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미쳤을 리 없지.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 했지만, 역시나 연기였네. 계속 그대로 있었으면 내버려두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군.”그처럼 굳건한 의지를 갖은 사람이 겨우 이런 일로 미쳐버렸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말이 안 됐다. 집사도 나정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모든 것이 파악되자, 집사는 도리어 마음이 평온해졌다. 나명관은 결국 자신의 의지로 이곳을 도망친 것이니, 다치진 않았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그냥 거기에 있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나정한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의 손엔 어느새 부러진 펜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통화가 마무리되고 집사는 쓴 웃음을 지었다. 분명 나명관은 그를 엄청 증오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대표님, 여기 서류에 서명이 필요합니다.”노크소리와 함께 비서가 서류를 든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나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다 미간을 찌푸렸다. 손에 들고 있던 펜은 부러져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펜 하나 줘봐.”그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나정한의 상태를 눈치챈 비서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이 질문에 나정한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표정을 풀고 답했다.“어젯밤에 그 사람이 머물고 있는 별장에 누가 다녀갔는지 조사해줘.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도망칠 수 없었을 텐데, 없어졌어.”나정한이 서류에 사인을 하며 비서에게 명령했다. 비서는 단번에 그 사람이 누굴 뜻하는지 알아차렸다.“뭐라고요? 그 분이 도망쳤다고요? 도대체 어떻게?”나명관이 도망쳤다니, 비서는 크게 놀랐다.“왜 두려워? 설마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그 모습에 나정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전주님께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하지만 비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되물었다.“아니, 일단 조사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나정한이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딛자 나명관은 가슴이 두려움으로 뛰기 시작했다. 부서진 잔해들, 가득 쌓인 먼지, 그리고 은은한 피 냄새.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쯤 열려 있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왔군.”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지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누구야?”속으로는 두려웠지만, 나명관은 애써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당히 소리쳤다. “나? 네 주인이 될 사람. 앞으로 계속 걷다가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라.”목소리에 가소롭다는 듯 낮은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나명관은 불안했지만 남자의 말 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나타난 인물, 나명관은 그의 정체를 깨닫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 어떻게….”이 남자는 그도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염구준을 조사할 때 나왔던, 그의 최대의 적, 흑풍 존주였다!“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치군. 그렇다면 내가 너를 찾은 이유도 알겠네?” 나명관의 표정을 본 흑풍 존주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었구나! 내게 염구준을 상대하게 원했던 사람!”나명관이 담담히 말하며 속으로 결심을 내렸다. “너 보고 혼자서 염구준을 상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대할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염구준이 무너지지 않으면, 넌 절대로 회사를 장악할 수 없을 테니.”흑풍 존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오만하게 나명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명관은 왠지 모를 불안이 서렸다. “하지만 난 지금 권력도 힘도 없는데, 왜 굳이 나를 선택했지?”나명관은 탐색하듯 물었다. 역시 다년간의 경험이 길러낸 노련함은 어디에 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을 찾아온 흑풍 존주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없기는, 나흐 가문 유럽 쪽에도 큰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분명 거기에 걸맞는 탄탄한 동맹 세력이 있지 않는가? 예를 들면… 혈용사, 크리스라던가?”흑풍 존주는 이 말과 함께 나명관의 안색을 힐끗 살폈다. 용병 왕 크리스는 과거에 나명관에게 목숨을 빚진
그렇게 염구준을 겨냥한 음모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나흐 그룹 빌딩.정장에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한 채, 나흐 가문 가주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나정한, 나와라!”그 기세에 리셉션 직원들은 물론 경호원들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인물,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이때, 어디선가 빠르지만 균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명관의 큰 아들, 나정한이 암위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미친 척할 거면 끝까지 하지, 이제 와서 왜 이러십니까?”부자 사이라 나정한은 누구보다도 아버지 나명관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예상했었다. 나명관은 대꾸하지 않고 곧바로 정색하며 본론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내게 회사를 넘겨라.”그렇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듯이, 나명관이 말했다. “거절할게요.”나정한이 허웃음을 지으며 단호히 대답했다.“죽여라! 반항하는 자, 모두 죽여!”나명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살기가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강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암위, 모두 죽여라.”하지만 나정한도 얌전히 당해줄 마음이 없었다. 순식간에 두 세력의 싸움이 벌어졌고,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반 직원들은 두려움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구석에 몸을 숨겼다. 겨우 월급 받는 회사를 위해 목숨 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크리스가 데리고 온 용병들과 흑풍 조직이 합세하자 전투는 당연히 나명관 쪽이 우세했다. 나정한이 이끌고 있던 암위는 대다수 죽거나 다쳤다. 나정한도 밧줄에 묶인 채 나명관 앞으로 끌려 나왔다.“아들아, 난 진짜로 널 다치게 하고 싶은 마음 없었어. 이 모든 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 참으로 안타깝구나.”“퉤, 웃기지 마. 진작에 당신을 죽였어야 했는데.”나정한이 살기어린 표정으로 아버지 나명관을 보며 말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
공격이 휘몰아쳤고, 엘 가문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실력이 너무 앞도적이었다.“앨리스, 넌 나랑 좀 가야겠어.”크리스가 갑자기 앨리스 뒤에 나타나더니, 거친 손을 뻗었다. 적을 제압하려면 우선 그들의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 과연 전투 경험이 풍부한 용병왕 다운 판단이었다.“조심해요!”하지만 이때 옆에 있던 청용이 크리스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저지했다. 크리스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쾅하고 단단한 것끼리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퍼지며 주변에 흙먼지를 일으켰다.청용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앨리스를 한손으로 들어 고성 안으로 들어섰다.“욱!”한쪽으로 사람을 보호하랴, 한쪽으로 공격을 막으랴, 청용은 결국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울컥하고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른 피를 밖으로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부러진 팔, 청용은 남은 손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크리스를 노려보았다. 과연 용병왕답게 크리스의 실력은 대단했다. “빨리 문 닫거라!”앨리스가 불리해진 상황을 빠르게 눈치채곤 사람들에게 서둘러 명령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소용없었다. 문이 닫히는 것보다 크리스의 행동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초강자가 한 명만 있더라도 전투의 판세가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리스가 닫히던 문을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치며 다시 활짝 열리게 했다. 망했다! 거의 모두가 최악을 생각하며 절망하던 순간이었다.“멈추지 마! 계속 공격해!”앨리스가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다양한 무기들이 크리스를 향해 쏘아졌지만, 결국 소용없었다. 사람들은 좀 전보다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보이지 않았고 패배가 거의 확정된 듯했다. “죽어라!”크리스가 앨리스를 향해 분노 어린 목소리로 돌진했다. 정말 답 없는 상황이었다. 앨리스는 죽음을 각오한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던 삶, 주마등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을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서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 덕에 주변은 온통 쑥대밭이 되었으나,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어 말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인간의 경지를 넘은 무공의 위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이들에겐 칼과 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을 수조차 없었다. 그저 불과 번개가 이리저리 부딪는 듯한 모습만 볼 수 있었다.그렇게 잠시 후, 한참 서로 공격을 퍼붓던 둘이 떨어졌다.“하하, 아주 통쾌하군!”염구준은 이 상황이 너무 즐거웠다. 눈은 온통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훅, 훅!”반면 크리스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모습 따위 완전히 없어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예전에 패배했던 쓰라린 기억이 다시 트라우마처럼 되살아났다. “다시 간다!”염구준은 공격을 재기했다. 하지만 그 속도와 위력은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강력한 돌풍과 함께 불길이 일어났다. 크리스는 이 이상 염구준을 상대하다가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전투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당장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약한 생각 때문인지, 그는 결국 허점을 보였고 염구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먹이 번쩍하고 크리스의 등을 강타했다.“악!”그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고수들의 대결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단 한 번의 방심이 죽음을 불러왔다. 그렇게 한시대를 누비던 용병왕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흑풍 존주, 빨리 도와주지 않고 뭐해!”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눈치챈 나명관이 외쳤다. 하지만 아무리 지나도 흑풍 존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비로서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계략에 빠져 놀아났음을 깨달았다.그는 완전히 버려진 것이다. 염구준이 나타난 이상 흑풍 존주가 모습을 드러낼 리 없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리고 당장 20억을 보내지 않으면 용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어.”마지막 말을 마치자,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던 그녀에게 20억은 도무지 구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염구준은 그녀의 아들이 정확히 동남아시아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무리안이라는 지역명을 말했다. 그 순간 염구준은 낭패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리안, 동남아시아 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각종 주술, 샤먼이 선행하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에서 유명한 패자 멘딘 제레조차 피하는 장소였다. 그런 통제 불가능한 곳에 돈 벌러 가다니, 목숨을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구준 씨, 상황이 많이 복잡해?”그의 진지한 표정을 본 손가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니야, 일단 동영상부터 보자.”상황이 복잡하긴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출해야 하는 대상이 살아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였다. 그렇게 그들은 용필이가 봤다는 영상들과 협박 영상 신청하기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가 자기 집을 소개하는 모습, 주변에 여자들이 남자에게 호감을 보이는 모습, 외제차를 몰며 명품에 도배되어 있는 남자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박용으로 보내졌다는 영상까지.저 혼란한 무리안을 이토록 아름답게 포장하다니, 참으로 가증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영상을 계속 돌려보던 염구준의 눈에 익숙한 것이 발견되었다. 바로 이들의 목에 걸려 있는 신무옥패와 유사한 옥패였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미끼를 던져 강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뭐 좀 보여?”하지만 손가을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물었다.“응, 생각보다 상황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 같아.”염구준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님, 연락 온 핸드폰 저한테 주세요. 제가 해결해드릴게요.”혼란스러운 무리안,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다. “고마워!”이모가 안도감이 서린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남자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자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일부러 사건을 만들려고 연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디서 되지도 않는 연기를, 여기 카메라 있거든요? 아무도 당신을 때리지 않았다는 증거 다 찍혔다고요.”상황을 지켜보던 진숙영이 혹시 모를 사태가 걱정돼 끼어들었다.하지만 최근에 무공 수련을 시작하게 된 손가을은 남자가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소리만으로 사람을 날리다니, 도대체 염구준의 경지는 얼마나 높은 걸까? 그녀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내일 당장 이사 가. 너 같은 이웃, 필요 없으니까.”염구준이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두려움이 가득 서린 얼굴로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의 정체는 알 수 없었으나, 남자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는 것은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이 일단락되고 염구준은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사촌 이모의 일을 해결하려면 우선 상대가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아야 했지만, 연락되지 않아 지금 당장은 가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손님, 음료 드릴까요?”승무원 복장을 한 여자가 음료수 카트를 끌고 다가와 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염구준이 정중한 목소리로 거절했다.하지만 승무원은 물러서지 않고 음료수가 담긴 잔을 염구준 앞으로 내려놓았다.“손님, 20만원만 결제해주시면 됩니다.”이건 분명한 강매였다. 염구준은 헛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른 승객들의 테이블 위에도 음료수 컵들이 놓여 있었다. 모두 같은 상황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 볼 필요 없어요. 당신은 이걸 결제해야 해요.”염구준이 거절하자 승무원은 더 무례하게 나왔다. 그는 유심히 여자의 가슴에 달려 있는 명찰을 살펴보았다. 거기에 소요라고 적혀 있었다.“재미있네. 내가 끝까지 거절하면 어쩔 건데?”염구준은 이런 얕은 수작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사장님, 이 일은 이쯤 끝내는 게 어떻습니까?”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용하국 출신의 한 남자가 초록 머리에게 돈을 슬쩍 건네며 중재했다.“꺼져,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초록 머리가 남자를 째려보며 말했다.“호의 감사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혼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얼른 가보세요.”염구준이 웃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괜히 자신 때문에 이 일에 끼어들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에휴….”그러자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가족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동향 사람이라 돕고 싶었지만, 그에겐 그럴만한 역량이 없었다.“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따라와.”초록 머리가 잭나이프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휘두르며 위협했다. 정말 허세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염구준은 조용히 손을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초록 머리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앞으로 용하국 사람한테 말할 때는 예의 있게, 알겠어?”이건 좀 전에 그를 위해 나서준 남자의 몫이었다.“쳐라….”정신 차린 초록 머리가 부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지만,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초록 머리는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입을 떡하고 벌렸다. 하지만 염구준은 아직 제대로 힘을 쓰기도 전이었다. 만약 그가 진심을 다했다면 현장은 모두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형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 주시면 안 됩니까?”초록 머리가 겁먹은 얼굴로 무릎을 꿇은 채 빌었다. 보스고 뭐고, 눈 앞에 있는 남자가 그들보다 훨씬 강해보였다. “삼십 초를 주겠다. 당장 찰채를 데리고 와라. 일초 늦을 때마다 손 한마디씩 자르겠다.”악몽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염구준은 한번 화난 이상, 절대로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같잖은 파리, 귀찮지 않으려면 단번에 죽이는 것이 답이었다. 초록 머리는 망설임없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공항 호텔 안.찰채는 지금 한참 포커를 치고 있엇다. 그의 옆엔 소요가 앉아 부드럽게 어깨를 마사지해주고
염구준이 와준 덕에 많이 진정되었기에 이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략히 설명했다.“청해시로 돌아온 뒤, 동아리 멤버들의 가족들에게 유골을 전달하고, 가족 당 4천만 원을 위로금으로 드리려고 했어요.”“근데 방금 전에 자고 있을 때, 누군가 제 방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와 저를 끌고 나갔어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요.”“그리고는 저를 때려죽이는 걸로 죽은 사람들의 복수를 대신 하겠다고 했어요. 그치만 전 정말로 사람 안 죽였어요.”말을 마칠 즈음, 그녀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염구준은 전에 남긴 증거물이 생각나 입을 열었다.“그때 촬영한 영상은? 그거라면 네가 무죄라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거야.”이연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제가 막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는데, 저 사람들이 부숴버렸어요!”그녀는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만약 염구준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다면, 그녀는 죽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이때, 교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염 선생님, 저 두 사람을 놓아주는 게 어떨까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어요. 이러다간 진짜 목숨을 잃을 겁니다.”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여전히 그 두 사람을 붙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팍!곧, 그가 손을 놓자 두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더는 욕설을 퍼붓지 못했다.염구준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한개를 찾아 재생했다.“여러분, 이걸 보고 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겁니다.”영상은 대장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었는데, 그가 당시 초상비더러 이 영상을 찍어두라고 한 이유는 이상한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전에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다.여덟 명이서 함께 모험을 했는데, 이연 혼자만 살아 돌아온다면 당연히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영상이 몇 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잠시후 영상을 다 본 사람들은 전부 시선을 대장의 부모에게 돌렸다.“저희더러 모이라고 한 게 두 분이셨죠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며 가속 페달을 밟은 채, 염구준은 이연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건 지난번에 진씨 가문의 고택에 갔던 일과 관련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이유는 염구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점쟁이가 아니니까 말이다.한편, 현재 청해시 대학교 정문은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었다.백여 명에 가까운 외부인들이 학교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 중앙에는 너덜너덜한 옷차림의 한 여학생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머리도 엉망이었고 옷에도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그 여학생은 다름 아닌 이연이었고, 모습을 보면 금방 폭행을 당한 것 같았는데, 만일 학교의 경비들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중상을 입을 게 뻔했다.“여러분, 제발 진정하시고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대화로 해결합시다.”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을 보고 교장은 머리가 아파서 확성기를 들고 의미심장하게 말렸으나 그의 말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곧 그의 말을 듣고 소리 질렀다.“난 좀 제대로 알아야겠어. 왜 여덟 명이 탐험을 떠났는데, 나머지는 다 죽고 얘 혼자만 살아돌아온 건지!”“이 년이 아이들을 죽인 게 분명해! 살인범을 처벌하라고!”“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야지! 죽여!”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모두 일곱 명의 사망자 친척들로, 언제든지 사고를 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불안정했다.물론 그들의 말은 전부 주관적인 추측일 뿐, 어떤 증거도 없었다.이연은 무서워 몸을 떨면서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방금 전에 너무 맞아서 트라우마가 생겨서였다.“빨리 먼저 끌고 가. 아니면, 조금 있다가 경찰들이 올 테니까!”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에 열여 명 남짓한 경비들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이연이 곧 끌려갈 위기에 처했을 때, 한 대의 포르쉐가 사람들 속으로 돌진해왔다.우웅.리얼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자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차가 옵니다, 다
염구준은 태연한 척하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마도 잘못된 것 같네. 내가 대신 손 봐줄게.”“죽고 싶어?”손가을은 작은 주먹을 쥐고 애교부리듯 그를 톡톡 쳤다.“하하하.”염구준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아내를 껴안고 향기로운 체취를 느꼈다.“구준 씨, 여기 회사야. 이러면 안 좋아.”손가을이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괜찮아. 이번에 문을 잠갔어.”그는 아내를 놓아주면서 엄지로 뒤를 가리키며 안심시켰다.“그건 무공이 성장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야. 기운이 아주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방금 행동은 아내의 체내에 있는 기운을 잘 감지하기 위해서였다.“알았어.”손가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서 질문했다.“구준 씨, 내 몸에 넣은 기운이 특별한 거 같아. 또 여분이 있어?”그녀는 체질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야. 이제 없어.”염구준이 손을 양쪽으로 뻗으며 말했다.“그렇구나. 여분이 있으면 부모님들 체력에 도움이 될 거 같아 주려고 했는데 없으면 어쩔 수 없지.”손가을은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했다.그래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물건이라고 하니 강요하지는 않았다.“앞으로 신경 써서 찾아볼게. 만약 찾으면 또 가져올게.”염구준은 아내의 생각에 찬성했다.그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그러니 가족들의 몸이 건강해진다면 보물을 사용해도 아깝지 않았다.“응, 난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았어.”손가을은 갑자기 생각났는지 부랴부랴 노트북 앞에 앉았다.“나도 도와줄게. 그러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지.”염구준이 다가가 함께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렇게 부부는 퇴근시간까지 바쁘게 보내다가 딸을 마중하러 학교로 갔다.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면 오늘 그의 삶은 더 충실했을 것이다.이어서 며칠 동안, 강호 인사들이 가끔 청해에 와서 염구준을 찾았다.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어느 날 아침, 염구준이 기상할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전화 소리가 계속 울렸다.그것도 모르는 전화번호였다.몇 번이나
염구준이 테이블 밑에서 현금이 들어 있는 가방을 꺼내더니 지퍼를 열었다.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이놈을 찾기 위해서 요새 꽤 애를 먹었다.“정말입니까?”앞뒤 태도가 너무 달라서 진강은 일시적으로 적응되지 않았다.“그럼요. 난 딴소리를 하지 않아요. 돈은 여기 있으니까 얼마를 가져갈지는 당신들에게 달렸어요.”염구준이 현금을 가리키며 말했다.돈에 함유한 힘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염구준이 병 주고 약 주는 수법에 후배들은 경악했다.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에 이 정도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알겠습니다. 염 선생님이 진심으로 말씀하니 나도 사실대로 말할게요.”진강이 말할 때 계속 돈을 힐끗 쳐다봤다.이어서 그는 거록 존주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일을 전부 토로했다.모든 내용을 들어보면 양쪽에서 말한 것이 별 차이가 없었다.“염 선생님, 이게 다입니다. 대답에 만족합니까?”진강은 떠보듯 물었다.“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놨군요.”염구준은 200만 원 현금을 던지고 계속 질문했다.“거록 존주의 거주지 어디 있어요? 말만 하면 이것을 전부 드리죠.”유용한 정보야말로 가치가 있는 법이었다.“알고는 있지만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진강은 입맛을 다졌다.“꾸물거리지 말고 말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유용한 정보를 내놓으면 돈을 다 가져가도 된다는 뜻으로 가방을 차버렸다.이까짓 돈은 안중에도 없지만 좌천한 은세가문에 있어서는 거액의 숫자였다.“배신자 거록에게 당한 후로 우리도 그놈의 행방을 계속 주시해 왔습니다. 심지어 곁에 부하들도 놓치지 않았어요. 일단 이것을 보세요. 모두 거록이 전에 살았던 거주지입니다.”그는 세계지도를 꺼내 보였다.위에 수백 개의 붉은 점이 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뻗어 있었다.활동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보기만 해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당신들한테 첩자가 있다면서 거록이 어디 있는지 말씀하세요. 내가 가서 당신들 대신 복수해 줄게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안 됩
“게다가 쇄룡산맥의 진씨는 20년 전에 멸망했어요.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염구준은 모두의 망상을 단념시키고 거록 존주에 대해 말을 꺼내려 했다.그런데 뺨을 맞은 젊은 남자가 참지 못하고 격분하며 말했다.“용의 기운을 돌려주지 않으면 당신도 도둑놈이야. 세력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거라고!”이런 도덕적인 유괴를 능숙하게 사용하다니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염구준은 이해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치자. 나를 어쩔 건데?”“너…”젊은 남자는 말문이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염구준이 스스로 자신의 명성을 망가트릴 줄은 몰랐다.실력이 되지 않으니 무능한 분노만 남았다.옆에 젊은이들은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끼어들었다.“흥, 그래도 체신이 있는 분인데 내가 나가서 당신이 저지른 악행들을 죄다 알릴 거예요.”“게다가 방금 대화를 전부 녹음했어요. 인터넷에 올리면 다들 당신을 공격할 거라고요.”도덕적인 유괴가 통하지 않자 사이버폭력을 내세웠다.수법이 아주 혁신적이었다.사이버폭력 앞에서 강력한 염구준도 함부로 맞서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에 소문을 퍼트린 사람은 해결할 수 있었다.“어르신, 이것이 진씨 가문의 뜻입니까?”염구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본인 의지대로 행사할 권력이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아, 그럼 됐어요.”염구준은 더는 논쟁을 벌이지 않고 좋은 구경거리를 기다렸다.퍽! 퍽!갑자기 호찬이 움직이더니 젊은이들을 전부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나 거기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이러다가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염구준과 꽤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의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염 선생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사람을 죽이는 겁니까?”진강은 똥줄이 탔다.전신지상 실력으로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하, 어르신 말처럼 호찬이 하는 일은 나랑 상관없어요. 진씨 가문을 멸망시켜도 호찬의 일이지 않나요?”염구준은 상대방이 말하는 도리로 따졌다.사람이 착하면
한창 시끄러울 때 염구준이 도착했다.“당신들이 진씨 가문이에요?”밖에서 소리를 들었을 때 열댓 명이 온 줄 알았는데 다섯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당신이 염구준이에요? 왜 이제 왔어요?”젊은 남자가 일어서서 짜증스럽게 물었다.“그럼 내가 언제 와야 됩니까?”염구준이 되물었다.이것은 사정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독촉하는 것 같았다.“당연히 우리가 왔을 때 바로 왔어야죠.”젊은 남자가 당당하게 말했다.“여기는 청해 손씨 그룹이에요. 당신들 집인 줄 아세요?”염구준이 의자를 끌어 앉으며 병신들을 보듯 쳐다보았다.이런 인간들은 먼저 기세를 꺽어야지 아니면 답이 없었다.“이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입니까?”젊은 남자가 버럭 화를 냈다.“할 말이 없으면 가세요. 당신들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손님은 아니죠.”염구준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무례하구나. 당장 사과해.”촤아악!젊은 남자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뺨을 맞았다.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호찬의 소리가 들렸다.“감히 염 선생님한테 무례하게 굴다니 쳐 맞아야 정신 차리지.”뺨을 맞은 젊은 남자가 얌전해지자 나머지 사람들도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노인은 일이 틀어지자 속으로 안절부절했다.“염 선생, 좋게 얘기합시다. 후배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이제 나서서 만회해 보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염구준이 노인을 힐끗 쳐다봤다.“그쪽은 또 누구세요?”겁을 주려는 것이었다.그가 진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가문에 처리할 일이 남아 있었다.“진강이라고 합니다. 방금 후배들이 무례를 범했으니 대신 사과할게요.”그제야 상대방은 자세를 낮췄다.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요점만 말했으면 나도 덜렁이들과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어요.”‘덜렁이?’그 말에 젊은이들이 발끈하려다가 방금 일행이 뺨을 맞은 것이 떠올랐다.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진강은 그들이 일을 망칠까 봐 재빨리 나섰다.“염 선생님, 우리
“또 맞선다면 문씨 가문을 멸망시킬 수 있어.”염구준은 바로 무시했다.공격이 점점 더 맹렬해져서 초식마다 치명상을 날렸다.광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문수풍에게 공격을 퍼부었다.감히 가족을 인질로 협박하면서 허울 좋은 말을 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문수풍은 문씨 가문을 의지하고 있지만 염구준에게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매서운 공격 앞에서 그는 마치 외줄타기에 오른 것처럼 겁에 지른 비명소리를 냈다.“안 돼. 나 죽으면…”하지만 말을 끝내기 전에 염구준이 심장에 일격을 가하여 목숨을 끊어버렸다.모든 것이 그렇게 쉬웠다.염구준은 주먹을 거두고 나머지 세 가문을 쳐다보았다.“싸우고 싶으면 지금 덤벼. 각자 찾아가서 공격할 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불평하지 말고.”지금 염구준의 실력이라면 그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두렵지 않았다.“염 선생, 무슨 말을 합니까?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나설 리가 없습니다.”누군가 나서서 상황을 설명했다.방금 싸우는 것을 보고 염구준의 전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았다.그러니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서 공격해도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왜냐면 문수풍의 실력은 5대 은세가문에서 경지가 가장 높은데 어쩌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싸우기 싫다면 문씨 가문 소재지를 알려줘.”염구준은 사전에 방비하려 했다.문씨 가문에서 정말 문수풍 말처럼 염구준의 가족을 겨냥한다면 가차 없이 멸망시킬 것이다.“문씨 가문은 여기 있습니다.”굳이 힘들게 조사할 필요 없이 누군가 나서서 위치를 알려줬다.며칠 사이에 문씨 가문의 반보천인은 두 명이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참담한 손해로 가문의 기반이 휘청거렸다.하지만 염구준이 염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왜냐면 그가 나서기 전에 몇몇 은세가문에서 삼켜버렸기 때문이다.양육강식은 여전히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 법칙이었다.문수풍의 위협은 정말 우습기 그지없었다.아무리 10년을 머리를 굴려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동생 문수찬에 비해
용의 기운을 얻으려고 그를 포위하는 것은 괜찮지만 가족들을 건드린다면 선을 넘었다.“너희들이 내 가족들 습격했어?”염구준이 일행을 둘러보더니 마지막에 문수풍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가 협박하자마자 가족들이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맞아. 내가 부하들을 보냈다. 분개하지 마라. 내가 죽으면 문씨 가문에서 미친듯이 네 가문을 공격할 것이다.”문수풍은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했다.그는 염구준이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고 믿었다.‘미친놈.’나머지 가주들이 속으로 욕을 했다.문수풍이 이런 짓을 벌이기 전에 그들과 상의하지 않은 것이 원망스러웠다.갑작스러운 습격에 그들까지 공범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이 발광하는 모습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도망친 부하에게서 들었었다.“당신들도 한패야?”염구준이 다른 가문을 쳐다봤다.“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문수풍이 혼자서 벌인 일이에요. 우리는 용의 기운 때문에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한 사람이 나서서 설명했다.그러자 세 가문은 참여하지 않으려고 옆으로 물러났다.“겁쟁이들!”문수풍이 경멸하면서 욕했다.마지막에 와서 마음을 바꾸다니 정말 개탄할 일이었다“강호의 일은 강호 방식으로 해결하지. 당신은 선을 넘었어.”그때 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더니 단번에 제이든을 왕구혼에게 던져버렸다.상대방의 위협은 그에게 쥐뿔도 통하지 않았다.문씨 가문이 엄청난 가문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염구준이 몸을 번쩍 들어 곧바로 문수풍에게 돌진했다.“문씨 장병들! 나랑 같이 싸우자!”문수풍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염구준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문씨 가문에 반보천인 세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진씨 저택에서 죽고 한 사람은 임무로 파견 중이고 나머지는 문수풍이었다.1 대 1과 싸운다면 전혀 승산이 없었다.쿵!염구준은 돌진하면서 전신 경지 고수를 두 명 살해하고는 숨도 돌리지 않고 문수풍에게 달려들었다.분노의 필살기를 펼친 것이다.‘황금빛 기운? 용의 기
“돌려달라고? 그렇게 말한다면 용의 기운을 진씨 가문에 돌려줘야 규칙에 부합되지.”염구준은 이 사람들이 말한 규칙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지금도 용의 기운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그 당시 이들이 한 짓은 도둑놈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와서 저들의 물건인 것처럼 당당하게 굴었다.이익 앞에서 모두 뻔뻔한 놈들이었다.“돌려주지 않겠다는 건가?”문수풍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방금 염구준의 말투를 통해 자신들에게 도발한다는 것을 알아챘다.4대 가문은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감히 나서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염구준의 실력은 그들도 꺼리게 만들었다.쿵!염구준이 몸을 흔들어 기운을 폭발시키면서 앞을 가로막은 사람들을 물리쳤다.“뭘 자꾸 물어? 내 말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나? 용의 기운은 내 몸에 있어. 원하면 실력으로 얘기해.”손에 넣은 보물을 다시 내놓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진씨 저택에서 대결은 초상비가 늦게 도착하여 염구준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그러니 목숨으로 용의 기운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 그럼 내 동생을 죽인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 하냐?”문수풍이 매섭게 소리쳤다.문씨 가문에서 20명 넘는 정예병을 보냈는데 결국 3명이 돌아오고 반보천인 고수까지 잃어버려서 속에서 천불이 났다.아주 큰 손해를 본 것이다.문수풍의 말은 몇몇 가문을 끌어들여 함께 염구준을 상대하려는 뜻이었다.문씨 가문의 실력으로 그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웃겨. 그놈들이 나를 죽이려 해서 정당방위로 죽인 것인데 어떻게 갚겠다는 거야? 특히 문수찬은 나랑 손을 잡자면서 결국 배신했어. 죽어 마땅해.”염구준은 언성을 높이며 기운으로 문수풍을 제압했다.두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자 바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염구준은 두렵지 않았다.이곳은 청해, 그의 영역이니 외부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기세로 제압하자 왕구혼이 다급하게 나서서 말렸다.“두 분, 여기까지 하고 나중에 다시 상의합시다.”염구준은 그가 초대한 것인데 정말 싸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