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궁전 속에는 무수한 사악한 생물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사냥꾼처럼 윤구주를 먹잇감으로 삼고 있었다.“이상하군, 이 살기는 그들 몸에서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윤구주가 중얼거렸다.어둠 속에서는 계속해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념이 영향을 받아 주위의 위험을 감지할 수 없었다.“당장 나타나라!”“팔기지, 부자결, 화무유성.”윤구주가 그린 부적이 붉은빛을 내뿜으며 윤구주의 명령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가 천만 개의 유성으로 변해 지하 궁전을 환히 밝혔다.이미 심하게 파괴된 지하 시설 곳곳에 잔해가 널려 있었다.불빛이 어두운 지하 궁전을 비추면서 숨어 있던 사악한 생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철로 만들어진 인형 꼭두각시였고 그 수가 천 개를 넘었다.이 꼭두각시들 몸에 새겨진 부적을 보고 윤구주는 마씨 가문이 한 짓임 알아차렸다.“마씨 가문의 꼭두각시? 단순한 꼭두각시가 아닐 텐데.”주변에는 전투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백 미터 앞에 커다란 피 웅덩이가 있었으며 멀지않은 곳에 무너진 지하 궁전 건축물이 보였다.쉭!윤구주는 쏜살같이 그쪽으로 달려갔다.그가 움직이자 꼭두각시들도 함꼐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인간과 같은 사나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으며 빨간 눈동자에는 끝없는 원한이 가득했다.“팔기기, 부자결.”윤구주가 꼭두각시를 파괴하는 특수 부적을 사용했다. 이상한 것은 부적이 꼭두각시에 정확히 부착되었는데도 그들을 파괴하지 못했다.“이 지하 궁전의 꼭두각시는 보통 꼭두각시가 아니야. 곤륜의 술법인 거 같아.”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십여 개의 꼭두각시들이 그를 향해 돌진해 왔다.그들은 모두 신급의 실력을 갖췄으며 지하 궁전에 침입한 자를 없애는 임무를 수행했다.펑!윤구주는 순식간에 십여 개의 꼭두각시와 수백 회의 교전을 벌였다.강철로 된 몸체지만 속도가 매우 빨랐고 힘도 엄청나게 강했다.한 꼭두각시가 윤구주와 주먹을 맞부딪쳤다. 윤구주는 반걸음쯤 물러났고 그 꼭두각시는 수백 미터 날아갔
휙!순간 모든 꼭두각시가 윤구주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들이 함께 금술을 발동시키자 찬 공기가 밀려오며 지하 궁전의 절반 이상이 얼어붙었다.이때 윤구주가 손을 들어 허공에 대고 결계를 그었다. 결계 밖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안쪽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흠, 역시 예상대로군. 이 작은 크리스털이 바로 꼭두각시의 혼이로구나.”윤구주는 크리스털 안팎에 새겨진 문양과 가운데 떠도는 물질을 유심히 관찰했다.신념으로는 수정을 뚫고 그 물질을 감지할 수 없었다.으드득!윤구주가 수정을 으스러뜨리자 안에 있던 불빛이 반투명한 악귀 모습으로 변해 덮쳐왔다.“원한의 혼이로구나. 영혼의 힘으로 꼭두각시들을 움직이게 했군.”윤구주는 손가락으로 악귀를 눌러 제압한 뒤 신념으로 그 정체를 탐색했다.잠시 후,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이 원혼들은 생전에 무술 고수들이었으나 마씨 가문의 오랜 고문 끝에 원혼이 되어 꼭두각시의 핵심이 된 것이었다.“이젠 편히 잠드세요. 마씨 가문은 이미 제가 멸문시켰어요. 제가 복수를 해주었어요.”“팔기지, 뇌왕인.”윤구주가 기술을 발동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응? 이럴 리가.”윤구주는 발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궁전 잔해 위에서 지면으로 이동하자마자 수많은 번개가 땅을 파고 나와 뱀처럼 꼬물거리며 모든 꼭두각시를 옭아맸다.천둥이 크리스털 문양을 타고 깊숙이 파고들어 원혼들을 정화했고 핵심을 잃은 꼭두각시들은 움직임을 멈췄다.“해결.”꼭두각시들을 처리한 윤구주는 술법을 써서 잔해를 움직였다. 그 아래엔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누워 있었다.“국주님?”윤구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화진의 국주 임정설이였다.현재 그의 몸에서 생기를 느낄 수 없었으나 몸 안에서 기운이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임정설을 눕혀놓자 가슴팍이 찢겨 나간 채 내장이 드러난 모습이 보였다.“상처가 심각하군.”윤구주가 중얼거리며 신념을 써서 그의 몸을 검사했다.몸이 거의 으스러진 상태였는데 이런 상황
귀문십삼수.이는 화진 침술의 왕이 쓰는 술법이었다.윤구주는 이 술법을 알고 있었지만 배우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더 강한 침법인 천문삼십이수를 장악했기 때문이다.이 침법은 죽은 이를 되살리는 능력이 있었으며 심지어 한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었다.이런 침법은 이미 평범한 이가 다룰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섰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침법은 금술을 사용하는 것과 같아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되레 피해를 보게 된다.“국주의 목숨이 위태로워. 지금 침을 놓지 않으면 국주님은 목숨을 잃을 거야. 과거 주작이 침술의 왕을 구한 적이 있어서 침술의 왕이 주작에게 귀문침법을 전수했었지. 이 침법은 킬러인 주작에게 아주 적합해.”암살자는 무기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암살자는 다양한 독을 다루는 데 능한 법인데 귀문십삼수 중 독을 쓰는 기법이 존재한다.다시 국주를 살펴보니 임정설은 이미 죽을 목숨이었다. 단순히 내공으로 숨을 붙여둔 상태였다.주작의 침법은 임정설의 반쯤 남은 생기를 봉인했는데 일시적으로 생명을 보호하긴 했지만 너무 희한한 독을 사용해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켰다.“생기를 봉인한 것은 마씨 가문 꼭두각시의 공격을 피하기 위함이군. 이 꼭두각시들은 모든 살아있는 생물을 공격하지.”윤구주는 굳어버린 꼭두각시들을 힐끗 보며 중얼거렸다. 주작의 현재 내공을 알 수는 없었지만 구오의 경지로 가정한다면 그녀와 국주가 손을 잡아도 이 꼭두각시들을 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이상한 것은 임정설의 상처가 꼭두각시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그를 치료한 주작 역시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국주를 구해야만 주작의 행방을 알 수 있겠군.”“국주님, 제 스승들이 나선다 해도 단지 국주님의 생기를 잠시 연장할 뿐이지만 저는 달라요. 의술을 배우는 자들은 죽을 운명이나 이미 죽은 이를 치료하지 않죠. 하지만 제가 목숨을 걸고 결과를 바꾸려 한다면 죽은 사람이라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아직 반쯤 숨이 남아있는 국주님이야말로 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것은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지혜를 가진 괴물이었다.신급 꼭두각시들이 윤구주를 호위하며 체내의 영기를 모아 수호 전법을 형성했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야 윤구주는 비로소 마음을 가다듬고 모든 잡념을 지워버렸다.“완성.”윙!침 하나가 서른두 개로 분화되었고 서른두 개의 천지 영기를 담은 침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만약 화진의 침술의 왕이 현재 윤구주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놀라서 기절할 것이다.서른두 개의 침이 동시에 임정설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천지의 영기가 국주의 체내로 흘러 들어가자 윤구주는 자신의 일부 정원도 함께 전해줬다.윤구주가 이 술법으로 국주를 구하려 한다면 윤구주도 함께 죽음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하늘의 노여움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사람을 구할 수 있다.침의 힘은 순식간에 귀문십삼수의 독을 없애줬다. 독기가 완전히 제거되자 반쯤 남았던 생기가 더는 봉인되지 못하고 밖으로 새어 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의 정원으로 임정설의 반쯤 남은 생기를 보호한 후 침으로 국주의 부서진 경맥을 하나씩 치료해 나갔다. 천지 영기의 역할은 치유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신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었다.경맥이 치료되고 부서진 뼈가 재생되며 살과 피가 다시 자라났다.매 순간이 위험천만했다. 이때 조금이라도 실수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된다. 임정설을 구하지 못할 뿐 더러 윤구주 역시 심하게 다치게 된다.천하에 윤구주처럼 감히 죽은 이를 살리는 술법을 사용할 담력이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시간이 흐르자 원래 죽을 운명이었던 임정설은 점점 생기를 되찾았다. 감겼던 눈이 미세하게 떨리며 의식이 돌아왔다.반면 윤구주는 죽음의 기운에 휩싸여 당장 숨이 넘어갈 것 같아 보였다.웅!거대한 천지 영기가 임정설의 체내로 흘러 들어가자 서른두 개의 침도 순수한 영기로 변해 임정설과 하나가 되었다.임정설이 드디어 의식을 되찾았다.눈을 뜨자마자 생기를 잃은 윤구주가 그의 눈에 띄었다.“구주야! 너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임정설은 초조
갑자기 용암 아래에서 거대한 기류가 분출되었다. 마치 그 속에서 어떤 절세의 흉물이 세상에 나오려는 듯이.쾅!수 톤의 용암이 아래의 거대한 물체에 의해 솟구쳤고, 곧이어 불빛처럼 붉은 신작이 날아올랐다.슛!이내 아래에서 또 한 사람이 뛰쳐나와 몸이 마치 금강으로 단조되기라도 한 듯, 뜨거운 용암을 꿰뚫으며 벽력 같은 일격을 가했다.신작은 이 기습을 몸으로 받아 위쪽 지층으로 튕겼다.이 일격에 거의 산산조각이 날 뻔 한 신작의 부서진 날개 아래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감싸져 있음이 어렴풋이나마 보였다."저건 곤륜 지역 수신전의 술법, 성수인이다!"임정설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하하! 수신전의 성수인도 이 정도밖에 안 되나!"금강불괴의 몸을 가진 남자가 용암을 밟으며 방자하게 웃었다.그는 한눈에 이성설을 알아보았고 그다음 한순간 혼란에 빠졌다.방금 전에 용암 속에서 주작과 싸우며 환각을 본 줄."이 씨 집안의 꼬마야, 너 이미 죽지 않았어? 그럴 리가, 오장육부를 반이나 뽑아냈는데 어떻게 살아남았지?""설마 그놈의 쌍둥이 형제냐고?"남자는 커다란 의구심을 금치 못했다.임정설은 남자를 날카롭게 응시했고, 그 날카로운 눈빛은 남자로 하여금 그가 방금 자신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던 임정설이 맞음을 대번에 알아차리게 되었다."구주야, 저자가 바로 전조의 마지막 군주 진파천이다."임정설은 윤구주에게 그 사람을 알렸다."진파천이라고?"윤구주의 미간은 순간 찌푸려졌다.그는 화진 5천 년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폭군이었다.화진이 근대에 겪은 모든 치욕은 모두 진파천 때문에 시작되었고, 바로 이 폭군의 등극과 맞물려 항상 세계 문명을 선도하던 화진이 급속도로 퇴보하게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당시 거의 전 세계 국가들이 화진으로 몰려와 이익 침탈을 시도했을 때, 진파천은 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적국들이 화진에 주둔하는 것을 환영하기까지 했다.그 결과 화진은 적국들의 야망에 휘둘려 사분오열되었고, 진파천은 이런 상황에서도 백성들을 미친
윤구주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과연 희대의 폭군이 맞았다.멸족을 밥 먹듯 쉬이 얘기하는 잔혹한 수단이라니."오? 승낙한 건가? 그럼 어서 내려와 짐에게 절을 하거라!"윤구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상부에서 배회하던 주작이 분노를 터뜨렸다."건방지도다! 우리 저하께서 폭군인 네놈한테 절을 하라고? 네가 어디 그럴 자격이 있느냐!""죽어랏!""성수인!"주작이 성수인을 재가동하며 진파천을 향해 돌진해 내렸다."건방진 건 네놈이여. 이미 기진맥진한 놈이 허세를 부려? 패체강인!"진파천의 몸에서 갑자기 붉은 부적이 떠올라 폭발하더니 그의 공격을 천 배 증폭시켰다.단 한 방.진파천의 공격에 부딪친 주작의 성수인은 산산조각났다.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며 날아가던 주작은 정확히 윤구주의 품에 떨어졌다."저하...""이건 곤륜 지역의 술법이야. 너는 당할 수가 없으니 일단 물러서."윤구주는 호신 기를 운용하며 주작을 호송해 임정설에게 전달했다.바락에 내려놓은 주작이 다시 진파천에게 덤비려 했지만 임정설이 막아섰다."무리하지 마라. 모두 구주한테 맡겨. 이 자는 극 신급 절정에 오른 자다. 네가 졌어도 부끄러운 게 아니야."임정설은 알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큰 게 아니라 진파천의 공법이 주작을 완전히 억누르고 있었던 것.특히 강풍호체로 인해 진파천의 몸은 무적의 상태가 되어 있었고, 암살자형인 주작은 그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혹여 성수인이라도 없었다면 윤구주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쓰러졌을 주작이었다.진파천은 서두르지 않고 윤구주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이씨 가문 녀석이 그쪽을 매우 믿고 있는 모양이군.""그쪽도 왕이라 했지? 아직 왕 호칭을 듣지 못했구나."모든이들의 짐작을 떠나, 진파천이 윤구주에게 예를 차리며 말했다.허나 이러한 가식적인 예의 따위에 대꾸할 윤구주가 아니었다.윤구주가 대답하지 않자 임정설이 대신 외쳤다."이 분은 구주왕이시다!""구주...왕? 허험, 호기가 장난 아닌데?""짐도 이런 왕호는 감히
진파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바보가 아닌 이상, 그는 윤구주의 눈빛으로부터 가득한 악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경멸로 가득 찬 악의를."대체 무슨 뜻이냐?"진파천이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무슨 뜻 까지는 아니고.""당신이 자격이 없다는 건 둘째 치고, 설사 황제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안 되지. 왜냐면 내 출신은 결코 나한테 조상님의 뜻에 저버리는 일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파천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네놈은 그럼 정체가 뭐야? 어느 가문의 후예지?"잔뜩 가라앉힌 목소리로 진파천이 물었다."내 성씨는 윤, 이름은 구주다.""백 년 전, 당신이 죽인 수많은 사람들 속엔 우리 윤 씨 일가도 있었지."쿠궁!윤 씨 가문의 후예!진파천의 동공이 갑자기 떨리며 두려움의 빛이 스쳤다.윤 씨 가문은 화진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으로, 그 유서는 가히 삼황오제 시절까지 거스를 수 있는 깊이였다.너무 먼 역사는 고증할 수 없다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천 년간 윤 씨 가문의 행보는 화진 방방곡곡에 자취를 남겼다.천여 년간 윤 씨에선 수많은 인걸들이 배출되었고, 이들은 문단의 리더이자 무림 고수였으며 장군의 수를 헤아릴 수 없었고 심지어는 후작 작위도 열 명 이상이나 되었다.하지만 화진에서 실제 그 자신이 어떤 신분이든, 윤 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항상 외부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그럼 사명감을 위해 천 년간 피를 흘리며 화진 무도계에 도전했고, 한때는 화진 무도를 선도하기도 했었다.화진의 세가들은 윤 씨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아마 윤 씨 일가는 타고난 반골기에 문제를 일으키길 좋아하는 걸로 여겨졌다.진파천은 윤 씨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윤 씨는 화진 종문들에게 있어 천년의 숙적 있었는바, 종문 연합의 부상을 수없이 막아 나섰는 바, 윤 씨의 개입만 없었더라면 지금의 화진은 애초 진작 종문들의 천하가 되었을 터!특히 진 씨 왕조 말기, 진파천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윤
"저하께서 어느새 저렇게까지 강해지셨지? 저 진파천은 극 신급 절정의 강자인데!"주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옆에 없는 기간 동안 저하께서 자신 몰래 많은 경험을 쌓으신 게 분명했다."놀라지 마. 구주의 실력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야.""경지가 부족하면 그 강력함을 느끼지도 못하지.""일정 경지에 이르러야만 구주가 그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될 터."임정설이 지은 탄식 같은 감탄을 내뱉었다.이 말에 주작은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그녀가 다시 임정설의 말뜻을 곱씹던 그 순간, 아래쪽 용암 지층이 폭발하며 불기둥이 솟구쳤다.강기로 몸을 보호한 진파천이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그래, 너 이 자식 재주는 좀 있구나! 구주왕이라 자칭할 만하네!""이 몸의 예전 실력으로는 아마 널 당해낼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달라! 천지의 기운을 오랫동안 몸에 받고 또한 곤륜 지역의 천술을 수련했으니 네놈은 내 상대가 안 돼!""패체결, 금강인!"진파천의 몸에 부적 문양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부적의 가호를 받은 그는 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몸집도 두 배로 부풀어 오르며 기운마저도 하늘 찌르듯 치솟아 올랐다.이 순간, 진파천의 실력은 이미 주작과 대결했을 때를 훨씬 넘어섰다.혹시 주작이 최적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임정설과 함께 협공한다 해도, 단 삼 합 안으로 모두 쓸어버릴 수 있는 커다란 실력의 차이었다.폭군이라 할지라도 그는 엄연한 왕.과거 화진을 통치하던 패권을 가졌던 자를 얕볼 수 없는 법!쾅!진파천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무도 기예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그의 매 주먹과 발차기에는 살의가 넘쳤다.갑자기 기운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더니, 아래쪽 용암이 불기둥을 이루며 폭발했고, 상층부 지반에도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하지만 이처럼 맹렬한 공세 속에서도 윤구주는 여유롭게 손바닥만으로 진파천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다.얼핏 보면 진파천이 완전 우세를 가진 듯했지만, 그 실상은 접전 시작부터 윤구주의 몸을 가까이한 적도 없
“주작, 현모, 화진의 군신이라. 하하. 네놈들이 말해봐라. 내가 지금 구주왕을 배신한다 해도 너희들이 나를 막을 수 있겠나? 이전엔 너희 셋이 힘을 합쳐도 백여 합 버티는 게 고작이었지. 지금은 내가 황자급 경지에 올랐고 백호는 얼어붙어 잠든 상태라 너희 둘밖에 없는데 뭘 할수 있겠니? 난 세 방이면 충분히 너희들의 목을 벨 수 있어.”빙신전 전주가 비웃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작은 두 눈을 부릅뜨고 빙신전 전주를 바라보았다. 설령 그렇다 해도 두려울 것 없다. 당장 빙신전과 결전을 벌이려는 순간 현모가 침착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주작, 진정해. 저놈이 배신할 마음이 있다 해도 최소한 저하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 거야. 문아름처럼 똑똑한 여자도 실패하지 않았나? 저놈에겐 그럴 배짱이 없을 거다.”막 황자급 경지에 올라 기분이 좋았던 빙신전 전주는 현모의 말에 불쾌해졌다.윤구주를 배신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그는 이미 윤구주에게 정신적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상태라 생각이 바뀐 지 오래 되였다. 윤구주가 이번 원정에서 실패한다 해도 최소한 생존은 보장될 것이고 윤구주를 따라 황자급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윤구주의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권력을 누리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그의 현재 실력으로는 결코 4대 군신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됐어.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지. 4대 군신은 정상이 하나도 없구만. 구주왕님이 떠나기 전 내게 전음을 남기셨다. 아사신족의 잔당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이 전법을 파괴하라고 말이야. 너희 저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그분은 곤륜에서도 학살을 벌인 자야. 신계의 결계쯤이야 가뿐히 넘어설 거다.”이 말을 들은 주작은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빙신전 전주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현모, 구주왕님이 너에게 지휘를 맡기셨다. 내가 최선을 다해 협력할 테니 요구사항이 있으면 말해라. 단 헨드리 문제는 우리 빙신전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재권 따위 이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윤구주가 황인으로 만든 전법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전법이 사라지면 세 인황과 백 명의 왕, 수만 영령들이 사라질 것이다.마지막 순간, 헨드리에 사는 화진 사람들이 현재 화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편집해 헨드리의 제일 큰 광장 스크린에 올렸다.화려하게 발전한 화진의 모습을 본 영령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세 인황과 왕들은 모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고 통일된 왕조를 세운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왕조를 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왕조가 번성에서 쇠퇴로 기울면 그 순간 화진에 재앙이 밀려온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집된 영상 속 화진의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했다.“선배님들, 화진은 이미 수많은 고비를 딛고 넘어섰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났으니 안심하십시오. 화진에 저 윤구주가 있으니 마음 놓고 돌아가세요. 저 윤구주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화진에 재앙을 가져오는 놈들의 뿌리를 뽑아 영원한 태평성대를 만들겠습니다.”전법이 사라지며 영령들은 천지로 흩어졌다. 고인들은 돌아올 수 없지만 그들의 영령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천지 영기는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다.영령들이 흡수했던 영기는 신들이 소멸할 때 천지에 되돌려졌다. 후손들이 능력만 있다면 화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분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화진이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근본이었다.수백 년, 심지어 천 년이 지난 후 윤구주도 세 인황처럼 선대 인황이 되어 후손들에게 소환될지 모를 일이었다.이 생각에 윤구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주군 장수들과 암부 대원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격앙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문아름, 너의 비뚤어진 마음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야. 넌 나를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화진의 선조들을 대적하는 것이다. 죽어도 갚지 못할 빚을 진 채 선조들조차 너를 가만 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화진에 부끄럽지 않아. 설령 언젠가 죽어 흔적도 없이
“도망칠 생각 말라. 사악한 신이여 목숨을 내놓아라.”세 인황이 돌진하자 백 명의 강자들이 그들을 뒤따르며 도망치려는 타이탄 거신의 영혼을 공중에서 가로막아 산산조각냈다.“우와 대박! 과연 화진의 옛 황제님이시여.”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던 백호가 세 인황을 향해 외쳤다.진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두 인황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타이탄 신의 잔여 영혼 정수를 모아 강제로 백호에게 주입했다.에너지가 체내로 들어오자 백호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고 정신이 혼미해져 폭주 상태에 빠졌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윤구주가 천주 금술을 발동해 백호의 의식을 봉인했다.휙!세 인황의 의도를 알아챈 빙신전 전주도 술법을 써서 백호를 얼음 속에 가뒀다.“구주왕님의 이 부하는 보통사람이 아닌 듯하군요. 영혼을 삼켜 경지를 올릴 수 있으니 정말 신기한데요. 다른 사람이라면 마인이 되었을 텐데 이 자는 원래부터 미친놈이라 오히려 영향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군요.”빙신전 전주가 중얼거렸다.“그건 개소리야. 저놈이 음혼을 삼킬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양도의 혼이라면 순식간에 타버릴걸.”윤구주가 투덜대자 그 말을 들은 빙신전 전주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하의 음기로 수련을 했기 때문에 음혼이 될 수밖에 없었다.정확히 윤구주만이 이 폭주하는 백호를 길들일 수 있었다. 다른 이라면 이미 백호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드디어 해결되었다.화려한 도시의 십 분의 일이 폐허가 되었고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유라비아 전체를 구한 대가치고는 합당했다.세 인황과 수백 명의 왕, 그리고 수만 영령이 전법 주변에 모였다. 전법아래에는 화진에서 온 장군들과 암부 대원들이 선조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미래의 화진을 못 보았으니 참 아쉽구나.”당국의 인황이 한숨을 내쉬었다.세 인황 중 제일 인자했던 그는 백성을 가장 아끼던 존재였다.“그만하세. 우리가 할 일은 다 했다네. 이젠 우리
“세 번째 방법은 바로 천지의 영기와 음양오행을 빌려 황자가 되는 거야. 이 방법으로 황자급 경지에 오른 자는 모든 천지 속성을 흡수해 약점이 없으니 무적이라 불리지.”윤구주의 말에 빙신전 전주가 흥분하며 물었다.“구주왕님, 그럼 제가 가장 강한 황자인가요?”윤구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내 말은 네놈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다. 너는 천령을 내버려 두고 지하 음기를 빨아들였잖아. 전에 내가 박살 낸 빙황보다는 강하지만 그자의 경지가 너보다 높았으니 너희 둘이 싸우면 넌 여전히 졌을 거야.”“네?”빙신전 전주의 얼굴이 축 처졌다. 황자가 되면 윤구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빙신전 전주의 경지 돌파에 이어 다른 빙신전 수련자들도 많이 강해졌고 현모, 주작, 백호 세 사람의 경지도 급상승했다. 주작은 구오 대원만 경지, 현모는 구오 후기, 백호는 극 신급 절정 중급에 도달했다.반면 기사들의 성장은 미미했다. 이들은 수련한 적이 없었고 영기를 정화하는 방법만 익혔기 때문에 근육이 더 발달하고 힘만 세졌을 뿐이었다.“참 훌륭하군. 내가 알기로 화진 역사에서 자네와 같은 경지에 오른 자는 먼 고대의 황제뿐이었어.”무제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다른 두 인황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화진이 윤구주의 손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세 인황은 용기의 가호를 받으며 타이탄 최강의 거신을 협공했고 다른 왕들은 일반 타이탄 신들을 상대했다.그들의 공격에 타이탄 신들이 차례로 쓰러지자 주작과 청해가 법기로 그들의 시신을 수거했다. 이 경지에 오른 수련자의 몸은 귀중한 보물이니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놓아둘 수 없다.타이탄 거신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마침내 최후의 타이탄 시조신만 남았다.세 인황이 힘을 합쳐도 시조신을 잠시 억제할 수 밖에 없었다. 술법을 쓰지 않는 상대임에도 쓰러뜨리기 어려웠다.“이봐, 네 전법이 거의 끝나가니 계속 구경만 하지 말고 어서 나서라.”진왕이 윤구주를 향해 소리쳤
황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윤구주의 모습에 빙신전 전주는 강자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갈아엎어야 했다.‘인황은 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고대 화진의 인황이 구주 오방을 통일한 게 당연했어.’화진의 옛 황제들과 왕들이 힘을 발휘하자 공중에 화진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세가 하늘을 뚫고 천지를 뒤흔들었다.힘이 약한 사악한 괴물들은 이미 소멸되었고 강력한 파라오는 무제의 창에 찔려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갔다. 당국의 왕은 다른 고대 문명의 신을 단칼에 베어 죽였다.사악한 기운마저 이 황제들과 왕들에 의해 정화되고 있었다.이제 헨드리에 남은 적은 타이탄 신뿐이었다.사악한 기운에 빙의된 고대 신들과 달리 타이탄 신은 실체를 가진 수련자들이었다.술법을 쓰지 못하지만 몸을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단련한 그들은 무적에 가까웠다. 황제들과 왕들이 이끄는 영령 군대는 타이탄 신족과의 결전에서 별다른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이 영령들은 문물과 흩어진 영기에 의존해 잠시 소환된 존재들이었기에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수련자들을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불길을 더 크게 지펴야겠군.”“구양진용결!”“구음만상결!”“백호, 주작, 현모의 성수여 제자리로 돌아가거라.”아홉 마리 진용이 구름을 뚫고 내려와 왕도 상공에 떠 있었다.황제들과 왕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전 진용 천자라 불렸던 그들은 용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었기에 그 기운을 마음껏 흡수했다.나머지 영령 전사들은 만상의 힘을 흡수해 한 단계 진화했다.백호, 주작, 현모의 정혈이 윤구주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 성수가 삼각형을 이루며 세 가지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청룡이 부족하구나. 청룡의 정혈이 없으니 환영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지.”윤구주가 청룡 성수의 환영을 소환해 나머지 한쪽을 지키게 했다. 네 성수가 모이자 천지의 영기가 배로 증가하였다.무궁무진한 영기들이 영령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구주군 장군들과
윤구주가 쓴 술법은 서요산의 금술에 구양진용결을 더한 것이고 인황인은 윤구주가 곤륜에서 스승들로부터 미리 전수받은 것이다.인황인을 윤구주에게 전수한 목적은 단순했다. 미래에 윤구주가 인황이 될 수 있다면 천지의 영기를 호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만약 되지 못하면 인황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인황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술법으로 천술을 넘어 전설 속 성술에 해당하는 경지였다.마치 격렬한 태양과 같은 금빛 인장이 서서히 떠올랐다. 이것이 전설 속 인황인이었다.인황인이 응축되며 천지의 영기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이 영기들은 헨드리가 과거 화진에서 약탈해 간 고대 유물들 속으로 스며들었다.개방되지 않은 보물관 한쪽에서 청동 검 하나가 영기를 흡수하더니 진동하기 시작했다.이상을 감지한 박물관 관장이 달려왔다.“이 검은 화진 진왕의 칼인데. 대체 무슨 일어난 거지?”진왕의 검에서 엄청난 위압을 가진 한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과인을 깨운 자가 누구냐? 과인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을 터. 새로운 인황이 천지 영기를 모아 과인의 영혼 잠시 소환한 모양이로군.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좋다. 인황이 부른다면 과인도 황인을 받들어 다시 한번 전장에 나서겠노라. 진국의 병사들이여, 어디 있느냐?”우웅!전시관에 보관된 진국의 문물들에서 눈 부신 빛이 솟아올랐다. 영혼의 형체들이 정신을 되찾으며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순식간에 천 명의 영령 군대가 결집되었다.“폐하를 뵙습니다.”“그래. 짐이 바로 천자다. 여러 장수들은 명을 들어라. 짐을 따라 관문을 나서 사악한 마귀들을 섬멸하라.”진왕이 진국 병사들을 이끌고 전시관을 뛰쳐나오자마자 바로 다른 문명에서 온 고대 사신들과 맞닥뜨려 싸움을 벌였다.지하 보물실에서는 당국의 인황이 병사를 이끌고 지면으로 뛰쳐나와 타이탄 신을 향해 돌진했다. 술법으로 깨어난 무제가 친위대를 거느리고 고대 이집트 미라 군단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이들은 화진의 옛 인황들이었다. 왕의
함대 지휘실에서 작전을 지시하던 명필무가 드론으로 전송된 헨드리 왕도의 영상을 확인했다.그 영상을 본 구주군 장군들은 왕도 안의 마물들이 방금 함대가 섬멸한 괴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왕도의 인구가 너무 밀집해 있어서 우리에게 무기가 있어도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네.”명필무가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했다.왕도가 함락되고 헨드리 수천만 명의 시민들이 괴물들에게 찢겨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명필무는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일단 포격이 시작되면 그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방금과 같은 조건에서만 명필무는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사령관님, 저하께서 금방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이 해역을 잘 지키고 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해결되면 구조를 위해 왕도 항구 안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입니다.”구주군의 한 장군이 윤구주로부터 온 전음을 명필무에게 전했다.“오? 그 말은 구주왕께서 이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거로군.”명필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윤구주가 어떤 방법을 쓸지 알 수 없었지만 화진의 인황인 그에게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 믿었다.한편, 헨드리 왕도의 빙신전 수련자들은 한창 고전 중이었다.현모는 혼자 성수인을 발동해 수백만 헨드리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성수인으로 형상화된 성수의 금빛은 점점 희미지고 있었는데 이는 현모의 정기가 고갈되어 버티기 힘들어졌음을 의미했다.가장 처참한 이는 빙신전의 전주였다. 그는 정혈을 끌어내어 목숨을 걸고 회의실을 지키고 있었다.“구주왕님, 저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차피 이 천술대진이 깨지면 저도 죽을 목숨이니 마음대로 하십시오.”빙신전 전주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그가 저항을 포기하려던 순간 회의실 건물 옥상에 있던 윤구주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손에 들고 있던 동화책을 높은 하늘로 던지며 뭐라 외치자 동화책은 화려한 자색 빛을 뿜어냈다.동화책은 한 장씩 풀려나갔고 페이지마다 고대의 신비로운 부호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팔기지, 천주금술.”“팔기지, 부자
헨드리는 술법으로 깨어난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듯했다.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들이 인간 세상을 배회하고 있어 마치 진정한 세계의 종말이 온 듯해 보였다.부활한 고대의 사악한 영혼들이 곳곳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타이탄 신들마저 인간 세상에 강림하자 헨드리는 완전히 절망에 휩싸였다.괴물들이 너무 많아 황혼 기사단과 빙신전의 인원들이 전부 동원되었음에도 그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괴물들과 타이탄 신들이 함께 회의실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빙신전의 전주가 홀로 현빙전법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법기를 동원해 연이어 금술을 펼쳤다. 그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구주왕님, 어서 나서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저도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빙신전의 전주가 서둘러 윤구주에게 전음을 보냈다.사실 현재 난동을 부리고 있는 괴물들은 빙신전 전주 같은 강자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지만 윤구주와의 협약이 있었기에 도망갔다가는 참혹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일단 버텨라. 아직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니다.”윤구주가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의 전법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르렀기에 다른 일에 정신을 팔 수 없었다.웅!헨드리 상공에 세 가지 수력이 연이어 나타났다. 백호, 주작, 현모 세 사람이 성수인을 발동시키자 세 성수의 화신이 세상에 강림했다.현모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헨드리의 민간인들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주작은 깃털의 수호신과 하나가 되어 붉은 그림자로 변해 괴물들 사이를 누비며 암살 기술로 수백 마리의 괴물들을 처리했다.그들 중 성격이 제일 괴팍한 백호는 가장 강한 괴물들만 골라 싸웠다.다른 이들에게 이곳은 지옥이었겠지만 싸움을 즐기는 백호에게 괴물들이 가득한 헨드리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슈욱!백호와 한 타이탄 거신이 맞붙었고 두 사람은 고층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약한 괴물들이 두
그 사령들의 목표는 각 제단 주변의 고대 문물들이었다.하늘에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사방에서 검은 기운이 벽을 이루며 헨드리를 봉쇄했고 순식간에 헨드리와 외부의 연결이 끊겼다.사령이 빙의되며 고대 문명의 신들이 부활했다.지하 동굴에서는 무수한 죽은 자들이 석관을 부수고 나왔다. 괴이한 빛을 내는 해골들이 성전 기사들과 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더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성전 기사단장이 앞장서자 다른 기사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해골들과 맞붙었다.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도 열심히 싸웠지만 열병기로는 해골에게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불꽃만 일으킬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폭발이 가능한 화약만이 미약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격전이 시작되었다. 앞장선 기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이 고대 신들을 막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해골들은 무적일 뿐만 아니라 고대 신술까지 사용할 줄 알았다.신술때문에 수많은 성전 기사들이 폭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윌리엄의 특수 부대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박물관에서는 파라오와 그의 미라 하인들이 부활했는데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의 대제사장이 파라오 본인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망할! 저 극 신급 절정 후기 대제사장은 황자에 근접한 실력을 갖췄어.”양쪽의 실력 차이가 엄청 낫기에 청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했다.차가운 기운이 응집되며 박물관 전체가 얼어붙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모래가 얼음을 깨고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뜨거운 모래는 주변의 차들을 얼음처럼 녹여버렸을 뿐만 아니라 지면까지 녹여버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수많은 기사도 뜨거운 모래에 삼켜져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구주군의 한 장군도 심한 화상을 입었다. 윤구주가 전수한 공법이 없었다면 그도 기사들과 함께 모래 속에 묻혔을 것이다.같은 상황이 헨드리 왕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헨드리가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온 고대 문물들이 모두 부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