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현을 본 소청하는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서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저번에 용인 빌리지에서 윤구주의 실력을 알게 된 뒤로 소청하는 겁을 단단히 먹었다. 그리고 오늘 민규현을 보게 되자 소청하는 진심으로 두려웠다.민규현은 소청하를 같잖게 생각했기에 그저 짧게 대꾸했다.“밖에 나가려는 겁니까?”민규현은 소채은도 따라 나온 걸 보자 소청하에게 물었다.“아뇨, 아뇨. 저희는 그저 저희 소씨 일가의 친척을 마중 나온 것뿐이에요. 채은이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특별히 해외에서 돌아온 제 친척 누나예요!”소청하가 서둘러 말했다.소채은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사람이라는 말에 민규현은 가만히 있었다.햇빛 아래, 소청하는 천희수와 소채은을 데리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잠시 뒤 검은색 BMW 5시리즈가 먼 곳에서 달려왔다.“왔나?”소청하는 차가 소씨 저택을 향해 오자 서둘러 앞으로 나갔다.천희수와 소채은도 시선을 들어 앞을 내다보았다.차가 멈춘 뒤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짙은 화장에 선캡을 쓴, 외국인인 척하는 소지영이었다.해외에서 거의 10년을 산 소지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국내의 공기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누나!”소청하는 소지영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고 흥분해서 그녀에게 달려갔다.천희수도 뒤에서 인사를 건넨 뒤 소채은을 데리고 다가갔다.“채은아, 빨리 고모한테 인사해야지!”소채은은 그녀를 힐끗 본 뒤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안녕하세요, 고모.”차에서 내린 소지영은 소청하 등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어머, 소씨 저택이 원래 이랬던가? 난 또 어떻게 변했나 했네! 천홍, 소진, 너희도 차에서 내려!”소지영의 말에 차 문이 다시 한번 열렸고, 소씨 일가에서 내쫓겼던 소천홍 부자가 차에서 내렸다.“어? 여, 여, 여긴 어떻게 왔어요?”소천홍 부자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소청하의 안색이 달라졌다.소채은의 표정 또한 순식간에 굳었다.차에서 내린 소천홍은 소지영의 곁에 서서 말했다.
“저 사람들이 예전에 저한테 무슨 짓을 했었는지 잊었어요?”소채은이 분통을 터뜨렸다.“채은아,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얘기해. 어쩌면 네 결혼을 축하하러 온 걸지도 모르니 말이야.”천희수가 옆에서 설득했다.“제 결혼을 축하하러 왔다고요? 저 사람들에게 그런 양심이 있겠어요?”소채은이 매섭게 말했다.“됐어, 됐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무슨 상황인지 지켜보자. 만약 두 부자가 예전처럼 군다면 내가 바로 집에서 내쫓을게.”결국 소청하의 설득 끝에 그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소청하 일가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암부 구성원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민규현의 곁으로 다가갔다.“지휘사님, 조금 전에 왔던 사람들 때문에 소채은 씨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은데 저희가 나설까요?”민규현은 이미 마당 안으로 들어간 소청하 등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됐어. 그들 집안일인 것 같으니 말이야.”“네!”민규현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등 뒤에서 두 목소리가 들렸다.“형님!”어느샌가 정태웅과 천현수가 그곳에 와 있었다.“정태웅? 천현수? 너희가 여긴 웬일이야?”민규현은 두 사람을 보자 흥분해서 달려갔다.뒤에 있던 암부 부하들은 정태웅과 천현수를 보자 곧바로 외쳤다.“정태웅 지휘사님, 천현수 지휘사님, 안녕하십니까!”정태웅은 통통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인사는 됐어. 여기서는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정태웅, 천현수, 너희 둘이 여긴 웬일이야? 저하는 만났어?”민규현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서 물었다.“형님, 저하는 이미 뵙고 왔습니다!”천현수가 말했다.“그러면 저하랑 같이 있지 여긴 왜 온 거야?”민규현이 물었다.“전부 이 정태웅 때문입니다!”천현수가 정태웅을 향해 눈을 흘겼다.“정태웅?”민규현은 당황했다.“맞습니다, 형님. 사실 정태웅이 저하가 곧 결혼한다는 걸 알고 나서 저하와 결혼하는 소채은 씨를 꼭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새벽부터 절 끌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천현수가 상황을 설명했다.“그리고 마침 형님도 보
“천현수, 저기 봐!”말하는 사이 그는 다시 날아올랐다.눈 깜짝할 사이, 공처럼 뚱뚱한 몸을 가진 그는 이미 소씨 저택 거실의 지붕 위에 서 있었다.천현수가 곧 그를 뒤따랐다.소씨 저택 거실 안.이제 막 해외에서 돌아온 소지영은 온몸에 명품을 걸치고 거만한 태도로 거실 중앙의 의자에 앉아있었다.짙은 화장을 한 얼굴은 이기적이고 막무가내인 듯한 느낌을 줬다. 마치 해외에서 돌아와서 몸에 금이라도 한층 두른 것 같았다.소천홍 부자는 그녀의 양쪽에 나뉘어져 앉아있었다.안으로 들어온 소청하 가족은 아래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지붕 위에서 거실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던 정태웅이 중얼거렸다.“저하의 약혼녀는 어디 있지?”“바보야? 저기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보이지 않아?”천현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을 가리켰다.정태웅은 아름다운 소채은을 본 순간 눈을 반짝였다.“세상에, 저분이 바로 저하의 약혼녀야? 너무 아름다운데?”천현수는 웃으며 말했다.“당연한 소리! 우리 저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대단한 분이야. 심지어 잘생기셨지. 그러니 약혼녀도 당연히 훌륭하지 않겠어?”“그렇지, 그렇지. 아름다워! 정말 너무 아름다워! 난 마음이 고운 사람들은 얼굴은 예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놀라워! 우리 저하의 약혼녀는 정말 엄청난 미인이야.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보다 만 배는 더 아름다워!”정태웅이 흥분해서 말했다.그의 말대로 소채은은 확실히 아주 아름다웠다.비록 평범하디 평범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다.백옥 같은 피부에 오뚝한 코, 여신처럼 아름다웠다.소채은을 바라보던 정태웅은 넋을 반쯤 놓고 있었다.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우리 저하 약혼녀 집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손님 아닐까?”천현수가 말했다.“아아!”두 사람은 계속 지붕 위에서 그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채은을 훔쳐보았다.거실 안.소지영은 명품 가방 안에서 길고 가느다란 숙녀용 담배를
해외에서 돌아온 소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둘째야, 확실히 네가 좀 선을 넘었다. 어찌 됐든 천홍이는 네 형이야. 너랑 같은 소씨 일가 피가 몸에 흐르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네 형을 집안에서 내쫓을 수 있어?”소청하는 차갑게 웃었다.“누나, 형의 편을 들어주려고 할 필요 없어요. 형은 예전에 우리 가족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따지고 들려 한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그 말에 소지영은 차갑게 코웃음쳤다.“설마 내가 한 말도 소용없다 이거야?”“맞아요!”소청하가 강하게 말했다.“이 자식!”소지영은 탁자를 내리쳤다.그녀가 보기에 소청하는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성질을 내는 걸까?심지어 그녀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둘째야, 네 딸이 지금 소씨 일가 가업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네가 대단하다고 착각하지 마! 흥, 겨우 소씨 일가가 1년에 돈을 얼마나 번다고 그래? 너희 소씨 일가의 모든 재산을 다 더해도 해외에서의 내 연봉보다 낮아.”소지영은 담배를 피우면서 거드름을 피웠다.옆에 있던 소천홍이 이때 말을 보탰다.“그러니까. 감히 누나랑 비교하려 들다니, 그건 닭과 봉황을 비교하는 것과 다름없지. 그리고 네 딸이 이번에 결혼하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그 남자 정말 별 볼 일 없던데.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심지어 예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도 모를, 기억을 잃은 쓸모없는 사람이랑 딸을 결혼시키려 하다니. 하하, 우리 소씨 일가 선조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너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실 거야.”소천홍의 말에 소청하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입 다물어요! 감히 한 번 더 내 사위를 모욕한다면 그 입 찢어버릴 거니까요!”소천홍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소천홍과 소청하가 거실에서 크게 싸우고 있을 때, 지붕 위에 있던 정태웅이 미간을 잔뜩 구겼다.“천현수! 저 빌어먹을 자식이 우리 저하를 욕한 거지?”
“창피하다면서 왜 돌아왔는데요? 외국물 좀 먹었다고 정말 외국인이라도 된 것 같아요? 참! 배꼽 빠지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소청하는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다. 그는 지금 안중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누가 감히 윤구주에게 무례하게 굴면 그는 끝까지 달려들 것이다.그러자 소지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청하! 뭐라고? 감히 어디서 그런 말을.”그런데 소청하는 더 당당하게 말했다.“한 번 더 말해줄까요? 명품 입고 담배를 한 대 물었다고 정말 자기가 외국인 된 줄 아나 봐요. 퉤! 제기랄! 우리 소씨 가문은 당신들 같은 쓰레기는 환영하지 않아요!”소청하는 마구 욕을 퍼부으면서 소지영을 내쫓았다.“너, 감히 나를 내쫓아?”소지영은 팔짝 뛰면서 말했다.“내쫓지 못할 건 없잖아요! 지금 소씨 사람들은 우리 딸 말을 들어야 해요!”소청하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여봐라, 이 쓰레기들을 집에서 쫓아내!”그의 명령에 하인 몇 명이 빠르게 뛰어 들어왔다. 그러자 소지영과 소천홍 부자는 겁을 먹었다.“좋아! 소청하, 딱 기다려! 나중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천홍아, 가자!”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진 소지영은 결국 소천홍을 데리고 소청하의 집에서 쫓겨났다.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더니 소채은은 소청하 곁으로 빠르게 달려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아빠, 잘했어요!”그러자 소청하도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쓰레기들 주제에 감히 우리 사위를 뭐라 해? 그들의 입을 찢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역시, 우리 아빠!”소지영과 소천홍 부자가 떠난 후 옥상에 서 있던 정태웅과 천현수는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정태웅은 엄하게 말했다.“X발! 저 쓰레기들이 감히 우리 저하를 욕해? 정말 참을 수가 없네! 현수야, 너는?”그러자 얌전하기만 하던 천현수의 눈에서는 살의가 맴돌았다.“참을 수 없으면 우리가 손 좀 써야지. 안 그래?”“하하! 같은 생각이군! 가자! 이 자질구레한 새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소천홍이 차를 몰고 달리고 있을 때,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마치 귀신처럼 갑자기 차 앞에 나타났다.“아버지, 조심하세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소진은 그림자가 나타나자 소리를 질렀다. 소천홍도 그림자를 본 뒤 오른발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었지만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 옆 가드레일에 쾅 하고 부딪혔다. 그러자 찌그러진 차 앞부분은 흰 연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차 안에 있던 소천홍 부자와 소지영은 다치지 않았다.소천홍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후,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수야, 바로 이 세 쓰레기야. 아까 우리 저하를 욕하던 사람들.”방금 말을 한 사람 화진 암부 3대 지휘사중 한 명인 백곰 정태웅이었다.천현수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럼 내가 먼저 가서 사람 됨됨이를 가르쳐줄게. 너는 여기서 잠시 기다려.”정태웅은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태웅아, 대충 해. 그래도 채은 형수님 친척인데.”천현수는 정태웅이 일을 크게 만들까 봐 귀띔해 주었다. 그러자 정태웅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너는 지켜보기만 해!”그리고 그는 공처럼 불룩한 배를 비틀며 그쪽으로 걸어갔다.가드레일에 부딪힌 소천홍 부자는 소지영을 차에서 부축하여 내렸다.소진은 길을 막은 정태웅과 천현수를 보자 욕설을 퍼부었다.“X발! 어디서 튀어나온 뚱보야? 눈 감고 다녀? 차에 치여 죽고 싶어?”욕을 먹는 정태웅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이. 전에 당신들이 우리 저하를 욕했어?”응?“이 뚱보가 뭐라는 거야?”소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소천홍과 소지영도 어리둥절해했다.“대답 안 해?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을게. 너희가 우리 저하를 욕했어?”정태웅의 말을 듣자 소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야, 뚱보! X발,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개뿔 저하야...”소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쩍이는 빛과 함께 정태웅은 그의 목을 빠르게 찔렀다. 선현은 마치 분수처럼 소진의 목
말을 마친 정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삼각칼을 집어 들고 소천홍을 가리켰다.“빨리 말해. 이 쓰레기야. 왜 우리 저하를 욕했어?”소천홍은 놀라서 오줌을 쌀 뻔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저하? 무슨... 저하?”“방금 소씨 저택에서 우리 윤 저하를 욕하지 않았어?”정태웅이 다시 한번 말했다. 윤씨 라는 성을 듣자 소천홍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윤구주를 떠올렸다.“네가 말한 저하는... 윤씨야? 윤구주???”소천홍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머, 이 쓰레기가 우리 저하의 이름까지 알고 있으니 이젠 죽을 때가 됐네!”말이 끝나자 정태웅은 삼각 칼로 소천홍의 심장을 빠르게 찔렀다. 그가 칼을 빼 드는 것을 지켜보던 천현수는 그를 말리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었다. 정태웅의 칼은 너무 빨랐다. 번개보다 더 빨랐다!푸!삼각칼은 소천홍의 심장을 제대로 꿰뚫었다. 지지리 복도 없는 소천홍은 자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눈알은 튀어나와 있었고 몇 번 경련을 일으킨 후 피를 콸콸 흘리며 쓰러져 죽었다.“이 뚱보가!”천현수는 정태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사람을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정태웅의 손에 든 칼을 낚아채며 말했다.“미쳤어? 왜 또 사람을 죽여?”칼을 뺏긴 정태웅은 히쭉거리며 말했다.“쓰레기 두 명을 죽인 것 가지고! 뭐 그렇게 화를 내? 알았어. 마지막 남은 저 늙은 여인은 너한테 맡길게. 네가 직접 죽여. 그러면 됐지?”정태웅은 말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소지영은 소천홍 부자가 모두 피바다에 쓰러져있는 것을 본 순간 이미 겁에 질려 서 있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살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정태웅은 소지영은 차갑게 노려보더니 천현수를 향해 말했다.“현수야, 이 늙은 여자까지 처리하자! 이 꼴을 봐봐. 쯧쯧.”그러자 천현수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그저 사람 죽일 줄밖에 몰라. 이걸 죽이고 저걸 죽이고. 누가 보면 살인마인 줄 알겠어.”정태웅
용인 빌리지.굳게 닫힌 방문 밖에는 군복 차림의 박창용과 천하회 원성일 그리고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가 모두 긴장한 기색으로 서있었다.“박 사령관님, 태웅 지휘사님이 정말 또 사고를 쳤어요?”원성일이 물었다. 그러자 박창용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이 뚱보가 말을 안 들어. 말썽 좀 그만 피우라고 했는데 한사코 듣지 않으니!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채은 형수님 직계 친척 두 명을 죽였지 뭐야. 돌겠네, 정말!”순간 원성일은 할 말을 잃었다. 옆에 있던 주세호가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어떡합니까? 우리가 태웅 지휘사님을 대신해서 사정해 볼까요?”박창용은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보자. 너희도 저하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 만약 저하가 화를 낸다면 우리 누구도 막을 수 없어!”“아이고, 그럼 일단 기다려봅시다.”이때 정태웅은 마치 잘못을 저지를 어린애처럼 고개를 숙이고 얌전하게 서있었다. 그의 옆에는 늑대 천현수가 서있었고 두 사람 앞에는 어두운 표정의 윤구주가 있었다.정태웅이 소천홍 부자를 죽인 후 천현수는 정말 이 소식을 윤구주에게 전했다. 그들이 정태웅 손에 죽었다는 말을 듣고 윤구주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 정태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저하! 화내지 마세요.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저 개자식들이 감히 저하를 욕했어요. 이렇게 무례하게 굴었기에 죽여 마땅합니다. 저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저하가 저에게 벌을 내리시겠다면 저는 아무 불평도 없이 달게 받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윤구주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벌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옆에 있던 천현수는 이 모습을 보고 나서서 말했다.“저하! 사실 모두 태웅이의 탓만은 아닙니다. 태웅이가 사람을 죽인 건 맞지만 그 부자는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어요. 저하를 욕했을 뿐만 아니라 형수님 가족도 업신여겼습니다. 그러니 저하께서 부디 태웅이를 너그럽게 봐주세요.”천현수는 비록 정태웅이 사람을 죽인 행위에
적선의 기운이 천주검에 주입되자 흰색 빛이 천주검에서 뿜어져 나왔다.이 순간 천주검은 마치 선검이 된 듯했다.쿵!무시무시한 적선의 기운을 품고 있는 천주검이 흑화정을 향해 날아들었다.창현진인은 그 순간 빠르게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고 곧이어 검은색 불꽃이 불타오르면서 검은색 화룡이 되었다.화룡은 울음을 토해내면서 윤구주의 천주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막을 수 없었다.펑!굉음이 허공에서 들려왔다.아우...곧이어 비참한 절규가 들렸다. 화룡은 천주검 때문에 반으로 갈라졌다.“큰일이야...”창현진인은 자신이 만들어낸 검은색의 화룡이 윤구주에 의해 파괴되자 질겁하면서 빠르게 흑화정을 거두어들이려고 했다.그러나 이미 늦었다.적선의 기운을 품은 천주검이 다시 휘둘러지는 순간 굉음과 함께 흑화정이 허공에서 부서졌다.흑화정이 부서지자 창현진인은 입에서 피를 왈칵 토했다.“창현진인!”창현진인이 부상을 당하자 다른 두 선조가 일제히 나서서 윤구주를 공격했고, 윤구주는 주먹을 휘둘렀다.무시무시한 힘으로 주먹을 휘두르자 거대한 코끼리의 허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그것은 구음만상결이었다.코끼리의 괴력이 두 현문의 선조를 공격했고 퍽 소리와 함께 두 선조는 일제히 멀리 날아갔다. 그들은 저 멀리 날아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젠장, 너무 강해! 창현진인과 두 명의 선조가 힘을 합쳤는데도 상대가 되지 않아! 설마... 이미 팔부 동천 이상의 실력인 걸까? 설마 전설 속 구오 지존인 걸가?”윤구주가 세 선조를 쓰러뜨리자 살심스님이 참지 못하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구오 지존 경지? 저게... 바로 전설 속 절정 지존이라니!”자운각의 현지욱은 그 말을 듣고 덜덜 떨었다.구오 지존 경지라니!그것은 절정 중에서도 전설에 속했다.그 경지는 이미 수백 년간 나타나지 않았다.그런데 윤구주가 바로 그 전설 속 구오 지존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지존의 기운... 조금 전의 기운은 지존의 기운이었어. 정말로 구오 지존이었어!”이때 한 현문
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은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끝장이야. 오늘 우리 모두 죽을 거야!”현문의 한 제자가 두려움에 떨면서 외쳤다.“구주왕이 그랬잖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이겠다고요. 그러면... 저희까지 죽이는 거 아니에요?”만불종 쪽의 한 스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윤구주는 현문의 선조를 죽인 뒤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돌려 창현진인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제 너희들 차례야. 오늘 내가 말했지.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죽일 거라고.”윤구주의 목소리는 칼 같았다.그의 살기는 구용산을 전부 뒤덮었다.윤구주가 정말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하자 창현진인의 얼굴이 심하게 떨렸다.“구주왕, 정말로 우리 6대종문과 철천지원수가 될 생각인 거야? 우리와 싸운다면 화진의 무도는 너로 인해 무너질 거야!”창현진인이 호통을 치자 윤구주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무너진다고? 당신들은 감히 문창정 그 노인네와 결탁하여 우리 윤씨 일가를 괴롭혔어. 심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까지 감금해 뒀는데 내가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어?”“구주왕, 우리 네 명은 이제 막 폐관을 마치고 나왔는데 어떻게 윤씨 일가와 네 할머니를 괴롭힐 수가 있겠어? 이... 이건 모함이야!”키가 작은 현문의 선조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의 말은 사실이었다.현문의 네 선조는 이제 막 폐관을 마치고 나와서 윤구주의 할머니가 감금당했다는 걸 전혀 몰랐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런 건 상관없었다.현문의 네 선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를 죽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윤구주의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몸을 낮추면서 윤구주에게 이런 말을 하는 대신 일찌감치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래서 그가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해! 오늘 이 상황은 당신들이 자초한 거야.”윤구주가 패기 넘치게 말하자 세 선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러나 조금 전 윤구주가 손쉽게 현문의 선조를 한 명 죽였던 것을 떠올리면 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적선술을 쓰다니, 윤구주의 살기가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탓하려면 감히 윤씨 일가를 건드린 문씨 일가를 탓해야 했다.감히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를 건드리려고 했으니 윤구주가 가만히 있겠는가?무시무시한 적선술의 출현과 동시에 윤구주의 온몸이 흰빛에 둘러싸였다.윤구주는 마치 군신처럼 보였다.그를 둘러싼 절정의 기운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하늘과 땅을 일그러뜨릴 듯한 절정의 기운이 나타남과 동시에 팔부 동천 대원만 경지에 다다른 찬형진인은 눈가가 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어떻게 기운이 이렇게 강할 수가 있지... 아니! 이건 절정의 기운이 아니야. 이건 지존의 기운이야! 설마...”무시무시한 생각이 창현진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윤구주의 몸에서 지존의 기운이 나타나는 순간 구용산 전체가 윤구주의 기운으로 뒤덮였다.지존의 기운은 강한 결계를 형성하였다. 그것은 마치 그물처럼 모든 사람들을 걸려들게 할 것만 같았다.세 종문의 사람도, 현문의 선조들도 마찬가지였다.다들 윤구주가 내뿜는 지존의 기운에 둘러싸였다.“이놈! 감히 홀로 우리 모두를 상대하려는 거냐?”장검을 든 현문의 한 선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더니 장검을 휘둘렀다. 서늘한 기운이 검날에서 느껴지면서 그 기운들은 순식간에 수많은 검의 허상을 만들어내면서 윤구주를 공격했다.현문 선조가 한기로 공격하자 윤구주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오른손을 휙 움직였다.쿵!지존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회색의 거대한 손이 상대의 검날을 쥐었다.“이럴 수가!”윤구주를 공격했던 현문의 선조는 그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겁을 먹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물러나려고? 물러날 수 있겠어?”거대한 회색 손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고 곧 검이 부서졌다. 무시무시한 힘 때문에 현문 선조의 팔도 그 자리에서 부러졌다.그러나 그는 부러진 팔을 신경 쓸 새도 없이 빠르게 물러났다.그는 도망쳐야 했다.반드시 살아야 했다.그가 뒤로 멀리 몸을 물리는 순간, 갑자기 사
곧이어 아주 거대한 코끼리의 허상이 윤구주의 뒤에서 나타났다.구음만상결!구양이 기라면 구음은 힘이었다.윤구주는 설국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흡수한 뒤 처음으로 이 무시무시한 공법을 시전한 것이었다.이 공법을 쓰자 윤구주가 마치 신처럼 보였다.그는 주먹을 들어 허공에 있는 검은색의 거대한 손을 쳤고, 곧 거대한 코끼리의 호상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비록 대비수인은 소림의 금지술이긴 하지만 윤구주의 구음만상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폭발음이 구용산에 널리 울려 퍼졌다.대비수인은 그 자리에서 파괴되었고 무시무시한 여파는 산봉우리를 뒤흔들었다.현문의 창현진인은 윤구주의 공격에 멀리 날아가서 쓰러지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선조님!”창현진인이 피를 토하자 옆에 있던 세 대장로는 전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근처에 있던 세 종문의 제자들 모두 깜짝 놀랐다.겨우 윤구주의 공격 두 번에 현문의 창현진인이 중상을 입을 줄은 몰랐다.“강해요. 진짜 너무 강한데요?”먼 곳에서 칠수방의 여자들은 윤구주의 듬직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충격을 받았다.“이 정도 실력이라면 우리 여제님이랑 비슷할 것 같은데요!”다른 여자가 말했다.“아니, 눈치채지 못했어? 구주왕은 별로 힘을 들이지 않은 것 같은데 단번에 팔부 동천 대원만 경지인 창현진인을 쓰러뜨렸어.”“그 말은 구주왕이 우리 여제님보다 더 강할 거란 뜻인가요?”“그럴지도 모르지.”“세상에, 너무 멋진데요? 만약 저런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면 매일 시중을 들어도 좋아요.”“하하, 꿈 깨! 그럴 일은 없으니까!”여자들은 윤구주의 말도 안 되는 실력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구용산 쪽,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시전하는 순간 창현진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는 팔부 동천 대원만 경지로 곧 있으면 진정한 구오 지존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그동안 그는 구오 지존이 되기 위해 줄곧 폐관 수련했다. 그런데 폐관 수련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윤구주 같은 상대를 마주하게 될 줄은
그 순간 윤구주가 갑자기 손을 썼다.그는 손을 움직여서 바로 천주금술을 사용했다.30여 미터가 넘을 듯한 천주검이 나타나자 윤구주는 그것으로 사방을 휩쓸었다.촥!거대한 검은 창현진인의 거대한 손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잘라버릴 듯했다.“세상에, 구주왕 너무 강한 거 아닌가요?”윤구주의 일격을 본 순간 세 종문의 자제들은 전부 눈이 휘둥그레졌다.“구주왕이 서요산 출신의 함지우보다 더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네요. 역시 우리 화진의 구주왕다워요.”만불종의 살심스님도 깜짝 놀랐다.자운각의 현지욱은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그는 예전에 홀로 윤구주와 싸울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너무 우스운 일이었다.윤구주가 천주금술을 사용하자 천현진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금지술? 우리 화진의 금지술을 사용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이 세상에 금지술을 쓸 줄 아는 사람이 과연 너 하나일까?”창현진인은 그렇게 외치면서 합장했다.“금지술, 대비수인!”쿵!난폭한 팔부 동천 대원만 경지의 기운이 창현진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그 순간 창현진인은 수염이 마구 휘날리면서 입고 있던 장포도 마구 나부꼈다.곧이어 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자 갑자기 날씨가 확 바뀌면서 굉음과 함께 거대한 검은 손이 허공에 나타났다.그 손의 손바닥에는 금색의 ‘만’자가 적혀 있었다.그 손은 하늘을 가릴 듯했고 심지어 구용산 산봉우리까지 전부 그 손에 뒤덮였다.“금지술, 대비수인! 이건 우리 화진의 금지술인데!”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검은색의 손바닥을 본 순간 만불종의 살심 스님이 놀란 목소리로 최쳤다.대비수인은 소림에서 기인한 것으로 금지술이 되었다.그러나 그 금지술은 각 종문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눈앞의 현문의 창현진인이 그것을 수련했을 줄은 몰랐다.하늘은 거대한 손에 완전히 가려졌다.무시무시한 기운이 끊임없이 구용산 산꼭대기를 눌러서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금 약한 편이 종문의 제자들은 입가에서 피를 흘렸다.창현진인이 대비수인
윤구주의 정체가 밝혀지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6대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함이었는데 윤구주가 정말 올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세 종문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을 때, 구용산의 다른 은밀한 곳에 아름다운 여자들이 몰래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 사람들은 칠수방 여자들이었다.“세상에나, 저 사람이 바로 소문 속 구주왕인가요? 정말 멋지네요!”희고 아름다운 다리를 드러낸 요염한 여자가 홀딱 반한 눈빛으로 저 멀리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남달라요.”“구주왕이 저렇게 멋질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넷째 언니, 예전에 구주왕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니 그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었어요?”한 여자가 차비연에게 물었고 차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내가 얘기했었잖니? 구주왕은 정말로 멋있다고 말이야. 내 말을 믿지 않더니 이젠 믿을 수 있지?”“멋져요! 정말 너무 멋지네요. 세상에, 너무 제 스타일이에요!”한 여자가 말했다.“구주왕이 저렇게 잘생긴 줄 알았더라면 절대 적이 되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다른 여자가 샐쭉 웃으면서 말했다.“그렇지. 그런데 멋진 겉모습을 제외한 다른 면은 어떤지 모르겠어.”“여섯째 언니 말이 맞아요. 남자는 얼굴만 보면 안 돼요. 능력이 중요하죠!”“그러면 다 같이 지켜보는 건 어때요? 구주왕의 실력이 어떤지 말이에요!”칠수방의 여자들이 재잘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구용산 쪽에서는 당장이라도 대전이 시작될 것 같았다.윤구주가 바로 구주왕이라는 걸 알게 되자 창현진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네가 바로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라고?”창현진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바로 나야.”윤구주가 오만하게 말했다.“6년 전, 곤륜에서 구주왕이 탄생했을 때 우리 현문에서는 사람을 보냈었지. 그런데 화진의 구주왕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바로 윤구주였다.윤구주가 나타나 손을 한번 흔들었을 뿐인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창현 선조의 검은 손가락 그림자가 허공에서 갈라져 재로 변했다.이 장면을 본 창현 선조는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고 옆에 있던 다른 세 명의 선조들도 일제히 놀랐다.창현 선조의 강력한 일격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윤구주는 창현 선조의 손가락 그림자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함지우를 보며 말했다.“지우야, 물러서! 이젠 내가 처리해.”윤구주의 말을 들은 함지우는 어리둥절했다.“형님께서 직접 나서시려고요? 이런 늙은 괴물은 형님과 싸울 자격이 안 되죠.”윤구주는 덤덤하게 웃었다.“오늘날 이 늙은 괴물들이 산을 나온 건 날 상대하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내게 맡겨.”윤구주의 말을 들은 함지우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고개를 들어 현문의 창현 선조를 보며 말했다.“이봐 늙은이! 당신 오늘 재수가 없는 거야. 우리 형님께서 직접 당신을 혼내주겠대. 열 수는 버티길 바랄게.”조롱 섞인 말을 하고 나서야 함지우는 물러갔다.그러나 창현 선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는 명색에 현문 진산 선조 중 한 명이고, 거의 300년 동안 살면서 진정한 팔부 동천 내공을 쌓았고 또 구오 지존과는 단 한 걸음 차이였다.그런데 지금 함지우는 그가 윤구주와 싸우면 열 수를 못 버틴다고 했다.화는 나지만 창현 선조는 여전히 이성을 유지했다.윤구주가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르게 구용산 전체의 천지 원기가 그의 몸에 흡수되는 것 같았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앞에 있는 윤구주를 보았다.“자네는 또 누군가? 감히 현문과 맞서?”“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감히 6대 종문에게 나를 상대하라고 하는 거야?”윤구주가 도도하게 말했다.그러자 창현 선조의 얼굴빛이 흐려졌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세 종문 사람들 모두 안색이 변했다.“젠장! 네가 바로 전설의 구주왕이야?”현문의 구진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자가 구주왕
검3, 옥살진.이 무시무시한 검술이 펼쳐지자 공간은 바로 검기에 의해 차단되었다.그리고 그 현문의 두 선조도 동시에 몸 앞에 있는 ‘옥계’에 갇히게 되었다.이 옥계는 회색이었다.두 현문 선조를 가두는 순간, 수많은 검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몰려와 이 두 선조를 찔렀다.빼곡한 검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손에 장검을 들고 있던 현문 선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큰일 났어요. 우리가 갇혔어요!”그러면서 그는 장검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검의 그림자를 막으려고 했다.또한 온몸이 천둥과 번개로 뒤덮인 선조는 지금 이 순간 육화현뇌를 사용했다. 수많은 번개가 하나의 방패로 변하여 그의 온몸을 감쌌다.그러나 여전히 함지우의 옥살진을 막을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킥하는 소리와 함께 검의 그림자가 뇌법을 사용하는 현문 선조의 어깨를 찔렀다.그는 아파서 끙끙거렸지만 상처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막아냈다.이 두 현문 선조가 함지우의 검3에 의해 통제되는 순간, 주변의 종문 제자들은 모두 매우 놀랐다.“젠장! 저 함씨 성을 가진 서요산 자식이 너무 강하잖아.”“그러게 말이야!”“역시 서요산 검종의 후손이야! 혼자 힘으로 현문 선조 두 명에 맞서 싸우고 심지어 두 선조를 제압하고 있어.”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그동안 손을 쓰지 않고 있던 창현 선조가 드디어 차갑게 말했다.“이 장난을 끝낼 때가 되었지!”말소리와 함께 그는 허공에 발을 내딛고 두루마기를 쓱 휘둘렀다.순간 강한 팔부 동천의 기운이 폭발했다.4대 선조 중에서 가장 강한 창현 선조가 나서서 손을 쓰자 온 대지가 흔들렸다.무시무시한 소매의 힘은 천강의 기운을 머금고 바로 함지우의 옥살진에 떨어졌다. 펑,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그 회색 옥살진이 단번에 부서졌다.“깨졌어! 저자의 검술을 창현 선조님께서 깨셨어!”아래에서 지켜보던 현문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일제히 감격의 비명을 질렀다.그들뿐만 아니라 만불종의 스님들조차 역시 현문의 진산 선조라며 감탄했다.“역시!”자운각 쪽도 이
함지우가 나서자 두 현문 선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들은 분명 함지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단순히 함지우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함지우의 뒤에 있는 서요산 검종이 더 두려웠다.천하의 검술은 서요산에 왔으니 서요산의 검술은 진짜 두려운 존재였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현문은 서요산과 아무런 원한도 없다. 진정 현문과 맞서겠다면 나도 더 이상 참지 않겠다!”장검을 든 팔부절정의 현문 선조가 엄숙한 목소리로 함지우를 보며 말했다.그러나 함지우는 가볍게 탄식하고 말했다.“서요산, 서요산, 왜 자꾸 걸핏하면 내 사문을 거론하는 거야? 설마 서요산이 보복할까 봐 두려워? 그건 걱정 마! 우리 검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거든. 내가 밖에서 싸우다가 지거나 죽어도 절대 상관하지 않겠다고. 내 복수는 더더욱 하지 않을 거고. 그건 너무 창피한 일이라고 하셨어.”“그러니 두 영감은 안심해도 돼. 당신들이 날 죽일 능력이 된다면 서요산은 절대 당신들을 찾아 보복할 리 없을 테니까.”함지우의 말에 두 현문 선조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속으로 이 자식의 말이 사실이 맞을까 생각했다.만약 그의 말대로 서요산이 보복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두 현문 선조가 망설이자 함지우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이, 대체 싸울 거야 말 거야? 계속 가만히 있으면 내가 먼저 손을 쓸 거야!”말을 마친 함지우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바로 검을 빼 들었다.“검일, 이화!”흑검과 백검 두 자루가 순식간에 두 개의 화염 유성으로 변해 두 현문 선조에게 날아갔다.함지우가 손을 쓰는 것을 보고 두 현문 선조도 발끈했다.“흥! 겁도 없는 놈. 기어코 우리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오늘 네 놈이 죽어도 서요산에 해명할 수 있어!”손에 장검을 든 노인이 외치더니 다시 설한검술을 썼다.쾅!이 검술은 함지우의 손에 있는 화염검결과는 완전히 반대였다.하나는 불, 그리고 하나는 얼음이었다.두 개의 강력한 검기가 부딪히자 공기는 삐걱삐걱하는 굉음을 냈다.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