강하겠지만 염구준의 앞에서는 애송이나 다름없다.“대표님.”도끼는 방금 기운을 감지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전우철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 말을 들던 전우철은 안색이 굳어졌다.염구준을 이길 가능성이 없어서 속만 부글부글 끓었다.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르자 윤성호가 웃으면서 다가왔다.“여기 보물들이 많은데 두 분 뭐 하러 옥비녀를 두고 싸우는 겁니까? 다른 것을 사면되잖아요.”그 말에 염구준은 토가 나오는 것 같았다.오늘 경매장에서 모든 함정은 그를 겨냥한 것인데 아직도 뻔뻔스럽게 가식을 떨고 있으니 말이다.만약 염구준이 다른 계획이 없었다면 바로 죽여서 백 년 된 붉은 영지를 가져갔을 것이다.어차피 윤씨 가문에서 채집을 했으니 채집 중에 훼손될 우려는 이젠 안 해도 되었다.“그럼 옥비녀를 누가 사면 좋겠습니까?”“그건… 전 방금 와서 구제척인 상황을 잘 모르니 두 분이 잘 얘기하세요.”윤성호는 미꾸라지처럼
“20억.”염구준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즐거운 듯 가격을 올렸다.‘계속 가격을 불러?’하지만 전우철은 생각에 잠겼다.여자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자니 왠지 아까웠다.상인들은 대부분 원가의 가치를 계산했다.여자는 전우철이 머뭇거리자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그만한 돈이 없으면 나 안 살 거야.”듣기에는 전우철을 생각하는 척하지만 실은 자존심에 불을 지피는 셈이다.“40억.”여자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 전우철은 다시 큰소리로 가격을 불렀다.“60억.”이번에도 염구준이 가격을 불렀다.“70…”“80억.”전우철이 말하기 전에 염구준이 또 가격을 올렸다.“젠장. 그렇게 가격을 부르는 게 어디 있어?”전우철은 안절부절했다.“가격을 부를 능력이 없으면 그만 포기해.”염구준이 속마음을 드러냈다.평범한 옥비녀를 80억에 판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2층에 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이 궁금하여 몰리기 시작했다.“엄청난 부자인가 봐. 10억 단위로 가격을 올리고 있어.”“쯧, 여기서 경매라니 미친놈들이네.”“맞아. 옥비녀도 평범해 보이는데. 시가로 200만도 안 되겠구먼.”주변에서 의견을 내놓으며 질타했다.전우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신경을 건드렸다.“왜 값을 더 부르지 않아? 돈이 없어? 200조를 부르면 바로 양보할게.”지금 염구준에게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얼마전에 손가을은 고씨 가문에서 받은 200조 보상금을 일 푼도 가지지 않고 전부 염구준에게 주었다.그러면서 회사에서 진 빚은 스스로 갚겠다고 말했다.“그게…”충격을 받은 전우철은 가격을 다시 부르고 싶었지만 참았다.이번에 백 년 된 붉은 영지를 사러 왔기 때문에 이런 곳에 돈을 탕진하기 싫었다.1억도 그에게 적은 돈이 아니었다.“축하해. 80억에 별것도 아닌 옥비녀를 샀네.”전우철이 비웃었다.“돈도 없는 주제에 뭘 거들먹거려?”염구준의 말발도 장난이 아니었다.무술도 안 돼, 말발도 안 돼, 무슨 자신감
평생 남을 속이며 장사를 했더니 결국 일 푼도 남지 않게 되었다.물론, 이것은 다 나중의 일이다.현재 2층에서 구경하던 윤성호가 또 중재를 나섰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3층으로 가시죠. 경매가 곧 시작합니다.그러자 신분이 있는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볼 뿐이다.3층으로 올라가면서 염구준은 무술할 줄 아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초상비에게 물었다.“지금 강호 사람들은 다 사는 게 어렵나? 그 좋은 무술 실력을 갖고 경호원 노릇이나 하면서 빌붙어 살아?”초상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제대로 된 무술을 배우지 못하면 다 그렇게 살지. 단진 무성 고수가 문지기하는 것도 봤어.”강호 무술인들은 겉보기에 멋지지만 실제로 사는 것이 힘들었다.특히 용하국에서 무술인이 한 번 나쁜 짓을 하면 평생 쫓기느라 편안한 날이 없다.여자는 그 말을 듣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경매장소는 화려한 룸에서 진행했다.염구준은 아무 자리에 앉아 경매가 시작되길 기다렸다.실은 속으로 상대방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어떻게 맞춰줘야 할지를 생각했다.그는 밑지는 장사는 절대하지 않았다.옆에서 전우철이 분노로 가득 찬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계속 그렇게 보면 눈알을 뽑아 버린다.”염구준이 도끼 눈을 뜨고 경고했다.그 눈길 하나에 전우철은 식은 땀을 흘리며 바로 시선을 돌렸다.‘그냥 말을 할 것이지 뭐 하러 째려봐.’경매장에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더니 드디어 의자에 참가자들이 착석했다.참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20명도 안 되었다.그때 윤성호가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미소를 띄면서 발언했다.“다들 오셨으니 이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경매에서 전부 귀한 물품을 내놓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때마다 10단위 이상으로 부탁합니다.”“첫 번째 귀중한 물품은 50년 산 산삼입니다. 시작가는 200만 원입니다.”귀중한 물품이지만 참여자들에게 배춧값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놀라운 것
상대방이 일부러 가격을 올렸다는 것을 눈치챈 전우철은 2억을 손해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급하게 사용할 일이 있고, 시장에 적합한 산삼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윤성호는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보고 두 번째 물품을 꺼냈다.“전우철 씨 낙찰을 축하합니다. 이어서 다음 경매 물품은 루비입니다. 가격은 20억부터 시작합니다.”그러자 수백 키로의 무게가 되는 큰 돌 하나가 나타났다.‘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염구준은 그 돌에서 수상한 느낌을 받았다.무술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감지 능력이 강해서 아무리 두껍게 포장을 해도 똑똑히 느낄 수 있다.‘아니야. 가짜야.’돌 속에 감지되는 기류는 인위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챘다.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무술인을 측근으로 두고 있는 거물들은 달랐다.무술인들이 거물들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소곤거렸다.이번 경매장에서 윤씨 가문의 목표는 염구준일 뿐만 아니라 이 틈을 타서 돈을 끌어 모으려는 수작이다.다들 살펴보더니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30억.”“40억”…가격은 급상승해 50억까지 이르렀다.이것은 최고 가격이다.필경 누구도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전우철 씨, 더 부르시겠습니까?”윤성호가 물었다.다들 가짜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심지어 품질이 보통이고 금이 많이 갔다면 큰손해를 보게 된다.결국 전우철이 그 루비를 사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 이번에 왜 참여하지 않았어?”그는 또 비아냥거렸다.“하하. 난 40억씩 주고 저런 돌은 사지 않아. 몇 만원 하는 물건을 몇 십억씩 사야겠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멍청하게 쓰면 안 되지.”염구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마시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전우철이 노발대발했다.“돌이라고 했어? 오늘 내가 얼마나 값이 나가는지 보여줄게. 도끼야. 현장에서 돌을 열어라.”전우철은 펜을 꺼내더니 돌에 직선을 그었다.그는 안에 루비가 있다고 자신만만했다.돌을 깨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니 거물들이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기계는 필요 없으니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쿵!양손에 검을 잡은 도끼의 팔에 힘줄이 불끈 솟더니 갑자기 휘두르기 시작했다.검광이 스쳐 지났지만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실은 이미 깨진 상태다.“검의 속도가 엄청 빠르네.”초상비가 경악했다.“화려한 초식은 실전에 아무런 쓸모 없어.”염구준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지금까지 그의 앞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었다.멀리서 전우철이 그 말을 듣고도 무시하고 루비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다른 거물들은 루비가 나온다면 바로 나눠가질 생각을 품고 기대에 찬 시선으로 봤다.하지만 도끼가 검을 거두고 앞으로 가더니 손을 루비석에 올려놓고 천천히 절개한 부분을 들어올렸다.그 순간 전우철의 심장 소리가 세차게 울렸다.‘돌이다.’도끼는 잘라낸 한 부분을 들고 확인했다.절단면이 모두 돌이었다.‘이럴 리가 없어.’전우철은 믿기지 않아 앞으로 다가가 물을 뿌리고 강한 불빛을 비추며 반복적으로 살펴봤다.그런데 어떻게 해도 돌의 색갈이 바뀌지 않았다.전우철이 또 두 개 선을 긋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열받아서 루비가 나올 때가지 자를 작정이었다.하지만 염구준의 말이 더 열받았다.“전우철 대표, 다 확인했으면 여기 와서 뺨을 맞아.”“인정한다.”전우철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억지를 부릴 용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가갔다.짝!!!염구준이 손을 휘둘러 뺨을 치자 전우철은 눈앞에 별이 반짝이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컥!”이어서 피를 토하자 이발이 두 개 섞여서 나왔다.‘너무 지독하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독한 남자를 건드리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하지만 염구준이 가볍게 쳤다는 사실을 몰랐다.만약 힘을 주어 뺨을 쳤다면 뇌진탕으로 장례식장에 갔을 것이다.“한 번 더 내기하자.”전우철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염구준은 아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도끼가 다시 선을 따라 두 번 잘랐지만 여전히 돌이었다.
돌덩어리에 루비가 숨어져 있다 해도 몇 푼의 가치도 되지 않았다.“당장 치워.”전우철은 자리에 돌아와 앉더니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수많은 거물, 무술인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으니 너무 불쾌했다.다들 윤씨 가문의 잔꾀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돌이 가짜라고 떠벌리지 않았다.도리를 따져도 소용없으니 그냥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다.그 뒤로 몇 개의 진품이 나타났다.염구준은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강철선을 사서 초상비에게 주었다.이 물건은 그와 함께 일하게 되어서 인사 치례로 주는 선물이다.경매가 시작하고 진품들이 낙찰되고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마지막 진품입니다. 백 년 산 붉은 영지입니다. 시작 가격은 200억입니다.”윤성호의 말이 떨어지자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김이 빠져 있던 전우철마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한껏 기대했다.이런 귀한 약재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 개 밖에 되지 않는다.“1000억!”다들 신기하게 붉은 영지를 보고 있을 때 염구준이 처음으로 가격을 불렀다.고조된 분위기에 찬물에 끼얹은 듯 주변이 조용해졌다.붉은 영지는 귀한 물건이지만 이 가격을 부르면 다들 뒷걸음을 치게 된다.“염구준 씨. 윤씨 가문의 부탁으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겁니까?”한 사장이 불쾌해서 툭 쏘아붙였다.“2000억. 능력 있으면 가격을 부르고 없으면 닥치고 있어요.”염구준은 가격을 2배나 높게 불렀다.그 상황을 지켜보던 윤성호는 너무 기뻐서 대놓고 껄껄 웃을 뻔했다.염구준이 작정하고 가격을 부를수록 그는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까.2000억은 염구준에게 있어 적은 액수이니 가격을 더 오릴 셈이다.“붉은 영지는 용하국에 모두 3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백 년 된 것은 하나밖에 없지요.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적어도 5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50년이라는 말에 다들 수근거렸다.이 자리에 참석한 거물들은 나이가 적지 않아 50년이 지난 후에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백 년 된 붉은 영지는 수명을
전우철은 가격을 올릴수록 흥분되어 저도 모르게 입이 떨 벌어질 가격을 불렀다.‘망했다.’윤성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러다가 가격이 너무 높아 그의 계획을 망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가자.”염구준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솔직히 속으로 엄청 기뻤다.누가 나대는 바람에 윤성호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이렇게 높은 가격이라면 그가 낙찰을 포기해도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뭐야, 안 사?’전우철이 당황했다.“염구준, 너 얼마를 내서라도 산다고 했잖아.”“하. 날 엿 먹이는 걸 아는데 내가 미쳤다고 가격을 계속 부르겠어?”염구준은 단호하게 입구로 향했다.경매가 끝났으니 다른 거물들도 머무르지 않고 서로 인사를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윤성호였다.일이 이렇게 되어서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전우철 씨. 그만한 돈이 있어요?”윤성호는 다른 생각이 떠올라 급하게 물었다.“주둥이가 방정맞아서 가격을 잘못 불렀어요. 양해해 주세요.”전우철은 진짜가 아니라면서 바로 해명했다.회사를 팔고 온몸의 피를 뽑아서 팔아도 20조를 모으기 힘들다.“유찰하고 경매를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요?”윤성호가 기뻐하며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하지만 그는 돌아도 보지 않고 사라졌다.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됐다.“맞습니다. 다시 경매를 시작해요.”전우철은 식은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웃기고 있네. 오늘 자정까지 20조를 내놓지 않으면 죽을 각오를 하세요.”윤성호는 한마디를 남기고 경매장에서 나갔다.멍청한 놈이 판을 흐려서 정말 괘씸했다.마지막 말은 그가 임시로 생각해낸 대안이다.독을 바른 붉은 영지를 반드시 염구준에게 줘야 하기 때문이다.전우철은 머리가 하애졌다.오매불망 바라던 붉은 영지가 그를 파산과 죽음으로 몰아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도망치자.’지금으로서 이 길밖에 없다.염구준은 이미 차를 타고 지사로 가는 중이다.“붉은 영지가
똑똑!두 사람이 재산을 나눌 음모를 꾀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수호는 경각심을 높여 채나에게 눈짓을 주었다.그러자 손발이 맞게 매트리스를 들어 침대 프레임에 가방 두 개를 집어넣었다.“누구야? 설마 바이어가 왔나?”채나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그럴 수도 있어. 근데 너무 이른 시간이야.”수호는 문을 열어줄지 말지 생각에 잠겼다.그런데 계속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죄를 지었으니 발견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은 당연했다.만약 경찰이 들이닥친다면 정말 모든 것이 끝장이다.“누구야? 젠장, 그만 두드려!”수호가 짜증을 내며 언성을 높였다.쿵!그 순간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바로 염구준이었다.“목소리를 들으니까 제대로 찾아왔네.”두 사람은 가짜 신분증과 가짜 이름으로 사용했기에 잘못 찾아왔을까 봐 계속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염구준이 나타나자 수호와 채나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몸을 떨었다.그의 막강한 힘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너… 너 어떻게 여기 왔어?”수호는 이까지 떨면서 겨우 물었다.“노교수가 알려줘서 찾아왔지.”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의자에 앉았다.“노교수?”수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지하에서 노교수의 몸을 몇 번이나 찔렀는데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교수는 어디 있어? 나 만나서 오해를 풀 거야.”이런 비열한 작전에 넘어갈 염구준이 아니었다.“교수님은 하늘에 있어. 너희들을 교수님한테 보내려고 내가 왔어.”염구준은 손가락을 펴서 위로 올렸다.그 말 뜻은 모두 알고 있었다.노교수가 죽었으니 수호도 죽을 거라는 말이었다.“아니야.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채나가 교수를 죽였어. 저년이 나를 꼬셨다고!”수호는 옆에 서 있는 채나를 가리켰다.“웃기지 마. 분명 네가 죽였잖아. 나까지 잡아서 인질로 데리고 온 주제에!”채나가 나서서 반격했다.순식간에 두 사람은 서로 물어뜯으며 케케묵은 옛날 일까지 거들먹거렸다.“닥쳐!”염구준은 그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너희들이 갖고
브레인은 자폭할 기세로 체내의 기운을 끌어올리더니 이내 포기했다.그처럼 목숨을 아끼는 사람이 자살할 리가 없다.심지어 그럴 용기마저도 없을 것이다.“묶어서 리아성전에 연락해!”미카엘은 쌍방의 관계를 눈치채고 지시를 내렸다.“어흑…”브레인은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바람에 기절해버렸다.그를 잡아서 몸값을 받아내는 것은 세상 치욕스러운 일이었다.염구준은 다시 광휘에게 다가가 애도를 표시했다.그리고 두 개의 화염을 일으켜 노교수와 여자를 화장했다.이미 하얗게 타버린 유골을 함에 잘 담아서 광휘에게 건넸다.이곳은 날씨가 따뜻해서 시신이 빠르게 부패하니 용하까지 데리고 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일이 거의 마무리되었다.임시 작전팀은 모두 염구준을 쳐다보며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비록 팀장은 아니지만 어느새 그를 팀장으로 인정했다.“용하에 돌아갈 건데 당신들도 갈 겁니까?”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당연하죠!”“그럼요. 이곳에 공항도 없는데 용하에 돌아간 후에 귀국하는 수밖에요.”모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문제는 염구준이 떠난 뒤에 고국의 후예들이 따지고 들까 봐 걱정되었다.“용하로 돌아갑시다!”염구준이 차에 앉아 길을 안내하고 뒤에서 일행의 차량들이 따랐다.드디어 차 대열이 용하로 향했다.이번 행차에서 임시 작전팀은 지휘관을 잃고 참담한 손실을 입었다.올 때 200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명도 남지 않았다.반대로 염구준은 꽤 수확이 많았다.비록 4000억을 상대방에게 주었지만 연갑과 혈자보제를 얻었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차 대열이 이동하는 속도를 보아 저녁이면 만성시에 도착할 것 같았다.이번 연합 작전에서 거록 존주가 죽었으니 임무를 완성한 셈이다.하지만 염구준이 말한 것처럼 그는 작전팀에서 탈퇴했고 거록 존주는 그가 죽였으니 다른 세력과는 관련이 없었다.만성시에 돌아온 작전팀은 축하 파티를 열지 않고 황급히 조국으로 떠났다.오히려 염구준은 급하게 돌아가지 않고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했다.윙윙!호텔에서 식사
“난 아직 볼일이 있어서, 조용한 곳을 찾아 몇 가지 질문만 할게요.”염구준은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거절했다.노교수가 임종 전에 남긴 유언 때문에 할 일이 또 생겼다.“선배님이 편한 대로 하세요.”미카엘은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차를 가리키며 걸어갔다.염구준의 태도로 보아 다른 사람들이 대화 내용을 듣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차에 올라타자 염구준이 휴대폰을 꺼내 옥패 사진을 보여주었다.“이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고대 옥패인데 모두 8개 있다고 하더군요.”미카엘은 힐끗 봐도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아는 것을 알려주세요. 조건은 얼마든지 말해도 좋습니다.”염구준이 성의를 담아 요청했다.고국의 지하에서 옥패 그림을 본 이후로 고국이 옥패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물어볼 상대를 정확히 찾은 것 같았다.그러자 미카엘이 손을 휘저으며 웃었다.“선배님, 이미 큰 돈을 받았는데 더는 받을 수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죠. 오래 전에 굴운 고국에도 이런 옥패가 있었어요. 전대 국왕은 워낙 보물로 애지중지해서 고국은 이로 인해 강대해 졌어요.”“그런데 어느 날, 나쁜 마음을 품은 자들이 옥패를 노리고 전대 국왕을 독살했습니다. 이어서 수많은 세력들이 고국에 쳐들어와서 저희 선조들을 학살했지요. 나중에 옥패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고국에 남은 선조들은 이곳을 떠났어요.”“가문의 전적에서 봤는데 옥패 8개를 모으면 특수한 방법으로 오묘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미카엘이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에게 쓸만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결국은 옥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그게 끝입니까?”“제가 아는 것은 이게 다예요. 필경… 옥패에 대한 기록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미카엘의 표정을 보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굴운 고국은 옥패로 인해 멸망했다.고대에는 봉건사상이 강하니 불길한 물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았다.“그럼 이런 문자는 본 적이 있어요?”염구준은 다른 사진을 보여주었다.바로 민씨
쿵!염구준은 바로 돌아서 검으로 막고 상대방을 날려버렸다.7명 중에서 한 명이 빠져 진법이 무너졌다.“철수다!”전투 경험이 많은 미카엘이 즉시 결단을 내려 철수하고 다시 진법을 세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7명이서 염구준 한 명을 어쩌지 못하는데 6명이라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눈앞의 반보천인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는 아직도 강력한 초식을 위해 검기를 축적하고 있었다.이렇게 해야만 단번에 승부할 수 있으니까.“칠합일체. 전력으로 싸운다!”미카엘이 명령을 내리자 대열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거대하게 변했다.기운은 하나밖에 느껴지지 않았다.7명의 기운을 한 곳에 집중시킨 것이었다.“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검기를 축적하고는 번쩍 뛰어 맹렬하게 앞으로 돌진했다.검이능공 초식이 더 강했지만 얼마전에 사용했기에 짧은 시간에 다시 사용하는 거은 무리였다.“석운칠성멸!”미카엘도 검법을 가동하여 폭발적인 기세를 보였다.강력한 두 힘이 부딪치며 격전을 벌였다.주변에서 지켜보던 무술인들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승부가 나길 기다렸다.쿵!염구준은 미카엘을 잠시 뒤로 하고 뒤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공격했다.승부가 벌써 갈렸다.싸우는 과정에서 염구준은 몸이 강해진 이후, 점점 강력한 검기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공무적, 거록 존주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었다.혈자보제는 정말 귀한 보물이었다.“어서 수장들을 지켜라!”상황이 심각해자자 상대방 부하들은 우르르 몰려서 본인의 수장을 지키려고 했다.어찌 되었든 그들은 백 명이 되니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저희는 장식품입니까? 저도 염 선생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붉은 장미가 먼저 나서자 다른 무술인들도 잇따라 염구준의 주변에 다가왔다.예전에 그들의 뒷배가 성조국과 개떡 같은 협상을 체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브레인의 지휘에 따랐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었으니 그런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어쩐지 염구준만 따르
”도와줘!”브레인의 고함소리에 리아성전에서 열 명 남은 부하들이 전부 지원하러 나섰지만 여전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이 고대 진법은 생각보다 강했다.나머지 세력들도 당연히 나서서 도와줘야 하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않았다.솔직히 브레인이 일방적으로 맞고 있으니 속으로 통쾌해서 나서고 싶지 않았다.그들이 나서지 않으니 7명의 부하들도 나서지 않고 관전했다.“염 선생님, 저들이 싸우고 있을 때 우리 떠나죠.”붉은 장미가 나서서 상의하려는 투로 말을 건넸다.타이밍은 좋지만 염구준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급하지 않아요. 진법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어쩌지 못해요. 일단 지켜보고 얘기하죠.”그는 거드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이 나라의 후예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전쟁터에서 격렬한 싸움이 계속 진행되었다.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리아성전에 반보천인 2명밖에 남지 않았다.두 사람은 포위되어 반격하지도 못하고 가까스로 버텼다.“이제 때가 되었네.”정확히 30분 후, 관전하던 염구준이 한마디 했다.쿵!그 순간 7명은 가장 약한 반보천인을 공격해 쓰러트렸다.혼자 남은 브레인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중상을 입었다.리아성전은 이번 작전에도 전멸한 셈이었다.“저들은 리아성전에서 왔어요. 돈이 많으니까 잡아다 몸값이라도 받아요.”염구준이 불쑥 튀어나와서 말하자 브레인은 하마터면 혈압이 올라 쓰러질 뻔했다.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잡아다 몸값을 받는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앞으로 리아성전에서 고개도 쳐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알려줘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당신들 전부 잡아야겠는데요.”미카엘은 돌아서서 염구준을 노려봤다.발차기로 본인의 형제인 반보천인 고수를 물리쳤으니 절대 우습게 볼 수가 없었다.“염 선생님, 제가 도와줄게요.”마지막 남은 반보천인이 염구준의 곁으로 다가갔다.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었다.게다가 그들 사이에 얼굴을 붉힌 적도 없었다.“괜찮아요. 나 염구준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아요.”
우르릉쾅!한창 격전을 치를 때, 지하가 심하게 진동하면서 위에서 자갈과 모래들이 떨어졌다.지하가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다.이곳은 지면과 거리가 있어서 묻히게 되면 아무도 살아서 도망칠 수 없다.“도망쳐! 지진이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양쪽 세력은 싸움을 멈추고 지하 입구로 도망쳤다.그들은 내려올 때, 나중에 올라가기 쉽게 밧줄을 묶어 사다리처럼 연결해 놓았다.이미 지하 입구 아래에 도착한 염구준은 사다리를 잡고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임시 작전팀에서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지하를 나가면 바로 석굴암이었다.평소 풀도 자라지 않고 한산하기 그지없던 곳에 오늘따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딱 봐도 7인조 패거리는 보통 무술인 같지 않았다.“미카엘, 실은 자폭 기관을 가동할 필요 없어. 내려가서 저놈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한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조심해야 해. 저들 중에 고수들이 있다고 들었어.”미카엘이라는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엄숙하게 말했다.그런데 불복하는 일행이 나서서 반격했다.“뭐가 무서워? 우리 7명이 모이면 저놈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 감히 조상들의 물건에 눈독을 들여?”“맞아. 난 수년 전에 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해서 아무도 안 무서워.”미카엘이 다시 나서서 말렸다.“큰소리하지 마. 기관이 작동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어. 일단 보초군부터 해결하자.”“나 혼자면 충분해!”한 그림자가 브레인이 지시한 부하들에게 돌진했다.“너희들 누구야?”반보천인 고수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리아성전의 부하들은 반격할 기회도 없이 참살당했다.이어서 남자는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며 지하로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려고 했다.스스슥!그때 마침 염구준이 지하에서 올라오며 남자의 얼굴을 향해 발을 힘껏 날렸다.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남자는 두 팔로 얼굴을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강하다!’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했지만 상대의 발차기에 팔이 저리고 아팠다.“당신은 현지 무술인입니까?”염구준이 두 사람을 내려
브레인이 말을 번복하니 여러 세력들은 불만을 품고 논쟁을 벌이다 결국 싸움이 일어났다.손전등이 비추는 곳 외에 어두워서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누가 죽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임시 작전팀의 철석 같은 동맹이 며칠 사이에 원수가 되어버렸다.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함께 공격하라! 브레인을 죽여라. 리아성전의 횡포가 하늘을 찌른다!”“맞아. 저 영감을 죽여야 해.”“감히 리아성전의 위엄에 도전하다니 죽고 싶어?”브레인이 모두의 분노를 사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이젠 리아성전에 반보천인 고수 2명이 있어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구석에서 몇몇 사람들은 혼전에 참가하지 않았다.“장미 대장, 정말 도와주지 않을 겁니까?”호전적인 누군가는 벌써 손이 근질근질했다.“죽고 싶으면 막지 않을게.”붉은 장미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한 켠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여기 시끌벅적하네.”바로 염구준이었다.그 목소리를 들은 임시 작전팀은 바로 동작을 멈추고 물러섰다.변수가 나타났으니 계속 싸운다면 오히려 남에게 좋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형님 맞습니까?”그때 어느 바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약하게 들렸다.염구준의 기억이 맞다면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 노교수의 제자 광휘일 것이다.그가 재빨리 다가가자 피바다에 쓰러진 노교수가 보였다.호흡이 미약하게 들리는 것이 이미 가망이 없었다.그리고 수호와 채나는 보이지 않고 다른 여제자도 죽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염구준이 광휘의 상처를 살펴보며 물었다.“수호와 채나가 돈에 눈이 멀어서 우리를 음해하고 보물을 챙기고 도망갔어요.”온몸이 피투성이인 광휘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노교수의 팀은 설립된 지 오래되어서 다들 정이 깊었다.그런데 재물 앞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에휴, 내… 내가 어리석었어.”노교수가 가까스로 말을 하면서 자신을 책망했다.염구준은 두 사람의 상처를 살펴봤다.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광휘는 앞으로 휠체어에 앉아
한 차례 격전은 30분 정도 지속되어서야 끝났다.반보천인 고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전부 이곳에서 구렁이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전신 경지 이하는 빨리 열매를 따고 나머지는 구렁이가 나타나는 것을 대비해 방어한다.”브레인은 또다시 변고가 생길까 봐 인상을 찌푸리며 현장을 지휘했다.방금 거대 구렁이의 방어력이 엄청나서 속으로 꽤 놀았었다.윙!그때 갑자기 이명소리가 들리더니 검 하나가 구석에서 날아와 석벽에 꽂혔다.“혈자보제는 내 거야. 너희들은 꺼져.”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염구준이었다.그는 모습을 드러내며 구자검을 회수했다.염구준을 본 브레인은 안색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염구준, 덩굴에 열매가 빈 것을 보아 네가 많이 딴 모양이구나. 그것으로 만족해!”이런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섭섭하게 무슨 말씀이세요. 혈자보제는 기이한 열매라 아무리 많아도 성이 차지 않네요.”염구준이 석벽으로 걸어가더니 열매를 따기 시작했다.리아성전의 부하들은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눈길을 브레인에게 돌렸다.그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전에 싸우면서 염구준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전투력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절반씩 나누자. 나도 많이 양보했어.”브레인은 어쩔 수 없이 양보하기로 했다.“벌써 귀가 먹었어요? 꺼지라고 했잖아!”염구준은 브레인을 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예로부터 보물은 능력이 있는 자만이 차지했으니 브레인은 공유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염구준, 말이 너무 심하네. 우리 리아성전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브레인이 뒷배를 내세웠다.“잔말 말고 물건은 여기 있으니까 능력이 있으면 빼앗아 보시든지.”염구준은 말하면서도 계속 열매를 따고 있었다.그 태도를 보아 브레인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끄드득!열받은 브레인은 손가락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다.“염구준, 너 몇 시간 전에 결투를 벌였으면서 나를 상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거다.”이번에 다른 반보천인
혈자보제는 아주 귀한 보물이다.하지만 보관하기 어려워서 열매를 딴 후 바로 복용해야 했다.아니면 약효야 떨어지고 며칠 뒤에 아예 썩어버린다.모든 약효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염구준은 제자리에 앉아 꼼작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는지, 통로에서 다시 인기척이 전해지면서 일행의 말소리가 들렸다.“대장, 밖에 보물 정말 챙기지 않을 겁니까?”“이 바보야, 그렇게 무거운 걸 얼마나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그보다 더 가치가 있고 가벼운 것을 챙겨야지.”“역시 대장은 똑똑해요.”두 남자의 대화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다.염구준은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혈자보제를 흡수하고 있기에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잠시 후, 두 사람은 혈자보제가 자란 곳까지 다가왔다.그들 반응도 염구준과 똑같았다.“대장, 여기 방울토마토 있어요.”대장은 얼떨떨했다. 햇빛도 없는 곳에 어떻게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 말이다.퍽!“이 무식한 자식아, 방울토마토가 이렇게 생겼어?”대장은 부하의 뒤통수를 갈기며 물었다.“그럼 이건 뭡니까?”부하는 맞은 곳을 슥슥 문지르며 물었다.“이것은…”한참을 살피던 대장도 무엇인지 몰라 대답하지 못했다.이런 식물은 본 적도 없었지만 동글동글한 것이 참 탐스럽게 생겼다.“혈자보제다. 하하하.”바로 그때 다른 통로에서 브레인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강력한 고수들은 더 귀한 물건을 원했기에 금은보화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브레인 팀장님도 여기에 오셨군요.”대장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로 짜증을 냈다.한 사람이 더 나타나면 어떤 귀한 물건이라도 모두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특히 브레인 같은 고수와 동행하면 국물도 얻어먹지 못할 것이다.“그래. 너희들 모두 나가. 여기는 리아성전의 귀속이고 밖에 재물들이나 가져.”브레인은 혈자보제를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브레인 전주님, 그건 아니죠. 혈자보제는 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