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의 얼굴이 극도로 차가웠다.그는 싸늘한 눈으로 파괴된 장원을 쓸어보며 엄하게 말했다.“계속 죽여! 계속 찾아!”“서울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반드시 할머니를 찾아내!”공수이와 함지우는 그의 말을 듣고 함께 예하고 답했다.그리고 세 사람은 계속해서 문씨 가문 구성원들을 죽였다.그들이 파괴된 문씨 가문 장원을 떠나려 할 때, 갑자기 아름다운 그림자가 나타났다.“수이야, 나 안 보고 싶었어?”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은 공수이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어? 비연 누나? 누나가 왜 여기 있어요?”자세히 보니 그녀는 바로 칠수방의 차비연이었다.“네가 보고 싶어서 찾아왔지.”차비연은 눈을 깜빡이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바로 설레었다.그는 바로 뛰어가서 섹시한 몸매의 차비연을 번쩍 안아 올렸다.“비연 누나 짱이에요. 사랑해요!”공수이는 차비연을 안고 기뻐하며 말했다.옆에 있던 함지우는 어이가 없었다.“이 변태 스님이 진짜 칠수방의 요정을 손에 넣었네. 젠장. 이건 정말 말도 안돼!”함지우는 투덜거리면서 얼굴에 부러움을 자아냈다.그는 어떻게 공수이 같은 변태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게다가 그는 스님이었다.무엇보다 공수이는 차비연을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사랑에 흠뻑 빠졌으니 함지우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한편, 공수이는 차비연을 만난 후 싱글벙글해 있었다.그는 차비연의 잘록한 허리를 안고 말했다.“비연 누나, 너무 보고 싶었어요. 자 뽀뽀.”차비연은 공수의 얼굴에 뽀뽀했다.“비연 누나, 나 입술에 하고 싶어요...”공수이는 계속 염치없는 요구를 했다.그러자 차비연은 빙그레 웃으며 공수이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으며 말했다.“수이야, 서두르지 마. 대낮에 이건 좀 아니지. 저녁이 되면 이 누나가 잘 보살펴줄게.”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서야 포기했다.“알겠어요.”“참, 수이야. 너희들 혹시 지금 문씨 가문 사람들을 찾고 있어?”차비연이 갑자기
오늘 6대 종문의 회의가 열리고 그 장소를 구용산으로 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윤구주의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윤구주는 앞에 있는 차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6대 종문 중 하나인데 왜 내게 이걸 말해주는 거야? 너도 다른 종문들과 같은 편에 서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윤구주는 칠수방도 처음부터 문씨 가문의 명령을 따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에 흑여 산맥에서 차비연은 자신을 잡으려고 했었다.그런데 지금 왜 자신을 도우려는 걸까?윤구주는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차비연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내가 만약 수이 동생 때문이라고 하면 믿을 건가요?”그녀의 말에 윤구주의 시선이 공수이에게 향했다.공수이는 감격한 눈망울을 부릅뜨고 차비연을 향해 물었다.“누나, 정말 저 때문이에요?”“물론이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당연히 도와야지. 게다가 세 종문은 권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며 안하무인이 되었어. 난 진작부터 그 나쁜 놈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와! 누나 정말 짱이에요. 누나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그녀의 말을 들은 공수이는 크게 기뻐했다.“형님, 우리 비연 누나 말을 믿어요. 누나는 절대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공수이는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윤구주는 몇 분 동안 침묵한 후에야 차비연을 보며 말했다.“어쨌든 알려줘서 고마워.”그리고 공수이와 함지우를 향해 말했다.“수이야, 지우야, 이제 가자.”윤구주가 간다는 말을 들은 공수이는 낙담한 표정으로 차비연을 향해 말했다.“누나 미안해요. 난 형님을 따라 그 개자식을 혼내주러 가야 해요!”차비연은 활짝 웃었다.“괜찮아. 어서 가! 내가 너 기다릴게.”“그럼 먼저 갈게요. 사랑해요!”그렇게 세 사람은 차비연과 작별했다.문씨 가문 장원을 떠난 후, 함지우가 입을 열었다.“형님, 우리 정말 저 여자 말을 믿고 구용산으로 가요?”윤구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공수이가 튀어나와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아직도
궁전 안.거대한 원형 돌 탁자가 있고 돌 탁자 주변에는 현문의 구진철, 자운각의 현지운 그리고 만불종의 살심 스님 등 사람들이 사방에 흩어져 앉아 있었다.다만 그들 외에 문씨 가문 구성원은 보이지 않았다.“여러분 오늘 6대 종문 회의에 우리 세 종문만 참가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회의를 거행해야 합니다.”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현문의 장로 구진철이었다.현문의 도자 손형재가 함지우의 검에 목구멍이 뚫린 이후로 구진철은 잠시 현문의 제자들을 이끌고 있었다.그의 말을 들은 만불종의 살심 스님은 천천히 말했다.“구 장로님, 구주왕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 세 종문만 모여 상의한다면 역량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그 말을 들은 구진철이 입을 열었다.“살심 스님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우리 현문의 4대 선조 님께서 이미 도착하셨습니다.”“네? 정말요?”구진철의 말을 들은 살심 스님의 표정이 밝아졌다.심지어 자운각 쪽 사람들까지 하나둘씩 구진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구진철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내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 사실 한 시간 전에 선조님들께서는 이미 서울에 도착하셨습니다. 다만 지금은 문씨 가문 선배님과 회포를 풀고 계세요.”그 말이 나오자 살심 스님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현문이 계속 선조급의 강자를 출동시키지 않는다면 이건 불가능한 싸움이었다.“구 장로님, 만약 현문의 선조 님께서 나섰다면 앞으로 구주왕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가 아닙니까?”현지욱이 물었다.“하하. 그거야 당연하죠.”“게다가 우리 선조 님께서 이번에 세상에 나오신 것은 구주왕을 죽이려는 것뿐만 아니라 서요산의 한을 풀기 위함입니다.”구진철이 소리 높여 말했다.도자 손형재의 죽음을 생각하면 구진철은 지금도 분노가 극에 달했다.명색에 현문의 도자가 그렇게 함지우의 일 검에 죽었으니 이건 정말 현문의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구 장로님께서는 구주왕을 보신 적이 있나요?”자운각의 현지욱이 갑자기 물었다.종문은 줄곧 윤구주를 상대하려
구용산의 우뚝 솟은 궁전 앞에 도착한 세 사람은 바로 앞에 있는 종문 경비병들을 보았다.종문의 사람을 본 공수이는 함지우를 보며 말했다.“봤지? 우리 비연 누나 말이 사실이지?”함지우는 자기가 틀린 것을 알고 입을 삐죽거리며 귀찮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공수이는 계속 조롱했다.“흥! 왜 우리 누나를 안 믿는 거야? 그러니까 평생 독신으로 사는 거지!”공수이가 말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이미 대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누구냐?”윤구주, 공수이, 그리고 함지우가 갑자기 대전 문 앞에 나타났을 때, 문 앞의 종문 경비병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문창정 그 놈 당장 불러!”윤구주의 입에서 차가운 말이 흘러나왔다.오늘 그는 반드시 문창정을 죽일 각오로 이곳에 왔다.그리고 그의 할머니도 구출해야 한다.하지만 경비병들은 윤구주가 문창정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얼굴빛이 변했다.“누구기에 감히 선배님의 존함을 부르는 거야?”경비병 한 명이 말을 끝내는 순간 공수이의 모습이 잔영으로 변했다.퍽!주먹이 곧장 날아갔고 그 불운한 경비병은 주먹 한 방에 바로 고깃덩어리로 되었다.“젠장, 우리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네까짓 게 감히 토를 달아? 죽으려고 환장했지.”공수이가 한 주먹에 그 경비병을 죽이자 나머지 경비병들은 갑자기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얼른 말해. 그 늙은이 대체 어딨어? 말하지 않으면 내가 너희들 하나하나 저승으로 보내준다.”공수이는 입구에 있는 십여 명의 경비병들을 가리키며 엄하게 말했다.살기등등한 그의 모습에 주변의 경비병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자들을 죽여!”그러자 십여 명이 동시에 공격해왔다.“어라? 이것들이 죽으려고 작정했네? 그래, 그럼 내가 도와주지.”말이 끝나자 공수이가 바로 공격했다.그는 마치 별똥별처럼 한주먹에 한 명씩 해결했고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경비병들이 그의 손에 죽었다.공수이가 경비병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을 때, 궁전에서 갑자기 분노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웬 놈이냐?
큰 스님까지 나서자 공수이는 냉소를 짓고 말했다.“내가 스님 말을 믿을 것 같아요? 출가자라고 해서 자기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퉤! 내가 오늘 한마디만 할게요. 만약 순순히 창정 그 늙은이를 내놓지 않으면 내가 당신들을 전부 저승으로 보내 줄 거야!”공수이의 이런 말을 들은 세 종문 멤버들은 공수이의 실력을 두려워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네 이놈! 네가 팔부 동천을 열 수 있다고 해서 뭐든 네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현문의 구진철이 나서서 호되게 말했다.“하! 내가 오늘 당신들을 제대로 혼내 줄 거야. 잘 들어. 만약 창정 그 잡놈을 내놓지 않으면 다들 죽은 목숨이야.”“건방진 놈!”이 순간 구진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는 일갈하며 두 손바닥을 휘둘렀다.무홍의 기운을 머금은 공포의 손 그림자가 거대한 파도처럼 공수이를 향해 몰려왔다.공수이는 차갑게 웃었다.“감히 나한테 덤벼?”말이 끝나자 공수이가 한 방 날렸다.하늘을 찌르는 권영이 바로 구진철의 장법 위에 떨어졌다.우르릉 터지는 소리와 함께 현문 구진철은 그 자리에서 공수이에 주먹에 날아갔고 입가에도 새빨간 핏자국이 흘러나왔다.“구 장로님! 조심하세요. 이건 팔부 동천입니다. 절대 방심하시면 안 돼요!”한 현문의 노자가 얼른 구진철을 부축했다.구진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더 이상 감히 나서지 못했다.공수이의 실력은 확실히 변태적이었다.구진철이 감히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공수이는 조롱하며 말했다.“이봐, 늙은이. 왜 안 덤벼?”“혼자 나설 용기가 없다면 다 같이 덤벼. 어쨌든, 오늘 그 문 씨 성을 가진 잡놈을 내놓지 않으면 당신들 모두 죽은 목숨이야.”공수이는 말하면서 세 종문의 모든 강자를 가리켰다.혼자의 힘으로 세 종문에 맞서다니.공수이가 이렇게 날뛰는 것을 보니, 세 종문이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절대 참을 수 없었다.“너 이 미친놈!”말하는 사이에 자운각 쪽의
공수이가 곧장 팔부 동천을 열자 세 종문 모두 화들짝 놀랐다.“모두 조심하십시오! 이놈이 팔부 동천을 열었어요!”구진철은 크게 소리치고 오른손을 흔들며 공격을 가했다.자운각과 만불종도 공수이의 변태적인 실력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 순간 모두 공격에 합세했다.한편 공수이는 마치 수영하는 용의 모습 같았다.팔부 동천이 열리자 그의 속도는 바로 두 배로 증가했다.퍽!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두 명의 현문 절정의 노자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갔다.펑펑.두 사람 모두 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가슴이 찢어져 그 자리에서 참사했다.공수이는 두 명의 현문 절정을 해결한 후 갑자기 번개처럼 몸을 휙 돌려 자운각 쪽으로 날아갔다.자운각의 한 중년 절정은 공수이가 덮치는 것을 보고 놀란 기색을 보이며 두 손을 모았다. 그러자 긴 창 하나가 허공을 뚫고 나타났고 창으로 공수이의 일격을 막으려 했다.안타깝게도 긴 창이 막 찔렀을 때, 공수이의 몸에서 갑자기 거북이 등껍질 같은 황금빛 갓이 떠올랐다.금강법이었다.금강법이 나타나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긴 창은 곧장 금강법에 가로막혔다.이 중년 남자는 재빨리 철수했다.“감히 날 찌르고 도망가? 어림도 없지! 거기 서!”공수이의 몸이 금빛으로 반짝이더니 주먹이 그 중년 남자의 가슴에 떨어졌다.퍽!주먹 한 방이 중년 남자의 가슴을 뚫었다.이 불쌍한 자운각의 강자는 그렇게 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죽었다.“젠장. 이 자식 너무 강해. 모두 내 명령을 따라 모여!”살심 스님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고함을 지른 그가 손에 든 금빛 지팡이를 땅을 향해 찌르자 강력한 진법의 기운이 순식간에 현장으로 퍼져나갔다.나머지 만불종 스님들도 일제히 인결을 취했고 순식간에 사방에서 하얀 빛줄기가 나타나 공수이를 에워쌌다.“이건 만불종의 항마대진이다. 네 놈이 어떻게 상대하는지 두고 보마.”“공격!”살심 스님의 외침과 함께 하얀 빛줄기에서 순간적으로 눈부신 흰 빛을 반사했다.이 하얀 빛들은 만불종 모든
한편 전투장.하늘에 가득한 광검은 강력하지만 공수이의 금강법을 뚫지 못했다.항마대진의 광검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본 공수이가 피시 웃더니 말했다.“스님들 실력이 겨우 이 정도야? 만약 그렇다면 당신들은 죽은 목숨이야!”공수이의 말이 떨어지자 갑자기 그의 몸에 있는 팔부 동천이 눈부시게 빛났다.“팔부 동천!”고함소리가 나자 그는 마치 별똥별처럼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황금빛 권영 하나가 그의 강력한 팔부 수련을 이끌고 이 대진 위에 한 방 퍼부었다.부르릉!항마대진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손이 찢긴 듯 공수이의 주먹 한 방에 바로 뚫렸다.강력한 주먹의 힘은 이 항마대진을 뚫었을 뿐만 아니라, 주먹 한 방에 십여 명의 만불종 제자들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강했다. 너무 강했다.공수이의 압도적인 공격법에 이 세 종문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자. 계속 덤벼!”공수이는 항마대진을 뚫고 하늘을 찌를 듯 당당하게 외쳤다.가엾게도 이 세 종문은 더 이상 감히 나서지 못했다.“내가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 문창정 잡놈을 내놓지 않을 거냐?”공수이가 세 종문을 바라보며 엄하게 외쳤다.그들은 여전히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공수이의 눈에 순간 잔인한 살의가 떠올랐다.“아무도 말하지 않겠다면 다 같이 죽어야지!”“죽어!”공수이는 하늘로 번쩍 날아 올라 떨어지더니 두 주먹이 나타나는 순간, 하늘 가득한권영이 무서운 살의를 띤 채 세 종문 멤버를 덮쳤다.공수이가 살수를 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분노의 소리가 들려왔다.“이놈! 감히 내 종문 앞에서 멋대로 날뛰어?”이 소리가 떨어질 때 갑자기 하늘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손이 나타나 공수이를 잡으려 했다.“응?”머리 위 공포의 거수를 느낀 공수이는 몸을 휙 돌려 하늘을 찌를 듯한 거수에 한 방 날렸다.쿵!팔부 동천의 드넓은 주먹이 거수와 충돌했다.꽈르릉!마치 공간이 폭발하듯 온 하늘의 숨결이 요동치며 흔들리자 세 종문 제자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곧이어 하늘
현문의 4대 선조가 나타나자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었다.4대 선조는 창현 선조를 수반으로 하고 있었다.무서운 팔부 동천 수행이 나타나자 공간 전체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의 팔부 동천은 공수이의 팔부보다 더 강력했다.왜냐하면 공수이의 팔부 동천은 정혈에 의해 움직여서 비로소 팔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눈앞의 창현 노자는 진짜 팔부였다.더 무서운 건, 그의 옆에 있는 다른 세 선조 중에 팔부가 또 한 명 있었다.나머지 두 선조는 모두 칠살 절정이었다.한꺼번에 몰려든 네 명의 현문 선조 앞에서 공수이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씩 웃었다.“어라? 도우미가 왔네?”공수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보았다.그의 말을 들은 구진철이 엄하게 말했다.“이놈! 감히 우리 선조 앞에서 날뛰어? 이제 네 놈이 어떻게 죽는지 두고 보겠어!”공수이는 빙긋 웃었다.“도우미가 오면 내가 너희들을 무서워할 것 같아? 퉤! 어이가 없어!”그러자 살심 스님이 입을 열었다.“이놈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감히 현문의 선조 앞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살심 스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놈은 죽어 마땅합니다.”자운각의 현지욱도 이때 입을 열었다.하늘에서 현문의 4대 선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장면이 바뀌기 시작했다.“구진철이 선조를 뵙습니다.”그때 하늘에 나타난 네 명의 선조를 바라보며 구진철은 얼른 무릎을 꿇었다.“구진철, 대체 누가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느냐?”창현 선조가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선조님께 아뢰옵니다. 우리 도자를 죽인 자는 바로 저놈입니다!”구진철은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뒤에 있는 함지우를 가리켰다.창현은 덤덤하게 함지우를 쓸어보더니 말했다.“감히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으니 네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느냐?”함지우는 냉소를 지었다.“무슨 죄인 지는 모르겠고 그 현문의 도자라는 자식의 실력이 영 형편없다는 건 알아. 어찌나 형편없든지 내 검 하나도 못 받아냈으니까.”“이놈!”그러자 하늘에서 창현의 바로
윤구주는 즉시 서울로 돌아왔다.아니나 다를까 윤구주가 종문을 몰살시킨 사실을 서울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국상인 육도진이 영접을 나왔다.이들이 함께 왕궁으로 향하는 도중 육도진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종문이 흔들리고 있어서 큰 전투가 불가피한데 이것이 과연 축하받을 일이란 말이냐?”육도진을 흘끗 쳐다보며 윤구주가 물었다.“하하! 당연하죠. 종문 때문에 화진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어요. 사실 국주께서 이 전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요. 이번 전투를 통해 종문을 평정하여 화진의 내란 사태를 해결하려 하니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육도진이 웃으며 말하자, 윤구주도 약간 미소를 지었다.‘좀 흥미로운데? 국주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면서 왜 하필 내가 왔을 때 싸우려는가 말이야.’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온 이유와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육도진은 잘 알고 있었다.“암부는 저하가 설립한 것이에요. 설립한 목적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잖아요. 물론 이 중에 저하가 알면 안 되는 정보도 있긴 하지만. 사실 저하가 선 넘을 걸 국주는 눈감아주었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저하도 잘 아시잖아요.”육도진의 말에 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렸다.“네놈과 말하는 게 힘이 드는구나. 이렇게까지 암시 안 해도 돼. 옛날에는 몰랐다만, 지금은 다 알고 있어.”“그러면 되었어요. 국주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으니, 저하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실 거예요.”중요한 일에 관해 이야기한 후에 육도진은 다른 것도 물으려고 했지만, 윤구주가 관심 가질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윤씨 일가의 얘기를 꺼냈다.그러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는 바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본 육도진은 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씨 일가의 행방을 찾지 못해 윤구주는 매우 초조했다.“초조해하지 마세요. 저하가 문무에 두루 능하다고는 하나 지략은 문아름이 한 수 위에요. 게다가 그녀가 저하를 잘 알고 있으니 윤씨 일가의 행방을 알기가
“종문이 언제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단 말입니까? 그 노인들 주제 파악을 전혀 못 하네요.”정태웅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말 다 했어?”‘윽...’정태웅은 윤구주를 힐끗 본 뒤 곧바로 깨달았다. 윤구주는 아마 종문의 제자들에게서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정태웅은 곧바로 진지하게 보고했다.“저하, 저하께서 오신 뒤로 저는 암부와 각 군사 구역과 협력했습니다. 심지어 국주님께서도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문씨 일가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단서도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우리가 종문의 움직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은용위? 국주님께서 은용위를 파견했다고?”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국주는 큰 결심을 한 듯했다.은용위는 화진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대로서 그들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주둔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국주의 명령에만 따르며 왕실의 일을 책임진다는 것만 알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던 곳은 외국이었다. 당시 그들은 어려움을 겪고 큰 피해를 보았고 그 뒤로는 움직인 적이 없던 걸로 전해진다.국주가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조사하게 한 것은 은용위가 존재하는 의도를 벗어난 일이었다. 그만큼 국주는 윤구주는 중요시했다.“네. 은용위는 왕실 일만 책임졌는데 이번에 우리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놀라운 일이에요. 저하, 그리고 공씨 가문에서 공수이를 불러들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서요산 쪽은 어떻게 된 걸까요? 설마...”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평소에는 비록 점잖지 못했지만 큰일 앞에서는 절대 사적인 감정을 섞지 않았다.“괜찮아. 이 일은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서요산에서 함지우를 부른 것도 이해할 수 있어. 난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문씨 일가에서는 내가 종문과 적이 되기를 바라. 그래야 종문 동맹이 날 죽이겠다고 나설 테니까. 물론 그건 내가 원하는
살기가 흘러넘쳤다.구주왕인 윤구주는 사람들의 목숨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천뇌를 이용하여 종문 자제들을 전부 죽였다.잠시 뒤 주위가 고요해졌고 구용산에는 검은 재만 남았다.“잘 죽였어요! 정말 속이 시원하네요. 저 노인들 모두 죽어 마땅했어요!”공수이는 당연히 통쾌했다. 칠수방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들 겁을 먹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죽이다니, 너무 단호했다.“세상에, 현문, 자운각, 만불종 세 종문의 사람들 전부 구주왕 한 명이 처리했어요.”“세 종문의 사람들을 거의 다 죽인 것과 다름없지 않아요? 구주왕은 두렵지 않은 걸까요?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라면 구주왕과 원한이 없는 종문들도 힘을 합쳐서 구주왕에게 대적하려고 할지도 모르는데요.”차비연은 대충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종문이 손을 잡고 윤구주를 상대하려고 할지도 몰랐다.윤구주는 화진 무도를 적으로 돌렸다고 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구용산에서 세 종문의 자제들을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함지우는 서요산에서 전한 소식을 얻게 되었다.“서요산에서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어. 소식이 정말 빠르네. 누가 벌써 소식을 전한 거지?”함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칠수방의 여자들이 전한 걸까?“알면 뭐 어때요? 차라리 잘 됐죠. 그 어르신들도 이젠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괜히 나대면서 행패를 부리는 것보다는 낫죠.”공수이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일이 크게 번지길 바랐다.“넌 네 사부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칠수방에서 소식을 전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이곳 상황을 지켜보다가 일부러 소식을 전했다는 걸 의미하잖아.”함지우가 괘씸한 듯 말했다.윤구주가 돌아오자 함지우는 서둘러 그에게 다각서 물었다.“괜찮아. 문창정 그 노인네의 뜻대로 된 거네. 하지만 이곳을 지켜보던 사람은 분신을 이용했어. 분신이 아니었다면 그 사람까지 같이 처단했을 텐데.”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헉!”함지우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예상대
“구오가 왜 정점으로 여겨지는지 알아? 그것은 천지가 만물을 통제하고 천도가 최고라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가 극치인 거야.”용 아홉 마리와 코끼리 아홉 마리가 합쳐져서 진정한 영체가 형성되었다.영물은 종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마치 윤회를 초월한 미지의 존재 같았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창현진인과 자운각의 노인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경계 밖으로 쫓겨났다.그들 모두 몸이 멀리 날아갔지만 그들의 힘은 경계 안쪽에 남아서 소멸하였다.쿵!순간 먹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다시 맑아졌고 구용산은 다시 빛을 되찾았다.아래에 있던 사람들 모두 넋을 놓았다. 윤구주는 그들의 보기에 신과 같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 모두 윤구주와 비교할 수 없었다.종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함지우까지 넋이 나갔고 공수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참 뒤에야 욕했다.“세상에, 또 실력이 향상된 걸까? 설마 마지막 경지까지 깨버린 걸까? 하하하, 곤륜의 그 어르신들이 알게 된다면 또 화를 내겠네. 아니다. 이미 육신이 부패한 늙은 괴물들도 깜짝 놀라서 깨어나겠어.”공수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반대로 종문의 제자들은 표정이 다들 좋지 않았다.충격 때문에 멀리 날아갔던 창현진인은 간신히 일어나서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구주왕, 자운각은 저와 상관없습니다. 자운각에서 오려고 한 건지, 저는 당신과 적이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종문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우리 현문은 더 이상 무도 3대 서열 일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구주왕께서 종문을 대표하여 화진의 무도를 이끈다면 저희 현문은 최선을 다해 지지할 것입니다!”창현진인은 혹시라도 정운 등 사람들에게 선수를 빼앗길까 봐 서둘러 말했다.그는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체면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죽게 생겼는데 체면 따위는 얼마든지
‘힘이 남아있다고?’창현진인은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수많은 절정 강자들이 윤구주를 에워싸고 공격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인데, 윤구주는 아직도 자신의 수단을 다 보여주지 않은 걸까?그는 누구를 위해 수단을 남긴 걸까?“창현진인, 두려울 게 뭐가 있습니까? 큰소리치게 놔두세요. 그렇게 강하다면 아까는 왜 가만히 있었겠어요? 우리에게 겁을 줄 생각으로 큰소리치는 게 틀림없어요. 우리는 수백 년간 수련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보았죠. 구주왕은 무적이 아니에요. 화진의 가장 강한 왕도 아니고요!”정운은 윤구주 이전에도 왕이 몇 명 존재했고 그들 모두 결국 종문을 적으로 돌리는 길로 들어섰다는 걸 얘기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종문은 여전히 화진의 무도를 이끌고 있었다. 과거 세상을 휩쓸었던 대단한 왕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이젠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정운의 말에 창현진인도 잡생각을 하지 않고 윤구주를 상대했다.“윤구주,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감히 혼자서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어? 종문은 삼천 년 동안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어. 우리 종문은 네가 멋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여러분, 종문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합시다!”창현진인이 낮은 목소리로 외치면서 먼저 윤구주를 공격했다. 그는 정혈로 금지술을 시전했고 이내 거센 바람이 그들을 덮쳤으며 음산한 살기가 엄청난 기세로 윤구주의 목숨을 노렸다.자운각의 노인들은 빠르게 창현진인의 뒤를 따르면서 일제히 법기를 꺼냈다. 그 법기들은 아주 요사스러운 물건들이었는데 그들이 법기를 꺼내 드는 순간 구용산이 귀신으로 가득 차면서 요기가 하늘과 땅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침없이 치솟았고, 이내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뒤덮였다.그것이 바로 종문 선조들의 진짜 실력이었다. 삼천 년의 역사를 가진 그들의 저력을 사람 한 명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사람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윤구주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젠장,
그들 일곱 명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홀로 윤구주와 싸우면 어떻게 될지는 창현진인을 보면 알 수 있었다.“정말 양심도 없네요. 저러면서 명문 출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요. 그쪽 종문의 선조들이 그렇게 가르쳤나 보죠? 진짜 수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네요.”공수이는 현지욱을 욕하다가 별안간 자운각의 선조 일곱 명을 욕했다.심지어 윤구주마저 공수이의 욕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이 자식, 이제는 말을 꽤 잘하네.”윤구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이 대머리 자식, 잠시 뒤에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다들 같이 공격합시다.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해요! 역사는 승자가 써 내려가는 겁니다. 오늘 전투에서 우리는 반드시 구주왕을 죽여 화진의 무인들에게 누가 최강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창현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우리 종문은 삼천 년 동안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어요. 그동안 수많은 걸출한 인물이 나왔지만 그들 모두 우리 종문의 근간을 뒤흔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겨우 십여 년 정도 수련한 자식이 감히 우리 종문의 근간을 뒤흔들려고 하다니, 말도 안 되죠.”자운각의 선조 일곱 명은 양심 없이 함께 윤구주를 공격했다. 게다가 모두 치명적인 공격들이었다.음산한 바람이 불면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그들은 마치 악귀처럼 윤구주에게 달려들었다.“문벌에서는 조정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세가에서는 외국 세력과 결탁했지. 그런데 종문은 더 대단해. 감히 화진의 땅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나라를 세우려고 했으니 말이야. 중요한 건 지금이야. 반역을 꾀한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 아니야. 마지막도 아닐 거고. 예로부터 화진은 하나였어. 지난 삼천 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이건 하늘의 뜻이야. 그런데 당신들은 감히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고 했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결국 천벌을 받게 돼 있어. 나는 오늘 하늘을 대신하여 당신들을 죽여 정의를 실현하겠어. 당신들 같은 역적들에게 남은 건 오직 죽음뿐이야.”윤구주는 입술
팔부 동천 수준에 다다랐고 곧 교룡이 될 수 있었던 검은 뱀이 벼락을 맞고 죽었다.사실 그곳에 있는 많은 노인들도 검은 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그런데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하던 존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어버렸다.검은 뱀은 벼락을 맞고 뼈만 남았다. 금뇌가 사라지자 뱀의 뼈도 재가 되었다. 그 재는 지표면으로 떠올랐고 곧 아주 강한 피비린내가 났다.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지자 그 자극적인 냄새에 종문의 제자들은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이건 저 짐승이 집어삼킨 육체들의 정기야. 사람은 정기로 살아가지.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정기라니, 저 짐승은 그동안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죽였을 거야.”윤구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살기에 사람들은 섬뜩함을 느껴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아니, 수가 적었네. 평범한 사람들은 정기가 많지 않아. 무인이 그나마 혈기가 왕성한 편이지. 특히 절정 강자들의 혈기는 형태를 갖출 수 있고 세상 만물을 윤택하게 할 수 있어. 이 짐승은 적어도 400년을 살았을 거야. 300년이면 이무기가 될 수 있고 500년이면 교룡이 될 수 있지. 그렇게 오래 살려면 혈기를 집어삼켜서 수명을 늘려야 해. 그러니까 이 짐승은 수백 년간 적어도 수백만 명의 사람을 잡아먹었을 거야.”함지우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서요산은 검은 뱀과 같은 나쁜 것들을 처단하여 세상의 정도를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서요산은 요물과 완전히 대립하는 처지였기에 함지우는 갑자기 사람이 달라져서는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걱정하지 마. 오늘 난 한 명도 살려두지 않을 거니까. 오늘 전부 죽여버릴 거야.”함지우의 살기가 강한 편이라면 윤구주는 무시무시한 정도였다.윤구주는 이 세상의 유일한 신처럼 느껴졌다. 그가 하는 말은 신의 말씀 같았고 아무도 감히 그를 의심할 수 없었다.“헉!”정운은 안색이 좋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당황하지 마세요. 그 정도로 강한 건 아닐 테니까요. 구오 지존도 저렇게 강할 수는 없어요. 구주
“백 년 전 오늘, 윤씨 일가는 우리 자운각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자운각의 주인을 죽였어. 당시 자운각의 주인은 화진에서 보기 드문 귀재였어. 이미 백 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때 그 복수를 하지 못했는데 윤구주 네가 나타난 거야!”정운은 매우 화가 났다.윤구주는 자운각의 여섯 사람이 왜 자신을 이토록 미워하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창현진인은 눈을 빛냈다. 그에게는 잘된 일이었다.자운각에게는 다른 의도가 있었으니 그들은 분명 최선을 다해 윤구주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자운각과 윤씨 일가 사이에 그런 원한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윤구주! 나는 조금 전 너에게 기회를 주었어. 넌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고 많은 업적을 쌓았지. 그러니 당연히 최대한 살생을 하지 않고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우리 종문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어. 세상 일이 다 네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오늘 나는 자운각과 합심하여 널 죽이겠어. 얌전히 죽어. 그러면 덜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않으면 시체조차 온전히 남겨주지 않을 줄 알아.”창현진인은 자운각의 여섯 사람, 그리고 뱀 한 마리와 협력할 생각이었다. 절정 강자 여덟 명이 함께 싸운다면 그 힘은 대단할 것이다.“아까부터 자꾸 헛소리만 지껄이네요. 당신들 중에 좋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군요. 지우 씨, 저 사람들이 먼저 양심 없이 나왔으니 지우 씨도 이제 그만 쉬고 어서 저 마귀 같은 노인들을 죽여야죠!”공수이는 한참을 토하다가 함지우를 재촉했다. 그는 종문 사람들의 행태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당연하지!”함지우는 나서려고 했다가 다시 한번 윤구주의 눈빛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고개를 돌린 윤구주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종문 사람들은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남 탓하는 재주가 정말 뛰어나네. 그래도 진실은 변하지 않아. 당신들은 문창정 그 노인네와 결탁하여 화진의 땅을 나눠 가지려고 했어. 그건 죽을죄야. 오늘 나는 내 가문의 복수와 화진의 복수를 동시에 할 거야. 쓸데없는 얘기는
자운각의 선조들이 도착했다.여섯 사람은 하늘을 뒤덮을 듯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그들의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고 구용산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칠수방의 여자들은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그들의 살기는 사람을 죽일 듯했다.“심상치 않아요. 자운각의 선조들이 도착했어요.”“저 오빠 혼자서 괜찮을까요?”“넷째 언니!”질문을 받은 차비연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여섯 사람은 창현진인 등과 실력이 비슷했다. 특히 검은 뱀을 타고 있는 노인은 창현 진인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만약 일곱 명이 연합한다면 윤구주도 잠깐 물러서야 할 것이다.구용산이 뒤흔들렸다. 종문의 제자들은 살기 때문에 꿈쩍할 수가 없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서늘한 숨을 뱉었다.멀리 떨어져 있는 칠수방의 사람들도 겁을 먹었고 종문의 자제들도 다들 얼굴에 핏기 하나 없었다.아군조차 겁을 먹었으니 여섯 사람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또 왔네? 자운각의 노인들이었군.”그들을 알아본 함지우는 잠깐 물러났다가 다시 나서려고 했다.“지우야.”윤구주의 눈빛에 함지우는 다시 물러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여섯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자운각의 선조들이었다. 윤구주는 그들을 쭉 둘러보았다. 여섯 명 중 한 명은 칠살에 다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팔부 동천 수준이었다. 특히 얼굴이 흉측한 노인은 창현진인보다 실력이 강한 듯 보였다.“저 검은 뱀은 비늘과 날개까지 생겼군. 이제 곧 교룡이 되겠어.”검은 뱀은 절대 좋은 생물이 아니었다. 만약 그것이 구오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면 세상에 큰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자운각의 선조들이 갑자기 나타나자 창현진인은 당황했다.그는 사실 투항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상황이 뒤집어질 줄은 몰랐다.그러나 창현진인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교활해지는 법이다. 그는 일곱 명의 사람과 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