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윤구주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전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나라와 나라 간의 대전쟁이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홍연은 갑자기 윤구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바보야. 내가 너랑 같이 설국을 치러 갈게!”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말했잖아. 나 혼자면 충분하다고! 게다가 네가 따라오면 너를 신경 쓰느라 오히려 정신이 더 분산될 거야!” 이홍연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윤구주를 따라 설국으로 간다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게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홍연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설국으로 언제 출발할 건데?” “지금 바로!” 윤구주는 단호하게 답했다. “이렇게 빨리?” 이홍연은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서두르지 않을 수 없지! 설국 놈들이 우리 화진의 무학을 공공연히 훔쳤다니. 반드시 그 벌레 같은 놈들에게 우리 화진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보여줘야 해!” 윤구주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홍연은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냉혹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네가 이미 결정했다면 나는 네 결정을 지지할게!” “걱정하지 마. 내가 황성으로 돌아가면 바로 아바마마께 소식을 전할게. 군을 보내 너를 도울 수 있도록 할게!”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찮은 설국 따위에 군을 보낼 필요는 없어!” “홍연아, 황성으로 돌아가면 국주께 이렇게 전해줘. 내가 설국을 멸하러 가는 건 귀신조차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윤구주의 그 압도적인 말에 이홍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형제들에게도 전해줘. 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윤구주는 덧붙였다. 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
비록 마음속으로 답답함이 가득했지만 이홍연은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그녀는 황실의 육공주, 품위가 중요한 여인이었다! 비록 가식일지라도 품위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밤이 고요히 찾아왔다. 두 사람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들어간 후 이홍연은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스위트룸과 윤구주의 방은 단지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방 안에서 답답한 마음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생각했다. “어떡하지?” “어떡하냐고?” “이 멍청한 바보, 나한테 관심이 조금도 없는 것 같잖아? 설마 오늘 밤 정말 각자 방에서 따로 자야 하는 거야?” “말도 안 돼! 그럴 거면 내가 뭐 하러 이 바보를 붙잡고 같이 있으라고 했겠어?” “아아! 진짜 열 받아!” 생각할수록 이홍연은 더 답답해졌다. 그녀가 생각한 건 오늘 밤 윤구주와 마주 앉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껴안고 잠드는 것이었다. 그래야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어! 윤구주라는 나무토막 같은 남자는 스위트룸에 들어간 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이 상황은 이홍연을 굉장히 난처하게 만들었다. “설마 본궁이 한밤중에 그의 방을 두드려야 한단 말이야?” “안 돼, 안 돼! 그건 너무 창피해!” “나는 여자란 말이야! 게다가 황실의 육공주인데! 어떻게 남자 방문을 두드릴 수 있겠어?” 이홍연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윤구주가 오늘 밤 여기에 남아 있기로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그가 떠나버리는 것보다 더 이홍연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벽에 걸린 수정 시계가 끊임없이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이홍연은 당장이라도 윤구주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그를 마구 두들겨 패고 싶었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정말 본궁이 그의 방으로 쳐들어가서 늙은 술꾼이 말한 대로 그를 첫 경험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건 뭐랄까. 좀 그렇잖아
윤구주는 이홍연에게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오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이홍연은 이제 더는 가면을 쓰지 않았다!숙녀다운 체면이든 조신한 태도든 이제 상관없었다!이번에 그녀는 먼 길을 달려 서울에서 기산까지 찾아왔다.그저 그녀가 이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이제야.둘만의 시간을 겨우 가지게 된 이 순간.이홍연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바보야, 하나만 묻자. 너나 좋아해?”갑자기.이홍연은 방문을 닫고 윤구주를 쳐다보며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그녀의 눈은 촉촉하게 빛났고 윤구주를 향한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잠시 멍해졌다.“뭐라고?”“내가 묻잖아. 너나 좋아하냐고?”이홍연은 다시 물었지만 윤구주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대답하지 못했다.어릴 적 두 사람은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누구나 그들이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세상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16년 전, 윤구주와 그의 어머니가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이후로 윤구주는 더 이상 이 화진국의 육 공주를 만날 수 없었다.그로부터 긴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하지만 이홍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윤구주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윤구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말했다.“홍연아, 왜 갑자기 이런 걸 묻는 거야? 너도 알잖아. 내 마음속에서 넌 늘 가족 같은 존재였다는 걸.”“난 가족 같은 거 싫어! 지금 묻는 거야. 너나 좋아하냐고?”이홍연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왔고 그녀의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은 마치 영롱한 진주처럼 빛났다.그녀는!화진국 황실의 육 공주로서 신분과 지위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윤구주 앞에서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비참하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이홍연의 거듭된 물음에 윤구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진실을 듣고 싶어?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괜찮아?”“당연히 진실
“누군데? 누구냐니까? 빨리 말해봐!”“그때 서울에서 너랑 껴안고 있던 여배우야?”이홍연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윤구주한테 물었다.윤구주는 감정이 격해진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홍연, 일단 진정해 봐.”“지금, 이 상황에 내가 진정되겠어? 난 어릴 때부터 너만 사랑해 왔는데 너한테 지금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빨리 말해봐. 진짜 그 여배우를 사랑하게 된 거야?”이홍연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사실을 말하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는 윤구주는 울고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그 여자 아니야.”“아니라고? 그럼, 누군데?”은설아 때문에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했던 이홍연은 그녀가 아니라는 윤구주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이름은 소채은 이고 지금 강성에 있어.”윤구주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말았다.“강성에 있는 소채은이라고?”“응.”윤구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소채은 이라는 여자는 어디가 나보다 그렇게 좋았어? 왜 그 여자를 선택한 거야?”윤구주는 사실대로 말했다.“그 사람은 이홍연 너랑 비교할 수 없어. 지위도 다른 것도, 그 무엇도 비교가 안 돼.”강성의 한 일반 가정에서 살아온 소채은이 눈앞에 있는 화진 황실의 육공주와 비교가 될 리 없었다.이홍연은 울면서 되물었다.“나랑 비교도 안 되는 여자를 왜 선택한 건데?”이홍연은 화진 황실의 육공주인 자기를 마다하고 일반인 여자를 선택한 윤구주가 이해되지 않았다.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네가 이해할 수 없을 그러한 일들이 많아.”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그러니까 말해봐,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게 뭔지.”윤구주는 큰 숨을 들이쉬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그 이유가 그렇게 듣고 싶으면 말해줄게.”이홍연과 소채은한테 부끄러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윤구주는 오늘 밤 이홍연에게 소채은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겪어온 모든 일들을 털어놓기로 했다.“이홍연, 넌 내가 죽음의 바다에서 문아름의
“소채은은 선량하고 순진한 여자야. 그래서 난 절대 채은을 저버릴 수 없어.”윤구주는 마지막 몇 글자를 내뱉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물범벅이 된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난 여태 그 누구에게도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어.”이홍연은 화진 황실의 육공주로써 성격이 교활하고 제멋대로지만 마음씨는 아주 착했다.윤구주의 말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홍연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네가 왜 소채은을 선택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말을 마친 이홍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근데 잊었어? 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윤구주 너만 사랑했어. 널 위해 아바마마, 어마마마, 그리고 모든 사람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황성을 떠나 황세북으로 온 지도 십여 년이고 또 밤새며 여기 기산까지 왔는데....”윤구주한테 서운함이 많았던 이홍연은 흐느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윤구주는 소채은만 생각하고 이홍연에겐 관심조차 주지 못했다.눈물범벅이 되어버린 이홍연을 바라보는 윤구주의 가슴은 너무 아팠지만 자기가 어떤 선택을 하던 이 상황에선 다 잘못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윤구주는 주저앉아 서럽게 울고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 꼭 껴안았다.“홍연아, 내가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해.”“다 네 탓이 잖아.왜 하필 그때 손채은을 만났어. 왜!”이홍연은 서러운 마음에 윤구주를 탓하며 작은 두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연속 호되게 두드렸다.윤구주는 그런 그녀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맞기만 했다.그래야만 윤구주는 마음속에 있는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니가 날 버리면, 난 이제 어떡해?”이홍연은 상심하기 그지없었다.이 물음에 윤구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죄책감에 마음만 아팠다.“니가 날 잊어서, 그리고 날 버려서 진짜 미워.”이홍연이 또다시 흐느끼자 윤구주는 땅이 꺼질듯 그저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흐느끼는 이홍연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또다시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윤구주가 다시 껴안
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영감탱이 주도가 했던 말만 맴돌았다.‘무슨 방법이든 일단 엎질러진 물이 돼버리면 윤구주의 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스르륵!이홍연의 원피스 지퍼가 열리면서 그녀의 새하얀 어깨가 확 드러났다.황실 육공주의 미모나 몸매는 더 말할 것 없이 너무나 화려했고 탄력이 넘쳤으며 새하얀 피부는 양지옥같이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내렸다.이홍연은 윤구주를 꼭 끌어안은 채 자신의 옷을 벗으며 키스하고 있었다.윤구주는 순간 멍해졌고 이홍연은 어느새 옷을 다 벗어버렸다.그녀의 완벽한 몸라인, 새하얀 다리, 그리고 볼륨 있는 가슴까지 한꺼번에 윤구주의 시선에 들어왔다.“이홍연, 너…”윤구주가 이홍연을 막으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완전히 흥분되어 있었다.이홍연은 윤구주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그의 품속으로 덮쳐 들어 거침없이 입맞춤하였다.윤구주도 사람이고 건강한 남자인지라 처음엔 진정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에 그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필경 윤구주도 이홍연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 마음은 매우 혼란스러웠다.윤구주는 이홍연을 껴안았고 그렇게 서로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드디어 한 몸이 되어버렸다.방안에는 봄빛이 잔잔하게 흘러 들어왔고 그렇게 둘은 황홀한 밤을 보냈다.이튿날 아침이 밝아오자, 이홍연은 그제서야 눈을 뜨고 행복이 가득 넘친 눈망울로 옆에 알몸으로 누워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완벽한 그의 근육 라인은 강한 남자다움을 드러냈고 등 뒤에 커다란 용머리 문신은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었다.“일어났어?”이홍연이 깨어 있는 것을 본 윤구주는 부드럽게 말했다.이홍연은 작은 고양이처럼 냉큼 윤구주의 품속으로 기어들어 가면서 대답했다.“응.”“홍연아, 어젯밤 내가…”윤구주가 어젯밤 일에 대해 사과하려 했지만, 이홍연은 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의 입술에 입맞춤하였다그리고는 쑥스러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어젯밤 있었던 일은 지금 말하고 싶지 않아.”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이홍연
“홍연아, 너 괜찮아?”윤구주가 걱정되어 물었지만, 이홍연은 고개를 저으며 서둘러 대답했다.“괜찮아, 괜찮아.”윤구주는 그런 이홍연이 걱정되어 다시 물어보려 했지만, 그 순간 침대 시트에 있는 검붉은 핏자국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윤구주는 그제서야 이홍연이 배가 아팠던 이유를 알고 죄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이홍연, 내가 진짜 미안해.”이홍연은 시트에 있는 핏자국을 재빨리 이불로 덮어 감추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미안할 게 뭐가 있어. 난 처음부터 니 여자였어.”이홍연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마음이 흔들렸다.“됐어. 그딴 걱정 그만하고 얼른 일어나. 설국에 그 망나니들을 죽이러 가야 되잖아.이홍연은 윤구주의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질까 봐 얼른 옷을 입고 일어났다.윤구주도 뒤따라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두 사람은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더 이상말하지 않았다.아침 식사 후,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이홍연은 걱정하면서 말했다.“윤바보, 너 설국에 가서도 몸 잘 챙겨야 해.”“설국에 개미 같은 것들하고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설국은 십국지일 이잖아.”윤구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응, 걱정하지 마.”“그럼 나 이제 서울에 올라갈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꼭 젤 처음 나한테 말해야 해. 아바마마께 일러 화진철기를 거느리고 설국을 밟아버리라 할 거야.”이홍연이 마지막으로 말했다.“그래, 알았어.”이렇게 둘은 헤어지게 되었다.이홍연은 아쉬운 마음에 몇 걸음 걷다가 돌아보고 또 몇 걸음 걷다가 돌아보고, 그렇게 윤구주가 거의 안 보일 때 갑자기 소리 높게 외쳤다.“윤 바보,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있지 마!”그러고 나서 이홍연은 기분 좋게 웃으며 사람들 속에서 사라졌다.이홍연이 떠나가는 모습을 윤구주는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윤구주는 어제의 모든 일들이 후회스러웠다.왜냐하면 강성에서 힘들게 그를 기다리고 있을 소채은한테 미안한 짓을 했으니.‘채은이가 알면 맘이 많이 상할 텐데, 휴!’윤구주는 한숨을 내쉬며
3일 뒤, 절세의 한 그림자가 참매처럼 몇 개의 사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끝없이 넓은 흑여산맥의 중심에 나타났다.자세히 보니 이 잘생기고 비길 데 없는 그림자가 바로 윤구주였다.흑여산맥은 기산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윤구주 같은 신인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퉁!윤구주의 발이 바닥에 닿는 즉시 지면이 급격히 격렬하게 흔들렸다.“흑여산맥, 드디어 도착했구나!”윤구주는 칼날 같은 시선으로 끝없이 넓은 산맥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예전에 윤구주는 설국과 싸워 백만 병사를 죽이고 모든 시체를 이 흑여산맥에 눕혔었다.그때의 윤구주가 다시 돌아왔다!흑여산맥은 끝없이 이어졌고 윤구주가 지금 갈 곳은 흑여산맥의 변경 지대였다.그곳에는 우리 화진 주군들도 있고 또 설국의 십만 병사들이 있기 때문이다.몸을 솟구치자, 윤구주의 그림자는 포탄처럼 흑여산맥을 향해 날아갔다.이 산맥에는 많은 소수민족 마을이 있고 그들은 대부분 아직도 가장 오래된 원시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윤구주의 눈에는 저 멀리 하나둘씩 파오를 사용하는 마을 종족들이 보였다.이 마을의 이름은 어룬부락이다.어룬부락은 청초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리 크지 않고 천여 명의 인구밖에 없다.이때 마을에 두꺼운 솜옷을 입은 어린아이가 광야에서 초조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먼 곳에서 얼굴이 거무스름하고 피부가 거칠고 중절모를 쓴 노인이 풍상이 가득한 얼굴을 드러냈다.“막둥이, 여긴 웬일이냐?”아이는 총총걸음으로 달려와 말했다.“할아버지, 큰일 났어요! 설국에 그 나쁜 삼촌들이 또 우리 마을에 들어왔어요.”“뭐라고?”이 말을 듣자, 노인은 갑자기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이런 개자식들이, 감히 또 우리 마을을 건드리다니! 가자, 어서 할아버지랑 같이 가보자!”노인은 얼른 아이의 손을 잡고 마을 안으로 뛰어갔다.분지 한 복판에는 한 개의 마을밖에 보이지 않았고 전부 파오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이때 마을의 중앙에는 군용 지프 두 대가 정거
윤구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혼자서 설국과 대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구주왕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설국에는 수억 명의 백성들이 있어. 네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생각하니?”살기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던 대신관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윤구주의 손에 쥐어져 있던 용혼한위총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윤구주는 마치 신마처럼 당당히 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외쳤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지. 화진을 괴롭히려는 외적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설국의 오랑캐가 내가 죽은 줄 알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데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까!”대신관이 화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이후로 설국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차가운 말과 함께 윤구주의 온몸에서 불멸의 빛과도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손에 창을 들고 있던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적선기가 그의 손에 든 용혼한위총을 신성한 무기로 바꾸자, 윤구주는 또다시 은창을 휘두르며 대신관을 향해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대신관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대신관은 포효하며 오른손을 움켜쥔 후 이마에 갖다 댔다.“이오지심, 무신 나와!”‘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신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밝았던 금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둠 속에서, 수 미터 높이의 신명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되었다.이 신명은 팔이 여섯 개나 있었다.그중 두 손에는 각각 피범벅이 된 거대한 도끼와 해골이 쥐어져 있었다.세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 신명은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둠의 신인지라 설국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고 있었다.그런 신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된 것이었다.“신…”“맙소사! 대신관께서 어둠의 신을 소환했다고?”조정에 있던 설국의 문무 대신들은 어둠의 신을 본 순간, 모두
설태현의 말에 검붉은 옷차림을 한 대신관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향하는 순간 한줄기의 붉은 빛이 대신관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수련한 신혼의 힘이었다.대신관이 신혼의 힘을 발사하자, 윤구주도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찌릿찌릿!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우르르!금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수정유리도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설국의 문무백관들은 두려움에 아연실색하였다.이 상황이 2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그때, 검붉은 옷을 입고 있던 대신관이 갑자기 몸을 휘청이더니 오른발을 반 발짝 뒤로 물렸다.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역시 화진 최고의 인왕답게 명불허전이네!”대신관의 말에 윤구주도 한마디 내뱉었다.“50% 신념의 힘을 막아냈으니, 너도 나쁘지 않아!”대신관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구주왕의 칭찬을 받게 되어 영광이네. 다만 우리 설국은 너에게 원한이 없는데 왜 설국 사람들의 도륙을 서슴지 않는 것이야? 게다가 나의 제자까지 인질로 잡아두고?”제자라고 말할 때 그의 시선은 세나미에게로 향했다.“이제 보니 네가 광명 신전의 대신관이구나.”윤구주가 말했다.“그래 내가 대신관이다.”대신관이 말했다.“잘됐네. 너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내 앞에 나타났구나! 어떻게 죽여 줄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신관을 쳐다봤다.그 말에 금전 안에 있던 설국의 모든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제정신이 아니구나. 여기는 설국의 금전이야. 대신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인데 대놓고 죽이겠다며 윽박지르다니.’“화진의 구주왕이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광명 신전 내에서는 누구나 다 평범한 인간이야. 네가 화진의 왕이라 할지라도 설국에서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 말이야.”대신관이 낮은
설국의 국주와 대신관의 시선은 윤구주에게 쏠렸다.“태현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느냐?”금전에 발을 딛는 순간, 윤구주의 시선도 설국의 젊은 국주에게로 향했다.“뭐? 정말 너야?”윤구주의 얼굴을 똑똑히 본 설태현은 충격에 빠졌다.6년 전, 윤구주가 전임 국주를 참수했을 때 설태현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당시 그는 아버지가 윤구주의 칼에 죽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성통곡했었다.그 이후로 윤구주가 날마다 꿈에 나타난 탓에 그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6년 만에 금전에서 윤구주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구주왕이 맞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윤구주를 바라보던 젊은 국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날 죽이고 싶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안 될걸?”그의 말에 설태현은 침묵에 빠졌다.그 당시에 10개국의 많은 절정이 윤구주의 손에 죽었었다.‘10개국의 잔인한 대군들조차도 윤구주를 죽이지 못했으니 그를 죽일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겠지.’다시 윤구주를 바라보던 설태현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설국 대군이 화진 사람 하나 못 막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명성이 자자한 구주왕이였네!”설태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은 후,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이 갑자기 설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설태현이 차분하게 말했다.20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온몸에서는 군왕의 기가 넘쳐났다.“네 모가지 따러 왔다!”윤구주의 목소리도 차분했다.다만 윤구주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금전 내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설국 국주의 면전에서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꾸짖는 소리가 주변에 있던 문무백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들 앞에서 설국 국주의 모가지를 따겠다고 말했으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윤구주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윤구주의 말에 설태현은 코웃음을 쳤다.“6 년 전, 네
눈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설국의 초극 절정을 죽인 후, 윤구주는 시체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국 도성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버지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세나미는 이제 무감각해졌다.그녀는 마치 윤구주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와 같았다.설국 도성 앞에는 설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중 가장 높고 큰 건축물이 바로 설국 도성의 궁전이었다.그곳은 설국의 국주가 살고 있는 곳이자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했다.이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윤구주가 세나미를 데리고 거대한 도성 앞에 도착했다.길게 뻗든 궁전 복도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덮여있었다.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다.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성문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을 막으려는 듯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하지만 그 무엇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었다.그가 팔을 휘두르니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문이 산산조각이 났다.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윤구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화진의 윤구주가 왔다!”우렁찬 목소리가 설국 도성 전체에 퍼졌다.설국 도성의 대전에는 설태현이 안색이 어두운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설국의 젊은 국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젠장!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광명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관도 그 순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초극 절정들조차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제가 이 화진 사람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대신관이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대신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국주, 방금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윤구주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윤구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변의 다른 대신들도 어리둥절했다.“자네들 잊었는가? 6년 전에 화진 인왕의 이름이 윤구주였어!”늙은 대신이 말했다.“뭐라고요? 화진의 인왕? 구주왕 말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사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
설국 경내에는 수십만 시커먼 화진군이 낙일성을 향하여 출발했다.대오를 이끈 건 다름 아닌 한때 악인 윤구주를 따른 염수천과 박천후이다.바로 이때,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날아왔다.“조심해!”빛이 엄습해 오는 것을 감응한 절정인 박천후는 콧방귀를 끼며 온몸이 경계 태세를 취하였다.광속을 바라보던 염수천도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 광속을 덥석 움켜쥐었다.광속이 손에 닿자 갑자기 빛 속에서 우뚝 솟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의 소환이야!”흥분한 염수천은 얼른 보러 갔다.빛이 흩어지자 한 줄기의 신념의 화면이 박천후와 염수천의 눈앞에 나타났다.화면에는 윤구주가 꿋꿋하게 서서 앞에 있는 설국의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을 바라보며 염수천에게 그의 삼족을 멸할 것이며 완수하지 못할 때 목을 베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염수천은 순간 흠칫 놀라 말했다.“명 받들겠습니다!”말을 마친 염수천은 벌떡 일어났다.“설국의 염탐꾼이 어디 있지?”“네, 여기 있습니다.”10여 명의 설국 염탐꾼이 염수천의 앞에 무릎 꿇었다.염수천은 신념으로 소환된 천도의 얼굴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얼른 이 늙다리의 18대 조상을 찾아내라, 내가 오늘 직접 그의 삼족을 죽일 것이다.”염수천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말하였다.“네!”가동된 염탐꾼은 설국 전체를 휩쓸었다.윤구주가 오늘 천도의 삼족을 죽인다고 하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신도 막을 수가 없었다.염수천은 직접 대오를 이끌고 설국 절정의 삼족을 죽이러 갔다....염수천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설국 도성에서는 천도가 윤구주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당신 같은 실력으로 나의 삼족을 멸한다고?”윤구주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트이며 말했다.“나의 실력으로 충분해!”말이 떨어지는 순간, 윤구주의 온몸은 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봉왕팔기, 제9기: 적선술!사면팔방은 적선술이 열리는 순간 수십 장 내 전부가 그의 적선기에 휩싸였다.적선술
둘째:천수!셋째:난쟁이 사자!육도 절정 한 명은 한 개의 군을 뒤흔들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 설국에서는 육도 절정 세 명을 출동시켰다.세 명의 설국 육도 절정은 눈보라 속에서 용처럼 우뚝 솟아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생은 진짜 눈썰미가 좋다만 우리 설국 도성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윤구주를 천천히 바라보며 제일 중간에 난쟁이 사자가 물었다.경멸의 미소를 지은 윤구주가 답했다.“나는 오늘 당신들이랑 도리를 따지려고 온 거 아니야.”“그럼, 선생은...”난쟁이 사자가 낮은 소리로 흥얼거렸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죽고 싶으면 빨리 덤벼!”윤구주는 육도 절정 세명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누군가 오늘 막으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죽일 거라고 다짐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왼쪽 끝에 선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오만방자한 선생한테 이 늙은이가 왜 그러는지 가르침을 한번 받아보도록 하지.”말을 마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직접 칼을 내밀었다.칙!은빛 달 같은 칼날이 허공에 나타났다.무서운 불멸의 힘을 가진 은빛 칼의 검도가 종횡무진하며 하늘을 가르고 윤구주를 죽이려고 그를 향해 날아가 떨어졌다.이미 검도가 무형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육도 절정으로서 오직 칼끝 하나만으로도 천하의 모든 신급을 다 베어 버릴 수 있었다.그가 바로 설국의 천도이다.윤구주는 은빛 칼날이 앞에 와 닿았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자 용혼 한위총이 승화되어 나타났다.손에 든 은창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천도 위에 떨어졌다.사방으로 흩날리던 눈은 공포스러운 진동의 힘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이 진동으로 그의 손에 있는 천도가 자칫하면 땅에 떨어질 뻔했을 뿐만 아니라 천도의 호랑이 아가리는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강하다!”몸을 뒤로 비켜 물러난 천도는 굵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40년 전 나는 어린 나이에 신급에 들어섰지. 몇 년 동안 검법에 빠져
한창 설국 도성에서 의논이 진행되고 있을 때 흰 옷차림을 한 윤구주가 눈보라 속에서 바람을 타고 왔다.낙일성은 원래 도성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이 거리는 윤구주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설국 도성에 접근할수록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졌다.설국 도성 앞에 신들린 악마 같은 윤구주가 불현듯 나타났다.쿵!그의 발이 땅에 닿자 땅 전체가 무거운 진동 소리를 냈다.눈앞에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설국 도성은 우뚝 솟은 옛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설국의 백성들이 몇 시간 전 제거되었기에 떠들썩해야 하던 설국 도성은 현재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도 않았다.“도착했어.”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윤구주가 오른손을 들자, 펑 하고 눈보라 속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던져졌다.바로 세나미였다.원래 설국 미래의 황후인 세나미는 이 시각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하고 두 눈에는 끝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그녀는 험상궂은 두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악마야, 왜 나를 죽이지 않고 남겨 두는 거야?”세나미는 울부짖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만 명 넘는 설국 제일 강력 대군이 도살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윤구주에 의해 참살되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우리 화진을 건드린 결과를 너희들이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를 바랄 뿐이야.”냉담하게 말을 마친 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한 채 도성 성문을 향해 곧게 걸어갔다.눈앞의 넓고 길이가 몇 장이나 되게 높은 오래된 도성 성문은 사람들에게 위엄 있고 엄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마치 윤구주를 환영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고 윤구주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참 우스운 일이었다.윤구주의 새하얀 오른손이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길이가 몇 장이나 되는 기검이 그에게 뭉쳤으며 검은 천둥같이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벽을 단칼에 베여버렸다.우르릉!오래된 성문은 윤구주에 의해 단칼에
“어떻게 화진인 마음대로 우리 설국 영토를 침략할 수 있단 말인가?”화가 난 설태현이 말했다.이곳은 설국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홀로 곧 도성까지 쳐들어오고 있다니, 누구라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화진에 파견한 사신은 어떻게 되었나?”화가 난 설태현이 물어보았다.“국주님, 화진에서 우리가 파견한 사신을 만나주지 않습니다.”“만나주지 않는다고?”“네, 그렇습니다.”이 말을 들은 설태현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얕잡아 봐도 너무 얕잡게 보는구나.”주위에 있던 설국 대신들도 하나둘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 화진인이 낙일성을 꿰뚫고 우리 도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좋을까?”“그자가 감히?”“군신 각하도 그의 손에 죽었는데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때,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둘씩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런 재능을 가진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혹시 6년 전 악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화진에 또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늙은 대신 한 명이 말했다.이 말과 함께 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얼굴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전 금전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설태현의 아버지가 참살당하였기에 신하들은 6년 전의 치욕이 설국의 치욕이자 현 국주의 치욕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다.게다가 6년 후 윤구주가 다시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국의 대신들이 하나둘씩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광명 신전 대신관님 납시오.”빨강과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 위로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대신관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분명히 천천히 걸고 있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전에 도착했다.“대신관이 오셨네.”“우리 설국에 희망이 생겼네.”금전에서 모든 설국 대신은 희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빨갛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대신관은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설태현에게 인사를 했