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현을 본 소청하는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서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저번에 용인 빌리지에서 윤구주의 실력을 알게 된 뒤로 소청하는 겁을 단단히 먹었다. 그리고 오늘 민규현을 보게 되자 소청하는 진심으로 두려웠다.민규현은 소청하를 같잖게 생각했기에 그저 짧게 대꾸했다.“밖에 나가려는 겁니까?”민규현은 소채은도 따라 나온 걸 보자 소청하에게 물었다.“아뇨, 아뇨. 저희는 그저 저희 소씨 일가의 친척을 마중 나온 것뿐이에요. 채은이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특별히 해외에서 돌아온 제 친척 누나예요!”소청하가 서둘러 말했다.소채은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사람이라는 말에 민규현은 가만히 있었다.햇빛 아래, 소청하는 천희수와 소채은을 데리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잠시 뒤 검은색 BMW 5시리즈가 먼 곳에서 달려왔다.“왔나?”소청하는 차가 소씨 저택을 향해 오자 서둘러 앞으로 나갔다.천희수와 소채은도 시선을 들어 앞을 내다보았다.차가 멈춘 뒤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짙은 화장에 선캡을 쓴, 외국인인 척하는 소지영이었다.해외에서 거의 10년을 산 소지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국내의 공기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누나!”소청하는 소지영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고 흥분해서 그녀에게 달려갔다.천희수도 뒤에서 인사를 건넨 뒤 소채은을 데리고 다가갔다.“채은아, 빨리 고모한테 인사해야지!”소채은은 그녀를 힐끗 본 뒤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안녕하세요, 고모.”차에서 내린 소지영은 소청하 등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어머, 소씨 저택이 원래 이랬던가? 난 또 어떻게 변했나 했네! 천홍, 소진, 너희도 차에서 내려!”소지영의 말에 차 문이 다시 한번 열렸고, 소씨 일가에서 내쫓겼던 소천홍 부자가 차에서 내렸다.“어? 여, 여, 여긴 어떻게 왔어요?”소천홍 부자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소청하의 안색이 달라졌다.소채은의 표정 또한 순식간에 굳었다.차에서 내린 소천홍은 소지영의 곁에 서서 말했다.
“저 사람들이 예전에 저한테 무슨 짓을 했었는지 잊었어요?”소채은이 분통을 터뜨렸다.“채은아,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얘기해. 어쩌면 네 결혼을 축하하러 온 걸지도 모르니 말이야.”천희수가 옆에서 설득했다.“제 결혼을 축하하러 왔다고요? 저 사람들에게 그런 양심이 있겠어요?”소채은이 매섭게 말했다.“됐어, 됐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무슨 상황인지 지켜보자. 만약 두 부자가 예전처럼 군다면 내가 바로 집에서 내쫓을게.”결국 소청하의 설득 끝에 그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소청하 일가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암부 구성원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민규현의 곁으로 다가갔다.“지휘사님, 조금 전에 왔던 사람들 때문에 소채은 씨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은데 저희가 나설까요?”민규현은 이미 마당 안으로 들어간 소청하 등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됐어. 그들 집안일인 것 같으니 말이야.”“네!”민규현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등 뒤에서 두 목소리가 들렸다.“형님!”어느샌가 정태웅과 천현수가 그곳에 와 있었다.“정태웅? 천현수? 너희가 여긴 웬일이야?”민규현은 두 사람을 보자 흥분해서 달려갔다.뒤에 있던 암부 부하들은 정태웅과 천현수를 보자 곧바로 외쳤다.“정태웅 지휘사님, 천현수 지휘사님, 안녕하십니까!”정태웅은 통통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인사는 됐어. 여기서는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정태웅, 천현수, 너희 둘이 여긴 웬일이야? 저하는 만났어?”민규현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서 물었다.“형님, 저하는 이미 뵙고 왔습니다!”천현수가 말했다.“그러면 저하랑 같이 있지 여긴 왜 온 거야?”민규현이 물었다.“전부 이 정태웅 때문입니다!”천현수가 정태웅을 향해 눈을 흘겼다.“정태웅?”민규현은 당황했다.“맞습니다, 형님. 사실 정태웅이 저하가 곧 결혼한다는 걸 알고 나서 저하와 결혼하는 소채은 씨를 꼭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새벽부터 절 끌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천현수가 상황을 설명했다.“그리고 마침 형님도 보
“천현수, 저기 봐!”말하는 사이 그는 다시 날아올랐다.눈 깜짝할 사이, 공처럼 뚱뚱한 몸을 가진 그는 이미 소씨 저택 거실의 지붕 위에 서 있었다.천현수가 곧 그를 뒤따랐다.소씨 저택 거실 안.이제 막 해외에서 돌아온 소지영은 온몸에 명품을 걸치고 거만한 태도로 거실 중앙의 의자에 앉아있었다.짙은 화장을 한 얼굴은 이기적이고 막무가내인 듯한 느낌을 줬다. 마치 해외에서 돌아와서 몸에 금이라도 한층 두른 것 같았다.소천홍 부자는 그녀의 양쪽에 나뉘어져 앉아있었다.안으로 들어온 소청하 가족은 아래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지붕 위에서 거실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던 정태웅이 중얼거렸다.“저하의 약혼녀는 어디 있지?”“바보야? 저기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보이지 않아?”천현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을 가리켰다.정태웅은 아름다운 소채은을 본 순간 눈을 반짝였다.“세상에, 저분이 바로 저하의 약혼녀야? 너무 아름다운데?”천현수는 웃으며 말했다.“당연한 소리! 우리 저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대단한 분이야. 심지어 잘생기셨지. 그러니 약혼녀도 당연히 훌륭하지 않겠어?”“그렇지, 그렇지. 아름다워! 정말 너무 아름다워! 난 마음이 고운 사람들은 얼굴은 예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놀라워! 우리 저하의 약혼녀는 정말 엄청난 미인이야.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보다 만 배는 더 아름다워!”정태웅이 흥분해서 말했다.그의 말대로 소채은은 확실히 아주 아름다웠다.비록 평범하디 평범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다.백옥 같은 피부에 오뚝한 코, 여신처럼 아름다웠다.소채은을 바라보던 정태웅은 넋을 반쯤 놓고 있었다.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우리 저하 약혼녀 집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손님 아닐까?”천현수가 말했다.“아아!”두 사람은 계속 지붕 위에서 그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채은을 훔쳐보았다.거실 안.소지영은 명품 가방 안에서 길고 가느다란 숙녀용 담배를
해외에서 돌아온 소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둘째야, 확실히 네가 좀 선을 넘었다. 어찌 됐든 천홍이는 네 형이야. 너랑 같은 소씨 일가 피가 몸에 흐르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네 형을 집안에서 내쫓을 수 있어?”소청하는 차갑게 웃었다.“누나, 형의 편을 들어주려고 할 필요 없어요. 형은 예전에 우리 가족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따지고 들려 한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그 말에 소지영은 차갑게 코웃음쳤다.“설마 내가 한 말도 소용없다 이거야?”“맞아요!”소청하가 강하게 말했다.“이 자식!”소지영은 탁자를 내리쳤다.그녀가 보기에 소청하는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성질을 내는 걸까?심지어 그녀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둘째야, 네 딸이 지금 소씨 일가 가업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네가 대단하다고 착각하지 마! 흥, 겨우 소씨 일가가 1년에 돈을 얼마나 번다고 그래? 너희 소씨 일가의 모든 재산을 다 더해도 해외에서의 내 연봉보다 낮아.”소지영은 담배를 피우면서 거드름을 피웠다.옆에 있던 소천홍이 이때 말을 보탰다.“그러니까. 감히 누나랑 비교하려 들다니, 그건 닭과 봉황을 비교하는 것과 다름없지. 그리고 네 딸이 이번에 결혼하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그 남자 정말 별 볼 일 없던데.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심지어 예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도 모를, 기억을 잃은 쓸모없는 사람이랑 딸을 결혼시키려 하다니. 하하, 우리 소씨 일가 선조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너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실 거야.”소천홍의 말에 소청하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입 다물어요! 감히 한 번 더 내 사위를 모욕한다면 그 입 찢어버릴 거니까요!”소천홍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소천홍과 소청하가 거실에서 크게 싸우고 있을 때, 지붕 위에 있던 정태웅이 미간을 잔뜩 구겼다.“천현수! 저 빌어먹을 자식이 우리 저하를 욕한 거지?”
“창피하다면서 왜 돌아왔는데요? 외국물 좀 먹었다고 정말 외국인이라도 된 것 같아요? 참! 배꼽 빠지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소청하는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다. 그는 지금 안중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누가 감히 윤구주에게 무례하게 굴면 그는 끝까지 달려들 것이다.그러자 소지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청하! 뭐라고? 감히 어디서 그런 말을.”그런데 소청하는 더 당당하게 말했다.“한 번 더 말해줄까요? 명품 입고 담배를 한 대 물었다고 정말 자기가 외국인 된 줄 아나 봐요. 퉤! 제기랄! 우리 소씨 가문은 당신들 같은 쓰레기는 환영하지 않아요!”소청하는 마구 욕을 퍼부으면서 소지영을 내쫓았다.“너, 감히 나를 내쫓아?”소지영은 팔짝 뛰면서 말했다.“내쫓지 못할 건 없잖아요! 지금 소씨 사람들은 우리 딸 말을 들어야 해요!”소청하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여봐라, 이 쓰레기들을 집에서 쫓아내!”그의 명령에 하인 몇 명이 빠르게 뛰어 들어왔다. 그러자 소지영과 소천홍 부자는 겁을 먹었다.“좋아! 소청하, 딱 기다려! 나중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천홍아, 가자!”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진 소지영은 결국 소천홍을 데리고 소청하의 집에서 쫓겨났다.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더니 소채은은 소청하 곁으로 빠르게 달려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아빠, 잘했어요!”그러자 소청하도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쓰레기들 주제에 감히 우리 사위를 뭐라 해? 그들의 입을 찢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역시, 우리 아빠!”소지영과 소천홍 부자가 떠난 후 옥상에 서 있던 정태웅과 천현수는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정태웅은 엄하게 말했다.“X발! 저 쓰레기들이 감히 우리 저하를 욕해? 정말 참을 수가 없네! 현수야, 너는?”그러자 얌전하기만 하던 천현수의 눈에서는 살의가 맴돌았다.“참을 수 없으면 우리가 손 좀 써야지. 안 그래?”“하하! 같은 생각이군! 가자! 이 자질구레한 새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소천홍이 차를 몰고 달리고 있을 때,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마치 귀신처럼 갑자기 차 앞에 나타났다.“아버지, 조심하세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소진은 그림자가 나타나자 소리를 질렀다. 소천홍도 그림자를 본 뒤 오른발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었지만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 옆 가드레일에 쾅 하고 부딪혔다. 그러자 찌그러진 차 앞부분은 흰 연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차 안에 있던 소천홍 부자와 소지영은 다치지 않았다.소천홍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후,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수야, 바로 이 세 쓰레기야. 아까 우리 저하를 욕하던 사람들.”방금 말을 한 사람 화진 암부 3대 지휘사중 한 명인 백곰 정태웅이었다.천현수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럼 내가 먼저 가서 사람 됨됨이를 가르쳐줄게. 너는 여기서 잠시 기다려.”정태웅은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태웅아, 대충 해. 그래도 채은 형수님 친척인데.”천현수는 정태웅이 일을 크게 만들까 봐 귀띔해 주었다. 그러자 정태웅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너는 지켜보기만 해!”그리고 그는 공처럼 불룩한 배를 비틀며 그쪽으로 걸어갔다.가드레일에 부딪힌 소천홍 부자는 소지영을 차에서 부축하여 내렸다.소진은 길을 막은 정태웅과 천현수를 보자 욕설을 퍼부었다.“X발! 어디서 튀어나온 뚱보야? 눈 감고 다녀? 차에 치여 죽고 싶어?”욕을 먹는 정태웅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이. 전에 당신들이 우리 저하를 욕했어?”응?“이 뚱보가 뭐라는 거야?”소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소천홍과 소지영도 어리둥절해했다.“대답 안 해?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을게. 너희가 우리 저하를 욕했어?”정태웅의 말을 듣자 소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야, 뚱보! X발,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개뿔 저하야...”소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쩍이는 빛과 함께 정태웅은 그의 목을 빠르게 찔렀다. 선현은 마치 분수처럼 소진의 목
말을 마친 정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삼각칼을 집어 들고 소천홍을 가리켰다.“빨리 말해. 이 쓰레기야. 왜 우리 저하를 욕했어?”소천홍은 놀라서 오줌을 쌀 뻔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저하? 무슨... 저하?”“방금 소씨 저택에서 우리 윤 저하를 욕하지 않았어?”정태웅이 다시 한번 말했다. 윤씨 라는 성을 듣자 소천홍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윤구주를 떠올렸다.“네가 말한 저하는... 윤씨야? 윤구주???”소천홍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머, 이 쓰레기가 우리 저하의 이름까지 알고 있으니 이젠 죽을 때가 됐네!”말이 끝나자 정태웅은 삼각 칼로 소천홍의 심장을 빠르게 찔렀다. 그가 칼을 빼 드는 것을 지켜보던 천현수는 그를 말리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었다. 정태웅의 칼은 너무 빨랐다. 번개보다 더 빨랐다!푸!삼각칼은 소천홍의 심장을 제대로 꿰뚫었다. 지지리 복도 없는 소천홍은 자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눈알은 튀어나와 있었고 몇 번 경련을 일으킨 후 피를 콸콸 흘리며 쓰러져 죽었다.“이 뚱보가!”천현수는 정태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사람을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정태웅의 손에 든 칼을 낚아채며 말했다.“미쳤어? 왜 또 사람을 죽여?”칼을 뺏긴 정태웅은 히쭉거리며 말했다.“쓰레기 두 명을 죽인 것 가지고! 뭐 그렇게 화를 내? 알았어. 마지막 남은 저 늙은 여인은 너한테 맡길게. 네가 직접 죽여. 그러면 됐지?”정태웅은 말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소지영은 소천홍 부자가 모두 피바다에 쓰러져있는 것을 본 순간 이미 겁에 질려 서 있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살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정태웅은 소지영은 차갑게 노려보더니 천현수를 향해 말했다.“현수야, 이 늙은 여자까지 처리하자! 이 꼴을 봐봐. 쯧쯧.”그러자 천현수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그저 사람 죽일 줄밖에 몰라. 이걸 죽이고 저걸 죽이고. 누가 보면 살인마인 줄 알겠어.”정태웅
용인 빌리지.굳게 닫힌 방문 밖에는 군복 차림의 박창용과 천하회 원성일 그리고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가 모두 긴장한 기색으로 서있었다.“박 사령관님, 태웅 지휘사님이 정말 또 사고를 쳤어요?”원성일이 물었다. 그러자 박창용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이 뚱보가 말을 안 들어. 말썽 좀 그만 피우라고 했는데 한사코 듣지 않으니!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채은 형수님 직계 친척 두 명을 죽였지 뭐야. 돌겠네, 정말!”순간 원성일은 할 말을 잃었다. 옆에 있던 주세호가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어떡합니까? 우리가 태웅 지휘사님을 대신해서 사정해 볼까요?”박창용은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보자. 너희도 저하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 만약 저하가 화를 낸다면 우리 누구도 막을 수 없어!”“아이고, 그럼 일단 기다려봅시다.”이때 정태웅은 마치 잘못을 저지를 어린애처럼 고개를 숙이고 얌전하게 서있었다. 그의 옆에는 늑대 천현수가 서있었고 두 사람 앞에는 어두운 표정의 윤구주가 있었다.정태웅이 소천홍 부자를 죽인 후 천현수는 정말 이 소식을 윤구주에게 전했다. 그들이 정태웅 손에 죽었다는 말을 듣고 윤구주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 정태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저하! 화내지 마세요.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저 개자식들이 감히 저하를 욕했어요. 이렇게 무례하게 굴었기에 죽여 마땅합니다. 저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저하가 저에게 벌을 내리시겠다면 저는 아무 불평도 없이 달게 받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윤구주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벌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옆에 있던 천현수는 이 모습을 보고 나서서 말했다.“저하! 사실 모두 태웅이의 탓만은 아닙니다. 태웅이가 사람을 죽인 건 맞지만 그 부자는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어요. 저하를 욕했을 뿐만 아니라 형수님 가족도 업신여겼습니다. 그러니 저하께서 부디 태웅이를 너그럽게 봐주세요.”천현수는 비록 정태웅이 사람을 죽인 행위에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