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은 하나의 통일된 세계가 아니라 여러 세력으로 나누어진 아주 이상한 세계였다. 봉신 전쟁 이후 신이 된 자들이 함께 만든 세계로 그들은 이를 신계라 부른다.곤륜에는 수많은 입구가 있으며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 목적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이다. 신의 뜻을 어기는 자가 나타나면 곤륜은 가장 빠른 속도로 그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곤륜 내부의 세력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삼도, 육전, 십이각. 동봉각은 십이각 중 하나이고 말단에 속한다.”사라지는 금빛 무지개를 바라보며 윤구주가 진지하게 말했다.수옥인 안종환의 스승은 겁이 많아 싸움에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았지만 이것도 한가지 생존 방식이었다.봉신 이후, 곤륜의 세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고 잔혹한 내부 투쟁을 통해 소모되어 현재의 구조가 된 것이다.약한 세력이 곤륜에서 생존하려면 자신만의 생존의 길을 찾아야 했다.“진북왕이 죽었으니, 화진 북쪽 국경은 반드시 혼란에 빠질 거야. 외적이 침입하면 가장 먼저 공격받는 곳은 북주일거다.”동봉각 주인의 도움은 아주 유용했다.이때, 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세계가 빠르게 붕괴하였다.순간 폭주하는 영기가 구속을 벗어나 사방팔방으로 흘러나갔다. 영기가 외부로 흘러나가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할 것이다.천옥의 폭주하는 영기는 마치 고대의 흉수와 같았다. 그 힘은 윤구주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천옥을 설계한 봉신 신들도 이 거대한 영기를 이곳에 봉인하기 위해 엄청난 힘을 들였는데 윤구주 혼자서 이 일을 완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화진 국경 밖, 눈으로 뒤덮인 깊은 산속.문아름은 천옥에서 전해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동봉각 주인이 곤륜의 전송진을 이용해 윤구주의 십만 대군과 진북왕, 현모를 북주로 전송했다는구나. 역시 네 예상대로 윤구주는 천옥을 떠나지 않았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약점이 있는 법이지.”문창정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문아름은 입술을
천옥.하늘이 찢기고 땅이 꺼지는 것이 마치 세계의 종말이 다가온 것 같았다.윤구주는 두 눈을 감은 채 폭주하는 영기 속에서 끝없는 증오를 느꼈다.이 계략은 문아름이 세운 것이었고 윤구주는 그녀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넌 나를 미워하고 있는 거니? 미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어? 어쩌면 네게 무슨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변명이 될 수는 없어. 만약 상황이 뒤바뀌었다면 당시 내가 너에 대한 감정으로는 절대 너를 죽이려 하지 않았을 거야.”“팔기지, 팔기귀일.”윤구주의 몸 안에서 강한 기운이 솟구치며 팔기지가 하나로 융합되어 천인의 기세를 드러냈다. 윤구주의 기운이 밖으로 퍼져나가 거인이 되어 그의 몸으로 천지를 떠받들었다.무너져 내리던 천옥은 윤구주의 힘으로 잠시 안정되었지만 이는 단지 시간을 벌 수단이었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윤구주는 천옥 전법을 다시 만들어낼 생각이었다.진기가 다시 나타나고 윤구주가 이전 전법의 단계를 따라 천옥 전법을 만들어갈 때 낯선 기운이 튀어나와 그를 방해했다.이것은 천옥 전법을 세운 곤륜 수련자의 한 조각 신념이었다.“오? 구주왕? 대단하군. 혼자서 천옥의 천지를 떠받치다니. 천옥 전법을 재구성하려는 건가? 하지만 소용없어. 이 전법은 후세에 창조된 것으로 주로 천옥의 영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 하지만 지금은 천옥 외부의 기반이 무너졌기에 네가 전법을 재구성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지.”형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윤구주의 행동이 실로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용기를 존중해줬다.“그쪽은 누구죠? 보아하니 음신도 아니고 분신도 아닌데.”윤구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처음으로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없는 적을 만났기에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생겼다.“하하! 내가 누구냐고? 지금의 너는 아직 알 자격이 없어. 하지만 힌트를 주겠다. 만약 네가 종문 동맹의 맹주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내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제는 네가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지. 그만 포기해. 지금 이곳
외부의 위협은 잠시나마 억제되었지만 천옥 내부에서 폭주하던 영기가 다시 폭발했다. 고대의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이제는 윤구주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구기등선의 힘으로도 부족했다.“구양진용결!”“구음만상결!”아홉 마리의 용이 나타나 천지를 떠받쳤고 아홉 마리의 상이 대지를 지켰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더는 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미친 듯이 외부로 빠져나갔다.“더는 방법이 없나봐? 너는 정말 강하지만 인간은 인간이야. 아무리 강해도 신이 될 수는 없어. 참 아쉽구나. 이제는 떠나려 해도 늦었어. 나도 너 구주왕의 마지막 길을 보내주고 싶지만 이 신념이 더는 버틸 수가 없구나. 너도 죽을 각오를 하고 남은 거겠지.”거세게 밀려오는 영기가 이 신비한 강자의 신념을 산산조각냈다. 이제 천옥에는 윤구주만 남았다.그 신비한 강자가 말했듯이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용상 합일.” 윤구주는 강한 압력을 견디며 구룡과 구상을 강제로 자신의 몸에 융합시켰다.음양이 합쳐지며 윤구주의 몸에서 하얀빛이 강하게 발산되었고 그의 두 눈동자는 먹물처럼 까맣게 변했다.하지만 이렇게 해도 윤구주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시간을 끄는 것 뿐이었다.폭주하는 영기를 억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미친 듯이 윤구주의 천술을 들이받았고 점점 더 강해졌다.윤구주는 구오 지존의 내공으로 극 신급 절정이나 사용할 수 있는 천술을 쓰기 시작했다. 경계를 넘어 강제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윤구주에게 엄청난 압력을 주었다.매번 반격이 들어올 때마다 윤구주는 조금씩 상처를 입었고 엄청난 압력 속에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또 다른 방법이 없을까? 이젠 한계야.”윤구주는 입을 벌려 새하얀 피를 토해냈다.폭주하는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윤구주는 이를 악물고 결심했다.“안 되겠다. 더 높은 단계의 술법을 사용해야겠어. 천술을 초월한 기술, 성술. 경지는 충분하지만 내공이 부족했기에 일단 사용하면 내 정원
그 후 반년 동안이나 휴식을 취해야 했고 그 이후로 스승들은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면 이 기술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일단 사용하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죽더라도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지난번보다는 훨씬 순조로웠어. 아마도 내 내공이 많이 강해졌고 음양이 융합되었기 때문일 거야.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으니 당장 영기를 해결해야 해.”윤구주는 천지의 영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동시에 전법을 재구성했다.성체의 가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곤륜의 남은 전법 조각을 기반으로 할 필요가 없었다.곤륜이 세운 전법은 단지 천술 수준이었지만 지금의 윤구주는 이미 성술을 쓸 수 있었다.순수한 금빛 전법이 운구주의 손에서 빠르게 형성되었다. 전법이 절반쯤 완성되었을 때 그의 정원이 고갈되었고 이어서 수명 소모가 시작되었다.윤구주의 몸은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노화되더니 성체의 가호로 다시 젊어졌다. 이렇게 노화와 회복을 반복하며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자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가 되었다.다행히 이때 전법은 이미 기본적으로 완성되었고 마지막 부분만 남았다. 부적을 완성하고 성기를 주입하면 전법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바로 이 결정적인 순간 윤구주는 몸을 심하게 떨더니 또다시 하얀 피를 토해냈다. 몸이 다시 빠르게 노화되었고 긴 머리카락도 하얗게 변했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젊음을 되찾지 못했다.“수명 소모가 너무 많아서 몸이 망가지고 있어.”윤구주는 더는 자신의 기운을 통제할 수 없었기에 엄청난 양의 성기가 그의 몸에서 새어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기가 어두워졌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탈수한 것처럼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 지경에 이르자 윤구주는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쇠약해졌다.“안 돼, 이것은 천인오쇠의 징조다. 곧 내 의식에 영향을 미칠 거야.”윤구주는 애써 정신을 차리려 했으나 의식이 점점 더 흐려져만 갔다. 눈꺼풀에
국운이 무너지자 사기가 완전히 떨어졌다. 진동왕의 얼굴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했다.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끊어졌다. 이제 윤구주로 인해 새롭게 탄생한 국운마저 문제가 생겼다. “우리 화진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건가?” 진동왕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그의 마음속에 끝없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현모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상태였다. 만약 윤구주가 죽는다면 그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었다. 십만 대군의 기세가 완전히 흐트러졌다. 의심, 공포, 당혹, 분노 등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대군 속으로 퍼져 나갔다. 문아름은 화진 국경과 설산의 정상에서 최근 전해진 천옥의 정보를 받았다. “아름아, 역시 너야. 너도 알다시피 저 녀석은 이미 성술을 깨달았어. 영기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성기로 전법을 재구성해야 해. 하지만 윤구주의 실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일단 사용하면 반드시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 하지만 영기를 억누르고 전법을 만드는 것이 순식간에 끝날 일이겠니? 지금은 외부나 천옥 내부 모두 영기가 다시 거세게 일고 있어. 아마 구주왕이 천인오쇠에 들어선 것 같아. 이번에는 윤구주를 죽일 수도 있을 거야.” 문창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윤구주가 죽으면 문씨 가문을 막을 자는 없을 거야!’ 하지만 문아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그녀가 세운 계획과 달랐다. “윤구주는 천인의 위엄을 지닌 자예요. 게다가 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는데 곤륜 구역의 몇몇 파벌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더구나 윤구주에게는 여러 스승이 있어요. 그들 중 누구 하나 최강자가 아닌 사람이 있을까요? 윤구주는 천하의 백성을 지키기 위해, 또한 곤륜 구역을 안정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그들이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공적이든 사적이든 그들은 절대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화공두목만 잠깐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이건 너무나 비정상적이었다. 너무 비정상적이라 이상했다. “걱정하지 마, 아름아
천옥의 전법에 남아 있던 약간의 에너지를 활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술법을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구주가 방금 천인오쇠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을 때 그가 펼친 성술이 효력을 잃었다. 천옥을 억누르던 힘이 사라지면서 붕괴가 계속되었고 영기가 흘러나와 원래의 전법을 완전히 파괴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스승이 남긴 술법이 활성화되었다. 붉은 연꽃들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웠다. 윤구주는 이 붉은 연꽃이 천옥의 난폭한 영기를 분리해 내고 순수한 천지 영기를 흡수하는 것을 보았다. 남은 영기는 더욱 난폭해졌지만 그 양은 크게 줄어들었다. “스승님, 이게 무슨 뜻이죠? 천옥의 전법이 붕괴할 때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영기를 안정시키려 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상하셨던 건가요?” 윤구주가 의아해할 때 붉은 연꽃들이 그를 향해 모여들었다. 그 순간, 화공두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든지 천옥이 붕괴할 때 목숨을 걸고 천하를 위해 희생하려 한다면 그것은 인간 세상의 큰 축복이자 백성들에게는 더없는 행운이지. 이 술법은 천지 영기를 분리할 수 있어. 이 영기를 연화하여 수련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해보거라. 이것은 봉신전쟁 이후로 저장되어 온 만 년의 천지 영기야. 많은 이들이 갈망하던 거지. 이제 모두 너에게 모였으니 이 기회를 통해 대진을 재건하고 이 난폭한 영기를 천옥에 봉인하길 바라.” 순수한 천지 영기가 윤구주의 몸으로 스며들며 그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예전에는 허약해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었던 윤구주였지만 지금은 기운이 넘치고 힘이 넘쳤다. 그는 평생 이렇게 상쾌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윤구주가 흥분에 빠져 있을 때 억제되지 않은 천옥의 난폭한 영기가 다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윤구주는 아직 천지의 순수한 영기를 완전히 연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 움직이면 이 좋은 기회를 낭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화진의 수많은 생명이 걸린 문제였기에 윤구주는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 그가 조치를 취하려는 순간 금빛 기운이 그의 몸
“천지에 정기가 있어. 내가 온갖 계략을 써도 그의 마음속에 깃든 호연지기를 무너뜨릴 수 없구나.” 상황이 급변한 것을 감지한 문아름은 속이 뒤집어졌다. 그와 동시에 문창정도 화진 북주에서 전해진 소식을 들었다. “진동왕과 현모가 십만 대군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하고 있어요.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며 군대가 아직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살기가 전선까지 몰아치고 있어요.” 이 소식에 그 강인했던 문창정조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치밀한 계획을 세웠건만 결국 윤구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다니.’ 천옥에서 윤구주는 기세가 압도적이었으며 한 사람의 기운이 천지 사이에 우뚝 서 있었다. 그가 발산하는 정기는 구름을 뚫고 창공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 기운은 모든 혼란과 환상을 깨부수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성인의 경지에 이르렀어.” 윤구주는 다시 한번 성술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의 정기를 혹사하지 않고 새로운 경지의 힘으로 완전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한 줄기 성기가 전법에 들어가며 전법의 핵심을 밝혀 새로운 진법이 활성화되었다. 금빛 결계가 사방으로 퍼지며 완벽한 천옥을 형성했다. 난폭한 영기는 완전히 봉쇄되었다. 대국은 이미 결정되었고 위협은 해소되었다. 하늘을 두른 정기는 본분을 다한 후 그들의 주인과 함께 고요히 사라졌다. 그 순간, 윤구주는 또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문명을 창조하고 문명을 전승해야 해. 끝없이 순환하며 영원히 이어가는 거야.’ “이것이 화진이 오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이유야. 그리고 나 또한 그 전승자 중 하나지. 화진의 부흥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 순식간에 북쪽 하늘로 날아오른 윤구주는 천옥의 현관에서 화진로 통하는 전송 진입구를 찾았다. 곤륜 구역에는 수많은 출입구가 있었다. 이는 예전에 봉신방의 강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윤구주가 전송 전법을 제어하려는 순간, 곤륜 구역의 의지가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빙신전 대제사장?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
그는 윤구주가 어떤 술법을 사용했는지도 모른 채 중상을 입었다. ‘이제 어떻게 싸우지?’ 두 사람은 애초에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어봤자 죽음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윤구주! 날 살려줘. 우리 빙신전은 더 이상 너와 적대하지 않겠어!” 윤구주는 대제사장장이 신혼을 불태우며 마지막 발악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겁을 먹고 항복한 것이었다. “넌 오백 년을 수련한 늙은 요괴로 세상의 온갖 풍파를 다 겪어 왔고 곤륜 구역에서는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어. 그런데 어찌 신이라는 존재가 내가 전에 만난 종문의 늙은 마왕보다도 기개가 없단 말이야?” 이전에 윤구주가 자운각의 여섯 명과 맞섰을 때 그들은 생사가 달린 순간에도 윤구주에게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대제사장은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구주왕님! 오래 살수록 죽음이 두려운 법이죠. 당신도 곤륜 구역의 신명이고 존귀한 사신이 아닌가요? 당신의 스승들도 모두 곤륜 구역의 최강자들이니 우리끼리 서로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가는데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제 체면을 봐주세요.” 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빙신전의 전주를 불러내서 직접 답하라고 해.” 이 말을 들은 빙신전 대제사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가 변명하려는 순간, 윤구주는 바로 말을 끊었다. “흥, 너 따위가 빙신전을 대표할 자격이 있어? 겨우 극한 일전 신경의 하찮은 자가 나와 조건을 타협하려 드는 거야? 다들 알다시피 내 스승은 곤륜 구역의 최강자다. 내가 오늘 너를 죽여도 누가 감히 한마디 하겠어? 게다가 곤륜 구역에서 윤구주는 반드시 원수를 갚고 십악불사의 대마귀라고 전해지지 않았어?” 윤구주는 입가를 살짝 올리며 비웃었다. 빙신전 대제사장은 완전히 멘탈이 붕괴되었다. 윤구주가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윤구주가 손바닥을 움켜쥐자 사방에서 모인 영기
“주작, 현모, 화진의 군신이라. 하하. 네놈들이 말해봐라. 내가 지금 구주왕을 배신한다 해도 너희들이 나를 막을 수 있겠나? 이전엔 너희 셋이 힘을 합쳐도 백여 합 버티는 게 고작이었지. 지금은 내가 황자급 경지에 올랐고 백호는 얼어붙어 잠든 상태라 너희 둘밖에 없는데 뭘 할수 있겠니? 난 세 방이면 충분히 너희들의 목을 벨 수 있어.”빙신전 전주가 비웃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작은 두 눈을 부릅뜨고 빙신전 전주를 바라보았다. 설령 그렇다 해도 두려울 것 없다. 당장 빙신전과 결전을 벌이려는 순간 현모가 침착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주작, 진정해. 저놈이 배신할 마음이 있다 해도 최소한 저하의 죽음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 거야. 문아름처럼 똑똑한 여자도 실패하지 않았나? 저놈에겐 그럴 배짱이 없을 거다.”막 황자급 경지에 올라 기분이 좋았던 빙신전 전주는 현모의 말에 불쾌해졌다.윤구주를 배신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그는 이미 윤구주에게 정신적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상태라 생각이 바뀐 지 오래 되였다. 윤구주가 이번 원정에서 실패한다 해도 최소한 생존은 보장될 것이고 윤구주를 따라 황자급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윤구주의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권력을 누리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그의 현재 실력으로는 결코 4대 군신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됐어.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지. 4대 군신은 정상이 하나도 없구만. 구주왕님이 떠나기 전 내게 전음을 남기셨다. 아사신족의 잔당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이 전법을 파괴하라고 말이야. 너희 저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그분은 곤륜에서도 학살을 벌인 자야. 신계의 결계쯤이야 가뿐히 넘어설 거다.”이 말을 들은 주작은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빙신전 전주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현모, 구주왕님이 너에게 지휘를 맡기셨다. 내가 최선을 다해 협력할 테니 요구사항이 있으면 말해라. 단 헨드리 문제는 우리 빙신전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재권 따위 이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윤구주가 황인으로 만든 전법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전법이 사라지면 세 인황과 백 명의 왕, 수만 영령들이 사라질 것이다.마지막 순간, 헨드리에 사는 화진 사람들이 현재 화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편집해 헨드리의 제일 큰 광장 스크린에 올렸다.화려하게 발전한 화진의 모습을 본 영령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세 인황과 왕들은 모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고 통일된 왕조를 세운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왕조를 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왕조가 번성에서 쇠퇴로 기울면 그 순간 화진에 재앙이 밀려온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집된 영상 속 화진의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했다.“선배님들, 화진은 이미 수많은 고비를 딛고 넘어섰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났으니 안심하십시오. 화진에 저 윤구주가 있으니 마음 놓고 돌아가세요. 저 윤구주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화진에 재앙을 가져오는 놈들의 뿌리를 뽑아 영원한 태평성대를 만들겠습니다.”전법이 사라지며 영령들은 천지로 흩어졌다. 고인들은 돌아올 수 없지만 그들의 영령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천지 영기는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다.영령들이 흡수했던 영기는 신들이 소멸할 때 천지에 되돌려졌다. 후손들이 능력만 있다면 화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분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화진이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근본이었다.수백 년, 심지어 천 년이 지난 후 윤구주도 세 인황처럼 선대 인황이 되어 후손들에게 소환될지 모를 일이었다.이 생각에 윤구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주군 장수들과 암부 대원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격앙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문아름, 너의 비뚤어진 마음은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야. 넌 나를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화진의 선조들을 대적하는 것이다. 죽어도 갚지 못할 빚을 진 채 선조들조차 너를 가만 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화진에 부끄럽지 않아. 설령 언젠가 죽어 흔적도 없이
“도망칠 생각 말라. 사악한 신이여 목숨을 내놓아라.”세 인황이 돌진하자 백 명의 강자들이 그들을 뒤따르며 도망치려는 타이탄 거신의 영혼을 공중에서 가로막아 산산조각냈다.“우와 대박! 과연 화진의 옛 황제님이시여.”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던 백호가 세 인황을 향해 외쳤다.진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두 인황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타이탄 신의 잔여 영혼 정수를 모아 강제로 백호에게 주입했다.에너지가 체내로 들어오자 백호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고 정신이 혼미해져 폭주 상태에 빠졌다.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윤구주가 천주 금술을 발동해 백호의 의식을 봉인했다.휙!세 인황의 의도를 알아챈 빙신전 전주도 술법을 써서 백호를 얼음 속에 가뒀다.“구주왕님의 이 부하는 보통사람이 아닌 듯하군요. 영혼을 삼켜 경지를 올릴 수 있으니 정말 신기한데요. 다른 사람이라면 마인이 되었을 텐데 이 자는 원래부터 미친놈이라 오히려 영향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군요.”빙신전 전주가 중얼거렸다.“그건 개소리야. 저놈이 음혼을 삼킬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양도의 혼이라면 순식간에 타버릴걸.”윤구주가 투덜대자 그 말을 들은 빙신전 전주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하의 음기로 수련을 했기 때문에 음혼이 될 수밖에 없었다.정확히 윤구주만이 이 폭주하는 백호를 길들일 수 있었다. 다른 이라면 이미 백호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드디어 해결되었다.화려한 도시의 십 분의 일이 폐허가 되었고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유라비아 전체를 구한 대가치고는 합당했다.세 인황과 수백 명의 왕, 그리고 수만 영령이 전법 주변에 모였다. 전법아래에는 화진에서 온 장군들과 암부 대원들이 선조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미래의 화진을 못 보았으니 참 아쉽구나.”당국의 인황이 한숨을 내쉬었다.세 인황 중 제일 인자했던 그는 백성을 가장 아끼던 존재였다.“그만하세. 우리가 할 일은 다 했다네. 이젠 우리
“세 번째 방법은 바로 천지의 영기와 음양오행을 빌려 황자가 되는 거야. 이 방법으로 황자급 경지에 오른 자는 모든 천지 속성을 흡수해 약점이 없으니 무적이라 불리지.”윤구주의 말에 빙신전 전주가 흥분하며 물었다.“구주왕님, 그럼 제가 가장 강한 황자인가요?”윤구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내 말은 네놈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다. 너는 천령을 내버려 두고 지하 음기를 빨아들였잖아. 전에 내가 박살 낸 빙황보다는 강하지만 그자의 경지가 너보다 높았으니 너희 둘이 싸우면 넌 여전히 졌을 거야.”“네?”빙신전 전주의 얼굴이 축 처졌다. 황자가 되면 윤구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빙신전 전주의 경지 돌파에 이어 다른 빙신전 수련자들도 많이 강해졌고 현모, 주작, 백호 세 사람의 경지도 급상승했다. 주작은 구오 대원만 경지, 현모는 구오 후기, 백호는 극 신급 절정 중급에 도달했다.반면 기사들의 성장은 미미했다. 이들은 수련한 적이 없었고 영기를 정화하는 방법만 익혔기 때문에 근육이 더 발달하고 힘만 세졌을 뿐이었다.“참 훌륭하군. 내가 알기로 화진 역사에서 자네와 같은 경지에 오른 자는 먼 고대의 황제뿐이었어.”무제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다른 두 인황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화진이 윤구주의 손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세 인황은 용기의 가호를 받으며 타이탄 최강의 거신을 협공했고 다른 왕들은 일반 타이탄 신들을 상대했다.그들의 공격에 타이탄 신들이 차례로 쓰러지자 주작과 청해가 법기로 그들의 시신을 수거했다. 이 경지에 오른 수련자의 몸은 귀중한 보물이니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놓아둘 수 없다.타이탄 거신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마침내 최후의 타이탄 시조신만 남았다.세 인황이 힘을 합쳐도 시조신을 잠시 억제할 수 밖에 없었다. 술법을 쓰지 않는 상대임에도 쓰러뜨리기 어려웠다.“이봐, 네 전법이 거의 끝나가니 계속 구경만 하지 말고 어서 나서라.”진왕이 윤구주를 향해 소리쳤
황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윤구주의 모습에 빙신전 전주는 강자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갈아엎어야 했다.‘인황은 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고대 화진의 인황이 구주 오방을 통일한 게 당연했어.’화진의 옛 황제들과 왕들이 힘을 발휘하자 공중에 화진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세가 하늘을 뚫고 천지를 뒤흔들었다.힘이 약한 사악한 괴물들은 이미 소멸되었고 강력한 파라오는 무제의 창에 찔려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갔다. 당국의 왕은 다른 고대 문명의 신을 단칼에 베어 죽였다.사악한 기운마저 이 황제들과 왕들에 의해 정화되고 있었다.이제 헨드리에 남은 적은 타이탄 신뿐이었다.사악한 기운에 빙의된 고대 신들과 달리 타이탄 신은 실체를 가진 수련자들이었다.술법을 쓰지 못하지만 몸을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단련한 그들은 무적에 가까웠다. 황제들과 왕들이 이끄는 영령 군대는 타이탄 신족과의 결전에서 별다른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이 영령들은 문물과 흩어진 영기에 의존해 잠시 소환된 존재들이었기에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수련자들을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불길을 더 크게 지펴야겠군.”“구양진용결!”“구음만상결!”“백호, 주작, 현모의 성수여 제자리로 돌아가거라.”아홉 마리 진용이 구름을 뚫고 내려와 왕도 상공에 떠 있었다.황제들과 왕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생전 진용 천자라 불렸던 그들은 용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었기에 그 기운을 마음껏 흡수했다.나머지 영령 전사들은 만상의 힘을 흡수해 한 단계 진화했다.백호, 주작, 현모의 정혈이 윤구주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세 성수가 삼각형을 이루며 세 가지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청룡이 부족하구나. 청룡의 정혈이 없으니 환영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지.”윤구주가 청룡 성수의 환영을 소환해 나머지 한쪽을 지키게 했다. 네 성수가 모이자 천지의 영기가 배로 증가하였다.무궁무진한 영기들이 영령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구주군 장군들과
윤구주가 쓴 술법은 서요산의 금술에 구양진용결을 더한 것이고 인황인은 윤구주가 곤륜에서 스승들로부터 미리 전수받은 것이다.인황인을 윤구주에게 전수한 목적은 단순했다. 미래에 윤구주가 인황이 될 수 있다면 천지의 영기를 호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만약 되지 못하면 인황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인황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술법으로 천술을 넘어 전설 속 성술에 해당하는 경지였다.마치 격렬한 태양과 같은 금빛 인장이 서서히 떠올랐다. 이것이 전설 속 인황인이었다.인황인이 응축되며 천지의 영기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이 영기들은 헨드리가 과거 화진에서 약탈해 간 고대 유물들 속으로 스며들었다.개방되지 않은 보물관 한쪽에서 청동 검 하나가 영기를 흡수하더니 진동하기 시작했다.이상을 감지한 박물관 관장이 달려왔다.“이 검은 화진 진왕의 칼인데. 대체 무슨 일어난 거지?”진왕의 검에서 엄청난 위압을 가진 한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과인을 깨운 자가 누구냐? 과인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을 터. 새로운 인황이 천지 영기를 모아 과인의 영혼 잠시 소환한 모양이로군. 시간이 많지 않아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좋다. 인황이 부른다면 과인도 황인을 받들어 다시 한번 전장에 나서겠노라. 진국의 병사들이여, 어디 있느냐?”우웅!전시관에 보관된 진국의 문물들에서 눈 부신 빛이 솟아올랐다. 영혼의 형체들이 정신을 되찾으며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순식간에 천 명의 영령 군대가 결집되었다.“폐하를 뵙습니다.”“그래. 짐이 바로 천자다. 여러 장수들은 명을 들어라. 짐을 따라 관문을 나서 사악한 마귀들을 섬멸하라.”진왕이 진국 병사들을 이끌고 전시관을 뛰쳐나오자마자 바로 다른 문명에서 온 고대 사신들과 맞닥뜨려 싸움을 벌였다.지하 보물실에서는 당국의 인황이 병사를 이끌고 지면으로 뛰쳐나와 타이탄 신을 향해 돌진했다. 술법으로 깨어난 무제가 친위대를 거느리고 고대 이집트 미라 군단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이들은 화진의 옛 인황들이었다. 왕의
함대 지휘실에서 작전을 지시하던 명필무가 드론으로 전송된 헨드리 왕도의 영상을 확인했다.그 영상을 본 구주군 장군들은 왕도 안의 마물들이 방금 함대가 섬멸한 괴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왕도의 인구가 너무 밀집해 있어서 우리에게 무기가 있어도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네.”명필무가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했다.왕도가 함락되고 헨드리 수천만 명의 시민들이 괴물들에게 찢겨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명필무는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일단 포격이 시작되면 그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방금과 같은 조건에서만 명필무는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사령관님, 저하께서 금방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이 해역을 잘 지키고 헨드리 왕도의 위기가 해결되면 구조를 위해 왕도 항구 안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입니다.”구주군의 한 장군이 윤구주로부터 온 전음을 명필무에게 전했다.“오? 그 말은 구주왕께서 이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거로군.”명필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윤구주가 어떤 방법을 쓸지 알 수 없었지만 화진의 인황인 그에게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 믿었다.한편, 헨드리 왕도의 빙신전 수련자들은 한창 고전 중이었다.현모는 혼자 성수인을 발동해 수백만 헨드리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성수인으로 형상화된 성수의 금빛은 점점 희미지고 있었는데 이는 현모의 정기가 고갈되어 버티기 힘들어졌음을 의미했다.가장 처참한 이는 빙신전의 전주였다. 그는 정혈을 끌어내어 목숨을 걸고 회의실을 지키고 있었다.“구주왕님, 저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차피 이 천술대진이 깨지면 저도 죽을 목숨이니 마음대로 하십시오.”빙신전 전주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그가 저항을 포기하려던 순간 회의실 건물 옥상에 있던 윤구주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손에 들고 있던 동화책을 높은 하늘로 던지며 뭐라 외치자 동화책은 화려한 자색 빛을 뿜어냈다.동화책은 한 장씩 풀려나갔고 페이지마다 고대의 신비로운 부호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팔기지, 천주금술.”“팔기지, 부자
헨드리는 술법으로 깨어난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듯했다.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들이 인간 세상을 배회하고 있어 마치 진정한 세계의 종말이 온 듯해 보였다.부활한 고대의 사악한 영혼들이 곳곳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타이탄 신들마저 인간 세상에 강림하자 헨드리는 완전히 절망에 휩싸였다.괴물들이 너무 많아 황혼 기사단과 빙신전의 인원들이 전부 동원되었음에도 그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괴물들과 타이탄 신들이 함께 회의실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빙신전의 전주가 홀로 현빙전법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법기를 동원해 연이어 금술을 펼쳤다. 그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구주왕님, 어서 나서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저도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빙신전의 전주가 서둘러 윤구주에게 전음을 보냈다.사실 현재 난동을 부리고 있는 괴물들은 빙신전 전주 같은 강자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지만 윤구주와의 협약이 있었기에 도망갔다가는 참혹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일단 버텨라. 아직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니다.”윤구주가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의 전법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르렀기에 다른 일에 정신을 팔 수 없었다.웅!헨드리 상공에 세 가지 수력이 연이어 나타났다. 백호, 주작, 현모 세 사람이 성수인을 발동시키자 세 성수의 화신이 세상에 강림했다.현모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헨드리의 민간인들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주작은 깃털의 수호신과 하나가 되어 붉은 그림자로 변해 괴물들 사이를 누비며 암살 기술로 수백 마리의 괴물들을 처리했다.그들 중 성격이 제일 괴팍한 백호는 가장 강한 괴물들만 골라 싸웠다.다른 이들에게 이곳은 지옥이었겠지만 싸움을 즐기는 백호에게 괴물들이 가득한 헨드리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슈욱!백호와 한 타이탄 거신이 맞붙었고 두 사람은 고층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약한 괴물들이 두
그 사령들의 목표는 각 제단 주변의 고대 문물들이었다.하늘에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사방에서 검은 기운이 벽을 이루며 헨드리를 봉쇄했고 순식간에 헨드리와 외부의 연결이 끊겼다.사령이 빙의되며 고대 문명의 신들이 부활했다.지하 동굴에서는 무수한 죽은 자들이 석관을 부수고 나왔다. 괴이한 빛을 내는 해골들이 성전 기사들과 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더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성전 기사단장이 앞장서자 다른 기사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해골들과 맞붙었다.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도 열심히 싸웠지만 열병기로는 해골에게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불꽃만 일으킬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폭발이 가능한 화약만이 미약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격전이 시작되었다. 앞장선 기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이 고대 신들을 막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해골들은 무적일 뿐만 아니라 고대 신술까지 사용할 줄 알았다.신술때문에 수많은 성전 기사들이 폭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윌리엄의 특수 부대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박물관에서는 파라오와 그의 미라 하인들이 부활했는데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의 대제사장이 파라오 본인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망할! 저 극 신급 절정 후기 대제사장은 황자에 근접한 실력을 갖췄어.”양쪽의 실력 차이가 엄청 낫기에 청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맞서야 했다.차가운 기운이 응집되며 박물관 전체가 얼어붙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모래가 얼음을 깨고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뜨거운 모래는 주변의 차들을 얼음처럼 녹여버렸을 뿐만 아니라 지면까지 녹여버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수많은 기사도 뜨거운 모래에 삼켜져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구주군의 한 장군도 심한 화상을 입었다. 윤구주가 전수한 공법이 없었다면 그도 기사들과 함께 모래 속에 묻혔을 것이다.같은 상황이 헨드리 왕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헨드리가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온 고대 문물들이 모두 부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