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방 안.안색이 창백한 소채은은 여전히 혼수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 옆으로 다가가 윤구주가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쥐었다. 그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기뻐하며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다는 천시고중에 당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윤구주는 지금 이 상황이 견딜 수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곧 결혼 하기로 약속까지 했었다. "채은아."윤구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그러자 누워 있던 소채은이 그의 마음을 전해 듣기라도 한 듯 기다란 속눈썹을 움찔 떨더니 눈물 한방울을 흘렸다.그녀의 눈물을 본 윤구주의 가슴이 찢어질 듯 했다."채은아.""걱정하지 마. 내가 널 꼭 살려 줄게.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살려 줄테니까..."말을 마친 윤구주가 자신의 팔을 내밀고는 그 위에 손가락으로 한 줄 그었다. 그러자 그의 팔에 혈흔이 비치는가 싶더니 피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피로 소채은을 살리려 하고 있었다.알고 보니 윤구주가 말했던 유일한 치료 방법은 바로 자신의 체내에 있는 기운을 소채은에게 보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급의 기운을 담고 있는 혈액이 그녀의 몸 속에 있는 천시고충을 죽일 수 있었으니까. 윤구주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신급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그리고 그가 수련한 '구양진용결'에는 몸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었기에 그의 피는 소채은의 체내에 흘러 간 뒤 '구양진용결'의 공법에 따라 고독을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그런 방법이 있다고 했을 뿐 그걸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그의 사부인 귀의조차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방법이었다. 윤구주도 이 방법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윤구주의 팔뚝에서 흘러 내린 피가 소채은 의 입으로 흘러들어 갔고 그에 따라 신급의 힘을 담은 기운이 소채은에게로 흘러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윤구주가 오른쪽 손바닥을 펼쳐서 소생술을 시
왜냐하면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하면 그는 기린 화독에 의해 오장육부가 타들어갈 것이었다.윤구주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 단지 그가 죽은 뒤 사랑하는 소채운을 살릴 사람이 더는 없다는 사실이 걱정 되었을 뿐이다.그러니 지금 당장 그는 살아야 했다.윤구주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운기를 하자 금빛 내력이 그의 몸에서 떠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구주는 체내의 기린화독을 점점 억눌러 갔고 가슴쪽에 있던 독은 잠시 자취를 감췄다.온몸이 땀에 푹 젖은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검은색이 피가 묻어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의 머리 속에는 현재 소채은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그러려면 일단 자신이 중독된 기린화독을 해독해야 했다. 이 독이 체내에 있는 이상 그는 소 채은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윤구주가 주먹을 꽉 쥐었다....윤구주가 소채은을 치료하고 있을 때 한 검은색 BMW가 용인 빌리지를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여보, 나 놀래키지마. 채은이 대체 무슨 일인데? 그리고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소청하가 말했다.알고 보니 소채은에게 일이 생긴 후 천희수는 바로 소청하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알렸다.소청하는 자신의 딸이 공격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기절한 채 윤구주가 데려 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멍해졌다.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천희수와 함께 용인 빌리지로 떠났다.천희수가 울음을 더뜨리며 말했다."나도 몰라. 고모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 오려던 길에 당해서...""그럼 우리 딸은 지금 어떤데?"소청하가 엑셀을 더 세게 밟으면 다급하게 물었다."우리 딸은 기절했고 윤구주가 데려갔어."그 말을 들은 소청하가 약간 마음을 놓았다."그래, 윤구주가 데려 갔다니 그나마 마음이 좀 놓이네."소청하는 여전히 엑셀을 밟으며 빠른 속도로 용인 빌리지로 차를 몰았다.별장 아래,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
순식간에 많은 총이 자신을 겨누자 깜짝 놀란 천희수가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청하는 이 사람들이 전부 윤구주의 부하라는 걸 눈치 챘다."저는 제 사위 윤구주를 보러 왔습니다. 저는 소채은의 아버지이고, 이 사람은 소채은이 엄마입니다."소청하가 얼른 자기 소개를 했지만 암부원들은 소청하 부부를 몰랐기에 그저 큰 소리로 다시 말했다."누가 됐든 오늘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다. 무단침입하는 자는 바로 죽인다."소청하 부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백경재가 사람들 틈에서 나오자, 소청하가 윤구주의 부하인 백경재를 알아 보고는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 갔다."백 대사님, 저는 소채은의 아버지입니다. 딸을 보러 왔는데 어떻게 좀 들여보낼 주실 수 없을까요? 그리고 사위도 만나 보고 싶어요."소청하를 알고 있던 백경재가 고개를 끄덕였다."전하는 지금 별장 안에 있습니다. 들어오시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허락을 받은 소청하 부부가 재빠르게 용인 빌리지 안으로 들어갔다.뒤따라가는 천희수는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고 소청하의 옷깃을 잡은 채 검은 무리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여보, 저 사람들 다 뭐예요? 왜 총도 가지고 있어요?"소청하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다 우리 사위 부하들이지.""뭐라고요? 윤구주한테 부하가 있어요?"천희수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그럼 당연하지. 이 여편네야. 내가 말하는데 앞으로 구주 앞에서 말 좀 조심해. 우리 사위 보통 사람 아니니까."그 말을 들은 천희수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미워했던 윤구주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부부가 별장으로 들어선 후 소청하가 빠르게 앞으로 다가갔다."우리 딸! 우리 딸은?"윤구주의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민규현과 정태웅 등은 그 소리를 듣고 살기를 풍기며 앞으로 나섰다."어느 미친 새끼가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죽고 싶
시간이 흐른 후 방에서 갑자기 윤구주의 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님 아버님더러 들어 오시라고 해."그 말을 들은 민규현이 고개를 돌려서 소청하 부부에게 말했다."전하께서 들어가시랍니다.""네네,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소청하가 아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윤구주가 소채은의 옆에 앉아 있었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소채은은 윤구주의 피와 '구양진용결'의 진기를 받은 후 창백했던 혈색이 약간은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깨어나지는 못한 채였다.방에 들어온 소청하 부부는 침대에 쓰러져 있는 소채은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채은아, 우리 딸! 이게 어떻게 된거야?"소청하가 달려오면 소리쳤고 천희수도 그 뒤를 따랐다.하지만 천시고독에 당한 소채은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소청하는 거기에 더 놀라며 목소리를 떨었다. "구주야, 빨리 말해 봐. 채은이... 채은이 대체 어떻게 된거야?""채은이는 천시고독에 당해서 잠시 동안은 깨어날 수 없어요."윤구주가 솔직하게 말했다."뭐 중독?"그 말을 들은 소청하가 깜짝 놀라며 딸꾹질을 했다."왜 우리 딸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갑자기 독에 당해?""대체 어떤 새끼가 우리 딸을 공격한 거야."곁에 있던 천희수가 눈물을 흘리며 소채은을 안고 소리쳤다."채은아 일어나, 일어나봐. 엄마야, 엄마가 너 보러 왔어."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본 윤구주가 그들을 위로했다. "어머님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채은이를 살릴 거라고 약속 하겠습니다.""살려? 기억을 잃은 자식이 우리 딸을 어떻게 살려? "천희수가 화를 냈다."여보, 우리 당장 딸을 병원에 보내요. 여기서 더 지체했다가 진짜로 위험해 질 수도 있다고."천희수가 눈물을 흘리며 소청하를 다그쳤다."이 여편네가 진짜! 닥쳐 그냥, 구주 말 들어.""말을 들으라고? 당신 미쳤어? 기억을 잃은 놈 말을 들으라고? 당신 내 말 똑바로 들어. 만약 우리 딸이 위험해지기라도 하면 난 당신 평생 용서 안 할 거야."천희수가 노발대발 화를 냈고 두
서울 국방부.이황전.이곳은 문아름의 침궁이었다.금빛의 망포를 입은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대전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뒤에는 목석같은 검을 안은 남자 독고명이 서 있었다.이때 누군가 빠르게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저하! 군형 삼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안으로 달려 들어온 자는 다름 아닌 후방지원부대의 임진형이었다.군형 삼마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말에 문아름의 악랄한 두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말해요.”임진형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저하, 군형 삼마는 계획대로 임무를 완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채은이라는 여자의 몸에 군형에서 가장 지독한 천시 고충을 심어뒀다고 합니다. 소문에 따르면 천시 고충은 군형에서 독성이 가장 독한 독충으로 이것을 치료할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고충에 당한 사람은 당장 죽는 것이 아니라 몸이 서서히 썩어 들어가면서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하하하하!”임진형의 말에 문아름은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질 정도로 크게 웃었다.“잘했군요!”그렇게 말하더니 문아름은 악랄함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윤구주, 이제 너도 괴로워지겠지? 네가 아무리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네가 화진의 왕이었다고 해도 그게 뭐가 중요해? 그래봤자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인데 말이야. 하하하하! 딱 기다려, 난 네 여자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괴로움을 느끼게 해줄 거고, 네가 평생을 후회 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거야!”...시간은 물처럼 빠르게 흘러 곧 이틀이 지났고 마침내 10월 8일이 되었다.이날은 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그리고 온 도시가 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을 축하하는 날이어야 했다.그러나 지금, 소씨 저택 앞은 더없이 썰렁했다.초대를 받은 친지들이 전부 떠난 뒤 소씨 저택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용인 빌리지는 경비가 아주 삼엄했다.산 아래에는 천하회와 암부 사람들뿐이었다.용인 빌리지
윤구주는 그들을 쓱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나랑 같이 로비로 가지. 할 얘기가 있어.”“네!”곧이어 다들 윤구주를 따라 로비로 향했다.커다란 로비 안, 윤구주는 제일 위쪽에 자리를 잡았고 박창용, 민규현, 원성일, 정태웅 등 사람들은 차례대로 아래쪽에 앉았다.모두 자리에 앉은 뒤에야 윤구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자네들을 부른 건 아주 중요한 일을 통보하기 위해서야.”“말씀하십시오, 저하!”사람들이 말했다.윤구주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쭉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다들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도록 해.”‘뭐라고?’그의 말에 사람들은 당황했다.“저하, 저희에게 가라고 하신 겁니까?”정태웅이 가장 처음 말했다.다른 사람들도 답답한 심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다들 돌아가. 용인 빌리지를, 강성을 떠나.”“저하, 왜입니까? 저희는 소채은 씨의 복수도 하지 못했고 저하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저희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민규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지금 당장 결혼식을 진행하기는 어려워. 그리고 자네들을 돌려보내려는 이유는, 자네들이 더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야.”“저하!”“저희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소채은 씨 복수도 하지 못했지만, 그건 차치하더라도 저하의 곁은 꼭 지켜야겠습니다!”박창용마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윤구주가 말했다.“틀렸어! 난 지금 평범한 사람이니 자네들이 곁을 지켜줄 필요는 없어. 다들 자기 자신이 화진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를 알아야지. 박창용 자네도 그래. 자네는 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창용부대의 총사령관이야. 그리고 다른 세 명은 화진 암부의 3대 지휘사지. 자네들이 있다면 화진은 당분간 안전할 거야. 그러나 자네들이 없다면 화진은 혼란에 빠지게 될 거야. 그건 자네들도 잘 알겠지. 자네들을 지켜보는 건 국방부의 문아름뿐만이 아니야... 10국에서도 호시탐탐 자네들을 노리고
윤구주가 모두를 돌려보내자 다들 쓸쓸한 얼굴을 해 보였다.특히 정태웅은 눈시울이 빨개져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저하, 그러면 저하를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는 겁니까?”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곧 만나게 될 거야.”윤구주의 위로에 정태웅은 엉엉 울었다.옆에 있던 민규현 역시 눈이 빨개졌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가 무릎을 꿇자 천현수, 원성일, 주세호 등 화진의 거물들도 잇달아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오직 박창용만이 윤구주의 곁으로 걸어가서 감개하며 말했다.“저하! 그렇게 결정하셨으면 저희 모두 저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저희 80만 창용군은 언제나 저하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하께서 서울로 돌아와 문씨 가문에 복수할 때까지 말입니다.”윤구주는 박창용을 바라보며 무겁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렇게 윤구주는 모두를 돌려보냈다.이별은 언제나 슬픈 법이다.특히 윤구주의 형제들이 그랬다.그들에게 있어 윤구주는 신일 뿐만 아니라 친형과 다름없는 존재였다.그러나 그들은 윤구주가 그들보다 더욱 슬퍼하는 걸 몰랐다.그들은 윤구주에게 있어 형제일 뿐만 아니라 가족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윤구주는 반드시 멀리 내다봐야 했다.그는 본인의 사리사욕 때문에 화진의 평화를 홀시하고 그들을 이곳에 남겨둘 수 없었다.화진은 그의 나라이자 집이었기 때문이다.형제들과 작별한 뒤 용인 빌리지는 조용해졌다.용인 빌리지에는 백경재, 주세호, 소청하 부부만 남았다.“저하, 민 지휘사님과 박 사령관님, 원성일 씨 모두 떠났습니다...”주세호가 말했다.강성 최고 부자인 주세호는 당연히 강성에 남아있을 생각이었다.“그래요.”윤구주는 형제들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가 덤덤히 말했다.“저하, 제가 저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주세호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소채은의 중독으로 인해 윤구주가 틀림없이 괴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채은이를 위해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휠체어를 주문해 주세요.
윤구주가 소채은을 데리고 강성을 떠날 생각이라는 말에 천희수는 곧바로 말했다.“내 딸은 지금 혼수상태인 데다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얘까지 데려간단 말이야?”“어머님, 절 믿어주세요! 전부 채은이를 살리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채은이를 데려가려는 거예요.”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소채은은 의식이 전혀 없어서 죽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오직 윤구주의 소생술, 만이 소채은을 버티게 할 수 있었다.때문에 윤구주는 반드시 언제든 치료할 수 있게 소채은을 옆에 두어야 했다.그러나 천희수는 이런 점들을 몰랐다.그녀가 말했다.“내 딸을 데려갈 거라고? 안 돼... 절대 안 돼! 게다가 내 딸은 지금 혼수상태야. 채은이가 깨어난다고 해도 난 절대 채은이가 너랑 같이 가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 딸을 어디로 데려갈 생각인 거야?”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서남쪽을 바라보면서 솔직히 말했다.“전 채은이를 데리고 가서 채은이를 해친 사람들을 죽일 거예요!”“사... 사람을 죽인다고?”천희수는 그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 안색이 흐려졌다.“맞아요! 전 아주 많은 사람을 죽일 거예요! 그들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치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들은 죽어 마땅해요!”윤구주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천희수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오히려 소청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구주야, 난 널 응원한다! 가 봐. 가서 채은이를 죽인 나쁜 놈들을 전부 죽여. 전부 죽여서 채은이를 위해 복수해!”소청하의 말을 들은 천희수는 그를 덥석 잡았다.“미쳤어요? 어떻게 사람을 죽이라고 구주를 부추길 수 있어요?”“그러면 죽이지 말아야 해? 우리 딸은 그놈들 때문에 저 꼴이 됐어. 그 나쁜 놈들은 죽어 마땅하다고!”소청하는 눈이 벌게진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천희수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불쌍한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너무 착해서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하던 아이였는데. 그 나쁜 놈들이 우리 딸
윤구주는 즉시 서울로 돌아왔다.아니나 다를까 윤구주가 종문을 몰살시킨 사실을 서울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국상인 육도진이 영접을 나왔다.이들이 함께 왕궁으로 향하는 도중 육도진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종문이 흔들리고 있어서 큰 전투가 불가피한데 이것이 과연 축하받을 일이란 말이냐?”육도진을 흘끗 쳐다보며 윤구주가 물었다.“하하! 당연하죠. 종문 때문에 화진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어요. 사실 국주께서 이 전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요. 이번 전투를 통해 종문을 평정하여 화진의 내란 사태를 해결하려 하니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육도진이 웃으며 말하자, 윤구주도 약간 미소를 지었다.‘좀 흥미로운데? 국주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면서 왜 하필 내가 왔을 때 싸우려는가 말이야.’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온 이유와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육도진은 잘 알고 있었다.“암부는 저하가 설립한 것이에요. 설립한 목적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잖아요. 물론 이 중에 저하가 알면 안 되는 정보도 있긴 하지만. 사실 저하가 선 넘을 걸 국주는 눈감아주었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저하도 잘 아시잖아요.”육도진의 말에 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렸다.“네놈과 말하는 게 힘이 드는구나. 이렇게까지 암시 안 해도 돼. 옛날에는 몰랐다만, 지금은 다 알고 있어.”“그러면 되었어요. 국주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으니, 저하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실 거예요.”중요한 일에 관해 이야기한 후에 육도진은 다른 것도 물으려고 했지만, 윤구주가 관심 가질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윤씨 일가의 얘기를 꺼냈다.그러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는 바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본 육도진은 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씨 일가의 행방을 찾지 못해 윤구주는 매우 초조했다.“초조해하지 마세요. 저하가 문무에 두루 능하다고는 하나 지략은 문아름이 한 수 위에요. 게다가 그녀가 저하를 잘 알고 있으니 윤씨 일가의 행방을 알기가
“종문이 언제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단 말입니까? 그 노인들 주제 파악을 전혀 못 하네요.”정태웅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말 다 했어?”‘윽...’정태웅은 윤구주를 힐끗 본 뒤 곧바로 깨달았다. 윤구주는 아마 종문의 제자들에게서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정태웅은 곧바로 진지하게 보고했다.“저하, 저하께서 오신 뒤로 저는 암부와 각 군사 구역과 협력했습니다. 심지어 국주님께서도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문씨 일가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단서도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우리가 종문의 움직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은용위? 국주님께서 은용위를 파견했다고?”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국주는 큰 결심을 한 듯했다.은용위는 화진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대로서 그들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주둔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국주의 명령에만 따르며 왕실의 일을 책임진다는 것만 알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던 곳은 외국이었다. 당시 그들은 어려움을 겪고 큰 피해를 보았고 그 뒤로는 움직인 적이 없던 걸로 전해진다.국주가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조사하게 한 것은 은용위가 존재하는 의도를 벗어난 일이었다. 그만큼 국주는 윤구주는 중요시했다.“네. 은용위는 왕실 일만 책임졌는데 이번에 우리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놀라운 일이에요. 저하, 그리고 공씨 가문에서 공수이를 불러들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서요산 쪽은 어떻게 된 걸까요? 설마...”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평소에는 비록 점잖지 못했지만 큰일 앞에서는 절대 사적인 감정을 섞지 않았다.“괜찮아. 이 일은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서요산에서 함지우를 부른 것도 이해할 수 있어. 난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문씨 일가에서는 내가 종문과 적이 되기를 바라. 그래야 종문 동맹이 날 죽이겠다고 나설 테니까. 물론 그건 내가 원하는
살기가 흘러넘쳤다.구주왕인 윤구주는 사람들의 목숨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천뇌를 이용하여 종문 자제들을 전부 죽였다.잠시 뒤 주위가 고요해졌고 구용산에는 검은 재만 남았다.“잘 죽였어요! 정말 속이 시원하네요. 저 노인들 모두 죽어 마땅했어요!”공수이는 당연히 통쾌했다. 칠수방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들 겁을 먹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죽이다니, 너무 단호했다.“세상에, 현문, 자운각, 만불종 세 종문의 사람들 전부 구주왕 한 명이 처리했어요.”“세 종문의 사람들을 거의 다 죽인 것과 다름없지 않아요? 구주왕은 두렵지 않은 걸까요?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라면 구주왕과 원한이 없는 종문들도 힘을 합쳐서 구주왕에게 대적하려고 할지도 모르는데요.”차비연은 대충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종문이 손을 잡고 윤구주를 상대하려고 할지도 몰랐다.윤구주는 화진 무도를 적으로 돌렸다고 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구용산에서 세 종문의 자제들을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함지우는 서요산에서 전한 소식을 얻게 되었다.“서요산에서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어. 소식이 정말 빠르네. 누가 벌써 소식을 전한 거지?”함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칠수방의 여자들이 전한 걸까?“알면 뭐 어때요? 차라리 잘 됐죠. 그 어르신들도 이젠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괜히 나대면서 행패를 부리는 것보다는 낫죠.”공수이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일이 크게 번지길 바랐다.“넌 네 사부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칠수방에서 소식을 전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이곳 상황을 지켜보다가 일부러 소식을 전했다는 걸 의미하잖아.”함지우가 괘씸한 듯 말했다.윤구주가 돌아오자 함지우는 서둘러 그에게 다각서 물었다.“괜찮아. 문창정 그 노인네의 뜻대로 된 거네. 하지만 이곳을 지켜보던 사람은 분신을 이용했어. 분신이 아니었다면 그 사람까지 같이 처단했을 텐데.”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헉!”함지우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예상대
“구오가 왜 정점으로 여겨지는지 알아? 그것은 천지가 만물을 통제하고 천도가 최고라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가 극치인 거야.”용 아홉 마리와 코끼리 아홉 마리가 합쳐져서 진정한 영체가 형성되었다.영물은 종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마치 윤회를 초월한 미지의 존재 같았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창현진인과 자운각의 노인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경계 밖으로 쫓겨났다.그들 모두 몸이 멀리 날아갔지만 그들의 힘은 경계 안쪽에 남아서 소멸하였다.쿵!순간 먹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다시 맑아졌고 구용산은 다시 빛을 되찾았다.아래에 있던 사람들 모두 넋을 놓았다. 윤구주는 그들의 보기에 신과 같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 모두 윤구주와 비교할 수 없었다.종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함지우까지 넋이 나갔고 공수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참 뒤에야 욕했다.“세상에, 또 실력이 향상된 걸까? 설마 마지막 경지까지 깨버린 걸까? 하하하, 곤륜의 그 어르신들이 알게 된다면 또 화를 내겠네. 아니다. 이미 육신이 부패한 늙은 괴물들도 깜짝 놀라서 깨어나겠어.”공수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반대로 종문의 제자들은 표정이 다들 좋지 않았다.충격 때문에 멀리 날아갔던 창현진인은 간신히 일어나서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구주왕, 자운각은 저와 상관없습니다. 자운각에서 오려고 한 건지, 저는 당신과 적이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종문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우리 현문은 더 이상 무도 3대 서열 일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구주왕께서 종문을 대표하여 화진의 무도를 이끈다면 저희 현문은 최선을 다해 지지할 것입니다!”창현진인은 혹시라도 정운 등 사람들에게 선수를 빼앗길까 봐 서둘러 말했다.그는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체면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죽게 생겼는데 체면 따위는 얼마든지
‘힘이 남아있다고?’창현진인은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수많은 절정 강자들이 윤구주를 에워싸고 공격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인데, 윤구주는 아직도 자신의 수단을 다 보여주지 않은 걸까?그는 누구를 위해 수단을 남긴 걸까?“창현진인, 두려울 게 뭐가 있습니까? 큰소리치게 놔두세요. 그렇게 강하다면 아까는 왜 가만히 있었겠어요? 우리에게 겁을 줄 생각으로 큰소리치는 게 틀림없어요. 우리는 수백 년간 수련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보았죠. 구주왕은 무적이 아니에요. 화진의 가장 강한 왕도 아니고요!”정운은 윤구주 이전에도 왕이 몇 명 존재했고 그들 모두 결국 종문을 적으로 돌리는 길로 들어섰다는 걸 얘기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종문은 여전히 화진의 무도를 이끌고 있었다. 과거 세상을 휩쓸었던 대단한 왕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이젠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정운의 말에 창현진인도 잡생각을 하지 않고 윤구주를 상대했다.“윤구주,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감히 혼자서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어? 종문은 삼천 년 동안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어. 우리 종문은 네가 멋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여러분, 종문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합시다!”창현진인이 낮은 목소리로 외치면서 먼저 윤구주를 공격했다. 그는 정혈로 금지술을 시전했고 이내 거센 바람이 그들을 덮쳤으며 음산한 살기가 엄청난 기세로 윤구주의 목숨을 노렸다.자운각의 노인들은 빠르게 창현진인의 뒤를 따르면서 일제히 법기를 꺼냈다. 그 법기들은 아주 요사스러운 물건들이었는데 그들이 법기를 꺼내 드는 순간 구용산이 귀신으로 가득 차면서 요기가 하늘과 땅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침없이 치솟았고, 이내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뒤덮였다.그것이 바로 종문 선조들의 진짜 실력이었다. 삼천 년의 역사를 가진 그들의 저력을 사람 한 명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사람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윤구주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젠장,
그들 일곱 명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홀로 윤구주와 싸우면 어떻게 될지는 창현진인을 보면 알 수 있었다.“정말 양심도 없네요. 저러면서 명문 출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요. 그쪽 종문의 선조들이 그렇게 가르쳤나 보죠? 진짜 수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네요.”공수이는 현지욱을 욕하다가 별안간 자운각의 선조 일곱 명을 욕했다.심지어 윤구주마저 공수이의 욕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이 자식, 이제는 말을 꽤 잘하네.”윤구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이 대머리 자식, 잠시 뒤에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다들 같이 공격합시다.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해요! 역사는 승자가 써 내려가는 겁니다. 오늘 전투에서 우리는 반드시 구주왕을 죽여 화진의 무인들에게 누가 최강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창현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우리 종문은 삼천 년 동안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어요. 그동안 수많은 걸출한 인물이 나왔지만 그들 모두 우리 종문의 근간을 뒤흔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겨우 십여 년 정도 수련한 자식이 감히 우리 종문의 근간을 뒤흔들려고 하다니, 말도 안 되죠.”자운각의 선조 일곱 명은 양심 없이 함께 윤구주를 공격했다. 게다가 모두 치명적인 공격들이었다.음산한 바람이 불면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그들은 마치 악귀처럼 윤구주에게 달려들었다.“문벌에서는 조정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세가에서는 외국 세력과 결탁했지. 그런데 종문은 더 대단해. 감히 화진의 땅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나라를 세우려고 했으니 말이야. 중요한 건 지금이야. 반역을 꾀한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 아니야. 마지막도 아닐 거고. 예로부터 화진은 하나였어. 지난 삼천 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이건 하늘의 뜻이야. 그런데 당신들은 감히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고 했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결국 천벌을 받게 돼 있어. 나는 오늘 하늘을 대신하여 당신들을 죽여 정의를 실현하겠어. 당신들 같은 역적들에게 남은 건 오직 죽음뿐이야.”윤구주는 입술
팔부 동천 수준에 다다랐고 곧 교룡이 될 수 있었던 검은 뱀이 벼락을 맞고 죽었다.사실 그곳에 있는 많은 노인들도 검은 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그런데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하던 존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어버렸다.검은 뱀은 벼락을 맞고 뼈만 남았다. 금뇌가 사라지자 뱀의 뼈도 재가 되었다. 그 재는 지표면으로 떠올랐고 곧 아주 강한 피비린내가 났다.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지자 그 자극적인 냄새에 종문의 제자들은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이건 저 짐승이 집어삼킨 육체들의 정기야. 사람은 정기로 살아가지.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정기라니, 저 짐승은 그동안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죽였을 거야.”윤구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살기에 사람들은 섬뜩함을 느껴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아니, 수가 적었네. 평범한 사람들은 정기가 많지 않아. 무인이 그나마 혈기가 왕성한 편이지. 특히 절정 강자들의 혈기는 형태를 갖출 수 있고 세상 만물을 윤택하게 할 수 있어. 이 짐승은 적어도 400년을 살았을 거야. 300년이면 이무기가 될 수 있고 500년이면 교룡이 될 수 있지. 그렇게 오래 살려면 혈기를 집어삼켜서 수명을 늘려야 해. 그러니까 이 짐승은 수백 년간 적어도 수백만 명의 사람을 잡아먹었을 거야.”함지우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서요산은 검은 뱀과 같은 나쁜 것들을 처단하여 세상의 정도를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서요산은 요물과 완전히 대립하는 처지였기에 함지우는 갑자기 사람이 달라져서는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걱정하지 마. 오늘 난 한 명도 살려두지 않을 거니까. 오늘 전부 죽여버릴 거야.”함지우의 살기가 강한 편이라면 윤구주는 무시무시한 정도였다.윤구주는 이 세상의 유일한 신처럼 느껴졌다. 그가 하는 말은 신의 말씀 같았고 아무도 감히 그를 의심할 수 없었다.“헉!”정운은 안색이 좋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당황하지 마세요. 그 정도로 강한 건 아닐 테니까요. 구오 지존도 저렇게 강할 수는 없어요. 구주
“백 년 전 오늘, 윤씨 일가는 우리 자운각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자운각의 주인을 죽였어. 당시 자운각의 주인은 화진에서 보기 드문 귀재였어. 이미 백 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때 그 복수를 하지 못했는데 윤구주 네가 나타난 거야!”정운은 매우 화가 났다.윤구주는 자운각의 여섯 사람이 왜 자신을 이토록 미워하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창현진인은 눈을 빛냈다. 그에게는 잘된 일이었다.자운각에게는 다른 의도가 있었으니 그들은 분명 최선을 다해 윤구주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자운각과 윤씨 일가 사이에 그런 원한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윤구주! 나는 조금 전 너에게 기회를 주었어. 넌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고 많은 업적을 쌓았지. 그러니 당연히 최대한 살생을 하지 않고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우리 종문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어. 세상 일이 다 네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오늘 나는 자운각과 합심하여 널 죽이겠어. 얌전히 죽어. 그러면 덜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않으면 시체조차 온전히 남겨주지 않을 줄 알아.”창현진인은 자운각의 여섯 사람, 그리고 뱀 한 마리와 협력할 생각이었다. 절정 강자 여덟 명이 함께 싸운다면 그 힘은 대단할 것이다.“아까부터 자꾸 헛소리만 지껄이네요. 당신들 중에 좋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군요. 지우 씨, 저 사람들이 먼저 양심 없이 나왔으니 지우 씨도 이제 그만 쉬고 어서 저 마귀 같은 노인들을 죽여야죠!”공수이는 한참을 토하다가 함지우를 재촉했다. 그는 종문 사람들의 행태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당연하지!”함지우는 나서려고 했다가 다시 한번 윤구주의 눈빛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고개를 돌린 윤구주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종문 사람들은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남 탓하는 재주가 정말 뛰어나네. 그래도 진실은 변하지 않아. 당신들은 문창정 그 노인네와 결탁하여 화진의 땅을 나눠 가지려고 했어. 그건 죽을죄야. 오늘 나는 내 가문의 복수와 화진의 복수를 동시에 할 거야. 쓸데없는 얘기는
자운각의 선조들이 도착했다.여섯 사람은 하늘을 뒤덮을 듯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그들의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고 구용산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칠수방의 여자들은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그들의 살기는 사람을 죽일 듯했다.“심상치 않아요. 자운각의 선조들이 도착했어요.”“저 오빠 혼자서 괜찮을까요?”“넷째 언니!”질문을 받은 차비연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여섯 사람은 창현진인 등과 실력이 비슷했다. 특히 검은 뱀을 타고 있는 노인은 창현 진인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만약 일곱 명이 연합한다면 윤구주도 잠깐 물러서야 할 것이다.구용산이 뒤흔들렸다. 종문의 제자들은 살기 때문에 꿈쩍할 수가 없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서늘한 숨을 뱉었다.멀리 떨어져 있는 칠수방의 사람들도 겁을 먹었고 종문의 자제들도 다들 얼굴에 핏기 하나 없었다.아군조차 겁을 먹었으니 여섯 사람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또 왔네? 자운각의 노인들이었군.”그들을 알아본 함지우는 잠깐 물러났다가 다시 나서려고 했다.“지우야.”윤구주의 눈빛에 함지우는 다시 물러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여섯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자운각의 선조들이었다. 윤구주는 그들을 쭉 둘러보았다. 여섯 명 중 한 명은 칠살에 다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팔부 동천 수준이었다. 특히 얼굴이 흉측한 노인은 창현진인보다 실력이 강한 듯 보였다.“저 검은 뱀은 비늘과 날개까지 생겼군. 이제 곧 교룡이 되겠어.”검은 뱀은 절대 좋은 생물이 아니었다. 만약 그것이 구오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면 세상에 큰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자운각의 선조들이 갑자기 나타나자 창현진인은 당황했다.그는 사실 투항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상황이 뒤집어질 줄은 몰랐다.그러나 창현진인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교활해지는 법이다. 그는 일곱 명의 사람과 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