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운호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쾅!그는 한마디도 더 하지 않고 오른팔에 힘을 주어 상대방을 들어올린 후 다시 바닥에 세게 박았다.이런 부류의 사람을 상대하려면 약간의 고통을 주어야 하니까."윽, 그... 그만, 난 정말 모른다고!"중상을 입은 윤운호가 피를 토하며 급히 설명했다."그럼 네가 아는 걸 전부 말해. 한마디라도 거짓말이 섞여있으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기억하고."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며 상대방을 노려보았다.'이렇게나 무서운 살기를 내뿜다니.'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느껴지는 위압감에 윤운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땀을 흘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이게 불량약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 윤공하가 이 약들을 전부 회수하라고 해서 한 것일 뿐, 나머지는 아무것도 몰라."이 말에 염구준은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윤공하 좀 만나게 길 안내해."'역시 아래쪽부터 하나하나씩 파면 되는 거였어.'"하지만..."윤운호가 핑계를 대고 거절하려고 할 때, 모든 걸 눈치 챈 염구준이 그의 뺨을 때렸고, 곧 엄청난 고통과 함께 붉은 피가 그의 입가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뭐 더 할 말 있어?" 염구준이 자신을 봐주지 않고 강하게 나오자 윤운호는 그의 말대로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안내할게."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반항하더라도 계속 얻어맞을 테니까.한편, 윤가약국 3호점.불량약의 판매로 이곳은 이미 분노한 민중들에게 빈틈없이 철저하게 포위된 상태였다."윤공하는 안에 있어."윤운호는 현재 입구가 꽉 막힌 윤가약국 3호점을 가리켰다."진짜로?""확실해. 내가 어떻게 널 속이겠어."오는 길에 윤운호는 상대방이 바로 자신의 가문을 몇 번이고 창피하게 만들었던 염구준임을 떠올렸다.'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소름 돋는단 말이야. 겁도 없이 이런 어마무시한 사람을 건드리다니.'"내려."염구준은 짧게 말한 후 차에서 내려 앞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단체로 단단히 화가 나있군.'
이에 염구준은 약국에서 산 불량약을 꺼내 윤공하를 향해 걸어가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한테 이 약을 8통이고, 10통이고 먹이면 당신이 버틸 수 있을까?"'당연히 죽지!'윤공하는 두려워서 뒤로 물러났다. 그도 불량약 제조에 참여하여 이 약의 약효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정말 죽을 겁니다.""알아. 이미 당신들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으니 당신이 내려가서 피해자 외롭지 않게 저승길 친구나 해줘." 염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아는 거 다 말하겠습니다! 이 약은 윤영식이 직계를 모함하기 위해 만들어낸 겁니다. 지금의 윤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다시 통일하기 위해서였어요."윤공하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아는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한편, 윤약 그룹 지사.이곳은 윤씨 가문 방계들의 산업이자 그들의 버팀목이며, 직계들과 대항할 수 있는 밑천이기도 했다."아버지, 이번 행동은 예상보다 더 효과가 좋습니다. 윤씨 가문은 지금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으니까요."윤범걸은 샴페인을 들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방심하지 마. 일이 다 끝나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어." 윤영식의 늙은 얼굴에서는 희비를 보아낼 수 없었다.방계의 고위층은 전부 이곳에 모여 샴페인을 터뜨리며 미리 축하했다.윤대약이 이미 죽었고, 윤성호는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조만간 지금의 윤씨 가문의 형세를 뒤바꿀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광도 형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윤영식이 말을 하며 술잔을 들어 큰 칼을 멘 건장한 남자에게 경의를 표했다."당연하지. 전에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이번엔 네 은혜를 갚은 셈 치자."남자는 샴페인 한 병을 들고 바로 입을 대고 마셨다.이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고 마시는 사람은 대부분이 고정된 주거지가 없이 전국 각지를 떠돌아다니는 강호 사람이었다.윤중현은 샴페인 두 모금을 마시고 취했는지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 "흥, 염구준은 저희가 자기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겠죠? 웃겨, 정말.
이 공격으로부터 남자의 전투 경험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병기가 있어서 이렇게까지 날뛰는 것일 수도 있고.염구준은 두 발에 힘을 모아 땅을 박차고 뒤로 급속히 물러나 이 날카로운 공격을 피했다.이 탐색전에서는 쌍방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았다."광도, 한이혁이다!"남자는 염구준의 실력을 인정하고 자기 소개를 했다."난 청해시의 염구준이야."상대방이 강호의 예의에 따라 자기 소개를 한 이상 염구준도 실례를 저지를 생각이 없었다."네 실력은 꽤 괜찮아. 내가 맞붙었던 고수 중에서 3위 안에 들 수 있을 만큼."한이혁은 염구준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너도 나한테 참살 당한 무인들 중에서 50위 안에 들 수 있어."염구준의 평가도 낮은 편은 아니다.눈앞의 사람의 실력은 고대영에 비해서는 조금 뒤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내린 거였다."건방지구나!"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한이혁은 염구준의 말을 듣자마자 크게 분노하며 상대방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해 다시 칼을 휘두르며 공격을 시작했다. '날 무시하는 인간들은 모두 내 칼에 목이 날아갔다고!'그는 순식간에 어마무시한 기세로 공격을 퍼부었다. 토 원소의 능력이 더해져 묵직해지며 그 위력도 몇 배로 더 강해졌다.쾅!그러나 염구준은 옆으로 몸을 돌려 정확하게 그의 공격을 피했고, 칼은 바닥에 부딪쳐 큰 구멍을 뚫었다.'허점이다.'염구준은 칼이 바닥에 박힌 것을 보고 재빨리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상대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한이혁은 점점 다가오는 주먹을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떴지만 막지 못해 이를 악물며 상대방의 공격을 받았다.쾅!공포스러운 진기와 불꽃이 섞인 주먹은 그렇게 한이혁의 얼굴에 정확히 꽂혔고, 그는 이 한방에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한이혁은 수염, 눈썹 그리고 소량의 머리카락이 불꽃에 타버리고 안면이 거뭇해진 탓에 겉모습이 엉망이 되었지만 여전히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꼿꼿하게 버텼다."얼굴이 정말 두꺼운데?"염구준은 저린 왼팔을 움직이며 조금 놀라워 했다.
부상 당한 사람과 2대 1로 붙는다면 이길 확률이 높았다.어마무시한 기세로 공격해오는 두 사람을 보며 염구준도 조금 위기감을 느꼈으나 오른손을 한 눈 보고는 왼손으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칠상권, 칠권합일을 쓰기 위해 대량의 기운을 모았고 그 때문에 오장육부를 다쳐 입가에서 피까지 흘러나왔으나 계속 힘을 모은 끝에 끝내 어마무시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었다.모든 힘을 다 써서라도 한 명을 죽이겠다는 의지였다."하하하!"윤영식은 상대방의 공포스러움 힘에 자신이 어떤 존재를 마주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고 미친 듯이 웃으며 죽을 각오를 했다.염구준의 왼팔에서 핏줄이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곧이어 진기와 불꽃이 그의 팔을 감쌌고, 모든 준비가 다 된 걸 본 그는 망설이지 않고 적들을 공격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팔 주변에서 '치직' 소리가 났고, 공기조차도 이 강력한 힘에 일렁거렸다.염구준이 전력을 퍼부은 주먹은 어마무시한 기세로 두부를 때리듯이 정확하고 손쉽게 윤영식의 오른쪽 가슴을 관통했으나 윤영식은 그의 힘을 버티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 염구준을 끌어안았다. "절 신경 쓰지 말고 계속 공격하세요!"약물을 맞았기 때문에, 그는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이렇게 목숨을 건 공격 방식이라니. 대단하군.'이 모습을 본 염구준이 속으로 감탄했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이혁이 리듬 있게 발을 디뎠는데,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체표가 흔들리고 기운이 강해졌다. 그가 준비하는 공격도 살수였던 거다."꺼져!"염구준은 전력을 다해 몸부림 쳤으나 방금 전의 일격에 전력을 다 했기에 힘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벗어날 수가 없었다."광혈일도참!"힘을 다 모은 한이혁의 몸은 이미 피땀에 젖어 있었고 두 눈 역시 붉어졌는데,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무서웠다.그는 곧바로 뛰어올라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염구준의 머리를 향해 칼을 날렸다.지금 현재 적을 붙잡고 있는 윤영식은 이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하하, 죽을 때 한 명을 더 데려가니 황천길
한이혁은 자신이 전력을 다한 일격이 먹히지 않자 놀라서 소리 질렀다.'다 끝났어!'"씨발, 굳이 오른손을 쓰게 하네?"오른팔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에 염구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두 팔을 힘껏 위로 돌려서 한이혁을 허공에 붕 뜨게 한 다음, 상대방의 복부에 무릎을 박아 더욱 위로 올라가게 만들고는 가슴에 훅을 날렸다.두 사람은 그렇게 전의 그 층까지 올라갔다. "커헉!"큰 부상을 당한 한이혁은 바닥에 누워서 심하게 기침을 했다. 죽을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듯 싶었다."우리 아버지는?" 윤범걸은 두 사람만 있는 걸 보고 급히 물었다."왜 그딴 의미없는 질문을 하는 거지? 그 자는 어차피 그걸 쓴 이상 다 죽게 되어있는데."염구준이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대답했다.'돌아가셨다는 거지?'윤범걸은 침착히 현재의 상황을 분석했다. '두 명의 반보천인은 이미 죽었고, 염구준의 말투를 들어보면 우리를 그냥 보내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생각을 마친 그는 바로 결정을 내리고 소리쳤다."사투를 벌여라!"그의 명령에 윤씨 가문 방계의 고위층들은 모두 약물을 꺼내 대동맥에 주입했다."너희 같은 미친놈들은 내가 직접 끝내줄게."염구준은 말을 하며 모든 진기를 천천히 왼손에 모았다.눈앞의 사람들은 약을 복용해도 전신 위의 실력에 불과했기에 그는 적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다만 시간을 좀 낭비해야 할 뿐이지.'"죽여라!"약효는 약물 투입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올라왔다. 사람들은 윤범걸의 인솔하에 소리를 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죽더라도 싸우고 죽는 걸 선택한 것이다.염구준은 사람들을 한 눈 보고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앞으로 돌진해 그들을 죽였다.사리사욕을 위해 목숨을 쉽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오늘 같은 날이 언젠가는 왔을 테니.그는 사람들 속에서 왔다갔다하며 전부 목을 베었다."넌 결코 편히 죽지 못할 거다!"윤범걸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저주를 퍼부으며 눈을 감았다.그를 마지막으로 불량약을 만드는데 가담
일년 내내 천약산시와 같은 작은 곳에 박혀 살아 시야가 좁은 사람이 어떻게 전신전의 존재를 알 수 있겠는가?"네가 뭐라 해도 치료할 생각 없으니 꿈 깨."이제마는 상대방의 건방진 태도에 열이 올라 바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X발!"이 대답에 유일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제마의 가슴을 차버렸고, 이제마는 바로 넘어졌다."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1분 지날 때마다 당신 손가락을 잘라버릴 거야."말이 끝나자 그는 깨진 알람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기 시작했다. 째깍째깍 울리는 시계소리는 조용한 방안에서 더욱 크게 들렸다.하지만 이제마는 그의 협박에도 눈을 감고 아랑곳하지 않았다.전신전에서 전주부터 문 지키는 개까지 이르러 죽음을 두려워하는 생물은 하나도 없으니까.따르릉!1분이 금방 지나서 알람이 울렸으나 이제마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더러 마음대로 하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잘라!"유일현도 착한 사람이 아니라 이 모습을 보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이에 뒤에서 경호원 두 명이 걸어나오면서 흉악한 표정으로 칼을 꺼냈다."계속 보고만 있을 겁니까? 제 손이 다치면 손해를 보는 건 당신일텐데요."이제마가 옆에 있는 창문을 향해 소리쳤다."하여튼 코가 개보다 더 좋다니까."그러자 곧바로 농담 소리와 함께 염구준이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염구준!'"겁도 없이 감히 내 앞에 나타나?"유일현이 화를 내며 말했다.전에 병원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제의를 거절한 것에 대해 매우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허, 여기가 무슨 못 올 곳도 아니고, 뭔 상관이야? 그리고 내가 그쪽을 찾아왔다고 해서 뭐 어쩔건데?"염구준은 이제마가 무사한 것을 보고 빠르게 걸어가 밧줄을 풀어줬다."누가 너더러 밧줄을 풀라고 했어?" 이 모습을 본 경호원은 크게 소리 지르며 칼을 들고 염구준을 공격했다. "꺼져!"이에 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쳤고, 소리가 띤 충격파에 맞은 경호원은 바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그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생각이
유일현은 갑자기 느껴지는 격렬한 통증에 참지 못하고 처량한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유 대표님이 돌아가셨으니 대표님을 위해 복수하자!"이때, 경호원들 중 누군가가 소리 지르자 모두 우르르 몰려들었다.사실 그들에게 유일현이 살았든, 죽었든은 중요하지 않았다. 얼른 염구준을 죽이고 돈을 나눈 후 도망가고만 싶었으니까."돈은 좋지만 가질 능력이 있어야지 않겠어?" 그들의 탐욕 어린 모습에 염구준은 몸도 돌리지 않고 싸늘하게 웃었다.쾅!전신의 영역이 펼쳐지자 무서운 힘이 사람들을 압박하며 그들이 끊임없이 후퇴하도록 밀었다.쾅쾅!경호원들은 손에 든 고무막대기, 칼 등을 들고 전방의 이름 모를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격했지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이게 도대체 무슨 요술이야?"앞에 또 한 층의 투명한 결계가 막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고, 깨뜨리지도 못했다.이건 염구준이 자신의 실력을 본 사람들이 알아서 떠나도록 만들기 위해 만든 것들이었다. "이래도 안 꺼져?"한 무리의 벌레들에게 손을 쓸 생각은 없었다.그러나 거액의 유혹에 이기지 못한 경호원들은 떠날 의사가 없이 계속 전신의 영역을 공격했다.설령 헛수고라 할지라도 한 번은 시도해 보려는 작정이었다."흥, 답이 없네."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한 뒤 대량의 기운을 내뿜어 경호원들에게 날렸다.쾅!이 강대한 기운에 적지 않은 경호원들은 밖으로 밀려났고, 안에 있는 일부도 기절했다. 조금 전까지도 시끄럽던 별장 안은 이 한 방으로 드디어 조용해졌다.그는 유일현에게도 계속 죄를 묻고 싶었지만 상대방이 기절해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잠깐 고민할 때쯤, 옆에 있던 이제민이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한 번 치료해볼게요. 침 한 대만 맞으면 바로 깨어날 수 있을 겁니다."'이 늙은이가 꽤 뒤끝이 있네.'염구준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마는 앞으로 나아가 은침 하나를 꺼내 유일현의 혈자리에 갑자기 쑤셔넣었다.
"염 선생께서 바라시는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입을 열었다. "돈에는 관심 없지만 내 사람들을 때린 건 꼭 갚아야겠어서 말이야."이 말을 들은 유일현은 자신이 곧 한바탕 맞을 거라는 걸 확신하고 서둘러 말했다. "한 번만 봐주신다면 손씨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글을 철회하고 당신들이 이미지를 세탁하는 걸 돕겠습니다. 어떠신가요?""아니, 괜찮아. 어차피 우리는 몇 시간 후면 천약산시에 굳건히 설 수 있을 테니까."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이 유혹 없는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 그들이 어젯밤에 사람을 구한 행위는 이제 곧 일파만파로 빠르게 사람들에게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구하는 건 그 어떤 업적보다도 더 이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천약산시에서의 지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사람을 구했는데 그깟 흑역사가 무슨 대수인가? 손씨 그룹은 이제 사람을 구한 그룹으로 천약산시의 시민들에게 기억이 남을 것이 뻔했다."아, 안 돼!"얼마 지나지 않아 별장에서는 유일현의 비명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염구준도 이번에는 자애롭게 그를 완전히 죽이지 않고 절반 정도 죽여놓았다."그럼 이만 가죠. 아, 참, 이거 먹은 후에 해독주사 맞으면 돼."이제마는 떠나기 전에 불량약의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알약 하나를 남겨두면서 당부했다.그는 의사니까 말이다. 잘못한 건 유일현이지, 환자가 아니니 평등하게 대해야 했다.그후 두 사람은 별장을 떠나 병원에 갔고, 염구준은 용준영이 그저 겉만 다친 걸 보고 안심했다.초상비 역시 들은 정보들을 전부 염구준에게 모두 알려주었다.윤씨 가문은 이번 사건을 빠르게 대처했는데, 방계의 고위층들이 전부 염구준의 손에 죽었다는 걸 알고는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밀어놓고 죄를 지은 후과가 두려워 자살했다고 외부에 전했다.그리고는 불량약을 먹어 중독된 환자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주겠다는 입장문까지 내놓았다.덕분에 불량약의 여론은 빠르게 가라앉았고, 경매 역시 계획한 날짜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