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뇨!”고시연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왜 외부인을 위해 사정하는 거냐?”고진용이 또 물었다.고시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도 그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이치대로라면 그녀는 윤구주를 미워해야 하고, 그를 죽이려고 해야 했다.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그를 용서해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다른 사람이 의아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고기연은 잠깐 고민한 뒤 글썽글썽한 두 눈으로 말했다.“할아버지, 솔직히 얘기할게요. 전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귀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내뿜는 분위기는 제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부류의 것이었어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마치 하늘의 신 같기도, 지옥의 마귀 같기도 했어요. 전 그 사람을 보면 온몸이 떨릴 정도로 무서워요. 제가 말한 것들을 여러분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실력이 정말 뛰어나요. 불가사의한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전 할아버지가 그 사람과 싸우는 게 두려워요!”결국 고시연은 자신이 생각했던 걸 모두 얘기했다.그러했다.그녀는 윤구주를 위해 사정하는 것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건 혹시라도 힐아버지가 윤구주의 싱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찌한단 말인가?윤구주는 그녀에게 고진용이 죽음을 자초한다면 기꺼이 죽일 것이라고 했었다.고씨 일가는 800년의 역사를 가졌다.그러나 오늘 그 모든 게 무너진다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그래서 고시연은 애원하고 있었다.그녀는 할아버지가 윤구주와 싸우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시연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마치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잠잠해졌다. 그들은 고시연의 뜻을 이해했다.윤구주가 쉽게 사람을 죽이고 심지어 고준형, 홍?? 같은 강자들도 윤구주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때 사람들 모두 망설였다.고진용은 고시연의 말을 듣자 전의가 더욱 불타올랐다.“바보 같긴, 할아버지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였구나.”고진용은 웃으가서 고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지
고진용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려고 마음먹었을 때 윤구주는 고씨 일가 장원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이때 볼품없어진 고씨 일가 문 앞으로 고준형이 사람을 데리고 도착했다.그는 도전장을 가지고 왔다.고개를 들어 한 때 번화했던 고씨 일가 대문이 윤구주에 의해 갈라진 걸 본 고준형은 윤구주가 아주 미웠다.“난 안으로 들어가서 윤구주 그 자식을 찾을 거야. 너희는 여기 남아있어.”고준형은 부하들에게 그렇게 얘기한 뒤 걸음을 옮겨 과거 고씨 일가 장원이었던 곳으로 들어갔다.정전에 도착하자 산처럼 거대한 거인이 꼼짝하지 않고 대전 앞에 서 있었다.그 거인은 시괴 동산이었다.고준형이 가까이 다가오자 동산은 무표정한 얼굴을 들어 눈앞의 고준형을 바라보았고, 동시에 마치 야수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고준형이 대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면 그를 찢어발길 듯 말이다.“고씨 일가 가주 윤구주 씨를 뵙고 싶습니다.”고준형은 거만을 떨 수가 없었다.아무래도 윤구주에게 있어 그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동산은 꿈쩍하지 않았다.회갈색의 눈동자는 고준형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동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준형은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대전 안에서 갑자기 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동산, 안으로 들여보내.”시괴 동산은 윤구주의 명령을 듣자 그제야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시괴가 뒤로 물러나자 고준형은 그제야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정전을 힐끗 보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커다랗고 텅 빈 고씨 일가 대전 안에는 신처럼 보이는 윤구주만 있었다. 그는 책상다리를 하고 그곳에 앉아 있었다.고준형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윤구주를 보았다.윤구주를 본 순간 엄청난 압박감이 몸을 짓눌러 오는 것이 느껴졌다.마치 그가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신인 것처럼 말이다.“고 가주, 고씨 일가의 봉안보리구슬로 만들어진 팔찌를 주려고 날 찾아온 거야?”고준형이 안으로 들어오자 윤구주는 천천히
고준형이 거만하게 말했다.윤구주는 고개를 숙이고 도전장에 적힌 글씨체를 보고는 작게 탄식하며 말했다.“그래, 고씨 일가에서 굳이 죽음을 자초하겠다고 하니 기꺼이 죽여주도록 하지. 이 도전장은 받아들이겠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움직였다.도전장은 윤구주의 현기로 그 위에 윤구주의 이름이 적히게 되었다.윤구주가 정말로 도전장을 받아들이자 고준형의 눈동자가 악랄하게 빛났다.“좋아요. 도전장을 받아들였으니 내일 열 시 제비강으로 와요. 당신과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겠어요.”고준형은 말을 마친 뒤 대전을 떠났다.고준형이 떠난 뒤 윤구주는 중얼거렸다.“남릉에서의 일정도 이젠 마쳐야겠어.”...서남의 제비강은 다섯 개 도를 관통하며 그 길이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했다.남릉의 제비강은 과거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던 관광명소였다.그러나 오늘에는 여행객이 한 명도 없었다.오늘은 윤구주와 고씨 일가 어르신이 결전을 치르는 날이기 때문이다.아침 일찍 제비강 주위로 고씨 일가와 무도 연맹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게다가 강 입구 쪽이라서 관광객은 걸음을 멈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제비강 주위에는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복도와 정자가 많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정자에는 수백 명의 서남의 무도 사람들이 있었다.그중에는 단도문, 금강사, 신씨 형제, 형의문, 청성관 등 서남 무도 연맹의 각 문파 사람이 있었다.그들이 오늘 이곳에 온 것은 관전하면서 응원하기 위해서였다.가장 안쪽에는 고씨 일가 사람들이 있었고 용호산 천암사 사람도 그곳에 있었다.고씨 일가 쪽에서는 고준형을 필두로 고씨 일가 형제와 쓸쓸한 표정의 고시연이 있었다.용호산 천암사 쪽에는 기성윤을 선두로 십여 명의 천암사 문도들이 그곳에 서 있었다.크고 웅장한 제비강 위에는 어선 한 척이 강 중간에 떠 있었고, 자세히 보니 그 어선에는 노인 한 명이 있었다.그 노인은 바로 다름 아닌 고씨 일가 어르신 고진용이었다.오늘 고진용은 제비강에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서남 무도
고씨 일가 쪽에서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용호산 천암사 쪽에서는 도포를 입고 머리에 나무 비녀를 꽂은 제자들 몇 명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허약한 노인을 데리고 정자에 도착했다.자세히 보니 그 노인은 다름 아닌 윤구주로 인해 단전이 파괴된 홍진후였다.“사제, 내가 푹 쉬라고 했잖아. 왜 온 거야?”기성윤은 사제를 보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홍진후는 예전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해쓱해 보였고 얼굴은 온통 잿빛이었다.그는 고통스럽게 두 눈을 뜨면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자식이 죽는 걸 직접 보고 싶어서요. 그 자식이 죽는 걸 제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화가 풀릴 것 같아요.”기성윤은 당연히 사제의 원망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탄식하며 말했다.“사제, 걱정하지 마. 오늘 고진용 어르신이 있으니 그 자식이 아무리 대단해도 절대 살아서 떠날 수 없을 거야.”휠체어에 앉아 있는 홍진후는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증오는 아주 뚜렷했다.그는 당연하게도 윤구주가 미웠다.그의 단전을 파괴한 사람이 다름 아닌 윤구주이기 때문이다.이때 사람들은 제비강에서 윤구주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윤구주가 오늘 고진용의 손에 죽기를 바랐다.오직 고시연만이 묵묵히 윤구주를 걱정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렀고 드디어 9시 50분이 지나서야 두 명의 사람이 고씨 일가 사람들, 용호산 천암사 그리고 무도 연맹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다.한 명은 윤구주, 다른 한 명은 시괴 동산이었다.“왔다. 저기 봐, 윤구주가 왔어!”사람들은 둘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을 죽어라 노려보았다.용호산 천암사의 기성윤마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훤칠하고 잘생겼다.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빛나는 별만큼이나 눈부셨다.단순히 그의 용모가 잘생겨서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아니었다. 타고난 왕의 기질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줬기 때문이다.“사제, 사제의 단전을 파괴한 자식이
이러한 상황에 기성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이럴 리가 없는데. 천안술을 썼는데도 왜 저 자식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휠체어에 앉아 있던 홍진후가 힘없이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가능성은 하나뿐이에요. 저 자식의 내공이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이라는 거죠.”기성윤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워졌다.비록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윤구주가 홍진후 같은 대사의 단전도 망가뜨린 걸 보면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윤구주가 동산을 데리고 제비강에 도착했을 때, 고씨 일가 사람들은 다들 증오에 찬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오직 고시연만이 옷깃을 꼭 잡고 걱정스럽게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윤구주는 제비강에 도착한 뒤 시선을 살짝 들어 강을 바라보았다.강 위에는 고진용이 조용히 어선 위에 앉아 있었다.비록 그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지만, 윤구주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어선 밖으로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강 위 화면을 본 윤구주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말했다.“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라니, 오늘 사람 죽이기 좋은 날이네. 동산, 넌 이곳에 남아있어. 난 사람을 죽이러 갈 거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두 훌쩍 뛰어올랐다.그는 마치 유성처럼 날아갔고 제비강 근처 정자에 있던 수백 명의 서남 무도 연맹 사람들, 고씨 일가 형제, 그리고 용호산 천암사 사람들은 다들 윤구주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윤구주는 마치 용 같았다.그가 날아서 수면을 지나갈 때, 수면 위로 갑자기 파문이 일었고 곧 윤구주는 고진용에게서 십여 미터 떨어진 수면 위에 떠 있었다.그는 마치 평지에 서 있는 사람처럼 수면을 딛고 서 있었다.윤구주는 뒷짐을 지고 수면 위에 서 있었다.고진용은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살짝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곧 강렬한 시선이 윤구주에게로 향했다.“좋아.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젊은 나이에 이 정도 내공이라니. 오늘 내 손에 죽는다고
굵고 길게 늘어진 물기둥은 윤구주를 향해 휘몰아쳤다.화진 무도천방 7위의 강자가 나서자 윤구주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밑 수면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가 손을 들어 한 번 흔들자 주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그의 손아귀에 모여들었고 그가 밀어내자 기파는 그 네 개의 물기둥 위에 떨어졌다.쾅, 쾅, 쾅, 쾅!폭탄이 터지듯 네 개의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더니 사방으로 갈라졌다.공포스러운 파도가 몰려오면서 제비강 수면에도 거센 파도가 일었고 사방을 둘러보던 연맹 부하들까지 하나같이 혈기가 들끓었다."이 자식, 괜찮네.”"내 기술 하나만 받아쳐도 나가서 네 실력을 자만할 수 있어.""하지만 안타깝게도, 네가 서남에서 난폭하게 굴고 고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어쩔 수 없지. 너는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검은 어선에 서 있던 고진용이 오른손을 살짝 흔들자 온몸의 강물이 다시 파도를 일으켰다. 그랬더니 고 부처님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쾅 하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강물은 거대한 힘에 이끌려 솟아올랐고 두 개의 거대한 물주먹을 응집시켰다.이 주먹은 고진용이 무술의 진원 내력으로 뭉쳐 만든 것이었다. 그의 내력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했다. 연약한 물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굳혔다. 승용차 한 대도 이 거대한 두 주먹에 의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었다."임마, 내 철권 좀 받아봐!"고진용이 소리를 지르자, 그 두 개의 큰 물줄기 주먹이 유성처럼 윤구주를 향해 내리쳤다.윤구주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파!”그는 허공을 가로 그었다.금색 빛으로 빛나는 칼날이 허공을 가르더니 그 큼직한 물주먹 두 개를 한칼에 반으로 쪼개었다.강철처럼 단단한 물주먹은 윤구주의 칼을 전혀 당해내지 못했다. 내력이 사라지자, 거대한 주먹은 순식간에 시들다니 공중에서 와르르 무너졌다.윤구주가 단칼에 고진용의 물줄기를 받아치자 그의 몸은 거칠게 움직였다.그는 두 다리를 튕기더니 온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어서 두 손도 마치 거문고를 튕기듯 방금 하늘에
이 말을 한 윤구주는 다시 고진용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신급이 되고 고씨 가문의 늙은 부처가 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야.""그래서 말인데, 제가 손을 쓰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 묻겠어. 고씨 가문의 봉안 보리 구슬을 저에게 줄 수는 없겠어?”"지금 준다면, 나는 고씨 가문을 남겨 둘 것이고 당신도 살려둘 거야.”윤구주의 소리가 천천히 고진용의 귀에 들려왔다.이 고진용은 윤구주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정말 날뛰는 말괄량이 같으니라고! 감히 내 앞에서 망언을 하다니.”"설마 네가 그 작은 칼질로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고씨 가문의 선조가 포효하자 검은색 기체가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공포의 에너지가 나타나자 고진용의 몇 미터 앞에 있는 강의 수면이 갑자기 격렬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마치 이 강물 아래에 있는 화산이 곧 폭발할 것처럼 말이다."신급에 발을 들인 무술의 강자는 모두 무홍의 기운을 낸다고 하는데, 그 무홍의 기운은 선천 진원이다!”"진원이 뭉치면 세상 만물을 다스릴 수 있어.”"고 부처님의 몸 주위에 감도는 검은 기운을 보세요... 저게 전설의 무홍의 기운인가.”제비 강변의 정자 복도에는 태극문의 회장만이 눈을 부릅뜨고 까만 배 위의 고씨 가문 부처님을 바라보고 있었다.주변의 청성관, 단도문, 그리고 신씨 일가 형제 등 제자들은 고진용에게 무홍의 기운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모두 감격했다."역시 우리 서남의 부처님! 무홍의 기운까지 나타났으니, 그놈은 망했네.”"맞아!"한편, 고진용이 무술 신급의 무홍의 기운을 뿜어내자 용호산 천암사의 기성윤마저 눈에서 빛이 났다."무홍의 기운이라니.고 부처님의 수행이 10년 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셨네요.”"맞아요.""무홍의 기운을 가지면 같은 경지의 신급이라도 비길 바가 못 돼요. 그 도둑놈, 남은 건 죽음뿐이네!”옆에 있는 몸이 허약하기 짝이 없는 홍진
고진용이 염라대수의 묘기를 선보이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감탄했다."좋은 기술이군!”하늘을 가리는 열 길의 투명하고 거대한 손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무홍의 기운으로 굳어진 거인은 강철처럼 단단한데, 이 한 방이 떨어지면 작은 산이라도 박살 날 것 같았다."말괄량이 같은 놈!""아직도 안 죽었나 봐?”포효 소리가 고씨 가문 선조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그의 두 손이 윤구주를 향해 내리쳤다.쾅!거대한 손이 도착하기도 전에 엄청난 압력이 먼저 떨어졌다.윤구주 기슭의 수면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의 물줄기가 이 무홍의 기운의 기압에 의해 소용돌이 치는 등 강 전체가 강타당한 듯했다.쿵!거대한 손이 오기도 전에 압력이 바로 떨어졌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늘의 위압, 이 염라대수가 떨어지는 순간, 온 제비강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강가의 돌 정자마저도 고진용의 일격에 맹렬하게 떨렸고 더욱이 몇몇 오래된 정자는 이 무홍의 힘을 이기지 못해 마치 이곳에서 규모 10의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우지끈 부서지기 시작했다.공포의 십장 거수가 윤구주의 몸을 그대로 덮었다.이번에는 거대한 손이 떨어지다.수면이 그대로 가라앉았고 윤구주의 몸은 그 거대한 손에 의해 단숨에 삼켜졌다.강물은 아직도 끓어오르고 있었다.무서운 물살이 아직도 물을 튕기고 있었다.수많은 물꽃 속에서 윤구주는 염라 대수의 손에 완전히 눌려 강바닥으로 사라졌다."이봐, 저놈 없어졌어!”고함소리와 함께 강변의 연맹 사람들 입에서 가장 먼저 소리가 터져 나왔다.모두가 일제히 일어나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방금 윤구주가 있던 위치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거센 파도가 용솟음치고 있었다.높은 파도 때문에 윤구주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씨 가문의 부처님이라는 큰 염라의 손이 떨어졌을 때, 용호산 천암사 쪽에서도 모두 감격하여 일어섰다."끝났어?”"역시 육신으로 신급에 도달하신 선배님!”용호산 천암사의 기성윤이 눈을 반짝이며 강물이 사라지는
“저하!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길 서요산은 칠수방과 연합하여 자운각을 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운각의 시조가 서요산 검종 종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서부 대군이 현문을 함락했습니다. 하지만 현문 시조가 너무 막강했습니다. 현문 시조는 홀로 서부 대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쳤고 은용위와 암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 현문 시조를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밖에 있던 암부 구성원이 보고했다.“알겠어. 각 종문의 시조들은 대부분 최소 반폭 지존 경지니까 이해해. 은용위와 암부에 추격하러 간 부하들을 철수시키라고 해. 그들로는 그 늙은 괴물들을 잡을 수가 없어.”윤구주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저하, 그리고 은용위 지휘사 견배영이 천옥을 공격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쪽은 곤륜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저하께서 명령을 내리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암부 구성원이 또 물었다.“조급해할 것 없어.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미리 통지할 거야.”윤구주가 대답했다.윤씨 일가의 저택. 윤구주는 선조들의 위패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 전 그것이 우연이었을지 아니면 암시였을지 알 수 없었다.“윤상, 우리 윤씨 일가의 시조로 천 년 전 화진 무도의 최강자였지. 심지어 몇 년 연속 무도 도주였어. 윤씨 일가의 기록에 따르면 조상님께서 화진의 무도를 주름잡았을 때 종문 동맹은 무척이나 얌전했다고 했어. 하지만 조상님께서는 도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종문 동맹을 감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을 귀순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하셨지.”“조상님, 어떤 이들은 영원히 개과천선할 수 없어요. 죽이는 게 답이에요.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뒤에 다시 손을 쓴다면 너무 늦어요.”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당시 손을 썼더라면 지금 같은 일들이 없었을 것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윤상이 무도 도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로 성전을 찾으러 서역으로 향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윤상의 실종으로 윤씨 일가는 큰
견배영은 흠칫 놀랐다. 그는 윤구주의 눈빛에서 절대 막을 수 없는 의지를 엿보았고 그로 인해 열정이 불타올랐다.“저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화진의 좋은 사람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제가 또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저하께서 손을 쓸 필요 없이 제가 직접 자결하겠습니다. 제 부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제 부하들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제가 직접 죽이겠습니다!”견배영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겨우 그걸로는 안 돼. 능력이 클수록 책임이 큰 법이야. 스스로를 단속하는 동시에 부하를 잘 가르치는 것은 네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야. 그 정도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더는 날 따르지 마.”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견배영은 아주 빠르게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화진을 침략하거나, 화진의 부흥을 막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습니다!”윤구주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현문 분문을 공격하기 위해 산까지 올라온 병사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윤구주 휘하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은 일찌감치 그 점을 깨닫고 구주왕의 의지를 이어가려고 했다. 은용위도 이제야 구주왕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그리고 그들은 그제야 윤구주의 부하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구주왕을 따르는 것은 화진의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서울에 있는 종문의 분문들은 전부 끝장났다.같은 시각, 화진 각지에서 장수들이 출동했다. 암부와 은용위에게서 정보를 얻은 그들은 그 정보들을 이용하여 하룻밤 사이 화진의 각 지역에 위치한 분문들을 전부 없애버렸다.다음 날 아침, 각 종문에서는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끊긴 것을 발견했고 그렇게 그들은 홀로 남게 되었다.윤씨 일가.윤구주는 윤씨 일가 선조들의 위패 앞에 앉아 시선을 내려뜨린 채 서요산 검종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선조들에게 말을 걸었다.“어르신들, 종문 동맹은 삼천 년이 넘는 시간
“대단한 구주왕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탐욕스러운 인간일 줄은 몰랐어. 하하, 그러면서 감히 우리 종문 동맹을 적으로 돌리려고 해? 구주왕, 네가 날 죽인다면 난 네 마음을 죽일 거야!”추현송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빌어먹을 놈, 닥쳐! 당신같이 사악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저하를 평가하는 거야? 당신 정혈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견배영은 추현송이 구주왕을 모욕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추현송을 죽이는 것은 백성들을 위한 일인데 이득을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없었다.“내가 당신 정혈을 삼켜서 내 실력을 키우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단히 착각했네.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냐?”윤구주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추현송은 비록 자신을 반폭 구오 지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팔부 절정에 머물러 있었고 약자의 것을 삼키면 오히려 자신을 더 약하게 만들 뿐이었다.그리고 윤구주는 이런 금지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윤구주는 다시금 봉왕팔기 소생술을 시전했다.혈정은 녹색의 돌멩이가 되었는데 그 돌멩이는 투명하고 향기로우며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향기를 한 번 맡으면 정신이 맑아졌다.윤구주가 조종한 대로 녹색의 돌멩이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텐트 위에 멈추었고 수백 개의 녹색 기운이 허약한 소녀들의 체내로 주입되었다.이때 군의관들은 심한 부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소녀들을 위해 수술을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녹색 빛이 소녀들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소녀들의 허약한 몸에 다시 생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다친 소녀들이 전부 나았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세상에!”윤구주가 평생 수련하여 쌓은 그의 힘으로 소녀들을 구하는 걸 보자 추현송은 참지 못했다.“윤구주, 미친 거야? 내 정혈을 삼킨다면 나도 인정하겠지만 그렇게 귀한 것들을 저런 가축들을 위해 써? 귀한 물건을 이렇게 낭비해?”추현송은 큰 충격을 받았다. 윤구주의 행위는 그를 완전히 절망하게 했다.“누구를 보고 가축이래? 저 가련
윤구주의 체내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순식간에 순수한 양의 힘이 뿜어져 나오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 오조금룡이 되어 서울의 반을 뒤덮었다.용은 모습을 드러냈고 곧 그것의 포효가 세상을 뒤흔들었다.추현송이 만들어낸 핏빛 용은 울부짖고 있었다. 그것은 금룡을 향한 도발이었다. 금룡으로서는 가짜 용인 핏빛 용이 1초라도 더 존재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게 느껴졌다.순수한 양기가 금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핏빛 용은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용의 압박을 이겨내려고 했지만 양기에 온몸이 꿰뚫렸다. 뜨거운 양기의 힘이 체내에서 폭발해서 환한 금빛을 만들어냈다.쿠궁!핏빛 용은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용의 힘에 소멸하였다.피의 저주가 뚫리자 가장 먼저 역풍을 맞은 건 추현송이었다. 그는 피를 왈칵 쏟더니 몸 겉면이 갈라지면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가 되어 매우 처참한 꼴이 되었다.“견뎌. 견디라고! 정혈, 더 많은 정혈이 필요해!”추현송은 몸을 날려 핏빛의 구름 위로 날아가더니 그 속의 정기를 마구 삼키면서 겨우 버텼다.“젠장, 내 금지술을 파괴해서 내 백 년의 수명을 깎았어. 윤구주, 두고 봐. 가만두지 않겠어!”추현송은 욕지거리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싸울 이유가 없었다.그와 윤구주의 실력 차이는 너무 컸다. 어쩌면 서울에 오지 말아야 할지도 몰랐다.이내 추현송은 구름을 조종하더니 구름을 타고 멀리 도망치려고 했다.“어디로 도망치려고? 거기 서! 봉왕팔기, 천주 금술, 신마소멸!”윙!구름을 타고 도망치고 있던 추현송은 순간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잡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곧이어 엄청난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핏빛 구름을 순식간에 없애버렸다.퍽!핏빛 구름이 사라지자 추현송은 수백 미터 고공에서 추락하여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현재 추현송은 마치 가죽이 한 겹 벗겨진 것처럼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의 살은 마치 벌레처럼 미친 듯이 꿈틀대면서 추락하여 생긴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었다.“좋은 수단이야.
“나 정도 실력이면 상대가 구오 지존이 아닌 이상 무적이야. 구주왕, 죽을 각오나 해! 당신을 죽이는 건 시작에 불과해. 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천도궁이야말로 화진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화진 사람들은 모두 우리 천도궁을 진짜 신으로 모셔야 해!”우렛소리가 울리며 핏빛의 벼락으로 이루어진 핏빛 용이 구름을 뚫고 윤구주를 향해 덮쳐 들었다.“흥, 악령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자가 감히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해? 겨우 반폭 구오 지존이면서 감히 내 앞에서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하는 거야?”윤구주가 다시 한 걸음 내밀었다. 그가 손을 들자 멈추었던 빗방울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하늘로 올라가는 빗방울들은 예리한 검들이 되었다. 빗방울에서 엄청난 검의 위력이 느껴졌다.솩, 솩!눈 깜짝할 사이에 핏빛 용은 빗방울에 꿰뚫려서 만신창이가 되었다.“뭐야? 구주왕! 이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이건 금지술이라고. 내가 백 년 동안 수련해서 겨우 시전한 것인데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없을 거야!”추현송은 크게 외치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응집하라!”핏빛 용이 다시 만들어졌고 그것의 혈기는 전보다 더 강해졌다.붉은색 빛이 산 전체를 환히 밝혔고 붉게 물들어진 하늘은 충격적이었다.“약하면 약한 건지, 쓸데없는 말이 많네.”쿠구궁!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더니 손바닥이 핏빛 용과 붉은색의 구름을 내리쳐서 흩어지게 했다.곧 세계가 다시 조용해졌고 추현송은 넋이 나갔다.그의 금지술이 이렇게 사라지다니.이것이 바로 구주왕의 실력인 걸까?“하하하, 역시 구주왕은 남달라. 하지만 난 서울로 올 때 이미 너와 싸울 거라는 걸 알았어. 나는 너 때문에 서울로 온 거야.”추현송은 이를 악물고 법기를 하나 꺼내며 수인을 맺었고, 이내 핏빛 안개가 법기에서 뿜어져 나왔다.“이건 천도궁 서울 분문에서 추출한 정혈이야. 서남 재벌의 목숨을 연장하는 데 쓰려고 했던 것이지. 이 정혈은 무려 20조에 달하는 거래였다고. 하지만 내 상대가 구주왕이니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시간이 멈춘 것처럼 빗방울들이 허공에 멈춰 있었다.추현송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신의 경지였다.“당신이 진짜 배후였네. 견배영이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가 있었어. 말해! 너 정체가 뭐야?”추현송은 쓰레기를 버리듯 견배영을 내팽개친 뒤 온 신경을 갑자기 나타난 그에게 집중했다.쿵!그 사람이 움직였다. 그는 구름 위를 거니는 듯했고 동시에 걸음걸음마다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것 같았다.강렬한 압박감 때문에 추현송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가 힘들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가까워졌고 그의 그림자는 마치 하늘까지 닿을 듯했다.엄청난 압박감 때문에 추현송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무릎을 꿇을 뻔했다.콱!추현송은 혀를 꽉 깨물었다. 그는 고통으로 정신을 붙잡으려고 했다.다시 상대방을 마주하게 된 추현송은 순간 표정이 심각해졌다.“저 자식 온몸에서 치명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어. 운이 좋지 않다면 오늘 이곳이 내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어. 너 이 자식! 네 정체가 뭐든 상관없어. 천도궁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곳이 아냐. 내 배후에 있는 종문 동맹이 널 처참히 죽일 거다!”윙!그러나 상대방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살기가 더욱 강해졌다.그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추현송을 죽이는 것이었다.협박해도 소용없자 추현송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더 얘기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은 그를 죽이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젠장, 날 죽이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난 팔부 동천 절정이니까! 구오와는 겨우 한 걸음 차이라고. 난 이미 천인합일의 도리를 깨쳤어. 천도술 뇌연, 천벌행주!”추현송은 정혈을 토했고 이마에는 핏발이 섰다. 그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고 핏자국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핏자국에서 빛이 번쩍이자 하늘에 핏빛 구름이 모여들었다. 구름 사이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면서 우렛소리가 들렸다.바닥에 쓰러진 견배영은 문득 머리털이 쭈뼛 서
상대를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본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견배영, 넌 은용위 지휘사이자 임정설 휘하의 유능한 부하라지? 사람들은 너의 현공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 힘을 못 쓰는 거야? 나랑 두 시간 넘게 싸웠으면서 내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했잖아.”맞은편의 노인이 웃으면서 비아냥댔다.“쳇!”견배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 천도궁의 부궁주가 서울 분문에 왔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추현송은 백 년을 산 팔부 절정 강자였다.견배영은 이제 막 팔부 경지에 다다랐기에 추현송과 싸운다는 것은 그에게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평소라면 두 사람의 엄청난 실력 차이 때문에 빠르게 물러났을 것이다.그러나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국방부 사람들이 아래서 구경하고 있으니 말이다.은용위는 이젠 구주왕의 부하가 되었다. 국주는 그들의 충성심을 생각해서 그들이 한 짓을 못본 척해주었지만 구주왕은 달랐다. 그가 알고 있는 구주왕이라면 은용위가 저질렀던 짓 때문에 그들을 산 채로 찢어발길지 몰랐다.살고 싶다면 반드시 구주왕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이 악물고 싸울 수밖에 없겠어. 싸우다가 죽으면 적어도 명성은 챙길 수 있잖아. 만약 실력 차이 때문에 도망친다면 구주왕에게 바로 살해당할 거야!”구주왕의 수단을 떠올린 견배영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화진의 백성이 보기에 구주왕은 백성의 편이 되어주는 좋은 사람이자 화진의 평화를 지켜주는 영웅이었지만 일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마귀나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였다.“하하! 겁이 나서 그렇게 덜덜 떠는 거야? 싸우지 않는 건 어때? 이젠 임정설에게 충성하지 말라고. 대단한 분의 곁에 있으면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법이야. 임정설에게 충성해 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야. 차라리 우리 천도궁에 가입해. 실컷 즐기면서 살라고. 얼마나 좋아?”추현송이 웃으면서 말했다.그건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견배영을 영입하고 싶었다.은용위는 화진의 권세가들의
사람들을 구했다는 말에 윤구주는 뭔가를 떠올렸다.소문에 따르면 천도궁은 대외적으로 선인이 될 수 있다며 홍보했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정혈을 빨아먹었다. 소녀의 정혈을 먹고 살았기에 천도궁 사람들은 모두 동안으로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게다가 그들은 그 점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도를 닦고 도술을 배우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속이며 돈을 뜯어냈다.“구출한 사람들은 어디 있어? 그곳으로 안내해 줘.”윤구주가 말했다.민규현이 윤구주를 데리고 조금 전 은용위에 구출된 소녀들을 찾으러 갔다.임시로 설치된 텐트 안에서는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소녀들은 그곳에 모여 있었다.그들 모두 눈빛이 공허하고 몸이 여위었으며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다들 심각하게 학대를 당했는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피가 심각하게 부족해요. 그래서 조금 전에 군의관이 수혈해 주었어요.”민규현이 소개했다.그들을 치료하던 군의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검사해 봤는데 다들 몸 곳곳에 멍을 달고 있었습니다. 폭력적으로 할퀴거나 물어뜯은 것 같아요. 특히 하반신 상태가 심각해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평생 소변 주머니를 사용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돌봄 없이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사실 몸의 상처는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다들 엄청난 충격으로 정신이 많이 망가졌다는 거예요.”텐트 안에 있던 군의관들은 고개를 저었고 간호사들은 소녀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안타까워하면서 눈물을 흘렸다.윤구주는 침묵했다. 그는 종문을 너무 얕보았다.화진을 분열시키려고 한 것만으로도 죽을죄인데 그들의 악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이때 정태웅이 마침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정태웅은 무섭게 생긴 편이었기에 소녀들은 겁을 먹고 비명을 질렀다. 어떤 소녀들은 본능적으로 입고 있던 옷을 벗으면서 온순하게 굴었다. 장기간 학대를 당한 탓인 듯했다.“어?”짝!정태웅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윤구주에게 뺨을 맞았다.“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민규현, 네 사람들
“우리 서요산이 지우를 불러들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우리 서요산의 거자가 공격을 당했었거든.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속수무책이었어. 문씨 일가는 네가 이럴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았던 것 같아. 그래서 종문 동맹에 우선 서요산을 공격하라고 했겠지. 그래야 우리에게 여력이 없을 테니까 말이야. 구주야. 우리 서요산은 이번에 윤씨 일가를 돕지 못할 것 같다. 홀로 종문 동맹과 싸울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야.”서요산의 거자가 공격을 당했다니!그 소식에 서요산 분문의 제자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충격도 잠시, 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서요산 거자는 다음 검종 종주가 될 사람으로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누군가 서요산의 거자를 공격했다니, 서요산의 명맥을 끊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종문 동맹! 이 자식들 정말 극악무도하네요!”분문의 제자가 화를 내면서 욕을 했다.갑작스러운 얘기에 윤구주도 더는 책을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서요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나요? 서요산의 거자는 이미 죽었으니 함지우까지 죽게 할 수는 없죠. 정 어려우면 저한테 보내요.”“아주 심각해. 너도 알다시피 서요산 검탑에는 마귀가 봉인되어 있어. 만약 그 사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진에는 엄청난 재앙이 찾아올 거야. 그 때문에 나도 예정보다 일찍 출관했어. 곤륜 쪽도 평화롭지는 않아. 됐다. 너는 일단 종문 동맹을 평정해. 우리도 최대한 너의 발목을 붙잡지 않게 노력할게. 너는 마음 놓고 싸워. 종문 동맹은 화진의 질서를 삼천 년간 어지럽혔어. 이제는 뿌리를 뽑아야지.”푸른 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마지막 장면은 노인이 산에서 벗어나며 산이 뒤흔들리는 광경이었다.“문씨 일가는 대체 얼마나 일을 더 크게 키울 생각인 거지? 내가 손을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다니. 벌써 위협을 느낀 건가? 천도궁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거야? 내가 직접 가봐야겠군.”윤구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